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지도교수가 전공의를 상습 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지도교수가 모든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습 폭행 의혹에 외래·수술까지 배제 22일 조선대병원에 따르면 병원 측은 A교수를 모든 진료 행위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병원 측은 A교수와 피해자인 4년차 전공의 B씨를 분리조치하고 A교수를 콘퍼런스 등 일체 회의에는 불참시키되 사전에 예약된 외래진료와 수술 등은 기존대로 진행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전날 교육수련위원회 추가 논의 결과, 상습폭행 의혹이 불거진 교수의 병원 내 진료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 외래·수술까지 배제하기로 했다. 앞서 광주·전남 소재 지방 사립대학교 신경외과 전공의 4년차라 밝힌 B씨는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대학병원 전공의입니다. 상습 폭행에 대해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환자들 앞에서도 구타.. 안경 날아갈 정도로 빰 때려 B씨는 지난 8월부터 2개월 동안 담당 교수로부터 상습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여러 환자가 지나다니는 병원 복도에서, 심지어 외래를 보러 온 환자 앞에서, 간호사들과 병원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따로 불려가 수차례 쇠 파이프로 구타당하고, 안경이 날아가 휘어질 정도로 뺨을 맞았으며, 목덜미가 잡힌 채로 컴퓨터 키보드에 얼굴이 처박히기도 했다”라며 “폭행뿐만 아니라 수술 결과에 따라 벌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갈취당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B씨는 폭행 근거로 녹취 파일과 방범카메라(CC) 영상을 첨부했다. 녹취 파일에는 “야, 한 대라도 안 맞으면”이라는 지도교수의 육성이 담겨 있다. B씨는 “경각심을 일깨우고 후배 전공의 선생님들의 개선된 수련 환경과 신경외과 의국 발전을 위해 해당 교수의 해임을 강력하게 요청한다”라며 “본원에서 결단력 있고 단호한 조치를 통해 의료 사회 전반의 악습을 끊어내는 좋은 선례를 남겨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적었다. 이에 대한신경외과학회도 입장문을 통해 재발 방지 대책과 전공의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학회 측은 “지난 20일 제기된 전공의 상습 폭행과 관련된 영상, 녹취록과 관련된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라면서 “피해를 입은 전공의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또 “전공의에 대한 폭행과 폭언 등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학회 내 폭행과 폭언에 대응하는 조직을 정비하고, 전공의들에게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말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3-11-22 10:17:52[파이낸셜뉴스] 한 대학병원 지도교수의 상습적인 폭행을 고발하는 글이 온라인상에 퍼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광주 한 대학병원 신경외과 전공의 4년 차라고 밝힌 A씨는 지난 20일 온라인커뮤니티에 ‘상습 폭행에 대해 도와 달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담당 지도교수에게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 왔다”며 “병원 복도나 환자 앞은 물론 따로 불려 간 자리에서 쇠파이프로 구타당하고 안경이 날아갈 정도로 뺨을 맞은 적도 있다”고 적었다. 실제 A씨가 함께 올린 녹취록에선 지도교수 B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라고 중얼거린다. 곧이어 “아휴”라는 고성과 함께 누군가를 거칠게 때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A씨로 추정되는 인물은 간신히 “죄송합니다”라고 답한다. 이후에도 약 15초가량 수차례 폭행하는 듯한 소음이 이어진다. A씨는 “주먹으로 복부를 구타당한 후 한동안 헛기침 증상이 있었을 때, 왜 자꾸 기침하는지 걱정하는 아내에게 병원 침상에 부딪혔다고 둘러대는 제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폭행뿐 아니라 수술 결과에 따라 ‘벌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갈취당했다”라며 “이런 폭행을 당하면서도 가르침을 받는 전공의라는 제 신분과 지도 교수라는 위치 차이에서 오는 두려움이 커 꾹꾹 눌러 참아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쇠파이프를 들고 수차례 폭력을 행사했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두려움에 몸이 떨리고 악몽에 잠을 설친다”며 “두려움을 무릅쓰고 글을 쓰는 이유는 ‘나 하나 참고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후배 전공의 선생님들의 개선된 수련 환경을 위해 해당 교수를 해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해당병원은 해당 교수와 담당의를 분리조치 시켰다. 해당 병원 측은 21일 연합뉴스에 “당사자들을 즉시 분리 조치했고, 교육 수련위원회를 개최해 사실관계 등 관련 사안을 조사·심의할 예정”이라며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11-21 14:06:51전공의들을 상대로 상습 폭행과 폭언을 일삼은 의과대학 교수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폭행 및 모욕 혐의로 기소된 서울 소재 모 의대 교수 김모씨(57)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김씨는 서울 소재 한 의대 성형외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2015년 5월부터 2017년 3월까지 같은 대학 전공의 7명에게 상습적으로 폭행 및 폭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수술 보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환자 앞에서 자신에게 환자 수술비를 물었다는 이유 등으로 전공의들을 가격하거나 주삿바늘을 휘둘렀고, 간호사와 동료 앞에서 욕설하며 모욕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김씨의 지도·감독을 받던 전공의들은 가해행위에 심리적으로 위축돼 저항하거나 반발할 수 없었고, 상당한 정신적 충격에 시달렸다"면서도 "상당 부분 업무상 실수를 질책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전공의들을 오랜 기간 습관적으로 폭행·모욕한 죄질이 무겁고, 중요 신체 부위를 가격하고 도구를 사용하는 등 폭행 정도가 약하다고 할 수 없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량을 높였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2019-06-10 12:03:21전공의들을 수십 차례 폭행한 서울의 한 사립대학 의대 교수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양철환 판사는 폭행 및 모욕 혐의로 기소된 A대학병원 의과대 교수 B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법조계에 따르면 B씨는 2016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병원 등에서 전공의 7명을 23차례에 걸쳐 주먹, 아크릴 차트판 등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전공의들은 대부분 20대였다. B씨는 전공의들이 자신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면 주먹과 발로 머리, 목, 정강이를 때리거나 수술 방에서 전공의가 수술보조를 못한다는 이유로 주사기에 담긴 생리식염수를 얼굴에 뿌린 혐의다.또 간호사가 있는 수술 방에서 전공의가 환자 팔에 압박대를 잘 감지 못했다는 이유로 "XX새끼, X같은 새끼"라고 욕설하는 등 3차례 걸쳐 욕설을 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수술에 참여하는 전공의 피해자들을 폭행한 범행"이라며 "(피해자는) 피고인 가해행위에 대해 심리적으로 위축돼 저항하거나 반발할 수 없는 점,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는 점을 비춰보면 피고인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성형외과는 의료사고 위험성이 높은 편인 점, 업무상 실수에 대해 피고인이 이를 질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범행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객관적인 폭행 정도가 아주 심한 정도에 이르지 않은 점"을 양형이유로 밝혔다. 최용준 기자
2018-09-03 16:52:50전공의들을 수십 차례 폭행한 서울의 한 사립대학 의대 교수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양철환 판사는 폭행 및 모욕 혐의로 기소된 A대학병원 의과대 교수 B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법조계에 따르면 B씨는 2016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병원 등에서 전공의 7명을 23차례에 걸쳐 주먹, 아크릴 차트판 등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전공의들은 대부분 20대였다. B씨는 전공의들이 자신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면 주먹과 발로 머리, 목, 정강이를 때리거나 수술 방에서 전공의가 수술보조를 못한다는 이유로 주사기에 담긴 생리식염수를 얼굴에 뿌린 혐의다. 또 간호사가 있는 수술 방에서 전공의가 환자 팔에 압박대를 잘 감지 못했다는 이유로 “XX새끼, X같은 새끼”라고 욕설하는 등 3차례 걸쳐 욕설을 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수술에 참여하는 전공의 피해자들을 폭행한 범행”이라며 “(피해자는) 피고인 가해행위에 대해 심리적으로 위축돼 저항하거나 반발할 수 없는 점,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는 점을 비춰보면 피고인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성형외과는 의료사고 위험성이 높은 편인 점, 업무상 실수에 대해 피고인이 이를 질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범행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객관적인 폭행 정도가 아주 심한 정도에 이르지 않은 점”을 양형이유로 밝혔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2018-09-03 08:57:07전공의들에게 수년간 폭행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대 의대 교수가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30일 의과대학 A교수가 상습적으로 폭행을 행사하고 욕설을 했다는 주장이 서울대병원 소속 전공의들에 의해 제기됨에 따라 의대측이 대학 본부에 A교수의 징계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의대측은 병원 윤리위원회 등을 통해 자체 진상조사를 마쳤으며 서울대 본부 역시 해당 교수의 행동이 교수, 또는 의사로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 빠른 시일 내 총장 명의로 징계 요구를 하고 징계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병원 및 대학본부 조사에서 전공의들은 “진료 중이나 진료 준비 중에 ‘말투가 건방지다’ ‘행동이 무성의하다’는 등의 이유로 A교수에게 뺨을 맞거나 발에 차이기도 하는 등 모멸적인 행동을 당했다”고 주장, 재발 방지를 위해 병원이나 의대 내부가 아닌 대학본부 차원의 사건 처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관계자는 “해당 교수가 일부 주장에 대해 견해를 달리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전공의들에 대한 폭행이 도를 넘어선 정황이 인정된다고 본다”며 “이번 사건은 교수의 품위에 관련된 일이고 조만간 징계의결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교수는 “전공의의 잘못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가볍게 민 정도인데 이것이 증폭됐다”며 “폭행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고 의도적인 것도 아니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은 학교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A교수가 진료 업무를 맡지 않도록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yjjoe@fnnews.com조윤주기자
2008-05-30 09:27:00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만든 영화 '악(惡)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직설적이다. 결말은 놀랍고 은유적이다. 자연과 인간의 균형, 상류의 오염이 이야기의 중요한 축이다. 영화 얘기를 잠깐 하자면, 야생 사슴이 사는 일본의 오지에 글램핑장을 지으려 하는 자들이 있다. 그곳이 사슴이 다니는 길목인지, 산에서 내려오는 샘물을 마을 주민이 식수로 쓰는지 등에는 관심이 없다. 몇 달 안에 글램핌장 허가를 받아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만 하면 된다. 사업설명회는 급조됐고, 책임자는 불참했다. 설명회장에 모인 20여명의 주민들은 극렬하지 않으나 단호하게 반대한다. 글램핑장 내에 설치되는 정화조의 시설용량이 총수용인원에 비해 부족하고, 위치상 지하수와 하류의 샘물을 오염시킬 것이라고 했다. 권한이 없는 담당자는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뻔한 답만 한다. 마을 회장이 "상류가 오염되면 하류에는 더 큰 혼란이 일어난다"며 계획을 수정해 가져올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 영화는 현실을 투영한다. 필자에게 상류는 중의적으로 다가왔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는 두 개의 상류가 있어서다. 상류 중의 상류, 국회의원 300명을 선출하는 선거가 내일(10일)이다. 선거는 막말·혐오·자극이 판치는 저질로 후퇴했다. 인물·청년·정책은 고사했다. 일부 후보의 도덕성은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자정(自淨) 수준을 넘어섰다. 거대 양당의 공천을 받은 인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들은 누구인가. 대학생 딸 명의로 새마을금고 소상공인 사업자대출을 편법으로 받아 31억원 상당의 강남 아파트를 산 자, 이대생 미군장교 성상납과 같은 막말·역사왜곡 망언을 일삼은 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날 고가의 서울 성수동 다가구주택을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증여한 자 등이다. 민낯을 들켜버린 이들은 "업계 관행" "이 정도는 문제 될 게 없다"며 뻔뻔하다. 이들뿐이겠나. 여야 5개 당은 음주운전·폭행·사기·뇌물수수 등 전과가 있는 144명에게 공천장을 줬다. 혈세를 받아 공천하고 선거를 치르는 정당이 납세자이자 유권자인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애초부터 자정능력이 없거나 이 정도는 하류에서 알 수도, 알아도 별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건가. 국민보다 그들, 상류의 권력이 먼저다. 다른 하나의 상류, 의사들은 집단행동 중이다. '의대 2000명 증원 반대'를 요구하는 1만1000여명의 전공의들은 집단사직했다. 수백명의 의대 교수들도 '제자를 지키겠다'며 사직서를 내고 진료를 거부할 태세다. 의사의 사명·책임을 기대하는 국민의 상식은 짓밟혔다. 최상류 특권층인 내 앞에 정부든 국민이든 무릎을 꿇으라는 것이다. 그들의 분노는 정당한가. 방법이 잘못됐다. 지난 20여년 이런 식으로 의사집단과 타협했다. 정부는 한쪽 눈을 감아왔다. 결국 '내 것은 하나도 빼앗길 수 없다'는 의사집단의 직역 이기와 오만을 키웠다. 심각한 의료재정 부실과 의료체계 왜곡을 가져왔다. 이를 바로잡는 데 우리 사회는 더 많은 혈세를 써야 할 판이다. 의사가 되려면 상대적 재능과 상당한 시간, 비용이 드는 일임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오롯이 내 능력과 내 돈으로 이룬 것이니 상류의 특권을 누릴 자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잊어선 안 될 게 있다. 한 아이가 교육을 받고 의사로 성장하기까지 국가와 이웃, 우리 사회가 함께 만든 유무형의 공적 자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은 아래로 흐르는 게 이치다. 모두 연결돼 있다. 상류의 부실한 정화조에서 흘러나오는 '오수'는 하류에 해악을 끼친다. "상류에서 벌인 행동은 계속 쌓이고 쌓여 엄청난 결과를 초래합니다. 하류 사람은 상류를 비난하게 되고 다툼이 일어납니다. 상류는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더러운 물을 전부 하류에 흘려보내선 안 됩니다." 영화 속 대사가 우리 사회의 정곡을 내리친다. 국민들은 무결의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적어도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 상·하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skjung@fnnews.com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2024-04-08 18:06:05"홍지민님 환자분류소로 오세요." 지난 12일 오후 8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실 앞 복도가 환자와 보호자, 구급대원들로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자동차 접촉사고, 폭행사고 등으로 119 구급차에 실려온 성인 환자들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홍지민양(12) 가족이 보였다. 홍양은 엄마, 여동생과 손잡고 5분 정도 기다리다가 환자분류소로 향한 후 간단한 증상 진단과 함께 곧바로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의사가 없다" 6개월간 소아과 응급진료 '소멸' 홍양 가족은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뒤 이태원동에 살고 있다. 홍양 어머니 홍하나씨는 "병원이 소아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있어서 제때 진료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아병상에는 12세 남자아이가 자리를 잡았다. 이마에 가로 5㎝, 세로 3㎝에 가까운 상처가 나 있었다. 간호사가 소독약을 바르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사는 이재연군은 학원 버스에서 내려 빙판길을 뛰다가 계단에서 이마를 부딪혀 119에 실려왔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인근 병원 응급실 포화로 이곳까지 오게 됐다. 홍양이 성인 환자들을 제치고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소아 전용 응급실 병상 덕분이다. 1개월 전만 해도 홍양에 대한 야간진료는 이 병원에서 불가능했다. 전국에 퍼진 소아과 의사 부족현상 때문이다. 순천향대 서울병원도 의사 부족에 시달렸다. 소아과 기피현상으로 전공의가 부족해지자 이 병원은 지난해 5월까지 교수들이 야간진료를 맡았다. 수련의가 맡을 자리를 경력 의료진이 몸으로 때운 셈이다. 교수들이 쓰러지는 사태가 나오자 6월부터는 연말까지 야간 소아과 응급진료를 받지 않았다. 소아과 응급의료 서비스가 소멸 상태에 다다른 셈이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서울시와 함께 대안을 겨우 찾았다. 서울시가 구축한 '서울형 야간·휴일 소아의료체계'다. 6개월간 문을 닫았던 순천향대 서울병원의 야간 소아 응급진료는 지난달 20일부터 재개됐다. 이 병원은 서울 서북권역의 '우리아이 안심병원' 중 하나로 지정되면서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3명을 투입, 각각 주 2회씩 야간진료를 본다. 안심병원 운영을 위해 응급실 28개 병상 중 4개를 소아 전용으로 전환했다. ■소아과 '폐과'→전공의 급감→'응급실 뺑뺑이'까지 서울시가 소아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한 이유는 필수의료 부족현상과 맞물려 있다.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으로 의료진이 구속되자 아동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소아과 진료를 중단하겠다며 '폐과'를 선언했다. 의원급 병원이 문을 닫으며 경증 환자가 응급실로 몰렸다. 동시에 의대 학생들의 소아과 전공의 지원도 급감, 2022년부터 응급실에서 소아과 야간진료가 불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증 환자가 응급실로 몰리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됐다"며 "야간에도 경증 환자는 의원급에서 해결하고, 응급실은 위급한 환자가 적기에 이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권역별로 의원급 9곳, 병원급 8곳, 전문응급센터 3곳 등을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의원급을 대상으로 '달빛어린이병원'을 별도 운영해 상호 보완한다. 양현종 순천향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전공의가 없어 1년 가까이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밤새 일하다 쓰러지기도 했다"면서 "주변 병원 응급실이 다 닫으면서 환자가 몰려 더욱 힘들었지만 안심병원 지정 후에는 부모들의 패닉이 많이 줄어 응급실 운영도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지원으로 다시 소아과 응급진료가 재개됐지만 사태가 전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소아과는 필수 의료이지만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비급여 진료도 거의 없어 의사나 병원 입장에선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운영이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게 의료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양현종 교수는 "소아과는 무조건 적자다. 정부가 지원하지만 충분하지 않아 병원에서도 같은 규모로 지원해줘야 유지할 수 있다"면서 "우리 병원은 웬만한 상급종합병원보다 많은 소아과 세부전공 교수님들이 계시지만 필수의료과는 돌아가면서 이런 일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1-15 18:21:27[파이낸셜뉴스] "홍지민님(12) 환자분류소로 오세요" 지난 12일 오후 8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실 앞 복도가 환자와 보호자, 구급대원들로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자동차 접촉사고, 폭행사고 등으로 119 구급차에 실려온 성인 환자들이 치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홍지민양(12)가족이 보였다. 홍양은 엄마, 여동생과 손잡고 5분 정도 기다리다가 환자분류소로 향한 후 간단한 증상 진단과 함께 곧바로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의사가 없다" 6개월간 소아과 응급진료 '소멸'홍양 가족은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인으로 귀화한 뒤 이태원동에 살고 있다. 홍양 어머니 홍하나씨는 "병원이 소아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있어서 제때 진료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아병상에는 12세 남자아이가 자리를 잡았다. 이마에 가로 5cm, 세로 3cm에 가까운 상처가 나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소독약을 바르자 비명이 터져나왔다. 서초구 양재동에 사는 이재연군은 학원 버스에서 내려 빙판길을 뛰다가 계단에서 이마를 부딪혀 119에 실려왔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강남세브란스병원 등 인근 병원 응급실 포화로 이곳까지 오게 됐다. 홍양이 성인 환자들을 제치고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소아 전용 응급실 병상 덕분이다. 1개월 전만 해도 홍양에 대한 야간 진료는 이 병원에서 불가능했다. 전국에 퍼진 소아과 의사 부족 현상 때문이다. 순천향대 서울병원도 의사 부족에 시달렸다. 소아과 기피 현상으로 전공의가 부족해지자 이 병원은 지난해 5월까지 교수들이 야간진료를 맡았다. 수련의가 맡을 자리를 경력 의료진들이 몸으로 때운 셈이다. 교수들이 쓰러지는 사태가 나오자 6월부터는 연말까지 야간 소아과 응급 진료를 받지 않았다. 소아과 응급 의료 서비스가 소멸 상태에 다다른 셈이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서울시와 함께 대안을 겨우 찾았다. 서울시가 구축한 ‘서울형 야간·휴일 소아의료체계’다. 6개월간 문을 닫았던 순천향대 서울병원의 야간 소아 응급진료는 지난달 20일부터 재개됐다. 이 병원은 서울 서북권역의 '우리아이 안심병원'중 하나로 지정되면서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3명을 투입, 주 2회씩 야간 진료를 본다. 안심병원 운영을 위해 응급실 28개 병상 중 4개를 소아 전용으로 전환했다. 소아과 '폐과'→ 전공의 급감→'응급실 뺑뺑이'까지서울시가 소아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한 이유는 필수의료 부족 현상과 맞물려 있다.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의료진이 구속되자 아동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소아과 진료를 중단하겠다며 '폐과'를 선언했다. 의원급 병원이 문을 닫으며 경증 환자가 응급실로 몰렸다. 동시에 의대 학생들의 소아과 전공의 지원도 급감해 2022년부터 응급실에서 소아과 야간진료가 불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터져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증 환자가 응급실로 몰리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됐다"며 "야간에도 경증 환자는 의원급에서 해결하고 응급실은 위급한 환자가 적기에 이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권역별로 의원급 8곳, 병원급 9곳, 전문응급센터 3곳 등을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의원급을 대상으로 '달빛어린이병원'을 별도 운영해 상호 보완한다. 양현종 순천향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전공의가 없어 1년 가까이 교수들이 돌아가면서 밤새 일하다 쓰러지기도 했다"면서 "주변 병원 응급실이 다 닫으면서 환자가 몰려 더욱 힘들었지만 안심병원 지정 후에는 부모들의 패닉이 많이 줄어 응급실 운영도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지원으로 다시 소아과 응급진료가 재개됐지만 사태가 전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소아과는 필수 의료지만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비급여 진료도 거의 없어 의사나 병원 입장에선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운영이 쉽지 않은 구조라는게 의료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양현종 교수는 "소아과는 운영하면 무조건 적자다. 정부가 지원하지만 충분하지 않아 병원에서도 같은 규모로 지원해줘야 유지할 수 있다"면서 "우리 병원은 웬만한 상급종합병원보다 많은 소아과 세부전공 교수님들이 계시지만, 필수의료과는 돌아가면서 이런 일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1-14 12:56:05【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자신에게 항의한다는 이유로 술자리에서 전공의를 소주병으로 때린 전북대병원 교수에게 벌금형이 내려졌다. 전주지법 형사7단독은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전북대병원 A교수에게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A교수는 지난해 9월29일 전북 전주시 한 음식점에서 전공의 B씨 머리를 소주병으로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A교수는 당시 B씨가 자신의 말에 항의를 하자 홧김에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측은 A교수에게 직무정지와 정직 등 징계했지만 징계처분 6개월 만에 교수 복직을 허용했다. 전문의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B씨는 A교수를 고소했고 검찰은 사안의 경중, 폭행 피해 정도, 유사 사례를 고려해 A교수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 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2023-09-04 15:4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