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별희’의 연좌제 금지초한지((楚漢志)는 한고조 유방과 초나라 패왕 항우의 기나긴 다툼을 그리고 있는 중국 역사소설입니다. 한고조 유방은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힘으로는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함)의 초패왕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세웁니다. 패왕별희(覇王別姬)는 한고조 유방에게 패한 초패왕 항우와 그의 애첩 우희의 비극적 이별을 그린 중국의 대표적인 경극입니다. 경극(京劇)은 베이징(北京)에서 발전하였다 붙여진 이름으로, 전통적으로 남자들만 연기하여 여자 역할도 보통 남자가 합니다. 영화 ‘패왕별희’(감독 천카이거)는 어렸을 때부터 경극을 함께 해온 시투(장풍의 분)와 두지(장국영 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둘은 자신들의 배역인 항우, 우희와 비슷하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두지와 시투는 경극학교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고 유명한 경극배우가 됩니다. 두지와 시투는 경극학교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으면서 다른 수련생들의 잘못이 있으면 연좌제로 모두 얼차려를 받습니다. 연대책임으로 몰고 가는 연좌제는 흔히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타당할까요? 연좌제란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입니다. 고대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범죄인과 어떤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까지 형사책임을 물었습니다. 우리나라도 근대 형법이 시행되기 전인 조선후기까지 연좌제가 시행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반역죄의 경우, 반역죄를 범한 사람은 물론이고, 반역죄를 범한 사람의 친족, 외척 등의 일정한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반역죄에 관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처벌받았습니다. 친족뿐만 아니라 친구, 같은 학파, 같은 고향이라는 이유로도 처벌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연좌제가 폐지된 것은 1894년 갑오개혁 때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때부터 연좌제가 완전하게 폐지되지는 않았습니다. 범죄자와 일정한 신분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형사책임 이외에 불이익한 처우를 당하는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사상범의 가족이나 친족임이 신원조회에서 밝혀지면 고위공무원으로 임명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해외여행이나 출장 등에서도 제한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대한민국헌법은 제13조 제3항에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연좌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연좌제는 근대형법의 자기책임의 원칙, 형사책임 개별화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연좌제 금지는 친족의 행위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위가 본인과 실질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으면 형사법상의 불이익뿐만 아니라 국가로부터 어떠한 불이익한 처분도 받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극학교의 선생님들이 수련생을 체벌하는 것은 교육의 목적이 있다고 하더러도 정당하지 않습니다. 같은 수련생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잘못도 없는 수련생들까지 연대 책임을 물어서 얼차려나 구타를 하는 것도 위법한 것으로서 헌법상 원칙인 연좌제 금지에 위배됩니다. 요즘, 유명인사라는 이유로 자신이 전혀 관여하지 않은 가족의 잘못에 대해서까지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전혀 관여한 바 없는 유명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2020-05-22 10:52:26[파이낸셜뉴스] 국립극장이 우수 레퍼토리 공연 실황을 온라인 상영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3~4월 공연을 잠정 연기한 국립극장이 3월 25일부터 2주 동안 우수 레퍼토리 공연 실황 전막 영상을 온라인 상영한다고 25일 밝혔다. 국립극장이 공연 실황 전막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립창극단 ‘패왕별희’를 국립극장 공식 유튜브 채널 및 네이버TV를 통해 선보인다. 국립창극단 ‘패왕별희’(연출 우싱궈, 극본·안무 린슈웨이, 작창·음악감독 이자람, 작곡 이자람·손다혜)는 2019년 4월 국립극장 초연 반년 만에 예술의전당에서 다시 공연될 정도로 관객과 평단의 즉각적이고도 뜨거운 호응을 받은 작품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영상은 2019년 11월 9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공연 실황으로 국문·영문 자막이 제공된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비록 온라인이지만 어쩌면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에서 대표작을 선보이게 됐다. 이번 온라인 상영이 코로나19로 무거워진 국민들의 일상에 작은 즐거움과 위안이 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국립극장은 4월 중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 사업을 통해 우수 레퍼토리 공연 실황 전막 영상을 추가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0-03-25 15:54:26중국 경극과 한국 창극의 창조적 결합. 동명의 경극을 '소리의 예술' 창극으로 만든 '패왕별희'는 소리(음악)와 퍼포먼스가 한데 어우러진 새로운 예술로 거듭났다. 고전을 다루되 현대화된 공연 예술로 이 시대 관객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셰익스피어 비극부터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까지 서양의 고전문학을 경극으로 꾸준히 선보여온 대만 경극 배우 출신의 연출가 우싱궈의 저력은 기대 이상. 작창과 음악감독을 겸한 이자람과의 협업도 성공적이다. 막이 열리면 첫눈에도 범상치 않은 무대가 펼쳐진다. 화려하고 섬세한 의상과 음악, 극을 뒷받침하는 영상이 관객의 시선을 휘어잡는다. 경극의 양식화된 동작과 몸짓을 수용한 창극 배우들의 연기와 판소리의 깊은 소리는, 항우의 영웅 서사시와 우희의 숭고한 사랑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우싱궈의 오랜 예술적 동지인 극작가 린슈웨이의 전략도 주효했다. 창극 '패왕별희'는 춘추전국시대 초한 전쟁에서 유방에게 패한 항우의 이야기를 담은 동명 경극의 서사를 따르면서도 중국 역사에 생소한 한국 관객을 위해 두 장면을 추가했다. 항우가 유방을 놓쳐 패전의 원인이 된 '홍문연' 장면과 항우를 배신하고 유방의 편에서 그를 위기에 빠뜨린 한신의 이야기다. 또 맹인 노파 캐릭터를 만들었다. 맹인 노파가 구슬픈 목소리로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조로, 노파는 극 외부에서 극 안의 상황을 논평하고, 비범한 항우의 영웅성을 노래한다. 총 7장 구성으로 각 장마다 형식이 다채로워 극적 재미도 뛰어나다. 1장 '오강의 노래'에서는 맹인 노파, 아이, 검은 새가 등장해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내고, 2장 '홍문연'에서는 패권 싸움에 나선 남자들이 지략을 펼치는 장면이 '판소리 배틀' 하듯 펼쳐지기도 한다. 4장 '십면매복'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투를 상징적 영상과 '응축의 예술' 경극으로 박진감 넘치게 보여준다. 5장 '사면초가' 도입부는 비극적 상황을 해학적으로 풀어내 마당놀이가 언뜻 연상되며 6장 '패왕별희'는 항우와 우희의 사랑을 아름답고도 절도 있는 동작과 몸짓으로 표현해 감정을 고조시킨다. 7장 '오강에서 자결하다'에서는 항우의 영웅 서사시가 왜 불후의 신화로 남게 되는지를 전하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창극뿐만 아니라 경극의 매력도 동시에 전하는 이 작품은, 우리가 익히 알던 사자성어를 오감으로 재발견시킨다. 사면초가가 이렇게 비극적이고 낭만적인 두 남녀의 선택과 관련된 단어인줄 미처 몰랐다. 4월 1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신진아 기자
2019-04-08 16:06:31경극의 대표 레퍼토리 ‘패왕별희’를 창극으로 즐긴다.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이 오는 4월 5일(금)~14일(일) 대만의 경극 배우이자 연출가 우싱궈와 함께 창극 ‘패왕별희’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올린다. 우싱궈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린슈웨이가 극본과 안무를 맡고, 소리꾼 출신 이자람이 작창과 공동작곡, 음악감독을 맡는다. 또 영화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미술상을 수상한 예진텐이 의상디자인을 담당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립극장의 창극 현대화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지난 7일 퇴임한 김성녀 예술감독은 창극을 연극, 오페라 등 이종 장르와 융합하고, 해외 예술가와 협업하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우싱궈는 1986년 대만당대전기극장을 창설, 경극에 서양고전을 접목한 공연을 연출, 제작해왔다. 우싱궈는 12일 '패왕별희' 기자간담회에서 “2년 전 김성녀 예술감독이 나를 찾아와 같이 세계무대로 출발해보자고 했을 때 순간 왜 나를 찾아왔는지 의아하면서도 자신감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모든 나라의 전통문화가 위기를 느끼던 상황에서 더 용감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통은 현대와 융합할 때 더 가치가 있다. 지난 30년간 경극의 현대화에 노력해왔고, 셰익스피어, 그리스 비극, 카프카 등 서양의 고전과 문학을 경극으로 만들어왔다. 경극은 다원화가 가능한 예술인데, 판소리 역시 더 많은 문화를 수용하고 융합할 수 있는 문화형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판소리에 대해 “인류의 아픔과 비극을 노래하기에 적합한 예술”이라며 “소리에 굉장히 힘이 있어 웅장한 서사도 어울리고, 섬세해 로맨스도 표현하기에 좋다고 생각해 ‘패왕별희’를 선택했다”며 “경극과 창극이 어떻게 결합될지 우려가 많은데, 판소리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고, 판소리의 문화적 요소를 유지하면서 경극의 장점을 결합해 판소리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배우들과 한창 연습 중인 그는 “한국 관객이 새로운 시도에 매우 큰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보리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이자람 음악감독도 “경극와 융합된 창극이 더 나아지고 더 넓어졌는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달라진 효과는 있다”고 자신했다. “배우들이 소리만 할 때와 달리 동작을 함으로써 직접 몸으로 그 변화를 겪고 있는데, 이번 공연이 끝나면 오히려 몸짓 없이 소리만 하는 창극이 심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작업을 통해 발견한 경극의 매력도 전했다. “평양식 냉면처럼, 한번 빠져들면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처음에는 경극에서 슬픈데 왜 잉잉 우는 소리처럼 표현하는지, 잘 이해가 안됐다. 인내심을 갖고 봤더니 그 속에 아름다움이 있더라. 상징적인 움직임도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멋이 느껴졌다. 응집의 미학이라고 할까. 나는 판소리를 좋아하나 그걸 잘 모르는 사람이 있듯이, 내가 알게 된 경극의 아름다움과 멋을 어떻게 전할지 계속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다.” 그는 “경극이라는 거대한 문화로 항해를 떠난 기분”이라고도 했다. “우싱궈 연출이 겪은 경극의 역사와 국립창극단 배우들의 창극의 역사가 만나는 작품이다. 그 만남에서 제가 놓치지 않으려는 것은 균형이다.” 국내 팬들에게 ‘패왕별희’는 경극보다는 장국영 주연의 영화 ‘패왕별희’로 더 친숙하다. 하지만 이번 창극 ‘패왕별희’는 영화와 줄거리가 다르며, 동명의 경극이 원작이다. 춘추전국시대 초한전쟁을 배경으로 초패왕 항우와 한황제 유방의 전쟁, 항우와 연인 유희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다. 경극 원작과 차이라면, 항우가 유방을 놓쳐 패전의 원인이 된 ‘홍문연’ 장면과 항우를 배신하고 유방의 편에서 그를 위기에 빠뜨린 한신의 이야기를 추가한 것이다. 창극 대본을 쓴 린슈웨이는 “항우와 우희가 이별하고 자결하는 ‘패왕별희’ 장면이 왜 슬픈지 중국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두 장면을 추가했다”며 “제 목표는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이고, 항우와 우희를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옛말에 ‘실패한 사람은 끝까지 실패한 사람이고, 이긴 자만이 영웅이다’라는 말이 있다. 결과적으로 항우는 실패한 인물이다. 하지만 사마천은 ‘사기’ 제왕 편에 항우를 수록하면서 그를 재평가한다. 우싱궈는 말한다. “항우는 전쟁의 신으로 여겨질 정도로 전쟁에서 져본 적이 없다. 항우는 스스로 자결해 무너졌다. 그는 유방을 죽일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쳤고, 또 후일을 도모할 수도 있었는데 죽음을 선택했다. 승패에 상관없이 그의 태도가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영웅으로 여기게 한다고 생각한다.” 창극 '패왕별희'에서 초나라의 항우 역은 정보권(객원배우), 우희는 김준수, 책사 범증은 허종열이 맡았다. 한나라의 개국 황제가 되는 유방 역은 윤석안, 부인 여치는 이연주, 책사 장량은 유태평양이 맡았다. 새롭게 추가된 주요 인물엔 맹인노파가 있다. 국립창극단 중견 배우 김금미가 맡은 맹인노파는 창극의 도창과 같은 역할로 극의 외부에서 상황을 논평한다. 작품 곳곳에 등장해 항우의 영웅성과 비극적인 결말을 노래로 전할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19-03-13 18:37:29▲ 4월 1일 만우절, 장국영 4월 1일 만우절, 장국영 4월 1일 만우절은 장국영의 사망일이기도 하다. 지난 2003년 4월 1일 홍콩배우 장국영이 사망했다. 올해는 장국영이 사망한지 정확히 12년이 되는 날이다. 장국영은 지난 2003년 4월 1일 오후 6시 40분경 홍콩섬 센트럴에 위치한 원화둥팡 호텔에서 46세의 나이로 투신자살 했다. 장국영은 죽기 전 "한 명의 20대 청년을 알았다. 그와 탕탕사이에서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몰라서 괴롭다. 그래서 자살하려 한다"라고 간단한 유서를 남겼다. 한편 장국영은 '영웅본색', '천녀유혼', '패왕별희', '아비정전' 등의 명작을 남기며 홍콩을 대표하는 배우로 남았다. /fn스타 fnstar@fnnews.com
2015-04-01 14:39:03노홍철과 하하가 영화 패왕별희를 패러디했다. 1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말하는 대로’의 후속편 ‘약속한 대로’ 특집이 전파를 탔다. 이날 중국에서 ‘북경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만들게 된 노홍철 데프콘 정형돈 하하는 둘씩 짝을 이뤄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노홍철과 하하는 영화 ‘패왕별희’ 패러디를 위해 경극분장실로 향하는 열의를 보였다. 각각 패왕과 별이로 분장한 노홍철과 하하는 서로의 변한모습에 기겁하다가 이내 적응한 듯 알 수 없는 말을 중얼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상황극에 힘입어 제작진은 우스운 자막을 써넣으며 센스를 발휘했다. 자막에 따르면 노홍철은 하하에게 “수염 난 여자가 있다니 처음이야”라며 “내가 아는 이발소 있는데 거기로 갈래?”라고 권유했다. 하하는 “아니 내가 아는 데는 사은품도 준단 말이야”라고 거절의사를 표했지만 노홍철은 “네가 말한 곳보다 여기가 훨씬 좋아”라고 설득했다. 너라는 말에 발끈한 시한부 형님 하하는 “이게 까불고 있어”라고 결투를 신청했다. 두려울 게 없다고 생각한 노홍철은 칼을 뽑아들고 “덤벼라”라고 패기를 보였지만 하하의 돌발공격에 수염이 떨어져 당황스러워 했다. 이를 본 분장 담당자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오자 하하는 억울한 듯이 “얘가 먼저 형이라고 안 불러서 그런 거예요”라며 “쟤가 잘못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라고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 하하의 호소에 질세라 노홍철 역시 “아까 공들여 한 분장이 쟤 때문에 이 모양이 됐다”라며 “빨리 쟤 좀 혼내줘라”라고 투정을 부렸다. 결국 노홍철과 하하는 분장 담당자의 손목을 붙잡고 서로를 때리는 행동을 보여 모두를 폭소케 했다. 한편 데프콘과 정형돈은 준비 중인 신곡을 맛보기로 공개해 보는 이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soarhi@starnnews.com강혜인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2-09-15 21:16:10국가수립일을 기념하는 중국 국경절 연휴(1~7일) 동안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본 영화는 한국전쟁을 다룬 천카이거 감독의 '지원군: 존망지전'이었다. 그의 한국전쟁을 다룬 '지원군'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작품으로, 유엔군과 중공군이 강원도 철원에서 12일 동안 벌인 전투를 소재로 했다. 영화를 본 지인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그들은 '패왕별희'의 그 천카이거가 맞냐며 불만들을 쏟아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패왕(항우)과 별희(항우 애인) 역으로 우뚝한 경극 스타로 성장한 두 남자가 겪는 사랑과 질투, 배신과 미움을 슬프지만 화려하게 그려냈던 그 거장이 맞냐는 반문이었다. 한 중국인 지인은 "역사적 수레바퀴 속에 광분하는 권력의 야만성과 어처구니없음, 폭력 속에서 연민의 시선으로 역사와 인간을 성찰한 영화들을 가능하게 했던 그 시대가 그립다"고 말했다. '패왕별희'는 1993년 칸영화제에서 임권택의 '서편제'를 제치고 대상인 황금종려상 등 수많은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휩쓸면서 중국 영화의 가능성과 예술성을 세계에 알렸다. 천카이거보다 두 살 많은 장이머우 감독. 1980~1990년대, 사회성과 예술성 높은 작품들을 만들던 그도 더 이상 사회와 개인의 균열이나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귀주 이야기' '국두' '홍등' 등으로 중국 영화의 황금시대를 선도한 그는 '붉은 수수밭'으로 원작자 모옌을 세계에 알려, 그가 노벨상 수상자가 되는 데도 역할을 했다.그러던 그는 영화 '영웅'으로 '전향'을 알렸다. 최초 통일제국을 이뤄낸 진시황을 통합과 안정의 아이콘으로 미화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인상적인 영상미에도 불구하고 당시 관객들은 냉소적이었다.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총감독을 맡았고, 거대 연출 프로그램을 잇따라 수주했다. 다양한 가치보다 성장 효율과 성장 지상주의에 투항했다. 2000년대를 거치며 중국은 애국주의 열풍 속에서 국가주의와 권위주의 속으로 회귀했다. 집단과 중국 특색이 강조되고 제약이 늘면서 개인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기본설계를 맡았던 아이웨이웨이 같은 예술가들은 고국을 떠나야 했다. 그 속에서도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나갔고 알리바바나 화웨이, 텐센트, 비야디(BYD) 등 대기업들은 더 세게 지구촌을 흔들어대고 있다. 지난 8월 출시된 콘솔게임 '검은신화: 오공'은 전통에 기반해 창의력과 기술력을 결합시킨 중국 특색의 게임이란 찬사 속에 판매기록을 세웠다. '우리식 문화산업'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더 커졌다. 중국인 지인에게 "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들뜨고 설레게 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고 기대하게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중국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재벌과 정치, 적나라한 사회문제와 갈등을 엿볼 수 있고, 개인을 찾을 수 있었다"는 대답이었다. 소재와 표현에 제약이 없고, 성역 없이 뜨거운 이슈를 자유롭게 다룬다는 점이 한류가 힘을 갖는 이유였다. 국가와 집단, 통합과 조화를 앞세우며 중국 특색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많은 중국인들은 한류에서 분출구를 찾으려 했다. 지난주 노벨 문학상 발표에 중국 도서 판매사이트에서도 한강 붐이 불었다. '채식주의자' 등 번역된 작품 6편 모두 1위부터 상위를 차지했다. 과거에 대한 성찰, 부조리에 대한 지적, 금기에 대한 도전…. 우리 문학과 역사는 그 속에서 힘겨운 진전을 거듭해 왔다. 톈안먼 광장에서 그곳만 가린 벌거벗은 채로 톈안먼(권력중심)을 향해 손가락질 해대며 기성 권력을 조롱했던 아이웨이웨이의 예술활동을 중국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민족 부흥을 앞세우며 더 많은 성역을 만들어 내고 있는 중국의 발전 모델은 지금 위태로운 외줄타기 속에 있다. june@fnnews.com
2024-10-15 18:18:38【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국경절(10월 1∼7일)을 맞아 한국전을 다룬 애국주의 영화가 중국 극장가를 점령했다. 4일 중국 영화 정보 플랫폼 덩타 등에 따르면 천카이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지원군:존망의 전투'가 전날 오전 기준 3억6400만위안(약 688억원)을 벌어들여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천 감독은 '패왕별희'로 1993년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거장이다. 지난 9월30일 개봉한 '존망의 전투'는 한국전쟁을 다룬 '지원군'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작품이다. 강원도 철원에서 5만 명에 가까운 유엔 연합군과 중공군 제63군 소속 2만5000명이 12일 동안 벌인 혈전을 다룬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다. 한국전쟁 참전을 정당화하는 등 중국식 애국주의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다. 박스오피스 2위와 3위는 각각 SF 액션 영화 '749국'(매출 2억7000만위안)과 범죄 영화 '호랑이 늑대 토끼'(1억5700만위안)가 올랐다. 중국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비를 강조하고 있지만, 전체 극장가 수입은 작년에 못 미치고 있다. 작년 국경절 때는 연휴 이틀 만에 영화 티켓 총예약 규모가 10억위안을 돌파했지만, 올해는 사흘 만에야 이 금액을 넘어섰다. 올해 국경절 연휴 전체 극장가 총수입은 20억∼27억위안으로 보인다. 이 역시 작년 27억3000만위안에 못 미친다. 국경절 연휴는 춘제(중국의 설)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영화 시즌이다. 지난해 국경절에 맞춰 개봉한 3부작의 첫 번째 작품 '웅병출격'은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르며 기대에 못 미쳤었다. '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2024-10-04 13:09:28“저는 범죄 같은 건 저지른 게 없습니다. 그저 상식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지극히 상식적으로요.” 트랍스는 보통의 인간이 지닌 욕망과 분노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자신만만하고 쾌활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극이 전개될수록 사뭇 진지해지고, 행동에는 초조함과 불안, 고뇌가 드러난다. 연극 ‘트랩’은 하룻밤 놀이처럼 시작된 법정 스릴러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극단의 하반기 세 번째 작품으로 연극 ‘트랩’을 오는 10월 20일까지 S씨어터에서 선보인다. ‘트랩’은 우연히 벌어진 모의재판에서 인간의 숨은 죄를 추적하는 블랙코미디다. 하수민 연출은 지난 27일 개막일에 열린 프레스콜에서 “작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우연한 ‘사고’들을 다루지만 그 속에는 인간에 대한 다양한 관찰과 관점, 삶에 대한 진지한 철학을 담고 있다”며 “특히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도덕과 양심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각 캐릭터에 대해서는 “초른은 독일어로 분노를, 쿰머는 걱정을 뜻한다”며 “이름이 없는 집주인은 위에 계신 분(하느님)이라고 생각하고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트랩’은 스위스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소설 ‘사고(Die Panne)’를 원작으로 한다. 덫, 올가미 등을 뜻하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주인공 트랍스(김명기 분)는 놀이처럼 시작된 기묘한 법정에서 그를 옥죄어오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는 출장길에 자동차 사고로 조용한 시골마을의 한 집에 묵게 된다. 집주인(남명렬 분)은 재판놀이를 하며 삶의 활력을 찾는 퇴직한 판사다. 그는 과거 검사(초른·강신구 분), 변호사(쿰머·김신기 분), 사형집행관(필렛·손성호 분)이었던 친구들을 소개하며 트랍스에게 저녁 만찬과 모의법정 놀이에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흥미로움을 느낀 트랍스는 재판 놀이에 피고로 참여하게 되고,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신문 과정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그의 과거 행적이 드러난다. 집요하게 죄를 밝혀내려는 자와 결백을 주장하는 자의 대립 속에 파티로서의 재판이 끝내 허망한 비극으로 전환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번 작품은 ‘육쌍둥이’, ‘슈미’를 연출하고 ‘새들의 무덤’으로 제45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하수민 연출이 맡았다. 또 트랍스 역을 ‘햄릿’, ‘스카팽’, ‘만선’ 등에서 열연한 김명기가 맡고 묵직한 존재감의 남명렬, 손성호가 서울시극단 단원 강신구, 김신기, 이승우와 호흡을 맞춰 관록의 연기를 펼친다. 연기 고수들이 선보이는 방대한 분량의 대사와 속도감 있는 논쟁은 영화 속 액션 장면을 보는 듯 높은 몰입도를 선사한다. 관객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느낌을 체감을 할 수 있는 무대 디자인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의상은 연극 '천개의 파랑', 뮤지컬 '더 트라이브' 등에서 활약한 EK디자이너가 맡았고, 창극 '패왕별희', 창극 '춘향' 등에 참여한 김종한 분장디자이너가 참여해 미학적 요소를 더했다.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죄를 짓는다"며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설득의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냉혹하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9-30 07:25:57중국의 경극 '패왕별희'부터 셰익스피어 고전 '리어' 그리고 웹툰 '정년이'를 창극으로 선보였던 국립창극단이 이번에는 순수 창작극에 도전한다. 국내 1호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박칼린이 연출·극본·음악감독을 맡고, 명창 안숙선이 작창, 스타 소리꾼 유태평양이 작창보를 맡은 '만신: 페이퍼 샤먼'이다. 박칼린은 지난 5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창극 도전은 처음이라 무섭고 두렵지만 재밌다"며 "엄청나게 재미있는 퍼즐을 풀어가고 있다. 공포 속의 행복함이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고 말했다. ■박칼린, 첫 창극 연출 "공포 속의 행복?" '만신: 페이퍼 샤먼'은 지난해 4월 부임한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유은선이 선보이는 첫 신작이다. 유 감독은 "해외 진출을 목표로 우리 전통적 이야기를 창극에 담아보고자 했고, 한국적인 소재를 현대적으로 풀어낼 연출가로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박칼린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를 둔 박칼린은 미국에서 첼로, 한국에서 국악 작곡을 전공하고 박동진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우는 등 동서양의 음악적 감수성을 두루 갖춰 그만의 강점이 창극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주목된다. 특히 친가와 외가에 다 무속인이 있어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무속 문화를 접했다. 오래 전부터 무속을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해왔고 이번에 창극단의 러브콜을 받고 원래의 아이디어를 창극에 맞게 재구성했다. 박칼린 연출은 "어릴 적 부산에서 살았는데, 동네에 무속인이 많아 자주 굿을 구경했다. 외가를 통해 북유럽 무속 문화도 자연스럽게 접했다"고 말했다. 샤먼은 '예민한 자' 혹은 '치유사'로도 불린다. 그는 "야구에 능하면 야구선수가 되고, 음악에 능하면 음악인이 되는 것처럼 예민한 사람들이 샤먼이 되는 것은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며 "무속을 치유의 영역으로 본다. 굿을 통해 상처받고 고통받은 세계 각지의 모든 생명과 영혼을 달래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인공 이름 '실'은 박칼린의 한국 이름이기도 하다. '만신: 페이퍼 샤먼'은 영험한 힘을 지닌 '실'을 통해 만신의 특별한 삶과 그들의 소명의식을 이야기한다. 1막에서는 남들과 다른 운명을 타고난 소녀가 내림굿을 받아 강신무가 되기까지를 그린다면, 2막은 만신이 된 '실'이 오대륙 샤먼과 함께 길을 떠나고 각 대륙의 비극과 고통을 다양한 형태의 굿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아프리카 흑인 노예부터 서부 개척 시대 미국 원주민, 열대우림 파괴로 사라져간 아마존 원주민 부족 등 수많은 영혼을 보듬고 치유하기 위한 굿이 다양한 형태로 펼쳐진다. ■창극을 중심으로 전세계 토속음악 가미 동서양을 오가는 관계로 이번 신작은 새로운 소리와 음악으로 꾸며진다. 소리·민요·민속악을 근간으로 새롭게 작창한 소리를 중심에 두고, 무가(무속 의식에서 무속인이 구연하는 노래)와 각 대륙의 문화를 포괄하는 다양한 토속음악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극중에서 '실'과 신어머니가 부르는 무가는 이해경 만신에게 받은 원전 텍스트와 무속을 연구하는 이용식 전남대 교수의 연구 자료 등을 기반으로 한다. 삼신(아기를 점지하는 신)에게 비는 굿, 액을 막는 굿, 내림굿, 씻김굿 등 여러 종류의 무가를 무대화해 선보인다. 작창에 첫 도전한 유태평양은 "한국적이면서도 각 나라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음악이 준비돼 있다"며 "샤먼이 나라마다 달라도 사람의 아픔과 민족의 설움을 달랜다는 점에서 목적이 같듯 세계의 전통음악도 뿌리를 찾아가면 비슷한 느낌이 존재하더라. 아프리카 유학시절에도 느꼈는데, 이번에 민족음악 간 유사성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양 문화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어떻게 아우르냐는 물음에 박칼린은 "각 나라 특유의 사운드가 있으나, 이질감이 없다"며 "자연스럽고 편하다. 또 공연 작업 시 대본에 충실하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대본이 요구하는 음악과 무브먼트에 충실했다"고 답했다. 무대에는 약 4m 높이의 대형 나무가 세워지고, 언덕·돌담·개울 등의 자연적 요소로 꾸며진다. 북유럽 숲부터 한국의 작은 마을, 아프리카 해변 등 오대륙의 공간은 영상·조명 등을 통해 표현된다. '페이퍼 샤먼'이라는 작품 제목에 걸맞게 종이를 활용한 무대도 주목된다. 박 연출은 "무속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한지다. 종이는 나무에서 오며, 태우면 사라진다. 또 인류 문화와 역사를 전해온 귀중한 기록 매체이며, 인간의 운명을 뒤바꾸는 생사의 경계는 종이 한 장보다도 더 얇다는 비유도 있다"며 종이의 의미를 짚었다. '실' 역에는 김우정과 박경민이 더블 캐스팅됐다. 맑은 미성을 지닌 김우정은 창극 '춘향'의 춘향 역과 '정년이'의 권부용 역을 맡아 주목 받았다. 지난해 10월 입단한 박경민은 이 작품을 통해 첫 주역으로 데뷔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6-03 19:4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