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 종로 포장마차 거리에서 흉기로 시민들을 위협하던 30대 남성이 때마침 휴무일에 식사를 하러나온 경찰관에게 제압됐다. 20일 경찰 및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말 인파가 몰렸던 지난 16일 종로 포장마차 거리에서 흉기를 든 남성이 시민들을 위협하며 난동을 부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검은 민소매 차림이었던 남성은 손에 흉기를 든 채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 무리에게 다가갔다. 깜짝 놀란 손님들이 일어나 의자로 남성을 막으려 하자 남성은 거칠게 의자를 빼앗으려 하면서 흉기 위협을 이어갔다. 한동안 난동을 부리던 남성이 잠시 차도에 주저앉았는데 그 순간 누군가 달려와 남성을 넘어뜨리고 두 팔을 젖혀 제압했다. 마침 휴무일에 근처에서 식사하던 서울경찰청 75기동대 김준혁 경장이 현장을 목격하고 제압에 나선 것이었다. 김 경장은 “밥을 먹고 있다가 소란스러워서 보니까 덩치 큰 남성분이 가위를 들고 있더라”며 “일단은 흉기가 있으니까 엎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체포된 남성은 경찰에 “행위예술을 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남성이 흉기를 사전에 준비했는지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6-20 13:12:03"외국인들이야 비싸게 팔아도 그런가보다 하겠죠. 그게 언제까지 통할까요." 50대 최모씨가 기자에게 말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포장마차 골목에서 기자와 행인이 나눈 대화다. 손님들의 반응이 유사하다. 한국인들은 비싸다고 하고, 가격 정보가 부족한 외국인들은 비싼 가격을 감수하며 광장시장 자체를 관광 경험으로 즐기고 있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야외 활동과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바가지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서울의 주요 관광지이자 전통시장인 광장시장은 지난해 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작된 '바가지' 논란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자 한국인의 방문이 크게 줄어든 분위기였다. 현재의 분위기가 지속되면 외국인 관광객마저도 발길을 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 달라진 게 없는 '가격'광장시장은 지난해 말 한 유튜버가 포장마차 골목의 전집에서 바가지를 당했다는 영상이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 퍼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1만5000원짜리 모둠전을 시켰는데 그릇 위에 나온 전은 10개를 조금 넘긴 양이었다. 불친절했던 상인 태도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논란 이후 상인회 등은 메뉴판 가격 옆에 중량·수량을 표기하는 '정량 표시제'를 도입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시민들은 아직 마음을 돌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광장시장의 찹쌀순대는 1인분에 8000원, 모둠전이 1인분에 1만5000원 등이었다. 경동시장과 남성시장, 통인시장 등 서울의 다른 유명 전통시장의 순대 1인분 가격이 4000~5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가격 차이가 크다. 광장시장의 음식이 양이 많을 수는 있겠으나 가격 자치가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포장마차 골목 인근을 지나가던 한 50대 최모씨는 "광장시장 포장마차 골목은 외국인만 가지 한국인은 안 간다"라며 "음식의 양과 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싼데 누가 사 먹겠나"고 혀를 찼다. ■ 외국인 발길도 끊길라최근 광장시장 상인 중 일부가 '믹스'라는 수법을 써 또 한번 논란이 된 바 있다. 믹스는 일종의 메뉴 바꿔치기다. 예컨대 손님이 8000원짜리 찹쌀순대를 주문자면 상인이 "모둠으로 섞어줄게요"라고 말한 뒤 1만원짜리 순대고기모둠을 제공한다. 만두도 외국인이 고기만두 1인분을 주문하면 상인이 "믹스(mix·섞어)"라고 말한 후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섞어서 제공한다. 가격은 1인분이 아닌 2인분 가격을 받았다. 이런 수법에 대해 광장시장 상인들마저도 시장 이미지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광장시장에서 10년 넘게 분식 장사를 해오고 있다는 A씨는 "일부 상인들이 '메뉴 바꿔치기' 등을 했지만, 우리는 그런 거 안 한다"라고 했다. 관련해 조병옥 종로광장전통시장총연합회 이사도 "상인회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시와 함께 '메뉴 바꿔치기'와 같은 행동을 근절하기 위해 특별 단속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한국인과 외국인들 사이에서 가격 논란은 여전했다. 호주에서 온 세라씨(70)는 "이곳 포장마차 물가가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좀 더 비싼 것 같다"면서 "상인들이 나를 외국인이라고 해서 속인 것 같지는 않는데 음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40대 박모씨도 "여행지에서 바가지를 당하면 당시에는 어쩔 수 없이 먹고 넘어가지만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진다"며 "광장시장을 찾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다. 이러면 시장의 인기는 떨어지기 마련이다"고 봤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6-10 18:59:10[파이낸셜뉴스] "외국인들이야 비싸게 팔아도 그런가보다 하겠죠. 그게 언제까지 통할까요." 50대 최모씨가 기자에게 말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포장마차 골목에서 기자와 행인이 나눈 대화다. 손님들의 반응이 유사하다. 한국인들은 비싸다고 하고, 가격 정보가 부족한 외국인들은 비싼 가격을 감수하며 광장시장 자체를 관광 경험으로 즐기고 있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야외 활동과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바가지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서울의 주요 관광지이자 전통시장인 광장시장은 지난해 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작된 '바가지' 논란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자 한국인의 방문이 크게 줄어든 분위기였다. 현재의 분위기가 지속되면 외국인 관광객마저도 발길을 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달라진 게 없는 '가격'광장시장은 지난해 말 한 유튜버가 포장마차 골목의 전집에서 바가지를 당했다는 영상이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 퍼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1만5000원짜리 모둠전을 시켰는데 그릇 위에 나온 전은 10개를 조금 넘긴 양이었다. 불친절했던 상인 태도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해당 논란 이후 상인회 등은 메뉴판 가격 옆에 중량·수량을 표기하는 '정량 표시제'를 도입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시민들은 아직 마음을 돌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여전히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광장시장의 찹쌀순대는 1인분에 8000원, 모둠전이 1인분에 1만5000원 등이었다. 경동시장과 남성시장, 통인시장 등 서울의 다른 유명 전통시장의 순대 1인분 가격이 4000~5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가격 차이가 크다. 광장시장의 음식이 양이 많을 수는 있겠으나 가격 자치가 부담스럽다는 평가다. 포장마차 골목 인근을 지나가던 한 50대 최모씨는 "광장시장 포장마차 골목은 외국인만 가지 한국인은 안 간다"라며 "음식의 양과 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싼데 누가 사 먹겠나"고 혀를 찼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모씨(30)는 "위생적이지도 않고 불편하지만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는 싼 가격 때문"이라며 "성인 남성 두명이 광장시장에서 술 없이 주전부리만 해도 3만원은 줘야 한다. 광장시장에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발길도 끊길라최근 광장시장 상인 중 일부가 '믹스'라는 수법을 써 또 한번 논란이 된 바 있다. 믹스는 일종의 메뉴 바꿔치기다. 예컨대 손님이 8000원짜리 찹쌀순대를 주문자면 상인이 "모둠으로 섞어줄게요"라고 말한 뒤 1만원짜리 순대고기모둠을 제공한다. 만두도 외국인이 고기만두 1인분을 주문하면 상인이 "믹스(mix·섞어)"라고 말한 후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섞어서 제공한다. 가격은 1인분이 아닌 2인분 가격을 받았다. 이런 수법에 대해 광장시장 상인들마저도 시장 이미지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광장시장에서 10년 넘게 분식 장사를 해오고 있다는 A씨는 "일부 상인들이 '메뉴 바꿔치기' 등을 했지만, 우리는 그런 거 안 한다"라고 했다. 관련해 조병옥 종로광장전통시장총연합회 이사도 "상인회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시와 함께 '메뉴 바꿔치기'와 같은 행동을 근절하기 위해 특별 단속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한국인과 외국인들 사이에서 가격 논란은 여전했다. 호주에서 온 세라씨(70)는 "이곳 포장마차 물가가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좀 더 비싼 것 같다"면서 "상인들이 나를 외국인이라고 해서 속인 것 같지는 않는데 음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40대 박모씨도 "여행지에서 바가지를 당하면 당시에는 어쩔 수 없이 먹고 넘어가지만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진다"며 "광장시장을 찾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다. 이러면 시장의 인기는 떨어지기 마련이다"고 봤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6-06 09:55:03[파이낸셜뉴스] 석화 7개에 가격 2만원을 받는 등 '바가지 논란'이 일었던 종로 포차거리가 지난달 말 영업을 중단하고, 재정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종로포차 거리를 전담하고 있는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등은 이날부터 가격정찰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종로 포차거리의 포장마차 60여곳은 최근 바가지 논란 등 비판적인 반응이 잇따르자, 자성하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재정비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란은 지난달 2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당시 작성자 A씨는 '종로 포장마차 실태'라는 제목으로, 종로 포차 거리의 포장마차들을 비판했다. 그는 포차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안주 두 가지 이상을 주문해야 했으며, 판매하고 있는 안주 가격은 모두 2만원으로 통일돼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자리에 앉기 위해서는 최소 4만원을 내야 한다고 질책했다. A씨는 이어 가격 대비 음식량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한 음식물 사진을 올렸는데, 접시 위에 초장과 고추, 마늘 정도를 올린 석화 7개가 담겼다. 즉, 석화 7개가 2만원인 셈이다. A씨는 "해산물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석화를) 자주 먹는다. 난생처음 본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가게는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가게 메뉴판에 '카드 안 돼요! NO CARD'라고 쓰여 있었다며, 먹은 음식값을 현금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충격의 연속이다. 서울의 중심이자,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관광지가 이렇게 변질했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라고 한탄했다. A씨의 사연은 곧바로 화제가 됐고, 논란이 거세지자 종로3가역 노점상들은 재정비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점포당 60만원씩 청소비를 들여 환풍시설 및 식기류 등을 대대적으로 청소했고, 포차거리를 관광 특화거리로 조성해 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구청 측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부터 가격 정찰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종로구청 측은 매체에 "허가받지 않은 점포들도 있는 등 여러 가지 논란이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최근 가격 논란과 관련해 노점상연합 측에서 자체적으로 정화 노력을 하고 있다. 일단은 지켜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12-11 09:28:02[파이낸셜뉴스] 바가지요금, 카드 결제 거부 등으로 비난을 받는 광장시장 한 가게에 이어 종로 포차거리의 포장마차가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종로 포장마차 실태'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하고 있다. 글쓴이 A씨는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서울 대표 관광지인 종로 밤거리가 변질해 안타깝다"며 해당 거리의 포장마차 실태를 공개했다. 해당 포차 거리의 포장마차는 무조건 안주 두 가지 이상을 주문해야만 자리에 앉을 수 있고 안주 가격은 대부분 2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자릿값으로 최소 4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가격 대비 부실한 음식량도 문제가 됐다. A씨가 공개한 안주 사진을 보면 2만원짜리 석화 한접시에는 석화 7개가 올라와 있다. 한 개에 3000원꼴인 셈이다. 카드 결제도 불가하다. '카드 안 돼요. NO CARD'라는 문구가 메뉴판에 쓰여있다. A씨는 "대부분 손님이 의외로 젊은 20대였다. 이들은 주로 계란말이를 시켰는데 양이 진짜 가관이다"라며 "손바닥만 한 크기에 무슨 맛보기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포장마차 편한 분위기 때문에 가는 곳인데 안주 두 개 안 시키면 못 앉게 하고 양 쥐똥만큼 주고 이건 선 한참 넘은 거 같다"고 썼다. 또 "여기 포장마차들 이렇게 대놓고 탈세하고 바가지 장사하는데 아무 탈 없는 거 보면 따로 운영, 관리하는 세력이 있는 거 같다"고 적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신고해야 한다", "포장마차 안 갑니다", "우리 동네 포장마차는 양반이었네요" 등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편 바가지요금과 카드 결제 거부 논란을 일으킨 광장시장 한 가게에 대해 시장 상인회는 10일간 영업을 정지시켰다. 상인회 측은 가격정찰제 시행과 함께 음식의 양도 저울에 달아 일괄적으로 규정하는 방안 등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3-11-26 08:42:21[파이낸셜뉴스] 노래방 요금이 비싸다는 이유로 종업원과 싸우던 중 시민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혜화경찰서는 특수폭행 및 상해 혐의를 받는 A씨(51)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A씨는 지난 10일 21시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노래방에서 노래방 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이유로 종업원과 시비가 붙은 뒤 시민 3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노래방 직원들과 언쟁이 붙은 직후 노래방 건물 앞에 있는 포장마차로 이동해 노래방 업주와 해당 포장마차의 방문객을 향해 간이테이블을 던졌다. 이후 노래방이 위치한 건물 2층으로 다시 올라가 종업원과 다툰 뒤 때마침 계단을 내려가던 50대 여성 1명을 밀어 뇌출혈을 입힌 것으로 확인됐다. 폭행을 목격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충돌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 12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수십 건의 폭행 전과가 있으며 누범 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3-03-16 14:24:11동대문은 서울 도심에서 보기 드문 '야(夜) 시장' 천국이다. 동대문에서 인접한 광장시장에 밀집한 포장마차들은 특별한 야식 체험지로 자리 잡았다. 광장시장은 종로5가에 있지만, 흥인지문(동대문)과 가까워 동대문 상권으로 오래전부터 불렸다. 광장시장 내 포장마차들의 분위기는 퇴근시간대부터 무르익는다. 광장시장 포장마차들에 매달린 수많은 조명들은 새하얀 불빛을 내뿜으며 방문객들을 향해 손짓을 하는 듯 하다. 광장시장 먹거리는 육회, 산낙지, 소간, 천엽, 빈대떡, 왕순대, 마약김밥 등 전형적인 시골장터 음식들이다. 저녁무렵 포장마차에 걸터앉아서 소주잔을 비우는 이들의 표정은 온갖 시름을 벗어낸 듯 하다. MZ세대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광장시장 내 실내 포장마차에서 삶의 애환과 세월 이야기를 나눈다. 비라도 내리는 저녁에는 천장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포장마차 야식을 즐기면 옛 추억을 소환하게 된다. 포장마차들이 들어선 광장시장의 천장은 햇볕이 잘 비치는 지붕을 높게 씌운 아케이드 형태다. 광장이라는 이름처럼 실내 운동장 같은 넓은 공간에 셀 수 없이 많은 포장마차들이 한 데 몰려 있다. 광장시장 지붕에 내걸 전세계 만국기의 숫자만큼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곳을 찾고 있다. 시장 곳곳에는 연일 중국어, 일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계 언어가 쉽게 들린다. 광장시장 포장마차 맛집투어는 동대문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이색 관광지로 소문이 났다. 붉은색 옷을 입은 관광가이드가 늦은 저녁시간까지 근무에 나설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국내 1호 사설 상설시장 '광장'광장시장 건물 매장 내에는 수입 용품을 파는 가게들이 유독 눈에 띈다. 한 때 광장시장에는 미군 PX에서 흘러나오는 식품, 잡화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대거 몰렸다. 하지만 수입자유화 조치가 시행되고 온라인 등 다양한 경로로 수입물품이 유통되면서, 광장시장의 수입물품 가게들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광장시장은 지난 1905년 개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상설시장로도 유명하다. 시장 개발 허가시에는 동대문시장이라는 명칭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운영 주체인 광장주식회사는 1904년에 고종의 측근이 설립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조선인 회사인 광장주식회사가 부지와 점포를 소유하고 있던 광장시장은 일본인 경영자와 상인들 사이에 대립과 갈등이 많았던 남대문 시장보다 비교적 순조롭게 운영됐다. 광장주식회사는 주주들이 운영, 관리했다. 거래 품목별로 상인 조합을 결성하도록 했으며 조합원의 자격만 갖추면 누구나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었다. 광장 주식회사가 경영권을 갖고 있어, 민족 시장으로서의 명목을 유지할 수 있었다. 광장시장 옆 청계천을 건너가면 을지로쪽으로 방산시장도 자리 잡고 있다. 방산시장은 1987년 인쇄업체들이 모여서 만든 시장이다. 방산시장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인 1960년대부터 제과점에 물품을 대는 도매상 밀집지로 유명했다. 제과점에 들어갈 기구를 파는 곳이 먼저 생겼고, 자연스럽게 그 옆에 재료상이 자리 잡아 베이커리 골목이 됐다. 방산시장 인근에는 특이하게도 중국 삼국시대의 장수 관우의 영정을 둔 사당 '성제묘'가 있다. 임진왜란때 파병된 명나라 장군들이 '관우의 음덕으로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나중에 조선 조정에서 여러 곳에 건립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늘날에는 방산시장 상인들이 이 사당에서 제를 지내고 있다. '전쟁의 신'인 관우가 '상업 신'으로 바뀐 셈이다. 중국에선 관우가 '재물 신'으로도 불린다. ■청계천로 따라 시장거리 이어져광장시장에서 배를 채우고 동대문 방향으로 청계천을 따라서 도보로 10여분만 걸어가면 곧바로 평화시장을 만나게 된다. 동대문상가의 근대화는 이 곳 평화시장이 열었다. 평화시장은 동대문 패션 1번지를 탄생시킨 우리나라 대표 상가다. 평화시장 상가 내로 들어가면 모자, 겉옷, 속옷, 허리 벨트, 목도리, 가방 등 온갖 패션 용품들이 마치 전시장에 온 것처럼 끝없이 쌓여 있다. 온갖 패션용품중 신발만은 별도 구역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동대문 신발'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평화시장은 근대화시기에 먹고 살길이 막막했던 여공들의 생계 터였다. 18세 미만의 어린 여공들이 이곳 평화시장에서 주말도 없이 미싱(재통틀)을 돌리면서 한국 근대화의 기초를 닦았다. 평화시장에서 근무하는 2만여 명 근로자의 90%에 달하는 18세 미만의 여공들이 하루 열다섯 시간씩 고된 작업을 이어 가야 했다. 이중 40% 정도는 15세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계천을 마주보는 평화시장 1층에는 특이하게도 지난 1960년대부터 하나둘씩 헌책방이 모여들었다. 지금은 수십 곳만 남았지만 전성기에는 100여곳의 헌책방이 있었다. 이곳 헌책방들은 평화시장에서 청춘의 꿈을 불살랐던 어린 여공들에게 마음의 양식터가 됐다. 소녀들은 헌책방에서 시집, 소설, 성경책 등을 구매해 돌려보면서 고된 노동의 힘겨움을 잊었다. 여공들의 힘겨운 삶은 이곳에서 함께 일했던 청년 전태일을 통해 세상에 열려지게 된다. 평화시장 앞에는 청계천을 건너는 다리가 하나 있다. 이 다리에는 전태일 동상이 놓여 있다. 그래서 이 다리 이름이 '전태일 다리'로 불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전태일도 이곳 헌책방에서 근로기준법 서적 등을 구해 읽었다고 한다. 서울시는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패션과 스포츠 성지' 동대문의 변신동대문에선 의류뿐만 아니라 가성비가 뛰어난 체육용품을 파는 가게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축구, 테니스, 야구, 헬스용품 등 스포츠에 관련된 모든 용품을 파는 스포츠용품점들이 동대문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조기 축구회 단체복은 동대문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대문은 패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스포츠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지난 1959년 건립된 동대문운동장(서울운동장)은 철거직전까지 대한민국 근대 스포츠의 산실이었다. 동대문야구장은 암울했던 시대에 민족의 아픔을 달래줬던 고교 야구의 성지였다. 또한 동대문운동장은 국내 최초 근대체육 시설로 야구와 축구, 육상 등 각종 경기가 열렸다. 수많은 우리나라의 스포츠 영웅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세월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은 개국과 더불어 서울 동대문운동장 부근에 활과 말타는 법을 연습하는 명철방을 설치했다. 1467년(세조 13) 훈련원으로 개칭한 뒤 조선왕조 500년간 이어졌다. 근대 스포츠의 효시는 병사들의 훈련에서 부터 시작됐다. 이를 감안하면 조선시대 훈련원이 있었던 동대문은 국가 스포츠의 기원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훈련원은 1907년 일본에 의해 강제로 폐지됐다. 그 뒤 훈련원 인근에 성벽을 허물고 동양 최대 규모의 경성운동장을 지었다. 광복 이후에 임시정부 환국봉영회, 기미독립선언기념 전국대회, 김구 선생 국민장(장례식), 신탁통치 찬반 집회 등 역사적인 행사가 이곳 운동장에서 열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파리의 퐁피두센터'처럼 세계적인 문화시설로 만들겠다며 동대문운동장 재개발을 제안했다. 그렇지만 동대문운동장 재개발 당시에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함께한 공간인만 큼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보존해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동대문운동장은 철거되고 그 자리에 4996억원을 들여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건립했다. DDP는 지난 2008년 착공했지만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오 시장이 사퇴하면서 완공을 함께 하지 못했다. 지난 2014년 3월 고 박원순 전 시장 재임시기에야 DDP는 개관했다. 오세훈 시장은 DDP 건립 비화에 대해 "일할 때는 욕 많이 먹었다. 왜 서울운동장 야구장, 축구장을 없애느냐고"라며 "바꿔놓고 보니까 서울에 들어오는 관광객들이 한 번씩 꼭 가보는 명소가 됐다"며 회고한 바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연중기획으로 '길 위에 장(場)이 선다'를 연재합니다.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 전통시장, 근대 상가, 지역 특화 '시그니처 상권' 등 다양한 팔도 상권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23-02-05 19:36:11[파이낸셜뉴스] 22 일 새벽 서울 청계천 인근 4곳에서 화재가 잇달아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31 분께 서울 중구 신당역 인근 주택가에서 불이 났다. 이어 17 분 뒤에는 서울 중구 황학동의 상가 건물 앞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후 2시 5분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 2층짜리 상가 건물에서, 2시 31 분께는 종로구 묘동 포장마차 인근에서 불이 났다. 불은 건물 외벽 또는 인근에 쌓인 박스 등을 일부 태우고 30∼40분 만에 꺼졌다. 인명 피해도 없었다. 경찰은 불과 1시간 사이 인접한 곳에서 연쇄적으로 불이 난 점으로 미뤄 방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2023-01-22 13:38:55[편집자 주] '노인情'은 지금을 살아가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노인들은 '졸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통계청이 내놓은 '2018년 혼인·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혼은 10만8700건. 이혼 부부 3쌍 중 1쌍은 결혼 20년 차 이상 부부였다. 결혼 20년 차 이상 부부의 이혼은 9.7%(3만6300건) 늘었고, 30년 차 이상 부부의 이혼도 17.3%(1만3600건) 증가했다. 특히 20년 차 이상 부부의 이혼 비중은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구 구조가 고령화되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황혼이혼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유교주의적 사고에 따라 이혼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엔 노년층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이혼을 선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황혼이혼이 증가하면서 대안 아닌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졸혼이다. 최근 배우 백일섭과 이외수 작가 등이 졸혼했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졸혼은 말 그대로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법적으로는 부부 관계를 유지하지만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말한다. 30년, 40년간 함께 살았으니 이제 남편이나 아내의 간섭없이 자유롭게 살겠다는 것. 지난 24일, 노인들의 1번지 종로3가를 방문해 노년의 결혼생활과 황혼이혼, 졸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답한 노인 중 절반 이상이 졸혼에 대해 알고 있었고, 남성에 비해 여성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노년의 결혼생활, 어떤가요? 종로3가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는 A할머니는 결혼한지 40년이 넘었다. 슬하엔 4명의 자녀가 있고 모두 결혼해 독립했다. 공무원을 하다가 은퇴한 남편과 둘이 살고 있다는 A할머니는 특별히 사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남편이 안쓰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A할머니는 "남편이 은퇴해서 포장마차를 하게됐다. 남편은 집에서 쉬고 대화도 많이 하진 않지만 평생 열심히 일한 것을 알고 있다"며 "나름 아이들한테 자상했는데 그만큼 대우 받지 못해서 짠할 때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요새 남자들이야 다르겠지만 옛날 남자들은 다 무뚝뚝하고 표현할 줄 몰랐다. 시대가 그랬던 거 아니겠나"라며 "화가 나고 싸울 때도 많지만 그냥 살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일 같이 탑골공원에 오고 무료급식을 먹는 B할아버지는 독거노인이 아니다. 아내와 함께 살고 있지만 집에만 있기 답답해 마실삼아 종로3가에 오고 있다. B할아버지는 "한 평생 같이 살았는데 아내와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겠나. 그냥 얼굴보고 밥먹고 자고 대면대면하는거지"라면서도 "죽을 때까지 정으로 살고 의지하고 그러지 않겠나"라고 웃었다. 같이 탑골공원에 오지 않느냐는 질문엔 "아내는 동네 할머니들이랑 노는 걸 좋아하고 탑골공원 싫어한다"며 "애들도 다 커서 독립했는데 각자 좋아하는 거 하면서 잘 살면 되는 거 같다"고 답했다. ■ 졸혼 반대! 용기 없어 졸혼이라 하는 거 아닌가 졸혼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보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노인들이 많았다. 졸혼에 반대하는 의견의 대부분은 '평생 살았으니 그냥 사는 게 낫다'거나 '이혼이면 이혼이지 무슨 졸혼이냐'는 등이었다. 종로3가 거리에서 만난 C할아버지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려 하지 말라. 이혼하기 창피하고 용기가 없어서 졸혼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졸혼도 돈 있는 사람이나 하는 거지 우리처럼 없는 사람은 애초에 따로 살 형편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십여년 전에 이혼하고 혼자 산다고 밝힌 D할아버지는 "어차피 따로 살거면 깨끗하게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는 게 낫다"면서 "계속 살자니 죽을 거 같고 이혼하자니 골치 아파서 별거를 졸혼이라고 말장난하는 거 아닌가. TV에서나 졸혼하는 사람 있지 실제로 어디 있나"라고 되물었다. 또 포장마차에 앉아 낮술을 하던 E할아버지는 "평생 함께 살았는데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사는 거지 앞으로 얼마나 더 산다고 따로 살겠나"라며 "졸혼은 사회가 타락하고 있다는 증거"고 강조했다. ■ 졸혼 찬성! 따로 살면 밥 안 해줘도 되고 좋지 졸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노인들은 '자유롭게 살 수 있다'거나 '잠깐 따로 살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졸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지 졸혼을 하고 싶다고 말한 노인은 없었다. 탑골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F할머니는 "부모가 이혼하면 자식이 결혼할 때 흠이 될 수 있는데 졸혼은 괜찮지 않느냐"며 "잠깐 따로 살다가 아니다 싶으면 같이 살아도 되고 머리 아프게 법원도 안 가도 되고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졸혼에 대해 알지 못했다던 G할머니는 졸혼에 대해 설명을 듣자 "남편 밥 안 차려주고 아무데나 벗어놓은 양말 안 치워도 되는거냐. 그렇다면 졸혼 나쁘지 않겠다"며 "한 평생을 같이 살며 애 키우고 집안 일 했는데 이제는 혼자 살아도 될 거 같다"고 털어놨다. 한편 H할아버지는 "100세 시대에 70년을 같이 사는 건 힘든 일"이라며 "너무 붙어있으면 답답하고 싸울 일이 많다. 독립적으로 자기 좋은 일 하면서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게 오히려 얼굴 붉힐 일이 없을 수 있다"고 전했다. #노인 #결혼 #황혼이혼 #졸혼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19-04-26 09:03:11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강을환 부장판사)는 5일 대마초를 피운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가수 조덕배씨(56)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13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9월 16일 오후 10시30분께 경기 용인시에 있는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자신의 링컨 승용차를 세워놓고 대마 2g을 종이에 말아 피운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또 지난해 8월 서울 종로의 포장마차와 신사동 가로수길 등지에서 세 차례에 걸쳐 최모씨(42)로부터 필로폰(메스암페타민) 0.56g과 대마 2g을 건네받은 혐의도 받았다. 필로폰은 20차례 가까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조씨는 1990년대에만 네 차례 마약 혐의로 적발됐고, 2000년에는 대마를 피운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다가 검사결과 음성반응이 나와 석방되기도 했다. 2003년에도 필로폰 투약·판매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2015-02-05 13:4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