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혁명은 아직 초기 단계다. 가이아넷(GaiaNet)은 이 같은 AI 혁명의 미래가 탈중앙화에 있다고 확신한다." 가이아넷은 AI가 모든 산업의 인프라로 확장되면서 향후 이른바 '빅테크'를 비롯한 대기업 중심의 중앙화 모델이 아닌, 누구나 직접 구축하고 소유할 수 있는 '에이전트 기반 탈중앙화 AI'를 꾸준히 주장한다. 샤섕크 스리파다 가이아넷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사진)는 "이제는 누구나 자기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유튜브가 콘텐츠를 민주화했듯, AI를 통해 부의 창출이 다시 분산되는 길이라고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벤처투자와 웹3 스타트업을 두루 경험한 그는 기술·금융 양쪽에 정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는 아시아 시장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스리파다 COO는 "아시아는 AI와 웹3의 융합에서 핵심 허브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탈중앙화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보나. ▲가이아넷은 창업, 벤처투자, 오픈소스, 웹3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설립됐다. 우리는 AI 산업이 지금처럼 중앙화된 형태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데 공감했고, 그 고민 끝에 가이아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우리가 말하는 탈중앙화 AI는 한마디로 '살아 있는 지식 시스템'이다. 지금의 AI 산업은 오픈AI 같은 몇몇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중앙서버에서 모든 걸 처리한다. 그런데 기업, 기관, 개인 모두 자신의 데이터를 그렇게 맡기는 걸 점점 꺼린다. 그래서 우리는 데이터를 가진 사람이 직접 AI를 활용하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추론과 학습, 데이터 처리를 중앙서버가 아닌 분산된 환경에서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본다. 블록체인 기술이 이를 가능케 한다. 데이터 소유자가 출처, 검증, 수익분배까지 신뢰 기반 없이 자동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 그게 바로 탈중앙화 AI다. ―탈중앙화 시대 가이아넷의 경쟁력은. ▲탈중앙화 시대에는 가이아넷이 굉장히 경쟁력 있을 거라고 본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가이아넷은 웹2와 웹3의 경계에 서 있다. 단순히 블록체인 기업도, 기존 기술 기업도 아니다. 양쪽을 모두 연결하는 접점을 만들고 있다. 웹2 기업들은 데이터를 통제하려 하고, 웹3는 여전히 암호화폐 중심의 좁은 커뮤니티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그런 한계를 넘어 개발자와 기업 누구든지 원하는 하드웨어, 보안 수준,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LLM)로 자기만의 에이전트를 쉽게 만들고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가이아넷의 비전은 분명하다. 앞으로 2~3년 안에 인간보다 많은 AI 에이전트가 존재하게 될 거다. 이들은 기존 경제의 비효율적인 중개자를 대체할 거다. 예전엔 동네 대장장이나 목수처럼 지역 단위 소상공인이 많았다. 그러다 점점 중앙화된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가치 대부분을 소수만 가져가게 됐다. 이제는 누구나 자기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유튜브가 콘텐츠를 민주화했듯, AI를 통해 부의 창출이 다시 분산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중앙집중형 AI모델과 비교해 탈중앙화 AI의 장점은. ▲AI 혁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지금 오픈AI나 구글처럼 높은 밸류에이션과 실리콘밸리의 지지를 받고 있는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닷컴 시대의 넷스케이프나 인터넷 익스플로러처럼 '먼저 시장에 나온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딥시크 출시는 이 점을 보여줬다. 중앙집중형 LLM이 더 빠르고 저렴하게, 그리고 오픈소스로도 개발될 수 있다는 걸 입증했으니까. 결국 LLM 경쟁은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많은 이들이 대형 AI 기업이 보유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이 결정적인 우위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딥시크 같은 오픈소스 모델이 등장하는 시대에는 AI의 진짜 가치는 '누가 더 좋은 에이전트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에이전트들은 오픈소스 모델을 조합해 작동하고, 웹3 기술을 통해 검열에 저항할 수 있고, 공정하며, 데이터 제공자에게 실질적인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구조를 가질 수 있다. 가이아넷은 이런 분산형 AI 에이전트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기반 플랫폼과 추론 네트워크, 각종 툴을 제공한다. 중앙집중형 모델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AI가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인프라를 만들고 있는 거다. ―가이아넷의 토큰 경제 모델은 어떻게 작동하나. 탈중앙화 AI는 중앙화된 AI 서비스만큼의 수익률(ROI)을 낼 수 있을까. ▲가이아넷의 토큰 경제 모델은 단순히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수준이 아니다. 우리는 노드 운영자, 개발자, 투자자 모두에게 균형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탈중앙화 AI(DeAI)는 결국 중앙화된 AI 서비스보다 더 높은 ROI를 낼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중앙화 모델들은 마치 인터넷 초창기의 아메리카온라인(AOL)이나 라이코스와 같다. 이들은 모든 걸 다 하려고 했지만 결국 평균적인 서비스에 머무르면서 경쟁에서 밀려났다. 지금 오픈AI나 다른 대형 AI 기업들의 미래는 어떨까. 거대한 데이터로 만들어진 범용 모델들이지만, 결국 '편리한 도구' 이상이 되긴 어렵다. 반면 가이아넷이 지향하는 방향은 다르다. 사람들은 점점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에이전트를 필요로 하게 될 거다. 예를 들어 고객응대, 콘텐츠 생성, 금융분석 등 분야마다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만들어서 직접 활용하거나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이건 마치 사람들이 유튜브에 채널을 열어 수익을 창출하듯 누구나 자신의 AI 서비스를 만들고 그로부터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다. 가이아넷은 이런 에이전트 기반 AI 경제의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 단순한 AI 툴이 아니라 앞으로 생겨날 수많은 'AI 스타트업'과 'AI 자영업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투자자로서의 경험이 가이아넷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대학 내 연구 단계부터 후기 단계 벤처까지 다양한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고, 그런 경험 덕분에 '무엇이 진짜 혁신이고, 어떻게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 가이아넷은 기본적으로 모든 개발자와 조직이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자유롭게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나, 그중에서도 '이런 에이전트는 꼭 생태계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분야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특정 유망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벤처 빌더, 액셀러레이터, 생태계 펀드를 운영하면서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 시장은 전략적 거점이다. 가이아넷은 한국에서도 경쟁력 있는 AI 에이전트 개발자와 팀을 육성하기 위해 자금, 인력, 네트워크 등 실질적인 자원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 기존 글로벌 기업들이 '중앙에서 기술을 만들어 세계로 확산'시키는 방식이었다면, 가이아넷은 반대로 지역에서 시작한 혁신이 글로벌로 퍼져나가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지역마다 고유한 문제를 해결하는 AI 스타트업이 가이아넷을 통해 탄생하고, 성장하고, 스스로 확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AI와 웹3의 융합 과정에서 아시아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시아는 이미 AI와 웹3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 자본, 커뮤니티의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갖춘 지역은 세계에서 아시아밖에 없다. 미국과 달리 아시아는 웹3에 대한 규제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더 빠르게 실험하고 확산할 수 있었고, 이는 곧 현장 중심의 혁신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특히 한국은 리테일 암호화폐 투자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편이라, 웹3와 웹2 모두에서 강력한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가이아넷도 바로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가이아넷 성장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째는 탈중앙화 AI 인프라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실제로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하고, 노드를 운영하고, AI 에이전트를 만들어야 생태계가 돌아간다. 둘째는 AI 에이전트를 대중화하는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너무 복잡하거나 진입장벽이 높다면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확산되기 어렵다. 셋째는 토큰 이코노미의 유동성과 지속 가능성이다. 노드 운영자, 개발자, 투자자 모두가 장기적으로 이 생태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인센티브 설계가 필수적이다. 더 넓게 보면 가이아넷은 지금 매우 빠르게 진화하는 AI와 웹3 산업 안에서 중앙화된 기존 AI 기업들과 어떻게 차별화하고, 어떻게 커뮤니티 기반 생태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냐는 근본적인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전 세계 창업자와 개발자들이 AI 기반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투자자, 파트너, 커뮤니티와 함께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생태계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5-04-14 18:11:52[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혁명은 아직 초기 단계다. 가이아넷(GaiaNet)은 이같은 AI 혁명의 미래가 탈중앙화에 있다고 확신한다." 가이아넷은 AI가 모든 산업의 인프라로 확장되면서 향후 이른바 '빅테크'를 비롯한 대기업 중심의 중앙화 모델이 아닌, 누구나 직접 구축하고 소유할 수 있는 ‘에이전트 기반 탈중앙화 AI’를 꾸준히 주장한다. 샤섕크 스리파다(Shashank Sripada) 가이아넷 공동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진)는 "이제는 누구나 자기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유튜브가 콘텐츠를 민주화했듯, AI를 통해 부의 창출이 다시 분산되는 길이라고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벤처 투자와 웹3(Web3) 스타트업을 두루 경험한 그는 기술·금융 양쪽에 정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는 아시아 시장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스리파타 COO는 “아시아는 AI와 Web3의 융합에서 핵심 허브가 될 것”이라며 “한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전략적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탈중앙화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보나. ▲가이아넷은 창업, 벤처 투자, 오픈소스, Web3 등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설립됐다. 우리는 AI 산업이 지금처럼 중앙화된 형태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데 공감했고, 그 고민 끝에 가이아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우리가 말하는 탈중앙화 AI는 한마디로 '살아 있는 지식 시스템'이다. 지금의 AI 산업은 OpenAI 같은 몇몇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하고, 중앙 서버에서 모든 걸 처리한다. 그런데 기업, 기관, 개인 모두 자신의 데이터를 그렇게 맡기는 걸 점점 꺼려한다. 그래서 우리는 데이터를 가진 사람이 직접 AI를 활용하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추론과 학습, 데이터 처리를 중앙 서버가 아닌 분산된 환경에서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본다. 블록체인 기술이 이를 가능케 한다. 데이터 소유자가 출처, 검증, 수익 분배까지 신뢰 기반 없이 자동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 그게 바로 탈중앙화 AI다. -탈중앙화 시대에서 가이아넷의 경쟁력은. ▲탈중앙화 시대에는 가이아넷이 굉장히 경쟁력 있을 거라고 본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가이아넷은 Web2와 Web3의 경계에 서 있다. 단순히 블록체인 기업도, 기존 기술 기업도 아니다. 양쪽을 모두 연결하는 접점을 만들고 있다. Web2 기업들은 데이터를 통제하려 하고, Web3는 여전히 암호화폐 중심의 좁은 커뮤니티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그런 한계를 넘어, 개발자와 기업 누구든지 원하는 하드웨어, 보안 수준,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LLM)로 자기만의 에이전트를 쉽게 만들고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가이아넷의 비전은 분명하다. 앞으로 2~3년 안에 인간보다 많은 AI 에이전트가 존재하게 될거다. 이들은 기존 경제의 비효율적인 중개자를 대체할 거다. 예전엔 동네 대장장이나 목수처럼 지역 단위의 소상공인들이 많았다. 그러다 점점 중앙화된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가치 대부분을 소수만 가져가게 됐다. 이제는 누구나 자기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유튜브가 콘텐츠를 민주화했듯, AI를 통해 부의 창출이 다시 분산되는 길이라고 믿는다. -중앙집중형 AI 모델과 비교해 탈중앙화 AI의 장점은 무엇인가. ▲AI 혁명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다. 지금 OpenAI나 구글처럼 높은 밸류에이션과 실리콘밸리의 지지를 받고 있는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닷컴 시대의 넷스케이프나 인터넷 익스플로러처럼 ‘먼저 시장에 나온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딥시크(Deepseek) 출시는 이 점을 보여줬다. 중앙집중형 LLM이 더 빠르고 저렴하게, 그리고 오픈소스로도 개발될 수 있다는 걸 입증했으니까. 결국 LLM 경쟁은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많은 이들이 대형 AI 기업이 보유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이 결정적인 우위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딥시크 같은 오픈소스 모델이 등장하는 시대에는, AI의 진짜 가치는 ‘누가 더 좋은 에이전트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에이전트들은 오픈소스 모델을 조합해 작동하고, Web3 기술을 통해 검열에 저항할 수 있고, 공정하며, 데이터 제공자에게 실질적인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구조를 가질 수 있다. 가이아넷은 이런 분산형 AI 에이전트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 기반 플랫폼과 추론 네트워크, 각종 툴을 제공한다. 중앙집중형 모델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AI가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인프라를 만들고 있는거다. -가이아넷의 토큰 경제 모델은 어떻게 작동하나. 탈중앙화 AI는 중앙화된 AI 서비스만큼의 수익률(ROI)을 낼 수 있을까 ▲가이아넷의 토큰 경제 모델은 단순히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수준이 아니다. 우리는 노드 운영자, 개발자, 투자자 모두에게 균형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탈중앙화 AI(DeAI)는 결국 중앙화된 AI 서비스보다 더 높은 ROI를 낼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지금의 중앙화 모델들은 마치 인터넷 초창기의 아메리카 온라인(AOL)이나 라이코스와 같다. 이들은 모든 걸 다 하려고 했지만 결국 평균적인 서비스에 머무르면서 경쟁에서 밀려났다. 지금 OpenAI나 다른 대형 AI 기업들의 미래는 어떨까. 거대한 데이터로 만들어진 범용 모델들이지만, 결국 ‘편리한 도구’ 이상이 되긴 어렵다. 반면, 가이아넷이 지향하는 방향은 다르다. 사람들은 점점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에이전트를 필요로 하게 될 거다. 예를 들어 고객 응대, 콘텐츠 생성, 금융 분석 등 분야마다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만들어서 직접 활용하거나,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이건 마치 사람들이 유튜브에 채널을 열어 수익을 창출하듯, 누구나 자신의 AI 서비스를 만들고 그로부터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다. 가이아넷은 이런 에이전트 기반 AI 경제의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 단순한 AI 툴이 아니라, 앞으로 생겨날 수많은 ‘AI 스타트업’과 ‘AI 자영업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투자자로서의 경험이 가이아넷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대학 내 연구 단계부터 후기 단계 벤처까지, 다양한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해 왔고, 그런 경험 덕분에 ‘무엇이 진짜 혁신이고, 어떻게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 가이아넷은 기본적으로 모든 개발자와 조직이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자유롭게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나, 그 중에서도 ‘이런 에이전트는 꼭 생태계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분야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특정 유망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벤처 빌더, 액셀러레이터, 생태계 펀드를 운영하면서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 시장은 전략적 거점이다. 가이아넷은 한국에서도 경쟁력 있는 AI 에이전트 개발자와 팀을 육성하기 위해 자금, 인력, 네트워크 등 실질적인 자원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 기존 글로벌 기업들이 ‘중앙에서 기술을 만들어 세계로 확산’시키는 방식이었다면, 가이아넷은 반대로 지역에서 시작한 혁신이 글로벌로 퍼져나가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 지역마다 고유한 문제를 해결하는 AI 스타트업이 가이아넷을 통해 탄생하고, 성장하고, 스스로 확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 -AI와 Web3의 융합 과정에서 아시아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시아는 이미 AI와 Web3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 자본, 커뮤니티의 세 가지 요소를 동시에 갖춘 지역은 세계에서 아시아밖에 없다. 미국과 달리 아시아는 Web3에 대한 규제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더 빠르게 실험하고 확산할 수 있었고, 이는 곧 현장 중심의 혁신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특히 한국은 리테일 암호화폐 투자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편이라, Web3와 Web2 모두에서 강력한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가이아넷도 바로 이 점을 주목하고 있다. -가이아넷 성장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째는 탈중앙화 AI 인프라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실제로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하고, 노드를 운영하고, AI 에이전트를 만들어야 생태계가 돌아간다. 둘째는 AI 에이전트를 대중화하는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너무 복잡하거나 진입 장벽이 높다면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확산되기 어렵다. 셋째는 토큰 이코노미의 유동성과 지속 가능성이다. 노드 운영자, 개발자, 투자자 모두가 장기적으로 이 생태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인센티브 설계가 필수적이다. 더 넓게 보면, 가이아넷은 지금 매우 빠르게 진화하는 AI와 Web3 산업 안에서 중앙화된 기존 AI 기업들과 어떻게 차별화하고, 어떻게 커뮤니티 기반 생태계를 강화해 나갈 것인지라는 근본적인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전 세계 창업자와 개발자들이 AI 기반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투자자, 파트너, 커뮤니티와 함께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생태계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샤섕크 스리파다 가이아넷 COO 약력 △영국 런던정경대학(LSE) 경영학 석사 △런던 소재 금융 및 벤처투자 업계 근무 △벤처투자 및 Web3 스타트업 창업 △Web3 투자사 'Nextwave X Partners' 및 'Marcena Capital'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임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5-04-14 13:50:11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오는 2027년 1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획일화된 제품 판매나 서비스 제공을 넘어 반려동물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개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반려동물 양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MZ세대 반려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댕냥이' 맞춤 케어 대세 3일 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MZ세대 '펫팸족'들은 각 반려동물의 개별적인 특성과 니즈에 최적화된 케어를 선호하고 있다. 이에 펫프렌즈는 140만마리에 달하는 반려동물 데이터와 1700만건의 구매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정교한 상품 추천 시스템을 구축했다. '1~3세, 3~4kg, 니핀의 86%가 선호하는 사료'와 같이 연령, 체중, 품종별 선호도를 분석하는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로 시장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런 데이터 기반 접근으로 펫프렌즈의 자체브랜드(PB) 제품은 지난해 8월 기준 1100만개 판매량을 돌파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임팩트에이아이와 협업해 수요 예측과 헬스케어 서비스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반려동물의 타액을 분석해 도출한 식이 민감도 데이터로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는 곳도 있다. 포옹은 생식, 화식 등의 자연식 펫푸드를 개발할 뿐만 아니라 까다롭게 엄선된 약 1000여개의 사료, 간식, 영양제를 판매하는 반려동물 프리미엄 펫푸드몰을 시작해, 지난해 '포옹랩스'를 론칭하며 헬스케어 기업으로 본격 확장했다. 포옹랩스의 식이 민감도 검사는 반려동물의 타액을 분석해 120여가지 식재료에 대한 민감도를 파악한다. 검사는 포옹 앱에서 신청 후 배송된 키트로 타액을 채취해 반송하는 형식이다. 병원 방문 없이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검사 출시 약 7개월 만에 2000마리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제품 추천과 식이 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포옹 앱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민감 재료 포함 여부도 확인할 수 있어 안전한 식단 관리가 가능하다. 바이오 펫푸드 기업 림피드는 반려동물 영양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설립 초기 2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데이터 바우처 사업과 팁스(TIPS) 프로그램을 통해 구축한 데이터 분석 기술이다. 세계 최초로 동결 건조 공법 처방사료를 개발했다. 대표 제품인 '닥터트러스티'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반려동물의 만성질환별 최적 영양소 조합을 도출하고, 기존 처방사료의 낮은 기호성 문제를 해결했다. 또 일반 사료인 '트러스티푸드'는 론칭 4개월 만에 월 매출 5000만원을 달성하는 등 데이터 기반 펫푸드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데이터로 한발 앞선 헬스케어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데이터로 분석하고 예측하는 스타트업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케어식스는 30만건 이상의 임상 데이터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반려동물의 건강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Cotons Sense 1 VET'을 선보였다. 심박수, 호흡수, 체온부터 배뇨, 배변, 기침, 운동량까지 다양한 생체신호를 데이터화하며, 반려동물의 행동 패턴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한다.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알림을 제공하는 만큼 만성 질환 관리와 수술 후 회복 과정 모니터링에 효과적이다. 반려동물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터페터는 데이터 기반의 예방 의학을 선도하고 있다. 서울대 출신 연구진이 개발한 '캣터링'과 '도그마'는 반려견 80여가지, 반려묘 40여가지 유전병 위험도를 데이터화해 개인별 맞춤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시한다. 단순한 검사 결과 제공을 넘어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품종별, 연령별 발병 확률과 관리 방법까지 알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확장되는 데이터 기반 서비스 반려동물 훈련과 신원 확인까지 데이터 기술로 해결하는 스타트업들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주목받고 있다. 브리딩은 3만건의 반려견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맞춤형 훈련 솔루션을 제공한다. 행동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별 반려견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우리 동네 훈련사'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 기반 맞춤형 훈련을 제공하며 반려견 교육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펫나우는 AI 기술을 활용한 반려동물 신원확인 솔루션을 개발했다. 반려동물의 비문을 AI가 자동으로 인식하고 추출하는 방식이다. 99%의 인식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회원 수 12만명을 확보했으며, 반려동물 실종 신고 시 반경 1㎞ 내 사용자들에게 알림을 보내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국내 주요 보험사들과 제휴를 맺고 비문 등록 반려동물 보험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데이터 기반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페오펫은 국내 최초 모바일 기반 반려동물 등록 서비스를 시작으로, 현재 30만마리 이상의 반려동물 신원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반려동물 비문 인식 기술 스타트업 펫츠랩 인수를 통해 AI 영상 인식 분석 기술을 확보했으며, 이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생체 인증 기술 고도화와 실종·유기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의 생애 주기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해 병원, 사료, 용품 등 반려동물 생애 전반에 필요한 서비스를 데이터 기반으로 제안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에서도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했다"며 "MZ세대 반려인들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케어 서비스를 선호하면서 관련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5-04-03 18:27:30[파이낸셜뉴스] "다양한 산업 분야의 한국 기업들이 AI를 적극 도입해 새로운 성장과 기회를 창출해 나가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26일 서울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AI 투어 인 서울(Microsoft AI Tour in Seoul) 키노트에서 사티아 나델라 CEO는 “AI는 한국의 일상과 업무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델라 CEO는 특히 이날 행사에서 MS 365 코파일럿에 추론(Reasoning) 모델을 적용한 두 가지 AI 에이전트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개했다. 추론은 AI가 업무 데이터와 웹 정보 등 복잡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론하고, 다양한 맥락을 통합해 고도화된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기능이다. 리서처는 오픈AI의 o3 추론 연구 모델과 코파일럿의 조합 및 심층 검색 기능을 통합해 새로운 시장 전략, 분기 미팅을 위한 고객 조사 등의 복잡한 분석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는 최신 추론 모델의 연쇄 추론 능력을 기반으로 분산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제품의 수요 예측, 소비자 구매 패턴 분석, 매출 데이터 트렌드 파악 등 비즈니스 핵심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고 MS는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AI 에이전트는 오는 4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 라이선스 고객 대상으로 ‘프런티어’ 프로그램을 통해 순차적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행사에서는 KT, LG전자,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고객 및 파트너사의 리더들이 전하는 AI 전략 및 비즈니스 인사이트와 해당 산업에서 AI 솔루션을 통해 창출된 혁신적인 변화가 집중 조명됐다. KT는 지난해 체결한 MS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AI·클라우드 혁신을 위한 협력 방향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공개했다. MS 365 코파일럿 전사 도입과 CoE(Center of Excellence) 설립 사례를 발표했다. 특히 MS 소버린티 클라우드 기반의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를 개발 중인 것과, 공공 및 금융 등 규제 산업에서도 AI와 클라우드 도입을 확대할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한국어 및 한국 문화에 최적화된 대형 언어 모델(LLM) AI 솔루션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우진 KT 전략사업컨설팅부문장 전무는 “KT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국내 AI 트랜스포메이션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양사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서의 AI 경쟁력을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공공·금융 등 규제 산업에서도 신뢰성과 확장성을 갖춘 AI 사용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한국 시장 전반의 AI 혁신을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Q9'을 소개했다. 애저 오픈AI 서비스 기반 GPT 연동 및 음성합성 기술을 통해 스마트한 공감지능 대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새로운 스마트 공간 플랫폼을 제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개인 맞춤형 피부 진단을 제안하는 애저 오픈AI 서비스 기반 대화형 AI 뷰티 카운슬러를 소개하며, AI를 통한 뷰티 산업의 새로운 혁신을 보여줬다. 나델라 CEO는 국내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한 기술 협력과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조원우 한국MS 대표는 “한국의 국제적 산업 경쟁력과 창의성은 AI 중심의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에서도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며 “오늘 발표된 사례들은 산업별 AI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져오는 혁신과 성과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5-03-26 13:26:59날개는 비행을 위해 진화하지 않았다. 이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날개가 달린 동물 중 5%의 날개는 날개가 아니다. 타조처럼 달리는 과정에서 균형을 잡거나 힘을 과시하거나 구애하거나 혹은 새끼를 숨기기 위해 날개를 사용한다. 자연사는 늘 어디로 튈지 모를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진화는 정밀한 설계자가 아닌 멋진 임기응변의 재능을 지닌 땜장이다. 생물체는 완전히 새롭게 설계되지 않는다. 기존 구조를 기반으로 적응을 이어가며, 때로는 비효율적이거나 불완전한 요소들이 남게 된다. 예를 들어, 인간의 척추는 이족 보행을 위해 적응했지만 여전히 허리 통증을 유발하기 쉽다. 진화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완벽함과 최적화와는 거리가 멀다. 쉽게 말해 재활용이 진화의 핵심이라는 말이다.이미 존재하는 형태를 환경변화에 맞게 다시 사용하는 체계가 진화의 핵심을 이룬다는 것이다. 특하 '굴절적응', 즉 원래 기능이 없거나 미미했던 형질의 부산물이 발달해 오히려 쓰임새가 확대된 경우가 그렇다. 굴절적응은 진화과정의 혁신들을 수반한 중요 요인으로 간주된다. 날개가 비행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것처럼 동둘들의 수많은 기관은 과거와 현재 다른 기능을 수행하면서 점진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진화는 수백만년에 걸쳐 자기 작업물을 수정하고 끊임없이 손질하고 이쪽을 자르고 저쪽을 늘리며 계속해서 수정하는 땜장이처럼 행동한다. ■ 진화는 돌연변이 특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기관은 환경적 상황이 변하면서 다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완전히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이른바 진화는 불완전함을 특징으로 개체들의 생명을 지속한다. 진화는 오래된 것에 새로운 것을 덧붙이거나 오래된 것 위에 새로운 것을 구축해나가는 방식으로 작동 할 뿐 필요하지 않게 된 DNA를 지워버리진 않는다. 대개 쓸모없는 특징을 유지하면서 유전자의 활성화를 억제하고 단순히 발현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DNA는 놀라울 정도로 보편적이다. 모든 생명체의 기본 단위는 고분자,핵산, 네개의 염기서열, 20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이 보편성을 통해 새로운 것들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들을 계속 사용하면서 생명체가 진화해 온 것이다. 즉 제한적인 재료를 지속적으로 재조합하면서 진화했다. 따라서 진화는 새로운 무엇을 창출하거나 만드는게 아닌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재활용하는 땜질식의 체계와 같은 무엇이다. 쥐가 인간과 형태학적으로 차이가 나지만 비슷한 유전적 구성을 가질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구조의 분포를 달라지게 하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다양한 진화의 형태를 거칠수 있다. 항상 같은 요소를 사용하고 잘라내고 때른 조합으로 배열해 점점 복잡해지는 새로운 객체를 생산한다. 진화는 항상 땜질하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다는 말이다. 결국 진화는 수백만년에 걸쳐 서서히 자기 작업물을 수정하고 끊임없이 손질하고 이쪽을 자르고 저쪽을 늘리며 새로운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계속해서 수정하는 땜장이처럼 행동한다. 진화는 이처럼 불완전함을 특징으로 변화된 상황에 맞게 자신을 수정하고 땜질하고 적응해나가는 체계다. 인간은 늘 다른 종들과의 차이를 내세우며 자신을 영장류로 추켜 세우고 차이를 강조하지만 다른 종들의 기능적 우월성에 비해 별다른 기능적 특성은 없다. 단지 거대한 역사적 진회의 역사적 과정속에서 한순간의 균열로 만들어진 우연한 사건으로 형성된 돌연변이라 할수 있다. 이 돌연변이는 특정 순간에 지구라는 행성에서 자신의 종을 확산시키고 다른 종들을 지배할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라는 찰나의 순간을 맞았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동안 숨어 지내던 또 다른 종들이 인간의 지위로 성큼 올라갈수도 있다는 것이 진화가 보여주는 신비로운 경험이자 역설이다. 물론 자연에는 도약은 없다. 긴 시간을 상정할 경우 그렇다는 것이다. 인간은 늘 모든 것이 최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볼테르의 소설 '캉디드'에서 팡그로스는 이같은 신념을 저버리지 않는데 실은 자신조차 이런 사실을 믿지 않았다. 팡그로스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것들이 일어나야 할 곳에서 일어나고 모든 건 최선의 상태에 있을 뿐이라고 자신의 위태로운 확실성을 위로하는데 자족한다. 진화의 지속적인 갈등과 고통의 과정은 인간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반영한다. 현대 사회에서 기술은 인간이 쾌락을 추구하는 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 괘락과 고통...고군분투의 여정 언어는 질식의 위험이라는 항구적인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얻는 광징히 값비싼 적응이다. 통상적으로 언어가 의시소통을 위해 진화해왔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다. 다양한 언어로 인한 오해와 이에 따른 갈등을 고려해보면 언어는 수많은 오류와 빈틈으로 가득하다. 이런 언어의 불완전한 측면은 그냥 대강 이해하는 수준으로 발전한 것으로 볼수도 있다. 언어는 비이성적 혼합물로서 명확한 의사전달과 소통에서는 강점이 별로 없다. 인간은 지속되는 진화적 불일치로 심각한 문제를 겪으며 생존하고 있다.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위험을 돌파하면서 생존하는 불완전한 존재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바로 적응적 가치라는 위험을 인식하고 대응하는데 효과적이었던 기능이 퇴화하면서 의미를 잃고 만 것이다. 남은 것은 고통의 비용이다. 쾌락이 대표적이다. 인간의 쾌락이 생물학적 욕구를 넘어서 문화적 측면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에서 유추할수 있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고유한 기능을 잃고 쾌락 그 자체만 남았기에 인간은 취약해 질수 밖에 없다. 진화는 인간을 둘러싼 지속적으로 변하는 환경 사이의 지속적인 고군분투다. 따라서 인류는 생명의 정수라기보다 여전히 만들어가는 존재. 완성된 존재가 아니다. 오랜 기간 기술과 과학이 인간의 불완전함을 보충해주는 보완물로 작용한 이유다. 진화가 걸어온 길은 효율성과 합리성으로 포장된 길이 아니라 울퉁불퉁 곳곳에 생채기가 나고 깊은 흔적이 베여 있는 예측 불가의 역사다. 역사는 우연히 일어난 일에 대한 '동결 사건'이다. 처음에는 특정한 필요에 따라 개발됐지만 그 필요성이 사라졌어도 여전히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해 유행이 될 뿐 아니라 사회적 표준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비록 역사가 비필수적인 조건들의 우연적 결합에 따른 형성물이라고 해도 이런 흐름을 뒤집고 효울성을 향해 반드시 전진하지는 않는다.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진화는 완벽한 시스템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무작위적인 변이와 자연 선택의 결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종종 '미완의 해결책'처럼 보일 수 있다. 이를 통해 때로는 '땜질'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진화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궁극적으로, 진화는 땜질이라기보다는 생물학적 시스템이 끊임없이 조정되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반영한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진화의 지속적인 갈등과 고통의 과정은 인간에 대한 다양한 감정을 반영한다. 현대 사회에서 기술은 인간이 쾌락을 추구하는 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VR)이나 인공지능(AI)은 쾌락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환경을 제공한다. 다만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서 쾌락 추구가 인간의 주된 목표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행복 머신'처럼 기술이 인간의 본질적 목적과 어긋날 위험을 내포할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경각심이 요구된다. 쾌락만을 중시하는 사회가 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성, 윤리적 가치, 공동체 의식 등 중요한 측면이 희생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할수 있다. 반대로, 쾌락이 창의력과 혁신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만약 쾌락 중심의 행동이 환경 적응이나 생존 가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이는 진화적으로 선택될 수 있지만 쾌락이 단기적인 만족만을 추구한다면,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에 치명타를 가할수 있다. ■ '지적기계'가 인간을 구원할수 있을까 인간의 행동은 수십가지 추상화 수준을 지닌 복잡한 계층 구조로 조직된다. 이것이 인간 문명의 핵심 부분이며 언어와 관습을 통해서 대대로 전해진다. 화이트헤드는 "문명은 우리가 무심코 할수 있는 중요한 조작의 수를 늘림으로써 발전한다"고 통찰했다. 마찬가지로 최근 사회 변화를 추동하고 있는 AI의 발전도 이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추상화 능력을 AI가 갖추게 될 경우 AI의 진화는 급속도로 인간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AI시스템이 무심코 수행할수 있는 중요한 조작의 수를 늘려 '지적기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특히 범용 AI의 모든 구현물은 인류의 모든 지식과 기술, 다른 많은 것에 접근하게 될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 이런 측면에서 AI는 미래의 어떤 혁신적인 기술이 아니라 이미 인류가 혁신적으로 이룬 기술개발을 더 효율적이고 더 큰 규모로 이용하는 능력에 토대를 두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상당히 뛰어난 지능을 지닌 기계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인류가 우월성과 자율성을 유지할수 있을까. 흡사 '기계파'와 '반기계파' 사이의 내전같은 양상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기계지능이 불러올 두려움의 반영이다. 극단적으로 인간 수준의 AI시스템의 개발과 보급을 금지하는 경향으로 치달을수도 있다. 다만 AI의 경제적 가치는 수천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AI개발과 연구가 중단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럼에도 AI가 불러올 위험은 상존한다. AI의 진화의 끝은 아마도 알수 없을 것이다, 인간과 거의 같은 수준에 도달하는 것도 시간 문제다. 인류사회는 오랫동안 사람을 로봇처럼 부려왔다. 머지 않아 로봇이 이런 역할을 떠맡는다면 인류는 일자리가 아닌 생존 소득을 유지할수 없을 정도의 빈곤선으로 추락하는 절망의 시간을 견뎌야 할지 모른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2025-03-23 18:57:46[파이낸셜뉴스] 신(新)냉전 기제가 심화하는 과도기 국제질서에서 더 이상 ‘경제’와 ‘안보’의 경계벽은 가동되지 않는다. 경제안보 개념이 정책화된 것은 이러한 기조를 반영한 결과다. 그런데 트럼프 2기 출범으로 경제와 안보가 더 밀착되는 구도에 있다. MAGA 목표 달성을 위해 무역전쟁, 관세전쟁, 방위비 분담 증액 압박, 미-우크라이나 광물협정 추진, 그린란드 매입 의사, 파마나운하 재통제 추진 등을 추진하면서 경제, 국제정치, 안보 등 제 요소가 융합되는 기제가 조성되고 있다. 이처럼 대개조 수준으로 달라진 트럼프판 대외공식을 간파하지 못하면 국익과 안보 달성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거래 담판시 다양한 요소를 고강도로 융합시킬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하여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려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략 중 ‘SM-3’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M-3는 해상플랫폼에 탑재하여 적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고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다. 미국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SM-3는 현재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에 탑재하여 운용 중이다. 미사일도 지속 개량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한 최신형 SM-3 Block IIA는 2019년에 이미 ICBM 요격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2022년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은 2발의 SM-3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시험에 성공했는데 이는 미국 함정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SM-3 요격시험에 나선 사례였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면서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한국도 SM-3 확보 필요성을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예산·조직이기주의 등의 문제로 번번이 좌초되었다,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거쳐 드디어 2024년 제16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를 통해 SM-3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한편 2025년 2월 사업타당성 조사에서 ‘조건부 타당’ 결과가 나온 후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SM-3 도입이 지체되는 사이 그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였다. 고도 150-500km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Block I과 달리 SM-3 Block IIA는 1500km 고도까지 담당할 수 있을 정도로 신장되었다. 이로써 33km 이하 고도는 SM-6로 대응하고, 그 이상에서는 SM-3 Block IIA로 대응한다는 작전구상이 현실화되게 되었다. 한편 현재 한국은 구버전인 SM-3 Block I 확보를 추진 중이다. 국제안보환경, 한국이 직면한 위협,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을 고려하면 SM-3를 단지 해외 무기체계 구매라는 전술적·작전적·군사적 시각을 넘어서 고도의 지략이자 카드로 전략적으로 설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SM-3는 경제안보, 핵안보, 한미동맹을 챙길 수 있는 삼위일체의 카드로서 활용가능한 전략적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압박, 무역수지 균형화 압박에 대응하는 카드 중 하나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이 미국산 무기 수입을 늘린다는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압박을 상쇄하는 카드로서 효과가 적지 않다. 따라서 현재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SM-3의 수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 카드를 사용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한국이 필요한 무기를 미국으로부터 구입함으로써 관세협상 등에서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일석이조다. 둘째, SM-3는 핵안보 역량을 제고시키는 측면에서 군사적 효과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고각 발사에 대응하는 무기체계라는 효과성뿐 아니라 대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한·미·일 연합작전 역량을 체계화시켜 핵 억제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미·일의 이지스함이 탐지-추적-요격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전을 유기적으로 체계화하고 그 역할 분담을 최적화한다면 북한에게는 핵무기 공격으로 인한 ‘이익’보다 ‘손해’가 크다는 인식을 강요하여 억제력을 제고할 수 있다. 한국 이지스함에도 SM-3를 탑재함으로써 3국의 상호운용성이 높아진다면 핵안보 능력 제고로 이어져 한반도 안보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안정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핵무기 공격은 그 대상이 한국이든 아니면 일본이든 아니면 미국이든 간에 모두 심대한 안보 위협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아닌 경우에는 그 위협에서 자유롭다는 인식은 절대무기인 핵무기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미·일 3국이 각국별 책임 해상작전구역을 지정한 후 SM-3를 탑재하여 이지스함을 최적의 조합으로 배치·운용한다면 핵안보 제고 차원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SM-3 전력화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시기 한미동맹 결속력 유지 차원에서도 유효한 카드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방어의 완전성을 제고하고자 ‘골든돔’이라는 이름으로 미사일 방어 능력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미국의 이러한 정책적 우선순위를 고려한다면 한국의 SM-3를 단지 한국 방어를 넘어 미국 보호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제공한다면 한미동맹을 또 다른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수 있다. 특히 전략적 유연성, 방위비 증액, 전략자산 무기 배치 등 사용가능한 카드를 상쇄하는 선제적 카드로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시 방위비 추가 제공 대신 한국의 국방비를 좀 더 올리는 방식으로 풀어나가 돼 증액된 국방비 중 일부를 SM-3 추가 구매로 전략적 승수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을 대칭동맹으로 더욱 진화시킬뿐 아니라 한국을 패싱하는 미북 스몰딜 가능성을 차단하는데도 나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카드다. 삼위일체형 SM-3 카드 발휘를 위해서는 SM-3 전력화 수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전력화 1단계에서는 SM-3 Block I 도입을 추진하고, 2단계에서는 SM-Block IIA를 추가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이 미국 보호에도 기여한다는 정책적 메시지를 가시화하는 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SM-3는 고도화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여 ‘자강’ 능력을 신장시킬뿐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이 귀중한 동맹국임을 인식시키는 단초로도 작용 가능하고, 나아가 한미일 연합작전능력 시너지도 창출해줌으로써 핵안보, 동맹, 지역 안보연대를 제고시켜준다는 점에서 전략적 자산화가 가능한 카드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5-03-11 16:40:39새해 인공지능의 화두는 딥시크다. 산업계와 학계에서 딥시크에 대한 논의가 폭넓고도 촘촘하나,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재미있는 구석이 남아 있다. 우선 모두의 궁금증들을 '빨리 감기' 해보자. 제작비용이 정말 10분의 1 수준일까. 숨겨진 간접비용 등 산정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파운데이션 모델로 불리는 거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작은 모델을 학습하는 증류기법(Distillation)이나 연산 포맷의 단순화 등으로 학습비용이 줄어들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어떨까. 플랫폼 기업이나 다른 범용인공지능 서비스도 그러하듯 이것은 정도의 문제이고, 딥시크가 요구하는 정보의 범위와 활용방식이 명확해질 때까지는 조심하자. 엔비디아나 인공지능 모델의 백본이 되는 반도체 기업에 호재일까. 인공지능 서비스 구현의 진입장벽이 낮아져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딥시크가 가성비를 높인 인공지능 기술을 공개함으로써 국내 인공지능 산업이 활성화될까.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산업 전망을 진단하는 기업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명심하자. 제작사가 공개한 기술문서에 따르면 딥시크는 완전히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기보다는 기존의 인공지능 기술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 조합(Mixture of experts) 최적화를 통해 분야별로 분업화하고, 가치평가 추정 모듈을 없앤 학습기법(Group Relative Policy Optimization)으로 강화학습을 경량화하고, 기존 인공지능 모델보다 낮은 소수점 연산 포맷(FP8)과 연산자의 효율성(Multi-head latent attention)을 높여 메모리를 아끼고, 증류기법을 활용하면 딥시크 파운데이션 모델로부터 작은 모델들을 학습시킬 수 있다. 더구나 오픈소스라 누구나 특화된 인공지능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오픈소스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딥시크는 GPT와 같은 기존 인공지능 모델의 친척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러나 같은 레고블록이라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으니, GPT와 대비되는 특징 하나가 눈에 띈다. GPT가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마지막 출력단 정렬 과정에서 강화학습을 사용하였다면, 딥시크의 기반 모델인 딥시크R1제로는 인간의 데이터 학습보다는 추론문제 해결 자체에 집중한다. 그 결과 종종 인간에게 생소한 언어를 사용하지만 수학이나 코딩과 같은 논리적 문제 해결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다. 알파고가 바둑의 기보라는 인간 데이터를 베이스로 강화학습하여 이세돌 기사와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면, 이후 출시된 알파고 제로에서는 인간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은 제로 베이스의 강화학습을 사용하여 경량화와 성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과 같은 모양새다. 쉽게 말해 딥시크 이전과 이후의 인공지능, 이 두 흑백요리사의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GPT와 알파고가 인간의 데이터를 재료 삼아 인공지능으로 요리해 낸 것이라면, 딥시크 제로와 알파고 제로는 순수한 인공지능 베이스를 인간의 양념에 재어 놓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인간의 문제해결 방식이 인공지능의 학습에 족쇄가 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제로 베이스가 나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빈 석판, 백지, 제로 베이스를 뜻하는 타불라 라사(tabula rasa)에서 출발하여 후천적으로 학습하는 제로 인공지능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인간의 지식은 비싸지만 제로 인공지능이 생산하는 지식은 상대적으로 싸다. 그리고 인간과 인공지능의 지식을 증류하여 가성비를 높인다. 식품업계의 제로 열풍처럼 인공지능도 '제로 인간'을 선호할 날이 다가온다. 더 똑똑하고 체질 좋은 인공지능을 원한다면 인간다워야 한다는 조건을 놓아주어야 할까. 그런데 그때는 누가 주인이고, 누가 자비스가 될 것인가. KAIST 뇌인지과학과 부교수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장
2025-02-20 18:12:36우리나라 전력산업이 정치화했다는 우려가 많다. 재생에너지를 지지하는 진보 측과 원자력을 지지하는 보수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서로 자기편 언론을 동원하여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고 국회에서 재생에너지나 원자력을 지원하는 법안들도 경쟁적으로 발의하고 있다. 지난 9월 있었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공청회에서는 원전 확대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회원들이 단상을 점거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전원계획은 소수 관계자만의 관심사였다. 미래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대비하여 장기적인 발전소 건설계획을 세우는 일은 상이한 비용구조와 기술특성을 가진 원자력, 석탄, LNG 발전기들을 잘 조합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는 일종의 공학적 최적화의 시각에서 접근하였다. 정치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싸고 편리한 화석연료를 포기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막대한 투자비와 계통보강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재생에너지와 당장의 비용은 싸지만 대형사고 위험과 폐기물 처리라는 사회적 비용이 잠재해 있는 원전 사이에 선택의 문제가 닥친 것이다. 이 문제도 두 전원의 비용과 특성을 정확히 계산하여 과학적으로 최적해를 도출하면 되는데 왜 정치가 끼어드느냐고 물을 수 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나 원전 지지자들은 서로 자기들 주장은 과학이고, 상대방 주장은 정치라고 역설한다. 그러나 과학이 언제나 모든 답을 줄 수는 없다. 당장 높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최우선적으로 보급할 것인지, 아니면 일단은 비용이 낮은 원전을 확대하고 사고나 폐기물 처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비용은 미래로 넘길 것인지의 선택은 개인적 가치판단을 반영한다. 게다가 원전사고의 사회적 비용 자체를 정확히 계산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중대사고 빈도가 너무 낮아 사고확률을 통계적으로 추정하기 어렵고, 반대로 사고 시 피해가 너무 광범위하여 그 피해액을 객관적으로 산정하기도 힘들다. 그러다 보니 원전피해를 전액 보상해 주는 보험도 없다. 결국 사고 위험에 대한 주관적 인식과 성향에 따라 개개인의 태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구성원의 선호가 다른 상황에서 집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전력산업의 정치화는 피할 수 없다. 관건은 우리나라가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정치적 역량이 있느냐이다. 국민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도록 정치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데, 최근 양상을 보면 오히려 정치권이 에너지전환 문제를 상대방을 공격하는 정쟁의 도구로 삼으면서 갈등을 키우고 있다. 그 결과 정권에 따라 전원계획이 재생에너지와 원전 사이에서 널뛰기를 한다. 2021년(탄소중립위안)과 2023년(10차 전기본) 사이에 2030년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발전비중 목표가 8%p 이상 뒤바뀌었다. 백년대계로 접근해야 할 전원계획을 수년 사이에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이다. 당연히 비효율과 낭비가 따른다. 정치화한 전력산업이 정쟁의 수렁에서 벗어나려면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금처럼 소수 관료와 외부전문가 중심으로 결정되는 구조는 정치적 압력에 취약하다. 에너지산업 전반에 대한 장기계획 수립과 규제를 전담하는 상시적 정부조직을 만들되 독립성 제고를 위해 합의제 행정기관, 즉 위원회 형태를 취하고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여 자체적인 연구와 정책개발 역량을 갖추게 해야 한다. 전기요금 규제도 이 위원회가 맡아 원칙에 충실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물론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사태를 보면 위원회 형태라고 정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의사결정의 전문성·연속성·투명성이라는 측면에서 차선책이 될 수 있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2024-10-31 18:27:01사람과 함께 반려동물도 장수시대가 오면서 최근 국내 펫푸드 시장엔 자연식 펫푸드 바람이 불고 있다.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한 자연식은 영양제나 보조제가 따로 필요없는 '보약'으로 통한다. 24일 싱가포르 반려동물 영양회사이자 자연식 펫푸드 업체인 봄봄(BomBom)의 제이슨 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봄봄은 지난 2017년 싱가포르에서 탄생한 회사로 반려동물 영양학을 담은 식사를 통해 모든 반려동물의 삶의 질과 수명을 측정 가능하게 개선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강아지 아토피에 병원약은 No"… 영양학적 이해가 우선왕 대표는 건강했던 반려견 '큐비'가 각종 건강문제를 겪게 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통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봄봄을 설립했다. 그 과정에서 반려견의 건강에 먹거리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큐비가 건강한 부모견 밑에서 태어났음에도 관절과 피부, 소화기, 면역 결핍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겪기 시작했다"라며 "여러 수의사를 찾아가봤지만 주로 처방약을 통해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시켰을 뿐, 아무도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제공하고나 근본적인 원인을 다루지 않았다"라고 회상했다. 왕 대표는 본인의 반려견을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개가 잡식인지 육식인지, 개에게 환경적 건강 위험은 무엇이며 개와 고양이에게 최적의 식단이란 무엇인지 연구하던 끝에 봄봄이 탄생한 것이다. 왕 대표는 "봄봄은 현재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반려동물 영양회사로 자리잡았으며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라며 "8년째 주7일 풀타임으로 일할만큼 내가 하는 일에 열정과 확신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의 관절·아토피·소화기·면역' 문제는 왜 생기는 것일까. 이러한 질환의 대부분은 반려동물에게 '부적합한' 음식을 먹여서 발생한다. 왕 대표는 "온라인에는 반려동물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정보가 많지만, 잘못된 것들도 많다"라며 "반려동물에게 과일이나 야채가 좋다고 알고 주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라고 경고했다. 가장 흔히 먹이는 과일 중 하나인 사과는 과당이 매우 높다. 반려동물은 높은 과당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고, 이는 효모 혹은 박테리아 피부 감염, 간 손상과 같은 여러 가지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췌장염은 종종 과도한 지방 함량에서만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심하게 가공된 식품이나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품을 먹이는 것도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 방광 결석증의 경우 수분 함량이 낮거나 옥살산과 같은 항영양소가 높은 식품을 지속적으로 먹이는 것으로 발생할 수 있다. 왕 대표는 "실제로 봄봄 자연식을 먹이고 난 후 각종 피부, 관절, 장기내 질환들이 좋아지고 알레르기도 반응도 좋아졌다는 후기들이 넘쳐난다"라며 "한국의 설채현 수의사도 반려견 '세상이'에게 봄봄 자연식을 급여하고 까다로운 식습관을 개선했다"라고 언급했다. ■성분 좋아도 흡수 안되면 無소용… 생체이용율 극대화한 봄봄 자연식봄봄은 알고리즘 방식과 기술을 적용해 봄봄의 자연식을 구독하는 개별 반려동물에 1:1 맞춤형 식단을 제공한다. 왕 대표는 "봄봄의 상품차별화전략(USP)은 맞춤형 반려동물 영양, 맞춤형 생식과 수비드식(화식)을 제공하는데, 모든 식사는 알레르기·체중·라이프스타일(활동량)·성장 단계·성별·선호도·소화 최적화를 고려해 개별 반려동물에 맞게 맞춤화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싱가포르의 수의사들과 협력해 △췌장염 △관절 문제 △데모덱스 △염증성 장 질환 △아토피 등과 같이 이전에는 해결할 수 없었던 질병을 화학 물질이나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완화시킨다"라며 "자연식의 생체이용율을 연구하고 최대로 높인 유일한 펫푸드 회사이므로 반려동물에게 제공되는 봄봄 자연식은 가장 영양 밀도가 높은 식품이라고 자부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시중에서 판매되는 자연식 중 반려동물에게 1:1로 모든 식사성분을 조합해 몸무게에 맞게 제공하고, 식사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들의 출처를 관리 감독하는 곳은 봄봄이 유일하다. 왕 대표는 "이처럼 모든 성분을 직접 관리하고 각 반려견에게 알맞는 방식으로 조합해 제공하기 때문에 알레르기 제거는 물론 알레르기를 식별하는 가장 확실하고 저렴한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부연했다. 왕 대표는 "보호자들이 반려동물 먹거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재료 등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하게 됐다"라며 "고품질의 자연식이 일반 사료보다 가격이 높지만, 별도의 영양제가 필요없으며 반려동물의 건강상태를 최대치로 유지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보충제나 의료비와 같은 다른 분야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점점 더 많은 보호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신선한 자연식이 가공된 펫푸드보다 비싸다고 알려져 있으나, 봄봄은 기술력을 통해 현재 동결건조나 다른 자연식들보다 더욱 가격 경쟁력을 갖춘 최고품질의 펫푸드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韓시장 자연식 1위 도전… 단, 보호자 교육이 우선올 초 한국에 진출한 봄봄은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반려동물 시장에서 보호자들이 찾는 자연식 1위 업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 단순한 판매량 차원이 아닌 보호자들에게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를 먼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왕 대표는 "우리는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수명을 연장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반려동물이 필요로 하는 영양성분과 기호에 따라 100% 맞춤화된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반려동물의 영양학적 구조에 대한 다양한 교육을 통해 보호자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봄봄 자연식을 접하는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의 영양학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사이트와 분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봄봄은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진보적인 수의사들과 손잡고 인식개선에 나서고 있다. 왕 대표는 "수의사들 사이에서도 생식과 같은 신선한 펫푸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점점 수의학 커뮤니티에서 이런 의견이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반려동물의 건강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는 자연식의 효과를 직접 느낀 수의사들은 우리와 협력해 자연식의 효과를 알리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10-24 18:09:01삼성전자가 '1위' 깃발을 꼽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중국 브랜드가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당초 아류작으로 비난 받았던 중국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최근 삼성의 '갤럭시Z 폴드6'보다 얇은 제품을 선보이거나 두번 접히는 모델까지 선보이며 삼성과 폴더블 폰 '고지전'을 준비중이다. ■中, 기술력 강화…서양권서도 선전2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가 출시한 폴더블 폰 '메이트 XT'가 지난 20일 판매 직후 품절됐다. 화웨이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두 번 접는 스마트폰이다. '메이트 XT'는 가격이 400만원 안팎임에도 650만건이 넘는 사전 판매 예약이 몰렸다. '메이트 XT'는 알파벳 Z 모양의 힌지를 도입해 화면이 안쪽으로 한 번, 바깥쪽으로도 한 번 접힌다. 기기를 펼치면 10.2인치 화면을 쓸 수 있다. 삼성은 이와 유사한 폴더블 화면 기술을 화웨이보다 먼저 공개했지만 상용화는 화웨이가 먼저 한 셈이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이트 XT가 두번 접는 제품이라는 점에서는 시선을 끌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후 내구성, 휴대성, 활용도 측면에서 사용자가 실제로 어떻게 평가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중국의 폴더블 신제품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Z폴드' 시리즈처럼 내구성 등이 검증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삼성 입장에서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탄탄한 중국 내수 시장이 받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나왔다. 궈밍치 TF증권 연구원은 "메이트 XT의 올해 예상 출하량은 50만대에서 100만대로 상향 조정됐다"며 "다만 메이트 XT의 초기 수요가 출시 후에도 지속될지 관건"이라고 전했다. 올해 2·4분기 서유럽 시장에서는 아너가 삼성을 제치고 폴더블폰 선두 자리에 올랐다. 또 레노버 산하의 모토로라는 '레이저 40' 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북미·남미 시장에서 폴더블폰 1위를 차지했다. 샤오미도 지난 7월 자국에서 선보인 '믹스 플립'을 조만간 글로벌 출시할 예정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국 외 폴더블 시장은 한 때 삼성이 거의 독점했지만 이제는 제조사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전장이 됐다"며 "삼성은 3·4분기 갤럭시Z6 시리즈 출시로 글로벌 선두 자리를 되찾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쟁 심화로 인해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 폼팩터 혁신 앞당기나 삼성전자는 지난 7월 갤럭시Z플립6·폴드6를 선보였지만 글로벌 소비 수요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궈밍치 연구원은 "올해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 전망을 3000만대에서 1500만대로 하향 조정한다"며 "주된 이유는 큰 화면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설계와 내구성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갤럭시Z폴드6보다 얇은 '갤럭시Z폴드 스페셜 에디션(SE, 가칭)'을 선보이며 중국과 격차 벌리기에 나선다. 이 제품은 접었을 때 두께가 10.6㎜로 갤럭시Z폴드6(12.1㎜)보다 얇다. 아너 '매직 V3'(9.2㎜)보다는 두껍지만 배터리 용량과 내구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화면을 돌돌 마는 롤러블폰이나 화면을 늘릴 수 있는 슬라이더블폰의 조기 등판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폼팩터(형태) 혁신을 통해 다시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월 호주 파이낸셜 리뷰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폼팩터 측면에서 우리는 휴대성, 대화면의 조합을 더 최적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바일AI는 갈수록 다양해질 것이기에 센서 등 새로운 입력유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4-09-22 18:4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