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재치 있는 입담과 특유의 소통 철학으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방송인 김제동. 그가 이번에는 인터뷰집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의 저자로 26일 오전 11시 인터파크 온라인북잼에서 생중계로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신간 ‘질문이 답이 되는 순간’은 평범한 일상을 휩쓸어버린 위기 앞에서 여전히 길을 몰라 답답하고 불안한 수많은 이들을 대신해 김제동이 이 시대 가장 주목받는 전문가 7인을 만나서 얻은 답변을 소개한 인터뷰집이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 건축가 유현준 교수, 천문학자 심채경 박사, 경제전문가 이원재 대표,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 대중문화평론가 김창남 교수까지 7인의 전문가들로부터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쉽게 꺼내지 못했던 질문들을 독자를 대신해 묻고 코로나 이후 달라질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전문가들이 공유해 준 지식과 정보를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쉽고 재미있게 전해주고 있다. 이번 인터파크 온라인북잼은 신작 출간 기념 첫 공식 라이브 방송으로 ‘김제동, 사람이 사람에게_ 우리 다시 괜찮아질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인터뷰집에 대한 이야기와 그간의 근황에 대해 들려줄 예정이다. 미리 짜인 내용보다는 생중계 동안 독자들이 직접 올려주는 내용으로 실시간 소통하는 데 비중을 둬 라이브 방송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김제동의 온라인북잼은 26일 오전 11시부터 인터파크 앱 내 ‘인터파크TV’와 유튜브 ‘공원생활’의 온라인 북잼콘서트 코너를 통해 시청할 수 있으며 방송 중 댓글로 저자와 소통할 수 있다. 또한 26일 오전 11시 이후부터 초판 한정인 저자 8인의 사인 인쇄본에 김제동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책을 선착순 한정수량으로 판매한다. 더불어 추가 혜택으로 질문이 답이 되는 노트를 사은품으로 증정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1-03-25 08:26:17이집트 '룩소르③ 왕가의계곡'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숙소에 돌아와 저녁을 해먹고 쉬고 있었는데 마흐멧에게 문자가 왔다.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자기 엄마가 아프다며 400불(약 50만원)을 빌려달라는 이야기였다. 카우치서핑에서는 금전거래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13년동안 카우치서핑을 통해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해왔지만 돈이야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뭐, 안되겠다고 거절하면 되는거 아니야?"라고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그 문자를 본 순간부터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틀 전 같이 저녁을 먹으며 그는 우리에게 룩소르 다음으로 어디로 갈 계획이냐고 물었다. 다음 행선지가 아스완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자기가 같이 가줄 수 있다고 했었다. 당시에는 좀 의외였지만 '이 친구도 아스완에 일이 있어 겸사겸사 같이 가려 하나' 싶었는데 오늘 온 메세지에도 엄마가 아파서 거액의 치료비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우리와 아스완에 여행을 같이 가줄 수 있다는 말을 또 언급한다. 말이 안되었다. 알게 된 지 이틀밖에 안된 사람이 400불이라는 큰 돈을 빌려달라는 것은 그냥 달라는 소리로 밖에 안들렸다. 어떻게 거절하느냐가 큰 문제였다. 사실 마흐멧과 만난 후 처음부터 카우치서핑을 자기 집이 아니라 친구의 집에서 머물도록 하는 것도 이상했고 만나서도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으로 여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궁금해하기 보다는 무얼 하고싶냐, 룩소르 다음에는 어디에 갈거냐 등 마치 가이드같은 느낌으로 계속 우리를 대했던 것이 쭉 석연치 않았었다. 그러고보니 마흐멧은 마치 가이드처럼 우리를 대했었다.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잘 거절해야 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작정하고 우리에게 돈을 받아내려 한다면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 집에 한시라도 더 있고 싶지 않아 당장 나가자고 했지만 탄은 일단 오늘밤은 늦었으니 내일 새벽같이 집을 나서자고 했다. 하루정도 더 머물며 룩소르 관광을 느긋하게 즐기려던 계획이 다 틀어졌다. 그렇게 나는 불안에 떨며 밤을 보냈지만 다행히 새벽까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침 일찍 우리는 모든 짐을 싸서 그 집을 나섰다. 그리고 마흐멧에게는 "나는 아주 친한 친구와도 돈거래는 하지 않는다. 친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급하게 일정이 바뀌어 우리는 오늘 아스완으로 가게 되었다. 그동안 감사했다."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그의 카우치 초대에 대한 후기를 남길때 참 고민을 많이 했다. 무언가 석연치않은 상황이 분명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우리에게 해를 끼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우리를 그의 친구집에 머물게 했다는 것과 그와 나일강에서 배를 타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것 등 사실 위주로 글을 남겼지만 "다시 그의 집에 머물겠습니까?"라는 항목에서는 No를 선택했다. 그리고 몇달 뒤 한 대만여성에게 메세지가 왔는데 자기도 마흐멧에게 초대를 받았다며 왜 재방문을 거절하는 항목을 남겼냐고 물어왔다. 너무 다행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당신이 그 초대를 받기 전 나에게 질문을 해서 너무 다행이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고 이집트 사람들은 아직 카우치서핑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있는 것 같다."고 나의 의견을 보내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후기를 그렇게 남기기를 참 잘한것 같고 혹시라도 여행중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내가 이집트 사람들이 카우치서핑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었다고 생각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룩소르 뿐 아니라 아스완에서도 우리를 먼저 초대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또한 프로필에 후기나 다른 사람들의 레퍼런스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가 아스완으로 가기 몇일전 우리가 머물 곳이 본인 집이 아니라는 것과 인터넷과 담요 등을 사용하려면 얼마간의 돈을 내야한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이집트에서는 호텔에서 묵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부터 이집트에서는 호텔에서 묵기로 결정하고 그에게도 사정이 생겨 그의 집에 못가겠다는 답을 보내며 초대를 거절했다. 출발전 이집트의 카우치 홈페이지에 여행계획을 올리고 초대를 받을때에는 이 사이트를 알정도면 이집트에서도 좀 경제력이 있고 여행경험이 많은 수준있는 사람들이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형편 어려운 사람들이 또다른 돈벌이를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듯 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겠지만 너무 경제적으로 못사는 나라에서는 카우치서핑 이용은 안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마흐멧 친구의 집을 아무런 제재없이 무사히 나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 룩소르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탄이 꼭 보고싶어했던 왕가의 계곡을 들렀다가 남쪽 아스완으로 가기로 했다. 왕가의 계곡에 들렀다가 남쪽 아스완으로 가기로 왕가의 계곡도 망자의 방향인 강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사막의 구릉을 한참 지나서 꼭꼭 숨은 왕가의 계곡에 도착을 했다. 고대 이집트의 묘역인 피라미드가 도굴꾼의 표적이 되자 BC 1500년 이후의 신왕조부터 이곳 숨겨진 계곡을 파라오의 묘지로 조성한 곳이다. 매표소가 있는 건물안으로 들어오자 계곡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는데 발견 순서대로 묘에 번호가 붙어있는 점이 흥미로왔다. 총 65개의 무덤들이 지금까지 발굴되었다. 표를 사야하는데 종류가 너무 많다. 미리 알아본 바로는 260파운드(약 만원)표 하나를 구입하면 3개의 무덤을 선택해서 들어가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그정도면 충분하다 싶어 그것으로 선택했다. 도굴이 안된 유일한 무덤인 투탕카멘의 무덤은 따로 돈을 내야한다. 하지만 안에 부장품은 모두 영국과 프랑스의 박물관으로 옮겨지고 미이라만 있다는 텅빈 무덤을 큰 돈 주고 들어갈 필요 없다는 생각에 패스하기로 했다. 표를 내고 나오니 하얀 전기카트들이 있다. 핫셉수트 장제전때 걸어보니 조금 힘들기도 하고 어제 종일 걸어다녀 피곤이 덜풀린 상태라서 카트를 타기로 했다. 인당 10파운드(약 400원)정도니 탈만하다. 카트이용권을 사고있는데 한 직원이 다가오더니 달러를 큰돈으로 바꿔달라고 부탁해왔다. 보니까 1달러짜리를 뭉텅이로 가지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팁으로 받은 돈인가보다. 우리도 큰 지폐를 가지고 다니며 꺼내기가 부담스러웠는데 나쁘지 않은 거래인듯해서 50달러짜리 하나를 바꿨다. 어디서 왔냐는 질문은 빼놓지 않고 한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자기차도 한국차라며 연신 한국 좋다고 립서비스를 해주신다. 길에서 환전은 조심해야하지만 달러를 달러로 바꾸는 것이니 숫자만 확인하면 실수할 일이 없다. 단, 반대의 경우 잔돈을 고액 달러의 화폐로 바꾸는 것은 위폐의 가능성이 있으니 하지말아야 한다. 돈을 바꾸고 전기카트에 올라탔다. 다른 손님이 없어 8인승 카트에 둘만 탔는데 바로 출발한다. 운전사분이 매우 친절하다. 길이 오르막에다 1km 정도의 거리라서 타기를 잘했다 싶었다. 중간에 운전사분이 또 1달러뭉치를 보이며 돈을 바꿔달라고 한다. 헉 저희 벌써 다른분께 바꿔드려서 이제 없어요. 아마도 깨끗한 큰 달러화폐여야 이집트돈으로 환전이 되어서 바꾸려고들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입장권을 받는 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들어갔다. 우리 표로는 3개의 무덤에 들어갈 수 있는데 60개가 넘는 것 중 어디를 갈것인가가 문제였다. 사람들 많이 가는 곳에 따라 들어가면 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왔는데 너무 일찍 와서인지 우리밖에 사람이 없다. 지도앞에서 번호와 이름을 째려보고 있는데 탄이 청소하고 계시는 분을 붙잡고 추천을 부탁했다. 말은 거의 안통했지만 미소와 손짓발짓으로 3개를 추천받을 수 있었다. 첫번째로 추천 받은 KV.2에 갔다. 입구에서 무척 가까운편이다. 무덤앞에 가자 이집트원피스를 입은 직원분이 표를 받아 펀치로 구멍을 뚫고 돌려주신다. KV2는 람세스4세의 무덤이다. 경사가 완만해서 크게 힘들지 않았고 역시 무덤안이라 채색이 화려하게 살아있다. 무덤 끝까지 깊이가 89m, 가장 큰 공간은 높이가 5.22m라고 한다. 맨 끝에 거대한 석관이 놓여져있고 석관이 있는 방은 노란색과 푸른색으로 아름다운 그림들이 가득 그려져 있었다. 특히 천장에는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고 고대이집트인들이 믿었던 누트여신이 그려져 있었다. 무덤 내부에 발판도 잘 만들어져있고 조명도 잘 설치되어 구경하기 매우 좋았지만 옛 이집트인들이 이곳을 만들때는 대체 어떻게 작업했을지 궁금해졌다. 그을음이 묻으면 안되니 횃불을 가지고 들어오기도 어려웠을테고, 이 어두운 곳에서 어떻게 온갖 그림과 조각을 했을지 의문이었다. 두번째 무덤으로 가는 길. 1월, 오전 8시도 안되었는데 벌써부터 더위가 느껴진다. 한낮에는 30도가 넘는다고 한다. 여름에는 50도이상이라고 하니 역시 이집트여행은 겨울이 적기이다. 카페가 있는 중앙광장 바로 앞에 투탕카멘 무덤이 있다. 역시 등잔밑이 어둡다고 이렇게 입구에서 가까운 곳이니 도굴꾼들도 미처 못찾고 말았지 싶다. 투탕카멘 무덤 옆을 지나 두번째 방문할 KV8로 걸어간다. 아침엔 꽤 쌀쌀해서 두꺼운 옷들을 껴입은 것이 후회될 정도로 햇빛이 따갑다. 밝은 모래와 자갈들에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셔서 썬그라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덤앞에서 표에 두번째 구멍을 뚫고 KV8 메르넵타(Merenptah)의 무덤으로 들어갔다. 메르넵타는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 2세의 13번째 아들이다. 람세스 2세가 장수하며 너무 오랫동안 왕위에 있다보니 위의 형 12명은 모두 죽고 70세가 넘은 메르넵타가 다음 왕이 되었다고 한다. 입구에서 보니 경사가 만만치않다. 한참을 깊이 내려가야한다. 갔다 오려면 꽤나 힘들듯 했지만 이미 표에 구멍을 뚫었으니 갈수밖에 없다. 입구의 세련된 부조가 눈길을 끈다. 파라오와 호루스가 실물크기로 조각되어 채색되있는데 보존상태가 좋고 솜씨가 매우 섬세하고 훌륭하다. 메르넵타의 무덤은 첫무덤의 두배 가까이 되는 164m 길이로, 내려가는 중간에 넓은 큰 방이 두개 있었는데 도굴꾼을 속이기 위한 가짜방이었지 않나 싶었다. 두번째 방에서 현지인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에게 카메라를 맡기기도 불안하고 당연히 돈을 요구할거란걸 알기에 웃으며 거절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면 또다시 가짜 방이 하나 더 있고 끝까지 더 내려가면 무척 넓고 높은 홀 같은 방이 나오는데 그 곳이 진짜 파라오의 미이라가 있는 묘실이었다. 땅속의 무덤은 동굴처럼 시원할 줄 알았는데 무덤 안도 여전히 더웠다. 묘실 천장은 아치형으로 되어있었고 매우 높아 공간감이 있었다. 이 넓은 방 가득히 유물들이 놓여져 있었겠지. 지금은 석관과 돌로만든 뚜껑만이 남아있다. 다시 올라가면서 벽의 그림들을 찬찬히 보았는데 훼손이 심했다. 입구의 부조를 보면 모든 벽의 그림들의 퀄리티가 상당했을것으로 예상되는데 심하게 훼손되어있는 것이 매우 안타까왔다. 깊은 경사로를 다 올라오니 체력소모가 심했다. 덥고 지쳐서 마침 앞에 보이는 카페에서 좀 쉬기로 했다. 관광지에 있는 카페치고 음료수 가격도 좋았고 갓짜낸 신선한 생과일쥬스가 시원하고 맛있었다. 피라미드 뷰 카페에 이어 왕가의 계곡 뷰 카페도 추천할만하다. KV6, 람세스 9세의 무덤..볼거리가 제법 많다 우리의 마지막 선택은 KV6, 람세스 9세의 무덤이었다. 세번째 펀치를 찍고 들어가니 통로가 꽤 넓은 것이 규모가 이전 두개와 차이가 난다.벽 양옆에 유리로 보호를 해놓아 관광객의 혹시 모를 훼손으로부터 안전해보여 마음이 놓인다. 경사가 거의 없어 다행이었고 서너명이 함께 걸을 수 있을정도로 통로가 넓고 천장도 매우 높았다. 망자의 배, 사람들 등 많은 벽화들이 잘 보존되어있는 볼거리가 많은 무덤이었다. 3개의 무덤을 둘러보았지만 사실 비슷비슷해서 다른 50여개를 더 안봐도 될것 같았다. 예전에는 무덤안에서 촬영을 하면 추가돈을 냈어야 했다는데 우리가 갔을때는 아무런 제재없이 플래쉬만 터트리지 않는다면 사진이고 영상이고 촬영이 가능했다. 세번째 무덤까지 다 보고 나오니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역시 일찍일찍 다녀야해. 카트는 왕복이라 표를 잘 간수했다가 내려갈때 다시 보여주었다. 올라올때 태워주었던 같은 운전사의 카트에 타게되었다. 우리를 기억하고 반가와해주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룩소르에서의 마지막 기억이 좋게 마무리 되어 다행이다. 안녕 룩소르~ 앞유리를 뽀득뽀득 닦고 아스완까지 먼길을 떠난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Qf0xQeaqs_Q?si=O1QCTlGjlw1FEglq>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1-07 09:32:39메이저 게임사 유비소프트의 신작 '스타워즈 아웃로'가 기대 속에 출시됐지만 시장 반응이 애매하다. 좋게 말해 애매하다이지, 사실은 혹평 일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안타깝다. 필자는 유비소프트의 대표작 '어쌔신 크리드'의 광팬이기 때문이다. 어쌔신 크리드 고대 3부작에서 보여준 '게이머의 영혼을 울리는 서사'(절대 주관적인 평임을 밝힌다)를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개인적으로 어쌔신 크리드의 모든 시리즈 중에서 '오디세이'의 카산드라와 '발할라'의 에이보르 캐릭터를 가장 좋아한다(이전에는 로그의 셰이 패트릭 코맥이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게임 속 세상이 때론 현실보다 더 진실할 때가 있다. 필자에겐 특히 '어쌔신 크리드'가 그렇다. 역사와 신화를 넘나드는 이 게임은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우리 시대의 거울이 된다. 특히 '오디세이'의 카산드라와 '발할라'의 에이보르는 시공간을 초월한 영웅으로서,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 불멸의 영웅, 현대인의 초상 카산드라는 고대 그리스의 영웅이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는 결코 과거에 멈춰 있지 않다. 불멸의 존재로서 수천 년을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다. 가족을 찾아 헤매는 그녀의 여정은 단순한 모험이 아닌, 자아를 찾아가는 인간 보편의 여정이다. 카산드라의 불멸성은 축복인 동시에 저주다. 사랑하는 이들을 하나둘 잃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현대 사회의 고독과 소외를 본다. 기술의 발전으로 더욱 연결된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외로워지는 우리의 모습이 그녀에게 투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인류를 위해 싸우는 모습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오늘날 우리에게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카산드라가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은 흥미롭다. 여성 영웅의 등장은 단순히 게임 속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현실 세계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반영한다. 카산드라는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은 성별이 아닌 용기와 결단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바이킹의 세계와 현대 사회의 딜레마에이보르는 거친 바이킹의 세계를 대변한다. 그(혹은 그녀)의 이야기는 얼핏 폭력과 정복의 서사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리더십의 의미,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전통적 가치관을 지키려는 고뇌가 담겨있다. 이는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한 딜레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에이보르의 여정은 단순한 정복 전쟁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땅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이민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그의 모습은, 글로벌화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고민을 대변한다. 에이보르와 시구르드의 관계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인간관계를 반영한다. 의형제이자 동료, 때로는 경쟁자가 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직장에서, 가정에서 마주하는 미묘한 긴장관계를 본다. 충성과 배신, 신뢰와 의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에이보르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시대와 문화의 충돌과 화해두 영웅의 만남은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가 충돌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카산드라의 지혜와 에이보르의 용기가 만나는 순간, 우리는 다양성이 어떻게 새로운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목격한다. 이는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된 오늘날의 세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만남은 또한 역사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카산드라가 대표하는 고대 문명과 에이보르의 시대를 잇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만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지혜와 경험이 어떻게 축적되고 전승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가 과거로부터 배우고, 그것을 미래로 전하는 과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성공은 단순히 뛰어난 그래픽이나 게임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역사와 신화라는 거대한 캔버스 위에 현대인의 고민과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덕분이다. 카산드라와 에이보르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성찰하며, 미래를 상상한다. 이 시리즈가 다루는 암살자와 템플러의 대립은 단순한 선악의 구도를 넘어선다. 그것은 자유와 질서, 개인과 집단, 변화와 안정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관계를 상징한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민주주의와 효율성,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안전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게임은 현실도피의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가 현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이다. '어쌔신 크리드'가 보여주는 것처럼, 좋은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화적 텍스트가 될 수 있다. 이 시리즈가 다루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나 바이킹의 대이동과 같은 사건들이 오늘날의 국제 정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역사의 순환성을 책에서 보다 더 생생히 느끼게 된다. 우리 시대의 '크리드'카산드라와 에이보르가 각자의 시대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들은 우리에게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개인의 행복과 대의 사이에서,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그들이 고민하는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게임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철학적 사고의 장이 된다. 결국 카산드라와 에이보르의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시대와 환경은 달라도, 정의와 자유를 위해 싸우고, 사랑하고 고뇌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발견을 통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용기를 얻는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신조로 살아가고 있는가.' 카산드라와 에이보르처럼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울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은 게임을 넘어 우리의 현실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이 게임이, 아니 인생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모험일 것이다. 게임 속 영웅들의 이야기가 우리 현실에 던지는 메시지. 그것이야말로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가 우리에게 전하는 진정한 '크리드(신조)'일 것이다. 그리고 그 크리드를 어떻게 해석하고 살아갈지는 이제 우리의 몫이다.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 #발할라 #유비소프트 #스타워즈 #아웃로 #게임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2024-09-14 14:02:57【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민선8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끊임없는 도전을 통한 경제 발전을 지속적으로 외치고 있다. 취임 초 경제도지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은 초임 도지사의 모습이다. 김관영은 최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진행한 전국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긍정평가에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직무수행 긍정평가에서 60.5%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지난해 8월 새만금잼버리 파행 사태로 5위까지 추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평가다. 이는 민선8기 들어 12조8000억원에 달하는 기업유치 성과를 낸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특별자치도 출범, 미래신산업 육성, 스마트팩토리 확산 등 굵직한 성과를 낸 점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관영의 가장 큰 약점이 될 수 있었던 새만금잼버리 파행 책임론도 피해가는 모양새다. 감사원은 파행을 겪은 국제행사 책임을 가리기 위해 지난해 8월 감사에 착수했지만 대대적인 조사를 1년간 벌이고도 아직 감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의 늦은 발표는 전북과 새만금을 대회 파행 원인으로 몰던 정부와 여당의 악재로 풀이된다. 이 같은 위기를 겪고 길지 않은 시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김 지사를 지난 10일 전북도청에서 만났다. 취임 초 파이낸셜뉴스와 만났던 김 지사다. 여유로운 표정과 제스처가 달라진 점으로 다가왔고, 기자의 질문에 군더더기 없는 답을 내놓는 모습은 취임 초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날 새벽 지역에 내린 폭우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 민방위복을 입고 나타난 그는 "도민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행정과 경제 이원화 전략으로 지역발전을 이루겠다"는 말로 취임 초부터 강조했던 경제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지사 임기 절반을 넘기는 시점 소감은. ▲전북경제를 살리라는 도민들의 절박한 소망에 부응하기 위해 전북도정은 지난 2년간 열심히 뛰었다. 기업인을 비롯해 많은 분이 전북이 바뀌고 있다는 말씀을 해준다. 멈추지 않겠다. 전북경제의 도약을 위해 우리는 계속 도전할 것이다. 지난 2년 전북은 많은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들을 해냈다. 연이은 대기업 투자 유치,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유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함께 도전하고, 함께 성취했다. 힘겹고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도민은 위기를 극복하며 더 강해졌다. ―임기 절반을 지나고 있는데, 어떤 부분을 역점 추진하고 있나. ▲경제를 살리는 일에 모든 걸 쏟았다. 도민들의 먹고사는 일만큼은 믿고 맡길 수 있는 도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전북경제 생태계를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 기업,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을 유치하는 일에 집중했다. 동시에 삼성전자와 함께 전북형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추진해 도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도 시작했다. 대기업들과 도내 기존기업들이 함께 공존하고 함께 혁신하면서 전북경제의 쌍끌이 역할을 하며 역동적인 경제 생태계를 형성해 갈 것이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사람'이다. 원하는 인재를 전북에서 찾을 수 있어야 기업이 온다. 교육 혁신은 우리 도민과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놓칠 수 없는 과제다. 이 때문에 우리는 교육협치를 통해서 인재양성 환경을 발전시키고자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꼽자면.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 지정에 나섰을 때, 아무도 전북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만류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도하고 싶었고, 실패하더라도 경험과 노하우가 남는다고 생각했다. 매주 전략회의를 열었고, 직접 PT 준비에 나섰다. 도내 연구진과 외부 전문가들의 지혜와 힘을 모두 결집했고, 기업 유치에 전력을 쏟았다. 대기업의 투자 러시가 이어졌고 PT를 비롯한 지정 과정에서 우리의 진심이 전해지면서 기적처럼 특화단지 지정에 성공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도 중요한 이정표였다. 입법 과정에서부터 하나된 도민의 힘을 보여줬다. 강원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되는데 14년이 걸렸던데, 전북특별자치도는 발의한 지 133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새만금 고용특구와 농생명산업지구, 친환경산악관광진흥지구 같은 15개의 특구와 333개 특례에 담긴 기회들을 성공스토리로 바꿔나가기 위한 과정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잼버리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국가예산 등 도정이 차질을 빚게 됐던 점이 대단히 아쉽다. 대회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전북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대회 이후 새만금 관련 국가예산이 삭감되고 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았다. 다행히 도민과 함께 국가예산의 마지노선을 지켜냈고, 타당성 조사도 통과해 사업 추진의 동력을 재확보했다. 최근 새만금 잼버리 현장 곳곳을 담아낸 잼버리 유산화 기록물을 만들었다. 파행 논란으로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던 잼버리 현장의 활기와 열정이 진솔하고 생생하게 담겨있는 자료다. 전북특별자치도 홈페이지에서 영상과 사진을 볼 수 있다. 잼버리에서 저마다 얻은 배움과 교훈을 되새기고 미래 세대에 물려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에는 실패했다. ▲아쉽다. 이번 바이오 특화단지 심사에서도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전북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번 심사결과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산업 분야에는 어떤 지자체도 선정되지 못했다. 오가노이드 분야는 현재 산업화 기반이 부족하고 R&D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전북의 가능성만큼은 확실히 확인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또 열심히 준비하겠다. 지역에 흩어져 있는 바이오산업 역량을 한데 꿰어서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차근차근 조성해 나가겠다. ―잼버리 파행으로 차질이 생겼던 새만금 사회기발시설 조성이 다시 시작됐다. 국제공항과 신항만은 어떻게 되고 있나. ▲8개월간 중단됐던 행정절차가 재개됐다. 사업의 적정성이 입증된 만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공항은 2029년에 개항할 예정이다. 신항만은 2선석을 2025년까지 완료하고 2026년에 개항하는 것이 목표다. 차질 없이 이행하려면 예산 확보는 물론이고 행정절차 이행과 공사 기간 단축이 필수적이다. 새만금 사업은 대통령이 임기 중 개발 완료 의지를 밝힌 사업이다. 계획대로 공항·도로·철도 등 주요 SOC 인프라가 완공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새만금을 우리나라 신성장동력이자 동북아 경제허브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전주시와 완주군 통합이 화두다. 전북도의 입장은. ▲전주-완주 통합은 도지사 공약사항이고, 전북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 갈등이 번지거나 어느 한쪽이 상처를 입는다면 통합 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그간 상생협력사업을 통해 통합 여건을 만드는 일에 노력해 온 이유이고, 이를 통해 통합 열의가 완주에서부터 발현되기를 기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완주군 민간단체에서 통합을 정부에 건의하기 위해 절차에 따라 통합건의 서명부를 완주군에 제출했다. 완주군에서 적법 요건 심사를 하고 문제가 없으면 통합건의서가 도에 제출된다. 양 지역의 객관적 의견을 종합해 듣고 수렴해 도지사 의견을 첨부할 계획이다. 전북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을 것이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가 다가오고 있다. 준비는 잘되고 있나. ▲3000여명의 국내외 한인 경제인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 중이다. 지난 4월에 있었던 대회추진상황 점검회의를 기점으로 주관 기관인 재외동포청, 전주시와 함께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300개 부스 규모로 전북대학교 대운동장에 마련될 기업전시관은 실내 전시장과 다름없이 안전하고 완벽하게 구성할 계획이다. 개회식장인 삼성문화회관과 오·만찬이 열릴 전북대 실내체육관 시설 정비에도 나섰다. 축제를 개최하는 목표는 결국 기업활동과 전북 홍보에 있다. 식품과 탄소, ICT, 레드바이오, 이차전지 등 전북 대표 산업별 기업들이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수출을 희망하는 도내 기업들을 재외동포청을 통해 한인 경제인들에게 소개하는 일도 준비 중이다. 경제와 산업, 문화 관련 행사를 동시 개최해서 승수효과도 노리고 있다. 국제금융컨퍼런스인 지니포럼과 일자리페스티벌, 스타트업 전북특별자치도 창업대전, 전주국제드론산업박람회,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를 축제 기간과 전후로 배치해 개최할 계획이다. 대회 참가자와 해외 한인 경제단체를 위한 관광투어프로그램과 한류문화의 원류인 전북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연과 행사도 다채롭게 준비하고 있다. ―지난 2년 자신을 평가한다면. ▲도전하는 도지사였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스스로 '도전하자'라고 되뇌었다.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매일매일 열심히 뛰고 부딪쳤다. 도민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수없이 도전을 외쳤다. 도전하면 이룰 수 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야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끊임없이 도전해 보니 조금씩 길이 열리는 게 보인다. 전북도 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잘할 수 있다. 우리에겐 도전과 혁신의 DNA가 있다. 전북은 동학농민혁명의 땅이고, 의병의 고장이다. 앞으로도 도민과 함께 도전하고, 또 도전하겠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도지사로 취임하며 도민들께 '함께 혁신하고 함께 성공하는 새로운 전북'의 꿈을 약속드렸다. 전북은 할 수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도민과 함께 그 꿈을 향해 계속 전진할 것이다. 전북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이 가는 길이 되도록 하겠다. 도민 여러분이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2024-07-17 18:16:54【전주=강인 기자】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민선8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끊임없는 도전을 통한 경제 발전을 지속적으로 외치고 있다. 취임 초 경제도지사가 되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은 초임 도지사의 모습이다. 김관영은 최근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진행한 전국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긍정평가에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직무수행 긍정평가에서 60.5%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8월 새만금잼버리 파행 사태로 5위까지 추락했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평가다. 이는 민선8기 들어 12조8000억원에 달하는 기업유치 성과를 낸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특별자치도 출범, 미래신산업 육성, 스마트팩토리 확산 등 굵직한 성과를 낸 점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관영의 가장 큰 약점이 될 수 있었던 새만금잼버리 파행 책임론도 피해가는 모양새다. 감사원은 파행을 겪은 국제행사 책임을 가리기 위해 지난해 8월 감사에 착수했지만 대대적인 조사를 1년간 벌이고도 아직 감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의 늦은 발표는 전북과 새만금을 대회 파행 원인으로 몰던 정부와 여당의 악재로 풀이된다. 이 같은 위기를 겪고 길지 않은 시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김 지사를 지난 10일 전북도청에서 만났다. 취임 초 파이낸셜뉴스와 만났던 김 지사다. 여유로운 표정과 제스처가 달라진 점으로 다가왔고, 기자의 질문에 군더더기 없는 답을 내놓는 모습은 취임 초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날 새벽 지역에 내린 폭우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 민방위복을 입고 나타난 그는 "도민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행정과 경제 이원화 전략으로 지역발전을 이루겠다"는 말로 취임 초부터 강조했던 경제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지사 임기 절반을 넘기는 시점 소감은. ▲전북경제를 살리라는 도민들의 절박한 소망에 부응하기 위해 전북도정은 지난 2년간 열심히 뛰었다. 기업인을 비롯해 많은 분이 전북이 바뀌고 있다는 말씀을 해준다. 멈추지 않겠다. 전북경제의 도약을 위해 우리는 계속 도전할 것이다. 지난 2년 전북은 많은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들을 해냈다. 연이은 대기업 투자 유치,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유치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함께 도전하고, 함께 성취했다. 힘겹고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도민은 위기를 극복하며 더 강해졌다. —임기 절반을 지나고 있는데, 어떤 부분을 역점 추진하고 있나. ▲경제를 살리는 일에 모든 걸 쏟았다. 도민들의 먹고사는 일만큼은 믿고 맡길 수 있는 도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전북경제 생태계를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 기업,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을 유치하는 일에 집중했다. 동시에 삼성전자와 함께 전북형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추진해 도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도 시작했다. 대기업들과 도내 기존기업들이 함께 공존하고 함께 혁신하면서 전북경제의 쌍끌이 역할을 하며 역동적인 경제 생태계를 형성해 갈 것이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사람’이다. 원하는 인재를 전북에서 찾을 수 있어야 기업이 온다. 교육 혁신은 우리 도민과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놓칠 수 없는 과제다. 이 때문에 우리는 교육협치를 통해서 인재양성 환경을 발전시키고자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꼽자면.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 지정에 나섰을 때, 아무도 전북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만류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도하고 싶었고, 실패하더라도 경험과 노하우가 남는다고 생각했다. 매주 전략회의를 열었고, 직접 PT 준비에 나섰다. 도내 연구진과 외부 전문가들의 지혜와 힘을 모두 결집했고, 기업 유치에 전력을 쏟았다. 대기업의 투자 러시가 이어졌고 PT를 비롯한 지정 과정에서 우리의 진심이 전해지면서 기적처럼 특화단지 지정에 성공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도 중요한 이정표였다. 입법 과정에서부터 우리는 하나된 도민의 힘을 보여줬다. 강원특별자치도법이 통과되는데 14년이 걸렸던데, 전북특별자치도는 발의한 지 133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새만금 고용특구와 농생명산업지구, 친환경산악관광진흥지구 같은 15개의 특구와 333개 특례에 담긴 기회들을 성공스토리로 바꿔나가기 위한 과정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잼버리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국가예산 등 도정이 차질을 빚게 됐던 점이 대단히 아쉽다. 대회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전북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고, 대회 이후 새만금 관련 국가예산이 삭감되고 타당성 조사를 다시 받았다. 다행히 도민과 함께 국가예산의 마지노선을 지켜냈고, 타당성 조사도 통과해 사업 추진의 동력을 재확보했다. 최근 새만금 잼버리 현장 곳곳을 담아낸 잼버리 유산화 기록물을 만들었다. 파행 논란으로 제대로 전해지지 못했던 잼버리 현장의 활기와 열정이 진솔하고 생생하게 담겨있는 자료다. 전북특별자치도 홈페이지에서 영상과 사진을 볼 수 있다. 잼버리에서 저마다 얻은 배움과 교훈을 되새기고 미래 세대에 물려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에는 실패했다. ▲아쉽다. 이번 바이오 특화단지 심사에서도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전북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번 심사결과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산업 분야에는 어떤 지자체도 선정되지 못했다. 오가노이드 분야는 현재 산업화 기반이 부족하고 R&D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전북의 가능성만큼은 확실히 확인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또 다른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또 열심히 준비하겠다. 지역에 흩어져 있는 바이오산업 역량을 한데 꿰어서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차근차근 조성해 나가겠다. —잼버리 파행으로 차질이 생겼던 새만금 사회기발시설 조성이 다시 시작됐다. 국제공항과 신항만은 어떻게 되고 있나. ▲8개월간 중단됐던 행정절차가 재개됐다. 사업의 적정성이 입증된 만큼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공항은 2029년에 개항할 예정이다. 신항만은 2선석을 2025년까지 완료하고 2026년에 개항하는 것이 목표다. 차질 없이 이행하려면 예산 확보는 물론이고 행정절차 이행과 공사 기간 단축이 필수적이다. 새만금 사업은 대통령이 임기 중 개발 완료 의지를 밝힌 사업이다. 계획대로 공항·도로·철도 등 주요 SOC 인프라가 완공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새만금을 우리나라 신성장동력이자 동북아 경제허브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전주시와 완주군 통합이 화두다. 전북도의 입장은. ▲전주-완주 통합은 도지사 공약사항이고, 전북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 갈등이 번지거나 어느 한쪽이 상처를 입는다면 통합 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그간 상생협력사업을 통해 통합 여건을 만드는 일에 노력해 온 이유이고, 이를 통해 통합 열의가 완주에서부터 발현되기를 기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완주군 민간단체에서 통합을 정부에 건의하기 위해 절차에 따라 통합건의 서명부를 완주군에 제출했다. 완주군에서 적법 요건 심사를 하고 문제가 없으면 통합건의서가 도에 제출된다. 양 지역의 객관적 의견을 종합해 듣고 수렴해 도지사 의견을 첨부할 계획이다. 전북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을 것이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가 다가오고 있다. 준비는 잘되고 있나. ▲3000여명의 국내외 한인 경제인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 중이다. 지난 4월에 있었던 대회추진상황 점검회의를 기점으로 주관 기관인 재외동포청, 전주시와 함께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300개 부스 규모로 전북대학교 대운동장에 마련될 기업전시관은 실내 전시장과 다름없이 안전하고 완벽하게 구성할 계획이다. 개회식장인 삼성문화회관과 오·만찬이 열릴 전북대 실내체육관 시설 정비에도 나섰다. 축제를 개최하는 목표는 결국 기업활동과 전북 홍보에 있다. 식품과 탄소, ICT, 레드바이오, 이차전지 등 전북 대표 산업별 기업들이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수출을 희망하는 도내 기업들을 재외동포청을 통해 한인 경제인들에게 소개하는 일도 준비 중이다. 경제와 산업, 문화 관련 행사를 동시 개최해서 승수효과도 노리고 있다. 국제금융컨퍼런스인 지니포럼과 일자리페스티벌, 스타트업 전북특별자치도 창업대전, 전주국제드론산업박람회,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를 축제 기간과 전후로 배치해 개최할 계획이다. 대회 참가자와 해외 한인 경제단체를 위한 관광투어프로그램과 한류문화의 원류인 전북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연과 행사도 다채롭게 준비하고 있다. —지난 2년 자신을 평가한다면. ▲도전하는 도지사였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스스로 ‘도전하자’라고 되뇌었다. 그 말을 지키기 위해 매일매일 열심히 뛰고 부딪쳤다. 도민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수없이 도전을 외쳤다. 도전하면 이룰 수 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야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끊임없이 도전해 보니 조금씩 길이 열리는 게 보인다. 전북도 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잘할 수 있다. 우리에겐 도전과 혁신의 DNA가 있다. 전북은 동학농민혁명의 땅이고, 의병의 고장이다. 앞으로도 도민과 함께 도전하고, 또 도전하겠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도지사로 취임하며 도민들께 '함께 혁신하고 함께 성공하는 새로운 전북'의 꿈을 약속드렸다. 전북은 할 수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도민과 함께 그 꿈을 향해 계속 전진할 것이다. 전북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이 가는 길이 되도록 하겠다. 도민 여러분이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kang1231@fnnews.com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2024-07-16 16:43:15AI 시대에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이 바뀌고 있다. 1, 2, 3등이 모두 일정 부분 상금을 나누는 시대가 아니라 1등이 혼자 다 먹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이고 수확체감이 아닌 수확체증의 시대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끝없이 올라간 것은 이 때문이다. AI 시대 '답을 찾는 공부'를 하는 시대는 갔고 '질문을 찾는 공부'를 하는 시대다. 질문을 바꾸면 정답이 나오고 허접한 질문을 하면 허접한 답이 나온다. 답은 AI가 찾아주는 것이고 인간은 질문만 하면 된다. '암기력 천재'보다는 AI에게 기발한 질문을 잘 하는 '질문 천재'가 진짜 천재다. 답을 아는 자가 아니라 질문을 잘하는 법을 아는 자가 고수다. 경험이 독이 되고 상상력이 힘이 되는 시대다. 날밤 새며 연구실에 처박힌 연구자 100명보다 늦잠꾸러기지만 상상력 좋은 괴팍한 천재 하나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가 왔다. 지금까지는 일에 집중한 시간의 정도가 선배, 상급자, 대가를 만들었지만 이젠 알파고 같은 AI가 모든 선배, 상급자, 대가들의 노하우를 검색해 순식간에 답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젠 기존의 것과 다른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독창성이 무기인 시대다. '슈퍼개미'가 아니라 이런 AI의 힘을 무한대로 이용하는 '슈퍼개인'의 시대다. AI 시대에는 농업혁명, 공업혁명, 정보혁명시대에서 일하는 방식과 돈 버는 방식과 완전히 다른 대변혁이 온 것이다. 그래서 통째로 변하지 않으면 망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AI 시대의 아킬레스건이 반도체다. 쳇GPT건 엔비디아건 간에 대만의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와 한국의 HBM 반도체가 없으면 꽝이다. 한국은 운 좋게 AI 시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품었다. 반도체산업에서 모 전자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얘기했던 초격차(超格差) 얘기를 많이 한다. 초격차는 적과 초접전(超接戰)을 벌이는 상황에서 2등이 아예 1등이 되고자 하는 의지마저 꺾어 놓을 만큼 큰 격차를 벌려 놓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초격차는 돈과 인재 그리고 정책의 삼박자가 맞아야 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초계속(超繼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국을 먹여살리는 달러박스인 반도체에서 경쟁력을 잃으면 수출이건 내수건 간에 힘들어진다.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없다. 초격차는 적어도 10년간 칼 한자루만 간다는 심정으로 집중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얻어진다. 한국에 있어 반도체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은 발등의 불이다. 지금 미중의 기술전쟁 속에서 한국을 지켜주는 것은 반도체 기술이고, 한국의 성장을 지탱하고 무역흑자를 가져오는 최대 품목도 반도체다. 지금 반도체는 민간의 수익사업이 아니라 미, 중, 일, 유럽 정부가 안보산업으로 격상시킨 국가 방위산업이고 국가대항전이다. 한국 반도체의 수명이 끝나는 순간 한국의 성장도, 미중 외교에서 한국의 입지도 모두 끝날 수밖에 없다. 이공계 인재가 의대로만 몰리면 4년 후에 당장 미, 중, 일, 대만, 유럽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반도체산업에 문제가 생기고 반도체산업의 중장기 경쟁력에 치명타로 올 수 밖에 없다. AI 시대에 핵심인 반도체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관심도 없고 집안싸움에만 매몰된 한국 정치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반도체 인재 양성도 발등에 불인데 인력 양성을 해야 한다고 말만 하고 실행은 없는 정부도 걱정이다. 정당끼리 입장 차이로 박 터지게 싸울 일도 있지만 국익을 위해선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일도 있다. 반도체지원, 차 지나가고 손 흔들면 안 된다. AI 시대, 반도체산업 육성과 인력 확보는 초당적으로 범정부적으로 최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동네 골목대장의 눈이 아닌 하늘을 나는 매의 눈으로 정세를 읽고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반도체산업을 두어야 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2024-07-01 18:16:47[파이낸셜뉴스] 서울 경희대학교 본관 2004년, 기말 고사가 끝나고 크리스마스를 2주 정도 앞둔 12월 중순이었다. 중앙도서관, 종합강의동 등 학교의 주요 건물마다 교지가 쌓여있었다. 교지에는 내가 보낸 단편 소설도 실려있었다. 이름과 소속학부, 이메일이 내 글과 함께 실려 있었다. 종이로 된 공식 출판물에서 내 글을 보게 되니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 당시 썼던 소설의 제목은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부제는 '학교 가는 지하철의 두 고양이 소녀에 대해'였다. 아래는 전문. 해당 글은 2004년 경희대학교의 교지와, 필자가 별도로 운영하는 브런치에도 동일하게 실려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1.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바보 같은 질문이다. 어째서 하필 고양이인가? 하지만 그건 내 쪽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양이라는 말은 성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말과 함께, 고양이적 신비스러운 힘으로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햇빛을 반사해 솜털이 반짝거리는 소녀의 하얀 목선이나, 부드럽고 적당하게 솟은 봉긋한 가슴, 아킬레스건이 드러나는 투명 에나멜 샌들을 신은 소녀의 발"과 같은 말처럼 고양이란 말은 나를 묘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2. 2004년의 어느 목요일과 다르지 않은 아침이었다. 잠에서 깬 후 욕실에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면도를 할까 하다가 관두었다. 초록색의 촌스러운 수건으로 머리를 몇 번 털어 대충 말리고 TV를 켰다. 남아메리카의 어느 오지에 사는 원시 부족의 삶을 보면서 설탕이 묻어 있는 콘 시리얼을 우유에 말고, 설탕에 잰 토마토를 먹었다. 설탕이 듬뿍 있는 페스츄리 빵도 먹을까 하다가 형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사실 이건 거짓말이다- 페스츄리 빵 따위 내 아침식사엔 없었다. 이제부터는 설탕이 묻어 있는 콘 시리얼과 설탕에 잰 토마토를 먹고 설탕이 듬뿍 있는 페스츄리 빵을 형의 몫으로 남겨 놓은 한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과 동의하에 소년을 칭하는 말은 ‘나’로 하기로 한다. 대충의 아침을 챙겨 먹고 ‘나’는 여느 2004년의 목요일처럼 학교로 가는 지하철에 탔다. 최근 반년 동안의 관성으로 지하철에 탄 후 하루키를 읽는다. 빨간색 표지의 400페이지가 넘는 ‘화요일의 여자들’이란 단편집이다. 책도 상당히 무거울뿐더러, 어제 동아리 사람들과 같이 늦게 까지 술을 먹은 탓인지 상당히 피곤하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는 내 앞에 자리가 나도 좀처럼 앉지 않지만 피곤을 핑계로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앉는다.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 좌석을 차지한 학생이 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행동- 책을 읽거나 잔다- 중에 전자의 것을 택한다. 전날 읽던 단편 하나를 다 읽은 후 책을 덮는다. 잠을 자려고 눈을 붙인다. 울타리를 넘는 양의 수를 세려다 관두고 고양이에 대해 생각한다. 3. 현재 고양이를 기르지 않지만 나는 꽤 여러 마리를 고양이를 길렀었다. 지금은 모두 사리지고 없지만. 얼마간 기르다가 고양이가 집을 나간 적도 있고, 잠깐 바깥을 구경하러 나간 새에 누가 가져가서 대신 키워 준 경우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내가 기른 고양이는 모두 사라졌다. 한 번은 몇 년 동안 길렀던 암컷 고양이-기르는 동안 두 번 새끼를 낳았다- 가 차에 치여서 죽었다. 당시에는 고양이의 장례식을 치러줄 정도의 집안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고양이의 주검은 아버지에 의해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과연 사라진 고양이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사라진 고양이들에 대한 생각을 그만두고 고양이 별에 대해 생각한다. 고양이 별인은 태어날 때 고양이 가면을 쓴 채로 태어난다. 12살이 되는 해에 성인식을 치르게 되는데 이날 고양이 별인은 고양이 가면을 벗고 한 명의 당당한 고양이 별의 성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물론 고양이 가면 속의 얼굴도 고양이다. 고양이 별인인 것이다. 하지만 종종 고양이 가면 속의 얼굴이 사람인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그 고양이 별인은 고양이 별에서 추방당하게 된다. 햇살이 좋은 어느 날 대중교통의 창을 통해서. 지구로 추방된 고양이 별인은 평생 동안 고양이 별인 적 특징으로 살아갈 수도 있고, 어느 기간 동안에만 고양이 별인의 특징을 간직하고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고양이 별인은 지구에서 사는 동안 자신이 고양이 별인 이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고양이 별인을 알아볼 수 있다. 전생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전생이 있다라고 가정하면, 나는 전생에 수고양이였을지도 모른다. 전생에 대해 이제 처음 생각한 녀석의 전생 따윈 없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나는 역사상 가장 불쌍한 쥐였는지도 모른다. 안데스의 초원에서 양질의 풀을 먹고사는 오스트프리시안종 양의 우유로 만든 페루의 파마산 치즈로 앙고라 고양이에게 프러포즈를 했다가 한 끼의 점심이 되어버린. 뭐, 가장 이상적인 경우라면 상상력이 풍부한 고양이와 사랑에 빠질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저런 고양이 별에 대한 생각으로 잠이 오질 않았다. 자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책을 폈다. 책에 좀처럼 집중을 할 수없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잠깐! 고개를 멈추고 다시 흘끗 내 왼쪽을 처다 보았다. 한 소녀가 책을 읽고 있다. 어깨에 닿을 듯 말듯한 단발머리를 가진 소녀다. 무슨 책을 읽을까라는 궁금증이 들 무렵 소녀가 살짝 고개를 든다. 머리의 커튼이 걷히고 소녀의 옆얼굴이 보인다. 매우 매력적인 옆모습이다. 몰래 소녀의 옆모습을 훔쳐보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곧바로 책으로 시선을 옮긴다. 하지만 이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다. 매력적인 소녀들이란 으레 멀리서 지켜보기에 좋은 존재들이다. 이런 소녀들이 보통 아무 생각 없이 지하철의 내 옆자리에라도 앉게 되면 보통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뿐더러 사고와 리듬을 어지럽혀 놓아 내 페이스를 잃게 만든다. 배려심이 없다기보다는 아예 모르는 것이다.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이 있다는 걸. 이쯤 되면 매력적인 소녀들에 대한 알레르기보다는 선천적으로 그런 종류의 소녀들에게 면역이 결핍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내 쪽의 이런 고충을 그런 소녀들이 알리 없다. 4. 바나나 빛이라기보다는 레몬 빛이 나는 부드러운 노란빛의 비닐 재킷 속에 같은 색 계통의 얇은 폴로 티를 입고 있다. 상의와 잘 어울리는 색 바지를 입고 분홍색의 스니커즈를 신고 있다. 얼핏 얼핏 보이는 소녀의 옆얼굴은 좀처럼 말로 할 수 없다.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고양이 소녀의 모습을 말로 표현하기란 내겐 불가능한 것이다. 매력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쳐다볼 수 도 없는 노릇이고 보니,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내용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지만 혼자만 신경 쓰며 안절부절못하는데 저 쪽에선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되어 오기로라도 책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마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겠지만 꾀 긴 시간이 지났다고 느껴졌다. 소녀의 옆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자주 쳐다보면 혹시라도 이 쪽의 입장이 들킬까 봐 주위를 둘러보는 척하며 은근슬쩍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 정도 그 고양이 소녀 적 옆모습의 리듬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리듬이 급속히 흐트러졌다. 주위를 둘러보는 중에 우연히도 내 오른쪽에 또 다른 고양이 소녀의 존재를 알아 버렸다. 다행히도 자고 있다.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소녀를 본다. 염색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약간은 금빛이 나는 단발머리가 조금은 상해있다. 붉은색 바탕에 검은 줄 이간 체크무늬 치마 위에는 커다란 캔버스용 가방을 올려놓았고, 그 위에 두 손을 모아 놓았다. 미술을 전공하거나 디자인을 전공하나 보다. 손톱은 봉선화 빛 바탕의 매니큐어에 흰색의 장미가 아주 세세하게 그려져 있다. 고양이의 발톱으로 긁어놓은 듯한 아주 얇은 선이다. 두 번째의 고양이 소녀로 인해 책을 보는 것은 완전히 포기해 버렸다. 혼자서 안절부절못할 바엔 차라리 잠이라도 자면 좀 편해지겠지란 생각에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채 의식을 날려 버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잠이 든 오른쪽의 고양이 소녀는 내게 기대 왔다. 얇은 티 하나를 통해 전해오는 소녀의 부드러운 팔의 감촉은 지금이 두꺼운 스웨터가 필요한 겨울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기게 했다.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살짝살짝 기대 오는 고양이 소녀를 만져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지진 않는다. 혹시나 상상력이 풍부한 사춘기의 고양이 소녀가 내 생각을 알아채고 “당신은 언제나 그런 생각뿐인가요?”라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생각해 본다. 한동안 생각 끝에 정답은 아니지만 그 상황을 모면할 만한 답을 찾는다.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분명히 내 입술을 움직이고, 성대를 떨게 한 것 같은데 공기의 진동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소녀의 잠을 깨울 만큼의 진동은 아니었는지, 아니면 그저 상상일 뿐인 사고의 소리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 고양이 소녀는 여전히 내 오른쪽 어깨에 고개를 기울인 채 잠을 자고 있다. 5. 지하철의 창을 통과한 보통의 빛 보다 더 무거운 밀도를 지닌 빛이 내 목덜미와 등을 덥힌다. 고양이 혹성으로부터의 빛일지도 모른다. 눈을 뜬다. 아마 잠들었었나 보다. 하긴, 내 페이스를 너무 잃었다. 두 고양이 소녀 모두 내린 모양이다. 내 오른쪽 자리는 비어있고 왼쪽에는 머리가 반쯤 벗겨진 아저씨가 앉아 있다. 내 상상이었는지, 엷은 꿈이었는지 모를 흐릿한 기억이 있다. 그 상상에서(혹은 꿈에서) 난 고양이 소년이었다. 지금과는 정 반대인. 꿈에서 나는 한 고양이 소녀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고양이 소녀에게 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현실적인 언어로 고백한다. 소설이 끝나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교지가 발행되고 며칠이 지난 뒤에 나는 하나의 이메일을 받게 된다. 이메일의 제목은 내가 쓴 글인 "고양이를 좋아하세요?"였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 이메일의 내용이 정확히는 기억 나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교지에서 내가 쓴 글을 재미있게 봤으며 나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살면서 칭찬을 별로 받아 본 적이 없었는데 소설 '소나기'의 칭찬 이후로 모처럼 듣게된 아주 기분 좋은 말이었다. 마음속으로 이런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여자일 확률이 높을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켠에서 어쩌면 대학 1년 동안 나와 친해진 놈들 중에 한 두 놈이 나를 놀리기 위해 고도로 공을 들인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12월 중순부터 몇 번의 메일을 주고 받으며 상대방이 여자이며,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상대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를 굉장히 좋아하고 있었다. 20년 가까이 여자친구가 없었던 필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앞두고 상대에게 과감하게 이메일로 데이트를 신청했다. "저기, 크리스마스 이브에 별 일이 없다면 우리 학교 정문에서 한 번 만나지 않을래요?"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9-11 17:36:32[파이낸셜뉴스] 가수 장필순이 반려견 까뮈를 반려견 호텔에 맡겼다가 업체 과실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위탁 업체 대표가 “일부 사실이 왜곡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려견 호텔 대표 A씨는 31일 “관련 기사가 나간 후 저희뿐 아니라 우리 가족과 지인들의 신상이 밝혀지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명예 훼손적 댓글과 메시지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한 부분에 있어서는 장필순님에 대한 도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다할 예정이지만,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부분은 바로잡겠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까뮈는 분리불안이 심해 호텔 방에 들어가는 것을 어려워했다. 이에 A씨는 까뮈를 자신의 주거지에 데려와 침대에서 재웠다고 한다. 같은 건물 1층에는 애견호텔이, 2층에는 부부가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A씨가 작성한 입장문에 따르면 부부는 까뮈를 받은 날인 지난 23일에 오래전부터 예정된 양가 부모와의 식사 자리가 예정돼 있었다. A씨는 “까뮈가 다른 애견호텔에 가는 것을 어려워 할 것 같다는 짧은 생각에, 호텔링이 가능하다고 안내해드렸다”며 “저희가 양해를 구하고 예정된 일정으로 호텔링이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어야 했으나, 저녁 식사 시간 정도 자리를 비우는 것을 괜찮을 것이라 안일하게 생각했다”고 까뮈를 승용차에 싣고 식당으로 데려간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식당 내부의 동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캔넬 안에 있는 까뮈를 차량에 뒀다”며 “이 때 차량 시동을 켠 후 에어컨을 켜둔 상태였고, 이 부분은 장필순 님의 지인들이 차량 블랙박스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한 사고 발생 당일 까뮈를 캔넬에 넣고 이불을 씌운 것에 대해서는 “제가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는 상황이라 까뮈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낙상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까뮈를 켄넬에 넣어 거실에 둔 것”이라며 “전날 오후 9시부터 거실에는 에어컨을 켜둔 상태여서 온도가 매우 낮았고, 까뮈가 약 9~10살 정도의 노령견인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로 체온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 에어컨을 끄고 이불을 덮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는 또 “중간에라도 캔넬에서 꺼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침 7시쯤 확인했을 때, 까뮈는 캔넬안에서 불안했는지 캔넬 밖에 덮여 있는 이불을 이빨로 캔넬 안으로 끌어당겨 물어 뜯은 상태였고, 의식이 희미해진 상태였다”며 “까뮈를 욕실로 데려가 찬물로 열을 식혔고,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까뮈를 오전 7시30분에 응급병원으로 데려가 수의사와 함께 세시간 가량 심폐소생술과 쿨링용법 등 응급처치를 실시했으나 까뮈는 오전 10시 30분에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월요일 오전 병원으로 향하는 중에라도 장필순님께 전화 드렸어야 했으나, 까뮈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미처 전화를 드리지 못했다. 제가 잘못 판단했다”라고 견주에게 연락이 늦었던 점을 해명 했다. A씨는 이후 장필순의 지인으로부터 폐업을 강요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장필순 지인)B씨는 ‘장필순 님의 마음을 풀기 위해서는 모든 사실을 SNS 계정에 공지하고 사업장 모두 폐업하라’고 했다”며 “SNS에 올릴 공지글에는 까뮈가 분리불안이 있었다는 말은 절대 쓰지 말라고 내용까지 정해 줬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저와 저의 아내는 장필순님께 무릎 꿇고 사과를 드렸다. 사과문을 올리라고 하시기에 올렸고, 사업장 두 곳을 모두 폐업하라고 하시기에 모두 영업 종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장필순이 이들 부부를 매장시키려 한다고 A씨는 주장했다. A씨는 “저희가 사과문을 올리고, 사업장을 모두 영업종료했음에도 장필순님은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셨고 개인 SNS 계정에는 마치 저희가 고의로 까뮈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처럼 글을 올리셨다”며 “저희가 무엇을 더 해야 할까. 저희가 죽어야 끝이 날 것 같다. 장필순님과 그 지인들은 저희를 동물학대로 고소하신다고 한다. 저희는 경찰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고, 죄가 있다면 벌을 달게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장필순은 지난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반려견 까뮈가 애견 호텔 측 과실로 열사병으로 숨진 사실을 전했다. 반려견 호텔 A씨 입장 전문 장필순님 반려견 까뮈의 사망사건이 일어난 호텔링 업체 대표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장필순씨의 반려견 까뮈의 호텔링을 맡았던 업체의 대표입니다. 저와 저의 아내는 A와 B라는 두 개의 별도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말 사이, 장필순님의 반려견 까뮈의 사망사실에 대한 기사가 나간 이후, 저희뿐 아니라 저희 가족과 지인들의 신상이 밝혀지고,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명예훼손적 발언이 가득한 댓글과 메시지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저희가 잘못한 부분에 있어서는, 장필순님에 대한 도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다할 예정이지만, 사실관계가 왜곡된 부분들이 있어, 정확한 사실과 알려지지 않은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혹시 추가적인 문의 사항이 있는 경우, 메일로 주시면 답변 드리겠습니다. 1. 장필순님의 반려견 까뮈는 분리불안이 심했습니다. 장필순님 역시 까뮈의 분리불안에 대해서 많이 걱정하셨고, 저희 업체에 몇 차례 호텔링을 맡기셨습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장필순님의 개인 인스타 계정에도, 장필순님께서 까뮈의 분리불안을 걱정하는 내용을 여러차례 게시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1층에서는 A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고, 그 건물 2층에 저희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분리 불안이 심해서 개별 호텔룸에 혼자 있는 것을 어려워하는 반려견들의 경우(밤새도록 하울링 하거나, 제자리에서 점프하며 문을 긁으며 나가려 하거나, 잠을 자지 못하고 호텔룸 내부에서 돌아다니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경우), 저희 부부가 거주하는 집으로 데리고 와서 함께 재웠습니다. 장필순님의 반려견 까뮈 역시 분리불안이 너무 심했고, 호텔 룸 안에 있는 것을 몹시 어려워해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셨고, 까뮈는 저희와 함께 저희 침대에서 재웠습니다. 2. 장필순님께서는 2023. 7. 22. 토요일, ‘7. 23. ~ 25.’의 호텔링을 문의하셨습니다. 저희는 2023. 7. 23. 저녁, 오래전부터 예정된 양가 부모님과의 식사 자리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까뮈가 다른 애견호텔에 가는 것을 어려워 할 것 같다는 짧은 생각에, 호텔링이 가능하다고 안내해드렸습니다. 이 때, 저희가 양해를 구하고 예정된 일정으로 호텔링이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렸어야 했으나, 저녁 식사 시간 정도 자리를 비우는 것을 괜찮을 것이라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이 부분 저희의 잘못입니다. 장필순님께서 함께 호텔링을 맡기신 다른 두 반려견인 멜로디와 몽이와는 달리, 까뮈는 호텔에 입실하자마자 몹시 불안해 하며 5 ~ 6회정도 펜스를 뛰어 넘으며 당시 업체에 상주 중이었던 직원(애견 유치원 선생님)에게 오려고 하였습니다. 까뮈는 호텔룸 안에 들어가는 것을 몹시 싫어했기 때문에, 예정된 식사시간에, 어쩔 수 없이 까뮈를 캔넬에 넣고 차에 실어 식당까지 동행하였습니다. 식당에 도착한 후, 식당 내부의 동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캔넬 안에 있는 까뮈를 차량에 두었습니다. 이 때 차량 시동을 켠 후 에어컨을 켜둔 상태였습니다. 이 부분은 장필순님의 지인분들께서 차량 블랙박스로 확인하셨습니다. 다시 A로 온 후, 장필순님께 까뮈의 사진과 멜로디, 몽이의 사진을 보냈고, 이 때만 해도 까뮈의 상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식사를 하고 물을 마신 뒤, 까미는 저와 함께 침대에서 잠들었습니다. 3. 7월 24일 새벽 5시 20분 경, 제가 배탈이 나서 잠에서 깼고 화장실에 왔다갔다 하면서 까뮈가 침대에서 떨어져 낙상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까뮈를 캔넬에 넣어 거실에 두었습니다. 까뮈는 혼자 있으면 매우 불안해하며 높게 점프를 하며 이리 저리 뛰기 때문에 캔넬 안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전날 저녁 9시부터 거실에는 에어컨을 켜둔 상태여서 온도가 많이 낮았고, 까뮈가 약 9 ~ 10살 정도의 노령견인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런 온도 변화로 체온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하여 에어컨을 껐고, 까뮈가 캔넬 안에서 불안해 할까봐 캔넬 위에 이불을 덮어 두었습니다. 이는 반려견의 시야를 가려 불안을 낮추고 안정감을 주는 방법으로 반려견 교육에 보편적이고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기에 까뮈의 불안감을 낮춰주기 위한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캔넬을 덮은 이불에 대해 ‘한 겨울용 솜이불’이라고 표현하시던데, ‘한 겨울을 제외하고 사계절 내내 사용하는’ 차렵이불이었습니다. 저희도 여름에 덮기도 하고 저희 반려견들도 사계절 내내 사용하는 이불입니다. 그런데 배가 아파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다 보니 까뮈를 잘 챙기지 못했습니다. 중간에라도 캔넬에서 꺼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침 7시쯤 확인했을 때, 까뮈는 캔넬안에서 불안했는지 캔넬 밖에 덮여 있는 이불을 이빨로 캔넬 안으로 끌어당겨 물어 뜯은 상태였고, 의식이 희미해진 상태였습니다. 4. 저는 바로 까뮈를 캔넬 밖으로 꺼내서 까뮈의 몸에 열감이 느껴지는 것을 확인하고 아내에게 빨라 병원에 연락하라고 하고, 까미를 욕실로 데려가 찬물로 열을 식혔고,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인근의 응급 병원의 선생님과 연락이 닿아 바로 병원으로 향했고, 병원에 오전 7시 30분쯤 도착하여 바로 응급처치에 들어갔습니다. 동물병원의 테크니션 선생님들이 출근하기 전이어서, 수의사 선생님의 응급처치를 도울 사람이 저밖에 없었습니다. 선생님과 제가 돌아가며 약 세 시간 가량 심폐소생술 및 쿨링용법 등의 응급처치를 실시하였으나, 오전 10시 30분 경, 결국 사망하였습니다. 제가 월요일 오전 병원으로 향하는 중에라도 장필순님께 전화 드렸어야 했으나, 까뮈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미처 전화를 드리지 못하였고, 결국 까뮈가 사망하기 전 장필순님께 연락을 드렸고, 장필순님은 까뮈의 마지막을 보지 못하셨습니다. 제가 잘못 판단하였습니다. 5. 저의 연락을 받으신 장필순님께서는, 7. 24. 월요일, 오후 한 시경 병원에 오셔서 까뮈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오후 다섯 시경, 장필순님의 자택에서 까뮈의 장례절차가 있었고, 제가 A에 남아 있던 몽이와 멜로디를 데리고 장필순님의 자택으로 가서 저도 장례절차에 참석하였습니다. 장례 직후, 함께 있던 장필순님의 지인분들 중 3분이, 어제(7. 23. 일요일) 저녁 식당에 간 적 있는지를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순간 너무 두렵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간 적 없다고 말씀 드렸다가, 결국 식당에 갔으며, 차안에 두고 에어컨을 켜둔 사실을 말씀 드렸습니다. 그 지인 분들은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요구하셨고, 이에 A에 5 ~ 6분 정도가 오셔서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하신 후 횟집에서 돌아왔을 때 까뮈의 상태에 문제가 없었음을 확인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때 까뮈의 사망 경위를 확인하시면서, 장필순님의 지인 분들은 저희 부부에게 손가락질을 하거나 큰 소리를 내며 다그치셨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미 까뮈의 죽음에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여 위축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분들의 다그치는 말씀에 더 크게 위축되었고 몹시 두려웠습니다. 장필순님의 지인분 중 한 분은, 까뮈가 마지막에 있었던 캔넬과 이불을 확인해야겠다며 저희의 집을 확인시켜 줄 것을 요구하였고, 저희는 이에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분은 저희 집에 오셔서 캔넬과 이불을 직접 확인하고 가셨습니다. 저희는 월요일 오후, 이미 A와 B의 임시 휴업을 공지하였습니다. 당시 호텔링 중이던 다른 반려견들의 보호자님들께도 연락을 드려 반려견을 데려 갈 수 있는지 확인하였으나, 타지에 계시거나 출국 중이시라 불가능하다고 하셔서, 원래 예정된 기간까지 저희가 돌보기로 하였습니다. 당시 호텔링 중이던 다른 반려견들을 보시고, 장필순 님의 지인인 공○○ 님은 ‘저 아이들의 보호자들에게 까뮈 사망 사실을 알리고 내일까지 모두 퇴실시키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저희는 사정을 말씀 드렸지만, 무조건 퇴실시키라고만 하셨습니다. 6. 2023. 7. 25. 화요일, 오전 11시 30분 경, 장필순 님의 지인 2명이 찾아와, ‘혹시 일이 잘 해결되지 않을 경우 경찰 고소할 때 필요하다’며 켄넬과 이불을 달라고 요구하셨습니다. ‘내 지인이 제주동부경찰서 경사인데 빨리 확보해 두라고 했다’고 하시기에, 제 아내는 ‘경찰조사까지 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섭다’며 벌벌 떨며 말씀드렸더니 그 분들은 ‘지금처럼 잘 협조하면 그럴 일 없다’며 본인들 말을 잘 들어야 하는 것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는 장례절차 이후 장필순님을 직접 뵙지 못하였는데, 계속하여 장필순님의 지인분들이 여러분씩 갑자기 찾아오셔서 다그치시고, 이것저것 요구하시니 몹시 압박감을 느끼고 많이 무서웠습니다. 이에 제 아내는 ‘보호자님께는 몹시 죄송하지만, 5 ~ 6분이 찾아와서 다그치시니 너무 무섭다, 장필순님과 직접 대화하고 싶다’고 요청드렸으나, 지인분께서는 ‘본인이 저지른 일이니 감당하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장필순님에게 연락을 드렸지만, 전화도 받지 않으셨고, 답도 없으셨습니다. 장필순 님의 지인 공○○ 님은 저희에게 ‘(장필순님께) 연락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날 저녁 8시 경, 공○○ 님이 A로 방문하셨고, ‘호텔링 하는 아이들이 모두 퇴실했는지 확인하러 왔다’며, 호텔룸 뿐 아니라, 저희 집에까지 들어가셔서 확인하셨습니다. 당시 3마리의 반려견들이 있었고, 그 중 한 마리는 저녁 9시쯤 찾아오시기로 하셨고, 다른 2마리(다견 가정)는 해외에 계셔서 올 수 없으니 퇴실 예정일까지 계속 있기로 하셨습니다. 저녁 9시경, 호텔링 중이던 반려견의 보호자님이 찾아오셨을 때, 공○○ 님은 그 보호자에게 ‘여기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곳에 강아지를 맡기면 안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저희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녁 10시 경, 공○○ 님은 다른 2마리의 보호자님께 직접 전화하여,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런 곳에 개를 맡기면 안된다고 자기가 직접 옮기겠다고 하였습니다. 해당 보호자님은 동의하지 않으셨고, 집에 아무도 없으니 계속 A에 두겠다고 하셨지만 공○○ 님은 해당 보호자에게 옮길 것을 강요하였고, 결국 아무도 없는 보호자님 댁에 개를 두고 올 수 박에 없었습니다. 이때 공○○ 님이 해당 보호자의 집에까지 동행하였습니다. 이후 공○○ 님은 ‘장필순 님의 마음을 풀기 위해서는 모든 사실을 SNS 계정에 공지하고 A와 B를 모두 폐업하라’고 하였습니다. 단, SNS에 올릴 공지글에는 까뮈가 분리불안이 있었다는 말은 절대 쓰지 말라고 내용까지 정해 주었습니다. 공○○님은 저희에게 SNS에 사과문을 올리라고 하시면서, ‘형부(장필순 님의 남편)가 누구인 줄 아느냐, 더 영향력이 큰 뮤지션이다, 더 무서운 사람이다. 발도 넓다. 형부(장필순님의 남편)가 나서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라’며 협박하였습니다. 또 공○○님은 B까지 폐업해야 한다고 하시기에 ‘직원들만은 살려달라. 다른 인수자를 찾아 직원들이 계속 일할 수 있을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간청하였지만, 폐업할 것만을 강요하였습니다. 7. 2023. 7. 26. 수요일, 오후 1시 30분 경, 장필순님과 그 지인 4분이 아무 연락 없이 A로 오셨고, B에 있던 저희와 2시경 만나게 되었습니다. 장필순님은 1)당일 밤 12시까지 SNS 계정에 모든 사실관계를 공지할 것과 2) 두 업체 모두 폐업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저와 저의 아내는 장필순님께 무릎 꿇고 사과를 드렸고, 당연히 A는 폐업할 것이지만, B와 B 직원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B 폐업은 다시 생각해 주십사 간청하였지만, 장필순님과 그 지인분들은 모두 폐업할 것만 요구하셨습니다. 특히 B를 인수할 사람들 찾아 직원들이 계속 근무할 수 있을 때까지만 봐달라는 제 요청에, 장필순님의 지인인 박○○님께서는 ‘그 사람들(B 직원들) 우리가 배려해 줄 필요가 뭐가 있냐, 그 사람들 생계? 아직 어린데 어디가서 일 못하겠냐. 이 가게(B) 누구에게 넘기는 것도 웃기다. 또 잔머리 굴리고 지인, 측근, 가족 친척들에게 명의좀 빌립시다 한번 해 봐라’라고 하시길래, 저는 무서워서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지만, 들을 생각도 없으신 것 같았습니다. 그저 ‘장필순님과 조동익님 두분이 강력하게 원하시는 건 폐업이다’라는 말씀을 강조하셨습니다. 저희는 다시 한번, 직원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요청드리자, 박 ○○님은 ‘직원들이야 세명 월급 한달치 한번에 주면 되는거 아니냐. 폐업하라’고 하셨고, 저는 ‘직원들은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말씀 드리니, 박○○님은 ‘그건 그 사람들 사정’이라며 폐업하라고만 하였습니다. 이때 함께 계시던 지인 분들 중 남성 분은 모든 상황을 계속하여 영상으로 촬영하셨습니다. 장필순님과 그 지인분들이 B를 떠나실 때, 박○○님은 ‘오늘 자정까지 본인들 잘못과 과실로 까뮈가 갔다고 올려라. 약속 지키고, 만일 자정까지 SNS 게시물이 확인되지 않으면 우리도 내일부터 기관통해서 입증하겠다. 경찰에도 동물학대죄, 재물손괴 신고할 것이고, 시청에서도 아마 갈 것이다. 자정까지 기다리겠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배려이며, 글이 올라오지 않을 경우 우리는 내일부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겠다’라고 통보하셨고, 장필순님은 ‘두 분에게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라고 하고 가셨습니다. 8. 저희는 장필순님이 연예인이기에, 제주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슈가 될 것을 몹시 두려워했습니다. 때문에 결국 A뿐 아니라 B까지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B의 보호자님들께 직접 전화를 드려, ‘저희 잘못과 부주의로 호텔링 중이던 강아지가 사망했고, 때문에 B와 A의 영업을 모두 종료하기로 했다. 남은 금액은 모두 환불하겠다’는 전화를 일일이 드린 후, 장필순님과 지인분들께서 요구한 사과문을 작성하였습니다. 장필순님과 지인 분들께서 ‘밤 12시까지 글을 올리라’고 지시하셨기 때문에, 저희는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사과문을 작성하였습니다. 글 작성 중 12시가 가까워오자 저희는 박○○ 님께서 협박에 가까운 말씀을 하신 내용들이 현실이 될까 두려워 지체 없이 박○○ 님께 연락 드려 ‘지금 글을 작성하고 있고 5분 내에 글을 올리겠다’며 보고까지 하였습니다. 저희는 장필순님과 그 지인분들께서 요구하신 대로, 계속하여 사과드렸고, 저희 사업장에 오셔서 어떤 요구를 하셔도 그에 따랐고, 까뮈의 사망과 아무런 관련 없는 개인사에 대한 질문에도 모두 답변드렸습니다. 사과문을 올리라고 하시기에 올렸고, 사업장 두 곳을 모두 폐업하라고 하시기에 모두 영업 종료하였습니다. 저희야 저희의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저희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세 명의 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두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장필순님의 마음을 풀기 위해서라면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크신 분들이기에, 저희가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저희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닥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사과문을 올렸음에도, 저희 사업장을 모두 영업종료하였음에도, 장필순님은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셨고, 개인 SNS 계정에는 마치 저희가 고의로 까뮈를 학대에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처럼 글을 올리셨습니다. 폐업하지 않으면, 사과문을 올리지 않으면, 장필순님과 그 남편분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저희를 사회에서 매장시키겠다는 말씀이 무서워 시키는 대로 했는데, 지금 장필순님의 영향력을 이용하셔서 저희를 매장시키고 있습니다. 저희 사업장의 계정에는 물론, 저희 가족, 지인, 심지어 아무 관련 없는 저희 애견 호텔과 유치원을 이용하시던 보호자님들에게까지 찾아가서 악플을 달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퍼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무엇을 더 해야 할까요. 저희가 죽어야 끝이 날 것 같습니다. 장필순님과 그 지인분들은 저희를 동물학대로 고소하신다고 합니다. 저희는 경찰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고, 죄가 있다면 벌을 달게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현재까지 있었던 사실관계를 저희 입장에서도 밝히고자 이렇게 메일을 드립니다. 부디 잘 살펴 보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7-31 17:18:33[파이낸셜뉴스] “겉으로는 굉장히 무서워 보이지만, 안으로 잘 보면 따스한 이야기” SBS 새 금토드라마 ‘악귀’(극본 김은희, 연출 이정림, 제작 스튜디오S, BA엔터테인먼트)를 내놓게 된 김은희 작가의 말이다. 한국형 오컬트 드라마 ‘악귀’가 오늘 첫 방송된다.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다. 김은희 작가는 앞서 제작기 영상을 통해 “민속학 문헌에 나오는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현재 살고 있는 청춘들이 어떻게 그런 귀신들에게 영향을 받고 흔들리는지 이야기해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김태리는 23일 오후 SBS에서 열린 '악귀' 제작보고회에서 “처음 시도하는 한국형 오컬트 장르가 신선했고, 궁금했고,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귀신이 얼마나 많고 사연도 다양하냐.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녹여낸다고 하여 궁금했다"고 부연했다. 김태리가 연기한 ‘구산영’은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공시생으로 생활력이 부족한 엄마 윤경문(박지영)을 대신해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는 시험공부를 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간다. 그러던 중 아버지 구강모(진선규) 교수의 유품을 받고 악귀와 조우, 잠재된 욕망에 눈을 뜨고 조금씩 악귀에 잠식돼 간다. 김태리는 산영 역할에 대해 “미래에 대해서 대단히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면이 나와 닮았다.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전부 다 나보다 강했다. 선영도 악귀에 씌이지 않았으면 어중간한 일에는 흔들림이 없는 굳센 인물이라는 점이 나와 다르지 않나. 전 많이 흔들려서요”라고 비교했다. 오정세는 민속학자 엄해상을 연기했다. 그는 “(촬영 초반) 눈에 보이지 않는 악귀와 연기를 할 땐, 추상적인 느낌으로 접근했다”며 “그런데 촬영할수록 실제로 내 눈에 보이는 듯한 느낌으로 연기가 발전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해상은 대본에서 위트가 없고 사회성도 없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매력있는 인물로 구현되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경위 ‘이홍새’ 역의 홍경은 “기이한 일이라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을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납득하실 수 있게 어떻게 하면 잘 보여드릴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행사 초반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다. 좋은 선배 배우와 작가, 감독님과 작업할 흔치 않은 기회라 흔쾌히 참여했다고 밝힌 그는 “대부분 사회초년생이 기존의 매뉴얼과 많이 부딪힌다. 그럴 때면 내가 가진 소신이나 방법이 틀리게 보일 수 있다. 홍새는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소신대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나와 비슷한 면모도 있었다”고 비교했다. 이정림 연출은 재작년에 최은희 작가를 만났을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작가님이 본인도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다. 어른으로서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산영은 청춘 그 자체다. 홍새는 20대를 살아가면서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고뇌하는 인물이다"고 말했다. “대본을 읽으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악귀는 내면의 욕망을 먹고 자꾸 자란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악귀가 내게 왔을 때 어떤 선택을 할까, 유혹할 때 옳은 선택을 하면서 잘 나아갈 수 있을까, 세 인물이 어떻게 선택하고, 성장하는지 같이 지켜보면서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씩씩한 김태리, 탐구하는 오정세, 고뇌하는 홍경" 김은희 작가는 앞서 주역들에 대해 “의도해서 캐스팅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그런데 씩씩한 김태리, 탐구하는 오정세, 고뇌하는 홍경 등 배우들이 극중 인물과 너무 닮았더라. ‘어떻게 이렇게 이미지들이 다 맞았지?’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공시생 ‘구산영’과 ‘악귀’, 두 얼굴을 연기한 김태리는 “대본을 받을 때마다 질문이 50개, 100개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작가님께서 이 귀신은 ‘악’ 그 자체였으면 하시더라. 이를 바탕으로 산영이 악귀에 잠식되는 순간에 나타나는 동작들을 현장에서 감독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맞춰갔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한 얼굴로 두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게 어려웠다. 처음에는 선영의 입장에서 악귀의 행동이 이해 안됐다. 그래서 각 인물의 상황에 집중하면서 답을 찾았다"고 말했다. "내면적으로 선영은 어떤 인물일까? 1화에서 바로 귀신에 씌인다. 귀신 씌이기 전 어떤 인물이었을까? 자신도 모르는 어떤 욕망을 내면에 갖고 있었을까? 한이라는 정서에 집중했다. 무엇에 가장 분노하고 억울한가, 각 장면마다 어느 수치로 그 감정을 보여줄지 집중했다"고 부연했다. 오정세는 “조상을 위로하기 위해 제사를 지내야 합니다. 그게 어려우면 경건한 마음이라도 가지세요"라는 대사가 ‘염해상’을 연기하는 데 큰 중심을 잡아줬다"고 했다. 앞서 김은희 작가는 “겉으로는 굉장히 무서워 보이지만, 안으로 잘 보면 따스한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악귀’를 혼자 보시기 무서우면, 가족과 함께 손 꼭 잡고 롤러코스터를 타신다는 생각으로 시청해주달라”고 당부했다. SBS 새 금토드라마 ‘악귀’는 오늘(23일) 금요일 밤 10시 첫 방송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6-23 15:23:59"주주가 아닌 기자는 못 들어갑니다." 주주총회는 경영자와 주주, 특히 소액주주들이 대면하는 거의 유일한 연례행사다. 경영자들로선 한 해 실적을 보고하고 평가받는 자리다. 주주들은 자신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경영진에 직접 전달하는 통로다. 이 중간에 서서 기업 성장사의 한 페이지가 될 주총장 현장을 기록하는 것은 출입하는 경제기자들의 역할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삼성전자, 현대차, LG, SK,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을 필두로 '취재 목적의 주총장 취재'를 불허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현장의 기자로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이 되기 이전 30여년 전부터 주식을 사 모았다던 백발이 된 혜안을 가진 남대문 상인들의 모습도, 주주가치를 제고하라며 새롭게 한 자리를 차지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청도 직접 보고 듣고 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단히 편의적이며 퇴행적 방식이다. 단 한 가지 방법은 있다. 담당하는 기업의 주식을 1주라도 사는 것이다. 기자가 아닌 주주로서 입장이 가능한 셈이다. 한 젊은 기자는 "일부러 주총 전에 출입하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 기자들이 많다"고 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방식이다. 특정 기업을 출입하는 기자도 사실상 준내부자다.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거래, 이득을 봤으면 그건 내부자거래에 해당한다. 미공개정보를 활용할 여지가 있다면 출입하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해선 안 된다. 주주가 되는 순간 기자의 중립성, 공정성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취재를 하려면 '잠재적 법 위반자'가 돼야 가능하다고 하니, 요즘 유행하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도 맞지 않는 처사다. 지난 6일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장에선 93세인 워런 버핏 버크셔 회장과 99세의 찰리 멍거 부회장이 온갖 질문에 답을 해주는 모습이 전 세계에 보도됐다. '자본주의 우드스톡 축제'다웠다. 언론의 취재를 막는 것은 기업의 자유이나 결코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 시장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면 말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산업부 차장
2023-05-17 17:5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