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방부는 23일 "만약 북한이 핵 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동맹의 즉각적·압도적·결정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북한 정권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전날 초대형방사포(단거리 탄도미사일, SRBM)를 동원해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을 실시한 것에 대해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할수록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이 제고되고 한국형 3축 체계 등 우리 군의 독자적인 대비 능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대변인은 "북한 매체가 이번 훈련의 이유로 한미 연합편대군종합훈련(KFT), 연합공중침투훈련 등을 거론한 점을 주목한다"며 "(북한이 계속 도발한다면) 한미일 3자 협력을 포함한 국제적 안보 협력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초대형방사포에 '전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함을 시사한 것에 대해선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도 '초대형방사포에 전술핵 탑재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북한이 소형전술핵에 대한 실험을 마무리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우리 군은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편대군 훈련에 대한 무력시위, 또한 정찰위성 발사 지연에 대한 공백 메우기, 초대형방사포를 수출하기 위한 성능 시연 등의 복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초대형방사포를 요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우리 쪽으로 날아올 경우에 우리 군은 탐지·요격할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전날 동해상으로 SRBM을 여러 발 발사하며 도발을 재개했다. 이는 탄도미사일로는 지난 2일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20일 만이다. 또 지난 19일 오후 서해상에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라-3형' 초대형 전투부(탄두부) 위력시험 및 신형 반항공미사일(지대공미사일) '별찌-1-2형' 시험발사 이후로는 3일 만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이지만, 순항미사일과 지대공미사일 무기 체계는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 무기체계 구분 자체를 흔들려는 무력화 의도이자, 핵무기 겁박·도발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4-23 12:43:17[파이낸셜뉴스] 이석현 새로운미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윤석열 대통령을 위해서 기도한다"며 국민에게 마음을 열라고 당부했다. 총선 참패의 이유로는 지도부가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자성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1차 비대위 회의를 열고 "선거에 졌다고 움츠리지만 마시고 국민을 향해 마음속 빗장을 확 풀어버리기를 권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정부에 대한 미움도 거두어 주시라"며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백지장 한 장 차이다. 대학 때 후배들을 챙겨주던 그 순수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꾸밈없이 마음을 열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새로운미래가 22대 총선에서 1석 확보에 그친 것에 대해선 "저를 포함하여 지도적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반성해야 한다"며 "정치 공학에만 매달려 있다가 신선함을 잃었다. 내세우는 건 새정치였는데 방법은 구태정치였던 것"이라고 했다. 또 이 위원장은 "처음에 신당을 만들겠다고 할 때는 지지도가 10%로 국민의 기대감을 보여줬는데 협상과 창당 과정에서 곤두박질 쳤다"며 "국민을 원망하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탓하면서 재창조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제 우리는 당원을 믿고 가야 한다. 새미래 당원들은 열성과 창의성이 뛰어난 당원들"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민주당 100만 당원이 1년 동안 모은 당비가 4억 원 정도였는데, 우리 새로운미래 당원들은 계좌를 오픈한 지 3일 만에 4억원을 달성했었다"며 "그만큼 열성적이고 또 창의성이 뛰어난 그런 당원들이다. 우리 지도부는 당원들의 열정을 잘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배치하고 이끌어내는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이낙연 악마화'에 대한 억울함을 푸는 것도 우리 당원들의 열정을 통해서 당원들의 충심이 국민들 마음속에 전달되도록 길을 열어줄 때만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패배의 원인을 속속들이 점검해서 남김없이 뜯어고칠 것"이라며 "재창당의 정신으로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자강의 길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04-19 10:19:31여덟 살 손자 헤이든은 엄마 아빠와 함께 아파트에 살면서도 자전거는 우리 집에 두었다. 손자가 오는 주말마다 나는 자전거 타는 법을 알려 주려고 애썼다. 자전거 타기는 직접 해봐야 배울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내가 페달을 떼어 냈기 때문에 헤이든은 집 앞에 있는 완만한 경사를 관성으로 내려가면서 균형 잡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헤이든은 자전거 안장에 앉았다. 나는 붙잡을 수 있도록 헤이든에게 비치 타월을 둘러매주고 뒤따라가면서 가볍게 달렸다. 헤이든은 열의에 넘쳐서 시작했지만, 한 달 넘게 애써도 균형을 찾는 데 진전이 없었다. 헤이든은 낙담했다. 어느 토요일,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헤이든을 주차장에 데려갔다. 도움이 된 것 같지 않았다. "거의 됐는데!" 헤이든이 또 넘어졌을 때 내가 말했다. 몇 번을 시도해도 비틀거리거나 넘어지지 않고는 몇 센티미터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나도 속이 탔다. 나 때문이 아니라 헤이든 때문이었다. 헤이든이 포기하는 건 원하지 않았다. "하나님께 도움을 청해야겠어." 나는 말하고서 재빨리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 제발 헤이든이 최선을 다하게 도와주시고 안전하게 보살펴 주세요." 헤이든은 내 기도보다 자전거에 집중했다. 헤이든이 다시 치고 나갔다. 15㎝, 30㎝, 60㎝… 이번엔 분명 적어도 6m는 갔을 거다. 그때껏 가 본 것보다 훨씬 먼 거리였다. 심지어 내가 타월로 잡아 주지도 않았다. 그날 헤이든은 성공으로 잔뜩 들떠서 평소보다 오래 연습했다. 자전거를 타고 균형 잡는 기술을 마침내 터득할 때까지 점점 더 멀리 관성으로 나아갔다. 집에 돌아왔을 때 헤이든은 할머니에게 어서 빨리 소식을 전하고 싶어 했다. "할머니, 내가 해냈어요! 자전거에서 균형을 잡았어요!" 그러더니 놀랍게도 다음처럼 덧붙였다. "이번에는 해보기 전에 기도했더니 할 수 있었어요. 이제 자전거 탈 때마다 기도할 거예요." 이제 열 한 살인 헤이든은 자전거 타기 챔피언이며, 부모와 함께 먼 길을 가기도 한다. 어떤 건 직접 해 볼 때 가장 잘 배운다. 자전거 타기가 그 중 하나다. 기도도 그렇다. SPIRITUAL BALANCEMy eight-year-old grandson, Hayden, lived in an apartment with his parents, but he kept his bicycle at our house. Every weekend he came to visit, I would try to teach him how to ride it. Bike riding is one of those things that you can learn only by doing it. I had taken off the pedals so Hayden could coast down the gentle slope in front of my house and learn to balance. He sat on the bike seat. I tied a beach towel around him and jogged behind to hold him up. Hayden had started out full of enthusiasm, but after more than a month of trying, he was no closer to finding his balance. I could see he was getting discouraged. One Saturday, I took him to a parking lot for a change of scene. It didn't seem to help. "Almost!" I said, when Hayden tipped over again. No matter how many times he tried, he just couldn't seem to go farther than a few inches without wobbling and falling. I was getting frustrated too?not for myself but for him. I didn't want him to give up. "I'm going to ask God for help," I said, then offered up a quick prayer: "Lord, please help Hayden do his best and keep him safe." Hayden was more focused on his bike than my prayer. He pushed off again. He coasted six inches, one foot, two feet?he must have covered at least 20 feet this time! Much farther than he had ever gone before. I wasn't even holding him with the towel. Hayden was so pumped by his success that he practiced longer than usual that day. He coasted farther and farther until he finally mastered the art of balancing on a bike. When we got home, Hayden couldn't wait to tell his grandmother the news. "Nana, I did it! I balanced on my bike!" he said. Then, to my surprise, he added, "We prayed before I tried this time, and then I could do it. I'm going to pray every time I ride now." Today, at 11, Hayden is a champion bike rider. He and his parents take long journeys together. Some things are learned best by doing. Bike riding is one of them. Praying is another.글·사진=가이드포스트
2024-03-26 18:21:54[파이낸셜뉴스] 허경영(77)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자신이 운영하는 종교시설 ‘하늘궁’의 여성 신도들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가운데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20일 허 대표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태림은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하늘궁을 방문한 사람들과 면담 등을 하는 과정에서 성추행당했다는 기사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수십·수백 명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방문자를 성추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허 명예대표는 당사자의 동의 하에 영적 에너지를 주는 행위를 한다”며 “이는 교회에서 안수기도하는 행위와 유사한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허위고소를 주도하는 집단은 과거 허 명예대표 측에게 거액의 금전 또는 하늘궁 관련 이권을 요구했던 자들로 구성된 집단”이라며 “본인들의 이권 다툼을 위해 허 명예대표를 비방할 목적으로 하늘궁 방문자들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해 ‘하늘궁 측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아내게 해줄 테니 고소에 참여하라’고 적극적으로 회유하여 이 사건 고소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성추행 언론보도는 허 명예대표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국가혁명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기로 예정된 직후 진행됐다”며 “선거에 출마한 허 명예대표의 명예를 훼손하고 허 명예대표를 압박하여 본인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매우 구태적이고 불법적인 행태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초 하늘궁을 방문한 남녀신도 22여명은 경기 양주시 장흥면 석현리 권율로 일대에 있는 하늘궁에서 열린 종교행사에서 허 대표로부터 ‘에너지 치유’ 의식을 명분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 그를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허 대표를 공중밀집장소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달부터 고소인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현재 고소인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 등을 마무리한 뒤 이르면 내달 중 허 대표에게 소환 통보할 방침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3-20 09:31:43[파이낸셜뉴스] 로또 당첨 번호를 알려주겠다며 기도비 명목으로 수억원대 사기를 친 무속인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윤양지 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속인 A(66)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4월 피해자에게 “돌아가신 당신의 엄마가 로또 당첨 번호 5개를 알려줬다”며 “나머지 번호 1개를 받아야 하는데, 기도를 해서 받아야 하니 기도비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돈을 뜯어냈다. A씨는 이렇게 피해자에게 현금 2억7640만원을 가로챘다. A씨는 또 자신의 제부가 운영하는 업체에서 피해자의 카드로 5000만원을 결제한 뒤 이를 갚지 않는 등 모두 3억264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해당 비용 대부분을 생활비로 사용하거나 빚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기도비는 피해자 가족들의 안녕과 건강을 비는 차원의 굿과 기도비 명목으로 받은 것이지 로또 명목으로 받은 것이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은 자신이 무속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이용해 피해자의 돌아가신 어머니를 언급하면서 피해자에게 마치 자신이 피해자를 위하는 것처럼 현혹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2-14 10:08:15젊은 날 내 글에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라고 썼다. 그런데 맞다. 안으로 쌓으며 넓이보다는 깊이를 생각하는 것이 노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 인생이 한권의 책이라면 도무지 지혜라는 것이 한페이지라도 된다는 말인가 생각하면 떨리고 부끄럽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나는 '개선'을 생각한다. 말을 줄이려 한다. 할 말은 꼭 하되 안 해도 될 말을 가려 침묵하려 한다. 그것이 내가 지금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마음의 준비다. 지난해에는 적당한 양의 일들이 있었다. 강의며 글이며 모임이며 사회를 보는 일도 '그만하면'이라는 적응력의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나이를 깜빡 잊은 것이다. 지금의 내 나이에는 조금 과한 무게였던 것이다. 거기다 책을 세권이나 태어나게 했으니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 무서운 독감을 몇 번 앓았다. 열흘 만에 세수를 했다. 빈번히 앓는 감기 중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일의 무게와 나이의 균형을 잃은 것이었나 보다 10년 전만 해도 감당이 어려운 강의를 지방마다 다녔다. 꽉 찬 군중의 우렁찬 박수를 받았다. 박수 받을 때 가장 외롭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강의를 끝내고 나오면서 마음이 허탈하고, 왈칵 외로움이 밀리고 쓰라려서 대낮에도 술 한 모금이 그리울 때도 있었다. 내가 관객들의 열광하는 박수 소리에 함몰되어 과장법과 연기로 남에게 헛된 유혹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되고, 관객들의 눈물에 오히려 내가 유혹되어 슬픔을 키우고 있는 감상주의 유발자는 아닌지 반성하게 되고, 박수 소리를 등으로 받으며 무대를 내려오면 왠지 온몸이 가려울 때도 많았다. 거울 앞에 서면 혀에 불을 붙이고 달리는 붉은 말을 보는 것 같았다. 온몸으로 강의하고 어머니가 취하면 부르던 노래를 한 곡조 부르고 나면 땀이 흐르면서 나는 쓸쓸함의 극치에 도달할 때도 많았다. 아마도 어느 곳에서도 풀 수 없는 외로움을 그렇게 무대에서 풀어 버리는 것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강의의 핵심에는 '개선'이라는 낱말이 뚜렷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웃음이나 재미로 끝나는 강의는 나는 원치 않는다. 내 강의 끝에 '나도 변하고 싶다'의 변화 유발을 나는 목적으로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해야 하므로…. 나는 새벽에 똑같은 기도를 한다. 이것은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만약 이른 새벽에 나가야 하는 매우 급한 상황이라면 세수를 할 때, 화장을 할 때도 입으로 중얼거린다. "어제의 삶보다 오늘의 삶을 더 개선하게 하시고 그 개선하는 과정에서 절망과 실패가 있더라도 그 절망과 실패를 잘 극복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것은 기도이지만 나 자신과의 새벽 약속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기도할 때 나와 함께하는 분이 계신다는 것은 얼마나 마음 든든한 일인가. 이 기도는 내 삶의 뼈대이지만 이 뼈대에 살을 붙여가는 것이 곧 나의 삶이다. 나이는 부드러운 채찍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시간처럼 바람처럼 나를 치지만 나를 깨어있게 하는 스승 같은 존재다. 젊은 날에는 나이라는 것이 짐스러웠다. 너무 뜨거워서, 너무 솟구쳐 올라서, 너무 호흡이 빨라서 몸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감정이 폭발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실수가 많았고, 시간 낭비가 많았고, 스스로 자신을 손상시키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 젊음은 더러 자신을 훼손하기도 하는 것이지, 그러나 다 지나갔다고 나는 조용히 생각한다. 이제는 또 다른 축복이 왔다. 느슨하고 깊어진다. 갈팡질팡하지 않고 더러 감정의 파도가 와도 이내 잠잠해진다. 그것이 좋다. 젊은 날 내 글에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라고 썼다. 젊었으니까 해 본 소리일 것이다. 그런데 맞다. 지금은 아름답지 않은 인생이 없다. 바닷가 해녀의 굵은 주름투성이의 얼굴에 인생이 있어, 아름답고 잘 다듬은 교양 있는 노인에게서 고요함을 배워 좋다. 조금 부족하다고 덧대고 다시 덧대면 누추를 면치 못하는 거 아닌가. 그 대신 안으로 쌓으며 넓이보다는 깊이를 생각하는 것이 노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노인은 누구나 한 권의 책이라고 말했는지 모른다. 이런 말을 하다 보면 다시 두렵다. 내 인생이 한 권의 책이라면 도무지 지혜라는 것이 한 페이지라도 된다는 말인가 생각하면 떨리고 부끄럽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나는 '개선'을 생각한다. 저녁에 죽어도 아침에는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일…. 그런 흐름으로 살아가고 싶다. 이제부터 팔십의 새로운 '개선'이 필요하다. 끝은 알고 싶지 않다. 과정이 소중하다. 어디쯤에서 딱 서더라도 상황 수용에 최선을 다하겠다. 더 읽고, 더 인사 많이 하고, 자신에게도 인사 잘하고, 너그러워지고, 자연에 감사하고, 예술혼을 마시며 모든 존재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이 매끄러웠으면 좋겠다. 쉽지 않으리라. 그 고비를 지금부터 서서히 넘으려고 한다. 기도로 노력으로 말이다 며칠 전 임윤찬의 영화 '크레센도'를 봤다. 18세의 나이에 80의 고즈넉함과 20세의 불타는 연주로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한다. 그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흐르고, 내 볼 위로는 굵은 눈물이 흘렀다. 그는 말한다. "미국은 자연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시간이 없어요. 피아노 앞에 앉아야 하니까요." 모든 시간을 바치면서도 오직 몰입, 몰입, 몰입만을 따라가다 솟구친다. 거기 스며들고 싶다. 이 세상의 모든 아티스트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도 한다. 그 말의 끝장을 따라가느라 온몸이 바글바글 끓고 재가 되어 흘러내리게 한다. 예술은 불의 영혼이다. 그의 몰입과 절정을 따라가면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까. 파이낸셜뉴스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아니 넘치시기를. 신달자 시인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2024-01-16 18:44:17[파이낸셜뉴스] 고수익 보장을 앞세워 교인들을 대상으로 500억원대 투자 사기를 벌인 교회 집사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최근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교회에서 집사로 활동해온 A씨는 교인들을 현혹해 돈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4월 구속 기소됐다. A씨는 2016년 1월∼2021년 7월 "기업을 상대로 긴급자금을 대부하고 정치자금 세탁 등을 통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교인 등 53명으로부터 535억여원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매일 새벽기도에 참석하고 봉사단체와 장애인단체를 후원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교인들의 신망을 얻은 뒤 이를 범행에 이용했다. 초기에 이자를 정상 지급해 신뢰를 얻은 뒤 피해자들이 재투자하게 하는 방식으로 거액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를 망설이는 교인들에게는 '하나님이 고수익을 보장한다', '기도의 힘을 믿으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평소 자신이 대단히 성공한 사업가인 것처럼 부를 과시해 주변의 동경을 사고, 높은 수익금을 줄 수 있는 것처럼 현혹했다"며 "500억원 이상을 편취해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했다. 이어 "가정이 파탄에 이른 피해자가 상당수 존재하는 반면 피고인은 편취한 돈으로 고급 주택에 월세로 거주하며 각종 명품 의류와 가방 등 사치품을 구매해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가 반성문에 "성경말씀 십계명 중 '네 이웃에 대해 거짓 증언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기게 한 것에 많이 뉘우친다"며 피해자들의 증언이 거짓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실제 깊이 반성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1-04 09:32:08어렸을 때 살던 뉴욕주 플래츠버그에서는 12월 어느 날이든 밖을 나서면 눈사람, 눈싸움, 눈으로 만든 요새, 스노 에인절(눈 위에 누워서 팔다리를 위아래로 휘저으면 눈에 생기는 천사 형태의 모양)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여덟 살이던 해를 제외하면 어느 12월이든 그랬다. 그 해에는 눈이 오지 않았다. "나는 갈색 크리스마스를 꿈꾸죠…."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에 네 살배기 남동생과 내가 침울하게 창밖을 응시하는 모습을 본 어머니가 명랑하게 노래했다. 얼어붙은 진흙, 살풍경한 나무들, 죽은 나뭇잎 몇 장만 흩뿌려진 마당은 우리에게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눈이 없으면 크리스마스가 아니었다. 몇 주 동안 하나님께 눈을 보내 주십사 부탁드렸지만, 아침이면 전날보다 훨씬 더 우중충한 날을 보았다. "자는 동안 구름이 진흙을 더 많이 쏟아놓은 것 같네." 그날 오후, 크리스마스 이브 예배를 위해 옷을 갖춰 입으면서 투덜거렸다. 기대할 게 많다고 혼잣말을 해보려 애썼다. 내일은 크리스마스이고, 1년 중 최고의 날이었다! '하지만 진짜로 그런 건 아니야. 눈이 없으면 그렇지 않다고.' 가족과 함께 교회의 진흙투성이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생각했다. 초에 불을 밝히는 의식에 맞춰 교회 조명이 어두침침해지고 다른 이들과 함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눈을 바라는 기도를 올렸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가사 덕분에 최초의 크리스마스에 아기 예수가 얼마나 조금 가지고 계셨는지, 그렇지만 그분께서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을 주셨는지 생각했다. '하나님, 우리보다 눈이 더 필요한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올해는 저희를 거르셔도 괜찮아요. 아멘.' 노래가 끝날 무렵, 온 교회가 밝게 빛났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곳에 크리스마스가 있었다. 눈이 없는데도 그랬다. 우리는 코트를 챙겨 입었다. 수위가 교회 문을 열었을 때 처음엔 꿈을 꾸는 줄 알았다. 주차장이 하얗고 폭신폭신한 구름으로 변했다. 두껍고 소복하게 쌓인 눈이 아스팔트를 덮었다. 큼직한 눈 결정 수천 송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잽싸게 눈덩이를 뭉쳐서 남동생에게 던졌다. 동생은 웃으면서 머리를 숙였다. 마침내 눈이 왔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거기 먼저 와 있었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 Snow Angels Step outside on any December day in my childhood home of Plattsburgh, New York, and you'd find snowmen, snowball fights, snow forts and snow angels. Any December, that is, except the year I was eight. The Year of No Snow. "I'm dreaming of a brown Christmas…" my mother sang cheerfully when she found my four-year-old brother and me staring gloomily out the window on Christmas Eve morning. The frozen mud, barren trees and yards sprinkled with only a few dead leaves were nothing funny to us. Without snow, it just wasn't Christmas. For weeks, I'd been asking God to send us snow, and every morning I woke to a day even drearier than the last. "It's like the clouds dump more mud while we sleep," I grumbled later that day as I got dressed for the Christmas Eve service. I tried to tell myself that I had plenty to look forward to. Tomorrow would be Christmas, the best day of the year! But not really, I thought as my family made our way across the muddy church parking lot. 'Not without snow.' After the church lights had dimmed for the candle ceremony, I offered up one last prayer for snow before joining everyone else in singing "Silent Night." The words of the carol made me think about how Baby Jesus had had so little that first Christmas and yet how much he'd given the world. 'God, I thought, maybe there's someone else who needs snow more than we do. You can skip us this year. Amen.' By the time the song ended, the whole church was aglow. Christmas was all around us everywhere. Even without snow. We gathered up our coats. The ushers opened the church doors, and at first I thought I was dreaming. The parking lot had turned into a white, fluffy cloud. A thick blanket of snow covered the asphalt. Thousands of fat crystalline flakes were drifting down. I quickly packed a snowball and threw it at my brother. He ducked, laughing. he snow had finally arrived. But Christmas got there first. '가이드포스트(Guideposts)'는 1945년 '긍정적인 사고'의 창시자 노먼 빈센트 필 목사에 의해 미국에서 창간되었습니다. 한국판은 1965년 국내 최초 영한대역 월간지로 발행, 현재까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크리스천 라이프 스토리 매거진'입니다. 가이드포스트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 어려움 속에서 꿈을 키워가며 도전하는 사람들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감동을 많은 분의 후원을 통해 군부대, 경찰서, 교정시설, 복지시설, 학교 및 도서관, 병원, 미자립 교회 등 각계 소외계층 및 어려운 이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으로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후원·구독문의 (02)362-4000
2023-12-05 18:55:33[파이낸셜뉴스] 새벽 기도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 3명이 파란불 켜진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빠르게 달려온 차에 치여 모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운전자는 나이 80대의 고령의 남성으로 알려졌는데, 운전 당시 음주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2일 강원도소방본부 및 경찰 등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전 6시 46분경 춘천시 퇴계동 남춘천역 인근 도로 횡단보도에서 발생했다. 운전자 A씨(82)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60대 여성 2명과 70대 여성 1명을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신호등은 파란불로, 보행자 신호였다. 피해자들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뒤,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사고 순간이 찍힌 CCTV 영상에는 A씨의 승용차가 빠르게 직진해, 피해자 3명을 치어버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피해자들은 차량과의 충돌로 30여m를 튕겨 나갔다. 이후 A씨의 차량은 흰 연기를 내뿜으며 멈춰 섰고, A씨는 쓰러진 사람을 살피는가 싶더니 다시 차량 안으로 돌아갔다. 피해자 3명은 같은 교회에 다니던 사이로, 이날 또한 새벽 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변을 당했다. 가해 운전자인 A씨는 파크골프를 위해 나섰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으며,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A씨를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신호와 보행자를 보지 못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령운전자 과실의 교통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운전면허 반납률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사고가 발생한 강원 기준 도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낸 사고는 최근 3년간 연평균 1280건이다. 지난 2011년 690건에서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면허 반납률은 2.7% 수준으로, 지난해 강원도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15만 1033명 중 4016명만 면허를 반납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3-11-23 07:55:58[파이낸셜뉴스] 병원 응급실을 찾은 생후 37일된 영아가 기도 내 삽관·흡인을 하다 결국 사망했다면 의료진 과실을 단정할 수 있을까.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숨진 아기의 부모 등이 A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숨진 아기는 2016년 1월 7일 기침증세로 A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급성 세기관지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약물 치료를 받고 퇴원했지만 다음날 오전 호흡곤란 및 청색증으로 다시 이 병원 응급실로 왔다. 아기의 양쪽 폐에서 수포음이 나오자 기관삽관 등의 처치를 했지만 호흡불안 상태가 반복되다 1월 11일 결국 사망했다. 숨진 아기 부모 등 유족들은 의료진 과실로 아기가 사망했다며 5억 3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병원 의료진은 인공호흡기를 유지한 상태에서 아기에게 폐쇄형 기관흡인을 했는데, 불필요한 처치로 아기가 생명을 잃었다는 것이 유족들 주장이다. 폐쇄형 기관흡인은 구강, 비강 및 기도에서 분비되는 분비물을 제거해 기도의 개방성을 유지하고 분비물로 인한 감염이나 무기폐 등을 방지하기 위해 흡인 기구를 이용해 직접 가래를 흡인하는 것을 말한다. 산소포화도 95% 이상으로 안정적인 상태였던 아기가 폐쇄형 기관흡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결국 사망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것이 유족들 시각이다. 이에 대해 1심은 유족들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은 병원 측 일부 과실을 인정해 2억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이 문제로 본 부분은 기도에 삽관된 앰부백(수동식 인공호흡기) 튜브를 실수로 건드려 빠지게(발관) 했다는 점이다. 2심은 "당초 충분한 깊이의 기도삽관과 그 위치 표시를 잘 유지하지 못했다"며 "또 튜브를 빠지게 하거나 빠진 튜브를 제때 기도에 다시 삽관하지 못해 A양에게 적절한 산소공급을 하지 못한 의료상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영아의 기도삽관과 폐쇄형 기관흡인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책임비율을 60%로 제한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의료진 과실 여부와 그것이 실제로 사망과 직접적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기관흡인 당시 튜브의 발관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으로 숨진 아기의 산소포화도 저하에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폐 상태의 악화 등에 따른 기흉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병원 의료진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망아의 튜브가 발관되게 했고 망아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하게 저하됐으며 이후에도 신속하게 튜브를 재삽관하지 못해 망아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 과실과 인과관계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3-10-29 11:3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