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방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6개월간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하는 ‘자랑스러운 과학기술 강군’ 건설을 목표로 국방역량 강화를 위한 주요정책을 추진해 왔다며 그 성과를 돌아보고 향후 계획을 17일 발표했다. 국방부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은 매우 엄중하고 급박하게 전개됐다며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최근 쓰레기 풍선 살포,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등 하이브리드 양상의 도발을 감행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북한은 지난 6월 러시아와 신조약 체결 후 러시아에 무기 지원 뿐만 아니라 전투병력까지 파병하여 한반도는 물론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도전적 국방환경 속에서 압도적인 대북 억제력을 갖춘 가운데 북한을 포함한 전방위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며,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군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장병 복무여건 및 처우 획기적 개선 △압도적인 국방능력과 태세, 의지 구축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전투체계 중심의 첨단과학기술군 건설 △방위산업 발전을 통한 국방역량 강화를 중점으로 각종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격에 걸맞는 병영환경·복무여건·처우 개선 국방부는 국격에 걸맞게 병영환경을 개선하고, 장병 복무여건 및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함으로써 ‘보람되고 자랑스러우며 선망의 대상이 되는 군’을 지향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군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으로 ‘사기가 떨어진 군대’는 그 어떤 첨단 전력을 갖추고 있어도 싸워 이길 수 없다며 이를 위해, 지난 2년 반 동안 우선 조치할 수 있는 것을 선별해서 속도감 있게 개선해 나가고 있다. 올 해 초급간부 기본급 인상률은 공무원의 두배 수준으로 인상하고, 2025년 추가 인상을 통해 하사 기준 월 200만원이 되도록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군은 당직근무비는 유사 직역(소방, 경찰)과 대등한 수준으로 단계별 인상할 계획이다. 군은 또 간부들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군인가족을 위한 복지도 개선하고 있다. 간부숙소 확충, 이사화물비 현실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잦은 이사와 격오지 근무 시 발생하는 자녀 교육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모집형 자율형 공립고 확대를 지속 추진하고 있으며, '26년에는 경북 영천고가 추가 운영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간부숙소는 올 연말까지 소요 대비 92%인 약 10만5000실을 확보할 예정이고, 2026년까지 추가 건립을 통해 전체 소요인 11만4000여실을 100% 확보해 모두가 1인 1실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관사는 노후 개선 및 부족 소요 확보를 위해 올해 574세대의 사업을 착수했고 내년 2025년에는 600여세대의 사업을 착수할 예정이며, 4인가족 면적 기준을 75㎡(약 28평)에서 85㎡(약 32평)로 확대 적용 중이다. 병영생활관은 기존 8~10인실을 2~4인실로 개선 중이며 현재 126개동에 대한 사업을 착수, 내년 2025년에는 61개동을 추가 개선할 예정이다. 대북 군사대비태세 유지, 동맹·우방국 협력 강화 국방부는 대북 군사대비태세를 확고히 유지하는 가운데 동맹·우방국과 협력을 강화하여 역내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고, 규칙 기반 질서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적이 감히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도발 시 ‘즉·강·끝 원칙’으로 응징할 수 있는 압도적인 능력과 태세, 의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로 군사적 제한사항을 해소했다. 한미 연합 감시정찰자산 운용 여건을 보장하였고, 접적지역에서 작전 및 훈련을 정상화화했다. 특히, 접적지역에서 여단급 이상 야외기동훈련 18회, 포병·해상 사격훈련 22회를 실시하는 등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북한 핵·미사일 등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도록 독자적 정보감시정찰 (ISR) 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핵심자산인 군 정찰위성은 현재까지 2기를 확보했고, 다음달(12월 3주차) 3호기를 美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추가 발사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한미는 ‘워싱턴 선언’ 이후 핵협의그룹(NCG) 운영을 통해 NCG 공동 지침을 완성함으로써 명실공히 ‘핵기반 동맹’으로 격상했다. 또한, 미 전략자산 전개는 과거(2018년 1월~2022년 5월)에는 전무하였으나 최근(2022년 .5월~2024년 11월)엔 30회 이상 실시하여 빈도와 강도를 확대하고 있다. 북한 위협에 대한 효과적인 억제 및 대응을 위해, 한미일 고위급 협의를 재개하고 다영역 3자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23, '24년)를 연이어 개최하는 등 가치공유국과 연대 및 협력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미래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조기 구현 국방부는 미래 전쟁양상 및 국방환경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AI 기반 무인전투체계 중심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조기 구현하여 병력은 줄지만 전투력은 더 강한 첨단과학기술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관련 예산은 2023년 이후 매년 2000억원 이상 편성했으며, 2025년에는 3069억원(정부안 기준)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22년 대비 약 302% 수준으로 확대된 규모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패스트트랙(Fast Track)제도 신설 등 신속 전력화를 위한 국방획득체계를 개선했고, 국방데이터분석센터(’23.1월), 국방AI센터(’24.4월)를 창설하는 등 AI 기술개발 가속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2025년에는 AI 기반 무인·로봇 중심 전투체계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AI 기반 지상 유·무인 복합전투부대와 경계부대 시범운용을 통해 미래를 현실로 바꾸어 나갈 방침이다. ■방산 수출 적극 지원...현무-5 수량·탄두 증대 국방부는 방위산업을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견인하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방산 수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2020년 이전에 연평균 30억불에 불과했던 방산 수출 실적을 지난 2년간 연평균 150억불 수준으로 약 5배 성장시켰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론 중동, 아시아에 집중되었던 방산 협력 상대국을 유럽, 미주, 대양주까지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K9, FA-50, 천무 등에 국한되었던 수출 무기체계도 확대되어, K2, M-SAM Ⅱ, 신궁, 장갑차(레드백)도 대표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KF-21, L-SAM, 잠수함, 호위함, 수리온 등 경쟁력이 있는 무기체계에 대해 다양한 국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MRO 산업 등 새로운 방산 협력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국방부는 특히 한국형 3축 체계 전력 강화에 나서 지난달 국군의날 행사 때 공개된 고위력 미사일 '현무-5'의 탄두 중량 및 수량을 증대하겠다고 밝혔다. 현무-5는 올해 국군의 날 행사 때 탄두 중량만 8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9축 18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탑재된 모습으로 첫등장했다. 이 같은 형태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 핵·미사일 24시간 감시를 위한 군 정찰위성은 현재 2기를 확보했고, 내달 3주 차에 미국 밴덴버그 공군기지에서 3호기를 발사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앞으로도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정부 정책을 강력한 국방력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자랑스러운 과학기술 강군” 건설을 목표로 실효적인 국방정책을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1-18 10:48:57[파이낸셜뉴스] 지난 1일 한국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육해공 전력이 총출동한 가운데 시가행진을 펼쳤다. 특히 재래식 무기의 파괴력을 최대로 확장해 핵폭탄급 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괴물 미사일, 현무-5가 국군의 날 공개돼 큰 주목을 받았다. 미 공군의 초음속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도 국군의 날 행사에 처음 등장했다.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주목된다. ■현무-5, 북한에 강력한 군사적 경각심 환기 평가 4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보통 많은 국가에서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의 평균 탄두 무게는 1t 정도이고, 북한이 지난 7월에 공개한 ‘화성포-11다 4.5’의 경우 현재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 중 최대 중량의 탄두인 4.5t이다. 현무-5는 그보다 2배 가까운 탄두 무게만 무려 8~9t에 달하며 북한 전 지역의 초정밀, 초고위력 타격이 가능하다. 탄두부를 구성하는 폭발 물질 소재 개선 등을 통해 실제 폭발력은 탄두 중량을 크게 웃도는 11t이 넘도록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무 미사일은 3차원(3D Radar Mapping) 레이더 지형유도 방식(RADAG :Radar Area Guidance)을 복합적으로 탑재해 북한의 GPS 제밍을 받더라도 입력된 정보와 실제 지상의 지형지물을 대조·탐색하면서 목표물을 초정밀 타격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군사 무기 퍼레이드를 진행한 명확한 목표 중 하나로 북한의 다양한 군사적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확한 제원과 위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무-5 미사일은 벙커 버스터로 지상에서 발사돼 고도 1000km까지 올라갔다가 마하 10의 속도로 수직으로 떨어지는 운동 에너지를 더해 지하 수백m를 관통하는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유사시 평양과 김정은이 숨어 들어간 지하 시설 등 대부분 갱도에 전략적 무기들을 숨겨 놓고 있는 북한에는 강력한 보복 수단으로 적지 않은 군사적 충격과 경각심을 환기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北 날카로운 반응.. 잇단 담화, 대남 쓰레기 풍선 도발 이에 대해 북한은 상당히 날카로운 신경질적 반응을 내놓고 있고 실제 행동에도 나섰다. 북한은 1일 당일 국방성 김강일 부상 담화를 통해 미국의 전략무기 동원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이번 한국의 열병식은 한국과 미국의 만성적인 핵공포증에 의해 만들어진 허탈감을 달래기 위한 환각제에 불과하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북한은 다음날 2일 곧바로 퇴색된 오물 풍선의 효과를 맹신하는 듯 올해 들어 23번째로 대남 쓰레기 풍선을 살포했다. 같은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핵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문전에서 군사력의 압도적 대응을 입에 올렸는데, 뭔가 온전치 못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지 않을 수 없게 한 가관"이라고 조롱했다고 북한 관영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전날 저녁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국군의 날 기념식과 시가행진에 대해 "허무한 광대극"이라며 "핵보유국 앞에서 졸망스러운 처사"라고 비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북한이 또다시 대남 쓰레기 풍선 추정 물체를 부양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틀 만으로 북한은 올해 들어 이번까지 24차례에 걸쳐 남쪽으로 풍선을 살포하고 있다. ■韓 현무-6도 개발 중... 北 끈질긴 심리·언론전 전개 북한이 최근 연이은 담화 발표와 재차 대남 쓰레기풍선 도발에 나선 것은 우리의 군사적 대비태세의 허점을 떠보면서 피로감을 강요하고 국군의 날 등장한 한미 전략무기에 대한 반발과 남남갈등을 노린 끈질긴 심리·언론전의 전개로 읽힌다. 한국은 현무-5 이외에 현무-6도 개발 중이다. 앞으로 개발될 현무 계열의 미사일들은 탄두 중량을 더욱 늘리거나 한꺼번에 여러 발을 묶는방식을 통해 핵탄두의 파괴력에 맞먹는 더 강력한 수준으로 증강시킬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에 맞먹는 더욱 강력한 군사적 위력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에 이번에 공개된 현무-5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강력한 방어수단뿐 아니라 평양과 북한의 주요 기지에 대해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효과적 수단과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자신감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올해 북한이 미 대선을 전후해 정치적 판단만 남은 핵실험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의 결과에 따라 북한은 도발의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했다. ■北 미 대선 후 핵실험 등 도발 수위 결정할 듯 전문가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한다면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자신들의 몸값을 최대치로 높이기 위해 북한이 오히려 핵실험을 동반한 무리한 강경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미북 관계의 종결적 해결사가 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에 대해 원칙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의 또 다른 버전인 해리슨 정부가 들어선다면 북한은 사실 도발을 할 의미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민주당은 북한과 협상할 의미가 거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 때문에 도발은 오히려 북한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근거만 될 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분석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9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놓고 흥정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북한은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든 자신들에게 유리한 게임 조성과 핵보유국으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미국에 대해 그에 맞는 당근을 제시하라는 밑밥을 까는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렇기에 북한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내심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0-04 09:29:32[파이낸셜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일 국군의날 행사에 대해 "잡다한 놀음", "허무한 광대극"이라고 비아냥대고 현무-5에도 조롱을 퍼부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은 3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한 '들개무리의 '힘자랑인가', 식민지 고용군의 장례 행렬인가'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대한민국의 국군의날 기념행사를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그는 행사에서 첫 공개된 '괴물미사일' 현무-5를 "전술핵무기급이나 다름없다는 황당한 궤변으로 분식된" 흉물이라며 "쓸모없이 몸집만 잔뜩 비대한 무기"라고 헐뜯었다. 이어 "비핵국가의 숙명적인 힘의 열세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스스로 증명했다. 핵보유국 앞에서 졸망스러운 처사"라고 비꼬았다. 또한 '현무-5'를 실은 9축 18륜 이동식 발사차량(TEL)에 대해선 '기형 달구지'라고 조롱하며, 크기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우리 방사포 1대의 투발 능력은 재래식 탄두의 폭약량으로 환산하면 900t의 폭발력과 맞먹는 것으로 계산된다"라고 주장했다. 재래식 탄두의 중량을 아무리 키워도 전술핵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김여정은 또 "전략무기를 단 하나도 보유하지 못한" 한국이 '전략사령부'를 창설한 것은 "비루먹은 개가 투구를 썼다는 것"이라며 "개가 투구를 썼다고 해도 범이나 사자로 둔갑할 수 없다"라고 비아냥댔다.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행사에 등장한 것을 두고는 "한국의 군 통수권자와 수하 졸개들, 괴뢰 육해공군이 정중히 도열하여 경의를 표하는 몰골이야말로 세계 열병사에 두 번 다시 없을, 혼자 보기 아까운, 오직 식민지 한국에서만 연출할 수 있는 명장면"이라고 조롱했다. 김여정은 "이번에 윤석열이 전쟁열에 잔뜩 들떠 돋구어댄 대결악청은 종말을 앞둔 자의 최후 비명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허세부리기에 열을 올렸지만 불안초조한 심리의 여과없는 노출이었다"라고 비난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0-04 07:05:16[파이낸셜뉴스] 1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는 유사시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 수백m를 뚫고 들어가는 전술핵급 파괴력을 지닌 괴물미사일로 평가받는 현무-5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서울공항에서 '강한 국군, 국민과 함께'라는 슬로건으로 국군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장거리 지대공유도미사일(L-SAM)을 비롯해 한국형 3축 체계 자산들이 대거 등장했다. 가장 주목을 받는 무기는 현무-5였다. 기념식에서는 9축 18륜 이동식 발사차량(TEL) 위에 약 20m로 추정되는 원통형 발사관(캐니스터)이 얹어진 형태의 현무-5 발사차량이 공개됐다. 해당 차량은 차제와 운전석이 전면을 바라본 채로 타이어만을 돌려 대각선으로 이동하는 측면기동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처음 공개된 현무-4는 탄두 중량이 2t이었지만, 이번에 첫선을 보인 현무-5는 총중량 36t에 탄두 중량만 세계 최대 수준인 8t에 이르며 탄두부를 구성하는 폭발 물질 소재 개선 등을 통해 실제 폭발력은 탄두 중량을 크게 웃도는 11t이 넘도록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체연료 기반 현무-5는 발사차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발사 후 공중에서 점화되는 '콜드론치' 방식이 적용됐으며, 고위력 탄도미사일로 북한 전쟁지휘시설, 지하 미사일 기지 등을 파괴하는 수단인 벙커버스터를 임무로 개발됐다. 현무-5는 현무-4와 같이 외기권(고도 500~1000km)까지 올라간 뒤 운동 에너지를 이용해 마하10 이상의 속도로 하강한다. 운석이 지구에 충돌할 때 만들어지는 파괴력을 모방, 탄두를 무겁게 해서 운동 에너지를 높이기 위해 폭약은 약 20% 정도로 대부분을 중금속으로 채워 같은 위력의 핵무기보다 큰 지하 관통력을 지니도록 설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탄두 중량 2t의 현무-4 미사일이 지상에 떨어지는 순간 그 위력이 전술핵급에 준하는 1kt(TNT 1000t 폭발력의 위력)에 달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무-5는 아직 그 정확한 위력이 공개되지 않았으며, 지하 깊숙히 위치한 적 벙커를 파괴하는 벙커버스터의 특성상 그 파괴력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의 폭발력 약 15kt(TNT 약 1만5000t)에 비해 3분의 1 이상의 위력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현무 미사일은 GPS방식의 유도뿐 아니라 3차원(3D Radar Mapping) 레이더 지형유도 방식(RADAG :Radar Area Guidance)을 복합적으로 사용해 적의 GPS 제밍을 받더라도 입력된 정보와 실제 지상의 지형지물을 정밀하게 대조·탐색하면서 목표물을 정확하게 찾아 타격하는 능력을 탑재했다. 군 관계자는 "현무는 북한 전 지역에 대해 초정밀 초고위력 타격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우리 군은 유사시 현무-5 수십 발을 동원해 평양 등 북한 전쟁지휘부 지하벙커를 초토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현무-5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분류되고 있으나, 탄두 중량을 줄이면 사거리 3000~5500㎞에 달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또는 준중거리 탄도 미사일(MRBM)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무'는 우리 군이 자체 개발한 미사일 명칭이며 지난 2023년 최종적으로 개발 및 시험 등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무-5는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이다. 3축 체계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을 더한 개념이다. 현무-1은 모두 퇴역했고, 현무-2 시리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현무-3 시리즈는 순항미사일이다. 현무-4 시리즈는 현무-2를 개량한 신형 탄도미사일로 '현무-4-1'은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4-2'는 함대지 탄도미사일, '현무-4-4'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로 알려졌다. 핵무기는 탑재하지 않지만 최대 57t 무장을 장착할 수 있는 미 공군의 초음속 폭격기인 B-1B 랜서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처음 등장했다. 아울러 이번 행사에는 우리 군이 보유한 3축 체계 핵심 전력도 대거 등장했다. 지난해 국군의 날에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 장거리 지대공유도미사일(L-SAM)이 올해도 모습을 드러냈다. L-SAM은 고도 40㎞ 이상에서 적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로 KAMD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킬체인 핵심 전력 중 하나인 스텔스 전투기 F-35A도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국내에 도착해 전력화된 해군의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도 서울공항 상공에서 위용을 과시했다. 민항기인 보잉737을 해상초계기로 개조한 P-8A는 시속 900㎞ 이상 속도로 비행하며 적 잠수함을 찾아내 공격할 수 있어 '잠수함 킬러'로 불린다. 국군의 날 기념행사 중엔 지난 6월 실전 배치된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수룡'과 대(對)테러 작전용 네 발 다족보행 로봇 등 다양한 전력도 선보였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0-01 15:34:16[파이낸셜뉴스] 내달 1일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에 탄두 중량이 8t에 달해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가 최초로 공개될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이날 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이번 국군의 날 기념행사와 광화문∼숭례문 일대에서 열리는 시가행진 때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 핵심자산 중 하나인 현무-5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군 관계자는 "작년 국군의 날 기념식 때는 현무-4가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며 "올해는 현무-4보다 파괴력이 훨씬 큰 현무-5가 등장한다"고 전했다. 탄두 중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현무-5는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미사일로,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이다. 3축 체계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을 더한 개념이다. 지난해 공개된 현무-4 탄두 중량 2t급에 비해 올해 선보이는 현무-5는 탄두 중량이 8t에 달한다. 현무-1은 모두 퇴역했고, 현무-2 시리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현무-3 시리즈는 순항미사일이다. 이에 비해 현무-4 시리즈는 현무-2를 개량한 신형 탄도미사일로 '현무-4-1'은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4-2'는 함대지 탄도미사일, '현무-4-4'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로 알려졌다. 핵무기는 운용하지 않지만 최대 57t 무장을 장착할 수 있는 미 공군의 초음속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처음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B-1B는 최대 속도 마하 1.25에 중간급유 없이 최대 1만2000㎞의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며 괌 미군기지에서 한반도까지 2시간이면 날아올 수 있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는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리는 성남공항 상공을 비행할 예정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과시하고, 국군의 날에 공식 출범하는 한국군 전략사령부 창설을 축하하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 조기경보 체계 등을 통제하는 미군 전략사령부의 카운터파트로,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3천t급 잠수함 등 우리 군 전략자산을 통합 지휘하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는 임무를 맡는다. 아울러 미군 측과 핵·재래식 통합(CNI) 발전을 논의하고 관련 훈련 실시도 주도하게 된다. 올해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는 현무-5 외에도 3축 체계 핵심 자산이 대거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대남 쓰레기 풍선 살포와 탄도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복합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9-29 12:47:59[파이낸셜뉴스] 우리 군이 내달 1일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탄두 중량만 8t에 달하는 고위력 '괴물 미사일' 현무-5를 국민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군이 국군의 날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기념식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 관련 무기체계를 소개할 예정이며, 현무-5도 후보 중 하나라고 전했다. 우리 군은 이 미사일을 '고위력 현무 미사일'로 부르지만, 공식 명칭을 공개한 적은 없다. 다만 외부에서는 현무 계열 미사일 개발 순서에 따라 '현무-5'라고 추정해 부르고 있다. 현무-5의 탄두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수준이며, 파괴력이 전술핵에 버금가는 3축 체계 중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우리 군은 유사시 현무-5를 대량 발사, 평양 등 북한 주요기지를 초토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2022년 국군의 날 행사 당시 KMPR을 설명한 뒤 "여기에는 세계 최대 탄두 중량을 자랑하는 고위력 현무 탄도미사일도 포함된다"면서 해당 미사일 발사 장면을 짧게 노출했다. 이어 군은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발사관(캐니스터)을 얹은 '고위력 현무 미사일'로 지칭된 무기가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미사일은 탄두 중량 2t가량인 현무-4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도하에 4.5t급 탄두를 장착한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를 시험발사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공개 보도했다. 이번 국군의 날 행사에서 탄두 중량이 북한이 공개한 전술탄도미사일보다 배에 가까운 고위력 미사일 현무-5의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한다면 핵·미사일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을 향해 도발 시 대량 응징과 보복에 나서겠다는 명확한 경고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9-20 15:46:04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안도라를 뒤로하고 드디어 스페인에 왔다. 국경을 지나 머지않은 곳에 유명한 절벽마을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스페인으로 넘어오자 낮은 평야와 아름다운 시골마을들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까스텔폴리트 데 라 로카(Castellfollit de la Roca)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작은 마을로 50m 높이의 현무암 절벽 위에 위치해있다. 마을에 들어가면 정경을 볼 수 없기에 마을로 가지 않고 멀리서 바라보기 좋은 스팟을 찾아왔다. 긴 절벽 위에 붉은 색 지붕의 오래된 유럽풍 집들이 빼곡히 서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우리 말고도 다른 관광객들도 비슷한 위치에서 사진을 많이들 찍었다. 다음은 헤로나(Girona)에 왔다. 주말이어서인지 공원마다 사람이 엄청 많다. 까브리를 길가에 세워두고 골목길을 지나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촬영지로 유명한 헤로나 대성당을 찾아왔다. 탄과 나, 우리 둘다 그 드라마를 너무너무 좋아했어서 꼭 와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그리 웅장해 보이지가 않아서 좀 의외였는데 드라마에서는 CG로 처리를 많이 했다고 한다. 게다가 꽃 축제를 하는 중이었는지 계단을 온통 꽃으로 장식해두어서 전혀 다른 곳처럼 보였다. 울긋불긋 꽃계단을 배경으로 왔다간다는 인증사진을 찍었다. 근처를 걷다가 빵집에 진열된 도너츠가 너무 맛있어보여 하나 사보았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도너츠냐. 탄이랑 사이좋게 한입씩 먹었다. 이제 한시간 반 거리의 바르셀로나로 간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그림같이 떠있는 아래 멋진 고속도로를 달린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승용차 한대가 앞에서 비상등을 켜고 창을 내려 손을 내밀며 자꾸 차를 세우라는 신호를 한다. 나는 놀라서 "어? 우리차에 무슨 문제 있는거 아니야? 저 차가 서라고 하는거 같은데?"라고 하자 탄이 조금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세우면 안돼. 저거 사기꾼이야."라며 그 차를 앞질러 달렸다.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탄이는, 인터넷에서 봤는데 스페인 등지에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식으로 차를 세우게 해서 바퀴나 후미등이 잘못되었다며 밖으로 나오게 한 후 다른 패가 차안의 물건을 훔쳐가거나 또 다른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큰 트럭이 보이자 탄이는 그 승용차가 우리 차를 세우지 못하도록 트럭 뒤에 바짝 붙어서 갔다. 탄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탄이가 미리 그 이야기를 알지 못하고 그냥 차를 세웠으면 어떻게 됐을까. 방심했으면 범죄의 표적이 됐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찔했다. 현명하게 잘 피한 것을 정말 다행으로 생각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잘 알아차렸다고 탄을 칭찬해주었다. 대도시에는 언제나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기 마련이고 우리같이 차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특히 스페인에서 도둑맞은 일이 많다고 들었어서 조심하고 있었는데 정말 사건사고는 한순간이다. 나중에 안전한 곳에서 차를 세우고 까브리를 살펴보았지만 역시 아무 이상이 없었다. 바르셀로나에 와서 가장 먼저 그리고 반드시 봐야할 것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La Sagrada Familia)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과 영상 속에서만 보았던 그 특별한 건물이 내 눈 앞에 있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대표적인 작품. 1882년부터 짓기 시작해서 백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완성하지 못한 어마어마한 대공사가 진행중이다. 가우디 사후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하니 얼마 안남은 모양이다. 앞을 지나가며 보니 정말 세계 어느곳에서도 보지 못한 특이한 조형의 성당이다. 이것을 어떻게 사람이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까. 가우디 외계인설에 나도 동참하고 싶어진다. 성당 내부는 뭐 다른 곳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며 외부만 감상했지만 터져나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저녁은 모리츠 맥주공장에서 하기로 했다. 맛있는 생맥주와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장소여서 꼭 와보고 싶었다. 여러가지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샘플러와 맥주캔으로 만든 치킨을 주문했다. 여러 맥주 시음도 좋았지만 치킨은 눈이 똥그래질만큼 정말 맛있었다. 간만에 적당히 시끄럽고 흥겨운 분위기의 호프에서 탄이와 맥주잔을 부딪치며 맛있는 치킨을 먹으니 너무너무 좋았다. 여행 중임을 잠시 잊고 주변 사람들을 보며 일상에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스페인에서 친구를 사귀고 싶어 여러 사람에게 카우치 요청을 보냈지만 답장조차 안온다. 바르셀로나는 숙소비용도 너무 비싸고 차박하기는 아무래도 위험할 것 같아 하루만에 도시를 떠났다. 고속도로에서 밤을 맞아 화물차들이 쉬었다가는 휴게소 같은 곳에 들어가 차박을 했다. 땅이 편평하고 도로에서 가장 먼쪽에는 찻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아 정말 간만에 꿀잠을 잤다. 도로이긴 하나 스페인이라는 악명 높은 곳이기에 혹시 차창을 깨도 가져갈 것이 없도록 운전석쪽에 웬만한 것들은 다 치웠고 운전석과 통하는 문과 외부로 나가는 문에 온갖 시건장치를 2중, 3중으로 하고 잤다. 다행히 아무 일이 없었다. 바르셀로나 부근의 5월의 아침기온은 약 15도로 다니기 매우 선선하고 좋은 날씨이다. 함께 밤을 보낸 트럭들이 주변에 서있었는데 매우 든든하다. 이런 곳에는 좀도둑이나 강도가 있기 힘들다. 커다란 트럭사이 까브리도 "나도 트럭이다."라는 듯이 끼어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한국의 휴게소와는 비교할 순 없지만 스페인의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식당,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어 캠핑카로 차박하며 여행하기에 매우 좋았다. 게다가 한쪽 구석에서 발견한 신문물. 오물버리는 시설을 발견하고 매우 반가웠다. 누가 봐도 캠핑카에서 오물을 버리는 그림이 아이콘처럼 표시판에 그려져있어서 우리도 까브리를 대고 남 눈치볼 것 없이 오수통을 비우고 변기도 깨끗이 비웠다. 여행하면서 이런 곳은 처음 만나는 터라 너무 좋았다. 항상 오수처리할때면 사람이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 버리거나 낑낑거리며 숙소에 가지고 들어가 화장실에서 버리는 등 마음이 좀 찜찜하고 힘들었었는데 이런 곳이 좀 많았으면 훨씬 캠핑카 여행이 즐거웠을 것 같다. 옆에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도 있어서 오수를 비우고 통도 깨끗하게 헹굴 수 있어 완전 좋았다. 바르셀로나에서 남서쪽으로 4시간가량 달려 발렌시아(Valencia)에 도착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이어 스페인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다. 공원 옆에 차들이 주차한 곳에 빈자리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주차를 잘했다. 큰 도시는 언제나 주차가 어려웠는데 발렌시아는 주차가 용이했다. 발렌시아는 프랑스의 베르나르씨가 꼭 가보라고 강추한 곳이었다. 빠에야가 그렇게 맛있고 시장에 가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며 반드시 가보라고 권해주셨어서 기대가 컸다. 구글에서 평점이 높은 레스토랑을 예약했다. 발렌시아의 향토음식이라는 빠에야와 한국에서도 즐겨먹던 감바스 알 아히요를 본토에서 먹어보겠다며 찾아가는 길이다. 차를 세운 곳에서 조금 떨어져있어 걷기로 했는데 발렌시아의 거리는 우리가 간 곳만 그런건지는 몰라도 유럽의 고풍스러운 건물 같지 않고 수수하고 평범했지만 햇살이 좋아서인지 거리가 무척 예뻐 보였다.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길이어서 더 그랬을까? 거리에 빗물받이 우수관에 사람얼굴이 앙증맞게 붙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안티베의 골목이 생각났다. 아랍식으로 타일로 외관을 온통 장식한 집도 지나고 이것저것 구경하며 가다보니 드디어 우리가 예약한 식당이 나왔다. 스페인 식당은 예약을 안하면 못 온다고 그래서 와이파이를 찾아 애써 예약을 하고 왔는데 웬걸, 테이블이 거의 다 텅 비어있다. 그냥 왔어도 아무 문제 없었겠네. 자리에 안내되어 앉자 친절한 서빙하는 분이 영어메뉴를 원하냐고 물어본다. 매우 감사감사. 영어 메뉴가 있어서 다행이다. 예전에 중미를 다닐 때 탄이와 스페인어를 3주가량 배운 적이 있지만 식당서 메뉴를 보는 것은 어림도 없다. 여러 요리들이 있었는데 우리는 생각하고 온 감바스 알 아히요와 바닷가재 빠에야를 주문했다. 일반 빠에야도 있었는데 이왕 레스토랑까지 와서 먹는데 좀 고급지고 맛있게 먹자 싶어서 무리를 했다. 감바스가 나왔는데 오, 한국에서 보던거와는 매우 다르게 커다란 대하만한 새우가 긴 접시에 가지런히 줄세워져 나왔다. 한국에선 동글동글 껍질이 까져있는 중간 정도 크기의 새우들이 올리브오일에 푹 담가져서 나왔는데 일단 모양부터 달랐고 내가 생각하던 그 감바스가 아닌 그냥 되게 멋지고 싱싱하고 고급스러운 새우요리를 먹는 느낌이었다. 뒤이어 빠에야도 나왔는데 일단 비주얼이 대박이다. 커다란 턱이 낮은 쟁반같은 냄비가득 밥이 깔려있고 그 위에 커다란 바닷가재가 통으로 올려있었다. 하지만 먹어보니 쌀이 많이 딱딱해서 부드러운 밥만 먹어본 촌스러운 우리는 빠에야와 친해질 수가 없었다. 게다가 간이 너무 짜서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준비성 좋은 우리는 포장용기를 준비해왔기에 그나마 먹을만한 가재만 싹 먹고 쌀은 박박 긁어모아 통에 담았다. 까브리에 가져가서 저녁으로 더 푹 익혀 먹을 생각이다. 디저트로 사장님이 추천한 홈베이킹 치즈케이크는 라즈베리 잼이 올라간 것이 정말 맛있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N2LrYSYslFY?si=THp9EEoIbPnw_Iwj>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4-10 13:15:36높이 265m인 서울 남산의 옛 이름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목멱산(木覓山)이다. 그 의미는 '마뫼' '말뫼'로, 남산의 순우리말이다. 마뫼는 마산(馬山) 혹은 마시산(馬尸山)으로도 불린다. 밝은 산의 의미로 인경산(引慶山), 열경산(列慶山)으로도 불렸고 도성의 가장 남쪽이라는 의미로 종남산(終南山)으로도 불렀다. 명당 터의 남쪽 경계이면서 명당을 잘 막아주는 버팀대로 보았다. 남쪽에 솟아 남산인데, 말 모양으로 여긴 것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기록에는 거의 목멱산으로 나온다. 그럼에도 일반 백성들은 남산이라 했다. 공양왕 2년(1390년) 잠시 천도한 한양에서 호랑이가 나타나니 이를 막기 위한 제사를 목멱, 북악, 성황 등에서 지내도록 했다. 조선 태종 때 남산에 목멱신사(木覓神祠)를 만들어 왕실과 백성의 안위를 위한 국사당(國師堂)으로 삼았다. 목멱단으로도 불리면서 남산 팔각정 옆에 위치한다. 남산은 풍수지리적으로 도성 한양을 편안하게 해주는 안산(案山)이다. 도성을 감싸는 4곳 산지 지형을 보면 목멱산(남주작), 북악산(북현무), 낙산(좌청룡), 인왕산(우백호)이다. 남산은 도성의 기능을 하면서도 안산 역할도 하는 것이다. 한강 건너 보이는 높은 관악산은 아득한 조산(朝山)이 된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사대문 안 도성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남산의 소나무는 조선시대에 공공용으로 조림한 것이다. 조선 도성을 한양으로 결정할 때 남쪽의 목멱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도성의 남쪽 성곽을 남산이 맡은 것이다. 조선시대의 남산은 풍수지리적 기능 외에도 실질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했다. 전국 봉수망의 중앙 조절 기능을 한 것이다. 남산에서 지방으로 보내는 봉수와 지방에서 한양으로 들어오는 봉수를 조정에서, 궁궐에서 잘 관찰할 수 있었다. 지금도 조선시대의 봉화대처럼 통신·군사 시설 등 서울을 지키는 기능들이 작동되고 있다. 남산에는 모두 5개의 봉수대가 있었다. 가장 동쪽은 아차산 봉수를 거쳐서 강원도와 함경도로 가고, 다음은 청계산을 거쳐 경상도로 가고, 셋째는 무악산을 거쳐 황해도와 평안도로 가고, 그다음은 수락산을 거쳐 평안도와 황해도의 해로 봉화로 연결되고, 다섯째는 김포 개화산을 거쳐 전라도와 충청도로 갔다. 현재 복원된 봉수는 평안도로 가는 봉수대 자리다. 이 자리에서는 한양의 구조, 도성 내부와 백악산, 인왕산, 타락산 등이 잘 보인다. 봉수대 하나마다 5개의 봉화대가 설치되는데 평상시에는 1개이지만 위급하면 5개 모두에 연기나 불을 피운다. 남산은 사실 한양을 지키는 파수대이기도 하다. 남쪽으로 바라보면 한양을 두르는 한강 전체가 보이고, 건너 여러 지역들이 잘 관찰된다. 남산의 북사면에는 남촌이라 하여 하급관리, 벼슬이 없거나 몰락한 양반, 평민들의 마을이 들어섰다. 이들을 '남산골 샌님'이라고 했다. 가난하지만 자존심이 센 선비를 일렀다. '남산골 딸깍발이'도 있다. 가난하여 나막신을 딸깍거리며 신고 다니는 선비를 그렇게 불렀다. 남촌은 한양의 부촌인 북촌 및 서촌과 대조되어 왔다. 현재는 북촌과 함께 괜찮은 남촌 가옥들이 복원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북서 자락 용산에는 일본군영이 들어섰고, 이것이 용산 미군기지로까지 연결됐다. 용산은 인천으로 나가는 서울의 길목이며, 서울의 동서남북을 모두 관찰할 수 있는 군사적 요지였다. 남산의 서녘 후암동에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마을을 이뤘고, 많은 적산가옥을 남겼다. 당시 일제는 남산에 그들의 신사를 지었다. 해방 후 일본인들이 철수하고 북한 월남인들이 이곳으로 모여들면서 인구가 밀집해 판잣집이 늘어났다. 해방촌이다. 후암동 시장을 중심으로 해방촌은 서울의 섬처럼 지역성이 뚜렷했다. 상대적으로 이태원동, 한남동은 부유촌이었다. 남산에 잠두봉(蠶頭峰)이 있다. 조선시대 누에는 섬유 생산의 핵심이었다. 전국에 잠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 충북 청주의 잠두봉과 양화진의 잠두봉이 대표적이다. 남산의 잠두봉은 잠실과 잠원동의 뽕밭을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국가적으로 잠업이 필요하여 한양에 가까운 잠실과 아차산 아래, 잠원동 등에 잠실을 조성했다. 연희동 근처에 동잠실도 있다. 겸재의 스승 삼연 김창흡이 잠실에서 남산을 보면서 시를 남긴다. "짙푸르게 눈에 들어오네 저 먼 송림, 소 등을 탄 누에 머리가 만산에 그늘 덮네. 늘 편안히 푸른 패기를 기르니, 천년을 넘어도 도낏날 받지 않겠네." 잠실에서 남산을 잠두로 보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남산에 조선신사가 들어섰다. 1975년 남산 정상에 서울타워가 들어섰다. 서울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인공시설이다. 하여 남산은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도권 시민의 휴식처가 된 것이다. 당연히 공식적으로 숲도 잘 조성되고 보존되고 있어 도심의 허파 기능을 한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로 유명한 남산 송림과 함께 자연림에 가까운 활엽수림도 잘 조성되어 있다. 1978년 서울농대 임경빈 교수 연구에 의하면 남산숲은 48과 69속 193종의 나무가 있었다. 현재는 서울의 도시적 변화에 따라 지형과 식생의 구조가 달려져 있겠지만, 나름의 보존도 이뤄지고 있다. 목멱 남산은 편마암 산지로 바위가 단단하면서 검고, 숲이 울창한 흙이 잘 덮인 토산이다. 경기편마암으로 대략 5억년 이전 선캄브리아기이다. 중부 지역에서 지질적으로 가장 오랜 암석이다. 남산에서 평지로 내려오다 보면 기슭에 화강암 지대를 만난다. 화강암은 대략 1억5000만년 된 대보화강암이다. 남산의 남향은 햇볕을 잘 받아 마른 땅이 되면서 소나무 종류가 상대적으로 우세하다. 북사면은 화강암 산지로 햇볕이 적고, 그리하여 수분이 잘 보존되어 참나무 중심으로 활엽수림이 잘 발달한다. 화강암과 편마암이 극적으로 만나는 곳의 예를 보면, 장충단과 국립극장은 편마암이고 길 건너 자유연맹과 옛 타워호텔 지역은 화강암이다. 근처의 성곽석은 화강암과 편마암이 함께하는 곳이 많다. 과거 성채를 이뤘던 성곽석들이 허물어지고, 더러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현장에서 볼 수 있다. 지금의 남산은 서울의 대표적인 공원이고 외국 관광객도 즐겨 찾는 곳이다. 조선이 들어서면서 존중과 사랑을 받은 남산에는 현재 남산타워, 남산팔각정, 남산봉수대, 남산한옥마을, 남산 성곽길, 한남공원 등이 함께한다. 남산은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안중근 의사, 백범 김구, 소파 방정환, 유관순 열사의 동상을 안고 있다. 남산은 북악산과 인왕산 등 북한산열과 함께 도심, 한강, 강남 등 서울권 거의 전반을 살필 수 있는 조망산이다. 이민부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
2025-04-07 18:13:12[파이낸셜뉴스] 방송인 전현무와 가수 보아가 한밤중 집에서 취중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다 황급히 종료했다. 전현무는 지난 5일 밤 자신의 SNS를 통해 “누군가 계속 라이브를 해보라고 해서 처음 해본다. 오늘 집에 놀러 오신 분이 아끼던 술을 까서 마시고 있다”며 보아와 함께 자신의 집에 있다는 것을 밝혔다. 화면에 등장한 보아와 전현무의 얼굴은 취기로 붉어진 모습이었다. 보아는 전현무의 집에 온 이유를 묻자 “(현무)오빠가 먹자고 했잖아요”라며 “현무 오빠 집이 개판이다. 인테리어도 별로고, 게스트 화장실 냄새도 심하다”고 폭로했다. 이어 “물건을 너무 많이 쌓아놨다. 트로피 빼고는 다 지저분하다”고 말하며 전현무 어깨에 기대거나 전현무 볼을 쓰다듬는 등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했다. 전현무와 박나래의 열애설에 대해 보아는 “절대 안사귈 것 같다"라며 "오빠가 아깝다"고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의 방송은 회사 관계자의 만류로 중단됐다. 전현무와 보아는 각각 SM C&C와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그사이 계속 전화벨이 울렸고, 전현무는 "매니저에게 계속해서 전화가 오고 있다"며 “이사(보아)님이 술에 취한 연기를 해서 회사가 뒤집혔다”고 했다. 보아도 “우리가 걱정되시나 보다”라며 끝인사를 하고 방송을 종료했다. 이 방송은 6일 현재 전현무의 SNS에서 확인할 수 없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 녹화본이 퍼진 상태다. 이 방송을 두고 누리꾼들은 “의외의 친분이다”, “둘이 사귀는 거 아니냐”, “언제부터 저렇게 친했나” 등 반응을 보였으나 두 사람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4-06 21:39:16높이 265m의 서울 남산의 옛 이름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목멱산(木覓山)이다. 그 의미는 ‘마뫼’, ‘말뫼’로, 남산의 순우리말이다. 마뫼는 마산(馬山) 혹은 마시산(馬尸山)으로도 불린다. 밝은 산의 의미로 인경산(引慶山), 열경산(列慶山)으로도 불렸고 도성의 가장 남쪽이라는 의미로 종남산(終南山)으로도 불렀다. 명당터의 남쪽 경계이면서 명당을 잘 막아주는 버팀대로 보았다. 남쪽에 솟아 남산인데, 말 모양으로 여긴 것이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기록에는 거의 목멱산으로 나온다. 그럼에도 일반 백성들은 남산이라 했다. 공양왕 2년(1390년) 잠시 천도한 한양에서 호랑이가 나타나니 이를 막기 위한 제사를 목멱, 북악, 성황 등에서 지내도록 했다. 조선 태종 때 남산에 목멱신사(木覓神祠)를 만들어 왕실과 백성의 안위를 위한 국사당(國師堂)으로 삼았다. 목멱단으로도 불리면서 남산 팔각정 옆에 위치한다. 남산은 풍수지리적으로 도성 한양을 편안하게 해주는 안산(案山)이다. 도성을 감싸는 4곳 산지 지형을 보면 목멱산(남주작), 북악산(북현무), 낙산(좌청룡), 인왕산(우백호)이다. 남산은 도성의 기능을 하면서도 안산 역할도 하는 것이다. 한강 건너 보이는 높은 관악산은 아득한 조산(朝山)이 된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사대문안 도성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남산의 소나무는 조선시대에 공공용으로 조림한 것이다. 조선 도성을 한양으로 결정할 때 남쪽의 목멱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도성의 남쪽 성곽을 남산이 맡은 것이다. 조선시대의 남산은 풍수지리적 기능 외에도 실질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했다. 전국 봉수망의 중앙 조절 기능을 한 것이다. 남산에서 지방으로 보내는 봉수와 지방에서 한양으로 들어오는 봉수를 조정에서, 궁궐에서 잘 관찰할 수 있었다. 지금도 조선시대의 봉화대처럼 통신, 군사 시설 등 서울을 지키는 기능들이 작동되고 있다. 남산에는 모두 5개의 봉수대가 있었다. 가장 동쪽은 아차산 봉수를 거쳐서 강원도와 함경도로 가고, 다음은 청계산을 거쳐 경상도로 가고, 셋째는 무악산을 거쳐 황해도와 평안도로 가고, 그 다음은 수락산을 거쳐 평안도와 황해도의 해로 봉화로 연결되고, 다섯째는 김포 개화산을 거쳐 전라도와 충청도로 갔다. 현재 복원된 봉수는 평안도로 가는 봉수대 자리다. 이 자리에서는 한양의 구조, 도성 내부와 백악산, 인왕산, 타락산 등이 잘 보인다. 봉수대 하나마다 5개의 봉화대가 설치되는데 평상시에는 1개이지만 위급하면 5개 모두에 연기나 불을 피운다. 남산은 사실 한양을 지키는 파수대이기도 하다. 남쪽으로 바라보면 한양을 두르는 한강 전체가 보이고, 건너 여러 지역들이 잘 관찰된다. 남산의 북사면에는 남촌이라 하여 하급관리, 벼슬이 없거나 몰락한 양반, 평민들의 마을이 들어섰다. 이들을 ‘남산골 샌님’이라고 했다. 가난하지만 자존심이 센 선비를 일렀다. ‘남산골 딸깍발이’도 있다. 가난하여 나막신을 딸깍거리며 신고 다니는 선비를 그렇게 불렀다. 남촌은 한양의 부촌인 북촌 및 서촌과 대조되어 왔다. 현재는 북촌과 함께 괜찮은 남촌 가옥들이 복원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북서 자락 용산에는 일본군영이 들어섰고, 이것이 용산 미군기지로까지 연결됐다. 용산은 인천으로 나가는 서울의 길목이며, 서울의 동서남북을 모두 관찰할 수 있는 군사적인 요지였다. 남산의 서녘 후암동에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마을을 이뤘고, 많은 적산가옥을 남겼다. 당시 일제는 남산에 그들의 신사를 지었다. 해방 후 일본인들이 철수하고 북한 월남인들이 이곳으로 모여들면서 인구가 밀집해 판자집이 늘어났다. 해방촌이다. 후암동 시장을 중심으로 해방촌은 서울의 섬처럼 지역성이 뚜렷했다. 상대적으로 이태원동, 한남동은 부유촌이었다. 이제는 서울이 강남 중심 시대가 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남산에 잠두봉(蠶頭峰)이 있다. 조선시대 누에는 섬유 생산의 핵심이었다. 전국에 잠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 충북 청주의 잠두봉과 양화진의 잠두봉이 대표적이다. 남산의 잠두봉은 잠실과 잠원동의 뽕밭을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국가적으로 잠업이 필요하여 한양에 가까운 잠실과 아차산 아래, 잠원동 등에 잠실을 조성했다. 연희동 근처에 동잠실도 있다. 겸재의 스승 삼연 김창흡이 잠실에서 남산을 보면서 시를 남긴다. “짙푸르게 눈에 들어오네 저 먼 송림, 소 등을 탄 누에 머리가 만산에 그늘 덮네. 늘 편안히 푸른 패기를 기르니, 천년을 넘어도 도낏날 받지 않겠네." 잠실에서 남산을 잠두로 보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남산에 조선신사가 들어섰다. 1975년 남산 정상에 서울타워가 들어섰다. 서울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인공시설이다. 하여 남산은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도권 시민들의 휴식처가 된 것이다. 당연히 공식적으로 숲도 잘 조성되고 보존되고 있어 서울 도심의 허파 기능을 한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로 유명한 남산 송림과 함께 자연림에 가까운 활엽수림도 잘 조성되어 있다. 1978년 서울농대 임경빈 교수 연구에 의하면 남산숲은 48과 69속 193종의 나무가 있었다. 현재는 서울의 도시적 변화에 따라 지형과 식생의 구조가 달려져 있겠지만, 나름의 보존도 이뤄지고 있다. 목멱 남산은 편마암 산지로 바위가 단단하면서 검고, 숲이 울창한 흙이 잘 덮인 토산이다. 경기편마암으로 대략 5억년 이전 선캠브리아기이다. 중부 지역에서 지질적으로 가장 오랜 암석이다. 남산에서 평지로 내려오다 보면 기슭에 화강암 지대를 만난다. 화강암은 대략 1.5억년 된 대보화강암이다. 남산의 남향은 햇볕을 잘 받아 마른 땅이 되면서 소나무 종류가 상대적으로 우세하다. 북사면은 화강암 산지로 햇볕이 적고, 그리하여 수분이 잘 보존되어 참나무 중심으로 활엽수림이 잘 발달한다. 화강암과 편마암이 극적으로 만나는 곳의 예를 보면, 장충단과 국립극장은 편마암이고 길 건너 자유연맹과 옛 타워호텔 지역은 화강암이다. 근처의 성곽석은 화강암과 편마암이 함께 하는 곳이 많다. 과거 성채를 이뤘던 성곽석들이 허물어지고, 더러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현장에서 볼 수 있다. 지금의 남산은 서울의 대표적인 공원이고 외국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조선이 들어서면서 존중과 사랑을 받은 남산에는 현재 남산타워, 남산팔각정, 남산봉수대, 남산한옥마을, 남산 성곽길, 한남공원 등이 함께한다. 인접하여 장충단공원, 용산공원이 있다. 남산은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안중근 의사, 백범 김구, 소파 방정환, 유관순 열사의 동상을 안고 있다. 오랜 세월 시민들이 다니면서 산길도 잘 나 있다. 남산은 북악산과 인왕산 등 북한산열과 함께 도심, 한강, 강남 등 서울권 거의 전반을 살필 수 있는 조망산이다. 이민부 한국교원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4-01 15: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