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기술 수준이 여전히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다. 조사는 전문가 2722명이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국가들을 비교해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3년 만에 실시한 것이다. 미국의 기술을 100으로 했을 때 우리는 88로, 시간으로 따지면 0.9년의 기술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이후 줄여왔던 미국과의 기술격차는 지난해 다시 벌어졌다. 2017년에는 1.5년이었다. 일본과 기술격차도 2021년 0.4년에서 지난해 0.5년으로 더 확대됐다. 중국과는 겨우 0.3년 앞섰다. 우리 턱밑까지 쫓아온 것이다. 중국의 기술은 우리를 위협하는 데 머물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우리를 추월했다. 한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만 앞섰지 인공지능(AI), 우주·항공·해양, 양자, 첨단로봇, 전기차·첨단모빌리티, 2차전지, 첨단바이오, 사이버보안 등에서 중국에 뒤지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수년 안에 중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기술력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기술력은 국가 전체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경제력은 기술력이 좌우한다. 첨단기술에서는 더 그렇다. 값싼 노동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전통적 제조업과는 다르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져야 첨단분야의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반도체의 경우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집적기술에서 뒤처지면 제품의 경쟁력을 잃고 수출시장에서 밀려난다. 최고의 기술을 가진 나라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미국이 오랫동안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끊임없이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EU의 독일, 영국, 프랑스도 기술력이 없다면 벌써 몰락했을 것이다. 과거의 영광은 과거의 것일 뿐이다. 미국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은 먼저 우리의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선박 제조에서도 중국은 우리를 2위로 밀어냈다. 밀려난다는 것은 곧 기업으로서는 판매 감소, 나라로서는 수출 감소를 의미한다. 우리로서는 미국을 좇으면서 동시에 중국을 앞서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머지않은 장래에 10대 경제대국의 자리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기술은 인력과 자본, 정책이라는 3박자가 맞아야 발전한다. 뛰어난 과학인재를 육성하고 연구개발(R&D)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투입해야 한다. 기술력을 높이는 일은 기업에만 맡겨서도 안 된다. 국가가 나서서 산학연이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이끌어줘야 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공직자는 타성에 빠져 기업에 의존하려 한다. 밀어주기는커녕 온갖 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다. 4차산업 시대에서 기술의 역할과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기술을 잠시라도 등한시하다가는 바로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음을 정부도 기업도 명심해야 한다.
2024-05-14 18:06:22악기와 카메라, 예술작품을 거대한 압축기로 박살 내는 애플의 최신 아이패드 광고 사태 후폭풍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애플이 전례 없이 광고를 곧바로 내리고 사과했지만 그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광고 사태'는 애플이 더 이상 낡은 관습을 깨는 창의적인 도전자가 아니라 이미 자신의 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한 기득권이 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해석되고 있다. 애플 지지자 사이에서도 이번 광고는 애플의 오만함과 자만심을 드러내면서 애플이 이제 몰락의 길로 가고 있음을 가리키는 '광산 속 카나리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산 속 카나리아'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애플이 아이패드 광고를 TV로 내보낸지 이틀 후 광고를 내리고 사과까지 했지만 애플에 열광하는 지지자들 사이에서조차 극심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광고 사태는 그저 단순한 광고 판단 실수가 아니라 애플 기업 문화에 심각한 이상이 있음을 가리키는 전조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애플 블로거이자 열혈 팬인 존 그루버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번 후폭풍은 "애플 브랜드 석탄 광산 속의 죽은 카나리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루버는 "우리 문화에서 애플의 위치는 변했다"면서 "애플은 더 이상 건방진 도전자(the upstart)가 아닌 기득권 세력(The Man)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애플은 앞으로도 결코 건방진 도전자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기술 분야 전문 언론인에서 지금은 실리콘밸리 투자자로 변신한 옴 말릭은 애플의 이번 헛발질은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얼마나 오만해지고 교만해지면서 대중과 멀어졌는지를 잘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말릭은 "애플은 더 이상 기념비적인 제품들을 만들지 않는다"면서 "애플처럼 덩치가 커지면...평범함이 사업의 모든 면에 파고든다"고 말했다. ■빅브라더가 된 애플?지난 1984년 미국 슈퍼볼 광고에서 IBM PC를 들이받는 과감한 매킨토시 PC 광고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애플은 이번에도 파괴를 모티프로 한 아이패드 광고를 내보냈지만 이제 위치가 달라지면서 광고 메시지 역시 역풍을 불렀다. 애플의 디지털 기기가 붐을 타면서 압박을 받는 아날로그 기기들을 때려 부수면서 소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광고 대행사 오길비그룹 부회장인 로리 서덜랜드는 애플은 이번 광고로 스스로 빅브라더가 됐음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더 이상 덩치 큰 기업들에 눌리는 작은 소년이 아니라 모든 것을 통제하는 기술 빅브라더가 할 법한 행동을 광고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번 광고 사태로 경쟁사들과 비판론자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아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5-12 18:17:51[파이낸셜뉴스] 악기와 카메라, 예술작품을 거대한 압축기로 박살 내는 애플의 최신 아이패드 광고 사태 후폭풍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애플이 전례 없이 광고를 곧바로 내리고 사과했지만 그 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광고 사태'는 애플이 더 이상 낡은 관습을 깨는 창의적인 도전자가 아니라 이미 자신의 체제를 확고하게 구축한 기득권이 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해석되고 있다. 애플 지지자 사이에서도 이번 광고는 애플의 오만함과 자만심을 드러내면서 애플이 이제 몰락의 길로 가고 있음을 가리키는 '광산 속 카나리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산 속 카나리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애플이 아이패드 광고를 TV로 내보낸지 이틀 후 광고를 내리고 사과까지 했지만 애플에 열광하는 지지자들 사이에서조차 극심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광고 사태는 그저 단순한 광고 판단 실수가 아니라 애플 기업 문화에 심각한 이상이 있음을 가리키는 전조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애플 블로거이자 열혈 팬인 존 그루버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번 후폭풍은 "애플 브랜드 석탄 광산 속의 죽은 카나리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루버는 "우리 문화에서 애플의 위치는 변했다"면서 "애플은 더 이상 건방진 도전자(the upstart)가 아닌 기득권 세력(The Man)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애플은 앞으로도 결코 건방진 도전자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기술 분야 전문 언론인에서 지금은 실리콘밸리 투자자로 변신한 옴 말릭은 애플의 이번 헛발질은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얼마나 오만해지고 교만해지면서 대중과 멀어졌는지를 잘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말릭은 "애플은 더 이상 기념비적인 제품들을 만들지 않는다"면서 "애플처럼 덩치가 커지면...평범함이 사업의 모든 면에 파고든다"고 말했다. 빅브라더가 된 애플? 지난 1984년 미국 슈퍼볼 광고에서 IBM PC를 들이받는 과감한 매킨토시 PC 광고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애플은 이번에도 파괴를 모티프로 한 아이패드 광고를 내보냈지만 이제 위치가 달라지면서 광고 메시지 역시 역풍을 불렀다. 애플의 디지털 기기가 붐을 타면서 압박을 받는 아날로그 기기들을 때려 부수면서 소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광고 대행사 오길비그룹 부회장인 로리 서덜랜드는 애플은 이번 광고로 스스로 빅브라더가 됐음을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더 이상 덩치 큰 기업들에 눌리는 작은 소년이 아니라 모든 것을 통제하는 기술 빅브라더가 할 법한 행동을 광고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번 광고 사태로 경쟁사들과 비판론자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아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5-12 04:51:51[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주가가 폭등했던 50개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2020년 말 이후 약 1조5000억달러(약 2047조원)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팬데믹으로 봉쇄됐던 경제가 다시 회복하고, 일상생활이 재개되면서 이들이 누렸던 특수가 사라지자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시총 3분의1 넘게 사라져 2020년 시가총액이 100억달러를 넘으면서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상위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 시가총액이 이후 급격히 쪼그라든 것으로 확인됐다. FT는 2020년 말 이후 이들 팬데믹 초기 승자들의 시가총액이 3분의1이 넘는 1조5000억달러 사라졌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승자 가운데 하나였던 화상회의 플랫폼 업체 줌커뮤니케이션스 주가는 2020년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붐에 힘입어 주가 상승률이 765%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말 이후 주가는 약 80% 폭락했다. 사라진 시총 규모는 770억달러가 넘는다. 클라우드 기반 통신 업체 링센트럴 역시 팬데믹 봉쇄 기간 재택근무에 힘입어 주가가 폭등했지만 이후 기업가치는 약 90% 사라졌다. 봉쇄 속에 체육관을 가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커넥티드 운동기구 업체 펠로톤도 팬데믹이 끝나자 몰락하고 있다. 주가는 2020년 말 이후 97% 넘게 폭락했다. 사라진 시가총액 규모는 약 430억달러에 이른다. 펠로톤은 8일 배리 매카시 최고경영자(CEO)가 사퇴하고 직원 15%를 감원하기로 했다. 테슬라, 시총 109조원 날려 주가 상승률로 2020년 증시의 최고 승자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고 고전하고 있다. 테슬라는 2020년 주가가 787% 폭등해 그 해 말 시가총액이 6690억달러까지 불어났지만 지금은 5890억달러 규모로 줄었다. 당시 주가 상승률 2위를 기록한 싱가포르의 인터넷 업체 시(SEA) 역시 팬데믹 당시 시가총액이 190억달러에서 1020억달러로 폭증했지만 이후 시총을 60% 넘게 까먹었다. 게임, 전자상거래, 온라인 결제 등 시의 3개 사업 부문 성장세 둔화가 주가 폭락을 불렀다. 팬데믹 봉쇄로 집에서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들 덕에 붐을 탔던 쇼피파이, 징둥닷컴(JD닷컴), 츄이 등 온라인 쇼핑 업체들 역시 초기 붐을 뒤로하고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백신업체 화이자, 시총 상승분 모두 까먹어 인류를 팬데믹에서 구해 낸 백신 업체들의 운명도 다르지 않다. 모더나, 화이자, 중국 우시 바이오로직스 등은 팬데믹 기간 주가가 폭등했지만 지금은 고전하고 있다. 화이자는 2020~2021년 주가 상승분을 지금은 모두 까먹었다. 팬데믹 기간 주가 상승률 상위 50대 기업 가운데 2020년 말 이후에도 주가가 오른 업체는 단 7개에 불과하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하는 곳으로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가 된 중국 비야디(BYD),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 등은 주가가 이후에도 올랐다. 또 사이버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소프트웨어 업체 더 트레이드데스크, 데이터도그, 통신업체 T모바일, 중남미 온라인 쇼핑 업체 메르카도 리브레 등도 같은 길을 밟았다. 팬데믹 기간 스타들이 몰락한 가운데 당시 주가 상승률 54위와 100위를 기록한 엔비디아와 아마존은 이들보다 더 강력한 상승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2020년 말 이후 시가총액이 1조9000억달러 넘게 불어났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5-09 03:37:30[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영수회담에 대해 "(의제 등의 협상은) 다 접어두고 먼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제 등을) 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내기가 아쉽기 때문에 신속하게 만날 일정을 잡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오랜만에 하는 영수회담이라 의제도 정리하고 미리 조율도 해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녹록지 않은 것 같다"며 "복잡한 의제들이 미리 정리됐으면 좋았을텐데 쉽지가 않은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이 대표는 영수회담 실무협의가 늦어지는 것을 우려하며 대통령을 우선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대통령을 만나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도록 하겠다"며 "민생 현장의 참혹한 현실을 제대로 전달하고 필요한 조치들을 할 수 있도록 요청드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께서도 국민들의 이런 어려운 상황, 총선 민의를 잘 들어주시고 절박한 심정으로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타계할 수 있을지 고민해 주시길 바란다"며 "지금 이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몰락한다는 각오로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국민이 기대하는 성과, 가능한 조치들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회동이 두 차례 진행했다. 회동에서는 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들에 대해 논의했으나 양측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2024-04-26 09:26:58"일본 전체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6일 TSMC 규슈 구마모토 1공장을 방문,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올리며 "현지 경제성장이나 임금인상, 고용 확대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두 공장에서 고도의 기술전문직 3500명 이상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지독한 저성장의 늪에 허덕였던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을 청산하고 새로운 경제 변곡점에 서 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정책이었던 '아베노믹스'의 후광이라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어찌 됐건 일본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끊어내고, 경제에 다시 온기가 찾아온 건 기시다 정권에서다. 지금에야 '반도체 코리아'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반도체라는 제품이 세상에 처음 나올 때 일본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호령하던 맹주였다. 1980년대 일본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다. 여전히 현대 반도체의 원천기술 핵심은 대부분 일본이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코리아' 역사의 서막도 일본에서 비롯됐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74년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산 직전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기술자들을 데리고 거의 매주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사정하다시피 기술을 조금씩 배워 왔다. 그렇게 10년에 걸쳐 만들어 낸 것이 64K D램이다. 삼성은 수많은 반도체 중 하나인 메모리에 집중했다. 그 선택은 한국 경제의 코어가 됐다. 일본의 몰락은 1995년부터다. 1986년 우루과이라운드 다자간무역협상을 근거로 세계무역기구(WTO)가 설립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국제분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때 미국은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에 집중했다. 공장 근로자들이 많이 필요한 반도체 제조는 동맹이면서 임금이 저렴한 한국과 대만에 맡기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애플, 엔비디아, AMD 등 미국 팹리스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같은 한국·대만 반도체 제조 분업화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 일본은 왜 빠졌을까. 당시 일본은 반도체 왕국이라는 자존심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이 초호황을 누릴 때는 세계 50대 기업의 대부분이 일본 기업이었다. 1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위협할 정도였다. 현지에선 '도쿄를 팔면, 미국 전체의 땅을 살 수 있다'는 농담이 나올 만큼 일본인들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일본은 반도체 분야에서 두 발, 세 발 앞서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분업화가 아닌 모든 공정을 사내에서 처리하는 수직적 모델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매년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어야 유지된다. 호황은 버블경제의 둔갑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30년을 버티지 못한 일본 반도체 회사들은 투자 부담에 짓눌려 자멸했다. 일본 경제는 30년 만에 호황 사이클에 올라탔다. 주식과 땅값은 사상 최고를 찍었다. 물가상승은 임금인상으로 이어지고, 또 물가에 반영되는 선순환이 확인됐다. 조심스럽던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금리를 올리면서 디플레 탈출 선언도 시간문제가 됐다.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TSMC는 일본 1공장 개소에 이어 2공장도 구마모토에 짓는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3공장 건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1공장만 봐도 구마모토 지역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의 경제효과는 2021년부터 10년간 약 9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TSMC의 일본 공장 건설은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 부활과 패권을 다시 가져오기 위한 화룡점정이다. 기시다 총리가 TSMC 일본 공장에 10조7789억원(1공장 4760억엔·2공장 7320억엔)을 지원해도 아까워하지 않는 이유다. km@fnnews.com
2024-04-09 18:10:18미국의 대표적인 대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창업 132년만에 해체됐다. GE는 지난 1892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에디슨 제너럴일렉트릭과 톰슨-휴스턴간 합병으로 설립됐고 대공황과 닷컴 버블붕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버텨왔다. 2일(현지시간)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때 미국 산업의 아이콘이던 GE가 항공기 엔진과 발전기 회사까지 분사하면서 해체가 마무리 됐다고 보도했다. GE는 한때 NBC 방송국을 소유하고 전구와 가전제품 생산, 여기에 필요한 전력 공급, 주택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주택담보(모기지) 제공 등 미국의 생활 곳곳에 깊이 파고들었던 대표적인 대기업이었다. 전설적인 최고경영자(CEO)로 주목받던 잭 웰치 시절에는 시총을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부실한 기업 인수와 부채, 자금 부족 여파로 몰락의 길을 겪어왔다. 웰치와 그의 후임인 제프 임멜트은 언론으로부터 최고 CEO들이라며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모두 부실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비난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부실 거래로는 2015년 친환경 에너지로 점차 전환되는 시기에 화석 연료용 발전기를 생산하는 프랑스 알스톰의 전력 사업을 GE 역사상 가장 큰 액수인 95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있다. 알스톰 인수는 기업을 비싼 가격에 사들여 낮은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잦은 GE의 오명을 보여주는 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GE의 몸집 줄이기는 이미 시작돼 지난 2013년 미국의 3대 방송국 중 하나인 NBC의 지분 49%를 컴캐스트에 매각했으며 2016년에는 백색가전 사업을 중국 하이얼에 팔았다. 래리 컬프 CEO는 2021년 11월 GE헬스케어를 완전히 분사시켰으며 이번에 항공기 엔진을 제작하는 GE에어로스페이스, 풍력 터빈을 생산하는 GE베르노바까지 분사되면서 해체가 마무리 됐다. 앞으로 GE에어로스페이스가 GE의 주식 거래 티커심볼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컬프가 앞으로 얼마나 더 CEO직을 이어갈지 불투명하며 GE 항공기 엔진의 주 고객인 보잉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4-03 18:17:04[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대표적인 대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창업 132년만에 해체됐다. GE는 지난 1892년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에디슨 제너럴일렉트릭과 톰슨-휴스턴간 합병으로 설립됐고 대공황과 닷컴 붕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버텨왔다. 2일(현지시간) CNN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때 미국 산업의 아이콘이던 GE가 항공기 엔진과 발전기 회사까지 분사하면서 해체가 마무리 됐다고 보도했다. GE는 한때 NBC 방송국을 소유하고 전구와 가전제품 생산, 여기에 필요한 전력 공급, 주택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주택담보(모기지) 제공 등 미국의 생활 곳곳에 깊이 파고들었던 대표적인 대기업이었다. 전설적인 최고경영자(CEO)로 주목받던 잭 웰치 시절에는 시총을 기준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부실한 기업 인수와 부채, 자금 부족 여파로 몰락의 길을 겪어왔다. 웰치와 그의 후임인 제프 임멜트은 언론으로부터 최고 CEO들이라며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모두 부실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비난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부실 거래로는 2015년 친환경 에너지로 점차 전환되는 시기에 화석 연료용 발전기를 생산하는 프랑스 알스톰의 전력 사업을 GE 역사상 가장 큰 액수인 95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있다. 알스톰 인수는 기업을 비싼 가격에 사들여 낮은 가격에 매각하는 것이 잦은 GE의 오명을 보여주는 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GE의 몸집 줄이기는 이미 시작돼 지난 2013년 미국의 3대 방송국 중 하나인 NBC의 지분 49%를 컴캐스트에 매각했으며 2016년에는 백색가전 사업을 중국 하이얼에 팔았다. GE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대신 떨어진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주 재매입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했다가 2018년에는 1907년부터 상장됐던 뉴욕 다우존스산업지수에서 퇴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해 CEO로 부임한 래리 컬프는 부채 줄이기와 기업 매각에 속도를 높이면서 2020년 GE의 상징 같았던 전구 사업마저 매각했다. 2007~2014년 전기를 적게 쓰는 LED 전구 판매가 급증했지만 대신 수명이 길어 결국 판매량이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컬프 CEO는 2021년 11월 GE헬스케어를 완전히 분사시켰으며 이번에 항공기 엔진을 제작하는 GE에어로스페이스, 풍력 터빈을 생산하는 GE베르노바까지 분사되면서 해체가 마무리 됐다. 앞으로 GE에어로스페이스가 GE의 주식 거래 티커심볼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컬프가 앞으로 얼마나 더 CEO직을 이어갈지 불투명하며 GE 항공기 엔진의 주 고객인 보잉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4-03 11:10:52[파이낸셜뉴스]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를 창업했지만 고객 돈 수십억달러를 훔쳐 몰락으로 이끈 샘 뱅크먼-프리드(32)가 28일(현지시간)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폰지사기'를 저질러 징역 150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2021년 4월 14일 교도소에서 사망한 버나드 메이도프에 이어 금융범죄로는 두번째로 높은 형량이 선고됐다. 분식회계로 무너진 월드콤 공동창업자 버나드 에버스에게 선고됐던 25년형과 같은 형량이다. 에버스는 2019년 12월 형기 가운데 13년을 채운 뒤 가석방됐지만 한 달 뒤 사망했다.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돈 수십억달러를 빼돌리고,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로 지난해 배심에서 유죄평결을 받은 바 있다. 뉴욕연방지방법원의 루이스 카플란 판사는 이날 뱅크먼-프리드에게 25년 징역형과 함께 110억달러(약 14조8000억원)가 넘는 벌금도 물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카플란 판사는 뱅크먼-프리드가 뻔뻔하고,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카 플란 판사는 아울러 그가 조기에 사회에 복귀하면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같은 점들을 감안해 중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뱅크먼-프리드는 선고 전 최후진술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WSJ에 따르면 그는 선고가 낭독되는 동안 차가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변호인은 FTX 투자자들이 자금 대부분을 회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변론은 곧바로 카플란 판사로부터 반박당했다. 카플란 판사는 FTX 고객들이 80억달러, FTX 주식 투자자들은 17억달러 손실을 입었고, 뱅크먼-프리드가 설립한 암호화폐 헤지펀드 알라메다리서치 대출자들은 13억달러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FTX는 2022년 11월 인출사태 속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3-29 03:52:11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을 2주 앞둔 27일 ‘중원의 험지’ 충북을 찾아 정권 심판론을 이어 갔다. 이 대표는 이날 충북 충주 김경욱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회의에서 “지난 2년간 국민은 윤석열 정권에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줬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지만 돌아온 것은 민생 경제 몰락과 민주주의 파괴, 미래 실종, 평화 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출생 기본소득 △월세 1만원 임대 주택 확대 등 기본주택 △국립대 무상·사립대 반값 등록금 △간병비 건강 보험 적용 △경로당 식사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기본사회 5대 정책'을 공약했다. 현 정부가 무능·무책임으로 국민 삶을 외면할 때 민주당은 제1 야당으로서 국민 누구나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 입장에서 험지인 충주에서 직접 기본사회 5대 정책 공약을 발표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이 대한민국 선거의 풍향계라고 불리는 충청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며 "충청 안에서도 (비교적) 발전이 더딘 충주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명한 것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후 이 대표는 충주 무학시장과 자유시장 등 민생 현장을 연이어 찾아 민주당 지지를 호소했다. 키워드는 정권 심판과 민주당 압승 낙관론 경계였다. 무학시장에서는 “윤 정권을 심판해 우리도 한번 희망 있는 세상을 살아 보자”고 외쳤다. 자유시장에서는 “아주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날 것 같다. 특히 충주는 약간 모자란 것 같다”며 “여러분이 얼마나 행동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원하는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국회를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하겠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공약에 대해서는 "대통령 선거 때 여야 모두가 공약해 그 일(국회 세종시 이전)이 이미 진행 중"이라며 "이미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으면서 '선거에 이기면 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국회 세종시 이전을) 못하고 있는데 이런 때는 그런 약속을 할 것이 아니라 집행 권력을 가진 정부·여당이 신속히 해치우면 된다"며 "야당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거듭 자신이 ‘충주의 사위’라며 지역적인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 장인 고향이 충주시 산척면이다. 이 대표는 선거대책회의에서 “고향이 안동이어서 과거에는 문경새재를 넘기 위해 충주를 지나다녔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지나다니지 못하게 됐다”며 “충주가 제 처가다. 장모와 장인이 있는 처가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무학시장에서는 “충주 산척면이 제 처가 동네인 것 아시죠”라며 “충주의 사위 이 대표를 생각해서라도 (김경욱 후보를) 꼭 당선시켜 달라”고 강조했다. 자유시장에서도 “개인적으로도 오랜만에 처가에 왔다. 처가가 울고 넘는 박달재 밑 산척면”이라며 “충주는 민주당 입장에서 오기 어려운 곳인데도 일부러 시간을 내 왔다”고 말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2024-03-27 18: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