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치권에서 '한미일 동맹', '핵무장론' 등 외교안보 관련 발언이 등장할 때마다 여야가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 여야가 각종 외교 이슈에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있더라도, '친일·친중·친북' 등을 부각하는 무분별한 발언이 한반도 안보 정세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신나간 국민의힘이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발언한 데 대한 여파가 이틀째 이어졌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마저 취소되면서 병무청과 방위사업청 등에 대한 업무보고는 파행을 빚었다. 성일종 국방위원장은 김 의원이 사과를 해야 회의를 열 수 있다고 했고, 김 의원은 '적반하장'이라며 맞섰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친일 논란'으로 확장하며 김 의원에 힘을 실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본과 동맹을 한다고? 한-일전은 들어봤어도 한-일동맹은 처음 들어 본다"고 썼다. 같은 당 양문석 의원은 "한일동맹 운운하며 친일파를 자처하며 싸다 바치는 저들을 우리는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반면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친일몰이'라고 질타하며 "한미일 동맹에서 '미'는 쏙 빼놓고 한일 동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제안으로 여당 7·23 전당대회 화두로 떠오른 '핵무장론'도 여야 논쟁거리다. 정 최고위원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주장"이라며 "(미국으로부터의) 전작권 환수에는 반대하면서 핵무장론을 말하는 것부터 논리 모순"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 22대 총선 기간에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셰셰'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지난 3월 현장 유세 중 "왜 중국을 집적거리나. 그냥 (중국에) '셰셰',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중국에 굴종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보수 성향의 전직 외교관 200여명은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외교와 국제질서에 대한 천박한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이같은 정치권 공방이 복잡한 국제 사회와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 평론가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발언이 당장 외교와 안보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07-03 16:42:57[파이낸셜뉴스]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한미 양국이 공동으로 확장 억제를 개선하고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한국내 핵무장 여론에 대해 미 국무부가 “미국과 한국은 워싱턴 선언에 따라 만들어진 핵협의그룹을 통해 확장 억제를 개선하고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핵협의그룹은 핵 억지력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협력적 의사결정을 통해 한미 동맹이 한반도에서 핵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두나라는 핵 비확산 원칙에 전념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 능력을 사용하는 한국 방어와 확장 억제력에 대한 철통같은 공약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2023년 4월 한미 양국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획기적인 확장억제 공약이라며 “우리는 지역 평화와 안정의 핵심 요소인 핵 비확산에 대한 약속을 이 선언에 담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 비확산 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한국의 오랜 공약을 재확인했음도 강조했다. 지난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이후 한국 여권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불거지고 있다. 허드슨 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패트릭 크로닌은 VOA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내 핵무장론에 대해 “(한국에서) 이런 생각은 향후 선거에서 대중의 지지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오고 있다”며 “한국이 자체 핵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생각은 계속해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한국 정부의 정책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크로닌은 “미국의 이익은 원칙적으로 핵무기 기술을 심지어 가장 가까운 동맹국일지라도 확산시키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북러 밀착으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케이토연구소 선임연구원 더그 밴도우는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정확히 어떤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당연히 매우 긴장하고 있다”며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에 대한 의구심 또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도 한국 국민들이 북한의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며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북한의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 워싱턴 선언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국 석좌인 빅터 차도 VOA 인터뷰에서 정치적 발언은 모든 장단점을 고려한 전략적 엘리트들의 신중한 국가적 논의의 표현은 아닌 것으로 이번에 나온 발언들은 지난주 북러 정상회담에서 나온 안보 합의에 대한 반응으로 분석했다. 그는 “그렇긴 하지만 지난 주 북러 사이에 일어난 일이 엘리트들의 마음 속에 새로운 의문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며 “러시아의 노골적인 지지를 받는 북한이 얼마나 더 큰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의문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차 석좌는 “한국의 ‘핵 욕망’을 미국이 억제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확장억제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없을 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냉전 당시 미국 도시들이 소련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공격을 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확장억제를 제공했다며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아시아 동맹국들의 안보를 연계하는 집단 방위선언을 할 것을 제안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6-28 09:33:08[파이낸셜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6일 여당 당권주자들 사이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거론되는 데 대해 "참으로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장할 수는 있지만 불가능한 뻥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자체 핵무기 개발론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슈의 핵일 것 같다"며 "핵무장이 국력이라는 부질없는 논쟁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정 최고위원은 "한국은 좋든 싫든 한미동맹 틀안에서 제한적 군사주권을 행사하고 있다. 사실상 전작권 통제는 미국에 있다"며 "전작권부터 환수하자고 하고 자체 핵무장론을 말하던지, 전작권 환수에는 반대하면서 핵무장론을 말하는 것부터 논리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정 최고위원은 또 "자체 핵무장론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한미원자력협정은 한국이 핵물질을 개발하거나 핵 사용 후 재처리를 미국에서 일일이 감시하고 있다"며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핵물질을 농축하거나 사용 후 재처리 과정에서 의심 사항이 발생하면 미국으로부터 즉각 제재를 받는다"고 했다. 정 최고위원은 "핵무기를 만드려는 시도부터 발각되고, 발각되면 바로 경제제재에 들어가는데 뒷감당이 가능하겠나"라며 "우리는 핵확산금지조약인 NPT 가입 국가인데, 핵무기를 만드려면 NPT를 탈퇴하거나 몰래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핵무기는 핵물질, 핵기술, 핵탄두, 핵 운반체, 핵 과학자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을 미국의 동의 없이 미국 몰래 한국 원자력협정을 파기하고 NPT를 탈퇴하면서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라고 재차 따졌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한국은 대외 의존성이 높고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전쟁이 일어나서도 안 되지만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조차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아무말 대잔치 말폭탄 하나가 대한민국 경제를 폭망시키는 핵폭탄이 될 수 있다. 표 몇개 얻자고 대한민국 경제 폭망시킬 위험천만한 주장하는 무책임한 말폭탄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최고위원은 "가뜩이나 오물풍선이 남파되고 대북, 대남 비방전이 고조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불안한 이 때, 정치인들의 말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평화가 곧 경제다. 평화를 위한 길은 따로 없다. 우리 말 조심하자"라고 당부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여권의 '핵무장론'에 대 "안보 위기를 부추겨 정치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속셈인가"라며 "남북 모두의 공멸을 부를 치킨 게임을 즉각 중단하고 안정적 상황 관리에 힘 쏟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최아영 기자
2024-06-26 11:03:45[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6·25 전쟁 제74주년을 맞아 자체 핵무장론을 두고 격론을 벌였다. 토론에 불을 붙인 건 나 의원이다. 나 의원이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6.25다. 이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이에 나머지 당권주자들이 사실상 나 의원의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대립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이는 한 전 위원장이 채상병 특검법 수용의 필요성을 띄우는 등 의제를 주도하는 분위기에서 나 의원이 새로운 화제를 띄우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당권주자 중 윤석열 정부와 가장 유사한 주장을 펼친 이는 원 전 장관이다. 친윤석열계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동시에 나 의원의 비윤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장관은 SNS에 자체 핵무장론과 관련해 "심정은 충분히 동의한다"면서도 "독자적인 핵무장 추진이 말로 되는 것은 아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원 장관은 "우리는 지난해 한미 양국 간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우산 강화' 성과를 얻었다"며 "지금은 핵무장에 앞서 워싱턴 선언의 실효성 확보를 통해 대북 핵억제력을 강화할 때"라고 했다. 이날 외교부는 자체 핵무장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NPT(핵확산방지조약) 상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가운데 한미 간 확장억제 협력을 계속 강화해나간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 위원장도 이러한 정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체 핵무장론은) 국제사회에서 큰 제재를 받고 국민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기에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와 차원이 다른 수준의 한미관계를 복원해 핵동맹 수준의 새로운 관계를 재정립했고 이런 정부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은 "이제는 일본처럼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핵무장할 수 있는 잠재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농축재처리기술 확보 등을 통한 핵무장 잠재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원 전 장관과 한 전 위원장의 주장에 나 의원은 "안이하다"며 즉각 반박했다. 나 의원은 SNS에 "한동훈·원희룡 후보께서 하시는 말씀들이 과거에는 그것이 '신중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과거와 현재는 다르다"면서 "이제는 안이하다는 평가가 나올 법하다. 나약한 사고방식을 깨야 한다"고 했다. 나 의원은 "우리 스스로 우리 국민을 지켜줄 힘을 갖추는 것에 주저할 필요도 없다"며 "미국 정치권에서도 한국 핵무장론은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다. 많은 주요 핵심 참모진과 안보 전문가가 한국 핵무장 필요성을 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선 25일 YTN 라디오에서 "(우리나라도) 제한적 의미의 핵무장 옵션을 열어 두자"고 주장한 윤상현 의원은 이날 "당장은 아니다"라며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윤 의원은 SNS에 "지금 당장 핵무장을 하자는 것은 국제적·경제적·외교적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며 "한반도 영해 밖에 핵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상시 배치하고 한미간 핵 공유협정을 맺는 것이 대북확장억제체계를 갖추는 길이고 사실상 핵무장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06-25 18:14:03[파이낸셜뉴스] 내달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권주자로 나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핵무장론을 꺼내들며 정국 휘어잡기에 나섰다. 나 의원은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이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에 참여한 후 취재진과 만나 핵무장론에 대해 "아시다시피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며 "최근 러시아와 북한이 가까이하고,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가로 인정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정세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는 경우에 미국의 태도도 바뀔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가 핵무장에 대해서 논의하고, 핵무장을 할 때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나 의원은 또 다른 당권 주자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채상병 특검법 찬성에 대해 "특검을 받아야 한다는 전제 하에 시작된 부분이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특검법을 다시 들고 나온 것 자체가 특검 정국에 매몰되게 하는 것에 기름을 붓는 용도"라고 지적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2024-06-25 09:46:29[파이낸셜뉴스] 최근 북한은 군사정찰위성2호기 발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사흘 만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600㎜ 초대형 방사포 6기를 탑재할 수 있는 이동식 발사대(TEL) 18대를 동원해 각기 1발씩 쏘아 올리는 도발을 감행했다. 이어 북한은 남한을 향해 다량의 오물풍선을 띄워 보내고, 서북 도서를 향해선 GPS 전파 교란을 시도하는 등 파상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차기 대권 주자로 유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안보 관련 핵심 측근들은 ‘트럼프 2기’의 국방외교 정책을 짐작케 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의 부담을 줄이려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겠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잇단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 핵무장 용인 발언 지난달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개발담당 부차관보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정책의 목표에 대한 질문에 “북한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는 개념 자체가 허무맹랑하다”며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발언해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크리스토퍼 밀러 전 미국 국방장관 대행도 지난달 29일 국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동의를 전제로 "북한의 도발로 심각한 긴장 국면이 조성되면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길지 않은 국방장관 대행 기간 중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시리아 등에서 미군 철수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도 6·25 전쟁에 참전했으며 자신도 1980년대 후반 비무장지대(DMZ)에서 소위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밀러 전 장관 대행은 "미국이 여전히 군사 능력을 증강하려는 2차 세계 대전 시대의 정신세계에 갇혀 있다"고 지적하고 "항공모함 전단처럼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무기로 전쟁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항모를 운영하는데 130억달러를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소형 자율 선박으로 재편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간 8200억달러(약 1100조원)가 넘는 미 국방 예산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미국이 한국에서 군대를 완전히 철수하는 어떠한 시나리오도 상상할 수 없지만 조정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밀러 전 장관 대행이 대표 집필한 트럼프의 정책 공약집 '프로젝트 2025'에는 '한국이 북한에 대한 재래식 방어를 주도하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무장관 등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도 지난달 22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한국의 핵무장을 미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했다. 그는 여러 차례 평양을 찾아 북미정상회담을 조율했다. 지난해 1월 회고록에서 2018년 북미정상회담 사전 정지 작업을 위해 극비리에 특사로 북한을 첫방문했을 때, 김정은이 “나는 당신이 나를 죽이려 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하자 "나는 여전히 당신을 죽이려고 한다’며 대범한 유머로 응수한 일화는 유명하다. 미국 상원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 등 공화당 일각에서도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빈번하게 나온다. ■美 여론의 변화... 한국 내 핵무장 찬성 70% 상회 트럼프 집권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의 피로 누적으로 인한 고립주의로의 선회 움직임은 거세지고 있으며, 미국 내 여론 동향의 움직임 등 거대한 흐름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조지 프리드먼의 제자이자 지정학·글로벌 에너지·인구통계학·안보 전문가인 피터 자이한은 어느덧 10년이 지난 2014년 출간한 저서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서 "셰일(가스·오일)혁명에 의해 에너지 자급자족이 된 미국은 '세계의 경찰 노릇'을 그만두고 고립주의로 나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미국은 중산층이 붕괴하면서 그 원인을 세계화(한국 포함) 및 중국으로 지목하고 지난 미국의 현대사 120년을 부정하는 여론이 물밑에서 상당기간 형성되고 있으며, 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국은 부자 나라"이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는 최근 발언은 그냥 나온 게 아니란 얘기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북핵 위기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북한 비핵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진 국민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핵 대응을 위해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2월 최종현학술원이 지난해에 이어 발표한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2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43명 중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91%로, 지난해 응답률(77.6%)을 크게 웃돌았다. 또 북한이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다탄두각개목표재돌입체(MIRV) 등 미사일 기술 개발을 통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60.8%)가 '그렇다'(39.3%)보다 높았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핵 억지력 행사 가능성에 대해 긍정 51.3%, 부정 48.7%로 긍정이 근소하게 앞섰는데 올해는 긍정이 무려 12%p 낮아졌다. 최종현학술원은 “한국민의 미국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기보다는 북한 핵무기 개발의 고도화와 광폭해진 도발 자세, 미국 대선 불확실성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중은 72.8%로 지난해(76.6%)와 견줘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정례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찬성 여론은 70.9%였다. ■北 “7차 핵실험은 실제 사용할 전술핵실험 전망 전문가 일각에선 한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을 추구해 왔지만 현시점에서 사실상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북미관계 정상화와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완화하며,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정책은 비현실적이며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3년 3월 13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자체 핵우산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는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올해 3월 2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체 회의에서 유엔 대북 제제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내년 4월까지 1년 연장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전문가 패널 창설 15년 만에 자동 종료됐다. 겅솽 중국 유엔 주재 대표부 부대사도 “지난 10년간 대북 제재가 목표 달성에 기여하지 못한 채 오히려 긴장과 대결을 심화시켜 북한의 인도적 상황과 민생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며 기권함으로써 힘을 보탰다. 지난 4월 러시아 현지 매체들은 군사전문가인 라이바를 인용해 중국이 최근 본토 2곳에서 서해로 진입한 16대의 H-6K 핵폭격기를 동원해 한국의 용산과 오산 기지, 평택 캠프 험프리, 대구 캠프 캐럴과 캠프 헨리, 부산 등지를 타깃으로 대규모 공습 핵투발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동원한 16대 폭격기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공대지용 B-611 기반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 2발 또는 CJ-10/20 계열 ALCM 6발을 장착할 수 있어 한반도에 32~96발의 핵폭탄을 투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가 2019년 5월에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둥펑-26'을 비롯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1년 사이 5배 이상 증강했으며 유사시 한반도와 일본의 미군 기지를 겨냥한 준중거리(MRBM)·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지대지 순항미사일(SSCM)은 최대 1740기로 추산했다. 중국 로켓군 예하 제65기지의 6개 미사일여단도 유사시 한반도에 동시에 투발할 수 있도록 108발에 달하는 탄도미사일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소식에 전해지면서 우리 군의 대비태세 점검과 함께 독자 핵무장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군사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2017년 9월 감행한 6차 핵실험에서 수소폭탄 수준의 최소 100kt급의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는 소형화 및 대기권 재돌입기술을 완성하면 전략무기 수준으로 북한의 핵무장 능력은 한국과 미국, 일본뿐 아니라 북한의 잠재적 적국 모두에 큰 위협으로 급부상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정치적 결정만 남은 7차 핵실험은 대체로 9월이나 10월 중 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도 그 시기를 결정적으로 예단하진 못했다. 다만 7차 핵실험은 전술핵으로 실제 사용 가능한 소형화·경량화한 위력 검증실험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북 비핵화 불가능..한국 핵무장 기회 찾아오나 최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론과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이 부상하는 이면에는 한미가 지난해 4월 채택한 워싱턴선언을 통해 확장억제 강화를 꾀하고 있지만, 북핵 역량과 북중러 등 안보 위협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 미국과의 동맹 안보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미 정상간 ‘워싱턴 선언’은 양국 대통령 간 합의문으로 미국 대통령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백지화될 수 있단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협정과 조약은 정부나 국가가 주체가 되며, 엄격한 형식을 맺은 것으로 국가수반이 바뀌어도 쉽게 폐기할 수 없는 반면 ‘선언’은 의사와 의견을 일방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손대권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역사상 그동안 과거 다른 강대국들과는 다른 '특수한 강대국'(Special Great power)이었다고 짚었다. 이어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동맹국들과 협력해 개방적이고 자유주의적이며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구축하고, 인권이나 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약소국들과도 상호호혜적인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고 그 적법성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미국은 스스로 만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규칙과 규범을 준수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절제하고 타국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 군사분야 등에서도 일종의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하지만 현재 미국 내에선 이에 대한 반감이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이 전개하고 있는 최근의 대외정책들은 이러한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더 이상 '특수한 강대국'이 아니라 과거 역사에서 있었던 '보통 강대국들'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의미로 "미국도 과거에 있었던 많은 강대국들과 동일하게 자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대외정책을 전개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현재 미국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한국의 자체 핵보유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여러 목소리는 동맹국에 대한 안보 기여 축소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기존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유지하고자 하는 두 가지 상충되는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며 "자유주의 진영의 일원인 한국의 핵 문턱을 낮춰줌으로써 미국의 안보 기여 부담을 줄이면서도 자유주의 질서는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보통 강대국'처럼 행동할 것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미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한 핵물질 재처리 제한 완화 및 핵헷징 전략 추구는 현 상황에서 한국에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6-02 13:10:32[파이낸셜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불안한 국제 정세 속 '핵무장론'을 이슈로 끌어 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 가까이 된데 이어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며 우리나라의 안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 방호대책 토론회에서 '핵무장론' 나와서울시는 지난 2일 수도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김규하 수방사령관을 비롯해 서울시 통합방위협의회 위원, 안보정책자문단, 핵 및 방호분야 국내 전문가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본 서울시 핵·미사일 방호 발전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최초로 열린 전시 방호대책 토론회다. 전문가들의 입을 빌리긴 했지만 이번 포럼은 핵무장론을 꾸준히 외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포럼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주최가 돼 처음으로 안보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서울시가 천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만큼 최첨단 과학기술이 가져온 무기체계의 변화, 안보상황의 변화 등을 계속해서 토론 시리즈로 다뤄야겠다고 관련부서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은 우리나라의 자체 핵 무장론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에 나서면서 핵 개발론을 들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2019년 발간한 본인 저서 '미래 :미래를 보는 세 개의 창'에서도 오 시장은 "우리가 핵 개발 능력을 보유하려는 시도를 하는 순간, 혹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전술핵을 재배치하려는 순간, 북한 핵의 폐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적어도 일본 정도의 핵 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미동맹을 포함한 모든 대북 핵 억지 기제가 작동하지 않을 때, 비핵화를 위한 모든 정책 옵션이 고갈되고 있을 때, 바로 핵무기 개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결심만 하면 언제라도 할 수 있는 태세 정도는 갖춰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서울시장 재임에 성공한 뒤에는 말을 아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다시 핵 무장론을 꺼내 들었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되던 시점 페이스북을 통해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 한국이 핵 보유 옵션을 열어놔야 한다"며 "우리가 핵보유 가능성까지 검토할 때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압박해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 실현 가능성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자했다. 이어 3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오 시장은 "북한이 최소 수십 개의 핵탄두를 확보한 가운데 핵무기 개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고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더는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지난 8월 말에는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서 "북한에 상응하기 위한 방어체계를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재원보다 핵무기 개발에 들어가는 재원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핵 무장론에 재차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美에서 韓핵무장론 조금씩 나와"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도 지난 10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확히 비중을 말하긴 어렵지만 북한 비핵화 가능성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평가가 있다"며 "그런(우리나라의 자체 핵무장) 논의들이 정치권이나 학계에서 과거에 비해 조금씩 나오는 것은 사실이고, 그만큼 한반도의 안보적인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을 이틀 앞둔 지난 4월 13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을 시험 발사하고 이를 다음날 노동신문 등을 통해 공개했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자를 한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정성장 박사에 따르면 북한이 기존의 액체연료가 아닌 발사 준비 시간이 대폭 단축된 고체연료 기반의 ICBM을 시험발사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정 박사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 간 확전이 일어나면 과연 미국이 핵무기로 북한을 보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미국은 지금도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핵무기로 북한에게 어떻게 보복할 것인지 한국과 구체적으로 협의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 국방부가 최근 시진핑 집권 3기에 대만 침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는 등 중국과 대만 사이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이미 중동과 동유럽에서 각각 간접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북한이 도발할 경우 미국의 여력이 한반도에 닿을 수 있는지 우려되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월 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3242명 중 50%는 북한이 한국을 침공할 경우 미군이 방어하는데 찬성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5% 대비 5%p 하락했다. 2년 전 63%와 비교하면 13%p나 줄었다. 동유럽과 중동에서 대리전을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미국인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동시에 군비 사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韓핵무장 비현실적이란 인식 우세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의 핵무장에 대해선 비현실적이라는 인식이 우세하다. 핵무장론이 오히려 한·미동맹을 해칠 수 있고, 우리나라가 핵무장을 한다고 선언하는 순간 일본도 가세해 동북아의 긴장감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우리나라에서 핵무장 논란이 벌어질 당시 어니스트 모니즈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엔도먼트에서 발행하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의 칼럼을 통해 "한국을 둘러싼 안보 위협은 현실적이나 핵무장이 답이 될 수는 없다"며 "핵 무장에 나선다면 한국은 지정학적 리더십을 잃고 고립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핵무장은) 동북아시아 내 핵 위협을 키울 뿐 아니라 한미동맹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며 "한국 정부와 국민들은 위협적인 길을 선택하기 전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한다"고 기술했다. 통일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2023 통일의식 조사'에서도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면 면접 조사한 결과 한국이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은 60.2%로 전년 같은 조사(69.0%)보다 8.8%p 감소했다. 지난 2021년에는 같은 조사에서 71.3%가 나온 바 있다. 미국이 가진 핵을 한국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응답도 53.6%로 전년 대비 6.8%p 줄었다. 통일연구원은 "일부에서 진행된 한국의 독자적 핵 보유 논의가 일반 대중에까지 확산되면서 여러 문제점과 비용 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미국 핵 재배치 여론의 약화 이유도 동일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3-11-04 01:49:17[파이낸셜뉴스]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인구 1000만의 서울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핵을 보유함으로써 전쟁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체 핵보유만이 우리 지킬 최후 수단"서울시는 수도방위를 책임지고 있는 김규하 수방사령관을 비롯해 서울시 통합방위협의회 위원, 안보정책자문단, 핵 및 방호분야 국내 전문가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본 서울시 핵·미사일 방호 발전방안 포럼'을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3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최초로 열린 전시 방호대책 토론회다. 이번 포럼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통한 시사점을 공유하고 한반도 확장 억제를 위한 다양한 정책 방향과 수도 서울의 빈틈없는 방호태세를 위한 발전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포럼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주최가 돼 처음으로 안보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서울시가 천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만큼 최첨단 과학기술이 가져온 무기체계의 변화, 안보상황의 변화 등을 계속해서 토론 시리즈로 다뤄야겠다고 관련부서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정성장 박사는 '현(現) 확장억제 전략 평가와 향후 10년 전략적 선택' 를 주제로 핵 확장 억제, 핵 공유 또는 전술핵 배치, 한·미 핵 협정 보완 등 다양한 핵 정책 방안을 공유했다. 정 박사는 "현재 북한은 80~90여 발 정도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며 "자체 핵무기 보유는 주변국들로부터 우리를 지킬 최후의 수단이고, 더 나아가 주변국들과 대등한 호혜협력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갈 외교·안보적 자산이 돼 지속 가능한 평화의 시대를 열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北 ICBM 개발 상당 진전...美 본토 위협"장 박사는 북한이 다수의 핵탄두를 보유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에 전적으로 의존해도 되는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미국도 자국 영토에 대한 위협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 간 확전이 일어나면 과연 미국이 핵무기로 북한을 보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미국은 지금도 북한이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핵무기로 북한에게 어떻게 보복할 것인지 한국과 구체적으로 협의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생산 능력을 연간 130-240kg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매년 8-16개의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수준이다. 정 박사에 따르면 북한의 핵 미사일이 위력 20kt의 핵탄두를 탑재하고 800m 높이의 서울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11만46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53만46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정 박사는 "2019년 미·북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덧붙했다. "최소 日 수준 핵 잠재력 갖춰야"일각에서 우리나라의 핵 보유 시도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최근엔 흐름이 바뀌고 있으며 최소한 일본 수준의 핵 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정 박사의 주장이다. 일본은 1988년 미일원자력협정에 의해 우라늄의 20% 미만 농축을 전면 허용받고, '당사자 합의 시' 20% 이상의 고농축도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5년 개정 한미원자력협정을 통해 우라늄의 20% 미만 저농축이 '원칙적'으로 허용됐다. 정 박사는 "우라늄의 20% 미만 저농축도 고위급위원회의 협의를 거쳐 서면 합의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20% 미만 저농축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보유량,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기술, 미사일 기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일본은 자체 핵 개발이 어느 정도 가능한 기술적 수준에 도달해 있으나 한국은 일본에 비해 핵잠재력이 한참 낮은 수준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신속하게 재개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최소한 미일원자력협정 수준으로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NPT 탈퇴도 고려해야...美 대선결과 중요"정 박사는 "한국의 안보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된다면 정부는 국가 생존과 안보를 위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후에는 비확산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국가들과의 관계가 일시적으로라도 악화되지 않도록 대대적인 외교 캠페인이 필요하고,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및 묵인하에 핵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핵무장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미국 설득인 만큼 내년에 있을 미국 대선에서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국가를 위해 방위비를 쓰는 것에 매우 부정적이다. 실제 미국의 2023 회계연도 국방예산은 7730억달러(약 1000조원)에 달하는데, 핵무기 관련 예산까지 포함하면 1조달러(약 1300조원)가 넘는 예산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정 박사는 "현실적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를 대상으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수용, 원자력추진잠수함 보유 동의까지만 이끌어낼 수 있어도 대성공을 거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한일의 핵무장에 열린 입장을 가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미국의 강력한 반대나 제재에 대한 우려 없이 핵무장의 방향으로 비교적 순탄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보 우려 높아져...오 시장 '핵 무장론' 반영한 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핵 무장론을 주장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의 견해에 따라 이번 포럼이 개최된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시장은 우리나라의 자체 핵 무장론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에 나서면서 핵 개발론을 들고 나왔다. 2019년 발간한 본인 저서 '미래 :미래를 보는 세 개의 창'에서 오 시장은 "우리도 핵 개발 능력을 보유하려는 시도를 하는 순간, 혹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전술핵을 재배치하려는 순간, 북한 핵의 폐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적어도 일본 정도의 핵 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미동맹을 포함한 모든 대북 핵 억지 기제가 작동하지 않을 때, 비핵화를 위한 모든 정책 옵션이 고갈되고 있을 때, 바로 핵무기 개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결심만 하면 언제라도 할 수 있는 태세 정도는 갖춰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서울시장 재임에 성공한 뒤에는 말을 아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다시 핵 무장론을 꺼내 들었다. 오 시장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이 되던 시점 페이스북을 통해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 한국이 핵 보유 옵션을 열어놔야 한다"며 "우리가 핵보유 가능성까지 검토할 때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압박해 우리의 협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 실현 가능성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자했다. 이어 3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오 시장은 "북한이 최소 수십 개의 핵탄두를 확보한 가운데 핵무기 개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고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더는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지난 8월 말에는 서울시의회 시정질의에서 "북한에 상응하기 위한 방어체계를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재원보다 핵무기 개발에 들어가는 재원이 훨씬 경제적"이라며 핵 무장론에 재차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3-11-02 16:49:40[파이낸셜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국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 핵무장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데 이어 재차 거론함으로써 이 주장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최근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국제사회 저항은 조금 있을 수 있지만,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은 (국제사회에서도) 점점 힘을 얻어갈 것”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북한이 전술 핵무기로 한국을 겨냥한다는 의도가 구체화하는 상황에서, 안보 어떤 부분이 보완되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오 시장은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면서 핵보유국과 그렇지 않은 나라 전쟁 양상이 매우 달리 전개되는 걸 지켜봤다”며 “러시아와 달리 우크라이나가 상대방 영토를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핵 미보유국의 ‘심리적 열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우리 정부가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한단 얘기는 금기시됐지만, 북한이 전술 핵무기 소형·경량화에 성공해 몇 십 개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는 게 정설처럼 굳어지는 상황”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에 얽매여 스스로 핵 개발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는 국민을 더 설득하기 힘든 시점”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북한이 계속해 핵을 가지고 위협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국내 여론이 점점 더 자체 핵무기 개발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런 메시지가 북한과 중국에 분명히 전달돼 북한을 자제시키는 데 유용한 메시지기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앞서 지난 1월 1일에도 한 방송에 출연해 핵무장론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지금처럼 북한이 잦은 도발을 하게 되면 국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고, 북한과 중국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4~5년 전부터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하고, 바로 시작하지는 못하지만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3-03-13 20:58:34[파이낸셜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핵을 보유한 국가끼리 전쟁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며 ‘독자핵무장론’을 재차 꺼내들었다. 홍 시장은 과거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부터 핵무장론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홍 시장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5년 전부터 나는 ‘북핵 대응 문제에서 공포의 핵균형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소위 ‘한반도 비핵화론’은 이미 북의 핵실험이 시작되면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해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홍 시장은 “2017년 10월 미국 외교협회 연설에서도 그랬고 아베수상과의 회담에서도 그랬다‘며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도 위장평화회담이라고 설파했고 DJ, 노무현, 문재인 정권의 돈으로 산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역설해 왔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그럴때마다 당내 수양버들들은 나를 막말, 강성, 극우라고 비난했고 좌파들도 똑같은 말로 나를 비난 해 왔다”며 “북이 ICBM까지 개발한 지금 워싱턴 불바다를 각오하고 미국이 한국을 지킬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홍 시장은 이어 “그건 드골(프랑스 전 대통령)이 핵개발 할 때 똑같은 논리로 나토를 탈퇴하고 핵개발 한 후 다시 나토 재가입을 한 논리와 똑같다”며 “우리는 핵물질도 많이 보유하고 있고 핵개발 기술, 돈도 있다. 결심만 하면 단기간 내 북핵을 능가하는 탄두를 보유 할 수 있고 미국으로서도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해 줄 수 있는 새로운 힘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주한미군이 철수해도 자주국방이 가능해 진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나아가 핵을 보유한 국가끼리 전쟁은 불가능해 지고 우리는 북핵의 노예에서 벗어나게 된다”며 “인도, 파키스탄이 그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오늘 갤럽 여론조사를 보니 우리 국민의 76.6%가 핵균형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며 “이제 본격적으로 우방을 설득할 때가 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16일까지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가운데 76.6%는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독자적 핵 개발 필요성에 대한 문항에서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15.9%였으며 ‘어느 정도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60.7%로 집계됐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13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미 불가능해진 30여 년 전 버전인 ‘한반도 비핵화’ 타령을 아직도 금과옥조처럼 읊고 있는 미국이 참 한심하다”며 “외교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미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확인했으면서도 고장 난 레코드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고도 비판한 바 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01-31 09:2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