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서울=정지우 특파원 윤재준 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본토에서 이틀째 신규 확진가 40명대에 머물며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과 미국, 중남미 등 전 세계에서 감염 기세가 들불처럼 번져 대유행(팬데믹) 우려를 키우고 있다. ■中이틀째 신규 확진자 40명대 9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서 전날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는 40명, 사망자는 22명이 각각 늘었다. 이로써 신규 확진자는 이틀째 50명 이하를 유지했다. 사망자는 사흘 동안 20명대 수준을 이어갔다. 누적 확진자는 8만735명, 사망자는 3119명이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환자는 1만9016명이며 이 가운데 중증은 5111명이다. 완치 퇴원자는 이날 1535명이 추가되면서 5만8600명으로 기록됐다. 누적 밀접접촉자는 67만4760명, 의학적 관찰자는 2만146명이다. 중국 본토 밖 중화권에선 169명이 감염됐다. 홍콩 114명(사망 3명), 대만 45명(1명)이다. 마카오는 10명이 감염된 이후 10명 모두 퇴원했다. 따라서 현재 감염자는 없는 셈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경제활동도 속속 '기동'을 걸고 있다. 중국내에서 확진자와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집중된 후베이성 우한의 자동차 기업들이 오는 11일 일제히 가동을 다시 시작한다. 중국 완성차의 10%가량을 생산하고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에 제품을 공급하는 수백 개의 부품 업체들이 밀집해 있어 '중국의 디트로이트'로 불린다. 우한은 그동안 사실상 모든 공장을 폐쇄해 한국 등 전 세계 자동차 기업들은 생산에 차질을 빚어왔다. 또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재개장을 위한 첫 단계로 이날 상하이 디즈니랜드 리조트 시설의 일부 영업을 재개키로 했다. 전면적인 영업 중단 이후 44일 만이다. 중국은 자국 내 급한 불이 꺼지면서 이란에 이어 이라크에서 코로나19 대응 의료 지원팀을 파견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과 일본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른 국가엔 소독제와 마스크 등 지원 장비를 보내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는 2000만달러(약 240억원)를 기부한다는 계획이다. 넘쳐나는 환자들을 받기 위해 만들었던 우한시 16개 임시병원 중 11개는 병원 업무를 중단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중국 외교 소식통은 "중국 보건당국이 10일 다른 나라 주재원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방역 경험 공유 발표회를 열기로 했다"면서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 연일 증가세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 새 133명이 추가되고 전 세계 확진자가 10만5000명이 넘는 등 다른 국가에선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 미국도 신규 감염자가 새로운 지역에서도 나타나자, 상황 악화에 대비하고 있다. 이탈리아 당국에 따르면 누적 사망자가 366명으로 증가했으며 확진자도 7375명으로 25% 늘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발원지인 중국 다음이다. 영국 BBC는 밀라노를 포함해 인구 1000만명인 롬바르디주에서 환자들이 병원 복도에서 치료를 받는 등 감당하기 힘든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는 롬바르디 지역과 14개주에서 주민 1600만명에게 격리를 위해 여행을 제한하는 강력한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대상자로 외신들은 중국 정부가 시행하는 방식을 따라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수치의 차이만 있을 뿐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프랑스 1126명, 독일 902명, 스페인 613명, 스위스 337명, 영국 273명, 네덜란드 265명, 벨기에 200명 등이 감염됐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 정부는 결국 일상생활과 관련한 대비에 착수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러지감염병연구소소장 등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주말동안 방송 출연해 여행이나 행사 참석을 줄이는 등 위험이 높은 행동을 줄일 것을 요청했다. 미국은 오리건과 워싱턴, 뉴욕, 플로리다, 유타, 인디애나, 메릴랜드, 캘리포니아, 켄터키 등 비상사태 선포한 주를 9개로 늘였다. 블룸버그통신은 더 많은 사람들이 진단을 받고 있어 앞으로 미국내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중남미 역시 확진자가 7000명에 육박했으며 인도도 40명까지 늘었다. 방글라데시에선 첫 감염자가 나왔다. 남극을 제외하고 사실상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심각하게 노출된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경고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0-03-09 18:29:50[파이낸셜뉴스] 진단기기업체 바디텍메드의 실적 증가세가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8일 바디텍메드는 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3·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기준 3·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8%, 3.7% 증가한 376억원, 8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4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069억원, 영업이익은 2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7.7%, 영업이익은 10.4% 증가했으며,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22.4%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중동 및 북아프리카 3분기 매출은 101억원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라크,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가 해당지역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라크의 경우 전체 현장진단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주요 진단 영역 중 심혈관, 호르몬, 당뇨 등의 비감염성 질환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 3분기에는 기타 질환 관련 매출이 80억원에 달하며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기타 질환 부문에서 비타민D 진단 제품과 빈혈 여부를 진단하는 헤모크로마 제품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헤모크로마 제품 매출은 연평균 30% 이상, 비타민D 제품은 연평균 46% 성장하면서 매출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비타민D 진단 제품은 2016년 출시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3·4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최의열 바디텍메드 대표는 “회사 매출 구조는 소형 진단기기를 기반으로 진단키트 매출이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형태를 이루고 있다"며 "추가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한 전략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올해 말부터 조인스타를 통해 중국 내 만성질환 모니터링 진단 제품을 본격적으로 공급할 예정이고 글로벌 유통사와 OEM 계약을 통한 동물용 진단시장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어, 내년부터 실질적인 매출 기여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4-11-08 10:02:10【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의 국경절 연휴(10월 1∼7일)에 관광객은 넘쳐났지만,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7일 늘어난 관광객에 비해 지출은 오히려 줄었다고 지적했다. 지출을 줄이려는 현상이 뚜렷해져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고소득자를 겨냥한 중국 내 여행사 디어 보이지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관원루는 SCMP에 "최대 관광 성수기인 국경절 연휴에 올해처럼 사정이 암울했던 적은 없다"면서 "성수기가 오히려 최악 수준으로 팬데믹 때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광객이 크게 늘어 여행업이 활발한 회복세라는 주변 평가와는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 최고 휴양지 하이난성 싼야 현지 여행사 직원 선첸위도 "대부분 호텔이 객실료를 포함한 여타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지만, 작년 대비 예약률은 60∼65% 수준이고 2019년과 비교하면 절반"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 여행업계 출판물인 트래벌존 창업자인 장하오시는 "지난 여름 남부 구이저우·간쑤·산시·칭하이성과 닝샤 자치구,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관광객이 많았지만, 소비 지출이 낮아 해당 지역 경제에 거의 보탬이 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SCMP는 중국의 경기 침체 속에서 중국인들 소비가 점점 검소해지고 지출을 꺼리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내년 1월 춘제(설)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관원루 COO는 "팬데믹 기간엔 코로나19를 불가항력으로 간주하고 (관광 관련) 사업체들이 최소 비용으로 운영해 견딜 수 있었지만, 최근 1∼2년새 경제 회복을 전제로 비용을 써가면서 운영해온 탓에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라고 토로했다. 윈난성에서 맞춤형 여행업을 하는 현지 여행사 직원인 춘샤오친은 "지난 여름 회사 매출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면서 "고급 호텔을 찾는 고객은 줄고 중저가 호텔을 찾는 비율이 크게 늘었다"라고 절약 소비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안후이성 황산을 찾은 중국 관광객들이 화장실과 식당 바닥에서 떼 지어 하룻밤을 보내는 모습의 사진이 올랐으며, 홍콩 성도일보가 이를 지난 4일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국경절 연휴 관광 소비 증가를 낙관했다. 중국중앙TV(CCTV) 등 관영 매체들도 관광지마다 입장권 예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팬데믹 직전 2019년보다 17.2% 증가했다고 보도했지만, 현장에서는 이들의 소비가 너무 적고 줄었다는 지적이다. 관원루 COO는 "관광업 전문가들은 통계를 보지 않고 전망을 믿지 않는다"면서 "그걸 보면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10-07 12:34:30K쇼핑 지도가 대변혁기를 맞고 있다.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상권과 쇼핑방식이 완전히 바뀌면서 새 질서가 구축되고 있어서다. 과거 영광을 누렸던 면세점과 백화점은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경영난에 빠졌고, 단체관광객으로 붐비던 명동은 옛말이 됐다. 반면 높아진 K컬처의 위상 덕에 한국 문화 자체를 즐기고 소비하려는 외국인 수요가 늘면서 올리브영, 무신사 스탠다드 등 뷰티 로드숍 업계가 초호황을 이루고 있다. 29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업계 총매출은 13조7586억원으로 2022년(17조8164억원) 대비 22.7%나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4조8586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엔데믹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는 가파르게 회복했지만 면세점 시장은 역성장을 거듭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올해 1~7월 국내 면세점업계 누적 매출은 8조4035억원이다. 이 기간 누적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91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7% 늘었다. 2019년에 비해서는 92%까지 회복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입국자 수는 630만명가량인데, 같은 기간 올리브영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400만명 규모다. 상반기 방한관광객 10명 중 6명 이상이 올리브영을 찾은 셈이다.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의 외국인 매출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동기 대비 189%나 급증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도 외국인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1~8월 누적 기준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의 외국인 택스프리(면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9% 신장했다. 이달 1~23일만 놓고 보면 지난해 9월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283%(약 13배)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이정화 기자
2024-09-29 18:44:40[파이낸셜뉴스] K-쇼핑 지도가 대변혁기를 맞고 있다.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상권과 쇼핑 방식이 완전히 바뀌면서 새 질서가 구축되고 있어서다. 과거 영광을 누렸던 면세점과 백화점은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경영난에 빠졌고, 단체 관광객들로 붐비던 명동은 옛말이 됐다. 반면, 높아진 K컬처의 위상 덕에 한국 문화 자체를 즐기고 소비하려는 외국인 수요가 늘면서 올리브영, 무신사 스탠다드 등 뷰티 로드숍 업계가 초호황을 걷고 있다. 29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업계 총 매출은 13조7586억원으로 2022년(17조8164억원) 대비 22.7%나 줄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4조8586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엔데믹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은 가파르게 회복했지만 면세점 시장은 역성장을 거듭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올해 1~7월까지 국내 면세점업계 누적 매출은 8조4035억원이다. 이 기간 누적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91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7% 늘었다. 2019년에 비해서는 92% 수준까지 회복했다. 무엇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체 대신 개인·소규모 여행을 선호하고, 중국 경기 침체로 씀씀이가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주요 쇼핑 장소도 고가 브랜드 위주의 면세점이나 백화점 보다는 중저가 브랜드를 판매하는 로드숍으로 옮겨갔다. K-팝, K-드라마, K-영화 등 K-콘텐츠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문화적 경험과 결합된 쇼핑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올해 상반기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입국자 수는 630만명 수준인데, 같은 기간 올리브영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400만명 규모다. 상반기 방한 관광객 10명 중 6명 이상이 올리브영을 찾은 셈이다.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의 외국인 매출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89%나 급증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도 외국인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1~8월 누적 기준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의 외국인 텍스프리(면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9% 신장했다. 이달 1~23일까지만 놓고보면 지난해 9월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1283%(약 13배)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방한 외국인이 과거 단체(유커)에서 코로나 이후 개인(싼커)로 바뀌면서 통상 관광코스에 포함돼 방문했던 면세점보다는 성수, 홍대 일대를 더 많이 찾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이정화 기자
2024-09-26 17:29:55[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붐과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반도체 시장이 2차 공급 대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겪었던 심각한 반도체 부족 사태가 이제 AI용 반도체 수요 폭증과 지정학적 갈등 속에 다시 반도체 부족 사태를 부를 것이란 예상이다.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25일(현지시간) AI용 반도체와 AI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등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 세계가 2차 반도체 공급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했다. 팬데믹 당시 반도체 부족으로 PC부터 가전제품, 자동차 등에 이르기까지 산업 현장 곳곳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졌던 것처럼 이번에는 AI 관련 수요 폭증 속에 반도체가 부족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AI 붐 미국 빅테크 업체들은 주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반도체(GPU)를 시장에서 빨아들이고 있다. 현금이 풍부한 빅테크들은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고가의 엔비디아 GPU를 싹쓸이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같은 AI 모델 훈련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 구축에 이 GPU가 투입된다. 퀄컴 반도체도 인기다. 퀄컴 반도체는 온라인에서 AI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엔비디아 GPU와 달리 오프라인에서도 AI가 돌아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AI 스마트폰에 퀄컴 반도체가 들어간다. CNBC에 따르면 베인은 이날 보고서에서 GPU와 AI 소비자 가전 수요로 인해 반도체 부족 사태가 촉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베인의 미국 기술관행부문 책임자 앤 호커는 CNBC에 “GPU 수요 급증세가 반도체 가치 사슬의 특정 부문에 공급 부족을 촉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커는 “GPU 수요 증가에 AI가 탑재된 전자기기 물결이 더해지면 PC 업그레이드 사이클이 가속화된다”면서 “반도체 공급에 더 광범위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 20% 이상 증가하면 시장 균형 깨져 베인은 AI용 기기 수요가 얼마나 증가할지 분야별로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이 수요 증가세가 시장 수급 균형을 깰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베인은 반도체 공급망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면서 “수요가 약 20% 또는 그 이상으로 증가하면 시장 균형을 뒤흔들 가능성이 높고, 결국 반도체 공급 부족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종 시장 전반에서 AI 폭발이 현실화하면 시장 수급은 쉽사리 이 임계점을 넘어설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공급망에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공급망은 각 단계에서 병목현상을 유발할 수 있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일례로 엔비디아는 강력한 GPU를 설계하지만 이는 주로 대만 TSMC에서 생산된다. TSMC가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네덜란드 ASML 등 세계 각국의 반도체 장비가 필요하다. 각 단계에서 공급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나아가 첨단 반도체 대량생산은 오직 TSMC와 삼성전자만이 가능하다는 점도 공급 차질을 부를 수 있는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다. 지정학적 긴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정학적 요인도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촉발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다. 각국이 팬데믹 이후 반도체를 전략 기술로 보고 통제에 들어간 탓이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이다. 미국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반도체에 온갖 규제를 가하고 있다. 또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반도체 산업을 다시 유치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베인은 “지정학적 긴장, 수출 규제,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공급망 이탈 지속이 반도체 공급에 심각한 위험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베인은 이어 “공장 건설 지연, 소재 부족, 기타 예측 불가능한 요인들이 반도체 공급망에 병목 구간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9-26 01:41:34[파이낸셜뉴스] 최근 중국 폴더블폰 업계에서 새로운 신드롬이 부는 모양새입니다. 주인공은 중국의 대표 모바일 기업 화웨이인데요.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두번 접는 '트라이폴드 폰' 화웨이 메이트XT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400만원 안팎의 초고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온·오프라인 상에선 중국인들의 뜨거운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중국의 트라이폴드 신드롬을 둘러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먼저 두번 접었다" 화웨이는 지난 10일 화웨이 메이트XT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말 그대로 두 번 접는 폰으로, 총 2개의 힌지 중 하나는 화면을 안쪽 방향으로 폈다 접았다 하는 '인폴딩', 나머지 힌지는 바깥 방향으로 접었다 펼 수 있는 '아웃폴딩' 기술이 접목됐습니다. 모든 화면을 폈을 때의 디스플레이 크기는 10.2인치, 태블릿PC에 버금가는 크기입니다. 화면을 모두 펼쳤을 때 두께 또한 3.6㎜로, 갤럭시Z폴드6 대비 2㎜가량 얇습니다. 전 모델 16GB 램(RAM)을 탑재, 256·512GB·1TB 저장용량으로 출시되는 이 제품의 출고가는 원화 기준 377만~453만원에 이릅니다. 현 시점 스마트폰 라인업 가격 중 가장 높은 가격, 애플의 비전 프로와 맞먹는 가격입니다. 화웨이 메이트XT는 스마트폰 업계에선 가장 먼저 상용화된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도 수년 전부터 글로벌 제품 전시회에서 두 번 접을 수 있는 트라이폴드 형식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여 왔지만, 실제 상용화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습니다. ■中선 인기폭발 출시국인 중국에선 이 제품에 대한 인기가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뜨겁습니다. 당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만 확인해봐도 이 열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전판매가 지난 7일부터 시작됐는데요. 현재까지 누적 예약건수가 무려 500만건 이상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7일 사전판매 시작 6시간 만에 100건, 제품 공개행사날인 9일에만 300만건을 돌파했다고 하네요. 역시 중국의 소비자 규모와 소비력은 어마어마한 것 같습니다. 사전판매가 20일까지 진행되는 만큼 신기록 행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네요. 중국 내 오프라인 화웨이 스토어도 공개 직후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합니다. SNS상에는 메이트XT를 보기 위해 수 많은 인파가 매장 내로 우르르 몰려 들어가는 영상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해당 제품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집중된 탓에 제품 체험 또한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美 제재 후 더 강해진 中 애국소비·자화자찬 화웨이의 트라이폴드폰의 글로벌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만 판매되거나 일부 동남아 시장 정도에서만 판매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웨이는 중국 모바일 기업 중에서도 대표적인 제재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일부 부품을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는 오포, 샤오미 등과 다르게 화웨이는 자체 칩과 모바일 운영체제(OS)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 트라이폴드폰 또한 이 같은 구성으로 이뤄져 있는데요. 화웨이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미국, 서구권 등 지역에선 화웨이의 모바일 제품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제재 직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모바일 부문이 수년 간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를 8월 7나노 반도체가 탑재된 화웨이 메이트60 시리즈를 기점으로 반등하고 있습니다. 이번 신제품 메이트XT 또한 신기술에 대한 관심을 비롯해 중국 중심의 기술로 구현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는 상황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빅마켓' 내수 발판삼아 점유율 흔드는 화웨이 이 같은 화웨이의 행보에 주목할 만한 이유는 규모가 압도적인 중국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점유율 판도를 흔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1·4분기 기준 글로벌 폴더블폰 점유율을 35% 기록하면서 삼성전자(23%)를 제치고 깜짝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올해 2·4분기 기준 화웨이의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 또한 전년 동기 대비 44.5% 성장하면서 애플의 뒤를 바짝 따라 붙었습니다. IT 한줄평: '만리장성 마이웨이' 통할지도...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4-09-15 17:57:40코로나 이후 한국 사회는 분노 게이지가 높다.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일이 터지면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SNS 확산의 영향이 있기도 하지만 사건의 배경이나 냉철한 상황판단보다는 먼저 분노 게이지가 폭발하고 막말 대잔치가 벌어진다. '타조증후군'(Ostrich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타조가 평야에서 맹수나 사냥꾼을 만나면 모래에 머리를 파묻는 행동을 두고 생겨난 말이다. 어려운 일이 발생하면 대응 및 해결을 하려 하지 않고 현실부정 속에서 문제대응을 거부하다가 나중에 심각한 화를 입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저녁 뉴스에 정치 뉴스가 나오면 채널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치는 타협과 협상이라지만 한국 정치는 '귀는 없고 입만 두개'인 사람들이 넘쳐난다. 욕하고 싸우고 막말 대잔치에 진절머리 난다. 청문회고 보고회고 간에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 말만 하다 끝낸다. 한국 정치는 시급하고 산적한 사회문제에 하나도 시원한 해결책이 없고 주구장창 싸움만 한다. 미중 전쟁이 전방위로 가열되고 있고, 미국의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고, 중동 정세가 급변하는데도 한국의 외교전략과 정책은 정치권에서 별 관심사가 아니다. 지도자들이 똑똑하면 나라가 발전하고, 기업의 크기는 사장의 그릇만큼 큰다. 리더들의 소통능력, 공감능력이 실력이고 능력이고 나라와 기업의 수준이다. 리더는 'Leader'가 아니고 'Reader'이다. 리더는 구성원의 마음을 읽고 사람의 마음을 끌어내는 사람이지 억지로 앞에서 끙끙거리며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다. 의대정원 문제가 돌고 돌아 원점으로 가서 다시 논의할 조짐이 보인다. 온 국민은 다 알고 있는 것을 정치권만 애써 눈감고 있다가 사고 터지자 뒷북 치고 난리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 달러는 의대가 아니라 반도체가 번다. 우수한 이과생이 반도체가 아니라 정원 늘어난 의대로만 몰리면 의사는 10~15년 뒤의 문제지만 반도체는 4년 뒤에 당장 문제가 된다. 한중수교 32년 동안 6800억달러 흑자를 내던 대중무역에서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적자가 났다. 대미 흑자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다. 대중 수출비중은 낮아지는데 수입비중은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대미 흑자의 효자인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에 필요한 소재 40~80%를 중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유사시 중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의 수출을 통제하면 대미 흑자도 사상누각이 될 리스크가 상존한다. '안미경중' 끝났다고만 할 게 아니고 이젠 중국을 '중동'으로 보고 원자재 외교, 공급망 대책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소리는 기체보다 고체에서 훨씬 빠르게 전달된다. 타조가 땅속에 머리를 박는 진짜 이유는 땅에 머리를 박게 될 경우 멀리 있는 작은 소리도 훨씬 잘 들리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리더집단의 '소통지수'가 너무 낮고 공감능력이 너무 떨어진다. 손자병법의 이기는 노하우는 상대를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 정보가 불통이면 정치든 경제든 외교든 간에 필패한다. 소통이면 무통(無痛)이고 불통이면 고통(苦痛)이다. 천하제일의 반도체 회사였던 인텔도,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폭스바겐도 한 방에 훅 갔다. 한국이 봉착한 사회문제, 외교문제는 타조처럼 땅바닥에 머리 박고 눈 감는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무시하다 다치고 한 방에 훅 가는 것이 지금 세상이다. 관중이 등 돌린 선수와 팀들이 자기들끼리 자가발전한들, 관중이 사라지면 경기 흥행은 자동 폭망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전복도 시킨다. 겨우 20%, 30%대의 지지율로 권력을 잡았다고 으스대고 국민을 무시하는 정당과 지도자들에 대해 70~80%의 소리 없는 다수는 반드시 표로 응징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2024-09-11 18:35:24[파이낸셜뉴스] 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을 오간 여객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돌파했다. 기록적인 '엔저' 현상이 지속된 영향이다. 중국 노선 여객수도 코로나 이전의 70% 이상까지 회복하는 등 항공업계의 수익을 좌우하는 쌍끌이 노선이 정상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슈퍼 엔저'에 日노선, 광폭 증가11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시스템 에어포탈에 따르면 올해 1~6월 일본 노선 여객수는 1217만6827명으로 일본 여행객이 가장 많던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상반기 1122만788명을 추월했다. 지난해 동기 846만7898명과 비교해도 43.8% 증가한 수치다. 일본 노선 여객수 증가는 코로나19가 잦아든 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슈퍼 엔저 현상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100엔당 원화값은 852.85원을 기록했다. 최근 엔화 가치가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여행 비용 부담이 줄면서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도 여행 수요에 맞춰 일본 노선 운항 편을 크게 늘렸다. 실제로 일본 노선 항공편수는 지난해 상반기 4만8609편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6만5969편으로 늘어났다. 특히 항공사들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일본 노선 추가 증편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오는 19일부터 10월 25일까지 제주~도쿄(나리타) 노선 주 3회, 인천~오카야마 노선은 다음달 3일부터 주 5회로, 인천~가고시마 노선은 9월 2일부터 5회로 늘린다. 아시아나항공도 도쿄(나리타) 주 28회, 오사카 주 23회, 오키나와 주 13회, 삿포로 주 9회로 늘렸다. 홋카이도의 아사히카와 노선은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까지 주 2회 부정기 운항한다. 제주항공은 기존 주요 노선에 히로시마·시즈오카·마쓰야마·오이타 등 소도시 노선을 더 강화했고, 진에어도 이달 18일부터 다카마쓰를 주 7회 일정으로 신규 취항한다. 골칫거리 中 노선도 여객 3배 급증 일본과 같은 단거리 노선인 중국 노선도 수요가 뚜렷하게 살아나고 있다. 올해 1~6월 중국 노선 여객수는 627만3543명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6월 대비 71.7%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본격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후 8월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방한이 재개됐을 당시는 노선 회복률이 주춤했지만 올들어 본격적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 183만7695명과 비교하면 올해 동기는 3배 넘게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중국 노선 운항 편수도 지난해 1~6월 2만0977편이었지만 올해 5만1130편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노선은 비행시간 대비 수익성이 높아 항공사에게 '알짜 노선'으로 불린다. 업계에서는 중국 여객 수요가 하반기들어 더 회복되면 영업이익률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화 약세로 당분간 일본 여행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 노선도 하반기 정도에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2024-07-11 15:50:52[파이낸셜뉴스] 러시아는 미국에 더 이상 세계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야망을 드러내며 지난 2022년 2월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미명하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했다. 2년 4개월이 넘게 공방이 벌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지역 기습으로 촉발돼 9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북부 이스라엘-레바논 접경지역에서 헤즈볼라 등 반이스라엘 저항 세력과의 충돌로 중동지역에서 또 다른 일촉즉발의 확전 일로에 처해 있다. 현장의 종군 기자들은 수치와 데이터로만 논할 수 없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육체적·정신적 고통, 슬픔과 좌절, 분노와 피의 보복이 매일 벌어지는 양대 전쟁의 한복판에선 총성이 멈춘 이후의 희망을 생각한다는 건 현재로선 비현실적인 사치로 느껴진다고까지 전한다. ■북러간 조약 체결로 지구촌 위기 가속화 최근 방북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에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간엔 과거 1960년부터 1969년까지 국경지대에서 총 4000건 이상의 무력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 일각에선 중국이 고난의 행군과 코로나 팬데믹 등의 위기 상황에서 북한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는 분석과 북중간 갈등과 북한의 어려움을 파고든 푸틴이 이번 북러간 조약 체결로 북한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흡수 통일론을 물먹였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북러의 구도 형성과 관련해 중국은 스스로의 위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북러 간의 양자 협력 사무인 만큼 논평하지 않겠다"는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큰 흐름은 북중러는 힘을 합쳐 우리를 위협하고 있음이 분명하며 이들 불량국가들의 도발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진영도 서로의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는 의문의 여지 없이 양극화돼 크게 둘로 나뉘어 있다. 북중러는 사실상 21세기에 다시 등장한 추축국의 재림이자, 한미일에 완전한 안티테제(Antithesis)와도 같은 관계로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양한 다각도의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외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북러간 조약 체결로 한반도와 세계에 전쟁의 그림자가 한층 짙게 드리워지며 혼란한 시기에 일류전체에 위기가 더욱 가속화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오물풍선 공세와 MIRV 성공 주장최근 북한은 일곱 차례에 걸친 대남 오물풍선 살포 공세와 세 차례의 북한군 군사분계선(MDL) 침범 등 휴전선 일대와 서해 5도, 동서 NLL 등에서 예기치 못한 혹은 원치 않는 돌발적 충돌의 위험성이 가중되고 있다. 북한의 대남오물풍선 살포 의도에 대해 김정은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으려는 남남 갈등과 분열 조장의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북한의 최근 도발 유형이나 방식은 다양화되고 있으며 그 수위는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물리적인 피해를 강요하는 측면보다는 심리적인 타격에 목적을 둔 것으로 우리 군사 대비태세에 허점을 떠보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상대로 불안감 조성, 전형적인 통일전선전술에 의한 기만전과 심리전을 구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와중에 북한은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MIRV)를 성공시켰다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총국은 6월 26일 미사일 기술력 고도화 목표 달성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개별기동 전투부(탄두)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우리 군은 즉각 "정상적 다탄두 분리 모습이 아니다. 비행 도중 무기가 폭발했다"며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다. 시험 초기에 불안정한 비행이 나타나 공중 폭발한 영상도 공개됐다. 군 관계자는 성공적인 시험발사 때보다 더 많은 양의 잔해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내놓은 미사일에서 분리되는 탄두와 사진은 실제로는 지난 3월 진행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사진을 내놓은 기만체라고 밝혔다. ■자강억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맞서야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본지에 "북한의 다탄두 미사일 시험 주장이 자신의 미사일 실패를 포장하기 위한 술책이더라도 이를 만회하고자 북한이 최단기간 내에 실제 다탄두 미사일 발사 도발에 나설 수 있다"며 "다탄두 미사일은 김정은의 5대 핵심 군사 역량 목표 중 하나라는 점에서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반 센터장은 "다탄두 미사일 개발 현시는 김정은의 자존심과 핵심 치적으로 연결되는 구도"라며 "군 당국은 미국 및 우방국과 정보 공조를 통해 북한의 다탄두 미사일 전력화 현황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다탄두 미사일이 전력화된 상황을 가정해 자강 억제 및 동맹기반 억제가 완성도 높게 작동하도록 하는 대책을 정교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 외교 안보 전문가 일각에선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자유진영의 무기고'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한국이 경제력과 군사력, 특히 재래식 무기 부문에선 신냉전 아래 양 진영의 승패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성장했음에도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약자의 심장으로 어설픈 균형 외교·안보의 자세를 계속 취한다면 국제정세를 읽지 못해서 전 국토가 초토화됐던 병자호란이나 임진왜란과 같은 상황을 다시 맞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청나라를 폄훼하다 병자호란으로 청으로 끌려가 노예와 노리개로 전락한 백성은 수만명에 달했다. 강화도로 피신하려 했던 인조는 남한산성에 들어가 항전하다 강화조약을 맺었지만 역사에 지우지 못할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다. 임진왜란 때도 당파싸움에 결국엔 전 국토가 유린당하는 비극을 겪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대 기로에 서 있다. 북중러는 약한 고리로 오판, 한국을 집중 공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신냉전 이후 중러 등과 관계 복원까지 내다보는 고도의 방정식(?)을 논하지만, 자유민주주의 현상유지 진영(status quo power)에 대한 현상타파 진영(anti-status quo power)의 승리로 귀결된다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또 유엔군의 참전으로 기사회생한 한국이 자유진영에 객관적인 기여와 헌신 없이 우-러 전쟁 등 종결 이후 재건사업에 소위 숟가락을 얹을 수 있겠는가의 문제에서도 같은 의문이 따른다는 얘기다. 희생 없이 거저 주어지는 대가는 없으며, 강한 힘만이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건 이견의 여지 없이 역사가 증명하는 동서고금의 진리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동맹으로 발전하는 등 신냉전 흐름에 대응하려면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강화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6-30 14:2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