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로베르트 피초(59) 슬로바키아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치명상을 입었다. 한 남성이 쏜 총에 여러 발을 맞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총리실은 현재 피초 총리가 '위중한 상태'라면서 "앞으로 수 시간이 고비"라고 밝혔다. 피초는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약 190km 떨어져 있는 한들로바라는 곳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하다 수차례 총격을 받았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피초가 위중한 상태여서 수도 브라티슬라바로 이송하는 대신 인근 도시인 반스카비스트리카의 한 병원에 헬기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현재 수술이 진행 중이라고 한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피초에게 총격을 가한 남성은 총기 면허 소지자로 현재 구금 상태에 있다고 지역 언론들이 보도했다. 친 러시아계인 피초 총리의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정치인들은 곧바로 반대파가 이번 암살 공격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다른 정치권 인사들은 이번 총격 사건이 슬로바키아의 극심한 정치 분열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퇴임을 앞둔 주자나 카푸토바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정치인들에게 독설을 멈출 것을 호소했다. 카푸토바 대통령은 "우리가 목도하는 혐오 언사들이 혐오 행동으로 이어진다"면서 "총리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한 사람에 대한 공격이지만 아울러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슬로바키아 외교부 고문을 지낸 독일 외교관계위원회 애널리스트 밀란 닉은 슬로바키아가 극심한 여론 분열 속에 정치인들에 대한 살해 위협이 빈번한 곳이라고 말했다. 닉은 "이번 사건은 특출나게 터진 사건이 아니다"라며 "슬로바키아는 유럽에서 여론이 가장 극단적으로 양분된 나라로... 정치인들이 수시로 살해 위협을 받는다"고 말했다. 피초는 2006~2010년 총리를 지낸 뒤 2012~2019년에 다시 집권했다. 이번이 세 번째 집권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친 러시아 여론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승리했다. 한편 유럽 정상들은 이번 암살 기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유럽 정치권에서 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폭력이나 공격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력행위를 비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5-16 04:03:01하버드대 정치학자 레비츠키와 지블랫의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2018)의 첫 장은 말과 사슴의 싸움을 다룬 이솝우화로 시작한다. 말은 사슴과 싸워 이기기 위해 사냥꾼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사냥꾼은 말의 입에 마구를 씌우고 등에 안장을 깔아 직접 고삐를 쥐고 나가 사슴을 이겼다. 싸움이 끝난 후 말이 마구와 안장을 벗겨 주기를 원했지만, 사냥꾼의 생각은 달랐다. "난 지금 이대로가 좋단 말이야." 내전 수준의 총선이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말도 사슴도 아니었고, 사냥꾼이었다. 보수와 진보의 미래 청사진에 대한 이성적 논의를 유튜브와 팬덤의 감성이 대치했다. 총선이 만들어낸 성과는 대화와 협의의 민주주의가 아니고 갈등과 분열로 얼룩진 '포퓰리스트 전체주의'의 완결판이었다. 옥스퍼드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최근 조사(2023년)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53%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 3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언론의 정상적인 게이트키핑이 아닌 유튜브 알고리즘의 '필터링'을 거친 뉴스가 유권자의 확증편향을 더욱 강화해 증오와 반목의 근원이 됐다. 소셜미디어에서 똘똘 뭉쳐 원거리 유세장 출정도 마다하지 않는 팬덤정치는 대화와 화해를 거부하는 비문명적 고함소리만 남겼다. 정당 경선 과정에서 재미 본 팬덤정치는 선거 기간 내내 광폭화 일로를 걸었다. 후보자들은 자신의 지지기반 결집을 위해 이를 적극 활용했지만, 최종 승자는 따로 있었다. 유튜브라는 마구와 팬덤이라는 안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말은 영원히 자유롭지 못하다. 노회한 사냥꾼에게는 이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이제 말도 사슴도 아닌, 사냥꾼 정치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시민적 자유의지가 유튜브와 팬덤에 의해 철저하게 제어되고, 민주주의가 이런 경로로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민주주의인가. 사냥꾼의 정치에서 벗어나 정상적 자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정당정치의 기본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정당(party)'의 어원은 서로 다른 입장과 관점이며, 정당정치의 존립 가치는 상대 정당과 다른 자신의 입장과 관점을 선명하게 개진하고, 상대 정당과 대화하고 숙의해 이성적 대안을 찾아내고, 선거를 통해 이를 국민에게 평가받는 데에 있다. 정당이 본연의 의무를 스스로 내려놓고 고용량 데시벨의 감성만을 맹목적으로 좇는다면, 그래서 눈앞의 집권만을 위해 영혼을 판다면 이 나라 정당 민주주의에는 미래가 없다. 유튜브와 팬덤정치에 밀려 주변부 소통채널로 전락한 주류 언론도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 지금 언론의 문제는 팬덤정치와 유튜브 정치의 기동력과 선정주의를 앞세운 클릭 수 경쟁에 압도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것이다. 유튜브가 언론을 쳐다보는 것이 아니고, 언론이 유튜브를 닮아가고 있다. 위기의 언론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또 다른 사냥꾼에게 대리전쟁을 요청한 격이 됐다. 이제 기자들이 유튜브를 보지 말고 소셜미디어에 귀를 닫았으면 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의해 중재되는 세상이 아닌 실제 세상을 직접 대면하고 취재하고 보도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언론이 자신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최근 갤럽 조사(2024년)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58%가 민주주의에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존하는 가장 나은 정치제도라고 보고 있다. 민주주의의 약점을 극복해 지속가능한 미래 정치를 설계하기 위해 정당과 언론 스스로가 혁신의 고삐를 잡아야 하고, 나아가 당장 편하고 익숙한 관행을 과감히 넘어서야 한다. 눈앞의 싸움에 이기기 위해 사냥꾼의 포퓰리스트 전체주의의 계략에 넘어간 몽매한 한 마리 말의 우화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이 시대의 정치인과 언론인에게는 비록 어렵고 험한 길이라도 그 길이 정도라면 기꺼이 선택하는 담대함과 우직함이 절실히 요구된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2024-05-05 18:54:56[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 막바지까지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됐다.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국회 재표결이 21대 국회 임기 종료 하루 전인 오는 28일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야권은 여당인 국민의힘의 반대 속 채상병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했지만, 대통령실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취임한 이래 21대 국회는 '야권 주도의 법안 단독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재표결→여당의 반대표로 법안 폐기' 수순을 반복해왔다. 그간 여당이 법안을 폐기시킬 수 있었던 건 이탈표 단속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재표결 시에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충족해야 법안이 통과할 수 있다. 범야권이 180석을 웃도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의원 중 20명 가량만 야권에 동조하더라도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이탈표를 집중 단속하면서 당이 분열되는 경우는 없었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의 내용과 야권의 처리 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재표결 시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할 명분을 쌓고 있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나라의 부름을 받고 일하다 안타까운 희생을 맞은 청년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면서 "그렇기에 수사 당국이 철저히 수사하고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총선이 치러진 이후의 재표결이라는 점에서다. 낙선·낙천·불출마 의원들의 출석과 표를 단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역 113명 중 22대 국회에 당선된 의원은 55명에 불과하다. 이미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한 김웅 의원은 지난 2일 표결에서 야권과 함께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오는 9일 선출되는 신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22대 국회 개원도 전에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그 뜻대로 법안을 폐기하기 위해 21대 의원 전원의 출석과 반대표를 이끌어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임기를 시작하는 셈이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높은 찬성 여론에 힘입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범인이 아닐 테니까 (특검법을) 거부하지 않을 걸로 믿는다"며 "수년간 현직 대통령부터 여당이 끊임없이 해왔던 말"이라고 말했다. 과거 윤 대통령의 발언인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거부권 시사를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은 오는 28일로 예상되는 재표결에서 특검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 해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22대 국회에서는 범야권이 192석에 달해 여권에서 8석만 이탈하면 재표결 절차를 밟더라도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05-03 15:28:52[파이낸셜뉴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대 교수들과 병원을 비판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의료계 내부 분열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박단 위원장, 기사 링크해 수련병원·교수 저격 1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1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1만2000명에 휘둘리는 나라, 전공의를 괴물로 키웠다' 제목의 한겨레신문 기사를 링크하며 "전공의들에게 전대미문의 힘을 부여한 것은 다름아닌 정부와 병원"이라고 기사 본문의 내용을 옮겨 적었다. 그러면서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고 적었다. 이어 "문제의 당사자인 병원들은 의-정 갈등의 무고한 피해자 행세를 하며 그 부담을 다른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며 "수도권의 대학병원들은 2028년까지 수도권 인근에 경쟁적으로 분원을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기이한 인력구조를 바꿀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이런 상황에 이르도록 의료 체계의 상업화, 시장화를 방치해온 국가의 책임이 지대하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이 쓴 글은 링크한 기사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인용부호나 다른 설명은 달지 않았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 "교수 사직서 제출 시점, 해당글 적절한가" 박 위원장이 SNS 글이 알려진 뒤 의대 교수들을 비롯한 의사들 사이에서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자신의 SNS에 "오늘 하루종일 박단 전공의 비대위원장이 올린 포스팅 때문에 시끄러웠다"며 "교수들도 더 이상 참지 않고 (전공의의) 저항에 동참할 것을 선언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에서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직접 쓴 글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 문단을 복사해 넣은 것은 그 부분과 뜻을 같이 한다는 의미"라며 "워딩의(이)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교수들을 비롯한 일부 의사들이 분노하거나 불쾌해하는 것에 대해 저도 동의한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의 SNS 글에는 "핵심을 찔렀다", "제자팔이 그만해라"는 등의 내용으로 옹호하는 글도 댓글로 달렸지만 실망감을 표하는 의사와 교수들의 글도 적지 않았다. 한 교수는 "전공의들을 가르치고 좋은 수련환경으로 변화시켜가는데 의식과 실천이 부족한 측면은 있지만 대치점에 두고 가르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마음이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강홍제 원광대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자기 지지 세력에 기관총을 난사하는것은 윤대통령만이 아니었다. 실망이다"며 "사제지간이 아닌 직장상사와 부하직원 관계라면 더이상 전공의를 교수들이 지지할 필요가 없다"고 적었다. 한 의대 교수는 "뜻을 함께 하고자 사직서도 냈고 어쩔수 없이 당직서고 환자와 정부 양측에서 욕먹으면서도 축소진료하고 전공의 후원하는 방안에 찬성표 던지고 있는데 이런 글을 보니 기분이 참 안좋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4-14 10:29:1522대 국회의원을 뽑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10일 큰 사고 없이 끝났다. 2000년 이후 투표율이 최고치를 기록했던 21대 총선보다 열기는 더 뜨거웠다.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민의를 따르는 정치를 위해서도 잔치와도 같은 선거 흥행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총선도 흑색선전과 막말로 얼룩졌지만 우여곡절 끝에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22대 국회에서 일할 의원들이 선출됐다. 이제 이긴 쪽이나 진 쪽이나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21대 국회는 파행과 대결, 태만밖에 기억할 게 없는 역대 최악의 국회였다. 야당 의석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여소야대의 국회 구성은 한쪽 힘이 너무 강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줬다. 대화와 설득을 통한 타협과 조정이라는 정치의 원리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의회 독재로 불릴 만큼 야당은 독주에 독주를 거듭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논란이 많은 법안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대통령, 행정부와 시종일관 대립하며 국정을 마비시켰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상황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일을 적게 한 국회'라는 오명이 의정사에 남게 됐다. 21대 국회는 현재까지 법안 2만5000여건을 발의했지만, 9300여건만 처리함으로써 처리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남겼다. 1만6000건이 넘는 법안들은 폐기될 운명인데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법안과 고준위특별법 등 화급하고 민생과 관련된 법안이 다수 들어 있다. 22대 국회는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21대와 똑같이 다수 의석에 기댄 의정 폭주를 재현한다면 언젠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다수결의 원리가 통용되어 한 표라도 많이 득표한 정파의 의사가 국정에 주로 반영되는 게 민주주의이지만, 소수를 무시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표를 주지 않은 국민도 다 같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라고 뽑아준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후보들은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리를 굽히며 일을 잘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선출되고 나면 민생은 내팽개치고 권력다툼에 매몰되는 안면몰수의 행태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는 그럴수록 늘어난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들이 대개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 당선된 의원들은 뽑아준 유권자, 국민을 위해 초심을 잃지 않고 머슴처럼 일하겠다고 말했다. 번번이 속았지만 국민은 이번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당선자들은 어떻게 하면 지역을 발전시키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까 하는 고민만 해야 한다. 또다시 상대 당파를 쓰러뜨리는 데만 몰두하는 이전투구식 환멸의 정치를 보여준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썩은 정치가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고 끝내는 국가의 운명마저 위태롭게 하는 위기를 부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22대 국회와 당선자들에게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상대방 존중과 배려를 통해 협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국민과 정부, 국회가 하나가 되어도 힘이 부칠 만큼 국내외 정세는 심상치 않다. 안보만이 아니라 경제에서도 전쟁과도 같이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판국에 되레 국민을 분열시키고 이간시키는 정치는 없느니만 못하다. 국회가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을 수 있도록 당선자들은 마음가짐부터 다잡기 바란다.
2024-04-10 19:15:174·10 총선, 선택의 날이 왔다. 미우나 고우나 유권자들은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들 가운데 자신과 지역을 대표할 일꾼을 뽑아야 한다. 어느 선거와도 다르지 않게 막말과 추태로 점철된 선거 과정을 보고 또 한 번 정치에 신물을 느낀 유권자도 적지 않겠지만 대한민국 국민이자 민주시민으로서 신성한 주권을 행사해야 하는 것이다.선거를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직접민주주의가 아닌 이상 민주주의 국가는 국가원수와 국회의원을 선거로 뽑아 정치를 맡기는 대의정치로 굴러간다. 그러므로 국민을 대신해 나라를 이끌 인물을 선출하는 것은 축제처럼 즐겨야 하는 가장 중요한 행사인 것이다. 제헌 헌법이 공포되어 민주국가 대한민국이 탄생한 지도 벌써 75년이 넘었지만 한국 정치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념갈등과 지역주의로 국민은 분열됐고, 통합에 앞장서야 할 정치인들은 도리어 편 가르기에 앞장서며 나라를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의원들은 민생보다는 당리당략에 빠져 서로 싸우느라 시간을 허비한 날이 더 많았다. 역대 어느 국회보다 큰 의석수 차이를 등에 업고 야당은 의정활동 과정에서 전횡을 일삼았으며, 결과적으로 행정부와 충돌하며 원활한 국정운영의 장애물을 자처했다. 의사당 내의 이전투구는 이번 선거판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저질발언과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정책대결보다는 선심공약으로 유권자의 환심을 사는 데 정당과 후보들은 더 몰두했다. 일부 극렬 유권자까지 가세해 혼탁한 선거양상은 이전의 선거와 비교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도 그치지 않은 여야의 비방전을 바라보며 유권자들은 한국 정치의 앞날을 걱정하고 더러는 절망에 빠졌을 것이다. 그래도 사전투표를 통해 아직 소중한 한 표를 던지지 않은 유권자는 더욱 냉철한 마음가짐으로 투표장으로 가야 한다. 대다수 유권자는 지지하는 정파나 인물이 있을 것이므로 이미 찍을 정당이나 후보를 정해뒀을 것이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거나 투표 의사가 없는 유권자라면 냉정한 판단으로 지지 후보를 정해 투표에 임하기 바란다. 판단의 기준은 '진정으로 국가의 장래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할 후보'로 정하면 좋을 것이다. 선거 때만 유권자에게 굽신거리고 당선되면 되레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특권을 누릴 것 같은 후보는 제외해야 한다. 한국 정치의 발전을 원한다면 입에 담기 어려운 막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거나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에게 표를 주지 않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경제회복과 개혁 완수는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다. 선진 대국으로 발돋움을 하기 위해 정부와 입법부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만큼 중요한 시국이다. 자칫 한눈을 팔았다가는 전진은커녕 후퇴할지도 모르는 갈림길에 대한민국은 서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어느 때보다 신중한 태도로 옥석을 잘 가려 깨끗하고 유능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우리 손으로 뽑은 인물 300명이 22대 국회의원이 되어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중차대한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그들에게 국민이자 지역민인 우리를 대신해서 일할 권리를 부여하는 날이 10일 선거일이다. 선거는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장으로 가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다.
2024-04-09 18:16:51[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4·10 총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지원 유세하는 등 문재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경거망동'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박정하 선대위 공보단장은 6일 논평에서 "문 전 대통령의 '잊히고 싶다'던 말이 허언에 불과했음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 행보가 새삼 놀랍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돌연 선거판에 나타나 현 정부와 여당을 향한 비난의 언어로 갈등을 조장하더니, 급기야 영종도에서 열린 콘서트에까지 모습을 드러냈다"며 "이 행사는 김어준·탁현민씨와 아들인 문준용씨 등이 제작에 참여한 거로 알려졌다"고 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 총선을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진영 인물들이 여는 대중 공연에 참석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논란이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의 실패한 정책으로 나라를 후퇴시키고, 노동·의료 개혁 등 국가 과제를 나 몰라라 내팽개친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박 단장은 "국정 실패와 국론 분열의 책임은 망각하고 경거망동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전 정부 실책을 상기시킬 뿐"이라며 "부디 자중하길 바란다. 그것만이 그나마 국가 원로로서 존중받는 최소한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전날에도 "재임 중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겪게 한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직 대통령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 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이소희 선대위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조국 대표에 대한 부도덕한 '마음의 빚 갚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냐"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청년들에게 입시 비리로 배신감을 준 조 전 장관과 재임 5년간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집값 폭등의 박탈감을 안겨준 문 전 대통령의 서로를 향한 부도덕한 '마음의 빚 갚기'를 바라보는 국민 마음은 참담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4-07 10:42:23[파이낸셜뉴스] 보수진영 인사들이 지금까지 불리한 흐름을 타고 있는 4·10 총선 판세를 막판 뒤집기 위해 단일대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는 5~6일 사전투표를 앞두고 주요 격전지에서 초접전이 예상되는 만큼 보수층 응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도층 끌어안기를 위해 전열 재정비에 나선 모습이다. 막판 깜깜이 선거 앞두고 집토끼-산토끼 동시 공략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이 4·10 총선 막판 단합에 집중하며 지지층 결집 읍소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최근 유세 현장에서 정부와 원팀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부각하고 있다. 일부 당 후보가 의료대란 장기화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당 일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나 탈당을 요구하는 등 윤 정부와 차별화를 꾀했던 그간의 당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선거일을 불과 1주일 앞둔 상황에서 가뜩이나 여권에 불리한 선거구도에서 '내부 분열'은 필패를 초래할 것이란 위기의식이 공유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최근 각 지역 유세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과를) 충분히 평가받고 이어가야 한다"며 한·미·일 공조 완전 복원, 원전 생태계 복원, 화물연대 건설현장 폭력 대응, 외국인 건강보험 혜택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강조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조국혁신당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당이 똘똘 뭉쳐도 승리를 확언할 수 없을 만큼 현재 선거 판세가 심상치 않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다. 과거 비주류로 분류된 당 중진인사인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국민의힘 후보들의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외견상 '원팀'의 견고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당으로부터 별도의 요청은 없었지만,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당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유경준, 박경호, 이상민 등 국민의힘 후보들의 개별적 요청에 따라 현장 유세를 거들고 있는 것이다. 비주류 유승민, 개별 지원유세..중도층 흡수 기대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선 유 의원의 합리적 보수 성향으로, 중도층 표심을 파고들어 여권 지지세의 확장성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동안 대통령실과 친윤계와 대립각을 보이면서 '반윤' 이미지가 있는 유 전 의원에게 당 지도부는 부담을 느끼고 별도의 지원 역할을 맡기지 않았다. 실제로 유 전 의원은 지원 유세에서 다양한 민심이반 이슈들과 관련, 정부와 여당의 책임론을 언급하며 낮은 자세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서울 신촌에서 이용호 국민의힘 서대문갑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 "이번 총선이 서울, 경기, 충청, 부산에서도 굉장히 어렵다"며 "2년간 정권에 대한 민심이 계속 안 좋았는데, 당에서 그동안 뭘 했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세 후 브리핑에서도 "대통령이 잘못했는데 입을 꾹 닫고 있었던 당 사람들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당 지도부와 용산 참모진들을 에둘러 비판하는 목소리도 냈다. 한편 '선거의 여왕'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한 때 여권 후보들의 유세 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전격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정치적 중립 논란 등을 놓고 찬반 양론이 일면서 박 전 대통령까지 나서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한동훈 위원장과 만나 "경제가 어렵고 나라도 많이 어려운데 이런 때일수록 위기에서 뜻을 모아 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2024-04-03 17:00:01[파이낸셜뉴스] 이화여자대학교 총동창회가 3일 김준혁(경기 수원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대생 미군 장교 성 상납' 발언에 대해 “이화여대의 역사를 폄하했을 뿐 아니라 재학생과 동창생 모두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안겼다”고 했다. 이명경 이화여대 총동창회장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김준혁 후보의 발언은 이 나라 여성 전체에 대한 성차별적 혐오를 담고 있다. 이는 김 후보가 ‘성평등’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없음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우리 사회는 이념과 지역 등으로 너무 많이 분열돼 있어 국민을 통합해야 할 정치인을 필요로 한다”며 “그럼에도 젠더를 아우르지 못하고 검증되지 않은 자료로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김 후보는 대한민국의 정치 문화를 오염시키며 대한민국의 정치를 퇴행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이화여대 총동창회는 김 후보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며 “후보직 사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2024-04-03 10:44:05[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충북 충주시 무학시장에서 선거 유세 도중 한 시민에게 ‘부끄러운 X’이라는 욕설을 들었다. 이재명 대표는 “이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후 유세 발언을 하려던 순간 한 시민이 이 대표를 향해 “대한민국 경북 안동에서 가장 부끄러운 이재명 네 이X아!”라고 소리쳤다. 경북 안동은 이재명 대표의 고향이다. 이재명 대표는 유세 방해가 계속되자 “세상에는 별 사람이 다 있으니까, 그런 분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시면 된다”면서도 “이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데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잘못은 경제를 폭망시킨 것, 한반도 평화를 위기에 빠뜨린 것, 민주주의 파괴도 있지만, 더 큰 잘못은 국민을 대결과 적대의 장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다. 그런데 대통령부터 공산전체주의, 교과서에서 들어보지도 못한 이상한 말로 국민을 분열과 대결로 몰아넣는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이 흉기 피습을 당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그 현장은 경찰이 나서서 1시간도 안 돼 물청소를 했다”며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돌멩이로 맞은 사건은 폴리스라인을 치고, 과학수사를 하고 난리뽕짝을 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이거는 국민에게 ‘정권에 반대되는 세력들은 그렇게 해도 돼’라는 사인을 주는 것”이라며 “적대적인 언어로 국민을 분열의 장으로, 대결의 장으로 몰아넣는 것이 가장 근본적으로 나라를 망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3-28 07:0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