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미국의 추가 제재가 예상되는 러시아에서 주요 산업의 달러 거래 의존도를 줄이는 탈달러화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달러 대신 러시아 루블을 사용하는 수출 기업에게 세제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탈달러화 계획을 올해 말쯤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 러시아 기업들은 이미 탈달러화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업체인 알로사그룹은 최근 이란 및 중국 고객들과 달러 대신 루블로 계약을 진행했다. 예브게니아 코젠코 알로사그룹 대변인은 "우리는 다른 국가와 루블 또는 다른 통화로의 계약 기회를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직접 주요 무역상대국들과 수출입 거래에서 루블을 사용하기 위한 협의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과 관계가 냉랭하다는 공통점이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양자 무역에서 루블과 위안 비중은 19%로 지난 4년간 4배 가까이 늘었다. 드미트리 돌긴 ING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역시 달러 의존도를 줄여왔다. 올들어 미 재무부 채권을 매각하면서 금 보유량을 늘렸다. 이같은 노력에 러시아 경제에서 달러 역할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러시아 내 개인 및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예금 가운데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7%에서 올해 9월 26%로 하락했다. 러시아 수출에서 달러 표시 비중은 2013년 80%에서 올해 2·4분기 68%로 떨어졌다. 러시아가 이처럼 탈달러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미국의 대러 제재로 러시아 은행 및 수출기업들이 미 금융시스템으로부터 차단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라고 WSJ는 전했다. 러시아 경제는 석유, 가스, 철강 같은 원자재 상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석유와 가스 생산은 러시아 경제의 핵심으로 연방 예산의 50%가량을 차지한다. 이같은 상품 거래시 상대방이 외환리스크를 우려해 달러 외에 다른 통화를 받기를 거부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처럼 달러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에 미국의 경제제재가 가해질 경우 타격은 심각하다. 당장 지난 4월 미 정부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시리아 정부 지원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대해 추가제재를 단행하자 달러에 대한 루블 가치는 18%나 폭락했다. 미국의 러시아 국영은행에 대한 제재 확대와 함께 러시아 국채의 매입 금지 조치는 75억달러에 달하는 러시아 재정채권(OFZ)의 투매로 이어졌다. 이에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 8월 러시아 국영TV를 통해 "미 달러 사용을 중단하고 루블과 함께 유로 등 다른 통화를 사용할 것"이라며 "그래서 사실상 이같은 제재가 미국인들에게 역풍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WSJ는 러시아와 같이 미 달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3월 위안 표시 원유 선물을 선보였으며 원유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유로 결제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고 베네수엘라와 파키스탄 역시 달러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UBS글로벌자산운용의 토머스 플러리 외환전략 대표는 "현재 미국 외교정책의 예측불가능성은 더 많은 국가들이 이전에는 결코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것에 대해 의문을 던질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매뉴라이프자산운용의 신흥시장 담당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세갈은 "탈달러화는 뜨거운 주제고 은행들은 이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그러나 러시아 경제가 원자재에 상당히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계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18-11-12 16:23:14[파이낸셜뉴스] 앞으로 12~18개월내 국제금값이 온스(31.1g) 당 3000달러, 유가는 배럴 당 100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씨티가 전망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경제전문방송 CNBC가 보도했다. 씨티는 최근 공개한 연구노트에서 현재 온스당 2016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금이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의 물가상승)이나 깊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50% 뛸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씨티의 북미 상품 연구 이사 아카슈 도시는 여기에 신흥국의 중앙은행들의 탈달러화는 금값을 끌어올릴 변수로 지목했다. 그동안 금 수요를 이끌어온 보석 구매 보다 탈달러를 위한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중국과 러시아, 인도, 튀르키예, 브라질의 중앙은행들은 보유 외환 다변화와 신용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금 매입을 늘려왔다. 세계금위원회(WGC)의 1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은행들은 2년 연속으로 1000t이 넘는 금을 매입했다. 씨티의 도시는 금 매입량이 2000t으로 두배 증가한다면 아주 큰 금 강세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금값 상승 변수는 글로벌 경기침체 발생으로 이것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로 하여금 빠른 금리 인하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는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의 금리가 1% 인하로 떨어진다면 온스당 3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값은 금리가 떨어질 경우 매력있는 자산이 된다. 현재 미국의 금리는 지난 2022년부터 11회에 걸쳐 인상되면서 5.25~5.5%까지 오르며 6%까지 상승했던 200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5월이나 6월부터 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시 이사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도시는 올해 전반기 평균 금값은 2000달러를 살짝 넘긴 수준, 하반기에는 2150달러를 보일 것이며 올해말에 최고치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씨티는 국제유가가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와 주요 산유국들인 OPEC+의 추가 감산, 주요 산유국들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원유 생산이나 수출에는 차질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다만 유조선들은 후티반군의 공격으로 인해 홍해를 피하고 있다. 씨티는 이라크가 현재 분쟁을 겪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국경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도시는 원유 공급이 취약한 국가로 이라크와 이란, 리비아,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를 지목했으며 앞으로 미국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추가 제재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 애널리스트들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정제시설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시는 올해 평균 유가는 배럴당 75달러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2-20 14:32:42미중 통화전쟁 / 타무라 히데오 / 오픈하우스 일본 산케이신문 편집위원 겸 논설위원인 타무라 히데오가 쓴 이 책은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을 통화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책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본격화한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대외 자금 결제의 탈달러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 근간에는 달러가 독점해온 석유 결제 통화 시스템을 무너뜨리려는 전략이 있다. 또 다른 축은 유라시아 대륙과 그 주변을 독자적인 광역 경제권으로 묶으려는 발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이다. 인프라 건설과 상품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강화하려는 게 이 정책의 핵심이다. 반도체 왕국 대만에 대한 강제 합병도 추진 중이다. 이는 미국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사안이어서 양국 간 무력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1-04 13:23:40【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금 보유량을 12개월 연속 늘였다. 전문가들은 어떤 신호가 담겼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8일 21세기 경제보도 등 중국 매체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0월 기준 중국의 금 보유량은 7120만 온스로 전월보다 74만 온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전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6264만 온스였기 때문에 1년 만에 13.7%인 856만 온스가 늘었다. 반면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전월대비 138억달러 감소한 3조1012억달러(약 4045조2000억원)로 기록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금 보유량 확대는 외환보유액 자산 배분의 다각화라고 평가했다. 미국 국채보다는 안전자산인 금 보유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국가 자산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수개월째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 또 중국은 선진국에 비해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금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이 탈달러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국경 간 거래에서 자국 통화 결제를 촉진하고 금 보유량까지 늘리면 위안화 환율 안정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있다.아울러 '달러 무기화'에 대비해 안전자산인 금 보유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jjw@fnnews.com
2023-11-08 18:38:42【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금 보유량을 12개월 연속 늘였다. 전문가들은 어떤 신호가 담겼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8일 21세기 경제보도 등 중국 매체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0월 기준 중국의 금 보유량은 7120만 온스로 전월보다 74만 온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전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6264만 온스였기 때문에 1년 만에 13.7%인 856만 온스가 늘었다. 반면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전월대비 138억달러 감소한 3조1012억달러(약 4045조2000억원)로 기록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금 보유량 확대는 외환보유액 자산 배분의 다각화라고 평가했다. 미국 국채보다는 안전자산인 금 보유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국가 자산을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수개월째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 또 중국은 선진국에 비해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금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이 탈달러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국경 간 거래에서 자국 통화 결제를 촉진하고 금 보유량까지 늘리면 위안화 환율 안정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도 있다. 아울러 ‘달러 무기화’에 대비해 안전자산인 금 보유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국제 금 가격은 올해 3월 최저점인 온스당 1810.3달러를 기록했으나 지난달 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이 갑자기 격화되면서 온스당 1983.8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중국은 상당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왕리신 세계금협회 중국지역 최고경영자(CEO)는 21세기 경제보도에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 증가는 단기 투자 수익의 필요성이 아니라, 외환 보유액의 자산 배분 구조를 지속적으로 최적화하는 전략적 고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수십 년 동안 비교적 안정적 연간 수익률을 제공했던 금은 각국 중앙은행이 금 자산을 장기적으로 가져가려는 의지의 주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3-11-08 13:27:16[파이낸셜뉴스] 일부 국가에서 결제 수단으로 미국 달러 대신 다른 화폐 사용을 늘릴 것을 제안하고 있으나 2039년까지는 주요 기축통화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영국의 중앙은행 전문 연구소에서 전망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공적통화금융기구포럼(OMFIF)의 연구에서 자산 5조달러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중앙은행들의 달러 보유 비중이 줄어들겠지만 현재의 58%에서 2039년에는 5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글로벌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면서 달러 결제도 줄어왔다. 또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3000억달러 이상이 동결되자 브릭스(BRICS) 등 신흥국의 탈달러를 촉발시켰다. 탈달러화를 강조해온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최근에도 신흥국들이 달러 의존을 제고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OMFIF의 조사에서 중앙은행의 10%가 2년안에 달러 비중을 줄일 계획인 반면 16%는 더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앙은행 중 6%는 10년안에 달러 보유를 줄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OMFIF의 조사에서 중국 위안 보유 비중을 늘리겠다고 한 비중은 지난해의 30%에서 13%로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30년대에 세계 외환 보유고에서 위안의 비중은 현재의 3%에서 6%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위안화 사용 늘리기를 주도하는 것에 대해 OMFIF의 연구 이사 니킬 산가니는 세계 중앙은행 관리들은 현재 미국과 중국간 대립을 보면서 중국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3-06-28 11:17:40[파이낸셜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원·달러 환율에 대해 "오늘 환율이 1320원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과 미국 간 이자율(금리) 격차는 환율 변동에 하나의 원인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환율에 한미금리차 영향이 이미 반영돼 있다며 점차 안정되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환율은 한국(기준금리 3.50%)과 미국(5.00~5.25%)간 이자율 격차가 걱정되는 측면이 있지만 환율이 1320원 밑으로 떨어졌다"라며 "이자율 격차가 벌어졌음에도 미국 통화정책이 정상화되는 속도가 낮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이자율 격차는 (환율 움직임에) 하나의 원인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안정되고 다른 요인에 의해 안정되고 있어서 추세를 봐야할 것 같다"면서도 "불확실성 요인은 있다"고 부연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1326.7원) 대비 8.6원 내린 1318.1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18일(1318.6원) 이후 1310원대 첫 진입이다. 반도체주 반등과 증시 호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중단 기대감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이날 증권시장에선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합병, 삼성전자의 일본 반도체 연구 거점 신설 소식 등이 반도체주 호조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스피는 전장대비 19.29p(0.76%) 오른 2557.08로 마감, 코스닥 또한 전장보다 10.32p(1.23%) 오른 852.04로 거래를 마쳤다. 아울러 이 총재는 1.75%p인 한미금리차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서도 환율에는 이미 반영됐다고 봤다. 그는 "(한미금리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몇 달 전부터 반영됐다"며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가 환율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미국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하거나 낮출 것이란 시그널을 주면 환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미금리차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는 "기본적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가 바뀌는 데 영향을 주고, 전세계 금융시장 유동성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가 미국 달러화, 중국 위안화와 동조화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원화와 달러화, 원화와 위안화의 관계는 미국이 네 번씩 금리를 0.75%p 인상을 올릴 때와 같이 미국 통화정책이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는 같이 움직인다"면서도 "평상시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중국 환율을 그대로 따라가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줄어들고 위안화 강세에 대한 생각도 조정되면서 우리나라 환율이 어느 (통화) 하나에 강하게 매달리지 않고 정상화되는 시기"라고 부연했다. 무역결제 대금을 미국 달러화가 아닌 자국 통화로 결제하는 등 글로벌 교역 시장에서의 탈달러화 움직임을 두고는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성장률도 견고한 시장을 고르라면 미국"이라며 '탈달러화'가 단기간에 현실화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2023-05-22 18:36:51[파이낸셜뉴스] "달러 패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지금 당장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통화가 나타날 것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탈달러 움직임은 존재한다. 달러가 없어도 결제가 가능한 디지털 결제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다변화하는 세계 경제 질서에 맞춰 선제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나갈 필요가 있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실과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무역결제통화 변화에 따른 달러 수요 변화와 원화 국제화 전망' 국회세미나 개회사에서 강병원 의원은 이같이 밝혔다. 이날 세미나의 주요 쟁점은 '달러가 앞으로도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의 여부'와 '우리나라의 대응 방안'이었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러시아의 루블화, 중국의 위안화 등이 달러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등 탈달러 현실화 방안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으나 '달러 헤게모니'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원화가 비전통적 준비통화로서의 위상을 활용해 다자 중재나 협의 모색에 적극 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달러 추세, 강화될 여건 갖춰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지원 코트라(KOTRA) 전문위원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금융·에너지 제재 등이 계속되고 양 진영의 대립이 심화되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서구의 경제적 관계를 단절하려는 시도의 하나로 탈달러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탈달러 추세 강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3월 브라질과 중국이 양국 교역에서 달러를 배제하고 자국 통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박 위원은 탈달러의 범위가 당분간 신흥국 중심으로 제한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러시아 루블화, 중국 위안화 또는 제3의 통화 등이 달러 대체 통화로 언급되고 있으나 이들 국가의 낮은 금융시장 개방도 및 경제 건전성 등이 우려 요인으로 부각된다"고 설명했다.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수석연구위원 역시 "미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보다 균형 있고 공평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국제통화체제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세계의 지배적 통화의 조달자로서 미국의 분명한 후계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와 같은 지정학적 대립이 완화된다면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에 따라 통화 바스켓을 구성한 후 IMF가 이를 규제하거나 이를 위한 새로운 국제통화기구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그는 기대했다. 다극화된 국제통화체제의 출현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성원용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탈달러화 흐름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위안화, 루블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며 탈달러화 기세를 몰아가고 있는 점도 달러화 위상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디지털화폐 플랫폼 경쟁을 주목해야 한다고 성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디지털화폐는 자국 통화의 국제화를 앞당기고 제재를 회피하며 달러의 독점적 지위를 깨는 데 유효한 방법이라 판단돼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은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원화의 국제적 지위가 개선된 상황 가운데 외환시장 선진화 노력이 '의미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국제통화체제의 다극화, 분절화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부담도 상당하다고 봤다. 달러 위주의 자금유입 확대에 초점을 맞춰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확대한것이 되레 대외건전성을 훼손할 소지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장 위원은 "(원화가) 비전통적 준비통화로서 위상 등을 활용해 국제통화체제 재편이나 부작용 규제 등과 관련된 다자 중재·협의 모색에 적극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당국은 원화 국제화 이슈 관련, 비용과 편익을 곰곰이 따져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범 기획재정부 외환제도과장은 "원화는 아직 초기 단계로 국제화 통화로 보기 어렵다"며 "원화 국제화가 되면 그만큼 신뢰도가 높다는 것으로 금융상품도 많이 나오고 금융시장이 발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투기적 목적의 환 변동이 커질 수가 있고 통화정책 자체도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양현 한국은행 국제총괄팀장 역시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원화의 국제 활용도가 높아졌지만 주요 통화보다 여전히 미흡한 게 현실"이라며 "원화 국제화를 비용과 편익 측면에서 적절한 목표를 설정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화가 국제화되기 위해서는 양적 및 질적인 경제 성장 및 시장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양 팀장은 "우리가 원화의 국제적 수용성을 위해 제도 개선 등을 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에 대한 수요가 없으면 국제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2023-05-04 10:38:50FIND(Financial Insight Network Days)는 아시아 최고의 금융·대체투자 행사인 서울국제금융포럼과 서울국제A&D컨퍼런스를 연계한 파이낸셜뉴스의 금융분야 통합 브랜드입니다. "보편적 규범과 다자주의에 기반한 자유무역 체제는 세계 경제 성장과 인류의 자유 확장에 기여해 온 절대 포기해서 안 되는 글로벌 공공재입니다."(윤석열 대통령) 너무 친하면 쪼개지고, 너무 멀어졌다 싶으면 다시 붙는 것. 전문가들은 금융지정학 질서의 속성을 이렇게 판단했다. 지금은 지정학 구도가 살얼음판을 걸으며 미·중과 그 진영이 본격 탈동조화(디커플링)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분절화(Fragmentation)라는 전략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견제와 균형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간 긴장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완전하게 갈라지는 건 양 진영 모두에서 원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잃을 게' 많아서다. 그런 관점에서 '전략적 보호주의'의 탈을 쓴 다자주의가 결국은 세계를 이끌 것이라고 이들은 분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파이낸셜뉴스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주최한 '2023 FIND·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김은혜 홍보수석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세계의 분열은 경제회복을 지연시키고, 각국이 공통 해법을 마련하는 데도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제 경제질서를 보편적 규범에 기반한 자유무역 체제로 복원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더욱 강력히 연대·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서 "금융불안요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국가경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면서 "금융사들은 선제적인 위험관리와 함께 손실흡수 능력을 제고하여 금융안정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국가경제 발전에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은 미·중 패권경쟁의 결과는 '투키디데스'와 '킨들버거'의 함정 사이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어느 한쪽이 세계질서를 휘어잡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면서 한국은 글로벌, 역내 공급망 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공 이사장은 "프렌드 쇼어링(우방끼리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고, 투자 다각화 노력도 적극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쉬빈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교수도 중국은 여전히 자본주의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쉬 교수는 "중국은 독자노선이 아니다. 개방지역주의를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라이벌과 함께 개방해서 나아가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낸 박복영 경희대 교수 역시 "미국의 대중 압박은 모순적 성격을 지닌다"며 "동맹을 이용해 정치 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박해야 하는데, 이게 동맹을 균열시킬 수도 있다"고 극단적 일방주의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국과 긴밀한 한국이 가장 필요한 건 유연성이라는 점에 의견이 모였다. 금융연구원 이윤석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 한국전쟁 땐 미국 등 양쪽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며 "어느 나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필요할 때 어느 국가가 친구가 되어주느냐가 (협력)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중 갈등과 별개로 미국 영향력 축소는 변수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달러의 힘 역시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미국 재무부 선임고문을 지낸 졸탄 포자르 이코노미스트는 "돈이라는 분야에서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바로 탈달러화"라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 러시아 등 원자재 수출국이 달러 대신 위안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석 선임연구위원도 "러시아의 미국 국채 처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박소연 박신영 서혜진 김나경 이승연 김동찬 김예지 김찬미 최아영 정원일 성석우 기자
2023-04-19 18:36:46"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금융발전을 통해 얻은 교훈은 금융 인프라 발전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금융과 정보기술(IT)이 모두 발달해 있는 흔치 않은 국가다.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해 향후 중국, 미국과 모두 국제 금융협력을 도모하고 전통적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변모해야 한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FIND·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新)국제금융질서와 한국 금융의 비전'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이 위원은 "여전히 미 달러가 지배적인 것은 사실이나 중동지역에서 중국의 역할이 커지고, 올해 말레이시아 같은 경우에도 중국과 함께 아시아 통화기금 설립 관련 논의를 시작하는 만큼 새로운 국제금융질서가 쓰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탈달러화에 대한 세계적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중국이 보유한 미 국채가 크게 줄었는데 이는 지난 2018년부터 이어진 러시아의 공격적인 탈달러화와 맞물려 시사점이 있다"면서 "화폐는 전통적으로 네트워크 외부성을 표현해 왔으나 디지털화에 의해 국제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바뀌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미국도 중국을 견제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 박소연 팀장 박신영 서혜진 김나경 이승연 김동찬 기자 김예지 김찬미 최아영 정원일 성석우 이창훈 수습기자
2023-04-19 18:3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