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재택 근무가 종료되면서 한국에서 직장내 괴롭힘, 갑질'(Gapjil)도 부활했다는 해외 언론 보도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CNN은 "한국에서 직장인들이 출근을 재개하면서 갑질도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한 조사 결과를 인용,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된 지난 3월 조사에서는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한 비율이 23.5%였지만 지난달 조사에서는 이 수치가 29.6%로 6.1% 포인트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고 있어 많은 직장인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택근무가 중단되는 등 거리두기 제한이 풀린 최근 3개월 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 CNN의 분석이다. 한 고용인은 상사의 모욕적 언사에 위협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다른 직장인은 한밤중에 술 취한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포함한 문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CNN은 구체적인 직장내 괴롭힘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여성과 계약직 직원들이 주로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고 분석했다. CNN은 "한국어로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뜻하는 '갑질'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고질적 문제다"면서 "특히 한국의 정·재계의 유력 가문에서 이 같은 일들이 성행한다"고 짚었다. CNN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갑질 근절을 여러 차례 약속했지만, 갑질만이 문제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CNN은 "깊이 뿌리박힌 성차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며 취업 면접에서 결혼과 출산 계획을 질문하는 등 한국의 직장내 관행도 문제로 지적했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2-07-05 08:35:11■먹방(Mukbang) 검색했더니 나온 결과가 글쎄.. 요즘 저의 소소한 행복 중 하나는 일과 후 침대에 누워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먹방을 보는 것입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마법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서 만들어지는, 귀를 간질이는 다채로운 소리들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여느때처럼 유튜브에서 먹방을 보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기존에 구독하던 것과는 다른 채널을 찾고 싶었던 저는 검색창에 '먹방'이라는 단어를 넣은 후 조회수 순으로 정렬해봤습니다. 그러다 순위권에서 뜻밖의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누가 봐도 낯선 언어로 가득찬, 외국인 크리에이터의 영상이었습니다. 내친김에 'Mukbang'이라는 영어단어로도 검색해봤습니다. 마찬가지로 해외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이 결과로 등장했습니다. 덕분에 생전 볼수 없었던 해외 과자들과 꾸덕꾸덕한 파스타 등을 먹는 외국인들의 먹방을 실컷 보게 됐습니다. 먹방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입니다. 2000년대 말 인터넷 방송에서 시작된 먹방은 지상파 프로그램을 넘어 유튜브까지 점령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를 먹방의 종주국으로 본다는군요. 때문에 Social Eating 혹은 Eating Show라는 영어 단어를 두고도 Mukbang이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전세계 유튜브 트렌드를 정리한 영상인 'YouTube Rewind 2018'에는 먹방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먹방 크리에이터들은 영상 제목에 주로 Mukbang과 먹방을 병기하는데 때로는 먹방이라는 한글 단어만 써넣기도 합니다. 대다수는 한국과 1도 관계 없는 외국인들입니다. 이들은 다양한 음식을 먹지만 유독 우리나라 음식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불닭볶음면은 단골 손님이며 떡볶이, 라면, 삼겹살 등 한국인의 '소울 푸드'도 심심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먹방을 신(新) 한류의 주인공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먹방처럼 외국어로 대체할수 없는 한글 단어에는 또 뭐가 있을까요? 한번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김치, 온돌과 함께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이 단어는? 재벌, 여러 기업을 거느리며 막강한 재력과 거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 무리를 뜻합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또 어떤 이들에게는 공공의 적으로 통하는 존재입니다. 이 '재벌(Chaebol)'이라는 단어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사전 중 하나인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에 등재된 것은 꽤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수록된 한국어 단어들은 한글, 김치, 온돌, 태권도, 시조 등입니다. 대부분 한국 고유의 것들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재벌'은 어쩌다 한국의 전통 음식, 무예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일까요? 재벌총수 일가가 기업을 거느리는 경영 구조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옥스퍼드 사전은 재벌을 "한국의 대기업 형태. 대규모 사업 집단으로 가족 경영을 위주로 함"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외에 전파된 단어에는 갑질(Gapjil)이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한 재벌 일가의 특권 의식을 보도하며 갑질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표현 그대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갑질을 '중세시대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에는 갑질과 함께 '개념 없는 중년 남성'을 뜻하는 개저씨(Gaejeossi)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주모에서 오빠까지, 대체 불가 한글 단어 뭐가 있나 봤더니 다시 유쾌한 얘기로 돌아가볼까요. '주모(Jumo)'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인들이 빼어난 활약을 보일 때 흥에 취하기 위해 소환하는 존재입니다. 주로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표현이었는데, 어느새 바다 건너 해외 팬들에게까지 이 드립이 전파됐습니다. 손흥민이 골을 넣으면 SNS에서 주모를 외치는 외국인들을 꽤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외국인은 "주모는 한국 전통 술집의 주인으로, 한국인들이 특별히 기쁘거나 무언가를 축하하고 싶을 때 부른다"고 친절한 설명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한국 식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이 늘며 반찬(Banchan)이라는 단어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짓수가 많고 돈을 더 내지 않아도 리필해주는 반찬은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합니다. 양식에서 곁들임 요리를 뜻하는 'Side dish'라는 단어가 있지만, 반찬과는 그 뜻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무엇으로도 반찬의 뜻을 대체할 수 없어 그대로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이 분야의 끝판왕은 케이팝(K-POP)입니다. 한국 아이돌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며 해외팬들 사이에 한국 표현이 자연스레 스며드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오빠(Oppa), 언니(Unnie)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나이에 따른 서열이 존재하는 한국의 아이돌을 덕질하기 위해 익혀야 할 필수 표현입니다. 이들은 그룹에서 가장 어린 멤버를 부를 때도 'The Youngest Member'가 아닌 막내(Maknae)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아이돌이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의 댓글창에는 애교(Aegyo)라는 단어도 심심지 않게 등장합니다.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충분히 있음에도 굳이 한국식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그 나라 고유 언어에만 담겨있는 미묘한 뉘앙스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로 풀이됩니다. #한국어 #먹방 #주모 #아이돌 sunset@fnnews.com 이혜진 인턴기자
2019-02-19 16:32:30[파이낸셜뉴스] “사람은 누구나 존재 자체로 가치 있고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한국인 최초’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소아청소년정신과 지나영 교수가 청소년 심리처방전 ‘들숨에 긍정 날숨에 용기’(자음과모음)를 펴냈다. 전작 ‘본질육아’(2022)가 육아의 궁극적 목적을 간과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우리사회 양육문화를 돌아보게 했다면 이번 책은 내면이 건강한 청소년이 되기 위한 조언을 건넨다. 사회가 정한 성공방정식을 무작정 쫒기보다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면서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돼야 행복한 어른으로 자립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 신간 출간에 맞춰 귀국한 지나영 교수를 만났다. 지 교수는 “우리 아이들은 자라면서 ‘네 있는 모습 그대로 귀하고 존중받을 존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별로 없다”며 “인간에게 이 말만큼 가슴을 채우는 말이 없다”고 말했다. “‘엄마 말 잘 들어야해, 공부 잘해야 해, 공부 못하면 사람구실도 못한다’와 같은 말들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사랑받는다는 메시지를 아이들에게 심어주게 된다”며 “이런 말들은 ‘사람이 잘나면 가치 있고 존중받고, 그렇지 못하면 무시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갑질 문화나 학교폭력 문제도 연장선상에 있다고 봤다. “한국의 갑질문화는 미국에서도 ‘Gapjil’이라는 단어로 알려져 있다”며 “한국사회 만의 두드러진 문화다. 이는 구걸하는 사람도 무직자도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것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뭔가 잘해야만 사랑받는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반대로 (공부 등을) 못하면 가치 없고 무시당해도 되는가? 이런 생각이 만연하니 학교에서도 (공부건 운동이건) 잘하거나 힘이 센 아이들이 자신보다 어리숙하거나 부족한 애를 존중하지 않고 괴롭히게 된다.” 그러니까 학교폭력 또한 갑질 문화와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달간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장안의 화제였다. 이 드라마에서 학폭 가해자 연진은 ‘학창시절 피해자가 (너한테) 뭘 잘못 했냐’며 가해 이유를 묻는 남편의 질문에 “뭘 잘못해야 해”라고 응수했다. 현실판 ‘더 글로리’로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고위공직자 아들의 학폭 사건도 다를 바 없었다. 그는 단지 동급생이 제주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 등으로 지속적인 언어폭력을 가했다. 지 교수는 “아이와 청소년의 정신이 아픈 것은 우리사회와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며 “아픈 아이들을 볼 때마다 어른으로서 늘 미안하다”고 아파했다. 우리나라의 행복도는 현재 심각한 수준이다. 2021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1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45%)이다. 전체 자살률 또한 높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률은 2020년 기준 10만 명당 27.5명이다. 이는 미국의 자살율(10만명당 14명)과 타살율(10만명당 7.5명)을 합한 숫자(21.5명)보다 높다.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생명을 잃을 확률은 미국에서 총기사고(10만명당 6.1명, 2020년 기준)로 사망할 확률보다 4배 이상 높다. “개개인의 다양성 인정해야” 지교수는 “많은 부모가 불안에 휩싸인 나머지 근시안적인 육아를 하고 입시교육에 몰입한 결과가 어떠한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도는 경제수준에 비해 월등히 낮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한국 청소년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로 “다양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문화”를 꼽으며 “저마다 가진 다양성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가르치지 않고, 어떤 틀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맞추려 한다”며 입시 위주의 교육을 비판했다. “예건대 좋은 대학교 나오고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만이 가치 있다고 가르친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이 끌어안는 건 열등감이다. 다양성이 죽은 곳에 열등감이 자란다. 열등감은 낮은 자존감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입시교육의 승자는 어떠한가? “정작 그 길을 잘 따라가서 성인이 된 소위 상위 1%의 경우는 우월감이나 교만한 마음을 갖게 된다. 동시에 그들 역시 남이 제시한 길로 살다보니 삶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마흔살 쯤 되면 시쳇말로 현타가 온다. 청소년기 여러 경험을 하면서 자신을 알아가야 하는데, 무엇이 제 삶의 의미를 주고 행복을 주는지 모르고 어른이 된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그 모습 그대로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한국사회는 10대들에게 오직 한 길을 가라고 하는데, 사실은 엄청 많은 길이 있다. 세상을 제한된 시각으로 보면, 꿈도 제한된다.” “우리사회는 저마다 가진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을 고려하지 않고, 공정성을 내세워 획일적인 지식을 학습하고 획일적인 잣대로 아이들을 평가한다. 이는 모든 동물을 나무 타는 능력으로 평가하는 것과 같다. 원숭이도 물고기도 같은 능력으로 평가한다면, 물고기는 평생 자신이 바보인줄 알고 살아갈 것이다.” “미래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 내면 건강 중요” 지교수는 “청소년기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나르시시즘이 강한 영유아기와 달리 외모나 인간관계에 관심을 가지면서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외모나 성적 등으로 부정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면 아이들이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챗GPT가 나날이 발전하는 4차산업혁명의 시기, 한국의 교육제도는 미래인재상을 길러내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시대를 역행 중이라고 지적한 그는 “미국 교육계에서는 21세기 진짜 필요한 능력을 4Cs로 명명하며 창의력, 비판적 사고, 협력, 소통을 강조한다”며 “아이들을 어떤 틀에 가둬놓고 교육하면 창의력은 오히려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은 미래에서 왔다”고 강조했다. 2050~2090년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2020년대를 살고 있는 부모가 (자신들의 청소년기인) 1980년대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의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회복탄력성과 적응력이다. 새로운 일을 시도하다 실패해도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을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화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외부 상황과 상관없이 스스로 단단히 설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면 나를 지탱해주는 건강한 마음(정신)이 필요하다. 건강한 마음을 바탕으로 한 선택과 행동이 청소년의 미래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한국사회 중요한 기로, 내면건강 챙길 때” 지 교수는 “한국인으로서 긍지가 있다”면서도 “우리사회가 한강의 기적을 통해 아무리 (외적으로) 이룬 게 많아도 우리의 다음 세대인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정말 많이 이룬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작금의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내면이 건강한 사회가 되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잘못된 육아와 교육으로 건강하지 못한 핵심 신념을 가진 청년들을 계속 길러낸다면? 그런 청년들이 자라 우리사회의 리더가 된다면? 한국사회의 미래가 심히 우려된다. 나는 지금 우리사회가 흥망과 성패의 기로에 있다고 본다.” “부모님들께 두 가지를 당부 드린다. 아이들에게 ‘(개성·장단점 다 포함한) 너의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 넌 가치 있는 사람이야 라고 진심으로 말해주길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아이들의 마음을 가득 채울 수 있다.” 흔들리는 사춘기 청소년을 둔 부모라면 내 아이를 기본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며 “조건 없이 사랑하고, 제대로 성장할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믿어줘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소망하면서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타이틀을 가진 지나영 교수는 한인 2세도, 명문대(SKY) 출신도 아니다. 대구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인 그는 봉제공장에 다니던 가난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 대구카톨릭대학 의과대학 졸업 후 원하던 정신과 레지던트 프로그램에 떨어지면서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에서 의사국가고시를 최상위 성적으로 통과하면서 눌러 앉았다. 하버드 의과대학 뇌영상연구소를 거쳐 노스캐롤라이나 의과대학에서 정신과 레지던트와 소아청소년정신과 펠로우 과정을 이수했다. 그 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과 연계병원인 케네디크리거인스티튜드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진에 합류했다. 정신과 의사로서 치료와 연구, 교육에 열중하던 지난 2017년 자율신경계장애와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난치병에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작가로 변신, ‘마음이 흐르는 대로’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를 펴냈다. ‘들숨에 긍정 날숨에 용기’는 지교수의 세번째 책이다. 유튜브 ‘닥터지하고’를 운영하며 "라이즈투게더"운동을 펼치고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3-29 14:00:46[파이낸셜뉴스] 영국 BBC는 지난 3일(현지시간) 한국 택배노동자 사망 사건을 보도하며 'kwarosa'라는 단어를 썼다. 과잉업무로 인한 사망(death from overwork)이라고 풀어쓰는 대신 한국어 소리를 그대로 고유명사처럼 표기한 것이다. 1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영어권 나라 등에서 한국 사회만의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영미식 해석으로 바뀌지 않고 한국어 발음 그대로 표기되며 사전에 등재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갑질(gapjil)', '과로사(kwarosa)', '먹방(Mukbang)', '반찬(banchan)', '재벌(chaebol)', '홧병(hwa-byung)'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단어들은 다소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사회·문화상과 독특한 뉘앙스를 잘 담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 드러내는 단어 많아 BBC는 우리나라에서 14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한 사례를 거론, 유족들이 사망원인을 과로사(kwarosa)로 지목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과로사에 대해 "과로사 - 극심하고 고된 노동의 결과 심부전이나 뇌졸중에 의해 급사한 것을 지칭하는 한국어 용어"라고 설명했다. 외신들이 주목한 단어 중에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보여주는 단어가 여러가지 있다. 대표적으로 갑질(gapjil)과 재벌(chaebol)이다. 2년 전, 뉴욕타임스(NYT)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논란을 설명하며 ' 갑질(gapjil)'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NYT는 갑질에 대해 "중세시대 영주처럼 부하직원 또는 하도급업자에게 권력을 남용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후 경비노동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매니저를 향한 연예인 갑질 등 우리사회 갑질 사례가 잇따르면서 외신에서는 한국의 병폐적 위계질서 문화를 설명할 때 갑질이라는 단어를 함께 소개한다. 영어권에서 가장 큰 사전으로 꼽히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OED)에 등재된 단어도 있다. 재벌(chaebol)이다. 옥스퍼드 사전은 재벌을 "한국 대기업의 형태, 특히 가족 소유의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재벌과 같은 기업 형태는 때때로 'conglomerate'라고 번역될 때도 있지만 한국 특유의 '재벌' 기업이나 문화를 지칭할 때는 'chaebol'로 쓰인다. ■언어의 기원 밝히고 한국 사회만의 '특징적 현상' 반영 과로사와 갑질·재벌이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1차적 이유는 이를 대체할 적확한 표현이 없기 때문이다. '과잉 업무로 인한 사망'이라고 하면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일해야 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이 담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로사'라는 단어는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일자리 보전을 위해 과로해서라도 일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을 내포하고 있다"며 "사회적 안전망이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death from overwork'라고 하면 자발적으로 과잉 노동을 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벌이나 학원의 경우에도 한국 사회의 특수한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에 소리 그대로 표기한다. 특히 '갑질'은 직장 내 괴롭힘을 뜻하는 'workplace harassment'로 번역할 수 있지만 인격적으로 모욕한다는 뉘앙스까지 담아내지 못해 'gapjil'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사회 병리현상을 나타내는 단어의 기원을 밝히려는 차원에서 고유명사처럼 쓴다는 분석도 있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장은 "과로사, 갑질은 부정적 사회현상이기 때문에 해당 언어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우리나라 현상이 아니다'라는 회피 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적 뉘앙스를 가진 단어의 원형을 밝힘으로써 '다른 나라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는 의미다. 생소한 언어를 통해 대중의 주목도를 높이는 측면도 있다. 자국의 일반적인 단어로 풀어쓰기보다 외국 언어의 이국적 어감을 그대로 살려 한 번 더 주목하게 만드는 것이다. 먹방(mukbang)이나 반찬(banchan)처럼 한국 문화가 소리대로 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경제력·문화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 공공언어과장은 "아무리 사회 병리현상이 있어도 우리나라가 주목받지 않으면 화제로 삼기 어려울 텐데, K-pop 등을 통해 우리 문화 요소들이 많이 소개되면서 우리 어휘도 흥하게 된 것"이라며 "긍정적 의미를 담은 단어가 퍼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만 고유명사화 현상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인턴기자
2020-11-10 15:35:32외국영화에 한국과 관련한 내용이 나오면 반갑다. 전 세계 젊은이들의 혼을 쏙 빼놓고 있는 마블의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엔 서울 거리가 30여분간 나온다. 악당 울트론의 비밀기지가 한강변 세빛둥둥섬에 차려지면서 어벤져스 군단이 악의 무리를 처단하기 위해 서울로 집결한다. 또 올해 초 개봉한 어벤져스 시리즈 '블랙펜서'는 부산을 무대로 했을 뿐 아니라 한국어 대사도 몇 마디 나온다. 자갈치 아지매 역을 맡은 미국 배우의 우리말 대사와 부산 사투리가 서투르기 짝이 없지만 이 역시 유쾌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경영사상가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에도 한국이 등장한다.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 어디에 대한민국이 등장할까. 글래드웰은 창의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전근대적 서열문화를 거론하면서 1997년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기 추락사고를 언급한다. 1997년 8월 5일 새벽 괌 공항 상공.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9800시간의 비행 경험이 있는 기장은 전혀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다. 기장은 서울~괌 항로를 벌써 여덟차례 왕복했을 뿐 아니라 이 정도의 폭우는 VOR(무선거리측정기) 같은 첨단장비가 커버해줄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도대체 왜 대한항공기는 괌 공항 전방 4㎞ 지점에 있는 니미츠힐에 정면 충돌했을까.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글래드웰은 블랙박스에 남아있던 기장과 부기장의 대화를 면밀하게 검토한다. 글래드웰은 비구름을 뚫고 내려온 후 부기장이 혼잣말처럼 내뱉은 "(활주로가) 안 보이잖아"라는 말에 주목한다. 문제를 최초 발견한 부기장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했더라면, 그리고 비행기 조종실이 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한 수평적 의사소통 구조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추락을 모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글래드웰의 주장이다. 훗날 이뤄진 조사에 따르면 부기장이 (기장의 권위에 눌려 머뭇거리지 말고) 문제를 인지한 그 시점에 조종간을 당겼더라면 충돌을 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글래드웰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남아있는 경직된 위계질서가 결국 비행기를 추락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하면서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내는 권력간격지수(PDI)가 높은 나라일수록 비행기 추락 발생빈도도 높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는 지금 대한민국에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는 대한항공 오너 일가 갑질 파문과 묘하게 겹친다. 삐뚤어진 서열의식의 끝판왕이 갑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사건은 해외 언론들에 의해서도 대서특필됐는데,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Bossiness(위세부림)'라는 단어를 놔두고 굳이 'Gapjil(갑질)'이라고 표기했다. 그러면서 "마치 봉건시대 영주처럼 아랫사람이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라는 부연설명까지 달았다. 주지하다시피 갑질에 대한 이 긴 설명의 행간에는 전근대적 서열문화에 대한 비아냥이 담겨 있다. 동일 사건을 다룬 CNN의 뉴스 진행자들 역시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이 사건을 코미디처럼 보도하긴 마찬가지였다. 한국 이야기가 나오는 외국영화를 볼 때와 달리 입맛이 씁쓸했던 건 나 혼자뿐이었을까.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2018-05-13 17:24:29#. 최근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 논란과 관련, 외신들은 '갑질(Gapjil)'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발음 그대로 표현하며 과거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갑질의 주체는 재벌이나 직장 상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파이낸셜뉴스는 일반음식점, 카페, 병원 등 우리 일상 곳곳에서 이뤄지는 갑질행위의 실태를 집중 진단한다."주인 오라 그래! 뭐 이런 가게가 다 있어?" "여긴 서비스가 왜 이리 엉망이야? 사장 나와!" 서울에서 낙지집을 운영하는 김경자씨(가명)는 그동안 손님들로부터 이런 말을 종종 들었다고 한다.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온 것도, 반찬을 늦게 갖다준 것도 아닌데 다른 손님들 보는 앞에서 이런 망신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손님의 갑질에 수시로 노출돼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폭언에 면전 카드 던지기까지…노쇼도 골치 김씨는 당장 며칠 전에도 황당한 사례를 겪었다. 여자 손님 2명이 낙지볶음을 시켜 먹더니 "매워서 속 버렸다"며 다짜고짜 김씨에게 언성을 높인 것이다. 김씨는 "낙지가 맵다고 하는 손님이 있을까봐 보통 맵기로 하고, 더 매운 걸 선호하는 손님을 위해 테이블 위에 고춧가루를 둔다"며 "사실 낙지볶음이 어느 정도 매운맛이 나지, 단맛이 나느냐"고 토로했다. 김씨는 손님이 던진 카드에 얼굴을 맞은 적도 있다. 한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면서 대뜸 낙지전을 서비스로 달라고 요구, 어이가 없어 대답을 하지 않다가 계산 시 청구했더니 손님이 "그래, 네 맘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소리치면서 카드를 던졌다는 것이다. 김씨는 그날 억울한 마음에 펑펑 울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손님 갑질은 식당뿐만 아니라 카페에서도 마찬가지다. 테이블 위에 아이의 변이 묻은 기저귀를 두고 가거나 뛰어다니는 아이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경우가 있다. 뛰어놀다가 사고라도 나면 배상해야 할 상황을 우려, 아이들 입장을 불허하는 노키즈존 카페가 늘어나는 추세다. 또 대면 상황은 아니더라도 업주들이 또 다른 유형의 갑질로 꼽는 것이 '노쇼'다. 음식점에 예약하고는 연락도 없이 예약한 날 나타나지 않는 노쇼 행위는 유명 셰프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최현석 셰프는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하루에 한두 팀이 노쇼를 하는데 보통 한분이 오면 10만원 이상 사용한다. 두 테이블이면 5~6명분인데 30일로 가정하면 1800만원 정도 매출 손실이 나는 셈"이라며 "규모가 작은 레스토랑일수록 노쇼는 더 치명적이어서 실제로 노쇼 때문에 가게 문을 닫는다는 오너셰프도 있다"고 전했다. ■"반말로 주문하면 반말로 주문 받습니다" 우리나라는 '손님은 왕'이라는 특유의 관념 때문에 진상 고객 대비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숙하지 않은 컴플레인 문화가 진상을 키운다는 분석도 있다. 서비스 불만을 남기는 절차를 통해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는 서구권 컴플레인 문화와 달리 한국은 현장에서 직원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더러는 다짜고짜 가게에 대해 좋지 않은 글을 인터넷에 올리겠다며 협박하는 손님도 있다는 게 외식업계 종사자들의 하소연이다. 이에 따라 일부 식당이나 카페는 손님의 갑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기도 한다. 한 카페에는 '영상 및 음악 청취는 이어폰 사용' '반말로 주문하시면 반말로 주문 받습니다' 같은 문구가 써 있다. 또 다른 식당 직원 유니폼에는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1인당 1메뉴 주문을 당부하는 가게도 이제는 흔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노쇼를 막기 위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통해 위약금 규정을 새로 도입했다. 손님이 음식점 예약시간이 1시간도 남지 않았는데 예약을 취소하거나 나타나지 않으면 예약할 때 냈던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보증금이 없는 곳이 많은 데다 해당 규정은 강제성이 없어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한국외식산업학회 관계자는 "식당, 카페는 백화점과 달리 보통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곳이어서 입소문이 잘못 나면 혼자 감당해야 해 갑질에 더 노출되면서도 참는 경우가 많다"며 "노쇼 위약금을 적용했다가 오히려 업주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위약금보다는 손님들 의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
2018-05-10 17:27:42# 최근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 논란과 관련, 외신들은 ‘갑질(Gapjil)’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그대로 표현하며 과거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갑질의 주체는 재벌이나 직장 상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파이낸셜뉴스는 일반음식점, 카페, 병원 등 우리 일상 곳곳에서 이뤄지는 갑질 행위의 실태를 집중 진단한다. “주인 오라 그래! 뭐 이런 가게가 다 있어?” “여긴 서비스가 왜 이리 엉망이야? 사장 나와!” 서울에서 낙지집을 운영하는 김경자씨(가명)는 그동안 손님들로부터 이런 말을 종종 들었다고 한다.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온 것도, 반찬을 늦게 갖다준 것도 아닌데 다른 손님들 보는 앞에서 이런 망신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손님 갑질에 수시로 노출돼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폭언에 면전 카드 던지기까지.. 노쇼도 골치 김씨는 당장 며칠 전에도 황당한 사례를 겪었다. 여자 손님 2명이 낙지볶음을 시켜 먹더니 ‘매워서 속 버렸다’며 다짜고짜 김씨에게 언성을 높인 것이다. 김씨는 “낙지가 맵다고 하는 손님이 있을까봐 보통 맵기로 하고 더 매운 걸 선호하는 손님들을 위해 테이블 위에 고춧가루를 둔다”며 “사실 낙지볶음이 어느 정도 매운 맛이 나지, 단맛이 나느냐”고 토로했다. 김씨는 손님이 던진 카드에 얼굴을 맞은 적도 있다. 한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면서 대뜸 낙지전을 서비스로 달라고 요구, 어이가 없어 대답을 하지 않다가 계산시 청구했더니 손님이 “그래, 네 맘대로 하고 싶은대로 해라”고 소리 치면서 카드를 던졌다는 것이다. 김씨는 그날 억울한 마음에 펑펑 울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손님 갑질은 식당 뿐만 아니라 카페에서도 마찬가지다. 테이블 위에 아이의 변이 묻은 기저귀를 두고 가거나 뛰어다니는 아이를 저지하지 않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경우가 있다. 뛰어놀다가 사고라도 나면 배상해야 할 상황을 우려, 아이들 입장을 불허하는 노키즈존 카페가 늘고 있는 추세다. 또 면대면 상황은 아니더라도 업주들이 또 다른 유형의 갑질로 꼽는 것이 노쇼다. 음식점을 예약하고는 연락도 없이 예약일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 행위는 유명셰프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최현석 셰프는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하루에 한, 두 팀이 노쇼를 하는데 보통 한 분이 오면 10만원 이상 사용한다. 두 테이블이면 5~6명분인데 30일로 가정하면 1800만 정도 매출 손실이 나는 셈”이라며 “규모가 작은 레스토랑일수록 노쇼는 더 치명적이어서 실제로 노쇼 때문에 가게 문을 닫는다는 오너셰프도 있다”고 전했다. ■"반말로 주문하면 반말로 주문 받습니다" 우리나라는 ‘손님은 왕’이라는 특유의 관념 때문에 진상 고객에 대한 대비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숙하지 않은 컴플레인 문화가 진상을 키운다는 분석도 있다. 서비스 불만을 남기는 절차를 통해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는 서구권 컴플레인 문화와 달리 한국은 현장에서 직원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더러는 다짜고짜 가게에 대해 좋지 않은 글을 인터넷에 올리겠다며 협박하는 손님도 있다는 게 외식업계 종사자들의 하소연이다. 이에 따라 일부 식당이나 카페는 손님 갑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기도 한다. 한 카페에는 “영상 및 음악 청취는 이어폰 사용” “반말로 주문하시면 반말로 주문 받습니다” 같은 문구가 써 있다. 다른 식당 직원 유니폼에는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1인당 1메뉴 주문을 당부하는 가게도 이제는 흔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노쇼를 막기 위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통해 위약금 규정을 새로 도입했다. 손님이 음식점 예약 시간이 1시간도 남지 않았는데 예약을 취소하거나 나타나지 않으면 예약할 때 냈던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보증금이 없는 곳이 많은데다 해당 규정은 강제성이 없어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국외식산업학회 관계자는 “식당, 카페는 백화점과 달리 보통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곳이어서 입소문이 잘못 나면 혼자 감당해야 해 갑질에 더 노출되면서도 참는 경우가 많다”며 “노쇼 위약금을 적용했다가 오히려 업주가 피해를 볼 수 있는만큼 위약금 보다는 손님들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
2018-05-10 11:4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