[파이낸셜뉴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리며 수익성 악화에 고전한 유럽 자동차 업계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감소와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진 자동차 업계 강호들의 시장 입지가 위태로워 지고 있다. ■ 폭스바겐, 창립 이후 독일서 첫 공장 폐쇄 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 그룹은 독일 내 공장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폭스바겐이 독일에서 공장 폐쇄를 결정한 것은 회사 설립 87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날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노사협의회에서 "유럽 자동차 산업이 매우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회사는 독일 내에 있는 완성차 공장 1곳과 부품 공장 1곳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독일에만 볼프스부르크, 브라운슈바이크, 잘츠기터 등 6곳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다. 회사는 또 1992년 시행돼 온 고용안정 협약도 철회하겠다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이날 발표한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약 2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현지매체 슈피겔은 전했다. 현재 독일 내 폭스바겐 직원은 10만명 가량이다. 블루메 CEO는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새로운 경쟁자들 때문에 결단력 있게 행동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역풍이 훨씬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폭스바겐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6억4000만유로(약 2조4300억원)에서 올해 9억6600만유로(약1조4300억원)로 급감했다. 앞서 경영진은 2026년까지 100억유로(약 14조8400억원) 비용 절감 목표를 책정했는데, 이 목표 역시 40억∼50억유로(약 5조9300억∼7조4200억원) 가량 더 확대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인 아우디도 벨기에 브뤼셀 전기차 공장 폐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수요 감소..중국 시장서 경쟁력 약화 최근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경영 악화는 전기차 수요 감소와 함께 단일 시장으로 가장 수익성이 높았던 중국에서 현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것에 기인했다. 특히 폭스바겐의 중국에서 부진한 성과는 중국 전기차 기업인 비야디(BYD)에 밀린 것이라고 CNN비즈니스는 분석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는 BYD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1% 가량으로 집계됐다. 이는 2위인 테슬라 보다 2배 가량 높은 수치다. 앞서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프랑스의 PSA푸조 시트로엥의 합병으로 탄생한 크라이슬러 모기업 스텔란티스도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기차 피아트 500 등의 수요 감소가 주요인으로 꼽히며 회사는 이탈리아 미라피오리 공장에서의 전기차 생산량을 36% 줄였다. 2030년까지 라인업 80%를 전기차로 재편하겠다고 했던 독일의 포르쉐도 기존 계획을 수정했다.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앞서 미국 기업 포드는 전기차 3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계획을 전면 중단했고, 전기차 생산의 연간 자본지출 비중을 기존 40%에서 30%로 축소 계획을 내놨다. 또 다른 미국 기업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전기차 생산 일정을 연장한 바 았다. 마크 로이스 GM 사장은 지난 7월 "전기차 시장이 애초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지 않고 있다"면서 "시장 확대를 전제로 한 전기차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2024-09-03 15:23:24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철강업계가 경기침체, 중국 저가 물량 공세 등 악재가 겹치면서 불황의 터널이 길어지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대표 철강사들의 공장 가동률은 최근 3년 새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철강 3사, 공장 가동률 80%도 위태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81.2%로 2022년 이후 지속 하락하고 있다. 2022년 상반기 88.8%와 비교하면 7.6%p, 지난해와 비교하면 6.8%p 낮은 수치다. 이 기간 가동률이 가장 크게 떨어진 곳은 동국제강이다. 동국제강의 올해 상반기 공장 가동률은 75.1%로 전년 88.6%보다 13.5%p 하락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각각 3.6%p, 3%p 떨어졌다. 철강업계가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철강 제품이) 안 팔려도 정말 너무 안 팔린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저가 물량 확대도 골칫거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 제품 가격이 한국산 생산 원가보다도 낮다"며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나마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 가격이 떨어진 점은 위안거리다. 포스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포스코 철광석 매입 가격은 t당 10만7000원으로 지난해 말 14만5000원보다 26.2%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동국제강의 제강 원재료 가격도 t당 49만3841원에서 45만6200원으로 7.6% 하락했다. ■원가 절감·생산 최적화로 돌파구철강사들은 △원가 절감 △생산 최적화 △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가공비 절감, 원료 매입 채널 다변화, 노후화 설비 개선 등을 진행한다. 특히 현재 국내에서 구매하는 고비용 원료를 다른 국가의 저비용 원료로 전환해 비용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포항·광양 제철소에서는 설비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노후화 설비를 최신화한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연간 1조원 이상의 원가절감을 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제철은 신사업 확대와 시장 다변화에 집중한다. 현대제철은 현재 인도 푸네에 연간 23만t 철강재를 공급할 수 있는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짓고 있다. 상업생산 목표는 내년 3·4분기부터다. 미국 조지아주에는 9월 가동을 목표로 전기차 강판 공장을 짓고 있다. 이를 통해 판매 시장을 더욱 다변화하겠다는 것이다. 동국제강은 생산 최적화를 위해 지난 6월 3일부터 인천 공장을 야간 조업 체제로 바꿨다. 8월 말까지 체제를 유지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조업 상황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가을은 건설 공사 돌입 가능성이 높아 철강업계 성수기로 꼽힌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건설 시황 악화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최적 생산체계를 적용, 재고 수위를 조절하고 전기료를 절감하고 있다"며 "기술 연구를 통해 쇳물 생산 원가를 개선하는 방안도 강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2024-08-20 18:08:10#. 2차전지의 핵심부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A사 대표는 "가격인하를 위해 중국산 원자재를 쓰면 미국시장을 포기해야 하는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고 답답해 했다.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공세가 국내 기업의 위협으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내 재고물량까지 다시 증가세를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저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2차전지 업체 10곳 중 6곳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영업활동의 지장을 호소하면서 배터리 업계의 피해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중국산 저가 공세가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자료를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중국 내수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완제품 재고가 늘어나면 현재와 같은 '밀어내기식' 저가공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완제품 재고율은 코로나19기간 소비 및 부동산 경기의 역대급 침체로 6.94%(2020년 10월)에서 20.11%(2022년 4월)로 급상승했다. 이후 중국기업들은 과잉생산된 재고를 해외에 저가로 수출하며 처분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재고율은 1.68%(23년 11월)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중국이 좀처럼 경기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최근 완제품 재고는 4.67%(24년 6월)로 다시 쌓이고 있다. 대한상의가 전국 제조기업 222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27.6%가 중국제품의 저가 수출로 인해 "실제 매출·수주 등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까지는 영향 없으나 향후 피해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 기업도 42.1%에 달했다. 대한상의는 중국기업의 저가공세에 따른 피해는 국내 내수시장보다 해외 수출시장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기업의 37.6%가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답해 같은 응답을 선택한 내수기업의 응답비중(24.7%)을 크게 앞섰다. 업종별로도 명암이 엇갈렸다. 특히 전기차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저가공세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종별로 '이미 경영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을 살펴보면 2차전지(61.5%) 업종의 비중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으며, 이어 △섬유·의류(46.4%) △화장품(40.6%) △철강금속(35.2%) △전기장비(32.3%) 등도 전업종 평균(27.6%)보다 높은 비중을 보였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글로벌 통상 분쟁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기조도 달라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4-08-06 18:29:54[파이낸셜뉴스] #. 2차전지의 핵심부품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A사 대표는 "가격인하를 위해 중국산 원자재를 쓰면 미국시장을 포기해야 하는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고 답답해 했다.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공세가 국내 기업의 위협으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내 재고물량까지 다시 증가세를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저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2차전지 업체 10곳 중 6곳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영업활동의 지장을 호소하면서 배터리 업계의 피해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6일 '중국산 저가 공세가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 자료를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중국 내수경기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완제품 재고가 늘어나면 현재와 같은 '밀어내기식' 저가공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완제품 재고율은 코로나19기간 소비 및 부동산 경기의 역대급 침체로 6.94%(2020년 10월)에서 20.11%(2022년 4월)로 급상승했다. 이후 중국기업들은 과잉생산된 재고를 해외에 저가로 수출하며 처분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재고율은 1.68%(23년 11월)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중국이 좀처럼 경기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최근 완제품 재고는 4.67%(24년 6월)로 다시 쌓이고 있다. 대한상의가 전국 제조기업 222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27.6%가 중국제품의 저가 수출로 인해 "실제 매출·수주 등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까지는 영향 없으나 향후 피해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 기업도 42.1%에 달했다. 대한상의는 중국기업의 저가공세에 따른 피해는 국내 내수시장보다 해외 수출시장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기업의 37.6%가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답해 같은 응답을 선택한 내수기업의 응답비중(24.7%)을 크게 앞섰다. 업종별로도 명암이 엇갈렸다. 특히 전기차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저가공세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종별로 '이미 경영 실적에 영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을 살펴보면 2차전지(61.5%) 업종의 비중이 월등히 높게 나타났으며, 이어 △섬유·의류(46.4%) △화장품(40.6%) △철강금속(35.2%) △전기장비(32.3%) 등도 전업종 평균(27.6%)보다 높은 비중을 보였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글로벌 통상 분쟁이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기조도 달라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4-08-06 13:40:58[파이낸셜뉴스]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인한 내수부진과 중국의 저가제품 공세로 인한 경쟁 심화로 인해 부산지역 제조업 경기전망이 5분기 연속 기준치를 밑돌면서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31일 지역 제조기업 25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3/4분기 부산지역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 조사’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제조업 BSI는 80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인 2분기 전망치(97)에 비해 크게 하락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5분기 연속으로 경기부진 전망을 이어갔다. BSI는 기준치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그 미만이면 악화를 의미한다. 이는 고금리, 고물가 등 3고 현상의 지속과 지정학적 리스크의 장기화 그리고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과잉공급 등 복합 리스크로 인해 기업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분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은 전국적인 현상으로, 기업경영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줄어들면서 서울(98), 광주(98), 울산(93), 대전(89), 대구(86), 인천(72) 등 7대 특·광역시 모두 기준치를 하회했다. 경영부문별로는 매출(93), 영업이익(84), 설비투자(96), 자금사정(93) 등 전 부문에서 지수가 기준치에 못미치면서 지역 제조업의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업종별로도 대부분의 업종에서 경기 부진을 전망했다. 특히 화학·고무(67)와 신발(47), 의복·모피(67)는 원자재가격 상승과 재고증가에 더해 중국산 저가제품의 과잉공급에 따른 가격경쟁 심화로 경기전망지수가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반면 전기·전자(106)는 AI 등 신산업과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증가에 힘입어 변압기 등 관련제품 수요 증가에 따른 업황 호전을 전망했다. 연초 계획한 상반기 실적목표 달성여부와 관련해선 응답업체의 53.6%가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36.0%)와 비교해 큰 폭 증가한 것으로 연초 기대한 금리인하의 지연, 원자재가격 상승, 내수부진 장기화 등 경영환경 악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중국의 과잉공급 및 저가상품 수출 확대에 대해선 응답업체의 63.5%가 ‘영향이 없거나 미미하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실적에 영향을 받고 있거나 향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응답도 36.5%에 달해 중국발 저가상품 공세로 인한 판매단가 하방압력 등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지역 제조업 대부분은 중국의 경쟁기업 대비 기술력에서 앞서있으나, 4~5년 이내로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축소 혹은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해 중국의 가파른 기술성장속도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부산상의 조사연구팀 관계자는 “지역 기업들은 내수부진과 고금리, 고물가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주요 수출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으로 인해 수출마저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면서 “내수를 촉진하고 수출기업에게는 물류비 부담을 경감해 주는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4-07-31 10:00:45[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중국의 국영 철도차량 제조업체 CRRC(중궈중처)와 맺은 1억8500만달러(2560억원) 규모의 철도차량 도입 계약을 전면 철회했다. 잦은 결함으로 납기 4년이 지나도록 단 1량도 납품하지 못한 데다 터무니없는 입찰가격 덤핑으로 자국 철도시장은 물론 안보까지 교란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다. 우리나라도 국가기간산업인 철도시장의 안정적인 운영과 성장을 위해 현재의 사실상 최저가 입찰제 방식을 개선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낮은 품질로 납기 4년 넘겨...시장 교란 의혹도15일 미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펜실베니아주 남동부 교통당국(SEPTA)은 지난 2017년 CRRC와 맺은 1억8500만달러 규모의 2층 전동차 45량 도입 사업 계약을 취소했다. 사유는 품질 문제와 그로 인한 지속적인 납기 지연으로 알려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예정보다 이미 4년 정도 지연된 상태로 초도 물량조차 납품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미 프로젝트에 지출된 5000만달러 이상의 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조치도 논의 중이다. CRRC는 막대한 자국 보조금을 앞세워 미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터무니없는 초저가 응찰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이번에 취소된 계약 건 역시 CRRC가 경쟁사인 캐나다 봄바르디어보다 3400만달러나 낮은 가격을 써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미국 교통부 감사관실은 CRRC가 '바이아메리카 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외국 기업이 제작하는 철도차량은 부품 70% 이상이 미국산이어야 하며 최종 조립도 미국에서 완료해야 한다. 특히 2019년 12월에 미국 상·하원 군사위원회는 '국방법안(NDAA)' 절충안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국가 보조금을 사용해 저가 공세로 시장을 교란하는 중국 기업들이 자국 내 교통 산업 조달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했다. 중국 제품이 미국의 주요 인프라와 경제, 군사 등 국가 안보에 위협을 끼치고 있다는 것인데 제재 기업 명단에 CRRC가 포함됐다. 韓도 최저가 입찰제 보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이와 관련 국내도 중국산 철도차량처럼 무분별한 해외 업체의 입찰 참여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벽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 업체의 시장 교란을 차단할 국산화 부품 사용 조건 두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포함한 국내 주요 철도차량 발주처들은 최소한의 기술 점수만 넘기면 최저가 응찰 기업이 사업을 수주해 사실상 최저가 입찰제도라 불리는 '2단계 규격·가격 분리 동시 입찰제'를 대부분 활용하고 있다. 아무런 규제 없이 국제 경쟁 입찰을 실시해 국내 철도차량 조달시장의 취약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유럽은 자체 규격 규정(TSI)을 두고 있다. 설계나 건설, 개량, 개조, 운영 및 유지관리, 안전 요건 등은 물론 차량에 들어가는 세부 부품 규격까지 포함돼 있다. 튀르키예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비 유럽연합(EU) 국가들도 TSI 만족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CRRC는 지난 3월 불가리아 철도차량 유지보수 입찰 사업 참여 계획을 철회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내수 시장을 왜곡하는 수준의 역외보조금을 받아 해당 사업에 지나치게 낮은 응찰가를 제시했다는 의혹으로 CRRC에 대한 '역외보조금규정(FSR)' 심층 조사를 지난 2월 착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철도차량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 역시 철도차량 입찰 참여 시 자국법인과의 공동응찰을 의무화한 것을 비롯해 완성차는 70% 이상, 전장품은 40% 이상의 자국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면서 "국가기간산업인데다 안보와도 직결된 핵심 교통수단인 철도산업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가 장벽 세우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2024-04-15 16:54:44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초대형 TV 시장 영토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패널·세트 수직계열 체계를 구축한 뒤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패널을 공급받으며 삼성전자·LG전자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다. 10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75형 이상 LCD 패널 출하량은 915만2000대로, 전년(714만대) 대비 28.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75형 이상 LCD 패널 시장에서 주력으로 분류되는 85형·86형·98형·100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97%에 달한다. 특히 패널 크기가 클수록 출하량 증가세가 뚜렷했다. 실제 지난해 98형과 100형 LCD 패널 출하량은 64만대로, 전년 대비 144.5% 증가한 데 이어 올해 출하량도 전년보다 76.5% 늘어난 113만대로 예상됐다. 전 세계 TV 시장에서 초대형 화면을 선호하는 '거거익선' 트렌드가 지속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재 대형 LCD 패널 시장은 중국 업체가 지배하고 있다. 국내 패널 제조사들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수익성이 악화되자 사업 정리에 들어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LCD 패널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고, LG디스플레이도 유일하게 남은 TV용 대형 LCD 패널 생산거점인 광저우 공장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중국 패널 제조사들이 공급량 조절을 통해 TV용 LCD 패널 가격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중국 TV 제조사들은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패널을 공급받아 초대형 TV 시장 점유율 확대 행보에 나서고 있다. 실제 중국 TCL이 올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에서 선보인 115형 퀀텀닷(QD) 미니 발광다이오드(LCD) TV 패널은 자회사인 차이나스타(CSOT)의 10.5세대 LCD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하이센스도 110형 미니 LED TV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TV 제조사들은 TV에 탑재된 인공지능(AI) 성능을 강화하는 등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대 제품 대비 8배 많은 512개 신경망과 2배 빠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갖춘 2024년형 TV 신제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60.5%, 75형 이상 초대형 시장에서 33.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LG전자도 주력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더불어 올해 퀀텀닷나노발광다이오드(QNED) TV 신제품에 98형을 추가하는 등 초대형 TV 시장 영향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프리미엄 TV 기술력은 삼성전자·LG전자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가성비를 무기로 중국 업체들이 초대형 TV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초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4-04-10 19:24:54【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미국이 중국의 전기자동차(EV), 2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 주요 첨단 산업 제품의 초저가 공세 차단에 나섰다.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중국 총리를 만나 "중국의 산업 과잉 생산을 억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미국과 중국이 양국의 복잡한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 달라"면서 EV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 비관세 장벽, 미국 등 해외 기업에 대한 차별 등의 철폐를 요청했다. 옐런 장관의 이 같은 요청은 중국에서 과잉생산되고 있는 EV, 2차 배터리, 태양광 관련 제품의 저가 공세를 자제해 달라는 요구이다. 가격이 저렴한 중국 첨단 산업 제품이 미국으로 대량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리창, 중국 산업이 글로벌 녹색·저탄소 전환에 중요한 공헌 이에 대해 리창 총리는 "시장의 관점과 전 지구적인 시야로, 경제 규칙에서 출발해 객관적·변증법적으로 생산 능력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면서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 발전은 글로벌 녹색·저탄소 전환에 중요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맞섰다. 또 "중국과 미국은 세계 양대 경제 대국으로서 경제적 이익이 깊이 융합되고 경제·무역 협력 강화는 양국 각자의 발전과 글로벌 경제 성장에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면서 "미국이 중국과 함께 공평 경쟁과 개방 협력의 시장경제 기본 준칙을 견지하고, 경제 문제를 정치화·안보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양국 관계가 안정화되고 있으며 옐런 총리의 중국 방문으로 일부 건설적인 진전이 이뤄졌다"라고 유화적인 입장도 보였다. 이어 "중국은 양국이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면서 "양측이 서로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윈윈' 결과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앞서 지난 5일 옐런 장관의 과잉생산 우려 등에 대해 "미국의 보호무역을 위한 '구실'이자 '중국의 국내 성장과 국제 협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미중, 과잉 생산 등 거시경제 논의 위한 추가 회담 합의 지난 4일 엿새 동안의 방중 일정을 시작한 옐런 장관은 5·6일 중국 남부 광저우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만나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가진 최대 불만인 과잉 생산과 불공정 관행 등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미중 추가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옐런 장관은 방중 일정 동안 반복적으로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를 지적하면서 미국 기업과 노동자에게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어 달라고 중국에 촉구했다.옐런 장관은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는 건강한 양국의 경제 관계를 위해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04-07 18:52:05저가 웨어러블 제품이 잇따라 나오면서 올해 3·4분기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이 분기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가 브랜드 공세에 삼성전자도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이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은 1억484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기저효과로 소비가 폭발했던 2021년 3·4분기(1억4210만대), 2022년 3·4분기(1억4460만대)보다 많은 역대 최대치다. 1위인 애플은 2990만대의 출하량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6.7% 역성장했고 시장 점유율도 8% 떨어진 20.2%를 기록했다. 2위인 보트 모기업 이미지 마케팅은 출하량 143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고 시장 점유율도 8.3%에서 9.6%로 올랐다. 3위 샤오미는 출하량 116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0% 증가했으며 시장 점유율이 5.9%에서 7.8%로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출하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감소한 1070만대로 시장 점유율도 8.2%에서 7.2%로 감소했다. 화웨이도 850만대로 4.4% 역성장했고 시장 점유율도 6.2%에서 5.7%로 떨어졌다. 지테시 우브라니 IDC 리서치 매니저는 “웨어러블 시장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고 어느 정도 통합이 이뤄졌지만 시장은 여전히 브랜드와 폼 팩터 측면에서 다양성이 많은 편”이라며 “오우라, 노이즈, 보트, 서큘러 등 같은 신생 브랜드들의 스마트 링이 새로운 폼팩터를 시작하면서 기존 브랜드들의 혁신을 압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내년 초 스마트 밴드 ‘갤럭시 핏3’를 선보이고 스마트 반지 ‘갤럭시 링’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갤럭시 핏은 운동 활동 측정 기능에 집중한 스포츠 밴드로, 한 때 단종 수순을 밟은 것으로 여겨졌으나 차기작이 4년 만에 나올 예정이다. 갤럭시 워치 시리즈와 같은 스마트워치에서 기능을 단순화하고 가격대를 낮춘 웨어러블 기기다. 웨어러블 기기 라인업을 키우는 차원에서 후속작 출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제품에서는 디스플레이를 키우고 건강 측정·피트니스 기능을 늘려 사실상 ‘입문자용 갤럭시 워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스마트 반지 ‘갤럭시 링’에 대해서도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갤럭시 링은 광혈류측정센서(PPG)와 심전도(ECG) 센서 등의 탑재로 건강 지표나 수면 상태를 측정하는 기능이 지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 워치와 비슷하지만 반지 안쪽 면 전부가 손가락을 감싸는 형태기 때문에 더욱 밀접한 건강정보 측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의 스마트 워치 시장을 잠식할 우려도 있어 차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3-12-12 14:21:17메탄올 추진선이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떠오르면서 저가공세를 앞세운 중국 조선사들이 수주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이 메탄올 추진선 엔진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의 추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5일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최근 중국 양지장 조선과 8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한 건조계약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여기에는 옵션 4척도 포함돼 추가 수주도 예상된다. 이전까지 머스크가 발주한 총 19척의 메탄올 추진선은 모두 한국 조선소가 가져간 바 있어 중국 조선사의 수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머스크는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계열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 메탄올 추진선을 각각 18척, 1척씩 발주한 바 있다. 업계는 머스크가 낮은 선가와 짧은 인도기간을 고려해 중국 조선사를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조선사가 제시한 메탄올선 가격은 1억3000만달러 이상이지만 중국은 약 1억1500만달러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 조선사는 3년치 일감을 꽉 채워 2026년 하반기부터 인도가 가능하지만, 중국은 도크에 여유가 있어 2025년 말부터 2026년 사이에 인도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의 추격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메탄올 추진선의 핵심인 메탄올 추진 엔진 기술력에서 한국이 월등히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별도의 엔진사업부를 가지고 메탄올과 디젤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메탄올 이중연료 엔진을 생산 중이다. 이를 토대로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대형 컨테이너선에 메탄올 추진 엔진을 탑재하는 등 관련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탄올 추진선의 글로벌 발주 물량 50% 이상을 국내 조선소가 수주하고 있다"며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 조선소들이 국내 선박용엔진 생산업체에서 제작한 메탄올 추진 엔진을 납품받아 선박을 건조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중국 조선소들이 저가 물량을 가져가면 국내 조선사들이 보다 고가의 수익성 높은 선박을 수주하는데 유리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메탄올선의 시장 전망은 밝다. 프랑스 해운 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메탄올 추진선 시장은 청정연료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 연료유에 비해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0% 온실가스 25%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2023-05-15 18:0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