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일까. 항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 파리 올림픽 3관왕 임시현(21)은 최강의 궁사답게 기자회견장에서도 무표정이었다.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학교 합동강의실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임시현이 파리에서의 소회를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임시현은 이번 파리 올림픽에 대해 “결과를 미리 이야기하고 들어갔던 올림픽이었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양궁 여자 단체전은 1988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 된 이후 단 한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여자 단체전 10연패가 걸려 있었다. 10연패는 역대 올림픽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임시현은 “양궁의 역사는 이어지지만 여자 대표팀은 모두가 이번 올림픽이 첫 출전이었다. 첫 출전이었는데 반드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사실 좀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임시현이 3개의 금메달 중 가장 값지게 생각하는 것도 여자 단체전 금메달이다. “이 금메달은 한국 양궁의 빛나는 역사 같은 금메달이다. 특히, (전)훈영이 언니, (남)수현이와 함께 힘을 합쳐서 해냈다는 것이 너무 기뻤다. 반드시 따야겠다고 생각했던 금메달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임시현은 양궁 단체전 경기 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혼성단체전, 개인전에서의 침착했던 우승과는 다소 대조적이었다. 이번 올림픽은 저탄소 올림픽으로 선수들이 꽤나 많은 불만이 터져나왔던 대회다. 임시현 또한 그랬다. “일단, 앵발리드 경기장과 숙소가 40분 정도인데 버스가 자꾸 빙빙 돌아가서 시간을 많이 빼앗겼다. 그리고 더운데 에어컨을 안틀어주더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로 양궁 대표팀을 지원해준 양궁협회에 대해서는 임시현 또한 극찬을 이어갔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파리로 건너가 양궁 대표팀과 함께 뛰었다. “정 회장님께서 너무 잘 해주신다.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세세하게 잘 챙겨주시고, 슈팅로봇이 이번 대회를 준비하기 전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슈팅로봇이랑 경기를 해봤는데, 슈팅로봇은 반드시 10점을 쏜다고 생각해서 엄청난 중압감을 느꼈고 그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면서 나오는 실수발들에 대한 훈련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정 회장님은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시지만, 부담을 안주시더라. 그래서 우리가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시현은 슛오프에서 유독 강점을 보였다.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도 슛오프 끝에 중국을 물리쳤고, 개인전에서도 전훈영과 남수현을 모두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전훈영과의 준결승전에서 2-2 동점 상황 마지막 한 발은 그 백미였다. 마지막 한 발로 결승 진출자가 가려지는 상황에서 임시현은 10점, 전훈영은 8점을 쏴 임시현이 결승에 올라섰다. 이에 대해 임시현은 “양궁은 자신만 이길 수 있으면 상대는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종목이다. 내가 준비했던 것만 하면 누구도 못따라온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무조건 내 자신만 믿고 슛오프 상황에서 화살을 쏜다”고 강조했다. 임시현은 국내에서 하고 싶은 것으로 "엽떡(엽기떡볶이)을 먹고 싶다"라고 말해 여대생다운 엉뚱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엽떡은 아직 못먹었다. 조간만 빨리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이날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긴장이 풀린듯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임시현은 중고교 시절 무명이었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대표에 선발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한민국 여자 양궁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신궁'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마지막으로 임시현은 "중고교 시절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던 저를 알아봐주시고, 교수님들이 이끌어주셔서 지금의 내가 있다. 올림픽 끝난 지금은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너무 들뜨지 않고 목표를 향해 정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8-14 15:47:52【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 대한민국 유도가 파리에서의 밤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혼성 단체전 금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모든 선수들은 얼싸안고 파리에서의 마지막을 즐겼다. 그들은 승자였고, 또 최고였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1개의 금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다. 하지만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무엇보다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는 신예들이 다수 튀어나와 세대교체가 완벽하게 마무리 되었다는 것을 알렸다. 일단 허미미(21·경북체육회)는 이미 세계 최강자들과 기량차이는 조금도 없다. 허미미는 유도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세계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에게 석패했지만, 석연치않은 반칙패였고 기량은 오히려 허미미가 나았다. 허미미는 2022년 6월 국제대회 데뷔전인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올해 5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건 1995년 여자 61㎏급 정성숙, 여자 66㎏급 조민선 이후 29년 만이었다. 그리고 두 달 뒤 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따내며 태극기를 펄럭였다. 한국 유도 이준환(22·용인대)은 천재과의 선수다. 2022년 6월 첫 시니어 국제대회였던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고, 20여일 뒤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에선 도쿄 올림픽 금·동메달리스트를 차례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 이준환을 국제유도연맹(IJF)은 '번개맨'이라고 칭하며 "선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한판승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빠르다"라고 극찬했다. 이준환은 2023년 1월 포르투갈 그랑프리, 12월 도쿄 그랜드슬램, 올해 4월 아시아개인선수권대회를 차례로 제패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30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남자 81㎏급 동메달까지 거머쥐었다. 한국 유도 최중량급의 간판이자 세계랭킹 1위, 올림픽 랭킹 1위인 김민종(23·양평군청)도 있다. 그는 신장 184㎝, 체중 135㎏이다. 김민종이 긴 팔로 거리를 벌리고 긴 다리로 공격해오는 상대를 꺾기 위해선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꼽힌다. 경기 내내 순발력을 유지하는 체력, 상대 약점을 공략하는 작전, 열세에 침착할 줄 아는 멘털이다. 여기에 남들은 보통 하나 꼽기도 어려운 주특기를 김민종은 업어치기, 빗당겨치기, 어깨로메치기 세 가지로 꼽는다. 2024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이기도 하다. 비록 타도를 다짐했던 리네르에겐 결승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맛봤으나 지난 3년 같은 성장세라면 금메달은 시간문제다. 허미미, 이준환, 김민종에게는 모두 공통적인 과제가 있다. 바로 숙적을 넘서는 것. 57kg급에서는 세계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가 버티고 있다. 81kg급에서는 타토 그리갈라쉬빌리(조지아·세계 2위)가 버티고 있다. 무제한급에서는 테디 르네르가 버티고 있다. 특히, 이준환은 그리갈라쉬빌리에게 무려 4연패를 당하고 있어서 더욱 관계 청산이 필요하다. 비록 목표했던 금메달은 따내지 못했지만, 이들은 아직 워낙 젊다. 목표는 세계 1위. 새로운 남녀 천재 선수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이번 파리 올림픽은 대성공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8-04 05:19:37[파이낸셜뉴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9일 북한이 남측에 ‘오물풍선’을 살포한 데 대해 “북한 주민들이 이걸 알면 얼마나 창피해할까”라고 지적했다. 장 실장은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북한의 ‘대남 오물 전단(삐라)’ 살포에 대해 “먼저 든 생각은 북한 주민들이 이걸 알면 얼마나 창피해할까, 안 그래도 고생하는데 창피해할 것 같아서 마음이 안됐다”고 말했다. 그는 “보고받고 어이가 없었다. 대북전단이라기보단 오물풍선에 가까운데 과거에도 몇 번 이런 적이 있고 2016년에는 심했다”며 “우리에 대한 도발이고 낙하 과정에서 일부 피해도 있었기 때문에 저희로선 당연히 중단하라는 경고를 해야 한다. 주시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에선 북한이 소규모 위협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동요하는지를 시험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같은 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오물이나 잡다한 물건을 풍선에 집어넣어 보내는 건, 우리 국민과 정부가 과연 동요하는지 테스트하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직접적 도발 외에도 심리전이나 조그마한 규모의 복합 위협들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려는 것이다. 침착하게 대응해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새벽 오물풍선을 살포한 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도 실시했다. 앞서 북한은 국내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보내는 것에 반발해 오물 살포로 맞대응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4-05-29 19:45:49[파이낸셜뉴스] 대낮에 카페를 찾은 남성 손님이 여성 업주를 성희롱한 사연이 전해졌다.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희롱 진상 손님을 상대하는 카페 사장님'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 따르면 지난 11일 낮 12시 40분께 모자를 쓴 남성 손님이 카페를 찾았다. 그는 업주 A씨에게 "진짜 예뻐요. 나도 웬만하면 예쁘다고 안 하는데 당신은 예뻐"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손님은 "내가 진짜 웃긴 이야기 해줘도 돼요?"라면서 말을 이어가려 하자 A씨는 "일을 해야 해서요. 죄송해요"라고 거절했다. A씨는 "계속 저런 말씀을 하셔서 이상함을 감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손님은 희롱을 이어갔다. 그는 "남자를 잡아먹고 앉아 있잖아요. 기가 세, 기가 너무 세. 남자가 여자를 잡아…저랑 XX할 때도 올라탄다니까"라고 내뱉었다. A씨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손님에게 "죄송한데요, 그런 말씀 하지 마시라. 그런 말씀 하시면 경찰 부르겠다. 성희롱이다"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님은 계속 말을 이어가려 했다. A씨는 "계산하고 가시라"며 가게에서 나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렇지만 손님은 "나는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 건데"라고 되레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A씨는 "아니오, 그런 건 남한테 말씀하시면 실수하시는 거예요. 안녕히 가세요"라며 손님을 내보냈다. 업주가 당한 성희롱을 정리해 이 글을 쓴 네티즌은 "사장님이 승무원 출신이라서 침착하게 대처했다고 하더라"라고 강조했다. 네티즌들은 "저런 사람은 얼굴 공개해서 주변인들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제발 그냥 넘기지 말고 고소해라"등 분노를 드러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3-11-14 05:41:36[파이낸셜뉴스]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자신에게 설거지를 많이 시킨다는 이유로 한 직원이 점장의 커피에 락스를 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일 MBC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지난달 2일 발생했다. 이날 카페 사장 A씨는 휴게 공간에서 음료를 마시던 중 황급히 음료를 뱉어냈다. 방금까지 마시고 있던 커피 맛과 전혀 다른 맛에 당황한 것. 세게 올라오는 독한 냄새와 뜨거워지는 목 느낌에 A씨는 어안이 벙벙했다. A씨는 침착함을 유지한 채 CCTV를 확인해 보니, A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직원 B씨(남)씨가 자신의 커피에 청소용 표백제인 락스를 섞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락스는 다량으로 흡입할 경우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는 화학 물질이다. A씨는 결국 경찰에 B씨를 고소했다. B씨는 경찰에 고소당한 뒤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며 A씨에게 사과했다. B씨는 메시지 속에서 "잘못되고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라며 "혹시나 합의나 고소 취하를 생각하신다면 기다리겠다"라고 했다. A씨는 몇 달 전부터 B씨가 설거짓거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해온 점을 토대로, 자신에게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B씨는 이 카페에서 2년 가까이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이후 카페 본사 측은 최근 이 직원을 해고했으며, 경찰은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08-04 06:43:24약 2m정도밖에 되지 않는 버디 퍼팅. 긴장감이 감돌았다. 넣으면 대역전 우승. 홍지원(23)이 침착하게 짧은 숏퍼트를 성공시키며 3타차를 뒤집는 대역전 우승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메이저 퀸을 축하하기 위한 물세례가 뿜어져 나왔음은 물론이다. 홍지원은 18일 충북 음성 레인보우힐스CC 남·동 코스(파72·6721야드)에서 펼쳐진 DB그룹 제37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2억원, 우승상금 3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가 된 홍지원은 마다솜(24), 김민별(19)과 연장전을 펼치게 됐다. 그리고 18번 홀(파4)에 펼쳐진 첫번째 연장전을 셋 다 파로 비긴 뒤, 2차 연장전에서 홍지원은 두번째 샷을 홀 1m 옆에 떨궈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메이저 대회인 한화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홍지원은 두번째 우승도 메이저 대회에서 거뒀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메이저 퀸'이다. 드라이버 비거리 115위(224.01야드)지만 페어웨이 안착률 1위(88%)인 홍지원은 KLPGA투어에서 가장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는 선수다. 선두 마다솜과 3타차 단독 3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홍지원은 2번홀(파4) 더블보기와 3번홀(파3) 보기를 범하는 등 전반 9번 홀까지 2타를 잃고 주춤한 상태였다. 홍지원은 10번홀부터 12번홀까지 3연속 버디를 잡으며 순위를 차츰 끌어올렸지만 마다솜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홍지원은 16번 홀까지 마다솜에 2타 뒤졌지만, 마다솜이 17번 홀(파3)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내는 바람에 공동선두로 올라서며 기사회생했다. 2차 연장전은 싱겁게 끝났다. 마다솜은 티샷을 페널티 구역으로 보낸 데 이어 세번째 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페어웨이에 티샷을 보낸 김민별의 두번째 샷은 그린에 안착했으나 홀컵과 먼 거리에 떨어졌다. 반면, 홍지원의 티샷은 러프에 떨어졌지만, 147m 거리에서 친 샷이 그린 앞 1m에 딱 멈췄다. 2라운드부터 선두를 달린 마다솜은 막판에 이어진 실수로 첫 우승 기회를 아쉽게 날렸다. 마다솜은 이날 2오버파 74타를 기록했다. 4라운드 18번 홀에서 7m 버디 퍼트를 집어넣어 연장전에 합류한 김민별은 1차 연장에서 3m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신인 김민별과 2년차 마다솜은 생애 최고 순위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븐파 72타를 친 박민지가 4위(9언더파 279타)에 올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김민솔(수성방통고2년)은 박민지와 함께 공동 4위에 합류해 아마추어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이날 홍지원은 우승 상금 3억원을 획득했다. 통산 상금 9억6966만원을 쌓은 홍지원은 두차례 메이저대회 우승으로만 6억원의 상금을 챙겼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3-06-18 18:48:41[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얼룩말 세로를 주택가에서 마주치고도 침착하게 뒷짐을 진 채 곧바로 돌아서는 한 남성의 영상이 화제가 됐다. 골목에서 얼룩말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이례적인 상황이었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침착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이 남성은 어린이대공원 직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 출연한 강민준 과장은 세로 구출 작전에 투입됐던 당시의 상황에 대해 "영상 속에서는 침착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되게 허덕이면서 (골목으로) 뛰어간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강 과장이 세로와 마주친 장면은 온라인을 통해 퍼져 나갔다. 당시 강 과장은 골목에서 세로가 뛰어오는 것을 눈치챈 뒤 바로 뒤돌아 태연하게 뒷짐을 지고 왔던 길로 돌아갔다. 고개를 숙여 땅바닥을 쳐다보며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흥분한 세로는 그대로 골목을 질주해 달아났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얼룩말을 보자마자 침착하게 뒷짐지고 뒤돌아가는 모습이 웃기다" "얼룩말 여러 번 만나본 사람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유턴남", "침착남"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 과장은 "야생동물의 경우, 흥분해 있을 때 사람이 더 흥분시키면 안 된다고 알고 있다. 뒤돌아서 못 본 체하려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이 나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대공원 시설팀 소속인 강 과장의 업무는 조경시설(놀이터, 휴게시설 등) 유지관리, 조경공사 발주 및 감독이다. 세로 탈출로 당시 어린이대공원 전체가 비상 상황이었고, 현장 지원에 나서면서 영상이 찍혔다. 한편 세로는 탈출 약 3시간 30분만에 포획돼 어린이대공원으로 돌아갔다. 복귀 후 이틀은 먹이도 제대로 먹지 않고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부터는 방사장에서 관람객들을 다시 마주했다. 세로가 탈출하며 부순 나무 울타리 안쪽에는 높이 2m가 넘는 초록색 철제 울타리가 임시로 설치됐다. 얼룩말 방사장 주변은 세로를 보기 위한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세로는 어린이대공원의 유일한 얼룩말이다. 재작년과 작년, 각각 엄마와 아빠를 잇따라 잃고 혼자 남겨졌다. 어린이대공원 측은 무리 생활을 하는 얼룩말 습성을 고려해 늦어도 내년까지 세로의 짝을 데려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4-04 07:20:46[파이낸셜뉴스] A씨(남·45)는 최근 엄지발가락이 빨갛게 부어올라 열감이 올라오고 걷기 힘든 증상이 생겼다. 처음에는 관절염으로 생각했는데, 갈수록 증상이 심해져 검사를 받은 결과 ‘통풍’ 진단을 받았다. 정혜민 순천향대 부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이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만성 결절 통풍관절염으로 진행된다고 20일 경고했다. 통풍은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된 요산이 관절에 침착돼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요산은 필수 아미노산인 퓨린의 대사 과정 후 남는 최종 산물로 대부분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하지만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신기능 이상으로 요산이 잘 배출되지 못하면 체내에 축적돼 결정을 이루고 관절에 침착해 염증을 유발한다. 여성호르몬이 요산 배출을 돕는 역할을 하므로 통풍은 보통 중년 남성과 폐경 후 여성에서 많이 나타난다. 통풍은 처음에는 요산 수치가 높지만 증상이 없는 ‘무증상 고요산혈증’ 기간을 지나 ‘급성 통풍관절염’으로 발현된다. 이때 치료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급성 통풍 발작이 반복되면서 ‘만성 결절 통풍관절염’으로 진행한다. 급성 통풍관절염 증상은 가벼운 자극이나 움직임에도 극심한 통증과 부종, 발적 등이 나타난다. 주로 발가락, 발목, 무릎 등 하지 관절에 나타나며, 그중에서도 엄지발가락에 흔히 발생한다. 인대 등 관절 주변 조직에도 발생할 수 있다. 보통 증상 발생 후 8~12시간에 가장 심한 통증이 생긴다. 통풍은 침범된 관절에서 관절액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바늘 모양의 요산 결정을 확인해 진단한다. 관절액을 채취하기 힘든 경우 임상증상, 혈액검사, 영상학적 검사 소견을 종합해 진단한다. 통풍은 세균성 관절염과 초기 증상이 비슷하므로 관절액이나 혈액검사에서 배양검사를 시행해 감별해야 한다. 무증상 고요산혈증을 포함한 통풍 환자는 체내 요산 농도를 낮추기 위해 생활 습관 변화가 필요하다. 비만은 고요산혈증과 관련이 높으므로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퓨린이 많이 함유된 간, 곱창 등 고기 내장류, 맥주를 포함한 술, 인공과당이 많이 함유된 음료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 우유, 치즈 등 저지방 유제품과 채소 등은 퓨린이 적게 함유돼 통풍 환자에게 좋다. 급성 통풍관절염을 치료하려면 안정을 취하고 약물을 사용해 염증을 조절해야 한다. 약제는 콜히친, 비스테로이드소염제, 글루코코티코이드 중에서 개인의 상황에 맞는 약제를 선택한다. 1년에 2회 이상 통풍 발작이 발생하는 경우, 요로결석이나 만성 신질환이 있는 경우, 통풍결절이 있는 경우에는 요산저하제를 꾸준히 사용해 요산 농도를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 통풍은 증상이 없다가 급성 통풍관절염으로 1~2주 심한 통증이 생겼다가 사라지므로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혜민 교수는 “통풍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2년 이내 80% 이상 재발하며, 만성 결절 통풍관절염으로 진행하면 관절 손상 뿐 아니라,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만성 신질환, 심뇌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증상이 생기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관절 손상을 막고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3-03-20 09:50:54[파이낸셜뉴스] 어쩌면 마지막 ‘메호대전’이 될지도 모른다. 시대를 양분했던 두 스타플레이어의 모습을 한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역사에 남을 경기일지 모른다는 의미다. 카타르 월드컵 직후 펼쳐진 첫 번째 메호대전에서 호날두(38·알나스르)와 리오넬 메시(36·파리 생제르맹)가 모두 웃었다. 거기에 장현수도 덩달아 웃었다.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은 20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킹 파흐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나스르-알힐랄 연합 올스타팀과 친선 경기에서 5-4로 이겼다. PSG 입장에서는 지구방위대의 자존심을 챙겼고, 사우디 연합팀 입장에서도 4-5로 패하기는 했지만, 경기 내용은 훌륭했기에 박수를 받았다. 이날 경기는 세계 최고 연봉이자이기도 한 호날두의 데뷔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알나스르는 화제성을 위해서 호날두의 데뷔전을 PSG와의 친선전으로 잡았다. 그리고 호날두는 월드컵때보다 훨씬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알 나스르의 기대에 부응했다. 호날두는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기선제압은 메시의 몫이었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후방에서 넘어온 침투 패스를 왼발슈팅으로 연결하며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호날두가 가만 있을리 없었다. 전반 34분 공중볼 경합 중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맞불을 놨다. 골을 성공시킨 후 호날두는 특유의 '호우 세리머니'를 펼치며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이끌어냈다. 호날두의 두 번째 골은 1-2로 뒤진 전반 추가 시간에 터졌다. 호날두는 골대를 맞고 튕겨져나온 본인의 헤더를 곧바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후반 15분에는 뒤질새라 음바페가 페널티킥을 성공하며 PSG의 리드를 이끌었다. 사우디 연합팀의 중앙 수비수로 나선 장현수도 코너킥 상황에서 방향을 돌려놓는 절묘한 헤딩골을 터트렸다. 이날 경기는 친선전이기는 하지만 볼거리가 많은 경기였다. 킬리안 음바페, 세르히오 라모스, 리오넬 메시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골 폭죽을 터트리며 볼거리를 제공했다. 또한, 격렬한 몸싸움보다는 친선경기 답게 서로를 격려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진행되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3-01-20 09:31:32[파이낸셜뉴스] 베트남 축구 팬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선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박항서 감독이 또 한번 기적을 선사했다. 베트남은 30일(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딩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와 친선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비록, 친선경기이지만, 베트남이 도르트문트를 꺾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현재 도르트문트는 월드컵 휴식기를 이용해 동남아시아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상대가 100%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베트남은 주전급 선수들이 많이 나왔고 도르트문트는 교체 자원들이 대거 선발로 출전했다. 마츠 훔멜스 같은 주전급 선수들도 일부 포함됐다. 초반 경기는 도르트문트가 주도했다. 선제골도 도르트문트에서 나왔다. 전반 13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펠릭스 파슬락의 패스를 받은 도니얼 말런의 슈팅이 터졌다. 곧 베트남이 반격했다. 전반 36분 응우옌 티엔 린이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렸다. 골키퍼가 불안하게 걷어낸 공을 침착하게 해결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양 팀은 많은 선수들을 교체했다. 베트남은 3명, 도르트문트는 9명이나 교체했다. 도르트문트 교체 자원에는 엠레 잔도 포함됐다. 승부는 후반 추가 시간에 갈렸다. 천금 같은 페널티킥 기회를 얻은 베트남은 팜뚜언하이가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역전골을 뽑아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축구 드라마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의 지휘봉을 잡은 것은 지난 2017이다. 그 이후 박 감독은 수많은 기적을 만들어냈다. 2018년 AFF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10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올려놓았다. 같은 해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는 4위를 차지했다. 2019년 아시안컵 8강, 2019년 동남아시안게임 금메달,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진출 등 베트남 축구에 길이 남을 수많은 업적을 쌓았다. 한편,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축구협회는 2023년 1월 31일 이후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상호 합의했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마지막 공식 대회 일정은 오는 12월에 있을 2022 AFF 챔피언십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2-12-01 03:3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