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김경민 특파원】 1일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특징은 일본 정치계의 오랜 관습인 파벌을 배척한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끌었던 최대 파벌 '아베파'와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주류였던 '모테기파'도 이시바 시대에선 무대에서 밀려났다. 총리 스스로가 무파벌인 데다 기시다 내각이 정치비자금 스캔들로 침몰, 파벌정치가 자민당을 썩게 만들었다는 판단에서다. 다수의 내각 요직에 무파벌이거나 처음 입각하는 인재를 두루 등용한 가운데 한일 관계도 미래지향적 기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베 그림자 싹 지웠다이시바 총재는 이날 오후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각각 실시되는 지명선거에서 제102대 총리로 선출된 뒤 새 내각을 출범시켰다. 이시바 내각의 특징은 무파벌 인사들이 주류가 됐다는 점이다. 각료 파벌은 이시바 총리를 포함해 12명이 기존 파벌에 속하지 않았던 무파벌로 구성됐다. 2021년 기시다 내각 출범 당시 무파벌 각료는 단 3명에 불과했다. 이시바 내각에는 당내 파벌 중에서 유일하게 존속하기로 한 아소파와 해체를 결정한 니카이파가 각각 2명이다. 나머지는 모테기파, 옛 기시다파와 옛 모리야마파가 1명씩이다. 아베파 소속 의원은 없다. 역사 수정주의자로 평가받는 아베 전 총리와 달리 이시바 총리는 아베파의 반대편에 섰던 인물이다. 일본이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게 이시바 총리의 평소 생각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을 기리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일본 천황도 떳떳하게 참배하지 못하는 곳을 왜 가냐는 게 그의 입장이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를 이유로 우리 정부가 '한일 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을 때도 "일본이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은 것이 많은 문제의 근저에 있고 그것이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표면화하고 있다"는 칼럼을 썼다. 다만 방위상 출신답게 안보 분야만큼은 양보가 없다. 이시바 총리는 아베 내각 시절인 2017년 인천의 한 포럼에서 "한일은 협력 관계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단 영토 문제나 역사인식에서 양국 입장이 크게 다르고 양보할 수 없는 것은 결코 타협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일 역사인식은 비둘기파이면서도 안보에 대해선 매파인 그의 평소 생각이 묻어나는 말로, 새로운 한일 관계의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지킨다" 방위상 출신 전진배치처음 입각하는 인사는 13명이다. 21세기 들어 이후 2019년 아베 신조 내각, 2021년 기시다 내각과 함께 역대 가장 많은 수다. 새 내각은 방위상 출신이 요직에 포진했다. 이시바 총리를 비롯해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나카타니 겐 방위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다. 역시 안보에 대한 이시바 총리의 색채가 드러난다는 평가다. 이들은 이시바 총리가 추진할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창설, 미국 핵 공유 등을 조율할 현장 지휘관 역할을 맡게 된다.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와야 외무상은 2018년 12월 한일 초계기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방위상을 지냈다. 그는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던 2019년 6월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웃는 얼굴로 악수한 것이 일본에서 큰 논란이 됐다. 같은 해 9월 방위상 퇴임 전 그는 "한일 양국이 외교적으로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안보에서는 한일·한미일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방위청 장관, 2014년 아베 내각에서 방위상을 지냈다. 그는 아베 전 총리 사학 스캔들과 관련해 제대로 대응하라고 주문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또 무라카미 총무상은 2022년 아베 전 총리 피살 후 국장 거행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아베는 재정, 금융, 외교를 너덜너덜하게 만든 국적(나라를 망친 역적)"이라고 비판해 당으로부터 1년 당직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동맹전선에 잡음이 생길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의 케네스 와인스타인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시바는 이단아로 아베·기시다 정권과는 또 다른 의미로 차이가 있는 인물임은 틀림없다"고 논평했다. km@fnnews.com
2024-10-01 18:36:27【도쿄=김경민 특파원】 1일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특징은 일본 정치계의 오랜 관습인 파벌을 배척한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끌었던 최대 파벌 '아베파'와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주류였던 '모테기파'도 이시바 시대에선 무대에서 밀려났다. 총리 스스로가 무파벌인데다 기시다 내각이 정치비자금 스캔들로 침몰, 파벌정치가 자민당을 썩게 만들었다는 판단에서다. 다수의 내각 요직에 무파벌이거나 처음 입각하는 인재를 두루 등용시킨 가운데 한일관계도 미래지향적인 기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베 그림자 싹 지웠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오후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각각 실시되는 지명선거에서 제102대 총리로 선출된 뒤 새 내각을 출범시켰다. 이시바 내각의 특징은 무파벌 인사들이 주류가 됐다는 점이다. 각료 파벌은 이시바 총리를 포함해 12명이 기존 파벌에 속하지 않았던 무파벌로 구성됐다. 2021년 기시다 내각 출범 당시 무파벌 각료는 단 3명에 불과했었다. 이시바 내각에는 당내 파벌 중에서 유일하게 존속하기로 한 아소파와 해체를 결정한 니카이파가 각각 2명이다. 나머지는 모테기파, 옛 기시다파와 옛 모리야마파가 1명씩이다. 아베파 소속 의원은 없다. 역사 수정주의자로 평가받는 아베 전 총리와 달리 이시바 총리는 아베파의 반대편에 섰던 인물이다. 일본이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게 이시바 총리의 평소 생각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을 기리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일본 천황도 떳떳하게 참배하지 못하는 곳을 왜 가냐는 게 그의 입장이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를 이유로 우리 정부가 '한일 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을 때도 "일본이 패전 후 전쟁 책임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은 것이 많은 문제의 근저에 있고 그것이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표면화하고 있다"는 칼럼을 썼다. 다만 방위상 출신답게 안보 분야 만큼은 양보가 없다. 이시바 총리는 아베 내각 시절인 2017년 인천의 한 포럼에서 "한일은 협력 관계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단 영토 문제나 역사 인식에서 양국 입장이 크게 다르고 양보할 수 없는 것은 결코 타협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일 역사 인식은 비둘기파이면서도 안보에 대해선 매파인 그의 평소 생각이 묻어나는 말로, 새로운 한일관계의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지킨다" 방위상 출신 전진 배치 처음 입각하는 인사는 13명이다. 21세기 들어 이후 2019년 아베 신조 내각, 2021년 기시다 내각과 함께 역대 가장 많은 수다. 새 내각은 방위상 출신이 요직에 포진했다. 이시바 총리를 비롯해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 나카타니 겐 방위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다. 역시 안보에 대한 이시바 총리의 색채가 드러난다는 평가다. 이들은 이시바 총리가 추진할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창설, 미국 핵 공유 등을 조율할 현장 지휘관의 역할을 맡게 된다.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와야 외무상은 2018년 12월 한일 초계기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방위상을 지냈다. 그는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던 2019년 6월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웃는 얼굴로 악수한 것이 일본에서 큰 논란이 됐다. 같은 해 9월 방위상 퇴임 전 그는 "한일 양국이 외교적으로는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안보에서는 한일·한미일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방위청 장관, 2014년 아베 내각에서 방위상을 지냈다. 그는 아베 전 총리 사학 스캔들과 관련해 제대로 대응하라고 주문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또 무라카미 총무상은 2022년 아베 전 총리 피살 후 국장 거행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아베는 재정, 금융, 외교를 너덜너덜하게 만든 국적(나라를 망친 역적)"이라고 비판해 당으로부터 1년 당직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시바 총리는 당내 인맥이 빈약하다"며 "자신과 개인적 친교가 있는 의원을 기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동맹 전선에 잡음이 생길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케네스 와인스타인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시바는 이단아로 아베·기시다 정권과는 또 다른 의미로 차이가 있는 인물임은 틀림없다"고 논평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10-01 11:56:29[파이낸셜뉴스] 한국과 일본 현지에서 판매하는 신라면 컵라면이 각각 가격과 내용이 다르다고 비교한 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에서 판매하는 신라면 소(小)컵이 한국에서 판매하는 동일 제품과는 눈에 띌 정도로 건더기가 풍부하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에는 ‘일본에서 일본 컵라면 먹지 말고, 그 돈으로 신라면을 먹는 게 낫다’는 내용의 글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에 거주 중이라는 A씨는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시판되고 있는 신라면 제품을 비교하며 “뭔 일본 여행까지 가서 신라면이냐 하겠지만 맛이 다르다. 일단 건더기가 푸짐하다. 솔직히 일본판 신라면이 가장 맛있다”고 주장했다. 비교 영상을 보면 같은 신라면 용기 제품인데도 일본 판매품에는 파와 고추, 표고버섯 등 말린 채소 건더기들이 큼직하고 푸짐하게 들어있다. 반면 한국 판매품은 이에 비해 내용물이 부실하고 빈약한 모습이다. 면의 양 역시 일본 판매품이 훨씬 많았다. 가격도 일본 판매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나온다. 해당 영상 조회수는 600만회에 육박한다. 유튜버 B씨는 비슷한 비교 영상을 올리며 일본 판매품이 건더기도 많고 가격도 더 싸지만 “한국 신라면을 먹어보고 이마를 딱 쳤다. 한국 신라면이 면발도 좀 더 쫄깃했고 국물에서 소고기 육수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며 한국 판매품이 더 입맛에 맞았다고 말했다. 이를 접한 한 네티즌은 “일본 것이 월등해 보인다. 또 과거 대만에서 먹은 신라면도 한국보다 건더기가 많았다”며 “외국 제품과 우리나라 제품의 품질 차이가 느껴졌다”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네티즌은 “그 나라의 문화 차이 때문에 맛과 내용물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농심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현지 시장 여건, 식품 규정에 따라 일본용 신라면 소컵은 건더기 구성이 다르다”며 “일본 시장의 경우 컵라면의 건더기가 전반적으로 많은 경향이 있고, 이에 후발 주자인 농심이 현지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건더기의 비율을 달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현지 컵라면들과 경쟁하는 제품이기에 내수용 제품과 단순히 가격으로만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고객 민원에 따라 제품의 레시피를 바꾸는 것은 기존 제품의 맛을 즐기는 소비자에게 되레 실망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라 내용물에 관련된 민원은 대응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3-11 05:27:15[파이낸셜뉴스] 중국에서 수억원에 희귀 휴대전화 번호가 낙찰됐지만 낙찰자가 후회하며 대금 지급을 거부한 사연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경매에 참여했다가 마음을 바꾼 낙찰자가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일 중국 현대쾌보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장쑤성 진장경제개발구 법원에서 6개의 9자로 끝나는 휴대전화 번호(186 119 99999)가 2614만5892위안(약 47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 47억원은 중국에서 진행된 휴대전화 번호 관련 경매의 최고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원하다는 '주'(久)와 동음이의어인 '9'는 '8'과 '6'과 함께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숫자 중 하나로 알려졌다. 8은 재물이 쌓인다는 '파차이'(發財)의 파와 발음이 비슷하고, 6은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순조롭다는 '류'(流)와 발음이 같다. 지난달 말 온라인에서 진행된 이 경매는 보증금 20위안(약 3600원)에 시작가 100위안(약 1만8000원)으로 출발했다. 720여명이 2893차례 새로운 가격을 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샤오모씨가 해당 번호를 낙찰받았다. 공지에 따르면 낙찰자는 12월3일 이전까지 대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샤오씨는 "입찰에 잘못 참여해 후회한다"면서 대금 지급 거부 의사를 밝히고 마감 시한까지 돈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희귀 휴대전화 번호 경매는 법원이 경제사범들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번호를 대상으로 주로 진행되는데, 중국 매체들은 경매에 참여했다 마음을 바꾼 샤오씨가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고인민법원의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이런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재경매를 통해 낙찰가가 첫 경매보다 낮아질 경우 차액과 수수료 등을 첫 낙찰자가 부담해야 한다. 중국 매체들은 "온라인 경매에서 악의적으로 가격을 올려 사법질서를 교란하는 경우 법원에서 벌금을 부과하거나 구류에 처할 수 있다"며 "범죄가 성립할 경우 형사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에서 지난해 9월 6자가 9개인 휴대전화 번호(156 6666 6666)가 시작가 1366만위안(약 25억원)에 경매에 부쳐졌으나 보증금 자체가 68만8000위안(약 1억2000만원)에 달해 유찰된 바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12-04 13:43:21[파이낸셜뉴스] 중국의 한 약혼식에서 장갑차를 동원해 신부에게 현금과 금괴를 비롯한 각종 사치품 998만위안(약 18억원)을 선물한 신랑의 사연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7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시에서 사는 얀모씨(30)는 지난달 30일 고향에서 약혼식을 올렸다. 얀씨는 약혼식에서 신부와 신부 가족에게 현금과 금괴, 최고급 시계 등 각종 사치품을 선물했다. 보도에 따르면 얀씨는 귀중품을 운송하기 위해 장갑차까지 동원했다. 그는 "귀중품은 보안회사 직원들이 장갑차를 통해 운송했고, 현금은 약혼식이 끝난 직후 신부의 계좌에 곧바로 입금될 것"이라며 "약혼식을 화려하게 하는 것은 타이저우의 오랜 관습이며,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라고 설명했다. 얀씨가 998만 위안(약 18억원)을 준비한 이유는 부가 오래간다는 의미로 9는 오랠 구(久)와 발음이 같고 8은 부자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파차이(發財)'의 파와 같기 때문이다. 얀씨의 사연이 공개되자 중국 누리꾼들은 "상상력의 범위를 넘어선다", "현금으로 998만 위안(약 18억원)을 세어야 하는 불쌍한 은행원", "장갑차가 이런 식으로 사용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이런 식으로 부를 과시하는 것은 사회에 위화감을 조성하기 때문에 좋지 못하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06-08 07:12:33[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먼 옛날,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내가 있었다. 소변양이 조금씩 줄더니 급기야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물은 마신 것이 있어 이미 방광에 소변이 차 있었으나 소변을 보지 못하니 아랫배가 뻐근하면서 볼록하고 부어오른 듯 했다. 사내는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기에 ‘뭔가 문제가 있구나’ 직감을 하고서는 인근에서 가장 큰 약방을 찾았다. 약방에는 규모에 맞게 환자도 많았고 의원들도 여럿 보였다. 아마도 스승과 그 밑에서 의술을 사사받는 제자들인 듯 했다. 사내가 약방에 도착하자 가장 앳돼 보이는 의원이 사내에게 불편한 증상을 말해 보라고 했다. 사내는 “내가 지금 소변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의원을 좀 불러 주시오.”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나 앳된 의원은 “소변을 보지 못하는 것이 어찌 그리 대수란 말이요. 이 약방에서는 나를 거치지 않고서는 진료를 받을 수 없소. 나한테 먼저 소상하게 말해 보시오.”라고 하는 것이다. 어린 의원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사내는 어쩔 수 없이, “내가 며칠 전부터 소변이 잘 나오지 않더니 어제 점심부터는 소변을 아예 보지 못했네. 예전에는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양이 많아서, 혹시 물을 덜 마셔서인가 해서 어제 저녁밥과 오늘 아침밥을 먹으면서 국물도 모두 마시고 물도 더 많이 마셨는데, 이렇게 벌써 해가 중천을 지나가는데 소변을 한 방울도 보지 못하고 있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의원은 붓으로 사내의 증상을 적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사내를 데리고 한 방의 침구실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는 자신의 선배인듯한 의원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막내 의원은 선배 의원에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사내의 증상을 설명했다. 선배 의원은 사내를 눕히고서는 윗옷을 급히 젖혀 올리고 아랫배 복진을 했다. 아랫배는 정말 소변이 가득 차 있는지 볼록하고 튀어 올라 있었다. 손가락을 대고 타진을 해 보니 물이 차 있는 듯 튕기는 듯한 탄성이 느껴졌다. 선배 의원은 침을 놓고자 했다. 그래서 기허(氣虛)와 신허(腎虛)로 보고 아랫배의 기해혈과 관원혈, 그리고 발목 부위의 삼음교와 태계혈에 자침했다. 그러나 반응이 없었다. 그때 옆에 있던 동료 의원이 지켜보더니 변증(辨證)이 잘못되었다면서 사내를 옆드려 놓고서는 허리에 있는 신수혈, 삼초수혈, 소장수혈에 침과 뜸을 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사내는 소변을 보지 못했다. 사내는 “어떻게 좀 해 보시오!”라고 고통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동료 의원들이 모여들었다. 자초지종을 설명을 듣더니, 서로서로 사내의 진맥을 해 보고서는 치료방법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 의원은 “이 사내는 뇨폐증(尿閉症)이요. 소변을 보지 못하는 것은 크게 급한 병과 오래된 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뇨폐는 급한 병으로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것으로 민간에서는 이것을 소변불통(小便不通)이라고 부르지요.”라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는 의원은 “저도 뇨폐증에 동의하오. 그런데 소변불통에는 기와 혈의 차이가 있습니다. 갈증이 나면서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은 열이 상초의 기분(氣分)에 있는 것이므로 청폐산을 써야 하고, 갈증이 없으면서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은 열이 하초의 혈분(血分)에 있는 것이므로 자신환을 써야 합니다. 혹시 지금 갈증이 있소 없소?”하면서 사내에게 물었다. 사내는 “방광에 소변이 더 찰까 봐서 물을 안 먹고 있으니 갈증이 있기는 한데, 지금 갈증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고 내 소변 좀 빼주시구려~ 아이고 배야~”하면서 고통스러워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의원이 거들었다. “소변불통이 되면 배꼽 아래 부위가 사발을 엎어놓은 모양 같고 아프고 답답하여 참을 수 없다고 했는데, 지금 이 사내의 증상이 여기에 들어 맞는 것 같소. 여기에는 2가지 치료법이 있는데, 제대로 기화(氣化)하지 못하여 통하지 않을 때는 이진탕을 빈 속에 먹이고 이후 토법(吐法)을 함께 써서 기(氣)를 끌어올려야 하고, 하초(下焦)에 어혈(瘀血)이 있어서 통하지 않을 때는 도인승기탕 등의 처방으로 어혈을 깨뜨려야 하오. 지금 보니 이 사내는 담(痰)의 기운이 폐의 기운을 막고 있는 듯하니 토법을 써야 하소. 폐는 상초(上焦)이고 방광은 하초(下焦)이니 상초가 막히면 하초가 막히게 되지요.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기구를 쓸 때 반드시 윗구멍을 열어 주어야 아랫구멍으로 물이 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요.”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내가 “아이고~ 나 죽네! 아이고~ 나 죽네.”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얼굴은 식은 땀이 가득했고, 얼굴빛은 검붉어졌다. 고통을 참다못해 실신할 지경이었다. 사내가 지르는 소리는 마치 덫에 걸린 멧돼지 소리와도 같아 온 약방을 뒤흔들었다. 이 소리를 들은 옆방에서 진료를 하던 스승이 왔다. 스승이 “무슨일이냐? 이 환자는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냐?”하자, 한 제자 의원이 사내가 소변을 보지 못해 고통스러워 한다면서 서둘러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스승은 “지금 뒷마당 텃밭에 가서 가느다란 어린 파를 몇 개 뽑아 오너라. 그리고 부엌에 가서 소금도 한 주먹을 가지고 오거라.”하고 시켰다. 제자가 파와 소금을 가져오자, 스승은 대침 굵기보다 약간 굵은 파를 골라 파줄기의 양쪽 끝이 모두 뚫린 것을 확인하고 나서 굵은 소금을 자잘하게 부수더니 파줄기 안에 소금가루를 집어 넣었다. 그랬더니 힘이 없던 파가 소금이 들어가자 꼿꼿해졌다. 그리고 사내의 성기를 잡고 나서 파줄기를 요도 안으로 천천히 밀어 넣었다. 1촌, 2촌, 3촌.... 파는 서서히 밀려 들어갔다. 거의 한 뼘 정도 들어가더니 파줄기 안의 소금이 소변과 함께 천천히 밀려 나왔다. 벌써 따뜻한 소변 때문에 소금이 녹고 있었다. “아~~~~ 휴~~ 이제 살 것 같습니다.” 소변은 한꺼번에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소변이 나왔다. 사내는 파줄기를 통해서 한참 동안 소변을 보더니 볼록했던 아랫배는 가라앉았고, 얼굴에 난 식은땀도 멈췄다. 제자들은 어리둥절했다. 파줄기를 이용해서 소변불통을 치료하는 장면을 처음 본 것이다. 한 제자가 “스승님 이것은 어떤 치료법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스승은 “이 치료법은 총관배뇨법(葱管排尿法)이다. 소변불통(小便不通)이나 전포증(轉脬症, 소변불통의 일종)으로 인해 소변을 전혀 보지 못하는 위급한 상황을 치료하는 응급처치법으로 매우 신속한 효과가 있다. 내가 전에도 이 처치법으로 몇 사람을 치료하고 효과를 본 적이 있다. 이미 의서에 나와 있지만, 너희들은 환자가 오면 항상 침통만 흔들고 약방문만 써내려 했기에 놓쳤을 구문이다.”라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러자 약방에서 가장 오랜 시간동안 의술을 공부한 제자가 “스승님, 그렇다면 갈대도 속이 비어 있으니 철심으로 막힌 마디 부분들을 뚫어 구멍을 내어 사용해도 좋겠습니다. 갈대는 가늘고 단단해서 총관(葱管, 파줄기) 보다 편리할 것 같습니다.”라고 하자, 스승은 “그래, 그것도 훌륭한 생각이구나. 만약 너의 경험을 문헌으로 남긴다면 노관배뇨법(蘆管排尿法)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라고 칭찬을 했다. 제자들은 처음보는 응급처치술에 감탄하면서도 놀랐다. 마치 먹이를 달라고 하는 제비 새끼들 마냥 스승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스승은 이어서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간혹 용의(庸醫, 용렬한 의사) 열명의 의견보다 지의(知醫, 지혜로운 의사) 한명의 결단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일순간의 판단에 환자의 생명이 달렸기에 환자의 치료에 있어 분분한 의견이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만약 너희들이 서로 간의 의견을 취합해서 변증하고 약을 조제해서 전탕해서 환자에게 먹이고자 했겠지만, 약을 먹이기도 전에 환자가 이미 죽었다면 그 어떤 비방이라도 소용이 있겠느냐? 환자가 급증으로 인해 생사의 기로에 있다면 언제 변증을 하고 약을 다려서 먹일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그러자 어린 제자 중 한명이 “스승님, 그렇다면 이 환자는 변증이 필요없던 것입니까?”라고 당돌한 질문을 했다. 그러자 스승은 “껄껄걸” 웃으며 “이런 급증에는 변증이 의미가 없다. 미리 가루약이나 환약을 만들어 놓았고, 또한 침이 있다 할지라도 약이나 침, 뜸으로 해결하지 못할 위급증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변증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급증이 해결되었으니 이제부터 차분하게 이 환자에게 왜 소변불통증이 생겼는지 천천히 진찰해서 원인을 파악하고 처방을 내리도록 하거라.”하고서는 다시 자신의 진료실로 건너가 환자들을 돌봤다. 이처럼 옛날 의원들도 환자가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환자를 살릴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환자를 살렸던 방법과 치료법들은 기록으로 남겨 후학들에게 검증을 받았다. 루시루험(屢試屢驗). 여러 번 시험해서 여러 번 효과를 봤다는 의미다. 경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 제목의 ○○은 총관(葱管)입니다. 총관(葱管)=파줄기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본초강목> 王璆百一方. 葱葉亦可用. 又葱管吹鹽入玉莖內, 治 小便不通 及轉脬危急者, 極有捷效. 余常用治數人得驗. (왕구의 백일선방에서는 ‘파 줄기에 소금을 넣고 음경 속에 삽입하여 불어 넣으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 및 전포증으로 위급한 증상을 치료하는 데 매우 신속한 효과가 있다. 내가 늘 이것을 사용하여 몇 사람을 치료하고 효과를 보았다’라고 하였다.) < 동의보감> 小便不通. 閉癃, 合而言之, 一病也. 分而言之, 有暴久之殊. 盖閉者, 暴病爲尿點滴不出, 俗呼小便不通是也. 癃者, 久病爲尿澁, 淋瀝點滴而出, 一日數十次, 或百次, 名爲淋病是也.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 폐와 융은 합하여 말하면 하나지만, 급한 병과 오래된 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폐는 급한 병으로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민간에서는 이것을 소변불통이라고 부른다. 융이란 오래된 병으로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찔끔찔끔 나와서 하루에 수십 번이나 백여 번씩 누는 것이다. 임병이라고 하는 것이 이것이다.) 小便不通, 有氣血之異. 如渴而小便不通者, 熱在上焦氣分, 宜淸肺散, 如不渴而小便不通者, 熱在下焦血分, 宜滋腎丸. (소변불통에는 기와 혈의 차이가 있다. 갈증이 나면서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은 열이 상초의 기분에 있는 것이므로 청폐산을 써야 한다. 갈증이 없으면서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은 열이 하초의 혈분에 있는 것이므로 자신환을 써야 한다.) 小便不通, 臍下狀如覆椀, 痛悶難堪, 治法有二. 如氣不能化而不通, 則陳皮茯苓湯, 調木香ㆍ沈香末二錢, 空心服, 兼用吐法以提之. 如血汚於下而不通, 則用桃仁承氣湯之類方見寒門以破之. (소변불통이 되면 배꼽 아래 부위가 사발을 엎어놓은 모양 같고, 아프고 답답하여 참을 수 없다. 여기에는 2가지 치료법이 있다. 제대로 기화하지 못하여 통하지 않을 때는 진피복령탕에 목향·침향 가루 2돈씩 타서 빈속에 먹고, 토법을 함께 써서 기를 끌어올린다. 하초에 어혈이 있어서 통하지 않을 때는 도인승기탕 같은 것으로 어혈을 깨뜨린다.) 一人病小便不通, 諸藥無效. 丹溪曰, 此積痰病也. 積痰在肺. 肺爲上焦, 而膀胱爲下焦, 上焦閉則下焦塞, 比如滴水之器, 必上竅通而後, 下竅之水出焉. 乃以二陳湯先飮, 大吐之, 病如失. (어떤 사람이 소변불통이 있었는데 모든 약이 효과가 없었다. 단계가 “이것은 적담으로 병이 생긴 것으로 적담이 폐에 있는 것이다. 폐는 상초이고 방광은 하초이니 상초가 막히면 하초가 막히게 된다.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기구를 쓸 때 반드시 윗구멍을 열어 주어야 아랫구멍으로 물이 나오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이진탕을 먼저 마셔 크게 토하게 하니 병이 씻은 듯 나았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03-01 16:12:22[파이낸셜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연금·노동·교육도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개혁에는 기득권 포기와 희생이 따른다. 따라서 저항도 만만치 않다"며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주 원내대표는 안보·기후·인구 위기 극복도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북핵 위기가 시작된 지 벌써 30년이 되었다. 지난 30년간 북한은 핵 개발 의지를 꺾은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계속 핵 개발 능력을 키운 결과 지금은 사실상 핵보유 국가가 됐다"며 "반면 우리는 여야를 초월한 하나의 일관된 국가 전략 없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 정권교체가 일어날 때마다 전략적 기조 자체를 바꾸었고 국론이 분열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기후 위기에 대해서도 "모두가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을 실제로 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행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보이지 않고 이 문제의 절박성을 정부나 국민이 실감하지 않고 있는 것이 위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저출산은 소리 없이 나라를 죽이는 암"이라며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온 국가가 필요하다. 국회도 절박한 마음으로 이 문제에 달려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문 전문. < 두렵지 않습니까! 절박한 위기 앞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 1. 시작하는 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과 동료 의원 여러분,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대구 수성갑 출신 국민의힘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입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 피해의 처참함을 필설로 나타내기 어렵습니다. 두 나라 국민을 깊이 위로하면서, 더 많은 분이 구조되고 피해가 속히 회복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우수를 며칠 앞둔 요즈음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남쪽에서는 벌써 매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꽃소식과 함께 코로나가 종식되고 우리 국민들 모두 활기차고 즐거운 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어제 존경하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님의 연설을 잘 들었습니다. 받아들일 지적은 받아들이고 저희와 생각이 다른 부분은 의견을 말씀드리고 조율해 가겠습니다. 저는 5선 의원으로서 우리 국회에서는 고참 중진 중의 한 명입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는 했습니다만 부족하고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짧지 않은 의정생활 동안 지금처럼 자괴감과 두려움이 엄습한 적이 없습니다. 우선 자괴감의 정체는 우리의 노력과 분투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 불신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십여 년 전 어느 대기업 회장이 한국 정치는 4류라고 하여 큰 파문이 인 적이 있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도 우리 정치가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2017년에서 2021년 사이에 실시된 세계가치조사 7차의 경우 우리나라 응답자의 무려 79.3%가 국회를 불신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5일에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의 국가기관별 신뢰도에서 국회는 겨우 15%로 국가기관 중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응답자의 81%가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해 세계가치조사의 결과와 거의 같았습니다. 정치 영역이란 사람들이 편을 갈라서 서로 치열하게 공격하는 영역입니다. 특히 한국 정치는 진영화되어 있어 상호 불신과 공격의 강도가 훨씬 더합니다. 더욱이 이런 모습이 방송으로 중계가 될 때가 많다 보니 다른 직역에 비해 국민 신뢰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국회의원 생활의 성적표가 15밖에 안 된다고 하니 국민들께 죄송하고, 서글프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제가 전에 없이 두려움을 느끼는 까닭은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이 너무나 중차대함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국가 의사결정 능력이 역부족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부상과 미중 대결의 심화, 그리고 북핵 위기는 우리에게 엄청난 안보적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은 산업 대전환은 물론 문명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을 요구하는 문명사적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은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협함은 물론 물리적 생존마저 위협하는 인구학적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노동, 연금, 교육 등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심각한 문제들이 많습니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두 차례의, 국운이 걸린 대위기를 겪었습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일어난 첫 번째 대위기로 우리는 국권을 잃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수립 후 1950년 전후로 소련과 중공의 지원 아래 북한이 남침했을 때인 제2의 대위기는 미국과 유엔의 지원으로 파멸을 면했고 온 국민의 피땀으로 오늘의 성공 국가를 이루었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나라가 맞이하고 있는 대위기가, 아직 전면적으로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그 심각성에서 앞의 두 번에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3의 대위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위치에 있습니다. G7에 들어도 좋을 경제력을 가지고 있고 외적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군사력도 보유하고 있으며 높은 문화의 힘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현재의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을 갖추고 있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이 다양한 자원을 제때 제대로 묶어내는 일입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우리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가 이 도전에 대한 국민적 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국회 신뢰 회복 존경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우리 국회는 1994년 처음으로 ‘국회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든 이래 지금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국회 개혁과 혁신을 위한 위원회를 운영하며 국민의 신뢰를 높이려고 애써 왔습니다. 전직 국회의장님들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회, 열심히 일하는 국회, 여야가 협치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내걸고 이 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는 갈등의 조정자가 아니라 갈등의 조장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국회의원윤리강령’에 모두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회 윤리강령을 국회 목욕탕 한곳에서밖에 보지 못했습니다.앞으로는 본회의 개회시나 중요한 행사때마다 의무적으로 윤리강령을 낭독하거나 서약하게 하고 국회 본관 중요한 곳에도 게시하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의원이 된 이래 한 번도 공식적으로 읽어본 일이 없는 국회의원 윤리강령을 이 자리에서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국회의원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국정을 위임받은 대표로서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나아가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높여 민주정치의 발전과 국리민복의 증진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하면서, 이에 우리는 국회의원이 준수할 윤리강령을 정한다.」 1. 우리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인격과 식견을 함양하고 예절을 지킴으로써 국회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한다. 2. 우리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오직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하여 공익 우선의 정신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며, 사익을 추구하지 아니한다. 3. 우리는 공직자로서 직무와 관련하여 부정한 이득을 도모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아니하며,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을 솔선수범한다. 4. 우리는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간에 정치활동상 공정한 여건과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충분한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적법절차를 준수함으로써 건전한 정치풍토를 조성하도록 노력한다. 5. 우리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우리의 모든 공사행위에 관하여 국민에게 언제든지 분명한 책임을 진다. 앞으로 저는 이 윤리강령에 비추어보면서 우리 국회의 현재 모습을 반성해 보려고 합니다. 제 자신이 참회록을 쓴다는 자세로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하였습니다만, 민주당 의원님들에게 거슬리게 들리신다면, 지난 정부 때 집권당이었고 지금도 원내 제1당이므로 민주당에 대한 충언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정치인들의 법률 위반과 사법 처리 제가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국회 불신의 이유는 정치인들이 부정부패를 비롯해 중대한 범죄 혐의를 받는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참여연대의 집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14일 현재 21대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가 수사와 재판을 받았거나 지금도 받고 있는 건수는 무려 88건에 이릅니다. 이들은 LH 사태 이후 드러난 부동산 불법 의혹, 21대 총선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각종 부정부패 의혹 등에 관련된 의원들입니다. 정당별 분포를 보면 국회 양대 정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엇비슷합니다. 이들 중 이미 무죄 판결이 난 경우도 있고, 또 사안이 경미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최대한의 윤리와 양심을 요구받는 국회의원들이 일반인보다 법률 위반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특히 소속 정당이 어디인지를 떠나서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러 가지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국회 전체 위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2) 무례하고 거친 언어 정치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은 정치인들의 무례한 막말에서 연유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 의원들의 막말은 차마 이 자리에서 입에 올리기에도 민망할 지경입니다. 상대 당이나 의원을 향해 ‘무식한 놈’이니, ‘사이코패스’니, ‘오물 쓰레기’니 하는 말들을 함부로 내뱉습니다. 질문 시에도 비아냥거리기나 인격모독성 발언이 비일비재합니다. 각종 회의에서의 지도부 발언이나 대변인들의 성명에서 원색적이거나 인신모독 명예훼손이 없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영국 의회에서는 상대 의원에 대해 ‘거짓말쟁이’, ‘위선자’라는 단어는 금지되어 있고 발언 수위에 따라 처벌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원에서는 부적절한 언어 사용 행위에 대한 비난 결의안까지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3) 가짜뉴스 요즘은 모바일 환경과 소셜미디어로 인해 가짜뉴스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갑니다. 이러다 보니 모바일과 인터넷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대표적인 공간이 되었습니다. 우리 국회도 가짜뉴스를 양산합니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등장하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 ‘페르난데스 주한 EU 대사 발언 왜곡’이 대표적입니다. 진실 확인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성급히 가짜뉴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4) 국회 윤리위의 기능 상실 우리 국회에는 윤리특별위원회가 있지만, 윤리위가 국회 윤리를 세우는 최고 기구의 기능을 잃고 그 자체 정쟁의 도구가 된 지 오래입니다. 18대 국회 이래 15년 동안 총 177건의 징계요구안이 윤리위에 제출되었지만, 본회의 의결까지 이루어진 것은 단 두 건에 불과하고 그것도 윤리위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된 징계안은 단 1건 밖에 없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지금까지 33건의 징계안이 제출되었는데, 후반기에는 윤리위 구성에만 넉 달이나 걸렸으며,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단 1건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중 29건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상대 진영에 대한 모욕적 발언,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윤리위는 전혀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 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윤리위의 정상화가 시급합니다. (5) 정치의 사법화 정쟁이 격화하면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의 시비를 정치권이 가리지 못하고 무작정 제소해놓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정치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고소·고발만 남발하고 있습니다. 제20대 대선 선거사범 2,001명 중 고소·고발로 인한 인원은 1,313명(65%)으로 19대 대선에 비해 3배 이상 늘었습니다. 현재 각 정당 간의 고소·고발 미제사건은 100건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정당들이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것은 국회의 권위와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의 종언을 뜻합니다. (6) 게으름 우리 국회는 양적으로만 보면 일을 아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제20대 국회는 1년 평균 약 6,000건을 발의해 약 800건을 가결했습니다. 이는 큰 나라인 미국도 5,000건을 발의해 460건을 가결하는 것에 비한다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회가 생산한 법률의 품질을 보면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수 없습니다. 선언적 규정 삽입이나 단순한 자구 수정에 그치는 법안도 많습니다. 불필요한 발의가 많아 임기만료 폐기되는 법안도 너무 많습니다. 제20대 국회에서는 62.2%가 임기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 국회가 헛심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입법 성과만 앞세우다 보니 부실한 법안도 많이 나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는 법안도 많습니다. 2023년 1월 11일 기준으로 위헌 22건, 헌법불합치 19건이 우리 국회에서 개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국회는 대체 입법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이것은 국회의 명백한 직무 유기입니다.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정이 나면 대체 입법을 서두르는 것이 누구보다 헌법을 존중해야 하는 국회의 의무일 것입니다. (7) 내로남불 국회 불신의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이른바 내로남불입니다. 우리 정당들은 언행이 불일치할 때가 많고, 이전과 이후가 다르고 여당일 때와 야당 때가 말이 다릅니다. 이 점은 특히 민주당에게 두드러집니다. 강준만 전 교수는 “민주당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 민주당 정권 5년 전체가 내로남불의 역사였습니다. 항목별로 보겠습니다. 우선, 인사 내로남불입니다. 민주당은 병역 면탈, 탈세,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연구 부정행위 등등의 이유로 이명박 정부 17건, 박근혜 정부 10건에 대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 출범 초인 2017년 5월에 ‘5대 인사 배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지키겠다고 하더니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고위 공직 후보자 다수가 5대 비리 관련 의혹이 있었음에도 대부분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2019년 11월에는 5대 기준에 성범죄와 음주운전을 더해 ‘7대 공직 배제 기준’을 내놓았는데, 여러 가지 예외 조건을 달아 실상은 더 완화된 기준이었지만 여기에 걸리지 않는 후보자가 드물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이상 인사가 무려 34명으로 역대 최다였습니다. 그러던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국민을 받들 능력과 자질 없는 결격자를 단호히 레드카드로 퇴장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다음은 재정 내로남불입니다. 2015년 9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2016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국가채무 비율이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GDP 대비 40%를 깨고 있다며 재정건전성 회복 없는 예산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집권 후에는 40% 기준의 근거가 뭐냐며 전례 없는 포퓰리즘 확대재정정책을 임기 내내 지속해 결국 국가부채 1,000조 시대를 초래했고 2021년 말 국가채무 비율은 거의 46.9%에 달했습니다. 다음은 입법 내로남불입니다. 테러방지법은 2016년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무려 38명이 9일간 필리버스터까지 하였지만 집권 후 다수당이 되고도 개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여당이 된 2020년 9월에는 감염병 검사와 치료를 거부하는 행위를 테러로 간주하는 무시무시한 내용의 개정안까지도 냈습니다. 반대로 여당일 때는 관심조차 없다가 야당이 되자 입법을 서두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송법,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다음은 적폐 청산 내로남불입니다 민주당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각 부처에 적폐 청산 기구를 만들고 정부와 공공기관의 전 정부 인사들을 쫓아내고 감옥에 보냈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뻔뻔스럽게 민주당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검찰이 이 일로 문 정부의 몇몇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을 기소하자, 이번에는 민주당이 정치보복이라며 발끈하면서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문제마저 기소로 앙갚음했다”며 바로 말을 바꾸었습니다. 참으로 편리한 기억력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내로남불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에 죄를 지으면 대통령도 구속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에 수갑을 채워서 구치소로 보내자고 했습니다. 그랬던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온갖 의혹에 대한 정당한 수사를 정치탄압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했던 민주당, 특히 이재명 대표가 이를 지킬지도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민주주의 타령 내로남불입니다. 민주당은 오랜 기간 야당을 하면서 민주화 투쟁을 통해 민주화를 이루어낸 공이 지대한 정당입니다. 당 이름에서 민주가 떠난 적이 없고 이것을 자산으로 실로 많은 것을 누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민주는 민주당의 핵심 가치이자 자산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이 민주라는 말을 떳떳하게 쓸 수 있습니까? 민주당 정권은 촛불민주주의와 공정을 표방하며 집권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도, 공정과도 거리가 멀었습니다. 촛불민주주의의 허구성은 민주당 정권 출범 전부터 드러났습니다. 김경수 전 의원과 드루킹 일당의 대규모 여론 조작이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도왔습니다. 민주당 정권은 울산시장 선거에도 직접 개입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 8개 조직이 나서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을 억지 수사하고 송철호 후보의 당내 경쟁자를 매수하는 한편 송철호 후보에게 선거 공약까지 만들어 주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꽃을 이렇게 짓밟고도 어떻게 민주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습니까. 저는 어제 존경하는 박홍근 원내대표님의 연설 중에서 경청해야 할 부분도 많았지만, ‘국민이 일군 민주주의의 붕괴’라는 말씀을 듣고는 이렇게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데 깜짝 놀랐습니다.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은 독립적 사법부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사법부는 독립성을 잃고 행정부의 시녀가 되고 정치판이 되었습니다. 법치주의는 광범위하게 훼손되었습니다. 한때 참여연대와 민변의 회원이었던 권경애 변호사는 민주당 정권 시기를 ‘무법의 시간’이라 불렀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사법부를 이끌 사법행정 경륜이나 법원의 독립성, 중립성에 대한 신념도 부족한 사람입니다. 재판은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다고 보여져야 합니다.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로 사법부의 파벌을 조성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능력과 관계없이 요직에 발탁하였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례적으로 대법관 경력 없이 대법원장이 된 사람으로, 여러 차례 거짓말과 부적절한 행동으로 사법부의 명예를 훼손했고, 법원장 추천제, 판사 승진제 폐지로 법원을 망가뜨려 놓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김미리 판사와 함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에 대한 재판을 지연시켜 정의의 실현을 늦추었습니다. 조국 사태는 민주당 정권의 모든 국정 철학이 허위와 기만임을 남김없이 드러내었습니다. 조국 일가의 범죄는 모든 국민에게 깊은 분노와 좌절감을 안겼습니다. 조국 일가를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친문세력의 행태는 더욱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정권에 대한 현재와 장래의 검찰 수사를 막으려고 검찰 자체를 파괴하려 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후임이었던 추미애, 박범계 장관이 그 역할을 떠맡았습니다. 대한민국 75년 역사상 전례가 단 한 번밖에 없었던 수사지휘권 행사를 네 차례나 남발하며 검찰을 난도질했습니다. 특히 박범계 장관은 “저는 법무부장관이기에 앞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말해 나라의 장관이기보다 친문세력의 첨병임을 자인했습니다. 헌법상 국회의원이 국무위원 국무총리를 겸할 수는 있지만 선거기간에는 중립적 선거관리를 위해 국무총리와 법무부장관, 행안부장관은 중립적인 인사로 교체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민주화 이래 역대 선거기간에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으로 있으면서 여당 국회의원직을 보유하고 있던 사례를 보면 민주당 정부가 6명으로 압도적 1위입니다. 더욱이 총리, 법무부, 행안부 장관을 현직 민주당 의원이거나 당적이 있는 사람들로 채우는 전무후무한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고도 어떻게 공정을 입에 올릴 수 있습니까. 민주당은 언제나 인권 정당임을 주장해 왔습니다만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권 원칙을 언제든지 버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권은 그저 입에 발린 수사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의 정상 출범을 막고 있는 것도 인권정당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2016년 9월에 북한인권법이 시행되고 그에 따라 북한인권재단이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도 이사회가 구성되지 않아 온전한 출범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민주당 몫 이사의 추천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당과 통일부가 아무리 요청해도 민주당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UN 북한인권결의안에 4번이나 불참하는 등 민주당의 인권은 북한 앞에만 가면 멈춥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중심은 의회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제20대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한 이래 우리 의회민주주의는 급격히 붕괴되고 있습니다. 2012년에 여야 합의로 소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하면서 우리 국회는 의사결정의 원리로서 단순 다수결이 아니라 합의를 우선하는 시대로 옮겨갔습니다. 합의제를 떠받치는 핵심적인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제한, 여야 동수로 이루어지고 2/3 찬성으로 결정하는 안건조정위원회, 그리고 무제한토론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하자마자 합의제의 핵심 요소들 대부분을 무력화하며 의회민주주의를 형해화하고 있습니다. 우선, 위장 탈당이나 다른 정당과 무소속 의원 동원을 통한 안건조정위원회의 무력화는 민주당의 전매특허가 되었습니다. 특히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해 양향자 의원을 내치고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킨 후 법사위로 보낸 사건은 권모술수밖에 남지 않은 민주당의 민낯을 남김없이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꼼수는 이것 말고도 대여섯 차례나 더 있습니다. 이러고도 어떻게 선진화법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습니까. 무제한토론은 원내 소수당이 다수당의 일방독주에 저항하는 마지막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힘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법과 공수처법에 이어 민주당의 검수완박법 강행 처리에 맞서 무제한토론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법 조항을 악용해 회기를 잘게 쪼개는 전대미문의 살라미 전법을 써서 우리의 마지막 호소 수단마저 무력화했습니다. 민주주의는 자제와 관용으로 유지됩니다. 민주당은 자제와 관용은커녕 왜곡과 견강부회로 법치주의를 형해화하는 폭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믿을 信’ 자 한 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한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 국회가 ‘신’을 회복하는 것이 곧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3. 두려움의 실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동료 의원 여러분.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큰 문제가 생기면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위기 뒤에서 훨씬 더 근본적인 성격의 대위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보 위기, 기후 위기, 인구 위기 등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위기들은 일시적 위기와 달리 대한민국의 생존과 지속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근원적인 위기입니다. 저는 이러한 위기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두려움이 몰려오고 나라의 앞날이 너무 걱정이 됩니다. (1) 안보 위기 북핵 위기가 시작된 지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30년간 북한은 핵 개발 의지를 꺾은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계속 핵 개발 능력을 키운 결과 지금은 사실상 핵보유 국가가 되었습니다. 반면 우리는 여야를 초월한 하나의 일관된 국가 전략 없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 정권교체가 일어날 때마다 전략적 기조 자체를 바꾸었고 국론이 분열되었습니다. 중국의 굴기와 러시아의 팽창주의는 이미 북핵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의 외교안보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핵정책의 실패에 관해서 제대로 복기하고 성찰해 본 적 있습니까? 우리는 이 새로운 안보 도전을 얼마나 절박하게 느끼고 얼마나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역사적으로 우리는 많은 외침을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경술국치는 우리의 가장 참담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국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국가 지도자들이 변화하는 세계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해 적절한 국가 전략을 세우지 못했고 심지어 외적 앞에서 분열했다는 것입니다. 임진왜란 때는 일본이 전국시대 이후 국력과 군사력을 급속히 키웠음에도 율곡 선생의 10만 양병설을 무시한 채 당파싸움에 몰두하는 바람에 7년 동안 왜적에게 국토가 유린되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이로 인해 조선 백성 약 1,100만 명 중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는 참화를 겪었습니다. 병자호란 때는 조정이 명나라와 청나라의 교체라는 대변혁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결국 명나라에 대한 성리학적 사대 외교를 고수하는 바람에 인조 임금이 삼전도에서 삼배구고두를 올리는 치욕을 맞았습니다. 이때 무려 수십만의 백성이 청나라로 끌려갔고 환향녀라는 비극도 이때 생긴 것입니다. 19세기 말에서 1910년 경술국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가 지도자들은 삼정문란 등 무너지는 내정을 개혁하지 못한 채 서세동점이라는 문명사적 차원의 대변화를 읽지 못하고, 외세 앞에서 혹은 쇄국파와 개화파로, 혹은 친중파, 친러파, 친일파로 분열한 결과 결국 망국을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라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거대한 역사적 사변, 그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그 중대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거나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냄비 속 개구리가 되어 삶겨 죽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싸움질하느라 세상이 바뀌는 것을 몰랐고 무책임했습니다. 이 점이 저는 두렵습니다. 지금의 우리가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 ‘설마 그렇게 되겠는가’, ‘나 아니라도 누군가는 챙기고 있겠지’ 이러고 있지는 않습니까. (2) 기후 위기 기후 위기와 이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2050’도 산업의 전환을 넘어 문명의 전환을 요구하는 거대한 도전입니다. 탄소중립 2050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계는 탄소배출을 매년 7% 남짓 줄여 나가야 합니다. 2020년에는 탄소배출량이 전년도에 비해 7% 줄었는데, 그것은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활동을 중단할 때였습니다. 탄소중립 2050을 위해 이런 상황을 향후 30년간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는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것입니다. 우리 철강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올해 10월부터 시범 운영될 EU의 탄소국경세에 대비하지 못하면 쇠퇴의 길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EU에서 2035년부터 시행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는 우리 자동차산업에 심대한 충격을 가할 것입니다. 모두가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을 실제로 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실행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보이지 않고 이 문제의 절박성을 정부나 국민이 실감하지 않고 있는 것이 위기입니다. (3) 인구 위기 저출산 문제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이고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사안입니다. 저출산 예산은 2006년에 처음으로 편성되어 2020년까지 총 380조2,000억 원이 투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에서 2022년 3분기 0.79로 낮아져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저출산은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과 결합하며 농촌 소멸이라는 또 다른 치명적 결과도 낳고 있습니다. 농가는 2012년 전체 가구의 6.4%에서 2021년 4.4%로 줄었고 농가 인구는 같은 기간 5.8%에서 4.3%로 줄었습니다. 소멸 고위험 농촌지역이 2020년에 22개 군이던 것이 2022년 3월 현재 44개 군으로 2배 늘어났습니다. 이러다가는 농업 자체가 사라지고 미래농업이니 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지경입니다. 저출산은 소리 없이 나라를 죽이는 암입니다. 지금 당장 저출산 추세가 멈춘다 해도 그동안의 진행만으로도 나라에 큰 상흔이 남을 것입니다.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온 국가가 필요합니다. 국회도 절박한 마음으로 이 문제에 달려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17년간 우리가 한 노력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의 방식대로 돈을 더 투입할 것이 아니고 다른 특단의 대책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4) 사회적 지속가능 위기 연금·노동·교육도 반드시 개혁되어야 합니다. 개혁의 필요성을 구구절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개혁에는 기득권 포기와 희생이 따릅니다. 따라서 저항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 문제들이 조기에 개혁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퇴보할 것입니다. 4. 마무리하는 말 그런데 우리는 이 중대한 문제들을 절박하게 여기고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우리 대한민국 국회는 이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제때 제대로 의사결정을 하고 대처할 능력이 있기는 있는 것입니까.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다수는 오래된 문제들이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제대로 결정을 못했고 앞으로도 못할 것 같다, 이것이 제 두려움의 실체입니다. 흔히 대통령 중심제와 양당 구도를 가진 한국 정치는 상대 당이 무너지면 집권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상대 당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정치환경이라고 합니다. 정작 그것이 문제이고 이대로라면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다면 이번 기회에 반드시 고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권력 구도, 정당 구도 하에서도 우리가 국가적 도전과 그 긴박성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있는 우리도 언젠가는 정치를 그만두게 됩니다. 정치를 그만둔 다음에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 국회는 늘 국가적 과제에 대해 적기에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정치는 유한하고 인생도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50년쯤 지난 다음에 다시 한번 태어나서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행복하고, 보람 있고, 값지게 잘 사나 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50년 쯤 뒤에 우리가 무능하고 무책임한 조상으로 기록될까 두렵지 않습니까. 우리 시대가 대한민국의 국운 재도약을 이끈 시대라고 후세에게서 칭송받는 정치 한 번 해볼 수 없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은 국민의 피땀과 역대 정부의 노력으로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제 글로벌 중추 국가로 더 높이 비상할 때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위기와 도전을 극복한다면 대한민국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 중추 국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나라의 미래가 우리 국회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우리 국회는 진영정치와 팬덤정치의 위협에 맞서 합의 정치의 기반을 확대하고 국민통합의 중심이라는 원래의 위치를 회복해야 합니다. 협상과 타협의 정신을 복원하고 사실과 합리성에 기초한 토론을 통해 법안을 처리하는 정치적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국회는 생각과 가치의 용광로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 생각과 가치가 충돌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서로 녹아들어 더 높은 차원의 일반의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우리는 K-Pop, K-Sports, K-Culture, K-Food 등 많은 영역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만 왜 4류에 머물러야 합니까. 우리가 지금부터 티핑포인트를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정치인들은 중요하거나 의미 있는 일을 앞두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애국선열, 호국 영령들이 계신 국립현충원을 참배합니다. 그분들의 애국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국가 지도자들의 잘못으로 뭇 생명이 쓰러지는 것을 보며 느끼셨을 그 통분함과 절박함도 기억해야만 합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의원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국가적 과제들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까?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오랜 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3-02-14 10:20:23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4선 나경원 의원이 11일 선출되면서 국내 보수정당 역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에 올랐다. 동시에 나 의원과 함께 조를 이뤄 정책위의장으로 출마한 재선의 정용기 의원도 함께 원내지도부에 입성, 1년간 한국당의 정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나 의원은 총 103표 중 68표를 받아 35표를 받은 김학용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친박·중립지대와 연대에 나섰던 나 의원이 비박 복당파의 지지를 받던 김학용 의원을 누르면서, 당내 친박계의 목소리가 당분간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羅, 통합 강조·현안은 신중 당선 직후 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통합을 강조했으나, 당직 배분이나 향후 당권경쟁 구도에서 범친박계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나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의 의미는 (의원들이) 통합과 변화를 선택했다고 본다"며 "우리 당이 더이상 계파 때문에 갇혀서 과거에 갇히지 않는 미래를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선거표수 결과가 보여주는 것처럼 통합의 단초를 보여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에 남아있는 일부 보수성향의 의원들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보수통합과 관련해선 우리 당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며 "당대당 통합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방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원하는 분들이 먼저 할 수 있다"고 말해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물론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까지 모두 아우르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당내 통합부터 시작돼야 보수통합이 시작된다"며 "저희가 새로운 보수통합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일단 유치원 3법과 선거제 개편에 대해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나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제를 비롯해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선 당내 어떠한 의견도 수렴하지 않았다"며 "유치원 3법도 교육위에서 치열하게 논의중"이라고 답했다. ■복당파 견제 뚜렷..친박 勢 커지나 나 원내대표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김학용 의원을 꺾은 것을 놓고 당내 역학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친박 vs. 비박' 구도가 '잔류파 vs. 복당파' 구도로 확전되면서 복당파인 김성태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전임 원내 지도부에 대한 견제가 가시화된 것이란 분석이다. 김무성계로 겹치는 김성태, 김학용 라인이 이어질 경우, 총선을 앞두고 범친박은 물론 중립지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결국은 복당파와 잔류파 프레임으로 가면서 승부가 갈렸다"며 "나 의원이 친박들로부터 빚을 졌으니 친박들의 기세도 잠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립이면서도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용기 의원의 정책위의장 합류만 해도 친박 중진들의 지원으로 가능했기에 잠시 소강기 였던 친박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서게 돼 기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영향력도 다소 흔들릴 여지가 생겼다. 영남권 물갈이 등을 비롯한 당무감사에 나섰던 김병준 체제 아래에 복당파 김용태 사무총장이 있다는 점에서 친박 등 중립지대 의원들의 반격이 예고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그동안 복당파 지도부에 대해 눌러져있던 반발 심리가 이번 원대대표 경선에서 터진 것"이라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남 지역 의원들이 대거 나 의원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규태 기자
2018-12-11 19:05:29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4선 나경원 의원이 11일 선출되면서 국내 보수정당 역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에 올랐다. 동시에 나 의원과 함께 조를 이뤄 정책위의장으로 출마한 재선의 정용기 의원도 함께 원내지도부에 입성, 1년간 한국당의 정책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나 의원은 총 103표 중 68표를 받아 35표를 받은 김학용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친박·중립지대와 연대에 나섰던 나 의원이 비박 복당파의 지지를 받던 김학용 의원을 누르면서 당내 친박계의 목소리가 당분간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羅, 통합 강조·현안은 신중 당선 직후 나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통합을 강조했으나 당직 배분이나 향후 당권경쟁 구도에서 범친박계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나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의 의미는 (의원들이) 통합과 변화를 선택했다고 본다"며 "우리 당이 더 이상 계파 때문에 갇혀서 과거에 갇히지 않는 미래를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선거표수 결과가 보여주는 것처럼 통합의 단초를 보여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에 남아있는 일부 보수성향 의원들과 통합 가능성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보수통합과 관련해선 우리 당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며 "당대당 통합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분들이 먼저 할 수 있다"고 말해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물론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까지 모두 아우르는 통합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당내 통합부터 시작돼야 보수통합이 시작된다"며 "저희가 새로운 보수통합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일단 유치원 3법과 선거제 개편에 대해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나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제를 비롯해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선 당내 어떠한 의견도 수렴하지 않았다"며 "유치원 3법도 교육위에서 치열하게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복당파 견제 뚜렷…친박 勢 커지나 나 원내대표가 압도적 표 차이로 김학용 의원을 꺾은 것을 놓고 당내 역학구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친박 vs. 비박' 구도가 '잔류파 vs. 복당파' 구도로 확전되면서 복당파인 김성태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전임 원내 지도부에 대한 견제가 가시화된 것이란 분석이다. 김무성계로 겹치는 김성태, 김학용 라인이 이어질 경우 총선을 앞두고 범친박은 물론 중립지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결국은 복당파와 잔류파 프레임으로 가면서 승부가 갈렸다"며 "나 의원이 친박들로부터 빚을 졌으니 친박들의 기세도 잠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립이면서도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용기 의원의 정책위의장 합류만 해도 친박 중진들의 지원으로 가능했기에 잠시 소강기였던 친박계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서게 돼 기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영향력도 다소 흔들릴 여지가 생겼다. 영남권 물갈이 등을 비롯한 당무감사에 나섰던 김병준 체제 아래에 복당파 김용태 사무총장이 있다는 점에서 친박 등 중립지대 의원들의 반격이 예고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그동안 복당파 지도부에 대해 눌러져 있던 반발심리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터진 것"이라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남지역 의원들이 대거 나 의원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김학재 기자
2018-12-11 17:54:01야권발 정계개편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면서 여권 내에서 국민의당 탈당파 의원들에 대한 언급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당에 대해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협치 노력을 주문한데 이어 여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언급이 이어지는 것이다. 추미애 대표는 1월 30일 당내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당 탈당 의원들을 받아들이는 문제는) 당 대표인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니고, 민주당을 사랑하는 당원들에 물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당 의원들의 합류가)'우리 정당의 정체성에 반한다, 물을 흐릴 수 있다, 민주당과 맞지 않는다'고 하면 당원들이 반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추 대표의 언급은 통합 문제 관련 당내 여론을 먼저 묻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당 지도부 중 재통합을 언급한 첫 발언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앞서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김영진 의원도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평화당'(민평당)에 대해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보면 민주당과 공통점이 더 많다"며 "햇볕정책을 존중하고 평화를 중시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중도개혁 이상의 개혁적 정당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의당 의원들과 우리당이 좋은 관계로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건강한 관계설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야권발 정계개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의석수나 원내1.2당의 지위, 국회의 역학관계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민주당은 121석으로 아직까지는 원내 제1당이지만 이같은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최근 박인숙 의원이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한국당(117석)과는 의석수가 불과 4석 차이로 좁혀졌다. 당안팎에선 원내 1당 지위를 지키기 위한 해법으로 신당을 추진중인 국민의당 호남중진 그룹과의 재결합 요구도 나오고 있다. 호남계 의원들이 16∼ 20석 안팎의 의석수가 예상되는 만큼 여권발 통합을 통해 최대 140석 안팎으로 몸집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호남 탈당파와의 통합론이 무르익은 것은 아니다. 당 내부 의견은 여전히 반대 여론이 더 많아 보인다. 친 문재인 진영에선 아직 별다른 입장이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친문 진영의 이같은 태도는 과거 20대 총선에 앞선 분당 갈등 과정에서 쌓인 감정적 앙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남 의원들의 민주당 합류는 당내 비주류 확대로 이어지고 이는 주류 비주류간 갈등 확대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여권의 관계자는 "친문 주류의 입장이 강경해 인위적인 정계개편 가능성은 앞으로도 없어 보인다"며 "지방선거 이후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반면에 우상호. 설훈 등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꾸준히 국민의당과 통합론을 제기했다. 우 의원은 지난해부터 "121석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을 뒷밭침 할 수 없다"며 국민의당과 통합론을 강조하고 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기자
2018-02-01 17: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