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올해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당초 2.6~2.7%에서 2.4~2.5%로 0.2%포인트 낮춘 것은 부진의 늪에 빠져버린 한국 경제상황을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올해 상반기 경제 활력 향상을 위해 전방위적 지원을 강화했다고 자화자찬을 하지만 심화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 미중 무역갈등 합의의 불확실성, 반도체 업황 둔화, 투자·수출 위축, 내수부진 등 대내외 부정적 요인들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사실을 직시했다는 의미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득주도성장에서 경제활력으로 경제정책의 궤도를 일부 수정했지만 ‘뒤늦은 결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기업 경영실적은 악화되면서 건설·설비 등 민간부문 투자도 위축됐다. 여기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마저 조정에 들어가며 경기를 흔들었고 소비 역시 승용차, 할인점 등에서 감소세를 이어갔다. 일자리 분야에선 막대한 재정투입으로 단기 일자리를 쏟아내며 일시적인 수치 올리기엔 성공했다. 그러나 제조업·건설업은 수출·투자 부진, 주택건설 위축과 맞물리면서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고 소득 양극화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구조적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 경쟁력은 약회됐고 정부가 연일 강조하는 ‘혁신’은 정부 출범 2년이 지났지만 성과가 보이지 않았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속도를 높이며 경기 여건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이런 한국 경제의 위기를 경고해왔다. KDI와 산업연구원, 피치·골드만삭스·노무라 등 국내외 전문기관들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등을 켰었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발표가 반은 예측이고 반은 원하는 숫자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비해 실제로는 더 낮아질 것"이라며 "최저임금이나 52시간제 등 정책적인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뒤늦은 현실직시...하반기는 경제활력 처방 정부는 이날 하경방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6~2.7%보다 0.2%포인트 낮춘 2.4~2.5%로 관측했다. 2020년은 2.6%로 내다봤다. 2018년과 비교했을 때는 각각 0.3~0.2%, 0.1% 내려간 수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나 최대한의 정책 노력을 통해 성장·고용 하방리스크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취업자 수의 경우 일자리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2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도 같은 수준이다. 고용률(15~64세)은 2018년 66.6%에서 2019년 66.8%, 2020년 67%로 점진적 성장을 예상했다. 소비자물가는 유가하락, 농축수산물 가격 등의 안정세로 연간 0.9% 상승을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6월 현재 0.7%로 6개월 연속 0%상승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경상수지는 반도체 산업이 주춤한 영향을 받아 전년 764억달러에서 159억달러 줄어든 605억달러로 추정했다. 2020년엔 다시 회복해 635억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기업 투자·수출 위축...추가 하락 가능성有 정부의 경제전망이 이처럼 비관적으로 선회된 배경은 지난해 말 대비 달라진 주요 경제여건과 최근 경제상황 진단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상 정부의 공식적인 경제상황 인식이다. 정부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먼저 건설·설비투자가 곤두박질쳤다. 전년동월대비 건설투자는 2018년 1·4분기 1.2%에서 2·4분기 -2.5%, 3·4분기 -8.7%, 4·4분기 -5.7%, 2019년 1·4분기 -7.2% 등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설비투자 역시 같은 기간 10.2%에서 -4.3%, -9.4%, -5.3%를 거쳐 -17.4%까지 내려앉았다. 수출은 작년 하반기부터 반도체가 흔들리며 전체 수출의 위기를 가져왔다. 전년비 2017~2018년 반도체 평균 수출 증가율은 42.7%였다. 그러나 올 1~5월은 -21.9%까지 폭락했다. 정부는 기저효과로 인한 ‘조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라는 새로운 복병이 나타나면서 향후 전망도 밝지 않은 상태다. 고용은 작년 3·4분기 이후 정부의 재정이 집중적으로 투입된 분야다. 이 덕분에 취업자 증가세는 점차 회복됐다. 하지만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은 수출·투자부진, 주택건설 침체의 후폭풍에 직접 노출됐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저소득층 소득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이로 인해 소득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점도 문제다. 최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최하위 20%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 즉 소득 5분위 배율은 갈수록 증가세다. 최근 잠시 떨어진 것도 저소득층 소득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고소득 소득이 줄면서 격차가 좁혀진 것이라는 우울한 분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이나 투자 지표가 매우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경제성장률 수치를 유지하긴 어렵고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결국 정책에 대한 궤도 수정이 실제로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권승현 기자
2019-07-03 00:09:21[파이낸셜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제7차 회의에서 노사가 올해 한국의 경제회복 수준을 근거로 극명한 입장차를 나타냈다. 최임위는 6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내 최임위 대회의실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노사가 낸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의 격차 줄이기에 돌입했다. 노동계 1만800원, 경영계 8720원을 각각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양측의 격차는 2080원에 달하지만, 노사는 팽팽한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지난주 정부의 하반기경제정책방향(하경방) 발표에서 올해 성장률 4.2% 내다보고 있고 취업자 수, 수출은 전년 대비 대폭 상승한다며, 연일 희망섞인 전망을 하고있다"면서 "저임금 노동자는 이런 희망적 전망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상황 좋아지는 것이 최저임금 노동자에겐 저 세상 딴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우리 사회 양극화와 경제 불평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올해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하경방 발표를 보면 당초 예상 보다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 가시화된다고 했다"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G20 국가 중 3위이며, 글로벌 경제규모는 톱 10을 진입했다. 1인당 GDP규모는 사상 최초로 G7 이탈리아를 추월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경제성장률 4.2%, 물가상승률 1.8% 전망한다고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대기업 재벌 중심 다단계 하청 구조로 인해 여전히 저임금 노동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용자 위원인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어제 중기중앙회 비롯 14개 중기단체가 공동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표를 했다"면서 "현장의 수많은 영세, 중기는 아직 경기회복 체감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특히 기업에 따라서는 지난해 부터 6개월씩 은행에 대출 만기를 연장을 해달라는, 그야말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영세, 중기 입장에서는 현 최저임금 수준도 너무 버겁고 감당이 안된다"고 전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도 "노동계가 2022년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800원, 전년 대비 약 24% 인상 금액 제시한 것은 하루하루 삶의 터전에서 목숨을 내놓고 생활하는 소상공인 영세기업에게 절망에 가까운 무리한 요구"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소상공인, 중소, 영세기업에 공통적으로 가장 부담이 큰 것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이다. 경영계는 '동결'을 노동계는 올해보다 23.9% 인상된 1만800원을 주장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법정 시한(6월 말)을 이미 넘긴 상황이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이 8월 5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해야 한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1-07-06 15:45:58[파이낸셜뉴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1일 "소비 회복과 내수 진작을 위한 대한민국 동행세일과 지원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자가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는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은 내달 개시를 추진한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1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 겸 한국판뉴딜 점검회의 겸 제15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청년·여성 등 고용취약층 일자리 대책을 점검하고, 내수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6월 하순 열리는 대한민국 동행세일 준비계획을 확인했다. 이억원 차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주 발표된 GDP 수정치와 5월 고용동향은 우리 경제가 완전한 회복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완전한 회복의 기반이 되는 빠르고 강한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성장률 잠정치가 1.7%로 속보치에 비해 0.1%포인트(p)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작년 성장률은 -1.0%에서 -0.9%로, 2019년에는 2.0%에서 2.2%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 차관은 "작년 큰 폭 상승한 가계 순저축률의 경우 코로나 상황이 진정돼 이연된 소비지출로 연결된다면 회복 속도를 앞당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 회복과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이달 24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대한민국 동행세일을 개최한다. 비대면·온라인 중심으로 열릴 이번 행사에는 2870여개의 대·중소업체가 참여한다. 이 차관은 "철저한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온·오프라인 입점·판촉 지원, 온누리상품권 특별할인판매, 농수산물 할인쿠폰 지급 등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며 "비대면 외식 할인쿠폰, 온라인공연 할인쿠폰 등도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하반기 코리아세일페스타(11월)와 크리스마스마켓(12월)으로 이어지는 소비촉진 이어달리기의 성공적인 첫 주자가 되도록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관광산업에서는 비대면·개인화 수요를 반영해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AI))'를 활용한 스마트관광을 추진 중이다. 이 차관은 "작년 9월부터 인천 월미개항장 일대를 스마트 관광도시로 조성 중이고 올해까지 지역 관광 거점을 4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수요자 맞춤형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기 위해 AI 기반 빅데이터 융합분석 알고리즘 고도화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백신 접종이 속도를 냄에 따라 국제관광의 단계적 재개도 추진한다. 이 차관은 "국내 코로나19 예방접종률과 연계해 방역신뢰 국가와 협의를 거쳐 단체관광에 대해 여행안전권역, 일명 트래블 버블을 7월 중 개시를 목표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차관은 고용 상황도 질적 측면에서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완전한 회복의 완성인 일자리 회복도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 청년층 취업자수가 3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10만명 이상 증가하고 있고 여성 취업자도 두달간 증가폭이 35만명을 웃도는 등 고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디지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중소·중견기업 정보기술(IT) 직무에 청년 4만3000명이 채용됐으며 K-디지털트레이닝 사업에는 청년 1만명이 교육 받을 수 있는 기관 78개가 참여하고 있다. 국민취업제도에도 청년 11만8000명이 참여했다. 5월말 기준 새일 여성인턴은 6400명을 연계했고 경력단절여성 범부처 통합취업지원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아이돌보미 1만 300명 신규 인력 양성도 추진 중이다. 이 차관은 "전반적인 고용시장 회복세와 함께 청년, 여성 등 고용 취약계층의 일자리 상황도 함께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최근 큰 폭 개선에도 청년, 여성 취약계층의 코로나19 피해가 컸던 만큼 여전히 정책적 관심·배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가 경제 격차 확대나 항구적 손실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하경방) 등을 준비 중이다. 이 차관은 "우리 경제가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지표상 경기회복을 서민경제 윗목에서도 체감할 수 있도록 민생안정과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역점을 두겠다"며 "백신공급 등 재난대책, 하반기 내수 활력제고 및 고용대책, 소상공인 등 코로나 위기에 따른 취약·피해계층 지원에 만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2021-06-11 10:58:2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달 말 발표예정인 '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하경방)'에서 경제성장률 조정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홍 부총리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 관련 국책·민간 연구기관장 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경제성장률, 고용, 수출 등 여러 경제지표에 관해 한 번 더 짚어보고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조정하는 내용까지 같이 담아 하반기 하경방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연구기관장의 경제 여건 평가와 정책 제언 등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홍 부총리를 비롯해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김유찬 조세재정연구원 원장, 장지상 산업연구원 원장, 이재영 대외경제연구원 원장, 김동환 금융연구원 부원장, 강현수 국토연구원 원장, 배규식 노동연구원 원장, 조흥식 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 원장, 김영민 LG경제연구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홍 부총리는 하경방과 관련해 "경제활력 제고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정부와 민간이 추진하는 산업 활력 가속화, 사회 안전망 및 포용성 강화하는 정책 등 세 가지에 중점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홍 부총리는 "예상보다 대외 여건이 더 크게 악화되고 있고, 수출은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이맘때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부진을 더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전날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이 성공적으로 끝났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나 포텐셜(잠재력)을 긍정적으로 봐준 것이 큰 위안이고 다행"이라고 부연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해 "국내 경기 관련 투자와 수출이 부진하면서 경제 하방 위험도 커지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정부는 연초부터 대내·외 여건에 초점을 경제활력 제고에 두고 있지만 여러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이나 탄력근로제 등 정책적인 보완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입법화로 이어지지 않아 가시화되지 않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안도 아직까지 심의되지 않아 경제적인 측면에서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민간설비 및 건설투자도 부진해 이런 분야에 관해 하반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엄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2019-06-14 15:48:34[파이낸셜뉴스] 세계 경제가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의 저성장 흐름은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분석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이어 하향조정하며 경고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력 저하, 대외여건 등으로 향후 경제성장률 전망마저 암울해 저성장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부진·소비회복세 둔화...추락하는 韓 경제 22일 관가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수정 경제전망',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한은은 이미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했지만 지난 2월 1.6%로 낮췄다. 이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4월 회의에서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추가 조정을 암시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0.1∼0.2%p 낮춘 1.4∼1.5%를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소비 회복세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연이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전망치 1.5%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4일 발표한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IMF는 같은달 11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0.2%p 내린 1.5%로 제시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민간 연구소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달 연달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낮췄다. 한국금융연구원(1.3%),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1.1%), 일부 해외투자은행 등은 한국 경제를 1.5%보다 더 고꾸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예측대로 된다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시기인 1998년(-5.1%)과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0.7%) 등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폭의 성장을 하게 된다. 잠재 성장률도 '우울'...고령화 대책 마련 시급 문제는 이같은 경기 부진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향후 몇년간 유지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여러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어서다. 잠재 성장률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수십년 뒤를 내다본 경제 성장 전망이다. 무디스는 올해 우리의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이유에 대해 "고령화 및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은 한국의 잠재 성장률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S&P도 올해 1월 인구 고령화 완화를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2060년까지 세계 주요국 절반은 국가신용등급이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강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한국은 2030년이면 국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심각한 고령사회에 돌입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2050년에는 잠재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출산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이라 고령화 및 생산가능인구 감소 대책 마련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5년"이라고 말했다. 커지는 적자, 고물가에 줄어드는 '경기부양' 카드 이 상황에서 나라 살림 적자 폭이 늘고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넘어서면서 정부의 경기 부양 카드는 줄어들고 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지난 3월까지 54조원 적자이다. 이미 정부가 제시한 올해 연간 전망치(58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상태이다. 재정적자가 커지면 정부는 경기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이 제약 될 수 밖에 없다. 고물가 상황도 정부의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만약 세수호황으로 지출에 여유가 생겨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쳐도 물가를 자극해 민생을 더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7% 뛰며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으로 3%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한은이 목표로 하는 2%보다는 높다. 정부는 수출·투자 활성화로 난국을 헤쳐가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일본·아랍에미리트(UAE) 등과 협력을 강화해 투자를 끌어내고 반도체 산업 등에서 '윈윈' 구조를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2023-05-21 15:4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