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일본 화장품 대기업 DHC 회장이 오사카시의 '헤이트 스피치' 심사를 받게 됐다. 28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오사카시는 재일 한국인 인권 옹호단체의 신고를 받아 요시다 요시아키 DHC 회장의 최근 발언이 헤이트 스피치(특정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할 계획이다. 오사카시는 지난 2016년 7월부터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헤이트 스피치 억제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요시다 회장은 지난달 공식 DHC 온라인몰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경쟁사) 산토리가 기용하고 있는 모델은 무슨 이유에선지 거의 모두 한국계 일본인"이라며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존토리'라고 야유당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DHC는 기용한 탤런트를 비롯해 모든 것이 순수한 일본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존토리는 재일 한국·조선인 등을 멸시하는 표현인 '존(チョン)'에 산토리의 '토리'를 합성한 단어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자 일본 소셜미디어에선 "명백한 헤이트 스피치"라며 비판이 쇄도했지만 DHC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 DHC는 일본에서 가장 큰 통신판매 업체 중 하나로 클렌징 오일과 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한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0-12-28 15:36:52일본 정부가 최근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혐한 시위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집권 자민당의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도야마 기요히코 국제국장은 2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과 민족에 대한 혐오 시위 또는 발언)' 실태 조사를 실시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정부대변인이기도 한 스가 장관은 "바로 실시해야 한다"며 2015년 예산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헤이트스피치의 구체적인 건수와 문제점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 헤이트스피치에 대한 염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5월 일본 민주당 아리타 요시후 의원 등 일본 국회의원 7명은 '인종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 철폐를 위한 시책 추진에 관한 법률안'을 참의원(상원)에 제출한 바 있다. 일본 시민단체인 외국인인권법 연락회는 당시 법안 제출과 관련해 "국가가 인종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이를 없애기 위한 시책을 추진할 방침을 명확히 하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귀중한 첫걸음"이라고 선언했다. 앞서 올 1월 일본 NHK는 자체 집계를 인용해 지난해 8월 이후 약 4개월 동안 일본 내 지방의회 23곳이 헤이트스피치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채택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혐한 시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법적 규제를 도입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일본 우익들은 지난달 21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방일 당시에도 도쿄 하네다공항과 윤 장관의 숙소 인근에 모여 반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박종원 기자
2015-07-02 22:06:37【파이낸셜뉴스 부천=노진균 기자】 조용익 경기 부천시장이 5박 6일간의 일본 방문을 통해 도시 경쟁력 강화와 국제 협력 확대에 나섰다. 이번 방문은 산업 유치와 관광 분야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13일 부천시에 따르면 시는 오사카에서 '부천대장 도시첨단산업단지 투자유치 설명회'를 개최했다. 조 시장은 재일대한민국민단 오사카본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오사카무역관, 오사카 상공회의소 등을 방문해 부천시의 지리적 이점과 인재 확보 강점, 산업단지 입주 혜택 등을 소개했다. 선진 시설 벤치마킹도 이루어졌다. 조 시장은 오스트리아 건축가가 설계한 친환경 시설 '마이시마 소각장'을 방문했다. 이 시설은 일일 최대 9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열에너지를 전력으로 전환해 연간 약 100억 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또한 가와사키시의 첨단 연구 개발 단지 '킹스카이프론트'도 시찰했다. 관광 분야에서는 오카야마시와 중요한 협약을 체결했다. 부천시는 국외 교류 도시와는 처음으로 '관광시설 등 이용료 상호할인에 관한 협약(MOU)'을 맺었다. 이 협약은 양 도시 시민들이 상호 관광시설을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 시장은 오카야마시에서 부천시 주요 축제와 콘텐츠를 소개하는 관광 홍보 부스도 운영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국제만화축제, 부천국제애니메이션축제 등이 소개되어 현지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가와사키시 방문에서는 시제 100주년을 축하하고, 양 도시 간 산업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조 시장은 또한 다문화 교류 시설인 후레아이관을 방문해 헤이트 스피치 금지조례 제정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조용익 시장은 "이번 방문은 부천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며 "경쟁력 있는 기업 유치로 도시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다양성이 존중받는 공존과 공생의 도시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4-11-13 09:55:57[파이낸셜뉴스] 일본 도쿄의 한 음식점이 가게 입구에 "한국인·중국인 거절"이라는 문구를 내걸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현지 외신은 24일, 외국인 문제 전문가인 스기야마 다이스케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 "국적과 인종을 이유로 입점을 거부하는 것은 법적으로 차별이며 위법"이라고 보도했다. 스기야마 변호사는 "지금까지도 입점을 거절한 보석점과 대중탕을 포함해 골프클럽 입회, 임대차 입거, 중고차 자료 요구 등을 거부한 기업에 대해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이 인정됐다"고 전했다. 손해배상의 근거는 일본이 비준한 '인종차별 철폐 조약'이다. 이에 따라 국적 및 인종을 이유로 입점을 거부하는 일은 고의 혹은 과실에 의해 타인의 권리 또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와 관련해 가게 측은 "이전에 한국인 손님이 민폐가 되는 행동을 한 적이 있다"며 "일하면서 싫은 경험을 하고 싶지는 않으니 중국인, 한국인은 거절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온라인에서는 "점포 측도 고객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이런 차별은 용납될 수 없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한편 신주쿠구 총무부 총무과는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는 '일본 외 출신자의 생명·신체·자유·명예·재산에 위해를 가하는 의사를 나타내는 것'으로, 가게의 게재문이 혐오 발언이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인종차별 철폐 조약"에 따른 인종차별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지난 22일·23일에 구에서 직원이 (가게를) 방문했지만 기재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며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음식점에 취소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다만 "강제적으로 삭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삭제할지 여부는 음식점 측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7-26 17:45:21[파이낸셜뉴스] 한국을 ‘구걸 집단’,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표현한 혐오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일본 시의원이 시의회에서 사직 권고를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 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시코쿠 가가와현의 소도시인 간온지 시의회는 이날 혐오 발언을 한 기시우에 마사노리 시의원에 대해 찬성 다수로 사직 권고를 결의했다. 집권 자민당 소속 기시우에 시의원은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 한일 역사문제에 관한 글을 올리면서 위안부를 겨냥해 “매춘부라는 직업으로도 돈을 매우 많이 벌었다”고 조롱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구걸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집단”이라고 비하했다. 이 글을 본 동료 시의원이 ‘헤이트 스피치(혐오 표현) 아니냐’고 지적했고, 지난 11월 29일 시노하라 가즈요 당시 시의회 의장은 ‘의장 자격’으로 기시우에 시의원을 불러 구두로 엄중 주의를 줬다. 그러나 기시우에 시의원은 곧바로 기자들에게 “혐오 발언임을 알고도 사용했다”며 “그 점은 죄송하지만 역사 인식을 바꿀 생각이 없고, 앞으로도 의원으로서 의견을 계속 개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시노하라 전 의장이 의장직에서 물러난 후 사직 권고안을 발의했다. 기시우에 시의원은 시의회의 결의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반성한다”면서도 “맡은 직책을 완수하고 싶다”고 사직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사직 권고 결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3-12-08 05:34:07[파이낸셜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를 막기 위해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금지를 위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데 대해 "내가 하면 양념이고 남이 하면 혐오인가"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를 막기 위한 것인데,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심한 욕설과 혐오를 조장하는 시위에는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과연 민주당이 헤이트 스피치를 금지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헤이트스피치의 원조는 다름 아닌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의원 등 유력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당론을 반대하는 의견에는 어김없이 18원 후원금과 문자폭탄 등이 쏟아졌다"고 지적했다. 또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 같은 행태를 '양념'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문자폭탄에는 말한마디 못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집시법 개정에 나선다면 또다시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민주당은 정치 혐오를 조장하는 강성 팬덤 정치와 먼저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김해솔 기자
2022-06-09 10:15:05【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오사카시가 지난 2016년 가두 시위 과정에서 재일 한국인, 조선인에 대해 차별 발언을 한 단체명을 지난 2일 공개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오사카시가 밝힌 단체명은 '행동하는 보수운동 간사이지구'다. 오사카시가 '헤이트 스피치'(특정 단체, 세력에 대한 증오, 적개심을 표현하는 연설)억제를 목적으로 조례에 의거, 단체명을 공개한 것은 이번에 세 번째다. 이 단체는 과거 2016년 7월 오사카시 주오구의 주오사카한국총영사관 근처에서 시위하면서 '범죄를 범하는 한국·조선인', '조선인, 한국인, 일본에서 몰아낸다'는 등의 발언을 일삼았다. 오사카시는 지난해 10월에 이 사건에 관해 '혐오·차별 의식을 부추길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으며 이후 단체의 이름과 발언 내용을 공개할지 검토했고, 시민들에게 사건을 주지시키고 인권 의식을 높여 비슷한 사건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공개까지 4년 반이나 걸린 것을 놓고, 심사가 지체됐다는 말이 나온다. 마이니치신문은 혐한 시위 억제를 위한 오사카시의 조례가 제정된 것은 2016년 1월이며 이후 차별적 언동에 관한 신고 등이 집중됐으나 심사가 장기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1-02-03 12:09:50【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지난 4일 오후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도쿄 시부야. 교복에 책가방을 맨 중·고등학생들이 하굣길 이 지역 최대 음반판매장인 타워레코드로 속속 들어왔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총 8개 층 가운데 5층 전층이 K팝코너다. 일본 J팝은 3층에 위치한다. 한국 K팝과 일본 J팝이 동일 면적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직접 노래를 만들고 댄스 안무를 하는 모습이 좋아요." 이곳에서 만난 교복 차림의 여학생 2명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아이돌그룹 '세븐틴'의 팬이라고 외쳤다. 고교 2학년인 이들은 "과거 소녀시대, 동방신기처럼 지금 일본에서는 BTS, 트와이스 등을 대표로 제3차 한류 물결이 치고 있다고들 한다"며 "K팝이라든가 한국 화장품이 일본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고, 뭔가 한국이라고 한면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다"고 했다. 대화가 진행되는 중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일본 여성 2명이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갓 데뷔한 한국 아이돌그룹 엔하이픈(ENHYPEN)의 앨범 2개를 집어들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 "한국? 멋지고 세련됐다"…3차 한류붐 또 다른 음반 매장인 시부야 쓰타야 1층. 교복 차림의 중학생 2명이 이곳에 전시된 9인조 니쥬(NiziU) 멤버들의 얼굴 포스터를 하나하나 만져가면서 연신 "리오, 가와이(예쁘다)!" "마야, 가와이!" "아야카 가와이!"라고 외쳤다. 니쥬는 일본 소니뮤직과 한국 JYP가 손잡고, 전원 일본인이지만 '한국식 트레이닝'으로 탄생한 걸그룹이다. 이름을 가리고 보면 한국 걸그룹이라도 해도 모를 정도로 화장과 헤어스타일 등이 한국식이다. '일본스러운' 데라고는 하나 없이 한국식으로 꾸며진 일본 가수들에게 거부감은커녕 동경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1020세대에게 한국은 "오샤레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확산되는 듯 하다. '오샤레'는 '멋짐' '세련됨' '근사함' 정도로 해석되는 일본어다. 일본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일류(日流)가 한류를 추격해야 한다"거나 "일류는 한류에 완패당했다"는 냉정한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대중문화 주도권이 이미 한국으로 넘어갔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10년 전 2차 한류 붐까지만 해도 한류는 '한국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번 3차 한류 붐은 확연히 다르다는 게 이곳 일본 현지의 목소리다. 한국 화장품, 한국 노래, 한국 음식 등이 한국이란 카테코리를 뛰어넘어, 그 자체로 이미 일본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만연하게 소비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일본어로 '한국패션'을 검색해 보면 무려 399만건, 한국화장품은 219만건, 한국요리 160만건이 검색될 정도다. 정진수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한류 생활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프랑스, 이탈리아를 패션과 화장품의 중심지라고 했는데, 이제 신트렌드의 중심은 한국이다'라는 게 일본인들의 인식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한국이 좋으니까 소비하는 게 아니라, 좋으니까 소비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에서 올 상반기 Z세대(1995~2003년생)들의 유행과 가치관에 대한 한 조사에서 "젊은이의 유행은 한국에서 왔다"는 결론이 나왔다. 음식분야에서는 '달고나커피'가 1위, 화장품에서는 한국 브랜드 'CLIO(클리오)'와 '에뛰드 하우스'가 디오르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한류에 대한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달 도쿄에서는 한·일 양국의 의원연맹 총회가 열렸다. 징용 배상 문제를 둘러싼 악화된 관계를 풀고자 한국 측에서는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한국의 몇몇 여야 의원이 참석했다. 정가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일본 측 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내리 15분간이나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과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훈계식 연설'을 했다고 한다. 이 냉랭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건 다름아닌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었다. 일한의원연맹의 한 간부급 정치인이 "사랑의 불시착'의 열혈 시청팬임을 자처하면서 대화가 한층 부드럽게 전개됐다고 한다. 이미 '사랑의 불시착'을 '정주행'했다고 밝힌 일본 외무성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지난 10월 몽골 출장 당시 트위터에 '사랑의 불시착'이 몽골에서 촬영됐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올리기까지 했다. 한·일 관계가 징용 문제로 '최악의 시기'로 일컬어지고 있음에도, 3차 한류 붐이 그 만큼 견고하다는 의미다. 과거 2차 한류붐이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일본 내에서 혐한 발언, 헤이트 스피치 등에 휩쓸려 급속히 꺼져갔던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 말 한국관광공사와 아시아나항공이 개최한 한국관광 이벤트에 참석한 시미즈 가오리씨(48·여)는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에 스무번도 넘게 갔지만 그 역동성에 반해 또 가고 싶다"면서 "BTS를 좋아하게 돼 과거 양국의 역사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대화 말미에 그는 한국어를 독학했다며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줬다. ■ 일본은 왜 완패당했는가 일본은 이제 한류의 '성공방정식'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한류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다. 황성운 한국문화원장은 "'한류의 성공비결이 뭐냐'는 게 일본인들이 최근 가장 많이 질문해오는 부분이다"라고 했다. J팝이 단일시장으로는 세계 2위인 1억3000만명 인구의 일본 내수시장에 안주한 것과 달리, 지난 20년간 K팝은 협소한 한국 음악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으로 가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높은 완성도'는 주무기다. 그 절정판이 BTS다. 일본의 시사평론가 시라카와 쓰카사씨는 시사잡지 프레지던트에 '일본의 엔터테인먼트가 한국에 완패한 이유' 제목의 글에서 "한국 연예기획사들은 세계시장에 필사적으로 접근했으며,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프로 지향이 강한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좀 과장하면, '일본에는 세계시장을 겨냥할 프로듀서가 없다.' 그리하여 탄생한 게 한국의 프로듀싱 기업을 적용한 일본 음악그룹 '니쥬'다. 소니뮤직은 일류(日流)의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아예 한국식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소니뮤직과 JYP는 일본 최대 민영방송인 니테레를 통해 니쥬 선발부터 성장과정, 박진영의 멘토링까지 그대로 노출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10대 여성 아이돌의 성장기를 공개해 응원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JYP의 여성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성공전략의 복사판이다. 니쥬를 '제2의 트와이스'라고 부르는 이유다. 일본인들은 니쥬 탄생의 주역인 박진영이 연습생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면서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모습에 "말의 마법에 감동했다"며 '세계 최고의 상사'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TS식 스타육성법, 소니도 빨아들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니쥬에 대해 "세계를 매혹하는 K팝이 갈고닦은 '성공방정식'이 녹아 있다"고 분석한 뒤 "'넥스트BTS'라고 하는 블랙핑크나 슈퍼엠이 이미 세계시장에서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한국 연예기획사들이 '안정적인 양산체제'를 갖고 차세대 스타를 창출하고 있어 K팝 열풍은 당분간 계속 몰아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0-12-06 19:14:05【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지난 4일 오후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도쿄 시부야. 교복에 책가방을 맨 중·고등학생들이 하굣길 이 지역 최대 음반판매장인 타워레코드로 속속 들어왔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총 8개 층 가운데 5층 전층이 K팝코너다. 일본 J팝은 3층에 위치한다. 한국 K팝과 일본 J팝이 동일 면적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직접 노래를 만들고 댄스 안무를 하는 모습이 좋아요." 이곳에서 만난 교복 차림의 여학생 2명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아이돌그룹 '세븐틴'의 팬이라고 외쳤다. 고교 2학년인 이들은 "과거 소녀시대, 동방신기처럼 지금 일본에서는 BTS, 트와이스 등을 대표로 제3차 한류 물결이 치고 있다고들 한다"며 "K팝이라든가 한국 화장품이 일본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고, 뭔가 한국이라고 한면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다"고 했다. 대화가 진행되는 중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일본 여성 2명이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갓 데뷔한 한국 아이돌그룹 엔하이픈(ENHYPEN)의 앨범 2개를 집어들고는 계산대로 향했다. ■ "한국? 멋지고 세련됐다"…3차 한류붐 또 다른 음반 매장인 시부야 쓰타야 1층. 교복 차림의 중학생 2명이 이곳에 전시된 9인조 니쥬(NiziU) 멤버들의 얼굴 포스터를 하나하나 만져가면서 연신 "리오, 가와이(예쁘다)!" "마야, 가와이!" "아야카 가와이!"라고 외쳤다. 니쥬는 일본 소니뮤직과 한국 JYP가 손잡고, 전원 일본인이지만 '한국식 트레이닝'으로 탄생한 걸그룹이다. 이름을 가리고 보면 한국 걸그룹이라도 해도 모를 정도로 화장과 헤어스타일 등이 한국식이다. '일본스러운' 데라고는 하나 없이 한국식으로 꾸며진 일본 가수들에게 거부감은커녕 동경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1020세대에게 한국은 "오샤레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확산되는 듯 하다. '오샤레'는 '멋짐' '세련됨' '근사함' 정도로 해석되는 일본어다. 일본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일류(日流)가 한류를 추격해야 한다"거나 "일류는 한류에 완패당했다"는 냉정한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대중문화 주도권이 이미 한국으로 넘어갔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10년 전 2차 한류 붐까지만 해도 한류는 '한국을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었다. 하지만 이번 3차 한류 붐은 확연히 다르다는 게 이곳 일본 현지의 목소리다. 한국 화장품, 한국 노래, 한국 음식 등이 한국이란 카테코리를 뛰어넘어, 그 자체로 이미 일본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만연하게 소비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일본어로 '한국패션'을 검색해 보면 무려 399만건, 한국화장품은 219만건, 한국요리 160만건이 검색될 정도다. 정진수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장은 "'한류 생활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프랑스, 이탈리아를 패션과 화장품의 중심지라고 했는데, 이제 신트렌드의 중심은 한국이다'라는 게 일본인들의 인식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한국이 좋으니까 소비하는 게 아니라, 좋으니까 소비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에서 올 상반기 Z세대(1995~2003년생)들의 유행과 가치관에 대한 한 조사에서 "젊은이의 유행은 한국에서 왔다"는 결론이 나왔다. 음식분야에서는 '달고나커피'가 1위, 화장품에서는 한국 브랜드 'CLIO(클리오)'와 '에뛰드 하우스'가 디오르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한류에 대한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달 도쿄에서는 한·일 양국의 의원연맹 총회가 열렸다. 징용 배상 문제를 둘러싼 악화된 관계를 풀고자 한국 측에서는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한국의 몇몇 여야 의원이 참석했다. 정가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일본 측 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내리 15분간이나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과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훈계식 연설'을 했다고 한다. 이 냉랭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건 다름아닌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었다. 일한의원연맹의 한 간부급 정치인이 "사랑의 불시착'의 열혈 시청팬임을 자처하면서 대화가 한층 부드럽게 전개됐다고 한다. 이미 '사랑의 불시착'을 '정주행'했다고 밝힌 일본 외무성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지난 10월 몽골 출장 당시 트위터에 '사랑의 불시착'이 몽골에서 촬영됐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올리기까지 했다. 한·일 관계가 징용 문제로 '최악의 시기'로 일컬어지고 있음에도, 3차 한류 붐이 그 만큼 견고하다는 의미다. 과거 2차 한류붐이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일본 내에서 혐한 발언, 헤이트 스피치 등에 휩쓸려 급속히 꺼져갔던 것과 대비된다. 지난달 말 한국관광공사와 아시아나항공이 개최한 한국관광 이벤트에 참석한 시미즈 가오리씨(48·여)는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에 스무번도 넘게 갔지만 그 역동성에 반해 또 가고 싶다"면서 "BTS를 좋아하게 돼 과거 양국의 역사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대화 말미에 그는 한국어를 독학했다며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줬다. ■ 일본은 왜 완패당했는가 일본은 이제 한류의 '성공방정식'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한류 시스템'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다. 황성운 한국문화원장은 "'한류의 성공비결이 뭐냐'는 게 일본인들이 최근 가장 많이 질문해오는 부분이다"라고 했다. J팝이 단일시장으로는 세계 2위인 1억3000만명 인구의 일본 내수시장에 안주한 것과 달리, 지난 20년간 K팝은 협소한 한국 음악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으로 가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높은 완성도'는 주무기다. 그 절정판이 BTS다. 일본의 시사평론가 시라카와 쓰카사씨는 시사잡지 프레지던트에 '일본의 엔터테인먼트가 한국에 완패한 이유' 제목의 글에서 "한국 연예기획사들은 세계시장에 필사적으로 접근했으며, 그런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프로 지향이 강한 한국 엔터테인먼트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좀 과장하면, '일본에는 세계시장을 겨냥할 프로듀서가 없다.' 그리하여 탄생한 게 한국의 프로듀싱 기업을 적용한 일본 음악그룹 '니쥬'다. 소니뮤직은 일류(日流)의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 아예 한국식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소니뮤직과 JYP는 일본 최대 민영방송인 니테레를 통해 니쥬 선발부터 성장과정, 박진영의 멘토링까지 그대로 노출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10대 여성 아이돌의 성장기를 공개해 응원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JYP의 여성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성공전략의 복사판이다. 니쥬를 '제2의 트와이스'라고 부르는 이유다. 일본인들은 니쥬 탄생의 주역인 박진영이 연습생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면서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모습에 "말의 마법에 감동했다"며 '세계 최고의 상사'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TS식 스타육성법, 소니도 빨아들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니쥬에 대해 "세계를 매혹하는 K팝이 갈고닦은 '성공방정식'이 녹아 있다"고 분석한 뒤 "'넥스트BTS'라고 하는 블랙핑크나 슈퍼엠이 이미 세계시장에서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한국 연예기획사들이 '안정적인 양산체제'를 갖고 차세대 스타를 창출하고 있어 K팝 열풍은 당분간 계속 몰아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0-12-06 17:49:13【도쿄=조은효 특파원】 아마존 재팬이 과거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던 인물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자, 일본 시민사회 일각에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반대운동에 나선 일본인들은 아마존 재팬의 월정액(500엔)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해지로 맞서고 있다. 일본 트위터에서는 '아마존 프라임을 해지했습니다'라는 해시태그가 줄을 이었다. 지난 17일 트위터 일본 계정의 실시간 트렌드 1위는 '아마존 프라임 해지 운동'이었다. 일본 트위터리안들이 문제를 삼은 아마존 프라임의 광고 모델은 과거 "재일 한국인은 북한 테러리스트 분자"라는 식으로 일반 시민으로 가장한 북한 공작원들이 일본에 있다고 주장한 미우라 루리다. 국제정치학자인 그는 "슬리퍼 셀(sleeper cell, 일본에 잠복 중인 북한 공작원)로 오사카가 위험하다"라는 등의 발언을 일삼았다. 과거 도쿄대 재학시절(2004년) 자민당 주최 국제정치 논문 대회에서 총재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자민당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관련 징병제 도입 주장 등을 펼쳐왔다. 미디어를 통해 인지도를 높여온 인물이다. 또 다른 광고모델은 배우인 마쓰모토 히토시다. 그는 지난해 가와사키시에서 벌어진 하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에 의한 등굣길 아동에 대한 무차별 흉기난동 사건을 가리켜, "태어날 때부터 불량품이 있다"는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일본 내에선 태어날 때부터 범죄를 저지를 만한 '인종'이 따로 있다는 식의 발언은 우생학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마이니치신문은 18일 아마존 재팬을 향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틀린 말을 한 인물을 광고에 기용한다는 것은 기업이 그러한 발언에 동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에도 출간된 바 있는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의 저자 이케다 가요코는 자신도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해지했다며, "슬리퍼 셀과 같은 발언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거대 IT기업인 'GAFA(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의 미국 본사는 인종차별과 같은 헤이트 스피치에 민감한 반면, 이들의 일본 법인은 그렇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업이 바뀌기 바란다면 소비자가 행동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아마존 일본 법인은 "고객의 반응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향후 제작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광고 동영상은 현재는 비공개로 처리됐다. 반면 자신과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식의 반론 역시 또 다른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2020-08-18 14:5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