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외수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실을 확인해 보자'며 옹호성 발언을 내놓았다. 이외수는 25일 SNS를 통해 "이명박 박근혜 시절 언어도단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부정부패나 사고 처리에 대해서는 찍소리도 못하던 성인군자들이 당시에 비하면 조족지혈도 못 되는 사건만 생겨도 입에 거품을 물고 송곳니를 드러내는 모습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갑자기 공자님을 위시한 역대급 도덕군자들이 한꺼번에 환생했나 싶을 지경"라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은 최근 조 후보자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옹호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언론들, 그리고 정치꾼들이 쏟아내는 그 많은 소문들과 의혹들이 과연 사실인지 아닌지도 확인해 보지 않은 채로 일단 짱돌부터 던지시는 건 아닌지, 찬찬히 한번 생각해보자"고 적었다. #이외수 #조국 #조족지혈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19-08-25 14:45:23지난 7월 육군 36사단 예하부대의 동원예비군 훈련에서 예비군의 미아가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건이 지난해 연말 언론에 보도되면서 유사시 대비해야 할 예비전력의 중요성이 '입'으로만 강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인구절벽 등으로 현역병 중심 전력유지 어려워 동원예비군 관련 전문가들은 '인구절벽, 짧은 복무기간 등으로 더이상 상비군(현역) 중심의 전력유지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한다. 동원예비군 실무를 담당했던 한 예비역은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1만원에서 1만5000원으로 인상된 예비군 훈련 보상비 등은 예비전력의 질적 양적 강화의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면서 "정부가 '국방개혁 2.0'을 통해 병력중심의 군구조를 과학화 전문화로 체질개선 하겠다고 하지만 여전히 예비전력과 관련된 혁신적인 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예비역은 "군의 과학화 전문화로 상비병력의 감축이라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북한지역의 안정화(민사) 작전 등 유사시 필요한 병력을 확충하기 위한 예비전력에 관한 제도와 예산은 사실상 '새발의 피'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사시 중국 등 외세의 간섭없이 북한지역을 안정화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지상군 병력이 필요하지만, 전체 국방예산에서 0.3~1%도 안되는 예비군 관련 예산으로는 불가능 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예비군 훈련이 핵심인 향토사단과 동원사단은 인력과 예산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향토사단의 경우 1개 중대편성은 전방 상비사단의 1/10 수준으로 중대장 1명에 분대 수준인 병사 10여명 정도가 고작이다. 부사관은 중대 편제 편성돼 있지도 않다. 일부 중대장들은 부족한 대대참모 업무를 겸직하는 경우도 많아 격무에 시달리고, 현역병들은 훈련장 개보수 작업 및 훈련 교보재 관리와 일반훈련의 임무가 과중돼 피로도가 높다. ■ 군 당국 동원예비군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현재 부대개편으로 해제될 동원사단들은 이보다 더 심각한 병력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으로, 육군의 경우 동원사단을 대신할 동원지원단을 향토사단에 별도 편성하고 있지만 이 또한 즉응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보병대대 6~10개 1개 포병 대대 또는 기계화 대대로 편성되는 동원지원단은 1개 관리중대를 제외하면, 예비역 대위 또는 소령으로 임명된 정작과장 혼자서 전시 부대 증창설을 수행해야 한다. 예비역인 정작과장이 전시에 편서되는 중령급 대대장이 충원 될 때까지 동원예비군의 인도인접과 동원물자를 수령하고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익명의 한 동원업무 실무자는 "제도상의 문제도 문제지만, 향토사단의 일부 지휘관들의 인식도 문제"라면서 "동원예비군은 전시에 자신의 부대를 증원하는 병력인 만큼 예비군 훈련이 아니라 부대훈련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실무자는 "부대훈련인 만큼 해당 대대의 대대장과 작전장교가 훈련을 주도해야 하지만, 중대장과 겸직을 맡고 있는 동원장교들이 훈련전반을 책임지고 있다"면서 "작전장교 보다 군 경력도 부족하고 부대관리 업무에 시달리는 동원장교가 과중된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일선에서는 대대장 교육반에 동원훈련 관련 교육시간을 기존 4시간에서 8시간으로 늘려, 동원훈련을 내실있게 강화하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향토사단의 예비군 관련 예산도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육성자금에 의존하는 상황이라, 지역별 편차도 심각한 편"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동원예비군의 중요성을 예비군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현실적 보상금을 즉응예비자위관(동원예비군)에게 지급하고 있는 일본 자위대의 제도를 면밀히 연구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2018-01-08 14:06:22[파이낸셜뉴스] 일본 후쿠시마원전 해양 방류문제로 여론이 찬반으로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평생 방사선을 이용해 암환자들을 치료해온 원로 의사가 다른 핵물질을 걸러서 삼중수소만 흘려보내는 건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부산 온종합병원 암센터 류성렬 센터장(전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종양학과 부장·사진)은 언론사 기고문으로 작성한 '삼중수소 방사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길고 물에 섞여서 쉽게 분리해 내지 못하지만 방출하는 방사선의 에너지가 약해서 몸속에서 암을 일으킬 힘이 없다"고 주장하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후쿠시마원전 오염 처리수에 삼중수소 양이 좀 많지만 우라늄이나 라듐·세슘 등 위험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것에 비하면 무시해도 될 정도"라며 괴담이나 억측 같은 주장에 너무 휘둘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류성렬 센터장(77)은 부산대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를 취득한 뒤 27년 간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종양학과 부장 등으로 진료하다 2017년 온종합병원 암센터로 옮겼다. 우리나라 초기 방사선암치료 기법을 설계한 이 분야 권위자다. 류 센터장은 대한방사선종양학회 회장, 대한암학회 부회장, 대한방사선생명과학회 초대회장, 대한방사선수술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우리나라 방사선 치료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다. 다음은 류성렬 센터장의 언론사 기고문 전문이다. 삼중수소 방사능 후쿠시마 원전 방출수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과학적 사실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 강조되면서 국민들이 가짜 뉴스에 쉽게 휘둘리진 않는다. 또 과학을 거슬릴 수 없어서 불안하지만 받아들이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급격히 발전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들이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치고, 때로는 정쟁의 대상이 된 적도 많았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상 방류에 대해 생각할 점은, 첫째, 원전 폭발 사건이 일어난 2011년 사회 이슈로 먼저 부각이 돼야 했다. 당시에 이미 정화나 여과되지 않은 채, 그야말로 방사능 오염수 자체가 지금의 '오염 처리수'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양이 바다로 쏟아져 나갔는데도, 그동안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해양 방류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는 몇 번씩 충분히 여과시키고, 방류 전에 물을 타서 농도를 희석시킨 후 흘려보내게 되므로 방사능 수치가 지난 2011년보다 약하게 된 것만은 자명하다. 둘째, 방출되는 방사성동위원소는 삼중수소 하나뿐이어서, 방사선의 세기가 약하다는 것이다. 물론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년 정도로 긴데다, 물의 정상 수소와 성질이 같아서 일반 물과 분리가 안 된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세슘, 우라늄, 플루토늄, 요오드 등 원자로와 관계된 방사성동위원소의 대부분은 고체이므로 필터를 써서 반복적으로 여과시키면 모두 걸러지는데, 삼중수소는 물과 같이 물속에 섞여 있으므로 분리가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방사선 피폭을 받으면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틀림없다. 그래서 무서워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이상 반응이 암의 발생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로 방사선에 피폭돼 살아남은 사람들을 지금까지 70년간 추적 관찰하여 방사선과 암의 발생에 관한 과학적 데이터를 얻은 바 있다. 그 자료에 의하면 방사선의 양에 따라 암이 발생할 확률이 증가하는데, 건강검진 가슴 엑스레이 한 번 촬영할 때 받는 방사선의 양으로 암이 발생할 확률은 0.0003%다, 피검자 1000만명 중에 3명이 암에 걸린다는 거다. 가슴 CT 촬영의 경우 암 발생률이 0.005%여서, 피검사자 1백만 명 중 50명이 걸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인구 1백만 명당 1명이 사망할 확률은 담배 1개비, 50㎞ 자동차 운전, 바다낚시 1시간 동안 일어날 가능성과 같으며, 이는 또 정크푸드 같은 음식은 한 끼만으로도 암으로 같은 사망 확률을 가진다고 한다. 다시 말해 방사선에 피폭돼 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저절로 암이 발생할 확률 20∼25%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2017년도 총 인구 대비 암 발생률 23.2%) 셋째, 이번에 바다에 흘려보내는 삼중수소(트리튬)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후쿠시마 처리수의 경우, 삼중수소의 방류 양과 방류 후 해류를 따라 어떻게 돌아서 우리의 바다를 얼마나 오염시키느냐가 논란의 중심이었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불안정한 물질이다. 이 때문에 에너지를 내뱉으면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때 나오는 에너지가 방사능이다. 그런데 방사성동위원소들은 저마다 서로 다른 고유의 방사능을 가지고 있다. 동위원소는 원자핵이 깨어지면서 알파, 베타, 감마선이라는 세 가지 방사선을 방출한다. 감마선은 X선과 똑같고, 베타선은 크기나 성질에 있어 전자와 같다. 알파선은 전자보다 4천 배나 큰 미세 입자이다. 그런데 삼중수소는 베타선만 방출한다. X선이나 감마선은 우리 몸을 뚫고 지나가지만, 전자선은 고체 덩어리이므로 물질을 잘 뚫고 지나가지 못한다. 방사선도 어떤 종류를 얼마나 강하게 분출하느냐가 중요하다. 감마선이든 전자선이든 발생한 동위원소 종류에 따라 날아가는 힘이 서로 다르다. 이 힘의 단위는 전기의 볼트(V)를 쓴다. 가슴 엑스레이 촬영을 할 때는 보통 100㎸를 쓴다. 그래야 우리 몸을 뚫고 나온 엑스선이 영상으로 찍히기 때문이다. 삼중수소의 전자선(베타선) 에너지는 평균 6㎸이다. 엑스레이의 10분의1도 안 된다. 거기에다 미세 입자이기 때문에 우리 몸에 들어와도 몸을 구성하는 조직을 깊이 뚫고 들어갈 수 없다. 공기 중에서도 6㎜밖에 나아가지 못한다. 몸을 완전히 뚫고 지나가는 엑스선이나 감마선이라야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삼중수소는 수명(반감기)이 길고 물에 섞여서 쉽게 분리해 내지 못하지만, 방출하는 방사선이 몸속에서 작용하는 힘이 약하여 암을 일으킬 수 있는 확률이 낮다. 따라서 오염 처리수에 삼중수소의 양이 좀 많아도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우라늄이니 라듐이니 세슘이니 하는 위험한 방사선을 내는 것에 비하면 무시해도 될 정도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3-08-12 08:25:57글 쓰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전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투자한 오픈AI가 선보인 서비스다. 출시 5일도 안돼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은 데 이어 지금은 1억명을 돌파했다. 넷플릭스가 회원 수 100만명을 채울 때까지 3.5년, 인스타그램이 회원 수 1000만명을 넘기는 데 325일 걸린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선풍적인지 알 만하다. 챗GPT의 '챗(Chat)'은 '대화', GPT는 '사전 훈련된 생성 변환기(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란 뜻이다.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설계된 초거대 AI를 바탕으로 이용자가 건넨 질문에 대화하듯 답을 글로 생성해 내놓는 처음 보는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당장은 MS와 구글 간 빅테크 전쟁이다. 구글은 6일(현지시간) MS에 맞설 대항마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대화형 AI 서비스 '바드(Bard)'를 수주 안에 서비스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챗GPT가 나온 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구글은 끝났다(Google is done)'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데이터 자료보다 영상자료를 선호하는 MZ세대에 의해서 전통적인 형태의 검색엔진은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AI 대전에 한국은 끼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2600억원을 투입해 학습용 데이터 확보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조 단위 거금을 쏟아붓는 미국·중국·이스라엘 3강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국내 초거대 AI 개발은 관련 인프라를 갖춘 네이버, 카카오, KT, LG 등 몇 개 기업만 겨우 수행하는 수준이다. 국내 AI 관련 스타트업은 세계 수준에 한참 뒤처져 있다. 글로벌 AI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 91곳 중 한국엔 단 한 곳도 없다. 미국 53개, 중국 19개, 영국 4개, 이스라엘 3개 순이다. AI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핵심이다. AI 업계에서는 승자독식이라는 등식이 통한다.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의 주도권 싸움이 곧 국가 대리전 양상을 띠기 마련이다. 반도체처럼 말만 말고 더 늦기 전에 통 큰 지원을 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이인삼각'으로 죽도록 달려도 경쟁이 될 둥 말 둥하다.
2023-02-07 18:31:22탈레반이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을 접수했다. 이 무장단체가 20년 만에 귀환한 수도 카불은 곧 여성을 비롯한 수많은 아프간인들에겐 생지옥이 됐다. 탈출을 기도하던 엄마들이 카불 공항 철조망 너머로 아기들을 공처럼 던지는 장면이 목격됐다. 자신은 죽더라도 피붙이는 미군 병사들의 손에 맡기려는, 처절한 시도였다. 아프간 정부가 허망하게 무너진 배경을 놓고 논란은 분분하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의 카불 진입 직전 해외로 도피했다. 그는 헬기에 다 싣지 못할 만큼 돈다발을 싸들고 갔다는 보도는 부인했다. 하지만 맨몸으로 피신했던들 비겁함이 면책될 리 없다. 다만 오롯이 지도자의 무능과 부패만이 문제가 아니다. 탈레반에 호된 인권탄압을 받았던 아프간인들 모두 전의를 잃고 사분오열돼 있었기에…. 아프간 붕괴의 직접적 도화선은 미군 철수였다. 철군 발표 4개월 만에 무너지리라 예측 못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욕을 먹었다. 하지만 철군은 오바마 정부 이래 예정된 수순이었다. 셰일혁명으로 에너지안보를 확보한 미국으로선 중동 유전을 지킬 길목인 아프간의 지경학적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탈레반의 카불 입성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은 지 1년 반 만이었다. 기시감이 들었다. 1975년 미국과 북베트남이 파리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2년 만에 남베트남 사이공이 함락됐다. 두 장면의 공통적 메시지는 자명하다. 스스로 나라를 지킬 의지를 잃은 나라를 끝까지 보호할 우방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20년간 2600조원을 쏟아부은 아프간을 '손절'했다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물론 지금으로선 "인천공항이 카불공항이 될 수 있다"(국민의힘 정진석 의원)는 우려는 기우일지도 모르겠다. 주요 20개국(G20) 대열의 한국을 세계 최빈국 아프간과 동렬에 놓을 순 없다. 미국도 카불 함락 뒤 "주한미군 감축 의사는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우리 안을 돌아보면 걱정스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북한이 주적이라는 개념을 삭제한 문재인정부에서 군의 기강이 말이 아니다. 육·해·공군을 막론하고 성추행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대통령 동생이 탈레반에 충성 맹세한 아프간에 비해선 조족지혈이지만, 시민들의 안보의식도 흐릿해진 느낌이다. '충북동지회'란 단체가 북한이 원하는 대로 스텔스기 도입 반대 투쟁을 벌였다니 말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페이스북에 "북한은 남침할 능력은커녕 체제유지가 더 절박하다"고 썼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국도 아프간처럼 될 것"이라고 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의 글을 반박하면서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존재는 미국 안보에도 필수"라는 송 대표의 지적은 맞지만 가공할 위협인 북핵은 쏙 빼고 북 재래식 무기가 낙후하다고 남침 능력이 없다고 한 건 설득력이 없었다. 심지어 신임 국립외교안보원장은 "북한의 경제력이 남한의 53분의 1"이라며 한미 연합훈련이 불필요하다고 했다. 문 정부가 비현실적 '평화 환상'에 젖어 있다는 징후다. 경제력과 문화 수준이 월등했던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가 왜 상무주의로 똘똘 뭉친 스파르타에 무릎을 꿇었나. 중국 국공 내전에서도 병력도 화력도 앞섰던 국민당군도 낡은 소총을 든 마오쩌둥 공산군에 패퇴했다. 집권층이 자강(自强) 의지를 잃고, 국민은 분열하면 안보는 무너진다는 게 아프간 사태의 핵심 교훈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2021-08-30 18:07:50[파이낸셜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일 경기도 유관기관 임원 A씨가 SNS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속적으로 비방하며 논란이 된 것과 관련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을 겨냥해 "본인들의 더 심각한 문제들은 다 감추고 일종의 침소봉대를 해서 지나치게 공격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바람직한 일은 아니어서 제가 발견하자마자 바로 감사 지시하고, 중징계를 지시했다. 물의를 일으킨 건 사실이니까"라며 "그래서 지금 직위해제 해놓은 상태다. 필요하면 뭐 만약 허위사실로 선거법을 위반했거나 하는 게 있으면 우리 손으로라도 법적 조치해서 처리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이 전 대표 측이 A씨와 이 지사의 연관성을 부각시키는 것에 대해 "인터넷 댓글, 뉴스 댓글 보시면 온갖 허위 사실 공작에 조작 댓글이 아주 횡행하다"며 "그런 거에 비하면 이건 정말 조족지혈에 불과한데 자꾸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도 한번 돌아보고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보면서 판단하고 행동하면 좋지 않겠냐. 그게 원팀 정신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 측에서 이 지사가 SNS 비방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별로 효과도 없는 SNS 하는 것을 제가 방치했다거나 알고 있었다는 것은 상식 밖의 억지"라며 "이런 것조차도 아주 심각한 네거티브"라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민주당 내 적통 논쟁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정통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이재명이 훨씬 더 민주당의 정강정책이나 역사에 더 부합한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겠다"면서 "그런 것보다는 사실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으로 더 나은 세상, 더 기회가 많은 세상을 만들기에는 누가 유능하냐. 제가 실력으로 검증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청렴하려고 정말로 노력했고, 청렴하고, 정말 먼지 털듯이 털어도 없지 않나"라며 "겨우 욕한 거 이런 거나, 그것도 큰 잘못이기는 하지만 신상에 관한 것 외 공무에 관한 문제는 없고 약속을 철저하게 지켰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더 중요한 건 제가 확장력, 본선 경쟁력이 가장 큰 후보다. 민주당을 위해서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색깔론과 구태정치를 하시는 걸 보고 공부하는 시간에 혹시 무협지 보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 분이 세금을 거둬서 국민들을 지원할 거라면 안 걷는 게 좋다는 생각을 말씀하시던데 이게 우리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야경국가 아닌가. 국가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국방·치안만 하는,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게 놀라웠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그분을 잘 모르기 때문에 평가하는 건 아직 이르다고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가장 중립적이어야 될 국가사정기관 책임자가 재임 기간 중에 정치적 발언을 하거나 정치적 의욕을 드러내는 것들은 위헌적 행동이 아니었을까, 정말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1-07-20 11:37:29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들에 재산세(지방세) 감면, 항공권 선결제 등 다양한 추가 대책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정작 그 지원의 규모는 현재 항공업계가 직면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산세 감면 "조족지혈도 안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시 중구와 서울시 강서구는 항공사 재산세율을 인하해주기로 했다. 한국항공협회 등이 주도적으로 이들 지자체와 만나 세율 조정을 건의했다. 협회는 이 두 지자체 이외에도 항공사로부터 재산세를 징수하는 또 다른 지자체인 부산 강서구에도 세율 조정을 건의, 협의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인천 중구와 서울 강서구는 5월말까지 조례개정을 통해 항공기 재산세율을 인하한다"며 "세액의 17%가량을 덜 내게 된다"고 말했다. 인천 중구와 서울 강서구가 징수하는 재산세 대상이 되는 항공기는 각각 121대, 189대다. 두 지자체는 모두 현행 과세표준 1000분의 3에서 1000분의 2.5로 세율을 인하할 계획이다. 국내 항공사 8곳이 감면받는 세액은 인천 중구가 28억원, 서울시 강서구가 24억7000만원으로 총 53억원 남짓이다. 업계에선 재산세 감면을 환영하면서도 그 규모가 너무 적다고 토로한다.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의 경우 재산세 감면을 받아도 재산세 50%를 감면받았던 2018년 이전보다 더 낸다"고 말했다. 실제 자산총액 5조원이 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2019년부터 재산세를 100% 납부하고 있다. 반면 LCC는 지방세특례제한법 제65조에 따라 재산세 50%를 감면받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도 2018년까진 똑같이 재산세 50%를 감면 받았지만, 2018년 8월 행정안전부가 지방세 관계 법률을 재정비하면서 감면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대한항공(350억원)과 아시아나(129억원)가 납부한 지방세는 약 479억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미국, 일본, 중국은 아예 항공기 재산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한도 1000억? 대한항공 "P-CBO 신청 안했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채권담보부증권(P-CBO) 지원안 역시 항공업계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엔 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P-CBO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 회사채를 발행하도록 도와주는 걸 말한다. P-CBO 지원 대상을 대기업까지 넓히면서 신용등급(BBB+) 대한항공도 신용보증기금에 코로나19 P-CBO 신청을 문의했지만, 결국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상환·차환해야 하는 빚이 4조5000억원인데 반해 P-CBO 한도는 1000억원에 그치는 탓이다. 아울러 항공업계 유동성 공급을 위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의 연간 예산에 계획된 항공권 구매대금 1600억원을 선지급한다. 국외여비 잔여 항공권 구매 물량의 80%다. 국가와 노선은 미정인 상태로 항공사들과 선구매 계약을 한 뒤 올해 안에 필요에 따라 사용하고 연말에 잔액 정산 등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장거리는 FSC, 단거리는 LCC를 우선 선정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각 항공사에 노선별 운임 정보를 알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일각에선 정부가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국책은행 등과 함께 조단위의 항공업 구조조정펀드를 조성할 것이란 풍문이 돌고 있다. FSC에겐 오너의 사재출연 등 자구책 이행을 전제로 자금을 지원하고, LCC는 에어버스와 보잉 등 기종별로 업계를 묶어 재편한다는 설이다.다만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들은 "'구조조정' 펀드 조성에 대해선 들어본 바 없다"고 말했다. 캠코 고위관계자도 "금시초문"이라고 답했다. 복수의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상식적으로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에게 출연할 사재가 있었다면 지난 3월 KCGI 등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은 애시당초 없었을 것이며, 아시아나도 인수 포기설이 나오는 HDC에게 사재출연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항공운송업은 정부가 지정한 특별고용지원업종"이라며 "제주-이스타항공처럼 자연스러운 인수합병(M&A)이 아닌 이상 워크아웃 신청도 이뤄지지 않은 LCC를 상대로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답했다. 전문가 대다수도 정부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한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현금이 바닥난 LCC에 긴급 운전자금으로 지원하고, 대규모 채무상환에 직면한 FSC에 대해선 만기연장과 지급보증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내놓은 2~6월 국내 항공사 매출손실은 6조4500억원에 달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2020-04-12 16:49:32"생존이 위급한 환자에게 영양제를 놔준 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항공업계 관계자들이 한국 정부의 지원에 대해 이렇게 토로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 손실만 6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등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와 달리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정부는 자국 항공산업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3월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각 선진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셧다운 위기에 놓인 자국 항공사에 대한 지원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전세계 하늘길이 꽉 막히면서 각 국적항공사의 경영난이 심각해진 탓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세계 항공업계 피해규모를 2520억달러(309조5000억원)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미국 국회와 정부는 지난 27일 긴급 지원 법안을 통과시키고, 자국 여객 항공사엔 보조금 250억달러(30조7000억원), 화물 항공사에겐 40억달러(4조9000억원), 협력업체엔 30억달러(3조7000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대출도 비슷한 수준으로 지원한다. 내년 1월 1일까지 항공운송과 항공연료에 부과되는 세금도 전액 면제다. 독일은 자국 항공사에 무이자 대출 기한을 연장해 주고 무한대 금융지원을 약속했고, 프랑스는 에어프랑스에 11억유로(약 1조5000억원)의 대출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최대주주 국부펀드 테마섹으로부터 105억달러의 주식과 전환사채 발행 동의를 얻었고, 대만도 10억달러(1조1000억원) 규모의 정부 대출을 실행했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의 항공업계 지원책은 '조족지혈' 수준이다. 미국 정부가 수십조원 단위의 지원을 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국책은행을 통해 저비용항공사(LCC)에 최대 3000억원의 범위에서 대출을 해주는 수준이다. 여기에 6월까지 항공기 정류료 면제, 안전시설 사용료 3개월 납부 연기, 운수권 회수 유예 등에 그친다. 국내 항공사들은 매달 허리띠를 더 꽉 졸라매고 있다. 대표 국적사인 대한항공조차 4월부터 전 임원이 급여의 최대 50%를 반납한다. 아시아나도 임원 급여 60% 반납과 함께 직원 무급휴직 기간도 최대 15일까지 늘렸다. 3월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한 이스타항공은 1~2년차 수습 부기장 80여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3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며 "전세계 항공사들이 유동성 위기 탓에 자체 신용만으로 채권 발행을 통한 경영 자금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항공사 채권 발행시 국책은행 지급 보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2020-03-31 18:35:49[파이낸셜뉴스]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7일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에 대해 "저를 친박이라 칭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진박감별사' 운운하는 것은 당치도 않다. 지금 우리 당에 친박이 어디 있나"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홍준표 전 대표님의 입이 거칠고 매사 '감탄고토' 식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근래 들어 그 경향이 심해진 것 같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홍 전 대표님이 대선후보 시절에는 '우리 당에 친박은 없다, 계파는 없어졌다'고 천명했다"면서 당 대표이던 때는 '우리 당에 계파는 없어졌다'며 '더이상 계파활동은 당원과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것도 최고위원으로서 수차례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랬던 분이 제가 '당의 지도자를 자임하는 분들은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며 당을 위해 희생하라'고 한 고언이 귀에 거슬려 '친박', '십상시' 운운하며 이성을 상실하신듯 악담을 퍼붓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제가 당에 해악을 끼쳤다고 해도 어디 홍 대표님과 비교할 수 있겠나, 조족지혈"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본인 생각과 다르다고 무조건 물어뜯고 험담하시는 습관 이제 그만 두실 때도 됐다"면서 "이제 과욕과 거친 입을 접고 당의 미래를 위해 성찰하며 자중하시는 것이 어떠신가"라고 했다. 앞서 홍 전 대표는 지난 6일 김 의원이 '영남·강남3구 3선 이상 중진의 용퇴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공개 요구한 후 자신의 SNS에 "십상시'가 활개 치던 박근혜 정권 시절, 나는 경남지사로 내려가 있었지만 그들의 패악질과 정치 난맥상은 지방에서도 생생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심(점점 심해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대 국회의원 공천을 앞두고 박 대통령의 '진실한 친박' 한마디에 '진박 감별사'가 등장하고 최 모 의원을 정점으로 서울·경기는 S와 H가, 인천은 Y가, 충남·대전은 K와 L이, 대구·경북은 K가, 부산·경남은 Y·P가 공공연히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면서 '십상시 정치'를 하였다"고 비난했다. 홍 전 대표가 언급한 충남의 'K'는 김태흠 의원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19-11-07 17:43:21'사우디아라비아의 최고 실세'로 알려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했다. 특히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도 참석한 청와대 오찬에서 각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사우디의 산업구조를 최첨단화하려는 야심찬 '비전 2030'을 발표한 주역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경제계도 그의 방한으로 열릴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사우디의 '비전 2030'은 석유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분야로 산업구조를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석유화학과 건설 중심의 한·사우디 경협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호기다. 원전과 친환경자동차 등 미래산업과 보건·의료·국방 등 공공서비스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면서다. 양국의 비교우위를 감안하면 헛된 기대도 아니다. 빈 살만 왕세자의 관심이 큰 5G통신과 인공지능(AI) 분야도 사우디 자본과 삼성·LG의 기술이 결합하면 양측 모두에 블루오션이 될 법하다. 사우디는 한국의 주요 원유공급원이자 중동 최대 경협대상국이다. 그러나 교역량에 비해 직접투자 비중은 작다. 그래서 사우디의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이날 준공식을 가진 에쓰오일 복합석유화학시설에 약 60억달러를 추가 투자한다니 다행이다. 문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83억달러 규모의 경협 관련 양해각서에 서명했다는 소식도 청신호다. 대규모 사우디 자본을 유치할 마중물이 생긴 셈이다. 4차 산업혁명기의 신수종 산업은 모두 에너지 다소비형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사우디는 우리의 원군이다. 방한한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회장이 "수소는 원유로부터 추출할 수 있다"며 현대차에 수소차 협업을 제안했다니 일단 반길 일이다. 다만 이는 수소경제가 추구해야 할 '탄소 제로'라는 가치와는 상충된다. 우리가 막연히 빈 살만발(發) 신(新)중동 특수를 기대하기 전에 합리적 에너지 수급이라는 큰 그림부터 그려야 할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성급한 탈원전 드라이브로 제 발등을 찍어선 곤란하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에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4기를 지어주고도 최근 단독정비 수주를 놓치지 않았나. 몇 달 전 산업통상자원부는 22조원 규모인 국내 원전 해체산업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지으려는 원전 16기를 수주했을 때의 수익규모에 비해 조족지혈이다. 우리가 이미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 차세대 원전을 포기하는 것은 황금어장을 놔두고 외진 곳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꼴임을 유념할 때다.
2019-06-26 17:1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