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부모가 오늘 13일 법정에 선다. 정인양의 죽음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된 양모는 살인죄가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오늘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양모 장모씨의 첫 공판을 연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양부도 함께 재판을 받는다. 보통 1차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인정신문과 검사의 공소요지 진술이 진행된다. 피고인 측 변호인이 공소제기에 대한 의견을 밝힐 수도 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할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전문부검의 3명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으로부터 정인양의 사망원인에 관한 재감정 및 의학적 자문을 받았고 관련자료를 면밀히 살펴봤다. 검찰은 오늘 장씨의 공소장 변경 여부를 공개할 예정이다. 사건 수사팀과 지휘부는 전날 법의학자들의 재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긴 논의를 거쳐 장씨에게 적용할 혐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장씨 측은 학대와 방임 등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살인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앞서 장씨는 검찰 수사에서 정인 양을 들고 있다가 실수로 떨어뜨려 사망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한편, 법원은 오늘 재판에 대한 관심을 고려해 중계 법정 2곳을 마련하고 재판을 생중계한다. 51명을 뽑는 재판 방청권 추첨에 총 813명이 응모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1-01-13 07:32:04[파이낸셜뉴스] 유족이 없는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처리가 피해자 유족이 있는 다른 사건에 비해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족이 있으면 수사상황을 전달받고 공소장도 받아볼 수 있지만 정인양 사건은 유족이 없는 탓에 수사상황이 철저한 비밀에 붙여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다수 국회의원들이 법무부에 공소장 공개를 요청했으나 법무부는 공소장 원문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는 이미 다수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돼 있는 수사내용만을 공개했다. 췌장이 절단되고 다수 뼈가 부러지는 등 지나친 폭력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은 검찰 판단에도 의혹의 눈길이 쏠린다. <본지 2020년 12월 16일. ‘16개월 입양아 사망사건 "살인이냐 학대냐"’ 참조> ■국회 요청에 법무부 “양부모 권리 침해우려” 9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여럿이 최근 정인이 사건 가해 양부모를 기소한 법무부에 사건 공소장을 요구했다 거절당했다. 법무부는 공소장을 요청한 의원에게 의원 이름만 바꿔 동일한 내용의 답변을 발송했다. 법무부는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아직 공판기일이 진행되지 아니하여 전문을 제출할 경우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건 관계인의 사생활과 명예 등 인권을 침해할 우려”를 들었다. 법무부는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은 근거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언급했다. 해당 규정은 공소제기 후의 형사사건에 대하여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공개할 수 있다. 법무부는 정인이 사건 공소내용을 공개하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해 양부모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법무부는 관련 요청을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남부지검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에서 유족이 검찰 공소장을 열람 및 복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데 있다. 검찰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부터 어떤 쟁점으로 공판에 임할지를 공판 전에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정인이 입장은 누가 대변하나 공소장 확인만이 아니다. 유족이 있을 경우 가해자 구속이나 경찰과 검찰 수사과정에서 참고인 소환 등 기본적인 조사내용을 통지받을 수 있다. 재판에서 진술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가해자인 양부모에 반해 정인이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법적 유족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유족을 대신해 공소장을 받아볼 필요가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공소장 공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양모 장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이를 방치한 양부 안씨를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의료계에선 “아이가 죽으라고 치지 않으면 입기 어려운 상해”라는 의견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비슷한 사례에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검찰은 뒤늦게 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의견서를 요청하고 부검의 3명에게 재감정을 의뢰했지만 여론과는 상관없는 조치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소장 변경 가능성이 없다는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의사회 의견서에선 △“유방확대 수술 후유증으로 아이를 떨어뜨렸다”는 장씨의 주장이 거짓으로 보인다는 내용 △심폐소생술 과정에선 췌장이 끊어지기 어렵다는 의견 △정인양의 결정적 사인인 췌장 손상은 주먹으로 강하게 때린 결과로 보인다는 분석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없는 정인이, 검찰 견제는 누가?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의 전권을 쥔 검찰이 유족 등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공판에 임할 것이란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의료계와 법조계의 합리적 문제제기에도 검찰은 살인죄 적용을 않은 구체적 이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유족이 한 명이라도 있어 공소장을 확인했다면 혹여 있을 수 있는 문제를 견제할 여지가 있기에 아쉬운 대목이다. 다수 의원이 법무부에 공소장을 요청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유족이 없어 형사사건 수사기록을 보지 못한다는 건 비참한 일”이라며 “양부모에게 짓밟혀 사망한 아이가 혹여 억울하지 않도록 국민 대표들이 나서 자료를 보겠다는데 꽁꽁 감춰두는 게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조두순 사건에서 보듯이 검찰이 수사나 기소를 잘못해서 망친 사건이 한둘인가”라며 “사건별로 (법무부가) 사건 내용을 공개하는 정도가 다른데 정인이 사건은 특히 중요한 내용이 빠져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참여정부 때 사법개혁 일환으로 시작된 검찰의 '국회에 공소장 전문 공개'는 지난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관련해 "잘못된 관행"이라며 폐지했다. 이후 법무부는 국회의 공소장 요청에 '비공개'로 대응하고 있는 상태다. 정인양은 유족이 없다. 친모는 친권을 포기하고 입양에 동의해, 법적인 가족이 아니다. 위탁모나 입양기관 역시 유족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가해자인 양부모에 대항해 혹여 수사나 공소유지가 미진한 부분을 견제할 수 있는 피해자의 최소한의 권리조차 행사하기 어렵다. 그 역할을 일부나마 대신하고자 했던 의원들의 요청도 묵살됐다. 이에 유족이 없는 사례에 한해서라도 공소장 비공개 방침을 수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인이 사건 첫 공판은 오는 13일 열린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재판장) 심리로 306호 법정에서 진행되며 같은 층 312호와 315호 법정에서 실시간 생중계 된다. 방청권은 무작위 추첨제로 배포한다. ■파이낸셜뉴스는 일상생활에서 겪은 불합리한 관행이나 잘못된 문화·제도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김성호 기자 e메일로 받고 있습니다. 제보된 내용에 대해서는 실태와 문제점, 해법 등 충실한 취재를 거쳐 보도하겠습니다. 많은 제보와 격려를 바랍니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2021-01-09 12: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