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좌승훈 기자] 22일 제주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시설격리 중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여성이 음성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이날 오전 9시15분쯤 제주도인재개발원에서 코로나19 관련 격리 중 사망한 A씨(27)의 시신에서 검체를 채취해 검사한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18일 제주로 들어온 방글라데시 국적 유학생 확진자와 항공기 내에서 접촉해 시설 격리 중이었다. A씨가 머물고 있던 인재개발원은 자택 자가격리가 어려운 관광객 등을 위해 도가 지정 운영 중인 임시생활시설이다. 19일부터 격리 중이던 A씨는 나흘째인 22일 오전 9시21분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상태로 발견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와 경찰, 보건소 관계자가 응급조치를 실시했지만, A씨는 이날 오전 9시46분께 숨졌다. 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일 오후 2시께 격리시설에 입소하면서, 관할 보건소 전담공무원에게 평소 공황장애·우울증 등 정신건강 관련 치료 전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도는 이에 따라 자가격리자 대상 심리지원 안내와 함께 격리수칙 준수를 전제한 지인 만남과 복용 중인 의약품 관련 비대면 진료·대리 처방 등을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도는 A씨가 평소 복용한 의약품이 부족하다는 내용을 전달받고, 보건소 전담공무원을 통해 해당 정신의학과에서 처방 내역을 확인했으며, 도내 의사와 비대면 진료(전화상담) 후, 의약품을 대리 처방해 A씨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다만, A씨는 서울에서 같이 온 지인 B씨와 함께 같은 방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보건 지침에 따라 1인실에서 생활했다. 도는 A씨가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된 만큼, 시신을 제주시내 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 상담사 16명을 동원해 A씨와 같은 시설 격리자 전원에 대한 심리 상담도 마쳤다. 한편 제주동부경찰서는 A씨가 음성 판정을 받음에 따라 정확한 사망 경위 파악을 위해 인재개발원 밖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관을 투입해 현장 조사에 나선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0-06-22 16:52:04[파이낸셜뉴스] 22일 제주에서 코로나19 관련 시설격리 중이던 20대 여성이 사망했다. 제주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3분쯤 제주도인재개발원에서 코로나19로 격리돼 있던 A씨(27)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지난 18일 제주에 입도해 확진 판정을 받은 방글라데시 유학생(제주 18번 확진자)과 같은 비행기를 이용했다. 접촉자로 분류돼 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중이었다. A씨는 함께 격리 중이던 지인 B씨(27)에 의해 발견됐다. B씨는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방을 찾았다가 숨져 있는 A씨를 발견했다. 당시 A씨가 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도 확인됐다. 제주도보건당국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격리 전 보건당국에 이같은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보건당국은 A씨의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 방역복을 착용한 보건 담당 공무원 등이 현장에 파견된 상태다. 제주 경찰은 A씨의 감염 여부가 확인되는 대로 현장을 조사할 예정이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2020-06-22 11:26:01▲ 사진=방송 캡처턱관절 장애가 20대 여성 사이에서 특히 많이 발생해 화제다. 2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5년 턱관절 장애 건강보험 지급 자료 ’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전체 환자 34만8413명 중 턱관절 장애를 겪는 20대가 9만3848명(26.9%)를 차지함을 밝혔다. 이어 10대, 30대, 40대가 각각 5만9661명(17.1%), 5만6130명(16.1%), 4만7371명(13.6%)를 차지했다. 특히 20대 전체 환자 9만3848명 중에서도 여성 환자는 5만5370명(59%)으로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눈길을 모았다. 이에 김문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치과 교수는 20대 여성 환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턱 관절 장애는 스트레스, 불안감, 우울증 등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전했다. 한편 김교수는 "턱 관절과 주위 근육 이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정서적인 원인 또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으며, 예방법으로는 긴장했을 때 이 악물기, 한쪽으로 씹기, 손톱 깨물기, 혀 내밀기, 껌 오래 씹기, 과도하게 입을 크게 벌리기 등에 대한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 parksm@fnnews.com 박선민 기자
2016-04-24 17:52:59[파이낸셜뉴스] "아싼테니, 나쿠펜다(Thank you, I love you)."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아프리카 케냐를 찾아 무료 의료봉사활동에 들어간 그린닥터스 봉사단은 17일 진료를 받기 위해 몰려든 현지 주민과 근로자들의 감사 인사말을 이같이 전해왔다.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온병원그룹 원장)은 의사 5명을 포함한 15명의 봉사단이 지난 12일 부산을 출발해 오는 23일까지 11일간 아프리카 케냐 마사이마라 등에서 무료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50, 60대 중견의사 5명을 포함한 그린닥터스 케냐의료봉사단은 지난 13일 새벽 인천공항을 떠나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공항을 경유해 케냐 나이로비공항에 도착하자마자 14일부터 곧바로 한인기업인 최영철 회장이 경영하는 사나그룹 가발공장으로 달려가 짐을 풀었다. 수도 나이로비 롱가롱가 로드 인근 사나그룹 마레바 공장에는 주로 케냐의 여성근로자들 8000여명이 일하고 있었다고 했다. 나이는 젊은 20대에서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나 20, 30대가 주를 이루며 마치 우리나라의 산업화 시기 '여공들'을 떠올리게 했다는 것이다. 안과를 비롯해 가정의학과, 피부과, 내과, 정신과 등의 그린닥터스 임시 진료실에는 케냐 근로자들이 몰려 들었다고 했다. 안과전문의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온병원그룹 원장)은 "다만 적도부근의 케냐는 햇볕이 강한데다 가발 염색약의 노출 탓인지 안건조증이나 피부가려움증, 두통 등을 호소하는 근로자들이 많았다"고 전해왔다. 정 이사장은 장시간 서서 하는 작업이어서 관절계통의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 탄자니아 다음으로 경제개발에 성공적인 나라지만 국민소득 2000달러로 우리나라 1970년 수준에 불과하다.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김상엽 박사(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은 "월 20만원의 급여로 최소 두 명 이상의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케냐 가정마다 적잖이 생활고를 겪고 있고 이 때문에 주부근로자들은 대개 우울증을 갖고 있었다"며 전해왔다. BTS(방탄소년단)의 나라 코리아에서 의료봉사단이 찾아왔다는 이야기가 젊은 여성근로자들 사이에 SNS로 알려지면서 환자 3000여 명이 구름떼로 몰려왔다는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현지 주민들이 진료실 앞에서 400여 명이나 줄지어 서 있었다고 봉사단은 전했다. 천성이 부지런한 케냐인들이 빨리 치료받고 일터로 나가기 위해 새벽 댓바람에 달려왔다는 것이다. 안과전문의 정근 이사장을 비롯해 정종훈(가정의학과전문의), 김상엽(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박석주(인제의대 부산백병원 신장내과교수), 윤선희(온종합병원 이사장) 등 의사 5명은 구름 떼 환자들을 보고 당황스러웠으나 마치 근로자들을 자식인양 "마지막 한명까지라도 그냥 보내지 말고 그린닥터스에서 진료해 달라"고 읍소하는 바람에 이미 대기하고 있는 500명에다 대기실 밖 2000명까지 모두 대기실로 안내해 폭풍 진료에 돌입했다고 전해왔다. 사나그룹도 그린닥터스 봉사단의 열정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고 한다. 최영철 회장이 직접 나서고 앤젤스 직원들이 모두 환자접수나 약국에 배치돼 그린닥터스 봉사단의 통역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봉사단은 하루 7시간 동안 선 채로 진료하면서 단 이틀 동안 3000명의 케냐 주민들을 진료했다고 전해왔다. 그린닥터스 의료진 뿐 아니라, 박명순 사무총장, 강순영 이사, 윤지민 이사 등도 의사들의 처방에 따라 약을 분류하고 통역을 통해 일일이 복약지도(?)까지 하는 등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리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아리카에서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봉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따뜻한 이미지를 검은 대륙에 심고 있다는 자부심에 피곤을 잊고 있다"며 "특히 이번 의료봉사를 위해 수개월에 걸쳐 케냐 사나그룹의 현지와 소통하면서 봉사 장소, 숙소준비 등을 해준 그린닥터스 사무처 간부들과 현지 사나그룹 최용석 대표이사는 물론 한국약품과 신명약품 등 한국에서 의약품을 지원해준 제약·의약품유통회사, 부산은행 등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추석인사를 보내왔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4-09-17 21:08:34[파이낸셜뉴스] #.인천 남동경찰서는 강간 혐의로 고소된 20대 남성 A씨를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5월 중순께 인천에 있는 오피스텔에서 10대 B양을 성폭행한 혐의을 받고 있다. 그는 우울증갤러리를 통해 B양을 처음 알게 된 뒤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에 데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양과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고, B양은 "성폭행당했다"고 하면서 진술이 갈렸다. 우울증갤러리를 매개로 한 성범죄는 A씨 사건 외에도 별건으로 여러 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투신 생중계', '미성년자 성착취' 등으로 논란에 중심에 섰던 온라인 커뮤니티 '우울증갤러리'에서 또 다시 미성년자 성범죄 정황이 드러나면서 당시 방송통심심의위원회의 자율규제 강화 조치가 적절했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미성년자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위험에 노출돼 있는만큼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방식의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력으로 그루밍 성범죄 단속 한계14일 경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보호법상 성착취 목적 대화죄는 통계 집계가 시작된 지난해 발생 73건·검거 67명, 올해 상반기는 발생 106건·검거 91건으로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성착취 목적의 대화로 시작한 피의자는 더 심화된 범죄로 입건되는 경우가 많고, 위장수사에도 한계가 있어 발생·검거 건수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한정해 '온라인 위장수사'를 하고 있지만 '우울증갤러리'에서 일어난 유형의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를 단속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성착취범과 대화를 나누는 아동·청소년으로 위장한 경찰관이 실제로는 성인이기에 처벌로 이어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선 여성청소년과 경찰관들은 인터넷에 성착취 게시글 자체가 올라오는 것을 인지해도 수사에 나서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온라인 상의 익명의 게시글만으로는 범죄 구성 요건이 부족하다고 판단돼 압수수색 영장 등이 발부되지 않아 사건 진행 자체가 어려운 탓이다. "플랫폼 규제 강화해야"성착취 사건이 다시 발생하면서 지난해 해당 커뮤니티에 대한 조치가 적절했는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당시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 강남경찰서는 방심위에 사이트 차단을 요구했지만 방심위는 '사업자 자율규제 강화'로 결론을 내고 차단하지 않았다.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디시인사이드 측은 모니터링을 강화했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우울증갤러리에 유해정보와 미성년자 성착취 게시글 등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됐다.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커뮤니티의 차단과 더불어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미성년자 성착취를 비롯한 각종 범죄가 온라인 공간, 특히 커뮤니티나 SNS에서 많이 시작되는 만큼 플랫폼을 규제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늘리자는 것이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SNS 등 플랫폼이 가지는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방심위가 가지는 인력적 한계 등이 있으니 온라인상 사각지대를 규제하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4-08-13 16:04:28[파이낸셜뉴스] "마약류로 지옥을 경험해 봤죠. 세상을 떠나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저 혼자였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주변에서 손을 잡아줘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저처럼 마약류에 의존하며 도피하려는 누군가에게 저도 손을 내밀고 싶어요"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빌딩에서 만난 전우원씨(28)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4월 미국에서 라이브 방송을 켜고, 마약류를 투약하는 모습을 공개해 세상을 뒤흔들었다. 현재 전씨는 약을 끊고 마약류 중독 예방활동에 나서고 있다. 은구(NGO)와 답콕(DAPCOC) 등의 예방단체 활동에 가면 전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전씨가 마약류의 유혹에 빠지게 된 계기와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2회에 걸쳐 보도한다. 입시 전 동급생이 내민 대마초인터뷰 내내 전씨의 표정은 진지했다.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을 것 같지만 삶이 녹록지는 않았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의 손자였지만 이 역시 그에게는 부담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 유학길에 올랐지만 아버지와는 거리감이 컸다고 한다. 미국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그가 살았던 지역은 대다수가 백인들이었던 탓에 인종차별이 만연해 있었다. 전씨는 "학창 시절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 동급생들에게 온갖 괴롭힘을 당했는데, 기숙사에서 취침할 때조차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면서 "그때마다 아버지가 그리웠지만 미국 생활 15년 동안 딱 1번만 아버지를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인생에서 감수성이 가장 많았던 시기인 사춘기를 가족도 친구도 없는 채 홀로 버틴 셈이다. 대학입학시험(SAT)을 치르기 하루 전날 마약류의 유혹이 찾아왔다. 자신을 괴롭히던 백인 동급생들이 진원지였다고 한다. 전씨는 "그날 그 친구들이 저에게 모임에 참석하라고 해 이제 친구가 될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들이 모인 자리에 갈 때까지 거기서 마약류를 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가 모임 장소에 들어선 순간 무언가 퀴퀴한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거기서 백인 동급생 1명이 전씨에게 대마초를 권했다. 전씨는 대마초가 무언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동급생들이 내미는 대마초에 대해 동질감을 형성시켜 주는 매개체로 인지하고 받아들였다"면서 "지금은 그래선 안 된다는 걸 명확히 알고 있지만 그때는 거부하기 너무 어려웠다"고 전했다. 군에서도 금단현상 시달려전씨는 미국 동부에 위치한 명문 사립대학교 중 하나인 뉴욕대학교(NYU)에 진학했다. 여기서도 마약류의 유혹을 피해가지 못했다. 기숙사 룸메이트가 마약류 유통책이었다고 한다. 룸메이트가 엑스터시 등을 공짜로 줄 테니 한번 해보라며 권유하기도 하는 등 마약 유혹이 많았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주류 사회에서는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대마초 등 마약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전씨는 "특히 미국사회에서는 성공적 취업 등을 위해 교내외 사고모임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대마초 등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학부 1학년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병역 의무를 수행했다. 이 약 2년 동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마약류를 끊게 됐다. 전문적인 치료를 병행하며 단약을 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전씨는 군 생활 동안 금단증세에 시달려야 했다. 전씨는 "훈련하는데 다른 애들보다 땀을 몇 배로 많이 흘리고 몸에서 악취가 났다. 몸에서 힘이 빠져 내 의지대로 몸이 움직여주질 않았고, 인지능력도 저하돼 반응속도가 느려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였다"며 "군대에 있을 동안 체력 단련을 많이 하고 땀도 많이 흘리니까 약 2년 동안 자연스레 몸에서 마약류가 빠져나갈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타향살이의 외로움 더해... 자살시도까지전씨가 다시금 마약류에 손대기 시작한 것은 학부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다. 전씨는 학부 2학년 때부터 갖은 인턴활동을 하면서 경제자립을 위해 노력했다. 그 덕에 졸업 후 유명 회계법인에 취직할 수 있었다. 비로소 심적 안정을 찾는가 싶었지만 매일 매일 동료들과 경쟁하며 실적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타향살이의 외로움이 커진데다 아버지와의 거리가 더 벌어지면서 끝내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러던 중 한 한국계 미국인 여성과 교제하게 됐는데, 교제 상대로부터 리세르그산 디에틸아미드(LSD)를 추천받았다. 처음에는 반감을 품었다. 마약류에 익숙한 미국 사회에서도 LSD는 그 위험성이 강해 기피되는 약물이었기 때문이다. LSD를 처음 맛본 순간 그야말로 천국이 눈앞에 펼쳐졌다고 전씨는 말했다. 밥을 안 먹어도 몸속에서 힘이 솟았고, 손을 흔들면 그 자리에 무지개가 보였다. 벽에 걸린 그림에선 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 엘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행복'도 잠시. 곧이어 '배드트립(bad trip)'이 시작됐다. 어느날 갑자기 온 세상이 불구덩이 속 지옥으로 보인 것이다. 군장을 멘 것처럼 어깨는 무언가에 짓눌리는 기분이었고 사람들의 얼굴은 자신을 공격하기 위한 악마처럼 보였다. 이윽고 사는 것 자체가 두려워졌다. 전씨가 살면서 저질러온 사소한 죄부터 가족에 대한 결핍까지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20대 청년이 혼자 짊어지기 너무나도 버거운 것이었다. 전씨는 이윽고 살 용기를 잃었다. 전씨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켜 모든 사실을 고백한 후 죽기 위해 LSD 200알을 한입에 털어넣었다. 라이브 방송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전씨는 병원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았다. 그때부터였을까. 전씨는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주변 환경 때문에 내가 마약류를 어쩔 수 없이 접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고 싶지는 않다"면서 "다만 마약류 중독도 주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회복 과정에서도 지속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4-07-09 08:23:23[파이낸셜뉴스] 동탄 헬스장에서 성범죄 누명을 썼던 남성이 무고죄 피해자로 조사받은 후기를 전했다. 4일 유튜브 '억울한 남자'에는 '조사받고 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채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동탄 헬스장 화장실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누명을 썼던 인물로, 신고자가 허위신고 사실을 인정하면서 무고죄 피해자가 됐다. A씨는 "지난 3일 동탄서에 방문해 조사를 받았다. 강제추행 혐의로 피의자가 됐던 전과 반대로 이번에는 무고죄 피해자로써 조사 받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들어가기 전만 해도 내부에 난리가 났을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한산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 생각보다 조용했다. '어떻게 오셨냐'길래 화장실 사건 관련 피해자 조사차 방문했다고 하니 사무실로 데려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여성청소년과장님이 상투적인 사과를 조금 하고 일정이 있다며 강압수사 관련 인원들을 데려왔다. 처음 찾아온 여성·청소년 강력팀 2명과 여성·청소년 강력팀장, '떳떳하면 가만있으라' 발언한 수사팀 한명이었다. 이들이 사과하고 싶어 하니 허락만 해주면 대면시키고 싶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다"고 전했다. A씨는 "뭐라 하는지 들어보고 사과받을지를 결정하려 했는데 갑갑하더라. 사과하려는 태도인지, 자기 억울한 것 말하려 나온 건지. 당연히 보자마자 '죄송합니다'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팀장이 궁금한 것 있으면 물어보라더라"라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취조하러 온 것도 아니고 먼저 보자고 한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사과하겠다고 부른 거면서. 뭘 말하라니까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그랬더니 자기들은 수사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대답하더라"라며 어이없어 했다. 또 "처음 신고자가 제 인상착의를 정확히 특정했고 CCTV 보여주니 '이 사람 맞다' 했다고 한다. 신고 내용도 어떤 남자가 문 두드려 열어주니 바지 내리고 XX하고 있었다고 했단다. 처음에 '누가 엿본다' 신고 들어왔다고 한 건 뭐냐고 했더니 자기들이 헷갈렸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떳떳하면' 발언한 수사팀 분만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나머지는 변명만 계속해서 이럴 거면 왜 보자고 했나 싶었다. 더 당황했던 건 (한 분이) 어떤 부분에서 실망스러웠다고 말하고 있는 제 말을 끊으려 하더라. 그분은 방에 들어올 때부터 똥 씹은 표정에 전혀 미안해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말 끊지 말라 했더니 언짢아하길래 표정이 왜 그러냐, 사과할 생각 없냐 물으니 미안하다고 하긴 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도 마지못해 하는 느낌,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느낌이었다. 마치 내가 악성 민원인이 된 것 같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A씨는 "아무튼 사과는 그렇게 끝났다. 솔직히 별로 들을 가치도 없었다. 다들 허리가 참 꼿꼿하더라. 그 이후 무고죄 피해자로서 조사받았는데 특이한 점은 없었고 최대한 벌 받길 원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고자는 아직 제게 사과 한마디 없다. 우울증을 변명으로 내세울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경찰들이 판단해 줄 거다. 제 견해를 덧붙이자면 우울증은 무고죄의 처벌을 감형할 사유가 될 수 없다. 우울증 걸린 모든 사람이 거짓말쟁이는 아니지 않냐. 선처할 생각이 없고 엄벌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탄 헬스장 화장실 사건'은 지난 6월 23일 화성시 한 아파트 헬스장 옆 여자 화장실에서 발생한 일이다. 한 남성이 용변을 보는 자신의 모습을 훔쳐보고 성적 행위를 했다는 50대 여성의 신고로 시작됐다. 경찰은 방범 카메라 분석 등을 통해 20대 남성 A씨를 강제추행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나섰다. A씨는 혐의를 부인했으나 경찰은 범인으로 단정하는 듯한 태도로 일관해 논란이 됐다. 당시 경찰관은 "방범 카메라 보니까 본인으로 확인됐어" "떳떳하면 가만히 계시면 돼요" 등의 발언을 했다. A씨는 유튜브 채널에 경찰과의 대화 내용을 올렸고 지난달 27일 경찰에 50대 여성이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다량 복용하면 없는 얘기를 할 때도 있다"며 허위 신고 사실을 자백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화성동탄경찰서는 A씨의 입건을 취소하고 이 여성을 무고 혐의로 입건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7-04 10:02:55[파이낸셜뉴스] 새신발을 신었을때 발 뒤꿈치에 물집이 생기는 일은 흔하다.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보통 하루이틀 정도면 물집이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이 물집 때문에 다리를 잘라낸 20대 여성이 있다. 18일 영국 매체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헐(Hull)에 사는 찰리 버드셀 무어(24)는 발뒤꿈치에 생긴 단순한 물집때문에 왼쪽 다리를 종아리부터 절단해야 했다.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하던 찰리는 2021년 1월 운동화를 신고 쇼핑과 수영을 즐기던 중 발에 물집이 생겼다. 며칠이 지나자 물집의 크기는 커지고 고름이 흘러나왔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발 상태는 악화했지만 의료진들은 '약을 먹으면 완화될 수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병원을 찾아 상담하고 약물 치료를 받았지만 좀처럼 호전되지 않아, 그는 3년 동안이나 절뚝이며 생활했다고 한다. 찰리는 "몇 년 동안 발끝으로 걸어다니며 생활 했다"라며 "결국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 발생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의료진은 감염 확산을 막는 유일한 길은 물집이 생긴 왼쪽 다리를 절단하는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지난달 다리 절단수술을 받은 찰리는 현재 의족을 기다리면서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다. 의족 장착에는 약 3개월이 소요된다. 찰리는 "예전에는 매일 외출하고 수영하고 KFC 등에서 일도 했었지만 이제는 할머니에게 의지해야 한다"라며 "우울증에 시달려 치료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사소해 보이는 문제가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몸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치료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패혈증, 균이나 독소가 혈관으로 들어가 신체 조직 손상..사망 원인 9위 패혈증은 미생물 감염에 대한 전신 반응으로 신체 조직과 장기를 손상시키고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균이나 독소가 혈관으로 들어가 심한 염증을 일으키고 조직의 세포가 괴사하는 것이다. 피부의 화농성 염증이나 욕창, 신우염, 뇌수막염 등 다양한 이유로 패혈증은 나타날 수 있다. 감염 정도가 심하지 않더라도 몸의 면역 상태에 따라 패혈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물집도 마찬가지다. 사연 속 여성처럼 물집이 터지고 고름이 생긴 피부는 세균 감염에 취약한 상태다. 상처 부위 주변의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의 유해물질이 들어가 패혈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공통된 증상으로는 발열이나 저체온증, 저산소증, 저혈압 등이다. 몸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줄어 피부나 상처 부위가 파랗게 변하거나 썩기 시작하는 조직 괴사가 나타난다. 증상이 심하면 짧은 시간 안에 사망할 수도 있어 관련 증상이 보이면 즉시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원인으로 패혈증에 감염되는 일이 흔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패혈증에 의한 사망률은 2020년 처음 10대 사망원인에 포함됐다. 2021년에는 한 계단 더 상승해 전체 9위였으며 인구 10만명당 12.5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혈증 막으려면..상처·물집 등은 억지로 뜯거나 만지지 않아야 패혈증을 피하려면 개인 위생 관리를 비롯 예방접종, 면역력 관리 등이 중요하다. 물집은 대개 일주일 이내에 저절로 낫지만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억지로 뜯거나 만지지 않아야 한다. 또한 감염된 물집을 그냥 두지 말고,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한다. 물집이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물집을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해야 한다. 물집 부위를 씻을 때는 터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씻고 말려야 한다. 만약 의도치 않게 물집이 터졌다면, 만지기 전에 손을 씻는 것이 좋다. 그 다음에는 부드러운 반창고나 패딩 처리된 드레싱으로 물집을 덮더 둔다. 물집이 신경쓰인다고 강제로 터트리거나 터진 물집에서 피부를 벗기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또 물집이 터지고 난 남은 피부의 가장자리를 잘라내는 행동도 하면 안된다. 만얀 물집이 매우 아프거나 계속 재발된다면 '혈액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이밖에 물집 부위가 뜨겁고 녹색 또는 노란색 고름으로 가득 차거나, 물집 주변의 피부가 붉게 보인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6-18 08:30:20[파이낸셜뉴스] 현대무용계 인물로는 최초로 기사 작위를 수여받은 세계적인 안무가 매튜 본 경이 5년만에 내한하여 최신작 ‘로미오의 줄리엣’을 선보인다. 앞서 매튜 본 공연은 LG아트센터를 통해 2003년부터 ‘백조의 호수’(2003, 2005, 2007, 2010, 2019), ‘호두까기인형!’(2004) ‘가위손’(2006) ‘잠자는 숲속의 미녀’(2016)까지 8차례 공연되어 15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오는 5월 8~19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가 쓴 불멸의 로맨스이자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한 걸작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문제아로 분류된 청소년들을 교정하는 '베로나 인스티튜트'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약물, 트라우마, 우울증, 학대, 성 정체성 등 현대 젊은 세대가 마주한 민감한 문제들을 거침없이 묘사하며 ‘로미오와 줄리엣’에 담긴 필연적이고 아름다운 비극성에 주목한다.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한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음악은 새로운 이야기와 스타일에 맞춰 약간의 변화를 준다. 작곡가 테리 데이비스와 15인조 앙상블이 편곡 작업에 참여했다. 51개의 오리지널 스코어 중 30곡을 골라 순서를 재배치하고 5곡의 신곡을 추가했다. 흑인 줄리엣 등 10대 무용수 대규모 선발 10대 이야기에 맞게 무용수들 역시 젊다. 매튜 본 무용단은 지난 2018년 영국 전역에서 만 16세에서 19세 사이 무용수들을 선발하는 대규모 오디션을 개최했다. 1000명 이상의 지원자 중 워크숍 공연과 트레이닝을 거쳐 다수의 무용수를 정식 단원으로 합류시켰다. 또 20대 여성 안무가 아리엘 스미스와 협업하여 에너지 넘치는 안무를 만들었다. 무용수들은 공연 내내 끊임없이 뛰고 움직이며 고난이도 동작을 펼친다. 특히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이 펼치는 파드되로 유명한 ‘발코니 신’에서 둘은 열정적이다 못해 한 몸이 되어 구르고 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이 장면을 일컬어 "아마도 무용 역사상 가장 긴 키스 신"이라고 표현했다. 2019년 런던 초연 당시 “젊은 세대가 무대 위에 지진을 일으키는(youthquake)것 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지난해부터 런던-LA-파리-도쿄를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월드 투어를 펼치고 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각각 세 명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저마다의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9년 초연부터 로미오 역을 맡고 있는 파리스 피츠패트릭을 비롯해 “무대 위에서 시종일관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씨어터 스코틀랜드) 로리 맥클로드, 차세대 백조 역('백조의 호수)을 예약한 잭슨 피쉬가 ‘로미오’ 역으로 출연한다. 줄리엣 역은 카일리 미노그 등과 작업한 안무가 겸 무용수 모니크 조나스를 비롯해 '레드 슈즈' 등 탄탄한 경력을 보유한 브라이어니 페닝턴,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발탁되어 단시간에 주역 무용수 자리에 오른 한나 크레머가 맡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3-29 09:35:25[편집자주]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하지만 정치, 경제, 사회 등 어느 것 하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의 삶,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살펴봐야 할까요. 파이낸셜뉴스는 신년 기획으로 일상 뒷편에 숨겨진 문제들을 연속 보도합니다. 이는 사회에 전하는 일종의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 20대 여성 A씨가 서울 마포대교 난간 위에 올라섰다. 다행히 이를 본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운 여성을 난간에서 간신히 끌어내렸다. 경찰은 A씨를 인근 지구대로 옮긴 뒤 전문기관 상담 등을 거쳐 안전하게 귀가 조치했다. 이 장면은 실제로 지난해 5월 발생한 사건이다. 상황은 잘 마무리 됐지만, 문제는 이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또 다시 시도를 했는지, 여성의 가족과 지인들은 어떤 충격을 받았는지 등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또 다른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익명을 요구한 한 직장인은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자살을 고려할 때) 우울하고 비관적인 생활을 계속하면서, 그러다 안좋은 결정을 내리는 게 아니다"라며 "어느 순간 안좋은…그런 생각이 좀 든다"고 털어놨다. 이어 "본인도 문제지만, 가족과 지인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면, 주변인들에게 우선 다 털어놔야 한다. 생각보다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 사람의 극단적 선택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 자신을 물론 주변인들까지 고통 속에 빠트릴 수 있는 셈이다. 정부와 관련 기관의 관심은 물론 관련 제도가 더욱 더 정밀하고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초등생, 청소년 등 심각한 '10대 극단적 선택' 문제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4.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동안 다른 OECD 국가들의 자살률은 줄어들었으나, 한국의 자살률은 오히려 46% 상승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19년째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청소년들도 늘어나고 있어, 그야말로 긴급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4월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정신건강기관 설립 및 지역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3년 통계청이 발표한 ‘아동 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0~17세 아동 청소년 자살률은 2021년 기준 10만 명당 2.7명에 달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의사회)는 "청소년 자살은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이며, 함께 노력하고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희생자 주변 청소년들은 충분히 애도하되, 감정을 표현하며 나와 주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청소년 자살은 주관적 동기가 분명하고, 복수심으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청소년 우울증은 단순 우울감보다는 짜증·충동성·분노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해당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청소년들이 트라우마에 대해 시달리거나 모방행위를 하지 않도록 사후 예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의사회는 단계적인 예방책을 제시했다. ▲또래들이 서로를 돌보며 예방 역할을 하며 전체적으로 자살 위험에 대해서 선별 ▲고위험군 청소년들이 적절한 치료·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마련 및 법적 체계 확립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다른 청소년들이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후 예방 체계가 마련 등을 강조했다. 의사회는 "상담을 비롯한 추후 처방 등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이런 부분에 대해 해결이 필요하다"며 "저출산 문제와 인구 감소를 해결하려면 출산 장려에만 몰두하기보다 자라나고 있는 청소년의 생명을 소중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짜 너무 괴롭다" 사회 생활하는 성인들…각종 갈등 시달려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 문제에 이어 성인들의 자살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등 직장에서 일어나는 갈등 끝에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22년 기준 업무와 관련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직장인 절반가량은 근속연수 5년 미만인 저년차 직장인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지난 2022년 근로복지공단에서 자살 산재 업무상 질병 판정서 85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극단적 선택으로 산재를 신청한 85명의 근속연수는 '5년 미만'이 48%로 가장 많았다. '5년 이상∼10년 미만'이 18%, '10년 이상'이 34%였다. 극단적 선택의 원인은 '폭행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이 25건(29.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과로' 13건(15.2%), '징계·인사처분'이 12건(14.1%)으로 뒤를 이었다. 권남표 하라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생전에 고용노동부가 괴롭힘을 인정하고 시정명령을 해도 사업장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엄격하게 해야 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오히려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분위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직장갑질119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모두 359명으로 집계됐다. 조사 결과 153명(15.3%)은 폭행·폭언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직접적인 폭력에 노출된 셈이다. 배나은 직장갑질119 활동가는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죽음을 고민하면서도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공무원 등에게도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폭넓게 적용해야 하며, 신고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남겨진 자들의 고통, 어떻게 치유할 수 있나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자살 1건이 발생할 경우 주변 유족 5~10명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2021년 통계청 사망원인통계 결과를 기준으로 국내 자살 사망자 수가 연간 1만3000여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많게는 한 해 10만명 이상이 자살 유족이 되는 셈이다. 자살 유족에는 배우자, 부모, 자녀, 형제, 친인척뿐은 물론 친구, 연인, 직장 동료 등도 포함된다. 하지만 고인이 자살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자살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심리부검 면담을 실시한 결과, 72.3%(688명)가 고인의 자살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말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상대방이 충격을 받을까봐’, ‘유족이나 고인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할 것이 염려돼서’, ‘자존심이 상하고 창피했다’ 등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련 기관 등 정부에서는 자살 유족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자살 유족들은 ‘자살유족원스톱서비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019년 9월 인천, 강원 일부 지역과 광주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인천·강원 전 지역, 서울, 대구, 제주, 세종, 충북, 충남 등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원스톱서비스 전담팀은 유족을 찾아가 위로의 말을 전하며 받을 수 있는 도움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하고 서비스 제공 동의를 받는다. 장례 등 절차가 끝나면 심층 면담을 통해 유족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애도 상담과 자조 모임, 정신건강치료비(1인 최대 100만원) 지원 등 심리 영역부터 법률적 지원이나 특수청소, 학자금(1인 최대 140만원) 연계 등 사회·경제적 영역까지 광범위하다. 정부, 자살률 낮추기…사각지대 적극 대응 한편 올해부터 자살예방 상담번호가 '109'로 통합됐다.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통합위)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합동 브리핑을 열고 자살예방 상담 긴급번호를 1월부터 109로 단일화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자살예방 관련 상담번호가 여러 개로 분산돼 있어 위급한 순간에 떠올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전화번호가 현재 8개 정도로 부처가 나뉘어서 관리되고 긴박한 순간에 바로 떠올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며 "국번이 있는 긴 번호로 기억하기 쉽지 않은 문제점도 있었다"고 했다. 통합위는 상담번호 통합 외에도 자살유발 유해영상물 유통 방지 등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관계부처와 지속해서 협의할 예정이다. 한지아 자살위기극복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극단적 선택 용어 제한에 관한 부분,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자살 유발·유해 정보 차단,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보 차단 등 모든 것을 다 활발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 적극적으로 주변 지인들에게 알릴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진 수원대학교 아동가족복지학과 교수는 파이낸셜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겪고 계신 고통은 당신의 탓이 아니다. 지금 바로 당신의 마음을 가족이나 친구 또는 전문가에 힘든 것을 표현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우리에게 당신의 마음을 들어줄 기회를 달라,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2-07 09:5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