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 이어진 미국 은행권의 혼란으로 미국 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VB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관할 구역에서 대출 활동이 최근 몇 주간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을 공개하고 "소비자와 기업 모두 대출 규모와 수요가 대체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말부터 이달 10일까지 12개 연방준비은행(연은) 관할 구역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이번 베이지북은 다음 달 2∼3일 열리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베이지북은 "유동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다수 구역에서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베이지북은 미국의 경제 성장세가 느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보고서는 "전체적인 경제 활동은 최근 몇 주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면서 고용 성장이 "다소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수 지역에서는 지난 3월 보고서보다 고용 성장의 속도가 느려졌다고 언급했다.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도 "대체로 (지난번 보고서와) 같거나 다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준은 지적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강조했던 인플레이션에 관련, 보고서는 "전체적인 물가 수준이 보통 수준으로 상승했으나 물가 상승의 속도는 느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오는 5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0.25%포인트 올린 뒤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3-04-20 07:00:08【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뱅크의 파산 후 미국 중소형 지역 은행들이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지역 중소형 은행들이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대형은행이나 국고채로 자금을 옮기는 고객을 잡기 위해 예금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고객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연방준비제도(연준)에 따르면 지난 3월말 말 기준 미국 은행의 총 수신 잔고는 월초 대비 3120억달러 감소한 17조4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미국 은행의 총 수신잔고가 18조달러를 넘었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감소세다. 특히 SVB와 시그니처 뱅크 파산 후 중소형 지역 은행들의 예금 수신 잔고가 크게 줄었다. 지난 3월 미국 25대 은행의 예금은 180억 달러 증가한 반면, 나머지 지역 은행들의 예금잔 액은 2120억 달러나 감소한 것이다.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중소형 지역 은행의 파산 위기를 기회삼아 일제히 수신금리를 인상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말 2.1%였던 예금금리를 2.72%로 인상했다. 같은 기간 JP모건체이스는 예금금리를 1.37%에서 1.85%로 웰스파고도 0.70%에서 1.22%로 각각 올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소형 지역 은행들도 살아남기 위해 수신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예금 금리를 높여야 고객을 뺏기지 않는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월스트리저널(WSJ)의 분석이다. 싱크로니파이낸셜과 앨리파이낸셜은 최근 최소 잔액 요건이 없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를 연 5%로 책정했다. 싱크로니파이낸셜 관계자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같은 금리를 책정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고객과 주로 거래하는 로스앤젤레스 소재 지역 은행인 팩웨스트뱅크 역시 단기 CD금리를 5.5%의 파격적으로 정했다. 인디애나주 머천츠 뱅크가 제공하는 CD 금리는 5.4%다. 연준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또 인상하면 CD금리는 더 높아진다. 그러나 지역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에도 고객들은 안전한 국고채로 자산을 옮기고 있다. 올해 초 미네소타주 벨 은행의 자금 일부를 국채로 옮기기 시작한 자산 관리 기업 노하트 LLC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이 국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금리는 은행에서 받는 약 3% 보다 거의 2%p나 높았다. 올해 2월 시장 벤치마크 금리인 10년 물 미 국채금리와 연준의 금리정책에 가장 민감한 2년 물 미국 국채금리가 5%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노하트는 SVB 붕괴발 은행 위기가 시작된 후 벨 은행의 계좌에서 125만 달러를 빼내 국고채로 갈아탔다. 지난달 말 벨 은행은 예금금리를 0.5%p 인상했지만 노하트는 자금의 대부분을 국채로 옮길 계획이다. 노하트의 CEO 마이크 케딩은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3-04-17 13:51:43【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실리콘밸리은행(SVB) 은행의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 은행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엇갈린 관측이 나왔다. 백악관에서는 미국 은행 시스템이 안전하다고 진단한 반면,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은 파산하는 은행이 더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SVB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은행의 위기가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때처럼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버핏은 파산하는 은행이 더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파산한 은행들이 자산과 부채를 오랜 기간 잘못 관리했으며 이는 때때로 큰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은행 고위 간부들이 주주 손해를 야기하는 실수를 저지른 최고경영진의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미국 백악관의 경제정책 사령탑인 국가경제위원회(NEC)의 레이얼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이날 SVB와 시그니처은행 붕괴 이후 미 은행 시스템이 건전하고 안정적인 상태라고 밝혔다. 브레이너드 위원장은 이날 "상황이 안정되고 있다고 여길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두 은행 붕괴 후 재정적 압박이 진정되고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두 인사는 공통적으로 미국 은행권 문제는 지난 2008년 국제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것들과 다른 상황이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 했다. 버핏은 "미국 은행에 둔 자금을 잃을 것이란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 은행 파산으로 예금 손실을 보는 미국인은 없을 것이란 데 100만달러를 건다고 강조했다. 브레이너드 위원장도 "예금 인출이 안정되는 것을 봤고 지난 몇주에 걸쳐 보고 있는 지표들도 실제로 개선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추가적인 은행 붕괴 사태에 대해서 은행 경영진이 최근 압박에 대응하고, 대차대조표를 강화하며, 예금자·투자자에게 그들이 좋은 전략을 갖고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확신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3-04-13 11:01:11이번주 국내 증시는 한국은행 4월 금융통화위원회와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발표 등 굵직한 일정을 보내면서 단기 변동성을 높일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이번주 코스피지수 예상밴드를 2380~2530으로 제시했다. ■美 물가 얼마나 오를까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0.55% 오른 2490.41에 마감했다. 개인은 2479억원을 순매수했고, 기관과 외국인은 348억원어치, 2906억원어치를 각각 팔아치웠다. 이번주 글로벌 증시는 미국의 3월 CPI에 주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미국의 고용시장 둔화가 점차 확인되면서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낮게 나타날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종료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 시장은 현재 CPI가 전년동월 대비 5.2%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근원 CPI는 5.6%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CPI가 예상치와 부합하면 Fed는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강하지만 추가 금리인상 압력은 약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에 대한 주목도가 높을 것"이라며 "만약 임금상승률과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낮게 발표되면 경기둔화가 연준 피벗 기대로 연결될 공산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반면, 고용 둔화 폭에 비해 임금 물가가 여전히 높게 나타나는 경우 경기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3월 FOMC 의사록도 중요한 가늠자다. 앞서 미 연준이 연내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인하"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잠재된 불안과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고 있어서다. ■1분기 어닝시즌 시작 이번주 실적시즌이 본격화되는 점도 증시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주요 글로벌 은행들이 실적 발표를 시작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에도 미국증시는 크게 하락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1·4분기 실적시즌을 시작하는 미국기업들이 얼마 만큼의 감익이 이뤄졌는지가 시장에 영향을 줄 요인"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시장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발표할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4분기 프리 실적시즌, 실적 시즌이 도래하면서 펀더멘털과 현재 주가 간의 간극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시장의 기대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확인하면서 변동성 확대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투자전략 측면에선 업종별 수급의 영향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급이 몰리는 건강관리 섹터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한국과 미국 증시의 동조화도 주목할 변수로 미국 증시 흐름을 감안한다면 제약·바이오, 신재생에너지, 필수소비재, 자동차가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3-04-09 18:44:15[파이낸셜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이 미국 스타트업의 줄도산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자금 조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스타트업 시장조사업체인 피치북과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는 7일(현지시간) 발표한 '2023년 1분기 프리뷰 리포트'에서 "데이터에는 즉시 나타나지 않지만 SVB 파산으로 예상됐던 벤처캐피탈(VC)에 대한 큰 피해는 대부분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0일 SVB가 파산하자 시장에서는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라 제기됐다. SVB가 지난 40년간 주로 스타트업, VC 등을 상대로 거래해오며 이들의 상당한 자금을 운용해 왔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가 신속하게 개입해 모든 예금을 보호해 주겠다고 한 조치에 주안점을 뒀다. 미 정부 조치로 예금 보호 한도를 초과해 예치했던 스타트업과 VC들도 모두 예금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보고서는 SVB 파산으로부터 큰 영향은 피한 것으로 보이나 시장에 대한 또 다른 불필요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불안한 경기 전망의 영향으로 자금 조달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SVB 파산이 시장의 부담 요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미 스타트업이 VC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370억달러(48조8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4분기(825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지난 2019년 4·4분기(339억달러)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2856건)도 1년 전(5243건)의 50% 수준으로 급락했다. 1·4분기에 99개 벤처캐피털 펀드가 모은 금액은 총 119억 달러(15조6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10억 달러(1조3200억원) 펀딩에 성공한 펀드는 2개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0억달러 이상 모은 벤처캐피털이 36개에 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3-04-08 13:24:41[파이낸셜뉴스]무역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 글로벌 경기 상황 급변에 따라 정부가 수출입동향 점검에 나섰다.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무역협회 등 수출지원기관과 반도체·자동차·정유·철강·석유화학 등 업종별 협회,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수출입동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역·업종을 총망라한 수출여건과 국제 에너지 시장 동향을 점검하는 동시에 최근 SVB 파산 사태와 유럽 크레딧 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발발에 따른 각 업종별 수출 영향을 점검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수출감소와 무역적자가 함께 지속되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수출활력을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같이 하고 수출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주요국의 고금리 기조와 수요둔화 흐름 속에서 오늘 아침 발표된 이번 달 20일까지 수출이 전년대비 17.4% 감소하면서 63억 달러(약 8조2310억원)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며 "글로벌 경기 상황과 반도체 가격 하락세 지속 등의 영향으로 우리가 직면한 수출여건은 당분간 어려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 본부장은 "정부는 최근 미국 실리콘 밸리 은행 파산, 유럽 투자은행인 크레딧 스위스의 유동성 위기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산과 대전 타이어 공장 화재 등 상황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수출여건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올해 수출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석한 업종별 협회들은 물류, 세제, 금융, 마케팅 등 업종별 맞춤형 지원과 함께 러·우 전쟁의 장기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글로벌지속가능철강협정(GSSA) 등 통상현안과 수출 리스크 요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정부에 요청했다. 특히 반도체설비투자 세액공제율 상향안 국회 통과, 자동차자동차 전용선 선복확보, 낮은 금리 정책자금 확대, 철강통상규제 정보 신속 공유, 섬유중소기업 판로개척·금융 지원 등을 건의했다. 정부는 수출 확대를 위해 국제 전시회·상담회 참가 지원 등 수출 거래선 발굴에 역점을 두고 해외인증 및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지원 등을 추진한다. 코트라·무역보험공사 등 유관기관은 우리 기업의 원활한 수출활동을 위해 무역금융·마케팅·인증 등 3대 애로해소에 적극 힘쓸 계획이다. 코트라 해외마케팅 예산 70%를 상반기에 조기집행하고 해외전시회성과제고를 위해 통합한국관을 확대한다. 원전·방산 등 전략수주산업 프로젝트 참여기업에 일괄보증, 컨설팅까지 아우르는 무역보험 패키지를 지원하고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전략산업에 공정별 맞춤형 금융지원도 확대한다. 이와 함께 '수출현장지원단', '원스톱 수출·수주지원단' 등을 통해 접수되는 현장애로도 신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3-03-21 12:55:26【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미국 은행발 금융위기는 시작도 안 했다"고 경고했다. SVB 파산으로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핑크 회장은 15일(현지시간) 투자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SVB의 붕괴와 소규모 지역은행 두 곳의 부실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알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금리로 풀린 쉬운 돈(Easy Money)과 당국의 규제 변화가 미국 지역은행 전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지, 더 많은 은행 자산압류와 폐쇄로 이어질지 아직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핑크 회장은 "미국 규제당국이 SVB 파산에 신속하게 대응해 SVB발 파산이 다른 은행들에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고 평가하며, SVB 파산으로 미국 당국이 은행들의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에 대한 자본기준을 강화할 것이고,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은 대출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핑크 회장은 은행 자산과 부채 만기의 불일치도 SVB발 금융위기를 불러오는 또 다른 도미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수년간의 저금리 기조로 일부 자산가들은 유동성이 낮은 대신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비유동성 투자를 많이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유동성 투자를 위해 레버리지를 일으킨 자산가들이 은행 자산과 부채 만기의 불일치를 불러와 은행을 유동성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짚었다. 핑크 회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도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라고 판단했다. 연준이 수년 동안 푼 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리스크는 필연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이미 지불하고 있는 대가이고, 가장 먼저 시작된 도미노"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더 오랜 기간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3.5% 또는 4%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목표치(2%)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theveryfirst@fnnews.com
2023-03-16 18:21:17[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 유동성 위기를 보는 전 세계 금융권은 또다시 '대마불사(大馬不死·too big to fail)'를 떠올리고 있다. 금융권에서 대마불사는 금융사 파산이 사회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융사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뜻한다. 파산하더라도 당국이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구제에 나설 수밖에 없어 금융사가 입는 손해는 사실상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SVB 파산에 CS 유동성 위기 격자, 국가가 수습 나서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SVB가 불과 36시간 만에 파산하고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역시 유동성 위기를 겪자 미국과 스위스 금융당국이 예금 전액 보호, 긴급 유동성 지원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시급히 내놓은 데 대해 금융권 대마불사 논제가 유효하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 대마불사는 줄곧 위기 확산 방지와 도덕적해이 사이에서 딜레마가 돼 왔다. 금융시장에선 금융 소비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잠재우는 것이 1순위로 여겨지는 만큼 당국으로서는 당연한 조치지만, 금융업체의 부실·방만 경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미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위기를 부른 대형 투자은행들에 책임을 묻지 못하고 오히려 구제금융을 투입해 살려내야 했다. 이는 대마불사 흑역사로 여겨진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SVB 파산에 대해 미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책을 보면, 미 연방준비제도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고객 예치금을 상한 25만달러를 넘어 전액 보장하고, 비슷한 위기에 몰리는 다른 은행들에는 현금을 신속히 빌려준다는 내용이다. SVB 파산의 물질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심리도 안정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은행 파산 사회적 파장 커.. 은행 기능이 마비되면 많은 거래기업이 자금난을 겪고 임금체불, 도산 등을 통해 노동자에게도 고통이 전가된다. 예금주 불안이나 금융체계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 뱅크런이 심화해 여러 다른 은행이 추가로 위험에 노출된다.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 부를수도 하지만 이런 대마불사 인식 확산은 금융사의 무모한 경영을 부추겨 나중에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덕적 해이는 우리 금융권에서도 큰 딜레마가 돼왔다. 일례로 증권사들이 저금리 시대 부동산 PF로 호황을 누리다 시장 불안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금융당국은 보증에 나서야 했다. 금융당국의 '시장 자구 노력' 요청에 증권업계가 모두 출자에 참여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전용 펀드를 조성하긴 했지만, 유동성 파티 규모와는 차이가 크다. 한편 전문은행 파산으로 큰 은행으로 자산이 몰리는 또 다른 대마불사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스타트업 전문은행인 SVB가 파산하자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유입된 예금 규모가 150억 달러(약 19조5000억원) 이상으로,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 소비자들이 '대마불사'에 대한 믿음으로 큰 은행들로 자금을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 1위 은행인 JP모건에도 수십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들어왔고, 씨티그룹·웰스파고 등 다른 대형 은행에도 평소보다 많은 예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3-03-16 16:15:22[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은행(SVB)파산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쟁촉진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 금융회사가 금리인상 후폭풍으로 비슷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은행 건전성·유동성 관리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은행 경쟁촉진 정책'에만 몰두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5대 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지난달 은행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스몰라이선스·챌린저뱅크 등 신규 은행 추가 도입과 은행권-비은행권 간 경쟁 등 다양한 경쟁촉진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특화은행 모범사례로 꼽았던 SVB가 파산하면서 특화은행 도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리스크 관리 능력이 부족한 신규 은행의 등장은 은행 건전성만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금융권에서도 고금리 충격 여파로 곳곳에서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금융당국에서도 올 금융 시장 최대 뇌관으로 꼽은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규모는 125조3000억원에 달한다. 증권사 채무보증액까지 더하면 150조원 수준이다. 금리 급등으로 집값이 하락하며 사업 수익성은 떨어졌는데, 금융비용은 늘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0.61%로 3년내 최고치로 올랐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PF 대출 부실 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가 가까스로 진정됐으나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 기업 연체율도 뛰고 있다. 국내 상장사 1664곳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34.9%(581개)로 전년 동기 대비 1%p 증가했다. 이들 기업은 영업활동으로 번 돈을 다 합쳐도 이자를 내기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취약차주 이용도가 높은 저축은행의 연체율 지표도 악화되는 추세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 3%로, 6개월 전보다 0.4%p 상승했다. 저축은행권의 합산 연체액은 3조4344억원으로, 2016년 6월 이후 약 6년만에 3조원을 넘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은행들이 과도한 수익을 올린 것 때문에 은행 경쟁촉진 방안이 나왔는데 현재 금리가 떨어지면서 예대마진이 축소돼 이미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고 있다"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정부가 금융 안정에 무게를 두고 정책운용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금융당국도 은행권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은행권의 경쟁이 심화했을 때 은행들은 리스크를 더 안고서라도 무리한 영업을 펼칠 수밖에 없을 텐데 이런 다양한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고, 구조 재편에 앞서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2023-03-15 15:22:41#OBJECT0# [파이낸셜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의 나비효과로 국내 대출금리가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급격히 기준금리를 올린 여파로 SVB의 자본 건전성이 무너진 만큼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긴축 속도 둔화 전망에 이미 대출금리의 선행지표인 시장금리는 떨어지는 추세다. ■ 美연준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15~6.23%로 나타났다. 지난 6일 4.54~6.46%보다 금리 하단은 0.39%포인트(p), 상단은 0.23%p 각각 내렸다. 이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가 되는 은행채 금리가 떨어진 여파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3일 3.887%에서 이번달 8일 연 4.473%까지 올랐다. 그러나 SVB 파산 소식이 전해진 후 하락세를 보이며 전날 4.044%까지 하락했다. 지난달 8일(4.039%) 이후 한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은행채 금리 하락세는 SVB 파산으로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전망이 반영돼 떨어진 국채금리에 기인한다. 국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SVB 파산 소식 이후 지난 13일 0.268%p 하락했다. 전날에는 0.054%p 떨어져 이틀새 0.3%p가량 하락해 3.381%로 최종 마감했다. SVB 사태 전까지만 해도 업계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달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SVB 파산의 주요 요인으로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꼽히며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골드만삭스는 SVB 파산 사태로 이번 달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고 노무라증권은 0.25%p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SVB 파산이 불러올 가장 큰 나비효과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일 것"이라며 "지금 금리를 낮추기는 어렵겠지만 빅스텝이 예상됐던 이전과는 흐름이 달라졌기 때문에 국내 대출금리도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2월 코픽스 3개월 연속 하락 이에 국내 은행권 대출 금리 하락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이 속도 조절에 나설 경우 한국은행도 향후 긴축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 실제 은행권 변동형 대출금리의 준거금리가 되는 코픽스가 3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2월 기준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를 3.53%로 공시했다. 전월에 비해 0.29%p 떨어진 수치로, 하락폭은 전월(0.47%p) 대비 줄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2월 4.34%로 최고치를 찍고 올 1월 4.29%, 2월 3.82% 등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또 잔액기준 코픽스는 3.67%,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3.07%로 각각 공시됐다. 잔액기준 코픽스는 전월 대비 0.04%p, 신잔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 대비 0.05%p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각각 0.34%p, 0.29%p 높아졌던 것에 비해 상승폭은 대폭 줄었다. 은행권은 오는 16일부터 바뀐 코픽스를 적용해 변동형 대출 상품의 금리를 내릴 예정이다. 이날 기준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66~6.39% 수준이다. 국민은행이 금융 지원 방안으로 발표한 가계대출 금리 인하도 오는 16일 시작된다.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5%p,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0.3%p 내리는 등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 등 시장금리에 이미 글로벌 긴축 속도 둔화 전망이 반영되고 있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강도의 긴축을 이어온 것은 맞지만 SVB 사태로 빅스텝 등 기존의 공격적인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워 은행이 이미 가산금리 인하한 상황에 채권금리가 내려가면 대출금리는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이승연 기자
2023-03-15 14:3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