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을 높게 평가했다.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 등 3명은 사회적 제도가 국가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들 연구는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가 되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는 과거에 거론됐던 지정학적 요인들보다 제도에 있다는 게 연구의 핵심이다. 포용적 제도를 구축한 국가일수록 경제성장과 국가번영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정경쟁을 추구하는 제도가 소수집단에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착취적 제도보다 우월하다는 결론이다. 이런 제도적 비교는 남북한의 경제성장 격차를 비교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공동 수상자인 로빈슨 교수는 "한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담을 이룬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이는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수출지향적 경제가 국가 내에서 경쟁과 효율화를 압박해 성장을 촉진했다는 평도 내놓았다. 고무적인 건 지난 50년간 한국의 성장을 일궈온 성장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언급한 점이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포용적 제도와 거리가 먼 탓에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북한 역시 전체주의적 독재 정치체제에 얽혀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에서 심한 반기업 정서가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이 이끄는 특정 산업 중심으로 성장을 구가해 국가의 부가 늘어나고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학술적으로 재확인된 셈이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가 중국과 북한처럼 사회주의 혹은 전체주의적 체제보다 경제성장 면에서도 우월한 체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노벨상 수상자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극찬에 도취될 상황은 아니다. 한국은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발전시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유일무이한 국가로 꼽힌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으로 구조적 문제가 도처에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저출생·고령화 문제다. 노벨상 공동 수상자들도 한국이 앞으로 고령화를 적극 대응해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꼽았다. 국가의 번영이 지속 가능하려면 우리 사회 앞에 닥친 4가지 큰 파고를 넘어야 한다. 현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꼽고 있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완수다. 연금의 경우 고령화사회에 대비해 재정고갈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교육은 국가번영에 핵심인 인재 육성을 위해 개혁의 1순위로 꼽아도 부족하지 않은 영역이다. 노동개혁은 비효율적인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게 관건이다. 4가지 개혁과제는 노벨상 공동 수상자들이 언급한 포용적 제도이기도 하다. 경제가 어렵고 미래가 암울하다는 과도한 비관론은 금물이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일군 경제성장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4대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때다.
2024-10-15 18:18:43포용적 제도로 놀라운 성장 이뤄내 4대 개혁 달성해 번영을 이어가야 [파이낸셜뉴스]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을 높게 평가했다.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 등 3명은 사회적 제도가 국가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들 연구는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가 되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는 과거에 거론됐던 지정학적 요인들보다 제도에 있다는 게 연구의 핵심이다. 포용적 제도를 구축한 국가일수록 경제 성장과 국가 번영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정 경쟁을 추구하는 제도가 소수 집단에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착취적 제도보다 우월하다는 결론이다. 이런 제도적 비교는 남북한의 경제성장 격차를 비교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공동 수상자인 로빈슨 교수는 "한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경제적 성공담을 이룬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이는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수출지향적 경제가 국가 내에서 경쟁과 효율화를 압박해 성장을 촉진했다는 평도 내놓았다. 고무적인 건 지난 50년간 한국의 성장을 일궈온 성장 모델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언급한 점이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포용적 제도와 거리가 먼 탓에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북한 역시 전체주의적 독재 정치체제에 얽혀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에서 심한 반기업 정서가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대기업이 이끄는 특정 산업 중심으로 성장을 구가해 국가의 부가 늘어나고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학술적으로 재확인된 셈이다. 아울러 자유민주주의가 중국과 북한처럼 사회주의 혹은 전체주의적 체제보다 경제성장 면에서도 우월한 체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노벨상 수상자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극찬에 도취될 상황은 아니다. 한국은 짧은 기간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발전시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유일무이한 국가로 꼽힌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으로 구조적 문제가 도처에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저출생 고령화 문제다. 노벨상 공동 수상자들도 한국이 앞으로 고령화를 적극 대응해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꼽았다. 국가의 번영이 지속가능하려면 우리 사회 앞에 닥친 4가지 큰 파고를 넘어야 한다. 현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꼽고 있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의 완수다. 연금의 경우,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재정 고갈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교육은 국가 번영에 핵심인 인재 육성을 위해 개혁의 1순위로 꼽아도 부족하지 않은 영역이다. 노동개혁은 비효율적인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게 관건이다. 4가지 개혁 과제는 노벨상 공동 수상자들이 언급한 포용적 제도이기도 하다. 경제가 어렵고 미래가 암울하다는 과도한 비관론은 금물이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일군 경제성장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4대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때다.
2024-10-15 13:56:19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제도가 국가 경제발전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정치경제학 분야 석학들에게 돌아갔다. 대런 아세모글루(57), 사이먼 존슨(61), 제임스 A 로빈슨(64) 등 3인의 정치경제학자다. 아세모글루는 튀르키예 태생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다. 영국 태생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존슨도 MIT에 재직 중이다. 영국 출신인 로빈슨은 미국 시카고대 교수로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14일(현지시간) "제도가 어떻게 형성되고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공로를 인정해 이들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3인 석학의 연구는 왜 한 나라는 부강하고, 다른 나라는 가난한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아세모글루 교수는 로빈슨 교수와 함께 집필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에서 이 같은 의문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우선 정부 기관의 역할과 제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문화사회학자들이나 인류학자들은 자유주의와 근면, 자원 분포가 각 문명의 성패를 갈랐다고 하지만 이들은 긴 시간에 걸쳐 나라의 기틀로 자리잡은 제도가 국민의 빈곤 또는 번영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국가 번영의 방법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기존 질서를 벗어던지고 혁신을 일으키는 '창조적 파괴'가 가능한 제도가 국가를 번영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창조적 파괴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번영을 위한 동기를 없애는 착취적 제도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포용적 제도 아래에서 개인은 노력하고 개인, 사회는 혁신하면서 기존 질서를 흔드는 창조적 파괴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창조적 파괴'…번영 이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은 국내 번역됐다. 제도적 측면에서 착취적 제도, 포용적 제도로 이분화하면서 현재의 한반도 상황 분석 틀로도 인용된다. 남한과 북한의 경제적 격차는 왜 생겼는가에 대한 해답으로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구촌 빈부 격차를 설명하는데 아세모글루 교수 등은 열쇠가 역사 속에 있다고 말한다"며 "긴 시간에 걸쳐 나라의 기틀로 자리 잡은 제도가 국민의 빈곤 또는 번영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독재국가의 문제는 제도 및 룰이 미비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논리"라고 덧붙였다. 아세모글루 교수 등 3인이 저술한 3부작에 상을 줬다는 평가도 있다. 3부작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좁은 회랑' '권력과 진보'다.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아세모글루 교수 등에게 상을 줬다는 건 경제성장론에 상을 준 것"이라며 "수상자들은 경제발전이 중요하고 선진국만 아니라 후진국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에 대한 주제를 고민한 학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는 남북한의 위성사진이 등장한다"며 "지리, 문화 조건이 유사한 남북한이 왜 경제발전이 다른지는 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모글루 교수는 2022년 9월 한국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평화와 경제적 번영의 근간으로서 포용적 제도와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이를 성취한 국가로 한국을 꼽기도 했다. 특히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완화, 민간주도 성장, 공평한 경쟁의 장 마련 등에서 코드가 맞아서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젊은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중 하나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꼽기도 했다. 한편 노벨경제학상을 끝으로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마무리됐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 10일에 열린다.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된다. 수상자에게는 메달과 상금 1100만 스웨덴크로나(약 14억3000만원)가 주어진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최용준 기자
2024-10-14 21:26:06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화제다.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선 칭찬과 부러움이 동시에 쏟아졌다. "왜 중국은 '별그대' 같은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는가"라는 탄식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까지 중국 내 '별그대' 신드롬을 다뤘다. 동아시아 문명의 뿌리라고 자부하던 중화(中華)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분석이 흥미롭다. 집에서 가끔 중국 드라마를 본다. 무협물은 붕붕 날아다니기만 할 뿐 스토리가 없다. '초한지' 같은 역사물은 스토리는 있지만 긴박감이 떨어진다. 특히 매회 끝 장면이 싱겁다. 우리 드라마는 또 안 보곤 배길 수 없게 만든다. 대화도 쫄깃쫄깃하다. 중국 드라마는 무뚝뚝하다. 보든가 말든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한마디로 줄이면 자유다. 한국은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예외적인 나라다. 정치·경제 모두 포용적인 제도를 갖췄다. 드라마의 창의성은 한껏 발휘된다. 중국은 경제는 꽤 열었지만 정치는 꽉 닫혔다. 양회에선 당국의 사전검열을 탓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날개와 상상력이 꺾였다"는 불만도 들린다. 중국의 억압적 정치제도가 결국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표적인 학자가 대런 애스모글루(MIT·경제학)와 제임스 로빈슨 교수(하버드·정치학)다. 두 사람은 중국을 옛 소련과 닮은꼴로 본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착수한 1928년부터 1970년대까지 소련 경제는 고도성장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방에는 소련에서 미래를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다고 믿었다."(애스모글루·로빈슨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그러나 자유·사유권·혁신·인센티브를 온전히 허용하지 않는 공산당 일당독재는 결국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다는 게 애스모글루·로빈슨의 주장이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소비에트연방은 붕괴됐고 위성국들은 떨어져나갔다. 지금 중국은 전성기 소련과 마찬가지로 고도성장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지속 가능성은 장담 못한다. 억압적 정치제도 때문이다. 권력을 독점한 공산당은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 경제도 레드라인이 있다. 당의 통제력에 대한 도전은 만용이다. 중국 경제는 새장 속 새다. 새장이 아무리 넓어도 하늘을 나는 새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착취적 정치제도 아래서 성장은 태생적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중국계인 미국 예일대의 천즈우 교수도 이에 동조한다. 천 교수는 "중국의 경제성장도 '자유와 법치에 기초한 시장경제가 국가발전을 이끈다'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서 벗어날 수 없다"('중국식 모델은 없다')고 말한다. 중국 특유의 성장모델은 환상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정치개혁 기회를 몇 번 놓쳤다. 1989년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민주화 시위 현장은 탱크 난입으로 쑥대밭이 됐다. 개혁파 자오쯔양 총리는 숙청됐다. 민주화는 터부가 됐다. 20여년 뒤 원자바오 총리가 수차례 정치개혁의 시급성을 역설했으나 메아리는 울리지 않았다. 노벨평화상(2010년) 수상자인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는 여전히 국가전복선동 혐의로 장기수감 중이다. 당연히 중국은 소련이 아니라 한국을 모델로 삼아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가망은 희박하다. 애스모글루·로빈슨에 따르면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중국 공산당과 경제 엘리트층이 향후 수십년간 권력을 틀어쥐는 것이다. 이 경우 중국식 성장은 중진국 수준에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포용적 정치제도는 공산당이 일당독재를 포기하는 데서 출발한다. 제 살을 도려내는 격이다. 덩샤오핑은 경제개혁을 이끌었지만 톈안먼 시위는 용납하지 않았다. 단언컨대 시진핑은 중국의 고르바초프가 아니다. 당분간 중국 시청자들은 우리 드라마에 열광할 것 같다. 자유 없인 한국 드라마의 매력을 따라잡기 힘들다. 문제는 중국 경제다.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면 우리 수출이 걱정이다. 중국에 자유를 안착시킬 묘책은 없을까. paulk@fnnews.com 논설실장
2014-03-10 17:04:41왜 어떤 나라는 잘살고 어떤 나라는 못사는 걸까요. 2014년 파이낸셜뉴스가 끈질지게 물고 늘어질 화두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를 봅시다. 남쪽은 부자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선진국 대우를 받습니다. 북쪽은 폭압적인 정치체제 아래서 가난과 기아에 허덕입니다. 미국의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MIT)와 제임스 로빈슨 교수(하버드대)는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남한은 '경제기적'을 이루었지만 북한은 '경제재앙'을 초래했다"고 말합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북한은 인센티브를 꺾어 필연적으로 가난을 초래하는 착취적 경제제도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 뒤엔 착취적 정치제도가 있으며 그 요체는 공산당의 정치독점이라는 게 애스모글루, 로빈슨 교수의 분석입니다. 결국 북한 경제가 만신창이가 된 것은 잘못된 정치가 근본 원인이라는 겁니다. 거꾸로 정치는 나라를 살리기도 합니다. 일본은 17세기 이래 약 300년간 도쿠가와 막부의 지배 아래 있었습니다. 칼 찬 사무라이들이 뻐기던 시절입니다. 1853년 미국의 매슈 페리 제독이 흑선을 타고 개항을 요구했습니다. 사카모토 료마 등 개혁파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사카모토는 도쿄로 향하는 배 위에서 구상한 선중팔책(船中八策)을 쇼군에게 제시합니다. 양원제 입법기관을 설립할 것, 귀족·평민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할 것, 기존 법·규정을 철폐하고 새로운 헌법을 제정할 것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메이지유신은 부국강병의 토대가 됩니다. 이후 일본은 한국·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뚜렷이 다른 길을 걸어갑니다. 중국은 어떤가요. 왜 전통의 강대국 중국이 유럽 열강의 먹잇감이 됐을까요. 중세 때 중국은 나침반·화약 등 기술혁신을 주도했습니다. 해양 항해술도 뛰어났습니다. 사실 '지리상의 대발견'은 명나라 제독 정화(鄭和)가 선두주자입니다. 정화는 1400년대 초반에 벌써 대선단을 이끌고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모가디슈, 케냐의 몸바사까지 진출했습니다. 그런 중국이 왜 종이호랑이로 전락했을까요.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역시 정치가 문제라고 진단합니다. "명나라 조정의 두 파벌(환관과 반대파) 사이에 권력투쟁이 일어났다. 권력투쟁에서 승리한 반대파는 곧 해외 선단 파견을 중단시키고 조선소를 해체했다." 정치가 망친 중국을 1970년대 후반 덩샤오핑이 확 바꿔놓습니다. 이 또한 국가 흥망사에서 올바른 정치의 중요성을 말해줍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쿠즈네츠(1901~1985)는 온 세상 나라를 선진국과 후진국, 일본, 아르헨티나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르헨티나는 선진국에서 열등한 신흥국으로 추락했습니다. 그 뒤엔 잦은 쿠데타 등 정치불안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국도 정신 차려야 합니다. 외부의 칭송에 들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서둘러 해법을 찾지 못하면 아르헨티나 짝이 날지도 모릅니다. 새해 파이낸셜뉴스는 연중 '우문정답'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우문정답'은 우리의 문제는 정치에 답이 있다는 뜻입니다. 특별취재팀을 가동해 도덕적 해이에 빠진 국회, 선거제도·예산안·국감 개혁 등을 파헤칠 작정입니다. 미국·일본·유럽의 정당정치에서 배울 점도 소개합니다. 정치 원로들로부터 우리 국회가 가야 할 길도 묻겠습니다. 정통 경제관료로 살아온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는 정치라고 단언합니다('경제는 정치다-이헌재의 경제특강'). 마찬가지로 정치는 곧 경제입니다. 정치가 잘 돼야 경제도 살아납니다. 의회 권력은 날이 갈수록 위용을 떨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미래는 국회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4년이 한국 정치의 전환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우문정답' 시리즈에 독자 여러분의 큰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갑오년 새해에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paulk@fnnews.com 곽인찬 기자
2013-12-31 16:01:43사진=박범준기자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 갑을관계민주화법 발의 "집단소송·징벌적 손배 도입, 불공정거래 처벌 수위 강화" "불공정한 갑을관계 해소는 공정거래원회가 제 역할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이다. 법 개정을 통해 공정거래 시장 확립을 위한 국회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성남 분당갑.사진)은 지난 28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갑을관계민주화법) 개정안 대표발의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남양유업 사태는 공정위가 실효성 없는 판결로 갑에게 면죄부를 준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불공정거래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한 배경은. ▲현재는 불공정거래 피해 영업점이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피해액의 40% 정도만 인정받는다. 불공정한 갑을관계 적발 시 부과되는 과징금도 국가가 징수하기 때문에 을의 입장에서는 공정위에 신고하거나 소송을 해도 실익이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속된 착취적 갑을관계 근절을 위해 갑이 현저히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중대한 위법행위를 했을 경우 을이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악의적.반복적일 경우에는 3배 이상 10배 이내의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도록 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야당은 제정안을 발의했다. ▲대기업과 영업점 간 불공정거래 유형은 굉장히 다양하다. 가령 모 이동통신사는 대리점-판매점 중층으로 갑을관계가 형성돼 있고, 특약점 구조인 모 식품업체는 매출목표 강제부과로 인해 상품을 헐값에 넘기는 '삥' 시장까지 있다. 때문에 민주당의 '대리점거래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신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공정위가 유형별 지침을 제정.고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공정위가 제 역할을 못할 경우 이를 견제하기 위해 사인의 행위금지청구제도와 고발인의 불복 기회 부여 등을 도입했다. ―집단소송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본사는 대형 로펌을 선임할 수 있지만 대리점은 개인 변호사 고용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신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면 배상규모가 커지므로 국내 유수의 로펌들이 대리점주 등 을의 편에 서게 될 것이다. 현재 증권계에서 집단소송제를 시행 중인데 남소(濫訴) 문제는 없었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 최근 3년간 3건 이상의 집단소송에 대표 당사자로 참여한 자에 대해서는 집단소송의 대표 당사자가 될 수 없도록 하는 등 제한선을 뒀다. ―야당이 대리점사업자단체 구성을 법제화한 것에 대한 견해는. ▲사업자협회 구성은 집회 및 결사의 자유에 따라 지금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데, 이를 법으로 강제해 의무화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 대리점 등이 단체협상을 통해 담합을 하면 소비자가 피해를 볼 여지가 있어 부작용이 훨씬 크다. ―향후 불공정한 갑을관계 개선을 위한 입법 과제는. ▲우리나라 갑을관계 문제는 경제적 이익은 물론 인권에 대한 침해도 심각하다. 더욱이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사태를 키운 측면도 있다. 법 개정을 통해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을을 제 위치에 돌려놓는 게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할 일이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사진=김범석기자■이종걸 민주당 의원, 남양유업 방지법 발의 "업종별 갑을관계 복잡하게 얽혀 대리점 거래 불공정 관행 개선" "다양한 형태의 대리점 형태로 갑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남양유업을 계기로 다른 업종 전반으로 불공정거래행위를 바로잡는 입법활동을 강화할 것이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사진)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남양유업 방지법' 통과를 반드시 관철시키고 공정거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입법활동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남양유업 방지법의 핵심 내용은. ▲통상적으로 말하면 대리점이지만 위탁판매, 위수탁판매, 특약점 등 법률 상으로 종류가 광범위하다. 새누리당은 공정거래법 24조의 시행령에 계약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사례를 보강하거나 불공정 거래행위 유형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갈 생각이다. 그러나 24조를 떼어내 일반법으로 만들어 대리점의 영역으로 볼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사례를 포괄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집단소송제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한 사람이 소송을 할 때 참가만 해도 그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소송을 원활히 할 수 있다. 미국도 집단소송제가 잘 안되는 이유가 소송비용에 관한 문제 때문이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집단소송이 일반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반대논리에 부딪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새누리당에서 지지한다면 우리도 적극 찬성이다. ―대리점사업자단체 구성 허용을 법안에 넣었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이나 집단소송보다 강도가 더 센 기준 아닌가. ▲노동조합이 개별 단위사업장 별로 있으면 노동협약과 단체교섭은 힘이 없다. 매일 만나야 하는 본사에 어떻게 싫은 말을 할 수 있나. 금속노조, 섬유노조 같은 상급단체를 구성해 교섭에 나서면 협상이 원활히 잘 이뤄질 것이다. 노동법과 같이 확대된 다수당사자의 권한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표준계약과 불공정거래에 관한 협상을 시시각각 진행하고 소송 준비 등 단체 대응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남양유업 방지법이 다른 업종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물류, 편의점, 주류, 라면, 택배 등 다른 업종으로 갑을관계 문제가 확산되나. ▲배상면주가는 일종의 특약점으로 남양유업 사례에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CU는 가맹점 형태가 다르고, CJ택배도 지입차 계약 관계라 엄격히 말하면 대리점은 아니다. 이같이 대리점, 특약점, 판매점, 가맹점 등 다양한 종류를 나눠서 입법하면 법안 명칭에 거론된 개별 회사 입장에서는 불명예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문제제기를 업종별로 점차 확장해 사회에 만연한 갑을관계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본사와 대리점 간 계약관계인 데다 업계 특수적인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는 업계의 주장이 있다. ▲수십년간 해온 관행인데 새삼스럽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형태와 내용을 달리하며 모든 분야에 우월적 지위 남용이 만연한 것이 문제다. 법 하나를 고쳐 모든 사회 문제점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법은 사람들의 요구사항을 결과로 만든 것이고, 만든 사람들의 정신이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박지훈 기자
2013-05-29 17: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