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이 도서관과 정보 아카이브, 박물관의 복합어인 '라키비움(Larchiveum)', 이른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뀐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최근 리모델링을 통해 본관 1층에 방대한 도서관 자료를 주제별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전시실(337.5㎡)을 마련했다고 22일 밝혔다. 2층 문학실(870㎡)은 윤동주, 백석, 서정주 등 한국의 대표 근대문학작품 전시를 겸한 자료실로 라키비움화하는 한편 연말 디지털도서관에 뼈, 점토판 등 종이 발명 이전 시대의 서사매체부터 다양한 디지털 시대의 매체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록매체박물관(가칭)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가장 상징적인 변화를 담고 있는 본관 전시실에서는 첫 전시 '그날의 영광, 내일의 기대: 국내 문학상 수상 작품展'(3~4월)을 시작으로 '조선을 사랑한 서양의 여성들: 송영달 개인문고 설치기념 특별전'(5~6월), '한국전쟁, 미 NARA 수집문서를 보다'(6~7월), '옛 소설의 대중화, 세책과 방각본'(8~10월), '장애인, 책, 또 다른 세상을 만나다'(11~12월) 등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부대행사로 31일 오후 3시 국제회의장에서 '달의 바다'로 제12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정한아' 작가를 초청하여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저자와의 만남'도 진행한다. 아울러 본관 1층 전시실 맞은편에 국립중앙도서관의 지난 70년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상설전시'도 새롭게 설치한다. 1945년 개관 이래 현재까지 지난 70년 동안 국립중앙도서관이 걸어온 발자취와 1000만 장서 현황, 우리나라 도서관 역사의 주춧돌인 박봉석 초대 부관장의 업적과 저서를 만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자료실 가운데 가장 먼저 라키비움 공간으로 변모한 본관 2층 문학실은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연구하고, 한국문학의 토대가 된 근대문학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기존의 5단 서가에서 탈피해 3~8단 복식서가 및 유리진열장 등 123개와 이용자의 취향을 고려해 북카페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디자인의 좌석 116석을 배치했다. 또한 한국근대문학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연대기 코너'와 시, 소설, 희곡의 대표 작가와 작품을 전시하는 '장르별 코너' 등 상설전시 '한국근대문학: 보다·읽다·만지다'를 마련, 스토리가 있는 복합문화서비스 공간으로 조성했다. 23일, 24일 양일간 백석의 '사슴' 초판본(1936), 국내 유일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인 이광수의 '무정' 재판본(1920), 서정주의 '화사집' 특제본(1941) 등 희귀자료 3책을 공개한다. 이와 함께 김동리와 박목월의 유품 및 작품 30여점도 직접 만날 수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연말 선보일 기록매체박물관(가칭)은 수록(저장)·필기(생산)·재생매체의 변천사를 살필 수 있는 체험과 교육의 장으로 마련될 예정이다. 현재 디지털도서관 지하 3층 전시실(220㎡) 및 로비벽면(702㎡) 등 총 920㎡를 활용한다.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은 "도서관은 이제 단순히 책을 보는 장소가 아니라 변화의 시대, 인류의 지성을 대표하는 정보와 소통의 공간이자 문화를 향유하는 교육적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가대표 도서관인 국립중앙도서관이 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16-03-22 08:30:01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는 거대한 책장(가로 7m, 세로 3.2m, 폭 32㎝)이 서 있는 것 같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포터도 있고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바이블도 있다. 그뿐이 아니다. 훈민정음도 있고 민화도 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모딜리아니도 있다. 박물학 지식의 보고라 할 만한 책 1000권이 벽면 전체를 장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책 모양의 서랍을 자세히 보니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것도 머리카락 같은 미세한 붓으로 그린 극사실화다. 신기해 서랍을 열었더니 그 안에는 고고학자가 책에 그린 인물의 유적을 발굴한 듯 몇 겹의 레진으로 반투명하게 처리한 작품이 튀어나온다. 실제 여닫을 수 있는 300개의 서랍에는 이처럼 책의 내용과 관련된 그림이나 소품이 가득히 들어 있는데 다름아닌 우리 시대의 ‘추억’이다. 예컨대 중생대 책 속에는 공룡뼈나 화석이 있고 불운의 화가 모딜리아니의 서랍장 속에는 그의 마지막 연인 잔 에뷔테른을 그린 그림이 들어 있다. 관람객이 직접 손으로 만지고 추억을 꺼내볼 수 있도록 한 점이 다른 전시회와는 다르다. 처음엔 작품의 크기에 놀라고 다음엔 관람객에게 손으로 만지게 하는 ‘내 서랍 속의 자연’의 작품 가격(20억원)에 놀란다. 충남 천안시 신부동 아라리오갤러리(041-551-5100)에서 오는 5월 18일까지 열리고 있는 ‘이진용 개인전’의 대표작 ‘내 서랍 속의 자연’ 이야기다. 책 이미지들은 중생대, 백악기, 에디슨 등 자연 과학사에서부터 로댕, 고흐, 피카소 등의 작가의 책, 그리고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작가가 제주도에 있는 아라리오 스튜디오에서 하루 18시간씩 8개월 동안 완성한 작품이다. 이진용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의 수집 목록품들을 살펴봐야 한다. 축음기, 고서, 시계, 가방, 타자기, 카메라, 오리 등 웬만한 박물관의 유물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그의 그림은 그가 수집한 이러한 물건들과 많이 닮아 있다. 오래되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낡음이 오히려 아름답고 멋스러운 물건들이다. 이영주 큐레이터는 “오래된 물건에서 풍기는 잔잔하면서도 따스함은 그의 작품에서 재현된다. 특별히 입체조각 위에 색칠을 하여 오래된 물건과 똑같이 만들어진 조각작품들을 보면 어느 것이 수집품인지 어느 것이 그의 작품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진용의 작품은 관람객을 추억으로 이끄는 매력이 있다. 디지털 시대에 볼 수 없는 사라져 가는 물건들을 커다란 캔버스에 회화로 옮기거나 큰 조형물로 만듦으로써 아날로그의 따스함을 선사하는 것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내 서랍 속의 자연’ 이외에도 ‘게르하르트 리히터’ ‘세자르’ ‘뉴욕풍경’ 등 극사실적인 평면 회화 20여점도 선보인다. 회화 작품에는 모두 레진으로 만든 여백판이 이어져 있는데 작가는 어느 한쪽에 몰두하면서도 그걸 거부하는 존재도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특히 ‘뉴욕풍경’은 뉴욕의 거리 풍경을 배경으로 화면 앞을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노란 택시가 보인다. 풍경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한 순간’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다.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사진설명=이진용의 ‘내 서랍 속의 자연’
2008-03-31 16:4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