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좋은 죽음(Well-Dying)'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환자 스스로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도 공론화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안락사와 달리 '조력 존엄사'는 말기 환자가 의사로부터 약물을 받아 스스로 주입해 삶을 마무리하는 형태의 죽음을 말한다. 다만 의료계는 해당 제도를 도입한 국가가 극히 일부인 데다 우리 사회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서둘러 도입을 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민은 80%가 "찬성".. 의료계는 "시기상조" 2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조력 존엄사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조력 존엄사법)'을 발의하면서 불을 지폈다. 법안은 고통을 겪는 말기환자 중 스스로의 의사로 조력 존엄사를 희망하고 있을 경우 결정기구를 거쳐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력 존엄사를 도운 의사는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적용이 배제된다. 일단 대중들은 조력 존엄사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보다 높다. 개정안 발의 후 한국리서치가 국내 성인 1000명에게 조력존엄사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7월 진행된 이 여론조사에서 조력존엄사 입법화를 '매우 찬성한다'는 의견이 20%, '찬성한다'는 의견이 61%였다. 조력 존엄사 입법화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로는 '자기 결정권 보장'(25%),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23%), '가족 고통과 부담'(20%) 등이 꼽혔다. 가망이 없는 말기 환자에게도 ‘좋은 죽음’을 위한 선택권을 제공하자는 법안의 취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보내고 있지만, 의료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호스피스·완화의료 학회는 법안이 발의되자 지난 6월 입장문을 내고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 이전에 존엄한 돌봄의 유지에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의 확충,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기회 확대, 임종실 설치 의무화, 촘촘한 사회복지제도의 뒷받침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양준석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원도 조력 존엄사 도입이 너무 이르다고 보는 입장이다. 양 연구원은 "괴롭고 아픈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조력을 통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과연 '존엄한 죽음'이라고 볼 수 있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자살률 1위의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사회에서 조력 존엄사를 통해 쉽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5년... 윤리위 있는 병원만 선택권 현장에서 많은 임종 환자를 지켜본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선택권 확대를 위해 지난 2018년 제정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현장에서 유의미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도입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도 지난달 기준 누적 140만명을 넘어서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현실과 제도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먼저 현행법상 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에서만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과 이행이 이뤄질 수 있는데 전체 병원의 10.5%에만 설치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 경우 본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어도 병원에 윤리위가 구성돼 있지 않으면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내릴 수 없다. 28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3226개 병원 중 상급 종합 병원을 위주로 338개 병원에만 윤리위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령의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약 5%에만 윤리위가 설치된 상태다. 유 교수는 "요양병원 등에서 행하고 있는 연명 의료현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무작정 윤리위 설치를 확대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 임종 상황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현행법이 '임종 상태'를 너무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유 교수는 "현장의 의료진은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며 “의료진도 제도에 숙달된 것이 아니라 '임종 상태인지 아닌지' 등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을 살펴보면 연명의료결정제도에서 임종 상태 환자를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에 의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여,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은 자'라고 명시돼 있다. 유 교수는 "좋은 죽음은 모두에게 다르지만 피하고 싶은 죽음의 형태는 대부분 비슷하다"며 "내가 어떤 죽음을 피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의료적·사회적 측면에서 '좋은 죽음'을 위한 '좋은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2-09-28 09:49:14#.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조모(62·여성)씨는 지난 7월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사전연명치료중단서'를 작성했다. 그는 30대때 자궁경부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했고,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죽을 만큼 아픈 고통'이 뭔지 경험한 그는 죽음이라는 말의 무게를 남다르게 받아들였다. [파이낸셜뉴스] 그는 완치 후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병에 걸려 긴 투병생활 끝에 세상을 떠난 지인들의 죽음과 남겨진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보면서 '존엄한 죽음'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한 지인의 남편은 당뇨 합병증을 앓다 패혈증으로 의식 불명 상태가 됐다. 의료진이 갈비뼈가 부서질 정도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는데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했으니 그만해라"는 가족들의 말을 듣고서야 멈췄다. 또 다른 한 지인의 조카는 원인 모를 고열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윤리위원회를 거쳐 연명의료 중단까지 두 달이 걸렸다. 그동안 고액의 치료비는 모두 남겨진 가족들의 몫이었다. 사전의료연명 의향서 작성 4년새 15배 늘어 최근 한국 사회에 '좋은 죽음(Well-Dying)'을 고민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살아날 가능성이 낮고 생명 연장에 초점을 두는 연명치료가 환자를 오히려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제정돼 5년째를 맞은 사전연명의료결정제도는 19살 이상이면 누구나 자신이 임종을 앞둘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를 하지 않겠다고 미리 서명할 수 있다. 연명의료 중단에 서명하면 임종 과정에 놓였을 때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중단할 수 있다. 27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은 지난달 기준 누적 142만2434명에 달했다. 올 연말이면 약 150만명을 넘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첫 해인 지난 2018년 10만529명과 비교할 때 4년새 약 15배나 늘어난 수치다.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이들은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작성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직장인 박모(51)씨의 아버지는 최근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한 폐렴으로 중환자실에서 일주일 동안 의식이 없었다. 가족구성원들은 논의 끝에 "아버지에게 힘든 치료보다 자연스럽게 보내드리는게 낫겠다"며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했다. 박씨의 아버지는 미리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에 박씨는 아버지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 이후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는 "이게 가족들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인가 싶었다”며 "나에게 있어 좋은 죽음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일단 미리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밝혀야겠다는 생각에 사전연명치료의향서 작성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안티 에이징'에서 '웰다잉'으로 '웰다잉'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죽음은 늘 두려운 존재다. 이들은 두려움을 딛고 어떻게 죽음의 순간을 편안하고 의미있게 맞이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한다. 그래서 이들이 찾는 대상은 이른바 '죽음 교육'이다. 강원남 웰다잉연구소장은 지자체 복지관이나 노인회관 등에서 지난 2014년부터 죽음에 대한 강연을 해오고 있다. 교육 내용은 주로 △유언장 작성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법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이뤄져 있다. 강 소장이 처음 교육을 시작할 당시에는 '죽음 교육'에 대해 오해를 하거나 편견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면박을 받는 가 하면 교육 30분만에 쫓겨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고 한다. 동사무소로 ‘왜 재수없게 죽는 얘기를 하냐’고 자녀들의 항의가 들어온 적도 있다고 한다. 죽음을 터부시해 엘리베이터 4층도 'F'로 표기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강 소장은 "최근에는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을 계기로 '좋은 죽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진지하게 임하거나 관심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교육에 참여한 수강생들이 "삶을 성찰해보고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죽음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등의 후기를 남기는 일도 많아졌다. 높아진 웰다잉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죽음 교육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도 있다. 10년 전 설립된 한림대학교 생사학 연구소도 그 중 하나다.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양준석 연구원은 '좋은 죽음'에 대한 관심을 사회적 상황과 연결지어 설명한다. 양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빠르게 발전하며 초고도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초고령 사회로 진입을 목전에 앞두는 등 각종 부작용을 겪으며 '죽음의 질'이 상당히 낮아져 있는 상황이다. 양 연구원은 "안티 에이징을 말하며 죽음을 꺼리던 사회에서 암울한 사회상과 펜데믹 등을 겪으며 죽음도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의료적 측면 뿐만 아니라 문화·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논의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이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2-09-27 14:01:01"KTX 부산역과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이 자리잡은 '부산의 중심' 동구는 지리적으로 최고의 교통요충지입니다. 여기에다 고도제한 완화조치를 이끌어내 한국전쟁 애환이 서린 산복도로 지역 개발에 물꼬를 트고 대한민국 최초 항만 재개발 프로젝트 부산항 북항재개발사업을 통해 그동안 단절됐던 원도심과 연계된 발전을 시도하면서 말 그대로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공존하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민선 8기 취임 2주년을 맞은 김진홍 부산 동구청장은 28일 'First Class 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구청장은 "'북항시대 동구, 꿈을 현실로' 슬로건을 내걸고 출범한 민선 8기 부산 동구가 어느덧 2년이 지나 반환점을 돌았다"면서 "동구는 지난해 비록 2030부산월드엑스포를 유치하지는 못했지만 최근 진행한 '민선 8기 2주년 구민 설문조사' 결과,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응답이 1년 만에 21%나 상승해 63.8%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구는 부산항이 위치해 있는 지리적 이점에도 일찌감치 이뤄진 조선방직 등이 있었던 조방 앞 대기업 이전과 경부선에 의한 항만~주거~상업지역 단절이 장기적인 인구 감소로 이어져 고령화 위기를 맞았다. 이같이 인구 감소에 따른 원도심 슬럼화 등으로 지난해만 하더라도 지역 거주 만족도가 절반도 안되는 42.8%였는데 불과 1년 만에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 동구청장은 "제대로 된 정책은 실제 수혜를 받는 구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체감할 수 있게 된다. 각 지역 주민들이 그때그때 필요로 하는 상황에 맞는 정책들에 집중한 결과, 동구 거주 만족도가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생활밀착형에 집중한 정책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동구는 구민 실생활에 가까운 정책들을 중심으로 구정을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최초로 '자동육아휴직제'를 도입해 관내 사업장에서 '출산휴가' 사용 후 별도의 신청절차 없이 육아휴직으로 이어지도록 제도화했다. 김 구청장은 육아 인프라 조성에 집중해 아이가 있는 가정의 정주여건 개선에도 힘써왔다고 밝혔다. 동구는 '예스키즈존 운영' '들락날락 인프라 확충' '아동 현장학습 차량비 지원' '동구장애아동 발달지원센터, 이바구 복합문화체육센터 개소' 등으로 구민 체감도를 높여가고 있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은 환경도 고려해 동구는 부산 구·군 가운데 최초로 100세 이상 어르신 거주 가구에 50만원 상당의 가구를 지원하는 '장수 물품 지원사업'도 도입해 올해부터 시행한다. 또 구·군 최초로 무연고자를 대상으로 하는 '해피엔딩 장례지원 사업'도 마련, 누구든 존엄한 죽음을 맞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산복도로 주민들의 생활 속 편의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관내 산복도로 일대를 모두 다니며 조사해 보니 계단만 100개가 넘게 설치된 곳도 있어 어르신들이 산복도로 밑으로 내려오기 힘든 환경"이라면서 "단계별로 산복도로 구간마다 수직 이동통로 7군데를 착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취임 이후 산복도로에 몇 없는 빨래방을 지원하기 위해 권역별 '이바구 빨래방' 4곳을 조성해 어르신들이 하기 힘든 이불을 세척해 건조까지 해주는 세심한 서비스도 펼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 구청장은 지역 숙원사업으로 원도심 '고도제한 해제'를 꼽았다. 해양수산부가 진행한 북항재개발 1단계 사업에 따라 북항에 고층건물이 대거 들어서 산복도로 주택의 조망권마저 빼앗고 있는 점이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더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김 구청장은 "아무래도 북항에 인접한 평지에서 먼저 재개발이 일어나 반대로 산복도로쪽 주민들은 소외되고 있다"면서 "이 일대에 50년간 고도제한 규제가 묶여 있는 데다 조망권마저 잃어 산복도로 주민들의 상실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이제 고도제한을 풀어야 할 시점이라 판단해 구가 자체 용역을 했다"면서 "부산항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까지 완성됐을 때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고도제한을 전면 해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도전으로 기대감을 모았던 '북항' 일대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김 구청장은 입을 뗐다. 이와 관련해 김 구청장은 "현재 북항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역시 경부선 철도 지하화"라고 강조한 뒤 "이는 올해 초 국회에서 '경부선 철도 지하화 특별법'이 본회의에 통과하며 법적 근거를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월드엑스포 유치 실패는 안타까우나 동구는 할 일이 많이 남았다"면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철도 지하화 특별법에 힘입어 북항과 원도심을 가로막았던 2.3㎞ 구간의 철도 지대를 개발, 공원과 각종 혁신단지로 탈바꿈해 원도심 부활의 기폭제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구청창은 "부산시 컨소시엄이 시행을 맡은 북항 2단계 재개발지역 인근에 놓인 55보급창 이전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올해 안으로 발주할 계획"이라면서 "북항재개발과 연계해 동구를 국제업무지구로 도약할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최근 선포한 '하버시티 동구' 미래 비전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2030부산월드엑스포가 수포로 돌아가고 주민 상실감이 어느 구·군보다 컸다"면서 "이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필요성을 느껴 도시 가치를 높이고자 북항시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자는 차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하버시티'를 선포했다"며 "부산항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녹지대 축도 확보해 주거환경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북항시대 동구' 슬로건을 이루기 위해 '국제 해양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항에 해상도시를 만들 부산시 계획도 있어 이 사업이 실현되고 지역 현안인 55보급창 이전 문제도 잘 정리된다면 분명 원도심인 동구가 '부산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항만·철도 물류 중심지란 이점을 살려 해운대를 능가하는 곳이 되도록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민선 8기 전반기는 새로운 동구 발전의 도입이라면 후반기는 이를 본격화하는 시기"라면서 "정책에 주민 목소리 하나하나 모두 담아 실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2024-07-28 18:33:34[파이낸셜뉴스] 임기를 약 1년 남겨둔 이란의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하면서 이란 안팎에서 정치적 혼란이 예상된다. 이란 정부는 강경 우파 세력이자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였던 라이시가 사라졌지만 의회가 우파 손에 남아 있는 만큼, 계속 서방 및 이스라엘과 적대하는 정책을 유지할 전망이다. 대통령·외무 장관 모두 사망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20일(현지시간) 내각 명의로 성명을 내고 라이시의 사망을 확인했다. 이어 "국정은 아무런 차질 없이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모흐센 만수리 이란 행정 담당 부통령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라이시가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 알렸다. 향년 63세인 라이시는 전날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 주(州)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했다. 그는 행사 이후 일행과 3대의 헬리콥터를 이용해 주도 타브리즈의 정유공장으로 이동했다. 2대는 무사히 도착했지만 그가 탑승한 헬리콥터는 이란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서 연락이 끊겼다. 당시 사건 현장에는 짙은 안개 속에서 폭우가 몰아쳤다. 이란 구조팀은 연락 두절 이후 12시간 만에 완전히 불에 탄 잔해를 발견했으나 생존자를 찾지 못했다. 범 아랍 매체인 알자지라 방송은 전문가를 인용해 악천후가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아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 장관도 헬리콥터가 "악천후와 안개로 인해 경착륙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날씨가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추락한 헬리콥터는 미국 기업 '벨 헬리콥터'가 개발한 '벨-212'로 1968년에 초도 비행을 실시한 낡은 기종이었다. 미국에게 온갖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이 어떻게 미국 기체를 운용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친미 정부가 무너지기 전까지 많은 미국산 항공장비를 도입했다. 남은 기체 상당수가 낡은 데다 부품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추락 당시 헬리콥터에는 라이시 뿐만 아니라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 장관, 말리크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도 탑승했다. 이외에도 타브리즈 지역 성직자로 금요 기도회의 이맘(이슬람 종교 지도자)을 맡고 있는 아야톨라 알 하솀이 동승했으며 조종사와 경호원 등 탑승했던 총 9명 모두 사망했다. 50일 이내 보궐 선거, 이란 정계 혼란이슬람 혁명으로 태어난 이란 정부는 대통령 위에 최고지도자라는 더 높은 지위가 있다. 현재 국가 최고지도자, 종교 최고지도자, 군 최고 통수권자를 겸직하고 있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대통령 인준·해임권을 가지고 있다. 최고지도자는 입법과 사법, 행정 등 국정 전반에서 최후의 의사결정권자다. 이란의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들이 맡으며 하메네이 역시 과거 이란의 3~4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지난 2021년 8월에 8대 대통령에 취임한 라이시는 강경 우파 성향으로 4년 임기 가운데 약 1년을 남긴 상황이다. 부통령이 12명인 이란은 대통령이 임기 중 사망할 경우 헌법 131조에 따라 제 1부통령이 최고지도자의 인준을 받아 대통령 역할을 수행한다. 부통령과 국회의장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는 최대 50일 안에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이란의 제 1부통령은 하메네이의 충성파로 알려진 모하마드 모르베크다. 모르베크는 올해 69세로 2007년 준 정부 금융기관 '세타드' 수장에 임명돼 14년간 이끌었다. 세타드는 이슬람 혁명 이후 몰수된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1980년대 후반 설립되었으나 사실상 최고지도자의 '돈줄' 역할을 하는 기업 조직이다. 세타드는 보건, 금융 등 다양한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모르베크가 라이시를 이어 계속 대통령 직위를 이어갈 수 없으며 후계자 후보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올해 85세인 하메네이는 이미 고령에다 지병도 있는 상황에서 그 동안 후계자로 키웠던 라이시가 사라지면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이스라엘 영자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라이시 사망 이후 후계자 자리를 놓고 이란 내부에서 권력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라이시를 제외한 최고 지도자 후보로는 하메네이의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5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파로 더욱 기울어...핵협상 어떻게?라이시는 2022년 '히잡 시위'로 이란 전역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이를 강경 진압했다. 그는 대외적으로도 미국 및 서방과 대립했으며 미국과 핵협상 복귀를 도모하는 대신 우라늄 농축을 계속했다. 지난해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도 간접적으로 개입했고 지난 4월에는 이스라엘 본토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아울러 지난 3월 이란 총선에서는 서방에 반대하는 강경 우파가 245석의 이란 의회에서 약 200석을 차지했다. 가디언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의회를 장악한 우파가 더욱 강경한 반서방 노선을 요구한다고 내다봤다. TOI는 라이시와 함께 사망한 아미르 압돌라히안을 지적하며 이란의 외교 노선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스라엘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과 접촉하며 이스라엘 및 서방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하마스는 20일 성명에서 이란 국민과 "고통과 슬픔"을 함께한다며 "이란과 완전한 결속"을 강조했다. 같은날 알자지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가 현재 이스라엘과 서방에 대한 노선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 이후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 변화에 주목했다. 미국 등 6개국과 이란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 제재를 풀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2018년에 핵합의를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라이시는 2021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핵합의 복원 협상을 진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대신 긴장 강도를 높였다. 한편 라이시의 사망이 확인되자 이란과 교류했던 일부 정상들은 애도를 표했다. 20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X에 "라이시의 '비극적인'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고 적었다. 그는 "깊은 슬픔"을 느낀다면서 "라이시는 인도와 이란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란과 함께 반미 전선을 이뤘던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라이시가 "베네수엘라의 조건 없는 친구였다"면서 "베네수엘라는 진심 어린 포옹을 보낸다. 당신, 이란은 존엄성과 도덕성, 저항의 본보기였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5-20 14:23:41얼마 전에 존경하는 지인의 배우자가 돌아가셨다고 하여 문상을 다녀왔다. 지인은 10여년 전부터 죽음을 준비해오셨다. 건강한 분인데도 죽음은 늘 숙제였나 보다. 컴퓨터와 휴대폰을 주변에서 없애고, 외부와는 최소한의 연결만 한 채 기도와 명상으로 세월을 보냈다. 혼자 지내는 힘, 즉 고독력을 키우고 하늘과 연결했다. 그런데도 막상 배우자의 죽음을 맞이하니 두렵다고 한다. 행복한 노후, 존엄한 죽음은 누구에게나 가장 큰 소원이다. 관련 서적을 살펴보면 세가지를 공통적으로 추천한다. 첫째, 가능한 한 걸어다녀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같이 보여도 뇌가 쉬지 않고 반응을 한다고 한다. 길을 선택하고,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하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끊임없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압축적으로 표현해서 쉬지 말고 걸으라고 권고한 것이고 근육연금을 적립하는 등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행복수명을 구성하는 요소 중 첫 번째가 건강수명이다. 둘째는 정신노동을 해야 한다. 특히 인지장애에 걸리지 않으려면 책을 쓸 정도의 강한 정신노동을 할 것을 권고한다. 우리나라 성인 독서인구는 최하위권이다. 1년에 책 한권도 읽지 않는 성인이 60% 가까이 되는 나라에서 책을 저술해 보라는 주문은 미션임파서블이다. 하지만 나이 들어서 할 수 있는 정신노동도 여러 가지가 있다. 일상을 담은 시와 일기, 자서전 쓰기 등에 도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악기를 만지거나 작사를 해보는 것도 좋은 정신노동이다. 돌아가신 부모의 삶을 노래로 만들어 불러보거나, 결혼을 앞둔 자녀를 위한 축가를 만드는 등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와 내 주변의 인생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 볼 수 있다. 행복수명 중에 두 번째 활동수명을 키우라는 얘기다. 셋째,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력·사회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집 안에서 멍하니 텔레비전을 시청하면 인지장애에 걸릴 수 있으나 드라마클럽을 만들어 드라마의 전개 방향을 예측하고 토론하고 주인공으로 빙의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 관계수명이 좋아야 행복수명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북유럽에서 세대공존주택을 만들어 일주일에 몇 회는 공동체에서 섞여 식사하도록 하는 것은 관계가 행복을 증진시킨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 인간관계가 직장과 회사, 즉 일과 엮여서 형성된 구시대의 남성들은 퇴직 후 관계를 급속하게 잃어버린다. 행복수명 중에 경제수명이 약해지면서 오는 현상이다. 그래서 하루 세끼 집에서 밥을 먹는 삼식이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젖은 낙엽증후군'이라고 한다. 부인한테 모든 것을 의존한다. 직장에서 은퇴자를 상대로 한 전직교육을 할 때 반드시 포함되는 것이 양성평등이다. 돈을 벌 때는 가장이었지만 은퇴한 후에 대접받으려면 달라져야 하고 독립성을 키워야 한다. '젖은 낙엽'이 되지 않으려고 일부러 약속을 만들어 바쁘게 지내는 것이 '좋은 사회력'은 아니다. 당장은 즐거울지 모르지만 마음이 공허해지기 때문이다. 여성도 예외는 아니다. 만날 때마다 다투고 헤어지는 인간관계는 건전한 사회력이 아니다. '해로운 사회력'은 건강도 해친다. "나이 들어서는 서로에게 진심으로 즐거움을 주고 자유도 느끼게 해주는 인생의 도반 같은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이영미 작가) 좋은 관계를 만드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외로움을 이기는 것이다. "사람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외톨이로 여겨지는 것이다. 당신은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해서 외로운 것이다"(마리엘라 자르토리우스). 너무 일찍 고독력을 키우려고 하면 자칫 인지장애 우울증 등에 걸릴 수 있다. 좋은 사회력을 유지하면서 인생의 후반부에는 고독력을 키우는 지혜와 균형이 필요하다. 민병두 보험연수원장 box5097@fnnews.com 김충제 기자
2024-05-01 18:59:49[파이낸셜뉴스] 안락사·조력자살이 불법인 페루에서 40대 여성이 예외를 인정받아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페루에서 시행된 첫 번째 안락사 사례로, 이 여성은 희귀 퇴행성 질환으로 온몸이 마비된 상태였다. 22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심리학자이자 다발성근염 환자인 아나 에스트라다가 4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에스트라다의 변호사인 호세피나 미로 퀘사다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에스트라다가 지난 21일 사망했다면서 "아나는 자신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존엄한 죽음을 위한) 싸움에 함께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정을 지지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고 밝혔다. 퀘사다는 이어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위한 아나의 투쟁은 수천명의 페루인들에게 그 권리의 중요성을 일깨웠다"고 덧붙였다. 심리학 전공 후 심리치료사 활동…2015년부터 상태 악화 에스트라다는 페루에서 안락사한 최초의 인물이다. 페루는 가톨릭 신자가 많은 중남미 지역의 다른 대부분 국가와 마찬가지로 안락사와 조력자살을 금지하고 있다. 중남미 국가 가운데 콜롬비아와 쿠바가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으며 에콰도르에서는 지난 2월 특정 조건 아래 행해진 안락사는 범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헌재의 결정이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캐나다, 벨기에, 스위스 등 소수 국가만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에스트라다는 2022년 법원으로부터 의료지원을 통해 사망할 권리를 얻어냈다. 그는 근육 염증으로 근력이 저하되는 퇴행성 질환인 다발성근염 환자로, 12세 때부터 증상이 나타나 20세 무렵엔 스스로 걷지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대학에 진학해 심리학을 전공했고 심리치료사로 일했다. 열심히 저축해 집을 사고 부모에게서 독립했으며, 연애도 하고 고양이도 길렀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삶을 이어가던 그였지만 2015년부터 상태가 악화하기 시작했다. 2년 뒤에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됐고 키우던 고양이는 입양 보내야 했으며, 전신이 거의 마비된 채 튜브를 통해 음식을 섭취하면서 누워서 생활했다. "죽음 아닌 자유 위해 싸웠다"…3년 소송 끝 '사망할 권리' 얻어내 이에 에스트라다는 2019년 안락사를 통해 원할 때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있으며, 당장 죽고 싶지는 않지만 언제 삶을 끝낼지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싶다고 호소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병은 더 악화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게 됐고 호흡도 어려워져 때때로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야 했다. 2021년 초 한 인터뷰에서는 그러한 자신의 처지를 "하루 24시간 내 몸 안에 갇힌 죄수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에스트라다는 '존엄한 죽음'을 향한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침대에 누워 재판 과정에 참여했고 '존엄한 죽음을 위한 아나'라는 블로그를 만들고 녹취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송 과정 등을 공유했다. 2022년 페루 대법원은 에스트라다의 결정을 보건당국이 존중해야 한다는 하급심을 확정하며 그의 손을 들어줬다. 현행법대로라면 안락사를 도운 이는 최고 3년형에 처해지지만 에스트라다는 이 판결로 예외를 인정받아 그의 안락사를 지원한 의료진은 처벌받지 않게 됐다. 에스트라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언론에 죽음이 아니라 자유를 위해 싸워왔다며 "나는 삶에서 고통을 더 견디지 못하게 될 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평화롭고 차분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을 때 안락사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는 "더는 글을 쓰거나 내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때가 올 것"이라며 "내 몸은 약해지고 있지만 마음과 정신은 행복하다. 삶의 마지막 순간 역시 그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4-24 08:26:23【파이낸셜뉴스 경기=노진균 기자】 경기 안양시가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지원사업의 추진사항을 공유하고 추후 사업 운영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2일 시청 별관 안양시자원봉사센터에서 협약기관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안양시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는 안양시와 협약기관인 안양시자원봉사센터, 안양장례식장, 메트로병원 장례식장 등의 공영장례 관계자 8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안양시가 추진하는 공영장례는 무연고 사망자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지원하는 장례의식이다. 안양시와 안양시자원봉사센터, 안양장례식장·메트로병원 장례식장 등은 2021년부터 지금까지 무연고 사망자 46명에 대한 공영장례를 치렀다. 시는 사망자의 행정절차 및 장례 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안양장례식장과 메트로병원 장례식장은 장례 물품 및 빈소를 제공하고 있다. 안양시자원봉사센터는 장례의식을 이행하고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해주는 자원봉사 인력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우리동네 공영장례봉사단 리멤버' 봉사단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장례의식에 대한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무연고 사망자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고인의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도록 공영장례를 통해 애도하는 시간을 갖고 고인이 영면하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4-04-23 12:55:45[파이낸셜뉴스] 60대 남성이 건국대 호수에 사는 거위를 괴롭힌 사건이 알려지며 동물 학대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거위 외에도 비둘기, 오리 등 공원에서 서식하는 동물을 학대하는 문제가 종종 제기되만,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이런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캠페인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양서도 오리 다쳐, 치료 중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건국대 호수에 서식하는 거위를 때린 60대 남성 A씨가 지난 16일 검거됐다. A씨는 지난 11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광진구 건국대 호수 일감호에 사는 거위를 여러 차례 손으로 때린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일감호에 서식하는 거위는 건국대의 '건'과 거위를 뜻하는 영어단어 '구스(goose)'가 합쳐진 '건구스'로 불린다. 건구스들은 교내 신문에 '대학의 마스코트'로 소개되는 등 재학생과 시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앞서 이달 초에는 경기도 안양 삼성천에 살던 오리들이 돌에 맞아 다쳤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오리의 눈 주변에 상처가 난 사진 등이 올라왔다. 한 마리는 실명 위기에 처했고, 다른 오리는 다리를 다쳐 제대로 서지 못한다고 한다. 안양시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보호하던 오리들은 시와 연계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오리를 공격한 범인은 아직 검거하지 못했다. 반면 건국대 거위를 괴롭힌 피의자는 호수를 자주 찾던 주민이어서 신원을 파악하기 용이했다. A씨를 경찰에 고발한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A씨가 거위에게 접근해 교감을 시도하거나 장난치는 행위를 목격한 학생들이 많아 특정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동물단체, 건대에 현수막 홍보 요청 과거에도 공원 등에 서식하는 동물을 학대하는 사건은 종종 발생했다. 2022년에는 길 한복판에서 비둘기를 발로차는 영상이 SNS에 올라와 논란이 제기됐다. 경찰이 피의자를 특정했지만 출석에 불응하는 등 소재가 불분명해 수사 중지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차원에서 동물 학대가 범죄라는 점을 홍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생명 존엄성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고 동물보호법 위반시 어떤 처벌을 받는지 현수막을 내거는 것이 학대를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에게 도구 등 물리적 방법을 사용, 상해를 입히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진다.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학교 내 사유지인 건국대의 경우 지자체가 단독으로 홍보물을 게시할 수 없다. 동물자유연대 측은 학교 측에 관련 현수막을 걸어달라는 공문을 전달한 상태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4-18 17:00:34[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이 2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송미경·김슬기 부장판사)는 12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경우·황대한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범행 배후인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살인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 1심과 마찬가지로 각각 징역 8년과 6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 침해는 이유를 불문하고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중대 범죄"라며 "이경우와 황대한은 범행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서울 한복판에서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급작스레 납치돼 죽음에 이른 극심한 공포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유족들은 피해자 죽음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했다. 살인 고의가 없었다는 황대한의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주사액이 마약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해도 수면마취제인 것은 알았고, 과다투여할 경우 위험하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며 "피해자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주사를 놓았고, 투약 양이 치사량에 해당하는 점 등을 보면 피고인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 유상원·황은희 부부에 대해서는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강도 범행을 공모한 사실은 인정되나, 검찰 주장처럼 강도살인까지 공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범행에 가담한 연지호와 이경우의 아내 허모씨는 피해자 측과 합의한 점 등을 반영해 형을 감경했다. 연지호는 징역 25년에서 23년으로, 허씨는 징역 5년에서 징역 4년6개월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유족과 원만히 합의해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한 점 등 유리한 정상이 있다"고 밝혔다. 이경우와 황대한, 연지호는 지난해 3월 29일 밤 서울 강남구 소재 A씨 주거지 부근에서 A씨를 납치해 차에 태우고, 마취제를 주사해 살해한 뒤 다음 날 대전 대덕구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허씨는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빼돌려 이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가상자산 투자 실패로 A씨와 갈등을 빚다가 가상자산을 빼앗고 살해하자는 이경우의 제안을 받고 7000만원의 범죄자금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4-12 16:08:22최근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노화 및 나이듦을 주제로 한 책들이 주목받고 있다. 28일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노화·나이듦·웰에이징 등 관련 키워드 도서 출간 종수는 64종으로, 전년 42종 대비 약 52% 늘어났다. 연간 판매량도 지난 2021년과 2022년에 감소세를 띠다가 지난해 53.8%로 반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노화' 관련서 구매자는 50대(32.4%), 40대(29.9%), 60대 이상(20.7%), 30대(13.5%) 순으로 나타났다. 100세 시대를 맞아 앞으로 일하고 활동해야 할 시간이 이전 세대에 비해 현저히 늘어나며 더욱 적극적으로 '웰에이징'에 주목하는 4050세대가 절반 이상(62.3%)을 차지했다. 노화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기 시작하는 30대(13.5%) 구매 비중이 20대(3.2%)보다 10%포인트 가량 높은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노화' 관련서 베스트셀러 1위는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더퀘스트), 2위는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한빛라이프)이었다. 두 권 모두 '유 퀴즈 온 더 블록', '세바시' 등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은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의 책이다. 이 책들은 음식과 운동부터 정신 건강 관리까지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전한다. 한편, 올해도 총 16종의 '노화' 관련서 신간들이 출간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웨일북)는 내셔널 크리스토퍼상을 수상한 노년학자와 생물학자의 심층 취재를 통해 황혼을 삶의 절정기로 만든 노장들의 비밀을 생생히 옮겼다. 대만 중년들에게 가장 닮고 싶은 노년의 롤모델로 손꼽히는 할머니 의사 류슈즈의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더퀘스트)은 중년이 된 이들에게 건강 및 인생 조언을 전하고, '니체처럼 사랑하고 세네카처럼 현명하게'(유노책주)는 인생에서 꼭 만나야 할 철학자의 30가지 말들을 담았다. 이밖에 죽음에 대해 심리적으로 접근하는 도서들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예스24 집계 결과 지난해 '노년·죽음' 관련 인문서 출간 종수는 61종으로 전년 57종에서 소폭 증가했다. 또한, 판매량은 최근 3년간 매년 증가세로 지난해는 전년 대비 32.9% 늘었다. '노년·죽음' 관련 인문서 베스트셀러는 노년을 먼저 경험한 저자가 다양한 조언을 전하거나, 노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죽음'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삶의 열망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책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 지성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인플루엔셜)는 유려한 사유를 통해 '나이듦'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제안한다. 또 세계적인 사상가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부키)는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존엄과 의학의 한계를 고백하며 '인간다운 죽음'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3-28 14:1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