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레바논에 27~28일(현지시간) 맹폭격을 가해 현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을 제거한 이스라엘이 조만간 지상병력을 동원해 제한적인 침공을 준비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은 대대적인 보복을 예고했으며, 이스라엘을 지원 중인 미국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네타냐후 정부의 일방적인 군사행동 때문에 난처해졌다. 레바논 국경에 지상군 집결, 제한적 침공 가능성미국 CNN은 28일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지상군이 북부 국경을 넘어 레바논에 진입한 다음 제한적인 군사 작전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스라엘 정부가 아직 지상전 개시 여부는 확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의 피터 레너 대변인은 28일 오전 발표에서 이전부터 지상 작전 가능성에 대비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은 지난 25일 연설에서 "우리는 기동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여러분의 군화가 적의 영토에,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공격을 위한 대규모 전초기지를 갖춰놓은 마을에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국경을 넘는다면 1982년, 2006년에 이어 3번째 레바논 침공이다. 지난해 10월부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및 헤즈볼라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지난 27~28일 베이루트를 포함한 주요 레바논 도시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밤사이 공습으로 최소 33명이 숨지고 195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집중 공습이 시작된 지난 23일부터 집계한 누적 공습 사망자는 1030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27일 폭격에서는 헤즈볼라의 수장인 사예드 하산 나스랄라가 목숨을 잃었다. 보복 암시한 이란...중동 긴장 최고조하마스와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등 중동의 친이란 조직을 모아 '저항의 축'을 형성한 이란은 하마스 수장에 이어 헤즈볼라 수장까지 사망하자 즉각 반응했다. 이란은 지난 7월 하마스의 이스마일 하니예 정치국장이 이란에서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발로 사망하자 보복을 예고했으나,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을 지켜보며 아직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8일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를 겨냥해 "사악한 정권에 맞서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가 이끄는 저항군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헤즈볼라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면서 5일 동안 공개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이란과 정치적으로 거리가 있는 이슬람 국가들도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이라크의 무함마드 시아 알 수다니 총리는 "시온주의자들이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범죄"라면서 3일 동안 나스랄라에 대한 애도 기간을 발표했다.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스라엘 정부는 학살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는 세력 덕분에 갈수록 더 무모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유엔 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네타냐후는 28일 연설에서 "나스랄라는 이란 '악의 축'의 중심, 핵심 엔진이었다"면서 "이스라엘, 미국, 프랑스 등 국민을 대거 살인한 이에게 보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스랄라가 "그는 단순히 이란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이란을 움직이게 만들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는 같은 날 이스라엘군 본부를 방문해 "(이란)아야톨라 정권에 말한다. 누구든 우리를 때리면, 우리는 그들을 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단 이스라엘 옹호했지만 난처해진 美지난해 10월 개전 이후 이스라엘을 지원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 성명을 내고 "나스랄라와 그가 이끈 테러단체 헤즈볼라는 지난 40년간의 공포 통치 기간 수백 명의 미국인을 살해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그의 죽음은 미국인과 이스라엘인, 레바논 민간인 수천명을 포함한 수많은 희생자들을 위한 정의의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및 기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모든 테러 단체에 대한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성명을 내고 "하산 나스랄라는 손에 미국인의 피를 묻힌 테러리스트"라며 이번 공격을 옹호했다. 그러나 대선을 약 1개월 남긴 바이든은 중동 유권자를 의식해 분쟁을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명에서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적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외교적 수단을 통해 현재의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역시 "바이든과 나는 중동의 분쟁이 더 광범위한 지역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레바논 침공 가능성에 대해 "이제는 휴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9-29 13:29:40[파이낸셜뉴스] 과거 미국과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모임이었던 '저항의 축'이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와 올해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해 점차 커지고 있다.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이란을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러시아와 북한까지 포섭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반(反)미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北·러와 손잡는 하마스...동맹 확장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5일(이하 현지시간) 하마스의 고위 간부로 알려진 알리 바라케의 인터뷰를 전하며 러시아와 북한이 하마스와 밀착했다고 전했다. 레바논에 머물고 있는 바라케는 지난 2일 레바논 매체와 인터뷰에서 북한 역시 하마스 동맹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언젠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다며 “그 날이 올 수 있다. 왜냐하면 결국 동맹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미국의 모든 적, 또는 미국이 적대감을 보인 나라들이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라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을 언급하며 하마스의 핵심 지원 국가인 이란에게 미국 본토를 공격할 역량이 없지만, 북한은 그럴 역량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외에도 “오늘날 러시아는 우리와 일간 단위로 접촉한다”며 “중국도 카타르에 사절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하마스 지도부와 만났다. 하마스 대표단이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으며 곧 중국 베이징도 방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5일 미 NBC방송과 화상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충돌하는 현재 상황을 언급했다. 젤렌스키는 "나는 러시아와 이란이 배후에서 하마스를 지원한다고 장담한다"며 "북한 또한 (하마스 지원 세력에)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얼마나 많은 북한 탄약이 나왔는지 봤을 것이다. 이건 확실하게 진실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일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에 단거리 대공 장비를 제공하려 한다며 러시아 정부가 배후라고 의심했다. 현재 헤즈볼라는 하마스를 지원하며 이스라엘 북부에서 무력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17일 발표에서 북한과 하마스 사이에 무기거래 및 훈련, 전술 교리 부문에서 연계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하마스가 사용하는 대전차 무기인 'F-7'에 대해 북한이 'RPG-7' 휴대용 로켓포를 수출할 때 붙이는 명칭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중심으로 동서 반미세력 집결 하마스가 북한의 지원을 받는 과정에는 이란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979년 혁명으로 들어선 이란의 이슬람 정부는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지원하며 중동 정세에 관여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같은 시아파 계열의 시리아 정부군과 예멘 후티 반군 역시 지원했으며 이란을 중심으로 뭉친 중동 세력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는 '저항의 축'을 자처하고 있다. 해당 단어는 과거 2002년 미국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악의 축'을 언급하자 이에 반발한 중동 매체에서 탄생한 용어다. 북한은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이 터지자 이란 편에 서서 무기를 공급했고 이들은 이후 지속적인 미사일 기술 교류로 밀착했다. 북한은 이란을 매개로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접촉하여 무기 및 훈련을 공급했으며 땅굴 기술도 전수했다고 알려졌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발표에서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할 당시 사용한 무기 중 이란과 북한산 무기가 각각 10%였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중동 반미 세력과 밀착하는 배경에도 이란이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5년 시리아 내전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정부군 편으로 참전하여 미국의 지원을 받은 반군을 공격, 이란과 밀착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 침공 이후 같은 반미 진영인 이란에게서 무인기(드론)를 대거 수입하면서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WSJ는 관련 전문가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에게 대공 장비를 주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러시아를 지지해준 이란에 대한 보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모든 중동 국가들이 저항의 축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이자 이란과 원수지간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흐만 빈 모사드 왕자는 4일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정면으로 비난했다. 나스랄라는 전날 연설에서 하마스를 옹호하며 이스라엘과 미국을 위협했다. 사우디 알아랍뉴스에 따르면 모사드는 "저항의 축이 커다란 거짓말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헤즈볼라가 가진 10만개의 미사일과 막대한 무기들은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지지하는 것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저항의 축이라는 세력은 수년간 중동에서 이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이용해 왔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11-06 14:12:21[파이낸셜뉴스]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한 남성이 영국 버밍엄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팔레스타인 국기 색깔의 스프레이를 뿌린 쥐 수십 마리를 풀어놓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이스라엘 맥도날드가 자국 병원과 군인들에게 무료로 햄버거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맥도날드는 반이스라엘 세력의 표적이 되고 있다. 1일(현지시각)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 지역에서 맥도날드에 들이닥친 괴한들이 쥐를 풀고 달아나는 사건이 세 차례나 발생했다. 지난 30일 SNS에는 ‘쥐 버거를 즐겨보세요’ 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날 맥도날드 버밍엄 스타시티 지점에 쥐를 푼 일당은 차 트렁크에서 빨간색, 초록색, 흰색 등 팔레스타인 국기 색으로 물들인 쥐 수십 마리가 담긴 상자를 꺼내 매장으로 들어가 손님들이 주문하고 있는 키오스크 앞에 그대로 쏟아부었다. 지난달 31일에는 버밍엄 페리 바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쥐 테러가 발생했다. 괴한 무리는 매장에 들어와 쥐들을 풀며 ‘팔레스타인 자유’를 외쳤다. 직원과 고객들은 비명을 질렀고, 시위자와 촬영 중인 다른 남성은 부리나케 달아났다. 같은 날 스몰 히스에 있는 맥도날드에도 검은 옷을 입은 한 무리의 괴한들이 비슷한 일을 벌였다. 이들은 ‘자유, 자유 팔레스타인’을 외쳤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던 괴한들 사이에서 한 명이 앞으로 나와 서비스 카운터를 향해 흰색 쥐가 들어 있는 상자를 던진 후 매장을 빠져나갔다. 맥도날드 측은 “쥐를 제거한 후 완전히 소독했다”고 밝혔다. 한편, 중동지역에서는 맥도날드가 곧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돼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또 튀르키예, 레바논, 이집트 내 일부 맥도널드 지점이 공격을 받아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피해를 보았다고 전해졌다. 이에 중동의 여러 맥도날드 지부들은 이스라엘 맥도날드 운영사의 결정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고, 카타르·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맥도날드는 가자지구에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11-02 07:35:10[파이낸셜뉴스] 역사 교양서적 ‘사피엔스’의 저자로 국내에 잘 알려진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이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하마스를 지지하는 서방 좌파 세력을 비난했다. 과거 베냐민 네타냐후의 이스라엘 우파 정권을 비난했던 하라리는 맹목적인 미국과 유럽의 좌파 세력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영국 런던을 방문한 하라리와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에서 역사 교수를 맡고 있는 47세의 하라리는 2011년 거시적인 역사적 통찰을 담은 인문학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출간했다. 그는 후속작 ‘호모 데우스’ 등 다양한 저술활동과 강연으로 유명세를 탔다. 하라리는 과거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개혁 등을 강도 높게 비난했으며 이스라엘 우파 세력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평화 운동가들과 대화한 이후 입을 열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하라리는 이스라엘의 평화 운동가들이 “완전히 황폐화 되었으며 동맹이라고 생각하던 이들에게 버림받고 배신당했다는 기분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반응에 대해 “일부에서 하마스를 비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책임을 이스라엘에 씌우는 상황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동시에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끔찍한 공격을 두고 이스라엘과 연대도 부족했다”고 밝혔다. 맨부커상 수상자인 소설가 데이비드 그로스만을 포함한 이스라엘 좌파 및 평화 운동가 60명은 지난 16일 공개 성명을 내고 하마스를 지지하는 미국과 유럽의 좌파 세력을 비난했다. 해당 성명문에 담긴 서명은 계속 늘어나 현재 약 90명이 이에 동참했으며 하라리 역시 서명을 추가했다. 성명문에는 “우리는 이스라엘 민간인을 겨냥한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미국과 유럽 좌파들의 부적절한 반응을 매우 우려한다”는 내용이 실렸다. 성명문 저자들은 “서방 좌파의 반응은 국제적인 좌파 정치세력의 심란한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등, 자유, 정의, 복지를 옹호하는 좌파 개인들이 이렇게 극단적인 도덕적 무감각과 정치적 무모함을 드러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주장했다. 성명문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복과 점령에 단호히 반대하는 것과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잔혹한 폭력 행위를 명백히 비난하는 것 사이에는 모순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동시에 "일관된 좌파라면 두 입장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하라리는 하마스의 공격 직후 미국 하버드 대학의 학생 단체나 좌파 단체가 이스라엘에 책임을 물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의 사회주의자들이 과거 독재자로 악명을 떨친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서기장을 지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라리는 “정의에 대한 고정된 시야를 추구하면서 매우 잔혹한 정부나 운동에 합류하는 사례는 극단 좌파들에게 처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현실은 복잡하다”며 “같은 사람이 동시에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라리는 국제적인 좌파 그룹의 반응이 중요하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가를 형성하는 '두 국가 해법'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10-25 09:05:04[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병원 폭발로 수백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며 정보 당국에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17일(이하 현지시간) 미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나는 가자의 알 아흘리 아랍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 및 그에 따른 끔찍한 인명 피해에 분노와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뉴스를 듣자마자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했으며 국가안보팀에 정확한 사건 정황에 대한 정보를 모으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분쟁 기간 민간인 생명 보호를 명확히 옹호한다"며 "우리는 부상자, 의료진, 그리고 이 비극으로 죽거나 다친 무고한 사람들을 애도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명 당일 참모들과 함께 이스라엘을 향해 출발했다. 앞서 BBC 등 외신들은 가자지구 보건 당국을 인용해 17일 오후 가자지구의 알아흘리 병원에서 대규모 폭발로 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건 이후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비롯해 아랍 지역에서는 한 목소리로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난했다. 지난 7일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 이후 가자지구를 공습중인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방위군(IDF)는 17일 성명에서 "군 작전시스템 분석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테러리스트들이 로켓을 발사했고, 폭발 당시 알 아흘리 병원을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취득한 정보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가 가자 병원을 공습한 실패한 로켓 발사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PIJ는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중 하나로 가자지구를 지배하는 하마스보다 더욱 강경한 세력으로 알려져 있으며 올해 초부터 이스라엘을 향한 로켓 공격을 반복했다. 같은날 네타냐후 역시 성명에서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 가자 지구 병원을 공격한 것은 야만스러운 테러리스트들이지 IDF가 아니다"며 "그들은 우리 아이들을 잔인하게 살해했고, 자신들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살해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네타냐후와 만난 뒤 요르단 암만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는 압둘라 2세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압바스 수반과 만나 이번 가자지구 충돌에 대한 중동 쪽 입장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요르단과 PA 모두 17일 병원 사태 이후 바이든과 만남을 취소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3-10-18 09:08:26[파이낸셜뉴스] 국제유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충돌로 9일 아시아 시장에서 배럴당 4달러 이상 급등했다. 이날 오전 북해산 브렌트유는 장중 4.18달러(4.94%) 오른 배럴당 88.76달러,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24달러(5.11%) 오른 87.02달러에 거래됐다. 지난주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던 유가는 이번 중동 사태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주 브렌트유와 WTI는 미국을 비롯한 높은 금리 지속 가능성과 이로인한 불투명한 글로벌 수요로 각각 11%, 8% 급락하기도 했다. ANZ은행은 고객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이번 충돌이 “커지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올릴 것이며 앞으로 큰 변동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충돌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수립 중재에 나선 미국 정부의 노력에 차질이 예상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교 수립 조건으로 미국과의 안보 조약을 요구했으며 이에 상응해 산유량을 늘릴 수 있다고 시사까지 한 상태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 생산량은 없다. 이스라엘은 하루 원유 30만배럴을 정제할 수 있는 시설 두곳을 거느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곳의 위치가 주요 산유국들과 글로벌 소비자들을 위한 수출 기지와 가까운 점이 유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과 북쪽으로 국경을 접하고 있는 레바논의 친이란계 세력 헤즈볼라까지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공격에 본격 가담할 경우 유가가 더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에 이란의 개입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란은 이번 하마스의 공격을 옹호하고 있다. 호주 커먼웰스은행 애널리스트 비베크 다르는 이란의 개입이 확인될 경우 “이란산 원유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인해 공급 감소나 수송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석유 시장에 주는 타격이 크고 오래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3-10-09 11:06:49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이달 터키에서 발생한 언론인 실종사건을 두고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면 돌파 쪽으로 기울고 있다. 사우디 국영언론은 어떤 국가라도 사우디에 제재하면 보복하겠다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위협했다.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방송 알아라비야의 투르키 알다킬 대표는 14일(현지시간) 자사에 논평을 내고 "미국이 사우디에 제재를 가한다면 경제적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그 여파가 전 세계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동맹 미국에도 보복 위협알다킬 대표는 "사우디 의사결정자들 사이에서 도는 정보들은 더 이상 공식 성명에 쓰이는 점잖은 말투가 아니다"라며 "현재 정부는 사우디에 국제적인 제재가 이뤄질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한 30개 이상의 잠재적인 조치들을 검토중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대응책들은 사우디 경제보다 미국 경제에 훨씬 큰 피해를 안기는 파국적인 시나리오들"이라고 역설하고 "사우디가 일일 750만배럴의 석유 생산 목표를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다킬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가 되면 화가 나겠지만 그 가격이 100달러나 200달러, 혹은 그 2배가 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망명 이후 사우디 왕실과 정부를 비판했던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결혼 서류를 떼기 위해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섰다가 실종됐다. 사우디 정부는 카쇼기가 같은날 오후에 영사관을 떠났다고 주장했지만 터키 정부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그가 영사관 안에서 사우디 암살단에게 살해당했다고 추정했다. 친이스라엘·반이란 정책을 고수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이란의 적수이자 주요 무기 구매자인 사우디를 옹호했지만 국내외 반발이 심해지자 태도를 바꿨다. 그는 13일 방송된 CBS 인터뷰에서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매우 화가 날 것"이라며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것이며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사우디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사우디를 깎아내리는 어떠한 행태라도 더 크게 갚아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알다킬 대표는 14일 논평에다 경제적 보복뿐만 아니라 정치적 보복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도 사우디의 군사적 필요를 채워줄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가 제재에 대항해 사우디 북부 지역인 타북에 러시아 군사기지를 유치한다 해도 누구도 이를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서방도 압박··경제 충격사우디 정부는 미국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면서도 화해의 여지를 남겼다. 알다킬 대표는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논평이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썼고 주미 사우디 대사관은 "해당 논평이 사우디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터키 언론에 따르면 그동안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국정을 맡겼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같은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카쇼기 사건을 함께 조사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가 이미 돌아선 국제 여론을 되돌릴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3국 외무장관들은 같은날 공동성명을 내고 "카쇼기 실종과 관련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신뢰할 만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터키는 3국과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또한 미 공화당 의원들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오는 23일 개막 예정인 국제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의 불참을 요구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이미 불참 의사를 밝혔으며 JP모간, 우버, 포드 등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FII에 가지 않기로 했다. 사우디 경제는 이처럼 서방세력의 압박이 거세지자 크게 출렁였다. 14일 리야드증권거래소(타다울)의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7%까지 떨어졌다가 3.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타다울 지수는 카쇼기가 사라진 지난 2일 이후 9%가까이 내렸다. 북해산 브렌트유 12월물 가격 역시 사우디가 석유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15일 개장 이후 1.22% 상승,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 무렵 배럴당 81.41달러를 기록했다.한편 서방 세계가 사우디를 규탄한 14일, 사우디 주변 이슬람 이웃들인 오만, 바레인, 요르단, 레바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집트, 팔레스타인은 일제히 공식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가 사우디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18-10-15 17:20:01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이달 터키에서 발생한 언론인 실종사건을 두고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면 돌파 쪽으로 기울고 있다. 사우디 국영언론은 어떤 국가라도 사우디에 제재하면 보복하겠다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위협했다.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방송 알아라비야의 투르키 알다킬 대표는 14일(현지시간) 자사에 논평을 내고 "미국이 사우디에 제재를 가한다면 경제적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그 여파가 전 세계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맹 미국에도 보복 위협 알다킬 대표는 "사우디 의사결정자들 사이에서 도는 정보들은 더 이상 공식 성명에 쓰이는 점잖은 말투가 아니다"라며 "현재 정부는 사우디에 국제적인 제재가 이뤄질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한 30개 이상의 잠재적인 조치들을 검토중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대응책들은 사우디 경제보다 미국 경제에 훨씬 큰 피해를 안기는 파국적인 시나리오들"이라고 역설하고 "사우디가 일일 750만배럴의 석유 생산 목표를 지키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다킬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가 되면 화가 나겠지만 그 가격이 100달러나 200달러, 혹은 그 2배가 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망명 이후 사우디 왕실과 정부를 비판했던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결혼 서류를 떼기 위해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섰다가 실종됐다. 사우디 정부는 카쇼기가 같은날 오후에 영사관을 떠났다고 주장했지만 터키 정부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언론들은 그가 영사관 안에서 사우디 암살단에게 살해당했다고 추정했다. 친이스라엘·반이란 정책을 고수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이란의 적수이자 주요 무기 구매자인 사우디를 옹호했지만 국내외 반발이 심해지자 태도를 바꿨다. 그는 13일 방송된 CBS 인터뷰에서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매우 화가 날 것"이라며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것이며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사우디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사우디를 깎아내리는 어떠한 행태라도 더 크게 갚아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알다킬 대표는 14일 논평에다 경제적 보복뿐만 아니라 정치적 보복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도 사우디의 군사적 필요를 채워줄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가 제재에 대항해 사우디 북부 지역인 타북에 러시아 군사기지를 유치한다 해도 누구도 이를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서방도 압박··경제 충격 사우디 정부는 미국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면서도 화해의 여지를 남겼다. 알다킬 대표는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논평이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고 썼고 주미 사우디 대사관은 "해당 논평이 사우디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터키 언론에 따르면 그동안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국정을 맡겼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같은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카쇼기 사건을 함께 조사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가 이미 돌아선 국제 여론을 되돌릴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3국 외무장관들은 같은날 공동성명을 내고 "카쇼기 실종과 관련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신뢰할 만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터키는 3국과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다. 또한 미 공화당 의원들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오는 23일 개막 예정인 국제회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자관의 불참을 요구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이미 불참 의사를 밝혔으며 JP모간, 우버, 포드 등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FII에 가지 않기로 했다. 사우디 경제는 이처럼 서방세력의 압박이 거세지자 크게 출렁였다. 14일 리야드증권거래소(타다울)의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7%까지 떨어졌다가 3.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타다울 지수는 카쇼기가 사라진 지난 2일 이후 9%가까이 내렸다. 북해산 브렌트유 12월물 가격 역시 사우디가 석유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15일 개장 이후 1.22% 상승,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 30분 무렵 배럴당 81.41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서방 세계가 사우디를 규탄한 14일, 사우디 주변 이슬람 이웃들인 오만, 바레인, 요르단, 레바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집트, 팔레스타인은 일제히 정부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가 사우디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18-10-15 14:40:19【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아랍권의 거센 반발과 우방국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면서 글로벌 정세는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 의회, 대법원, 총리 집무실이 예루살렘에 위치해 있음을 감안할 때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하는 것은 "오래 전에 이뤄졌어야 할 일"이라며 자신의 결정을 옹호했다. 트럼프는 또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이스라엘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도록 지시하면서 대사관 이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 대사관 이전을 6개월 보류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가운데 현재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나라는 없다. 아랍, 이슬람 국가들이 즉각 강력 반발했으며 미국의 우방국들마저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동예루살렘을 자신들의 미래 수도로 간주해온 팔레스타인의 마무드 아바스 대통령은 트럼프의 이날 선언은 미국의 중동 평화협상 "철수 선언"이라고 비난했다. 중동 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개 국가 해법' 구상에 차질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다양한 정치·외교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뮐러 특검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트럼프로선 국내 지지기반을 다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은 트럼프의 대통령선거 공약이었다.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역사적 관점에서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주 주지사와 달라스 제일침례교회 담임목사 로버트 제프리스 등 많은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 미국에서 정치, 경제적 영향력이 큰 유대계도 트럼프의 결정을 지지했다. 하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다선의원인 엘리엇 엥겔(뉴욕주)은 트럼프의 결정이 "수십년의 치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과정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극약처방이라는 견해도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이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을 거부했음에도 이 지역의 평화정착은 20년 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똑같은 공식의 반복이 다른 결과 또는 더 나은 결과를 생산해낼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궁극적 해결을 중재하겠다고 공약해온 트럼프가 전임 미국 대통령들과 다른 모습을 보임으로써 팔레스타인을 압박해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는 분석이다. 아랍 국가들의 실제 반발이 현재 우려만큼 거세지는 않을 것으로 계산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 국영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외교부 관리가 예루살렘 수도 인정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모든 무슬림들에 대한 도발적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정치분석가 압둘칼레크 압둘라는 파이낸셜타임스에 "걸프 국가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트럼프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모든 문제 가운데 예루살렘은 우선순위 리스트의 아래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지금 사우디와 UAE 등 중동지역 친미 국가들에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이란의 영향력 억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제럴드 세이브 에디터도 수십년간 지속된 팔레스타인 문제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아랍세계가 표면적으로는 크게 반발하겠지만 과거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도박이 어떤 결과를 도출하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미국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아랍권의 관심과 열정이 되살아날 수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세력이 예루살렘 이슈를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jdsmh@fnnews.com
2017-12-07 17:34:19【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아랍권의 거센 반발과 우방국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면서 글로벌 정세는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 의회, 대법원, 총리 집무실이 예루살렘에 위치해 있음을 감안할 때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하는 것은 "오래 전에 이뤄졌어야 할 일"이라며 자신의 결정을 옹호했다. 트럼프는 또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도록 지시하면서 대사관 이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 대사관 이전을 6개월 보류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가운데 현재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나라는 없다. 아랍, 이슬람 국가들의 즉각 강력 반발했으며, 미국의 우방국들마저 우려를 쏟아냈다. 특히 동예루살렘을 자신들의 미래 수도로 간주해온 팔레스타인의 마무드 아바스 대통령은 트럼프의 이날 선언은 미국의 중동 평화협상 "철수 선언"이라고 비난했다. 중동 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개 국가 해법' 구상에 차질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는 다양한 정치, 외교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먼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 뮐러 특검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트럼프로선 국내 지지 기반을 다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은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다.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 기반인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역사적 관점에서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주 주지사와 달라스 제일침례교회 담임 목사 로버트 제프리스 등 많은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 미국에서 정치, 경제적 영향력이 큰 유대계도 당연히 트럼프의 결정을 지지했다. 하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다선 의원인 엘리엇 엥겔(뉴욕주)은 트럼프의 결정이 "수십년의 치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평화 과정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극약 처방이라는 견해도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이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을 거부했음에도 이 지역의 평화 정착은 20년 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똑같은 공식의 반복이 다른 결과 또는 더 나은 결과를 생산해낼 것으로 가정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궁극적 해결을 중재하겠다고 공약해온 트럼프가 전임 미국 대통령들과 다른 모습을 보임으로써 팔레스타인을 압박해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는 분석이다. 아랍국가들의 실제 반발이 현재 우려 만큼 거세지는 않을 것으로 계산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우디 국영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외교부 관리가 예루살렘 수도 인정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모든 무슬림들에 대한 도발적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정치 분석가 압둘칼레크 압둘라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걸프국가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트럼프를 필요로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모든 문제 가운데 예루살렘은 우선 순위 리스트의 아래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지금 사우디와 UAE 등 중동지역 친미 국가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이란의 영향력 억제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제럴드 세이브 에디터도 수십년간 지속된 팔레스타인 문제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아랍세계가 표면적으로는 크게 반발하겠지만 과거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도박이 어떤 결과를 도출하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미국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아랍권의 관심과 열정이 되살아날 수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예루살렘 이슈를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jdsmh@fnnews.com
2017-12-07 13:3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