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과 상하 양원 선거를 앞두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인 2%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재선을 노리면서도 경제 정책 수행에 대한 유권자들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고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과 진보성향 노동단체들 사이에서 상향시켜야 한다며 불만이 커지고 있다. 美 물가 3%대에서 못 벗어나 지난 2022년 봄 미국의 물가가 치솟자 연준은 지난해 7월까지 금리를 11차례에 걸쳐 5.25~5.5%까지 인상했다.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연준 고위 관리들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2%로 내려간다는 확신이 올 때까지는 22년 중 최고치까지 오른 금리를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6월 3%까지 떨어졌으나 좀처럼 3%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2%로 전월 수치 보다 0.1%p 다시 반등했다. 미국 민주당과 진보진영에서는 물가 목표를 2%에서 높이거나 노동시장 동향에 더 초점을 맞추라며 파월 의장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주 열린 미국 상하 양원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파월 의장에게 금리가 현재 너무 높다며 서둘러 인하하라고 요구했으며 또 2%로 설정된 근거와 의미를 묻기도 했다. 청문회에서 민주당 소속 셰러드 브라운(오하이오) 상원금융위원회 위원장은 파월 의장에게 노동자들의 대량 실직을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라며 연준의 최대 두가지 의무에는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고용 극대화도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물가와 달리 연준은 노동에 관한 목표 수치는 정하지 않고 있다. 파월 의장은 청문회에서 물가 2%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1988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된 물가 목표 2% 물가 목표 2%는 미국이 아닌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지난 1988년 처음 도입했다. 1988년 당시 뉴질랜드 중앙은행 총재였던 돈 브래시는 물가상승률을 0~1%로 떨어뜨려야 한다며 검토 끝에 2%를 공식 목표로 잡았다. 그 후 다른 중앙은행들도 도입하기 시작했지만 지나치게 물가상승(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머빈 킹은 영국은행 총재가 되기전 이코노미스트 시절이던 1997년 "중앙은행들이 물가에만 초집중하는 ‘인플레이션 미치광이들’이 될 것"이라며 2% 목표를 비판했다. 미국 연준도 앨런 그린스펀이 의장이던 시절인 1980년대말에서 2000년대초까지 2% 목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벤 버냉키 당시 의장 시절에도 지방 연방은행 총재들은 예상되는 민주당의 반대를 우려한 것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기록됐다. 버냉키의 의장 2기 때인 2012년 미국 경기의 침체 우려가 사라지면서 연준은 물가 목표를 2%로 지정할 수 있었다. 버냉키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2%는 기업과 소비자들의 신뢰지수를 상승시키고 연준의 또 다른 주요 의무인 고용 극대화 문제도 더 수월하게 다룰 수 있게 해줘 채택됐다고 서술했다. 현재 연준의 홈페이지에는 “물가 목표 2%는 연준의 주요 의무인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과도 일치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진보진영은 고용을 소홀히 하는 것이라며 계속 반발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2020년에 유연성 있는 물가 목표를 위해 '평균 2%'로 정하고 인플레이션이 소폭 초과하는 것도 용인하도록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에 일부 공화당 의원은 대신 연준의 2개 최대 의무 중 하나인 고용 극대화를 삭제할 것을 주장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주 청문회에서 2% 재조정 문제를 올해말부터 2025년말 사이에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리 인하 압박에 선거까지...힘든 연준 미국 CPI는 지난해 11월부터 소폭이지만 내려갔다 올라가는 형태를 반복하고 있다. 올해들어 CPI가 전망치보다 높게 잇따라 나오면서 한때 이달 실시가 예상됐던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 이달초 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의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로크는 올해 금리 인하가 아예 없을 것라는 전망도 내놨다. 선거가 점차 다가오면서 민주당의 금리 인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치적 문제로 번질 소지가 있다. 특히 인하 시기가 늦어질 수록 파월 의장이 특정 정당을 돕기 위해 내린 조치로 오해 받을 수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연준이 3·4분기(7~9월)까지는 금리 인하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선을 불과 5주 남겨놓는 시기에 첫 인하가 단행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민주당 후보들의 당선을 돕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려 하고 있다며 공세를 시작했다. 민주당은 경제가 완만하게 수축하는 경기 연착륙에 성공하는 것이 경제 수행에 대한 유권자들의 점수가 낮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는 길로 보고 있다. 파월은 지난달 CBS방송의 뉴스매거진 '60분'에 출연해 연준은 결정에 있어서 정치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일부에서는 자칫 연준의 신뢰가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금리 인하 요구에 주요 선거까지 겹치면서 올해는 연준에게는 힘든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3-13 11:18:41[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 어느 한 마을에 빈대가 극성을 부렸다. 빈대는 밤에 잠을 잘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물었다. 호롱불을 켜면 금세 흩어져서 돗자리 속이나 벽 속, 혹은 탁자나 이불 틈으로 숨어 들어가니 잡을 수도 없었다. 빈대는 몸이 납작하여 쉽게 어느 틈이라도 들어갔다. 옛사람들은 여름철의 다섯 가지 큰 해악으로 파리, 모기, 이, 벼룩, 빈대를 언급하는데, 파리와 모기는 밤낮의 구별이 있고, 파리는 때려잡을 수도 있고 모기는 모기장을 쳐서 막을 수도 있었다. 머리에 사는 이는 목욕을 하면 생기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벼룩은 습한 흙에서 생기는데 여름철에는 땅이 건조하여 그다지 걱정거리가 아니지만, 이 빈대만은 매우 가증스러워서 밤낮의 구별도 없고 계절을 가리지도 않았다. 약방에는 빈대에 물려 피부가려움증으로 찾아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의원은 ‘올 여름에 장마가 심해 습하더니 이렇게 빈대가 기승을 부리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빈대는 야행성이면서도 습하고 눅눅한 환경을 좋아했다. 빈대는 약간 비리고 더러운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마치 고수풀에서 나는 냄새와도 같다. 그래서 냄새가 나는 곤충이라고 해서 민간에서는 취충(臭蟲)이라고 부른다. 벽틈 속에 숨어 살아서 벽슬(壁蝨)이라고 한다. 의서에서는 빈대를 주로 벽슬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사람을 잘 깨물어서 교조(茭蚤), 납작하게 생겨서 편슬(扁蝨)이라고도 한다. 옛날에는 빈대가 거적때기와 같은 옷에 잘 붙어살아서 천비(薦螕)라고도 불렀고, 그 밖에 벽대(壁大)라는 이름도 있다. 빈대는 흡혈 곤충으로 동물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데, 한번 물리면 가려움증이 극심했다. 빈대에 물린 환자들은 이곳저곳을 벅벅하고 긁어댔다. 옷으로 덮이지 않은 손등이나 발 정강이뿐만 아니라 윗옷을 올려보면 등이나 배 할 것 없이 온몸이 붉은 반점으로 뒤덮였다. 긁고 나서는 그 고통을 참지 못했고 잠시 후에는 다시 가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긁었다. 아이들은 살이 더 연해서 물리면 더욱 고통스러워서 번번이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어떤 곳은 작은 좁쌀처럼 올라오기도 했고, 어떤 부위는 팥처럼 올라왔다. 특이하게도 구진처럼 붉게 부어오르는 것이 줄줄이 서너 개의 구슬을 꿴 듯했다. 한 마리의 빈대가 한 줄로 이어서 문 것이다. 빈대에 물린 자국을 보면 언제 물렸는지 알 수도 있었다. 방금 물린 곳은 젖은 종이에 빨간색 잉크를 떨어뜨려 놓은 것 같다. 중심부에서 가장 진한 붉은 색을 띠는 부위나 약간 더 곪은 듯한 곳이 물린 자리다. 긁게 되면 반점에 핏자국이나 검은 딱지가 보인다. 이 정도면 벌써 며칠이 지난 후로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아물기도 한다. 의원은 환자에게 “긁지 마시오!”라고 했다. 그러자 환자는 “이리도 가려운데 어찌 긁지 않고 베긴단 말이요?”하고 따져 물었다. 의원은 “긁게 되면 일시적으로 가려움증이 멈추는 듯하지만 그 자극으로 인해서 더욱 화(火)를 조장하니 염증(炎症)이 악화되고 가려움증은 더욱더 심해집니다. 게다가 심하게 긁어서 창(瘡)이라도 생기면 사기(邪氣)가 몸 안으로 파고 들어가 더 큰 병이 생길 수 있소이다. 그러니 긁으면 안됩니다.”라고 당부했다. 환자는 “그럼 의원 양반이 가려움증을 없애서 긁지 않게 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니요?”라고 했다. 의원은 “지금 피부에 화기(火氣)가 치성한 상태니 피부를 시원하게 하는 것이 좋소. 시원한 물로 자주 씻어주되 문지르면 안될 것이요." 그러면서 용뇌와 박하뇌 가루를 약포지에 싸 주면서 “이것을 물에 넣어 녹였다가 그 물을 발라주면 가려움증을 견딜 수 있을 것이오. 그리고 마치현(馬齒莧, 쇠비름)을 몇 줌을 물에 넣고 끓여서 농축한 후 이것을 물린 곳에 발라 부면 바로 열과 통증이 줄고 가려움증도 사라질 것이요. 또한 부평초를 끓여서 씻어줘도 좋고, 지부자(댑싸리씨)를 다려서 그것을 차로도 마시고 피부를 씻어줘도 좋습니다.”라고 했다. 심지어 어떤 환자들은 빈대를 옷에 달고 왔다. 허름한 옷을 입은 환자일수록 몸에 빈대가 많았다. 먼 길을 떠났을 때도 주막이나 역사에 묵을 때 빈대가 옷에 달라붙으면 집에 돌아오는 즉시 생겨났다. 빈대는 하루에 알을 99개까지 나는 것이 마치 여치와도 같아서 매우 잘 번성했다. 이렇게 빈대를 붙여 오면 약방에도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의원은 낮에 진료를 마치고 나면 방문과 창문을 모두 닫은 후 방안에 부평초와 유황가루, 석웅황가루에 목화씨 기름을 섞어 태워서 연기를 냈다. 이것은 훈연법으로 연기로 빈대를 몰아내는 방법이다. 연기 냄새를 맡은 빈대들이 벽틈이나 이불 사이에서 빠져나와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이렇게 하면 며칠 동안은 방안에 얼씬도 못했다. 부평초(浮萍草)는 연못에 떠 있는 개구리밥이다. 옛날에는 음력 5월에 채취한 개구리밥을 말려 두었다가 태워서 그 연기로 모기를 쫓는데도 사용했다. 여기에 유황(硫黃)이나 계피를 섞으면 그 향이 더 독해서 효과적이다. 또한 분단화(粉團花, 나무수국)에 수룡골(水龍骨, 미역고사리 뿌리), 뇌공등(雷公藤, 미역줄나무)과 함께 섞은 후 태워서 연기를 훈연했다. 장뇌(樟腦)와 같은 약재를 태워 연기를 내는 훈연법은 효과가 좋았지만 머리가 아파서 자주 사용할 수도 없었다. 장뇌는 녹나무에서 얻은 방향성이 강한 수지성분이다. 장외는 용뇌(龍腦)라고도 한다. 녹나무 말린 잎을 태워도 향이 강했다. 향이 독한 약재들로 훈연하면 냄새가 심해서 사람들도 하루 이틀은 그 방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환자들은 약방에는 빈대가 없는 연유를 알고서는 자신들도 할 수 있도록 재료를 부탁했다. 의원은 부평과 함께 말린 모과를 줬다. 또한 창포와 모과 말린 것, 여뀌가루를 벽틈이나 침상, 개어놓은 요와 이불 사이에 놓아두면 빈대가 다가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청염(靑鹽)을 녹인 물을 침상에 고루 뿌려도 곧 없어진다고도 설명해 주었다. 청염은 염소와 암모니아 화합물로 광물질 약재 중 하나다. 사람들은 방안에서 부평초나 모과를 태우다가 초가집에 불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생겼다. 초가삼간(草家三間)은 방이 세 칸밖에 없는 초가집으로 초가삼간을 태웠으니 빈대 잡으려다 전 재산을 날린 셈이다. 심지어 어느 집은 빈대가 득실거리는 자신의 집에 어쩔 수 없이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렇게라도 모두 태우지 않으면 방법이 없었다. 누구는 빈대가 득실거리는 집을 버리고 새 초가집을 지어 이사를 가기도 했다. 빈대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훈연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어느 날 스님이 찾아왔다. 스님도 팔다리를 긁고 있었다. 의원은 “스님도 빈대에 물린 것이오?”하고 물었다. 그러나 스님은 “절에는 빈대가 없소이다.”라고 했다. “무슨 비방이 있는 것이요?”라고 의원이 놀라 물었다. 그러자 스님은 “우리 절에는 홍의(紅蟻)라고 하는 붉은 개미가 살고 있소. 그 개미가 빈대를 모두 잡아 먹는다오. 빈대는 개미를 두려워하는 성질이 있고, 산속에 사는 붉은 개미는 빈대를 잘 먹으므로 산과 가까운 곳이나 산사(山寺)의 승려들이 머무는 곳에서는 빈대가 매우 적소이다. 만약 빈대를 몸에 붙여 지니고 절에 들어가는 자가 있으면 번번이 개미가 물고 달아나지요. 그런데 절에는 대신 개미를 없애는 약이 필요하오. 빈대가 아닌 개미가 이렇게 물어대니 좋은 방법이 없겠소?”하고 물었다. 개미는 빈대의 천적으로 이 둘은 서로 상극이다. 그렇다고 해서 집안에 개미를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의원은 스님에게 백굴채(白屈菜, 애기똥풀) 줄기를 꺾어서 나오는 노란 즙을 바르도록 했다. 애기똥풀의 노란즙은 해독작용이 있으면서 가려움증을 바로 멎게 한다. 모기나 빈대, 벼룩에 물린 곳에도 효과적이다. 어느 날부터는 약방에도 빈대가 생겼다. 훈연을 하면 잠잠해지는 것 같다가 다시 나타났다. 환자가 한번 긁으면 의원도 겸연쩍게 한번 긁었다. 빈대는 어느 곳에나 있었고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 제목의 〇〇은 ‘빈대’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본초강목> 〇 壁虱. 時珍曰︰卽臭蟲也. 狀如酸棗仁, 咂人血食, 與蚤皆爲床榻之害. 古人多於席下置麝香, 雄黃, 或菖蒲末, 或蒴藿末, 或楝花末, 或蓼末; 或燒木瓜煙, 黃蘗煙, 牛角煙, 馬蹄煙, 以辟之也. (빈대. 이시진은 “냄새가 나는 곤충이다. 모양은 산조인 같고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데, 벼룩과 더불어 모두 침상에 살면서 해를 끼치는 것들이다. 옛사람들은 대부분 침상 아래에 사향과 웅황을 두거나 혹은 창포 가루를 두거나, 혹은 말오줌나무 가루를 두거나, 고련의 꽃가루, 혹은 여뀌 가루를 두었다. 혹은 목과를 태워 연기를 내거나, 황벽을 태워 연기를 내거나, 쇠뿔을 태워 연기를 내거나, 말굽을 태워 연기를 내어 그것을 물리쳤다.”라고 하였다.) 〇 樟腦. 時珍曰︰樟腦純陽, 與焰消同性, 水中生火, 其焰益熾. 今丹爐及煙火家多用之. 辛熱香竄, 稟龍火之氣, 去濕殺蟲, 此其所長. 故燒煙熏衣筐席簟, 能辟壁虱, 蟲蛀. (장뇌. 이시진은 “장뇌는 순수한 양으로, 염초와 성질이 같고, 수 가운데서 화가 나므로 그 불꽃이 더욱 치성하다. 지금 단약을 제련하는 화로 및 불을 다루는 사람들이 많이 쓴다. 맛이 맵고 성질이 뜨거우며 향이 퍼지니, 용화의 기를 품고서 습을 제거하고 벌레를 죽이는 데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이것을 태워 옷상자나 대자리를 훈증하면 빈대와 좀벌레를 물리칠 수 있다.) <본초강목습유> 〇 壁蝨. 昔人謂暑時有五大害, 乃蠅ㆍ蛟ㆍ蝨ㆍ蚤ㆍ臭蟲也, 然蠅ㆍ蚊迭爲晝夜, 蠅可揮拂, 蚊可設帳. 蝨則暑時裸浴, 生者絶少, 蚤則因土濕而生, 夏時土乾, 亦不甚患, 惟此最可憎, 無分晝夜, 潛身牀蓐及几闥間, 善識人氣, 伺人一徙倚, 卽噆其膏血, 腫塊纍纍, 如貫珠然, 愈爬搔則愈大, 痛癢難禁. 小兒肉嫩, 尤遭其苦, 輒叫號不已. 중략. 性畏蟻, 山中有一種紅蟻, 喜食之, 故近山及山寺僧舍此物甚少. 有帶入者, 輒爲山蟻啣去. (빈대. 옛사람들은 여름철의 다섯 가지 큰 해악으로 파리, 모기, 이, 벼룩, 취충을 언급하는데, 파리와 모기는 밤낮의 구별이 있고, 파리는 때려잡을 수도 있고 모기는 모기장을 설치할 수 도 있다. 이는 더울 때 목욕을 하면 생기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벼룩은 습한 흙에서 생기는데 여름철에는 땅이 건조하여 그다지 걱정거리가 아니지만, 이 빈대만은 매우 가증스러워서 밤낮의 구별도 없고 몸, 침상, 이불, 책상 틈에 숨어 있고, 사람의 기운을 잘 인식하므로 사람이 의자에 한 번 앉는 것을 엿보다가 깨물어 고혈을 빨아먹으면 부어오르는 것이 줄줄이 구슬을 꿴 듯하고, 그 부위를 긁을수록 더욱 커지고 통증과 가려움을 견디기 힘들다. 어린아이의 살은 더 연하여 물리면 더욱 고통스러워서 번번이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중략. 개미를 두려워하는 성질이고, 산속에 사는 어떤 종의 붉은개미는 빈대를 잘 먹으므로 산과 가까운 곳이나 산사의 승려들이 머무는 곳에서는 빈대가 매우 적다. 빈대를 지니고 들어가는 자가 있으면 번번이 개미가 물고 달아난다.) 〇 粉團花. 性寒. 熏臭蟲, 同水龍骨, 雷公藤和燒熏之, 立除. (분단화는 성질은 차다. 빈대에 훈연할 때 수룡골, 뇌공등과 함께 섞은 후 태워서 연기를 쏘이면 즉시 제거된다.) <동의보감> 〇 痒得爬而解者, 爬爲火化. 微則亦能痒, 甚則痒去者, 謂令皮膚辛辢而屬金化, 辛能散火, 故金化見則火化解矣. 人近火氣者, 微熱則痒, 熱甚則痛, 附近則灼而爲瘡, 皆火之用也. (가려울 때 긁으면 시원한 것은 긁는 것은 화의 작용이기 때문이다. 약하게 긁으면 간지럽지만 심하게 긁으면 가려움증이 사라지는 것은 피부가 얼얼하게 되는 것은 금의 작용에 속하는데 얼얼한 것은 화를 흩기 때문에 금이 작용하면 화가 풀어지는 것이다. 사람이 불기운에 가까이 갈 때 약간 뜨거운 경우에는 가렵고, 심하게 뜨거우면 아프며, 더 가까이 가면 살을 데인다. 이것은 모두 화의 작용이다.) 〇 辟蚤虱. 菖蒲甚去蟲殺蚤虱, 可辟去之. 壁虱蜈蚣, 萍燒烟熏之卽去. 又靑鹽水遍灑床席上卽絶. (벼룩이나 이를 쫓는 법. 창포는 벌레를 잘 죽이고 벼룩과 이를 잘 죽인다. 그래서 이것들을 제거할 수 있다. 빈대나 지네는 부평초 태운 연기로 훈증하면 곧 없어진다. 청염 녹인 물을 침상에 고루 뿌려도 곧 없어진다.)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3-11-10 17:45:28이마트 키친델리가 7만 9000여명의 고객 투표로 탄생한 신상품을 선보인다고 17일 밝혔다. 이마트 키친델리는 이날부터 베이컨과 신선한 상추, 토마토가 어우러진 'B.L.T. 샌드위치'와 상큼한 '카프레제 샐러드', '발사믹 드레싱'을 함께 담은 'B.L.T. 델리박스'를 이마트 전점에서 본격 판매에 나선다. 이마트가 선보이는 'B.L.T. 델리박스'는 이마트 앱 내 '키친델리 클럽'에서 '나의 델리박스 레시피' 고객 투표를 통해 1위로 선택된 상품이다. 이마트가 지난 1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진행한 '나의 델리박스 레시피'는 고객들이 △샌드위치 3종 △샐러드 5종 △드레싱 3종 중 각 한 종류씩 골라 투표하고, 투표를 통해 1위에 선정된 상품 조합을 실제 상품으로 출시하는 고객 참여형 이색 프로모션이다. 전체 45가지 조합의 델리박스 레시피 선택이 가능했으며, 총 7만9082명 고객 투표 중 B.L.T. 샌드위치, 카프레제 샐러드, 발사믹 드레싱 구성의 'B.L.T. 델리박스'가 8511명의 선택을 받아 5201명이 투표한 B.L.T. 샌드위치, 콥샐러드, 오리엔탈 소스 조합을 제치고 1위로 선정됐다. 이처럼 이마트가 조합형 상품을 선보이는 이유는 건강관리도 먹으면서 즐겁게 하자는 '헬시플레져' 트렌드가 확산되며 샐러드 소비가 늘어나는 가운데, 샐러드만으로는 허기를 채우기 부족해 별도로 샌드위치까지 구매하는 고객들을 위해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조합 구성 상품으로 선보이게 됐다. 특히, 통상 샌드위치와 샐러드 조합형 상품이 샌드위치 중심에 샐러드를 약간 추가하는 구성이었던 것에 비해, 키친델리의 'B.L.T. 델리박스’는 샐러드를 주식으로 하는 고객의 ‘포만감 불만족’을 보완하기 위해 풍성한 샐러드 제공을 더해 상품을 기획했다. 실제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샐러드 매출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월1일~4월14일) 이마트 키친델리에서 판매하는 샐러드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94.7% 신장했다. 이 밖에도 이마트는 고객 친화적 매장 구성을 목표로, 고객들이 직접 상품 구성에 참여해 원하는 상품에 투표하는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이번 프로모션을 기획했다. 한편, 이마트 키친델리는 오는 5월 중으로 이마트 앱 ‘키친델리 클럽’ 7기 모집을 진행할 예정이다. 키친델리 클럽은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이마트 특화 멤버십 중 하나로, 이마트 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새롭게 진행되는 키친델리 클럽 7기에서도 고객 참여형 상품 구성 프로모션을 이어갈 계획이며, 이번에는 여름철 출시를 목표로 ‘나의 야식 키트 레시피’ 구성을 고객이 직접 선택하는 참여형 프로모션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프로모션 참여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이마트 델리팀 이 슬 바이어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이 상품 구성에 직접 투표할 수 있는 이색 프로모션을 진행했고, 7만 9천여명의 투표를 통해 신상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고객 참여형 행사 기획을 통해 고객 친화적 매장 구성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2022-04-15 17:15:39[파이낸셜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갑작스레 사퇴하면서 5일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직무대행 체제가 시작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법안 추진의 여파로 윤 총장이 물러났다고 집단 반발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검에서도 내부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추슬리기 위해 사활을 걸 방침이다. 조 차장의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번이 세 번째다. 조 차장은 지난해 윤 총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직무배제 처분을 받았을 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을 때 각각 대검 차장으로서 윤 총장을 대신해 직무대행을 맡았다. 검찰청법 제13조는 '차장검사는 검찰총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직무를 대리한다'고 규정한다. 조 차장은 매일 총장이 주재하는 업무보고를 대신하고 중요 사건 지휘를 하게 될 예정이다. 현재 검찰 내부의 상황은 좋지 않다. 윤 총장의 임기 동안 추 전 장관과의 극심한 갈등 국면을 겪은데다, 최근 여당에서 추진 중인 중수청 및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반발 심리가 극에 달한 상태다. 중수청 법안 추진 이후 사표를 고심하는 검사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차장검사는 "법안이 현실화되면 우리가 직업을 선택할 때 알고 있던 '검사'라는 직업이 완전 달라지는 것이다"라며 "누가 계속 하고 싶겠냐"고 했다. '검찰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고 여기는 현 상황에서 조 차장의 최우선 과제는 '조직 추스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 총장이 올 때까지 정권 겨냥 수사가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지휘하는 동시에 법무부와 검찰 사이를 매끄럽게 조율해야하는 숙제도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윤 총장의 직무배제로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맡을 당시 조 차장은 "갈라진 검찰 조직을 검찰 개혁의 대의 아래 하루 빨리 추스르고 검찰 구성원이 모두 힘을 합해 바르고, 겸손하고, 하나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차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을 맡은 바 있고, 지난 2000년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 때인 2017년 6월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파견돼 국정원의 적폐청산을 이끌어 현 정부의 신임을 받았다.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장과 서울동부지검장을 거쳐 지난해 1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발탁되며 추 전 장관 측근으로 꼽혔다. 그러나 대검 차장 임명 후 윤 총장 징계 국면에서 추 전 장관에 '직무배제 철회' 요청을 하거나 지난달 22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법무부의 '핀셋 인사'를 우려하는 입장을 내는 등 현 정부 와 다른 노선을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1-03-05 13:42:07"홍채인증을 통해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전방위적으로 모바일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가 홍채인증이라는 강력한 보안기술을 기반으로 통합소프트웨어 서비스 생태계 확장에 나선다. 갤럭시노트7을 통해 처음 적용된 홍채인증은 현재 스마트폰 잠금해제와 삼성페이, 삼성패스에 적용됐지만 앞으로 홍채인증 같은 생체보안 기술을 기반으로 모바일 금융 이후에 헬스케어, 모바일 행정 등 다양한 신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게 삼성전자의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홍채인증에 대해 "우선은 모바일 금융을 통해 홍채인증의 강력한 보안기능을 대중화하겠지만 이것은 첫걸음에 불과하다"는게 한결같은 입장이다. 갤럭시노트7을 통해 공개된 홍채인증 기술이 앞으로 헬스케어나 맞춤형 복지서비스 등 어떤 서비스로 확장될지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비사한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홍채인증, 기슬이 아니라 서비스가 중요" 23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열린 '갤럭시노트7 홍채인식 설명회'에서 생체인증을 총괄하고 있는 무선사업부 김형석 상무는 "홍채인증을 스마트폰에 넣은 것으로 끝이 아니다"며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어떤 베네핏(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 삼성패스이고, 점차 통합 소프트웨어 서비스 생태계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패스는 홍채와 지문 등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 생체인증 플랫폼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지금은 삼성패스를 통해 스마트폰의 잠금해제와 웹 로그인, 삼성페이와 결합한 금융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지속적으로 모바일금융 뿐 아니라 생채인증의 활용도를 넓히겠다는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테면 원격의료나 출입통제, 행정서비스 등 본인인증이 필요한 분야에서 서비스를 확대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모바일금융, 헬스케어 등 서비스 확장 가능성 무한대 당장은 생채인증을 통해 모바일 금융 생태계가 확장될 전망이다. 홍채인식을 기반으로 한 삼성페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보다 쉽고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 이미 갤럭시노트7이 출시된 19일부터 이미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에서는 홍채인식 기반의 금융서비스를 시작했다. 김 상무는 "스마트폰 출시 지역을 확대하듯이 삼성패스 연동 범위도 차례로 확산할 것"이라며 "카드사 등 다른 금융사와 연동할 준비를 하고 있고, 국민은행도 곧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글로벌 IT업계의 관심은 삼성전자의 다음 행보다. 홍채인증으로 금융권의 관심을 끈 삼성전자가 다음 공략지로 헬스케어나 모바일 행정 서비스 등 어떤 서비스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모바일 보안 시장의 생태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홍채, 현존하는 스마트폰 보안중 최고 홍채인식 생태계 확보를 위해서는 사용단말기 확대가 필수적이다. 현재 홍채인증 기능은 갤럭시노트7, 즉 프리미엄폰에만 탑재됐다. 향후 중저가 단말기로도 기능을 확대할 지 여부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아직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으나, 생태계확장 측면에서는 단말기 확대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프리미엄폰에서만 선보인 삼성페이 서비스 역시 생태계 확대를 위해 중저가폰으로도 확대 적용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삼성전자가 이러한 로드맵을 실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이다. 생체정보의 경우 바꿀 수 없기 때문에 한번 유출되면 그 리스크가 매우 커 얼마나 안전한 지가 향후 사업을 확대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삼성전자는 "홍채는 유일하고, 변하지 않고, 잘 손상되지 않는 생체 정보로 지문보다 변별력이 수십 배 높다"며 "갤럭시노트7에는 지문인식 기능도 있어 함께 사용하면 된다"고 보안성을 강조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2016-08-23 15:23:22\r <中> 원전 대국 독일, 2022년까지 모든 원전 폐쇄 \r \r \r \r \r \r \r \r \r \r \r \r \r \r 독일의 '원자력 제로(0)' 정책은 사실 오랜 기간 준비해온 결과물이자 국론이다. 1970년대 중반 반원전 여론이 형성된 독일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50년까지 원자력과 화석연료 0%, 재생에너지 100%'라는 목표를 일찌감치 정했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독일의 원전 제로 정책을 더욱 앞당겼고, 2022년까지 원전 모두를 폐쇄하기로 한 기폭제가 됐다. 이 같은 선택은 독일 정부의 딜레마를 초래했다. 원전 가동 정지는 전기요금 인상을 불렀고, 이에 대한 가계 부담과 기업경쟁력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또 원전 대신 화력발전 비중이 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연료인 석탄(갈탄) 사용량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체르노빌·후쿠시마 사태로 원전 중지 선언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일 메르켈 정부는 지난 2011년 5월 노후 원전 8기의 가동을 중단하고 나머지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독일엔 원전 9기가 가동 중이다. 올해 그라펜하인펠트 원전을 비롯해 2017년 군드레밍엔B, 2019년 필립스부르크2, 2021년 그론데.군드레밍엔C.브로크도르프, 2022년 이자르2, 엠슬란트, 네카르베스트하임2 원전을 차례로 멈추게 할 계획이다. 독일은 1962년 이래 원전을 최대 37기까지 가동했던 원전 대국이었다. 하지만 1986년 구 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사고 여파가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독일 내 원전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녹색당을 중심으로 한 반원전 환경운동은 탄력을 받았다. 이후 녹색당이 중도좌파 사민당 주도의 연정에 합류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정부에서 처음으로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이른바 원전을 모두 폐쇄하고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를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에너지 전환)' 정책이다.이후 메르켈 총리의 보수연정은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 경제적 충격 등을 이유로 2010년 10월 원전가동 시한을 2034년까지 12년이나 연장했다. 하지만 이듬해 봄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독일 내 녹색.사민당의 원안대로 환원하게 만들었다. ■온실가스 증가·신재생에너지 불안정성 고민이처럼 원전 제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독일 정부이지만 최근에는 이로 인한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원전가동 중지로 오히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늘어난 것. 외신과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감소세를 보이던 독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9년 2억9200만t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고, 지난 2013년에는 3억1800만t까지 늘었다. 201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갈탄 발전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갈탄은 유연탄의 일종으로 탄소함유량이 낮지만 발열량이 크고 값이 싸 독일과 폴란드, 체코공화국 등 거의 모든 유럽 국가의 발전소들이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이다. 독일의 갈탄 발전량은 지난해 1620억㎾h로 1990년 1710억㎾h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도 고민거리다.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날씨에 따른 변동성이 극심해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수력, 석탄, 천연가스 및 원자력 등의 발전설비가 85~90% 공급설비능력을 보이는 반면 풍력이나 태양광은 자신의 발전설비용량 가운데 30%가량의 공급능력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총 83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생에너지 신규 송전망 구축도 과제다. 재생에너지의 주 생산지인 북부와 동부에서 산업이 집중해 있는 남부로 공급되는 전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건설비 부담과 함께 경관 훼손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전기요금 인상, 소비자·中企 부담전기요금 인상 역시 독일 정부에는 고민거리다. 독일 전기요금 상승 주범은 발전차액지원제도(FIT.Feed-in Tariff)다. FIT는 전기생산 비용과 시장 가격 간 차이를 메워주는 제도다. 독일은 정부 보조가 아니라 최종 전력 소비자인 국민이 운영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FIT 면제혜택을 받고 있는 대기업을 제외한 일반 가정과 중소규모 기업은 지난해 ㎾h당 6.24유로센트(약 830원)의 분담금을 물었다.예를 들어 4000㎾h/a의 평균 전기소비를 하는 주택용 전기요금은 1998년 140유로/㎿h에서 2013년 280유로/㎿h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에 독일은 덴마크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로 전기요금이 비싼 나라가 됐다. 산업용 전기 요금 역시 2000년에서 2013년 사이 60유로/㎿h에서 140유로/㎿h로 증가했다. 독일 정부는 국제경쟁력 유지를 목적으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의 경우 계속 증가하는 FIT의 일부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런 관행은 EU 내부 시장규정에 분명히 위배되기 때문에 최근 유럽위원회는 독일에 대해 규정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독일 정부는 강제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상당히 줄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r
2015-01-27 17:28:44독일의 '원자력 제로' 정책은 사실 오랜기간 동안 준비해온 결과물이자 국론이다. 1970년대 중반 반원전여론이 형성된 독일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50년까지 원자력과 화석연료 0%, 재생에너지 100%'라는 목표를 일찌감치 정했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독일의 '원전 제로' 정책을 더욱 앞당겼고, 2022년까지 원전 모두를 폐쇄하기로 한 기폭제가 됐다. 이같은 선택은 독일정부의 딜레마를 초래했다. 원전 가동 정지는 전기요금 인상을 불렀고, 이에 대한 가계의 부담과 기업경쟁력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또 원전 대신 화력발전 비중이 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연료인 석탄(갈탄) 사용량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체르노빌·후쿠시마 사태로 원전 중지 선언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일 메르켈 정부는 지난 2011년 5월 노후 원전 8기의 가동을 중단하고 나머지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독일엔 원전 9기가 가동 중이다. 올해 그라펜하인펠트 원전을 비롯해 2017년 군드레밍엔B, 2019년 필립스부르크2, 2021년 그론데·군드레밍엔C·브로크도르프, 2022년 이자르2, 엠슬란트, 네카르베스트하임2 원전을 차례로 멈추게 할 계획이다. 독일은 1962년 이래 원전을 최대 37기까지 가동했던 원전 대국이었다. 하지만 1986년 구 소련(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사고 여파가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독일 내 원전 시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녹색당을 중심으로 한 반원전 환경운동은 탄력을 받았다. 이후 녹색당이 중도좌파 사민당 주도의 연정에 합류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정부에서 처음으로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른바 원전를 모두 폐쇄하고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를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에너지 전환)'정책이다. 이후 메르켈 총리의 보수연정은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 경제적 충격 등을 이유로 2010년 10월 원전가동 시한을 2034년까지 12년이나 연장했다. 하지만 이듬해 봄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독일내 녹색·사민당의 원안대로 환원하게 만들었다. ■온실가스 증가·신재생에너지 불안정성 고민 이처럼 원전 제로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독일정부이지만 최근에는 이로 인한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원전가동 중지로 오히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늘어나게 된 것. 외신과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감소세를 보이던 독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9년 2억9200만t의 저점을 찍은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고, 지난 2013년에는 3억1800만t까지 늘었다. 201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는 이유중 하나는 갈탄 발전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갈탄은 유연탄의 일종으로 탄소함유량이 낮지만 발열량이 크고 값이 싸 독일과 폴란드, 체코 공화국 등 거의 모든 유럽 국가들의 발전소들이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 원이다. 독일의 갈탄 발전량은 지난해 1620억㎾h로 1990년 1710㎾h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도 고민거리다.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날씨에 따른 변동성이 극심해 안정적인 전력공급을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수력, 석탄, 천연가스 및 원자력 등의 발전설비가 85~90% 공급설비능력을 보이는 반면 풍력이나 태양광은 자신의 발전설비용량의 30% 정도의 공급능력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총 8300km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생에너지 신규 송전망 구축도 과제다. 재생에너지의 주 생산지인 북부과 동부에서 산업이 집중해 있는 남부로 공급되는 전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건설비 부담과 함께 경관 훼손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 소비자·中企 부담 전기요금 인상 역시 독일 정부에게는 고민거리다. 독일 전기요금 상승은 주범은 발전차액지원제도(FIT·Feed-in Tariff)다. FIT는 전기생산 비용과 시장 가격 간 차이를 메워주는 제도다. 독일은 정부 보조가 아니라 최종 전력 소비자인 국민들이 운영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FIT 면제혜택을 받고 있는 대기업을 제외한 일반 가정과 중소규모 기업들은 지난해 ㎾h당 6.24유로센트(약 830원)의 분담금을 물었다. 예를 들어 4000㎾h/a의 평균 전기소비를 하는 주택용 전기요금은 1998년 140 EUR/MWh에서 2013년 280 EUR/MWh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에 독일은 덴마크에 이어 유럽에서 두번째로 전기요금이 비싼 나라가 됐다. 산업용 전기 요금 역시 2000년에서 2013년 사이 60EUR/MWh에서 140EUR/MWh 으로 증가했다. 독일 정부는 국제 경쟁력 유지를 목적으로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의 경우 계속 증가하는 FIT의 일부를 면제해주고 있다. 이러한 관행은 EU 내부 시장 규정에 분명히 위배되기 때문에, 최근 유럽위원회는 독일에 대해 규정 위반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독일 정부는 강제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상당히 줄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15-01-27 08:52:19■글: 박병로 ■그림: 문재일 영철은 땀을 대충 닦아내고 탈의실로 가서 휴대폰을 꺼냈다. 마취라도 된 것처럼 온몸이 나른했다. 휴대폰 폴더를 열어 보다가 영철은 부재중 전화 메시지를 보았다. 오프라가 세 번이나 전화를 했었고 문자 메시지도 두 통이 와 있었다. ‘금사슬 목걸이에 왼 손목에 흉터가 있는 키 185.’ ‘신랑이 날 미행했나 봐요. 대표님 사우나 간 걸 말해주고 말았어요.’ 영철은 통화 키를 꾹 눌렀다. “오프라 님? 신랑이 여기 사우나에 와 있다는 말입니까?” 탈의보조 벤치에 영철이 털썩 주저앉았다. 옷을 갈아입던 사람들이 곁눈으로 바라보았다. 난감했다. 손가락 마디가 헐거워진 것처럼 힘이 없었으나 순간 화가 치솟았다. 이럴 때 그가 덤비기라도 한다면 속수무책이었다. “네. 죄송해요. 정말 별일 없는 거죠?” “괜찮습니다. 집안 단속을 그렇게 해서 어떻게 큰일을 합니까?” “그 사람 화가 나면 완전히 돌아버려요. 사람 패놓고도 기억이 하나도 안 난대요.” 김순정에게 전화를 해주고 욕실로 돌아온 영철은 통로를 어슬렁거렸다. 적외선 온돌 침상에 누워 비몽사몽 나른함에 취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잠들었다가 무슨 횡액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노곤해진 몸이 천천히 회복될 때쯤 오프라의 신랑으로 보이는 금사슬이 지나쳐 갔다. 한증막에서 노려보던 그 사내였다. 몸이 웬만큼 식은 뒤 영철은 냉탕으로 뛰어들었다. 발끝에서부터 심장 깊은 곳까지 날카로운 냉기가 파고들었다. 어허! 영철은 참지 않고 큰 소리로 신음 소리를 토해내며 쾌감을 느꼈다. 몸을 충분히 식힌 다음 영철이 다시 한증막으로 들어갔다. 땀이 나오기 시작할 무렵 오프라의 신랑이 들어오더니 위압적으로 맨손체조를 했다. 영철이 참지 못하고 똑바로 바라보았다. “뭐, 어쩌라고? 아니꼽심껴?” 영철이 바라보자 그가 중얼거렸다. 대꾸를 할까 말까. 순간 영철은 망설였다. 이런 때는 대개 충동적으로 싸움을 하고 후회하게 마련이었다. 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조향미씨 남편 되시는 분이 아니십니까? 엠앤아이 이영철 대푭니다.” 영철은 목례를 하고 나서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었다. “잘못 보지 않았다면, 저한테 단단히 화가 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껄렁하게 비쳐졌기를 바랐으나 벌거벗은 채로 바랄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금사슬 목걸이를 건 그가 껄렁해 보였다. 영철은 신경질적으로 모래시계를 집어들어 절도 있게 탁, 소리가 나게 거꾸로 세웠다. “뭔지 모르지만 오해를 했을 것입니다. 아까 조향미씨 보니…. 많이 아팠을 것 같았습니다. 남편 분께서 그랬습니까?” “얻다 대고 개똥철학이심껴…. 잠깐. 기둘려 봐!” 그가 문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스위스 나이프라도 빼들고 쫓아오지 않는지 걱정됐다. 하지만 그는 30초도 되지 않아 물이 뚝뚝 떨어지는 채로 되돌아왔다. 그가 다가오자 찬바람이 일어났다. 냉탕의 위력이었다. “그 친구 꿈을 꾸면서까지 당신, 필립씨를 부르더군!”
2009-01-01 18:09:16“참말로 존 소식이내이. 요걸로 한 코 묵이야 쓰겠구만. 그란데 고 년이 얼마만큼 이쁜가?” “한 번도 못보셨습니까? 영화 ‘칠보는 38 따라지’에 나왔는데요.” 나대로가 으스대며 말했다. “아… 그래, 테레비에도 나오고 그랬는가?” “예, 아침 토크프로에 가끔 나오고 그랬죠.” “하아! 그래, 얼굴이 갸름한기 입술이 도톰하고 ….” “예, 그렇습니다.” “입이 도톰하마 색을 꽤나 밝힌다던데…. 용삼이 고거 힘좀 쓰나? 하이튼 글마 그거도 부뚜막엔 먼저 올라간데이. 그란데 자고로 배꼽 밑 이야기는 하지 말라카는데….” “소문에는 벌써 몇 남자 거쳤답니다. 별명이 걸레랍니다. 하여간 지금 체면차릴 때가 아닙니다. 이번에 놓치면 언제 또 기회가 찾아올지 모릅니다.” “그러제? 그래야 쓰겄제….” 김대종은 입을 굳게 다물며 뭔가를 결심하는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주말을 이민화와 함께 해운대호텔에서 보내기 위해 여장을 꾸리고 있던 김용삼은 아주 김이 빠지는 보고를 받았다. 김대종측에서 자신의 여자문제를 걸고 넘어질 대책을 마련 중이라는 것이었다. 김용삼 역시 김대종 진영에 첩자를 박아 놓았는데 김대종측 움직임이 바로 전해진 것이었다. 김용삼은 발기가 되지 않을 만큼 맥이 빠졌다. 그는 부랴부랴 김동양을 불렀다. “미안테이… 그래도 대종이가 요리 치사하게 나올지 몰랐다 아이가? 지 놈 물건이 시원찮아서 못하고 다닌다뿐이지 나보다 더한 놈이 웃낀데이. 젊은피 수혈한다고 까불락거리지를 않나…. ” “하이튼간에 오늘부터 선거 끝날 때까지는 민화씨 만나지 마시고 오리발을 내미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떻게? 하… 나 지금 만나러 갈라카는데….” 김용삼이 김동양의 눈치를 슬금 보며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참…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으마 우얍니꺼? 하이튼간에 사실 무근이며 마타도어라고 우기는 겁니다.” “그것도 그거지만 대종이 꺼 뭐 하나 잡아내야제.” “알겠습니다. 맞불작전을 펴자는 말씀이시죠.” “니는 우야마 그래 척하마 삼척이고, 툭하마 담넘어 호박 떨어지는 소린 줄 아노?” “그거야 눈치 귀치가 밝아서 그렇지예. 대종이가 이곳저곳서 돈뜯어먹은 것은 분명한데 증거가 없단 말입니다. 거다가 건설회사까지 끼고 있으니….” “갈치시장에 목포에서 온 애가 있잖아?” “흑산도 말입니꺼? 목포에서 좀 지냈다카기는 카던데예… 멀 알겠심니꺼?” “아이다, 오히려 그런 아들이 소문은 더 잘안다.” “목포서 어디어디 갈 쳤는지 알아봐라. 다홍치마 적에 길들인다는 말처럼 초장에 기를 팍 죽여 놔야지. 안그라마 오히려 한 방 묵는다.” /주다운 글, 이여운 그림
2003-10-21 10:15:20“아, 그거는 대박이에게 택배권을 주기로 약속해서 그런 거 아입니꺼?” “그라고보이 그런네. 근데 정말로 줄라카나?’ “헤에… 고거야 누가 압니꺼?” “하이튼간에 다음주 화요일날 모두 보자카네. 너거는 계속 난장사람들 분위기 살피고… 절대 이 사실을 누설해서는 안되능기라. 너들 이런 말 아나? ‘눈귀가 될지언정 입은 되지 마라…’ 이 말이 무슨 말이고 하마 입조심해라 이 말이다… 아나?” “그기 우데서 나온 말인데예?” 탱구가 궁금하다는듯 물었다. “맹자에 보마 있다.” “맹자예? 명자아입니꺼?” “명자? 이 새끼가 농담 따묵기 하나? 명자가 머 그리 잘 났다고 그런 말했겠노? 맹자다, 맹자. 공자 다음 맹자 그 다음 순자, 말자, 여자, 남자… 알겠나?” 맹구가 끼여들지 않으면 ‘노가리까기’ 경력에 지장이 간다는듯 나선다. “맹자라 카마 내 이름하고 비슷한데 잘 모르겠는데예. 우리 족보에도 없는 것 같고….” “하이고, 두통이야. 니같은 놈이 무슨 족보가 있노? 니… 너 엄마가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안카더나?” “그라마 다리 밑에서 나왔지 어데서 나왔어예? 하기사 울 엄마는 나보고 배꼽에서 나왔다카더마는….” “와, 요새끼… 인자 보이 못땟네. 엄마를 욕보이다니. 너같이 무식한 놈들 하고 이야기하는 내가 바보지. 고마하자. 그라고 앞으로 괴기를 쪼매씩만 풀어야 되겠다.” “와예 ?” 탱구가 의뭉스레 물었다. “니는 몰라도 된다. 하이튼 그마 날으자.” 세사람은 행여 누가 볼세라 비어홀을 슬금 빠져 나왔다. 고독과 좌절의 헛간을 빠져 나오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 질곡의 바다에서 빠져 나오려면 인내와 뚝심이 필요했다. 거미도 거미줄을 치고 먹이를 기다리는데 숱한 좌절과 외로움을 맛본다 했다. 미스왕은 한 일주일을 시장통을 돌아다니며 이사장이 걸려들기를 기다렸다. 하루가 급한 미스왕으로서는 보통 지루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고 있는데 참으로 묘한 일이 일어났다. 궁하면 통하는 법이요, 재수 좋으려면 드릴이 머리 뚫고 지나가도 안 죽는다 했다. 지저분 전무가 미스왕을 찾아온 것이다. 두사람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다방에서 만났다. “내 니한테 부탁 하나 있다.” 지전무는 죽을 상을 하면서 입을 열었는데 말에 기가 쏙 빠져 있었다. “아이코, 전무님께서 저같은 놈 아니…년한테 무슨 부탁이….” “야, 니 이거 꼭 좀 들어주야 덴데이.” “먼데예… 들어줄만 하마 들어주야지 지가 머….” “햐, 빼지 말고 좀 봐도.”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빼기는 누가 빼예. 하이튼 들어나 보입시더.” 지전무는 낮고 음울한 목소리로 얘기하기 시작했다. “말이야, 거 있잖아… 우리 이사장님….” 미스왕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전무가 궁해진 것이 틀림없었다. 이사장에게 결정타를 먹일 수 있는 게 필요한 게 분명했다. 그녀는 지전무의 말에 장단을 맞추어 주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장님이 너 한번 오라카는데 가마 안되겠나?” /주다운 글, 이여운 그림
2003-09-23 10: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