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6일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와 일본 대표단을 초청해 청와대 본관에서 2시간 가량 만찬을 가졌다. 이달 말 퇴임을 앞둔 기시다 총리와의 사실상 고별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앞으로도 한일관계의 앞날에 예측하기 힘든 난관이 찾아올 수도 있으나 흔들리면 안된다"면서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역사적 책무"라고 강조, 한일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 필요성을 제시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앞으로도 설령 의견 차가 있어도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함께 지혜를 내 길을 개척하자"면서 "'경요세계(瓊瑤世界)'라는 말처럼 현대에도 한일 양국이 서로를 비춤으로써 지역과 세계에서 함께 빛을 발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경요세계'는 조선통신사 박안기가 시즈오카현 세이켄지에 남긴 편액으로 '두 개의 옥구슬이 서로 비춘다'는 의미다. 조선과 일본이 서로 신뢰하고 교류하면서 좋은 관계가 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같은 화합의 자리에 맞게 이날 만찬에선 김건희 여사가 직접 선정한 한식과 일식이 어우러진 메뉴가 제공됐다. 참깨 두부와 일본에서 즐겨 먹는 채소인 경수채 무침을 곁들인 금태 소금구이, 새우 만두가 전채 요리로 나왔다. 메인 요리로는 자연 송이와 한우 양념갈비 구이와 메밀 물냉면, 디저트는 가을의 정취가 듬뿍 담긴 밤과 키나코(일본 요리에 사용되는 볶은 콩가루) 푸딩이 준비됐다. 이같은 분위기에 맞춰 양국 정상은 개선된 한일 관계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한일관계 개선은 결코 순탄치 않은 과정이었다"면서 "기시다 총리께서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변함없이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자신의 일본 방문과 같은해 5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통한 12년 만의 셔틀외교 복원, 같은 달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이자 한일 정상 부부가 함께한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참배,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11월 APEC 정상회의 계기 스탠포드 대학 좌담회 공동 참석 등 기시다 총리와 함께 한 시간을 회상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속담에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며 "한일은 이웃이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유대를 강화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관계에 세찬 비가 온 적도 있지만 윤 대통령과 비에 젖은 길로 함께 발을 내딛으며 다져온 여정이 한일관계의 새로운 시작이었다"며 "한일 양국이 양국 정상 간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에 대처해 나가는 파트너로서 협력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날 만찬에 우리 측에선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철희 주일대사 등 정부측 인사와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비서실장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외교안보특별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선 무라이 히데키 관방부 장관, 아키바 다케오 국가안전보장국장,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대사,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심의관 등 일측 대표단 인사들이 참석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4-09-06 23:11:10[파이낸셜뉴스] 한일중 외교당국이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한일중 3국 고위급회의(SOM)가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 주재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과 눙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참석한 가운데 26일 서울에서 개최됐다. 3국 고위급회의 대표들은 약 4년 만에 개최된 이번 회의가 코로나 등으로 정체돼 있던 3국 정부간 협력을 재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고 3국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3국 정상들의 공감대가 있는 만큼, 이를 착실히 준비해나가기로 했다. 3국 고위급회의 대표들은 3국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하고, 구체 시기를 지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3국 대표들은 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3국 외교장관회의도 조속히 개최하기로 했다. 한일중 고위급회의 대표들은 3국 정부간 협의체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3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향후 지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3-09-26 16:01:00[파이낸셜뉴스] 한일중 외교당국은 26일 ‘최대한 빨리’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4년 만에 재개되는 정상회의인 만큼 3국 모두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일본 현지언론은 우리 정부가 12월 개최 방안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서울에서 개최된 ‘한일중 3국 고위급회의(SOM)’ 결과에 대해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3국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키로 했다”고 전했다. 한일중 정상회의 보폭 빨라진다 우리나라가 올해 한일중 정상회의 의장국인 만큼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가 주재하고 이희섭 3국 협력 사무국(TCS) 사무총장이 동석한 가운데 방한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 눙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와 함께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SOM을 진행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SOM 대표들은 2019년 중국 청두 회의 이후 4년 만에 재개되는 이번 정상회의를 두고 “코로나 등으로 정체돼있던 3국 정부간 협력을 재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3국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3국 정상들의 공감대가 있는 만큼 이를 착실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at the earliest convenient time) 개최하기로 하고, 구체적 시기를 지속 협의키로 했다”며 “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3국 외교장관회의도 조속히(in a couple of months) 개최키로 했다”고 밝혔다. 3국 정상회의는 통상 SOM과 외교장관 회의를 거쳐 일정과 의제를 조율한 뒤 열린다. 이날 2개월 정도 안에 외교장관 회의를 열기로 했고, 연내 정상회의 개최가 목표인 만큼 연말에는 한일중 정상회의가 재개될 전망이다. 일본 민영방송 TBS 주도 뉴스네트워크 JNN은 이날 한국 정부가 12월 정상회의 개최 방안을 일본과 중국 정부에 타진했다는 보도도 내놨다. 이르면 연말, 시진핑 中주석 방한은 내년 상반기 될듯 임 대변인은 “지난 4년간 정체됐던 3국 정부 간 협력이 재활성화되는 첫걸음을 뗐다”며 “한일중 대표들은 3국 정상들이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3국 정부 간 협력을 조속히 복원하고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 나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관련해 계속 협의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 마련한 한일중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한중관계 회복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주목이 쏠리는 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이다. 한중일 정상회의에는 시 주석이 아닌 리창 총리가 나서기 때문에 3국 정상회의 성공을 기반으로 시 주석의 10년 만의 방한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앞서 시 주석이 선제적으로 한중일 정상회의에 환영을 표하고 방한 가능성도 언급한 바 있다. 지난 23일 시 주석이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항저우를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해 오영주 외교부 2차관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의 방문과 관련된 여러 공동의 인식은 굉장히 무르익었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언제 올지 협의가 있던 건 아니고, 그를 위한 양국 간의 교류와 고위급 사이 소통은 굉장히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3-09-26 15:52:06[파이낸셜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5일 "제9차 3국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올해 안에 정상회의 개최가 가능하도록 고위급회의(SOM) 대표들이 긴밀하게 협력해달라"고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중 3국 고위급회의 대표인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 눙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를 접견하고 "오랫동안 정체된 3국 협의체 재활성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다. 3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일중 외교당국은 이날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준비하기 위한 연쇄 협의를 진행 중이다. 3국 정상회의는 2019년 중국 청두 회의를 마지막으로 4년간 열리지 못하고 있다. 3국은 이날 실무 협의 성격인 부국장급 회의도 열었으며, 오는 26일 오전에는 고위급회의를 통해 3국 정상회의 재개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한다. 박 장관은 "우리가 걸어온 길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3자 협력 메커니즘의 원래 정신에 따라 3국이 다시 한번 서로를 포옹해 긴밀히 일하고 소통하기를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내년에는 3국이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한다"며 "국제사회는 3국의 역할과 책임에 높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혓다. 한편, 정 차관보는 이날 후나코시 심의관, 농 부장조리와 각각 한일, 한중 고위급회의 대표 간 협의를 통해 양자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23-09-25 16:54:45[파이낸셜뉴스] 4년 만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재개키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25일 한중, 한일 양자협의를 거쳐 오는 26일 3국 고위급회의(SOM)를 연다. SOM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능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와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은 이날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와 각기 양자 협의를 한다. 또 사전 실무협의인 3국 부국장급 회의도 진행된다. 중일 측이 서울을 찾아 협의하는 건 우리나라가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이라서다. 지난 2019년 중국 청두 회의를 마지막으로 4년 동안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일관계 개선과 중국 정부의 호응으로 올 말에 재개될 전망이다. 26일 SOM을 마치고 나면 외교장관 회의로 이어진 뒤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수순을 밟는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인 만큼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3국 SOM 대표들을 접견하며 적극 의지를 피력할 예정이다.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성공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3국 정상회의는 그간 중국에선 시 주석이 아닌 총리가 자리했기에 리창 총리가 참석할 공산이 크다. 앞서 23일 시 주석이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항저우를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3-09-25 10:50:35【뉴욕(미국)=김학재 기자】 한일중 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3국간 고위관리회의(Senior Officials' Meeting. SOM)가 오는 26일 서울에서 열린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 모두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과 러시아간 군사 협력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지렛대 역할이 부각되고 있어, 한일중 정상회의가 연내 서울에서 개최될 가능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9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9월 하순경에 서울에서 한일중 SOM회의, 고위관리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라며 "이것은 곧 한일중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절차에 돌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SOM에는 한일중 3국의 외교차관보급 인사들이 참여, 의장국인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 주재로 개최된다. 일본에선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외무심의관이, 중국에선 눙룽 외교부 부장조리가 참석할 예정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SOM이 오는 26일 서울에서 열린다"며 "이번 회의에서 3국 간 협력 협의체 추진과 관련한 제반 사항, 3국 정부 간 협력 현황과 추진 방향 등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내 개최를 목표로 협의 중인 3국 정상회의 등에 관한 사항이 논의되는 것으로, 정상회의 조율에 앞서 3국 외교장관회의 개최도 논의될 전망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3-09-19 22:34:50[파이낸셜뉴스] 외교부는 19일 한일중 고위급회의(SOM)가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 주재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과 눙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참석한 가운데 오는 26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고위급회의에서 3국 SOM 대표는 향후 3국 협력 협의체 추진 관련 제반 사항을 협의할 예정이며, 3국 정부간 협력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협력 추진방향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논의할 방침이다. 3국 고위급회의 전날인 25일에는 3국의 부국장급 회의도 열릴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 정상회의를 마지막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를 3국이 본격적으로 준비한다는 의미가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3국 정상회의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3국 정상회의는 연내 개최를 목표로 협의 중이고 정상회의 일자를 조율하기에 앞서 외교장관 간 회의도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23-09-19 15:45:22[파이낸셜뉴스] 한국, 중국, 일본이 외교부 고위급 실무 레벨 협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중일은 오는 25일 무렵 서울에서 외교 고위급 회의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 한중일 간 외교부 고위급 협의는 외교장관 회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현재 중국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고 있지만, 3개국이 고위급 대화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의견이 일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회의가 성사되면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와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 눙룽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가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2023-09-08 20:15:31【파이낸셜뉴스재팬 요코하마=백수정 기자】 김옥채 주요코하마 총영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작년 12월 제19대 주요코하마 총영사로 취임했다. 김 총영사는 1993년 제11대 공로명 주일대사로부터 2016년 제22대 이준규 대사까지 총 12명의 대사를 보좌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고, 이후 주후쿠오카 총영사를 거쳐 16년 가까이 주일 공관 외교관으로서 재직 중인 최장수 '일본통' 외교관이다. 김 총영사에 관한 기사는 한국보다 일본에서가 더 많다. 주요코하마 총영사로서 현장에서의 굵직한 외교활동은 물론 2015년 위안부합의 배후 논란 등에 대해 그동안 함구해 왔던 김 총영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본지는 그와 집무실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 아버지는 징용공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3월 6일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으로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피고기업의 배상금 조성 참여와 일본 정부에 대한 사과 요구가 빠진 해결안이라며 국내에서는 아직도 피해자 일부가 반발하고 있다. 김 총영사의 선친은 1939년부터 2년 간 징용공으로 일본에서 노동을 했고 그때 받은 임금으로 조선에서 소 2마리를 샀다고 했다. 해방 전 소 2마리 값은 큰 금액이었다. 김 총영사는 "먼저 징용공과 징용피해자의 구별이 필요하다"고 했다. 생계를 위해 징용을 자원했던 선친까지 정부의 배상금을 받았을 정도로 우리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1965년 한일기본협정 체결 시 '양국 및 양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합의한 한국 정부는 1974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관련법을 제정해 징용·징병 피해자, 임금 미수령자 등에 대해 정부 예산으로 보상했다. 2007년 제정된 법에 따라 보상한 총 금액은 6000억원이 넘는다. 김 총영사는 "10년 이상 한일관계의 발목을 잡았던 위안부나 징용 피해자 문제는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 결여에도 원인이 있지만, 우리 국내 법원의 사법자제 원칙과 국제법 존중의 원칙을 무시한 판결에서 비롯된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발표는 그런 인식 하에 단행됐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김 총영사는 오래 전부터 일본의 진정한 과거사 사죄는 "한반도 자유통일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북한을 압박해서 독재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면 좋겠으나 이미 핵·미사일로 무장한 이상 불가능에 가깝다. 일북 국교정상화와 우리 정부의 ‘담대한 지원’ 계획을 연계해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옵션으로 보인다"며 "일본이 북한에 대해선 아직 식민지 청산을 하지 않은 상태다. 현금을 지원한다면 군비 증강과 체제 유지에 우선 사용될 것이니 철도, 도로, 항만 등 SOC 설비를 도와 미래 한반도의 통일경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진정한 사죄"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북한이 개방·개방 노선으로 나와 일본과 한국 대기업의 제조 공장을 북한에 두면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도 유리해 남북한과 일본이 동시에 윈윈(win-win) 하는 길"이라며 "양국 정치 지도자가 자국 여론만 추종하면 100년이 지나도 화해 못 한다. 한반도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 한일관계가 더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한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서는 "해방 이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극적으로 이끈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은 3번째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생각한다. 용기와 포용 정신없이는 내리기 힘든 결단이었을 것이다. 일본 내 확산일로에 있던 혐한정서를 단숨에 멈추게 할 정도로 효과가 있음을 현장에서 실감하고 있다"고도 했다. 지난 7월에 1년 전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1주기 추도 행사가 일본 곳곳서 열렸다. 이때 김 총영사는 한국 관료로는 처음으로 아베 전 총리의 사저에 초대를 받아 조문을 했다. 부인 아키에 여사와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언론에서 알려진 것과 달리 아베 전 총리가 한국을 싫어하지 않았다. 아키에 여사는 원조 ‘한류팬’으로 두 사람 다 한국을 좋아했다"고 전했다. 2002년부터 한국인에 대한 일본 입국사증 면제가 된 데는 김 총영사의 숨은 공도 있었다. 당시 불법체류를 하고 있던 고향 친구를 도쿄 한식당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 외교관이 된 자신을 피하던 친구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 사증면제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한 자료를 작성해 관방 부장관이었던 아베에게 전했고 아베가 법무성과 경찰의 반대를 설득하는데 힘을 보탰다고 한다. 이번 사저 조문은 당시 자료를 대신 전달했던 아베 비서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지난 6월 중순 요코하마 한국 총영사관이 처음으로 요코하마시의 협조로 기획한 한일시민교류 ‘한국주간(Korea week)’행사에는 일본 정·관·재계 인사, 일한친선협회 회원, 재일동포, 일반 시민 등 수백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에는 야마나카 다케하루 요코하마시장은 물론 일한의원연맹 회장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영상 축사, 공명당 대표 야마구치 나쓰오 참의원의 축전, 일본 외무성 후나코시 다케히로 아시아대양주국장 등 여러 내빈의 축사가 있었고 3일간 1만 명이 넘는 한일 시민이 행사장을 방문했다. 김 총영사는 "지방 총영사관 행사에 총리 경험자가 축사를 하거나 외무성 간부가 직접 참가한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아소 전 총리와 스가 전 총리 등 대한(對韓) 강경파 정치인의 자세도 180도 달라졌다"며 극적으로 바뀌고 있는 일본 내 분위기를 전했다. 김 총영사는 후쿠오카 총영사 시절 총영사관 슬로건으로 '고대 선인의 교류정신에서 배우자. 한일 간 진정한 화해와 우호는 규슈로부터'를 내걸고 한일 간 고대사 알리기에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일본에서는 물론 귀국 후에도 대학과 각 기관을 찾아 ‘양국 간 고대 교류역사 이해를 통한 진정한 역사화해’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국제학술회의 등에 발표했다. 한일 간의 고대사를 통해 양국 국민의 진정한 역사적 화해와 우호로 연결시켜 나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본의 상왕인 ‘헤이세이텐노(平成天皇) 아키히토(昭仁)’가 2001년 12월 자신의 생일을 앞둔 정례 기자회견에서 “2002년 월드컵 공동주최국인 한국에 대한 감상을 말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간무(桓武)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武寧王)의 자손임이 속일본기(續日本紀)에 기록되어 있음으로 인해 한국과의 인연을 느낀다. 무령왕은 일본과의 관계가 깊고, 아들 성명왕(聖明王)은 일본에 불교를 전해주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과의 교류는 이런 교류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이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김 총영사는 "그 때의 발언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고, 고대사에 관심을 가지고 알리는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김 총영사는 "한일 양국은 7세기까지는 국경의 장벽도 언어의 장애도 없이 교류해 왔으며 양국 간의 불행한 시기는 16세기 말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침략과 20세기 전반의 식민지지배 기간 약 40여년이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고대 선인들의 교류정신을 되새김으로써 가해, 피해자 구도를 극복하고 양국 국민의 진정한 화해를 도모했으면 한다"며 "일본인에게는 고대사 왜곡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한국인에게는 근대사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좀 더 관용적 시각을, 2001년 일본을 깜짝 놀라게 한 아키히토 천황의 발언에는 이러한 기대가 숨어있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김 총영사는 에도 시대 조선통신사가 머물렀던 시즈오카현 소재 세이켄지(淸見寺)에서 최근 ‘우라센케이(裏千家) 15대 종손 센겐시쯔(千玄室)’씨로부터 일본 전통 차 대접을 받았다. 우라센케이는 매년 정월 일본 황실이나 총리실에서 차회(茶會)를 개최하는 일본 다도(茶道) 최대 유파인 명문집안이다. 올 해 100세를 맞이한 종손 센겐시쯔씨가 김 총영사에게 차 대접을 하기 위해 교토에서 일부러 노구를 이끌고 찾아 온 것이다. 그 자리에는 임진왜란 후 조선과 화친에 힘을 썼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19대 종손 이에히로(家廣)씨도 함께 있었다. 올 해 초 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김 총영사는, 센겐시쯔씨가 "선조인 센리큐(千利休)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침략을 반대하다가 할복자살을 명령받았다. 기회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께 직접 차를 대접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며 "도요토미의 침략으로 국토가 황폐화된 직후인데도 조선통신사를 파견해 일본과 외교 관계를 재개한 당시의 정신을 되새겨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영사는 현재 일본 제2의 도시 요코하마에서 오랜 경험과 폭 넓은 인맥을 활용해 왕성한 외교활동을 하고 있지만, 요코하마 총영사로 임명된 직후 위안부 지원 단체로부터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김복동의 희망’이라는 지원단체는 김 총영사가 위안부 합의 배후이고 일본 당국과 협조해 위안부 지원단체를 감시한 혐의가 있다며 정부에 임명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냈었다. 이에 대해 김 총영사는 "위안부 합의의 배후거나 태스크포스(TF) 멤버였다면 전 정권의 위안부합의 검증 TF로부터 조사를 받아야 했었는데 전화 한 통, 메일 한 통 받은 적 없다. 당시 주일공사로 재직 중이어서 한국에서 진행된 위안부 회의개최 일정 등을 일본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이것도 배후라고 하면 영광으로 생각하겠다"고 웃어 넘겼다. 또 일본 정보당국과 협조해 위안부 지원단체를 감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내세운 전직 국정원 하급 직원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인용한 것 같은데, 만약 그런 사실이 있었다면 전 정권에서 직권남용으로 조사하지 않았겠나? 나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정치인이고 시민단체이고 외교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국민으로부터 모금한 돈으로 호의호식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국민이 판단하실 것으로 본다. 정쟁으로 인해 한일관계가 다시 후퇴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sjbaek@fnnews.com
2023-08-13 10:17:15[파이낸셜뉴스] 중국 대표단이 북한의 6·25정전협정기념일(전승절) 참석차 방북하자 한국·미국·일본이 주시하고 있다. 우리 외교부는 25일 중북관계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북한은 전날 관영매체를 통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인 리훙중을 비롯한 중국 당 및 정부대표단이 전승절 참가를 위해 방북한다고 밝혔다. 이후 같은 날 심야에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을 했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는 이에 대응해 이날 유선 협의를 하면서 중국 대표단 방북 동향에 대한 논의도 했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북핵수석대표는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UN·국제연합)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규탄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북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의지를 다졌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중국 대표단 방북을 주목한 것인데, 최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대면 협의에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 견인’에 뜻을 모은 만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의 행동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외교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북관계 역할을 기대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중북 간 교류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 관련 사안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중북관계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중국 대표단 방북에 주목이 쏠리는 이유는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외국 대표단을 맞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다. 동맹 관계인 중국부터 시작해 외부 교류를 재개하려는 신호탄으로 보는 것이다. 북한의 교류 재개가 향후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9월 하순에 열리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선수단 파견과 함께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지도 주목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2023-07-25 16:3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