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부들이 이르면 오는 여름부터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에 전쟁 자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러시아와 관계 악화를 걱정했던 4개국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이 올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마음을 바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8명의 서방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G7 정부들이 미국 주도로 트럼프 2기 정부를 대비한 우크라 지원안을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지원안은 오는 24∼25일 이탈리아 스트레사에서 열리는 G7 재무장관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G7 정상들은 6월 13~15일 이탈리아 풀리아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논의한 지원안을 확정할 것으로 추정된다. G7 정부들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이후 각국 금융기관 및 영토에서 약 3500억달러(약 474조원) 규모의 러시아 자산을 동결했다. FT는 관계자를 인용해 G7가 해당 자산들을 직접 압류하지 않고, 러시아 자산에서 원금 외 추가로 발생하는 이익을 이용해 우크라에 대출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현재 유럽연합(EU)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은 2100억유로(약 309조원)로 알려졌다. 해당 자산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세계 최대 예탁결제기구(ICSD) 유로클리어에 보관되어 있으며, 이자 및 재투자로 막대한 추가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다. 관계자들은 G7 중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정부들이 앞서 러시아 자산을 직접 압류하는 조치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러시아 자산을 압류하면 국제적으로 나쁜 선례와 금융시장 혼란을 만들 수 있다며 기초자산을 압류하는 대신 추가로 발생하는 수익만 취하는 방안에 긍정정인 모습을 보였다. 미 관계자에 의하면 우크라 정부는 G7 회원국들이 이번 지원안을 승인한다면 이르면 올 여름에 500억달러(약 67조원)의 대출금을 받을 수 있다. 관계자들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정부가 나서 다른 파트너들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 후보로 나선 트럼프와 미 공화당은 우크라 지원에 부정적이다. 이에 G7 회원국들은 미국이 트럼프 재집권 여부와 상관없이 우크라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익명의 관계자는 우크라 대출이 "11월 (대선) 전에 집행될 수 있다"며 "만약 트럼프가 이기더라도 이미 돈이 넘어간 이후"라고 설명했다. FT는 미국이 단독으로 대출할지, 아니면 G7 회원국 모두가 참여하는 특수 기관이 대출을 주도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출 보증 방식이나 상환 과정에서 위험 분담 등 기타 내용들도 미정이라고 전했다. 미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지원안은 기본적으로 지도자들이 해야 할 정치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박종원 기자
2024-05-20 18:19:12[파이낸셜뉴스] 주요 7개국(G7) 정부들이 이르면 오는 여름부터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에 전쟁 자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러시아와 관계 악화를 걱정했던 4개국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마음을 바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8명의 서방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G7 정부들이 미국 주도로 트럼프 2기 정부를 대비한 우크라 지원안을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지원안은 이달 24∼25일 이탈리아 스트레사에서 열리는 G7 재무장관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G7 정상들은 6월 13~15일 이탈리아 풀리아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논의한 지원안을 확정할 것으로 추정된다. G7 정부들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이후 각국 금융기관 및 영토에서 약 3500억달러(약 474조원) 규모의 러시아 자산을 동결했다. FT는 관계자를 인용해 G7가 해당 자산들을 직접 압류하지 않고, 러시아 자산에서 원금 외 추가로 발생하는 이익을 이용해 우크라에 대출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현재 유럽연합(EU)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은 2100억유로(약 309조원)로 알려졌다. 해당 자산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세계 최대 예탁결제기구(ICSD) 유로클리어에 보관되어 있으며, 이자 및 재투자로 막대한 추가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다. 관계자들은 G7 중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정부들이 앞서 러시아 자산을 직접 압류하는 조치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러시아 자산을 압류하면 국제적으로 나쁜 선례와 금융시장 혼란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기초자산을 압류하는 대신 추가로 발생하는 수익만 취하는 방안에는 긍정정인 모습을 보였다. 미 관계자에 의하면 우크라 정부는 G7 회원국들이 이번 지원안을 승인한다면 이르면 올 여름에 500억달러(약 67조원)의 대출금을 받을 수 있다. 관계자들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정부가 먼저 나서 다른 파트너들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선 후보로 나선 트럼프와 미 공화당은 우크라 지원에 부정적이다. 이에 G7 회원국들은 미국이 트럼프 재집권 여부와 상관없이 우크라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익명의 관계자는 우크라 대출이 “11월 (대선) 전에 집행될 수 있다”며 “만약 트럼프가 이기더라도 이미 돈이 넘어간 이후”라고 설명했다. FT는 미국이 단독으로 대출할지, 아니면 G7 회원국 모두가 참여하는 특수 기관이 대출을 주도할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출 보증 방식이나 상환 과정에서 위험 분담 등 기타 내용들도 미정이라고 전했다. 미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지원안은 기본적으로 지도자들이 해야 할 정치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는 지난 13일 공개된 뉴욕타임스(NYT) 대선 여론 조사에서 6개 경합주 가운데 5개주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앞섰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5-20 09:06:09[파이낸셜뉴스]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공세를 강화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직접 우크라에 교관을 보내 신병을 교육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훈련단이 파견될 경우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나토 군인들이 우크라에 진입하는 셈이며, 러시아와 서방의 직접 충돌 확률이 증폭될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 정부 관계자들이 미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에게 훈련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달부터 동부 전선의 공세를 강화해 하르키우 등 일부 지역에서 우크라군을 밀어내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16일 국영방송을 통해 우크라 전선의 “모든 방향에서 공세가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는 15만명 규모의 징집병을 신속하게 훈련하여 전쟁에 투입하기 위해 나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미국은 전쟁 전까지 우크라이나 서부 야보리우에서 나토의 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했으나 개전 이후 교관을 철수했다. 현재 미국과 나토 회원국은 폴란드와 독일에서 우크라군 훈련을 지원하고 있지만 우크라 병력을 해외에서 훈련하는 방식은 보급과 이동, 피로도 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군 관계자들은 우크라 내부에서 직접 훈련을 진행하면 최신 전선 정보를 적용해 훈련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본다. 16일 미국의 찰스 브라운 합동참모의장은 나토의 훈련 교관 파견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우크라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은 당장 우크라에 교관을 파견한다면, 가뜩이나 부족한 대공 무기를 우크라 최전선이나 기반 시설을 보호하는 대신 교관 보호를 위해 설치해야 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NYT는 회원국 하나가 공격받으면 모두가 방어하는 나토의 집단방어 의무를 지적하며 교관들이 공격받을 경우 러시아와 정면충돌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 백악관은 교관을 포함한 어떠한 미군도 우크라에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나토 회원국도 파병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백악관은 16일 발표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파병론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다. 지난 2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 전쟁과 관련해 파병을 포함한 “어떤 것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의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0일 우크라 군대가 동부 전선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우크라 서부에 파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의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외교장관도 지난 주 마크롱을 지지하면서 “우리 군대가 전쟁 전에도 우크라에서 우크라 군을 훈련했다. 얼마든지 재개할 수 있는 전통”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5일 미 관계자는 폴란드 접경 우크라 서부의 르비브에서 우크라 군을 훈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5-17 09:00:11[파이낸셜뉴스] 올해 예산이 없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지 못했던 미국이 신형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우크라에 공급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미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에 미사일을 공급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 예산을 아껴 미사일을 보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2월 우크라에 장거리 미사일 공급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같은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장거리 육군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에이태큼스)를 언급하며 "이미 일부를 우크라에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러시아는 북한에서 탄도 미사일을 조달하고 우크라에 사용했다"며 이번 미사일 공급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FT는 에이태큼스 일부가 이미 지난주에 우크라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설리번은 "이제 추가적인 권한과 예산을 확보한 만큼 더 보낼 것"이라면서도 "작전상 이유로 구체적인 숫자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사거리가 160㎞의 구형 에이태큼스를 우크라에 지원했다. 바이든 정부는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할 경우 우크라가 이를 러시아 본토에 사용해 확전을 유도할까 걱정했다. 우크라에 지난주 도착한 신형은 사거리가 300㎞에 달하며 크름반도는 물론 우크라 남부와 동부, 러시아 공군 및 지상군 집결지와 보급 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설리번은 장거리 미사일 공급이 러시아를 자극할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가 다른 나라, 특히 북한으로부터 장거리 미사일을 받고 전장에서뿐 아니라 우크라 민간인을 공격한 것을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미국이 준비 태세 문제로 에이태큼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라면서 "그러나 막후에서 정부는 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제 상당수의 에이태큼스를 생산하고 보유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가 에이태큼스를 러시아 본토에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 "우크라 정부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포함해 미국의 (무기) 시스템을 자국의 영토 내에서만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우리는 장기간에 걸쳐 이를 테스트했다"고 말했다. 설리번은 "그들은 그 약속을 지켰고 이번에도 지킬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포탄 및 미사일을 공급하는 대신 위성 기술 등을 받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 안보국은 지난 2월 발표에서 파편을 조사한 결과 러시아군이 20기가 넘는 북한산 ‘화성-11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 민간인을 해쳤다고 주장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군은 이미 지난주 도착한 에이태큼스를 러시아군을 향해 사용하고 있다. 우크라군은 지난 22일 신형 에이태큼스로 아조우해 연안 항구도시 베르단스크를 공격했다. 다음날에는 크름반도의 드잔코이의 군사 공항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관계자들은 미국이 비밀리에 에이태큼스를 공급한 이유에 대해 러시아가 공급 사실을 알고 무기 등 전략 자산을 사거리 밖으로 빼지 못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미사일 공급은 미군 예산을 아낀 돈으로 이뤄졌다. 개전 이후 꾸준히 우크라에 무기를 보냈던 바이든 정부는 예산이 고갈되자 지난해 10월부터 미 의회에 추가 예산을 요청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우크라 지원 예산은 지난해 말부터 고갈되었다. 지난달 설리번은 바이든 정부가 방산업체와 거래에서 유리한 협상으로 지출을 줄였다며 우크라에 3억달러(약 4130억원) 상당의 무기와 장비를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원된 에이태큼스도 해당 지원안에 포함되었다. 바이든 정부는 이달 미 의회가 608억달러(약 84조원)의 우크라 지원 예산을 승인하면서 에이태큼스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4-25 09:07:48[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재건 사업에 손대고 있다고 알려진 러시아 국방차관이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체포 소식을 보고 받았다. 미국 ABC 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티무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차관을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올해 48세인 이바노프는 러시아가 우크라 침공을 시작한 2022년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 양쪽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앞서 미 경제지 포브스는 이바노프가 원자력 산업 전문가인 동시에 러시아 군수 산업 분야에서 손에 꼽히는 부자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에 임명된 이바노프는 군부와 관련된 부동산 관리, 주택 및 의료 지원, 건설 등을 감독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2월 러시아 감옥에서 사망한 반(反)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세운 반부패 재단은 2022년 발표에서 이바노프가 부인과 함께 호화로운 해외 여행을 다닌다고 주장했다. 반부패재단은 지난해에도 이바노프의 부인이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을 한 뒤 프랑스에서 호화 생활을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타스 통신을 통해 푸틴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모두 이바노프의 체포를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지 매체들은 이바노프의 부패 혐의 가운데 우크라 도네츠크주 마리우폴의 재건 사업과 관련된 내용도 있다고 전했다. 흑해와 접한 마리우폴은 러시아에게 점령되기 전에 우크라군의 격렬한 저항으로 폐허가 되었다. 러시아 군부의 공식 매체인 즈베즈다방송은 지난 2022년 여름 보도에서 러시아 국방부가 마리우폴의 파괴된 주거 시설을 복구하고 있다며 이바노프의 현장 감독 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4-24 09:57:05야당의 반대로 약 반년 동안 해외 분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미국이 마침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대만에 약 131조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 붓게 됐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세계 각국에 "미국의 지도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축했으며 지원을 받은 각국에서도 일제히 감사를 표했다. ■공화당, 바이든과 대치 끝에 결단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 하원은 20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우크라 지원 예산 608억 달러(약 84조원) △이스라엘 지원 예산 260억 달러(약 36조원) △ 대만과 인도·태평양 동맹 및 파트너의 안보 지원 예산 81억 달러(약 11조원) △중국 SNS 틱톡 강제 매각 수정안까지 4개 법안을 가결했다. 해당 법안들은 상원 표결을 거쳐 바이든의 서명을 통해 발효되며, 민주당이 과반인 상원 상황을 감안하면 무난히 통과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우크라 지원 예산 고갈을 우려했던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자 이스라엘과 우크라, 대만을 지원하는 예산을 묶은 1050억달러 규모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으나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공화당 강경파는 우크라 전쟁에 돈을 쓰는 것보다 불법 이민자 차단이 더 급하다며 바이든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올해부터 미국의 지원이 고갈된 우크라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원에서는 지난 2월 우크라와 이스라엘, 대만 지원 예산을 묶은 예산안을 통과시켰으나 하원에서 이를 처리하지 않았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루이지애나주)은 이달 이란과 이스라엘이 미사일을 주고받는 등 중동 상황이 심각해지고 우크라의 패색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공화당 강경파 설득에 나섰다. 그는 결국 상원에서 통과된 예산안을 3개로 쪼개 처리했다. 강경파로 꼽히는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주)은 20일 우크라 지원안 등을 표결에 올린 존슨에 대해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존슨의 해임안을 제출안 테일러는 "존슨은 이미 레임덕(권력 누수에 허덕이는 정치인)"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스라엘, 美에 감사바이든은 20일 하원의 표결 직후 성명을 내고 "하원 양당 의원들은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증진하고 세계무대에서 미국 리더십의 힘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투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상원이 이 법안을 나에게 빨리 보내줘서 법안에 서명하고 우크라의 긴급한 전장 수요를 맞추기 위해 무기와 장비를 신속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법안이 발효되면 미군이 일단 유럽 등의 무기 재고를 우크라에 공급하고 배정된 예산으로 재고를 보충한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날 성명을 내고 "오랫동안 기다려온, 매우 중요한 미국의 원조 패키지에 대한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의 악이 승리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모든 미국인에게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의 지원을 이용해 두 나라를 강하게 만들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패배해야만 하는 이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2년 2개월 동안 우크라를 침략하고 있는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예산안 통과에 대해 "미국을 더 부유하게 만들겠지만 우크라를 더 망치게 될 것이며, 더 많은 우크라인들의 죽음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우크라 정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 의회가 원조 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키며 이스라엘과 서구 문명 수호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대변인을 통해 하원의 예산안 통과가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침략"이라고 주장했다. ■대만·틱톡으로 中 견제 가속대만 국방부 역시 20일 발표에서 대만 지원 예산에 감사를 표했다. 국방부는 이날 표결에 대해 "대만에 대한 미국의 변치 않는 지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기존 협의체를 통해 예산 사용에 관해 미국과 조율하고, 국가 안보와 대만해협의 평화 및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대비 태세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대만 등 중국 주변국에 안보 지원을 제공할수록 중국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미 공화당은 20일 하원 표결에서 상원의 예산안과 별도로 강경파들의 입맛에 맞는 중국 견제 법안을 추가했다. 이날 통과된 4번째 법안인 '21세기 힘을 통한 평화' 법안에 따르면 세계적인 동영상 공유 SNS인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270일 이내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서비스가 금지된다. 법안은 미 대통령에게 1회에 한해 90일간 매각 시한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미 의원들은 바이트댄스가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기업이기에 틱톡에 가입한 미국인의 정보가 중국 당국으로 넘어간다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틱톡은 20일 표결 직후 성명을 내고 "하원이 1억7000만명에 달하는 미국인(틱톡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짓밟고 700만개 기업을 황폐화하는 한편 연간 미국 경제에 240억달러를 기여하는 플랫폼을 폐쇄할 수 있는 법안을 서둘러 처리하기 위해 중요한 외교 및 인도 지원을 핑계로 삼은 것은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SNS 엑스(X)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19일 X에 글을 올려 "틱톡 금지가 X에 도움이 될 지라도 미국에서 틱톡이 금지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4-21 18:13:53[파이낸셜뉴스] 올해 들어 미국의 탄약 지원이 끊긴 우크라이나가 연말에는 러시아에 패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러시아 측은 미국이 다시 지원해도 전황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8일(현지시간)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의 윌리엄 번스 국장은 이날 미국 텍사스주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우크라 지원 재개를 촉구하며 전황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20일 하원에서 표결 예정인 610억달러(약 84조원) 규모의 우크라 군사 지원 법안을 언급했다. 번스는 "우크라가 군사 지원을 받는다면 실질적, 심리적인 증강 효과와 함께 올해 내내 자국을 전체적으로 방어하고 시간이 자기편이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만한 견해를 거덜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원 법안이 부결될 경우 "상황이 훨씬 나쁘다"며 "우크라가 2024년 말에 전쟁터에서 지거나 최소한 푸틴이 정치적 해결 조건을 강제할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미국의 우크라 지원이 “우크라에게 불리한 전선 상황을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의 지원 안건은 사실상 마지막 우크라인까지 싸우도록 우크라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을 잊지 않는다"며 미국의 지원이 결국 미국의 방위 산업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스코프는 동시에 우크라가 미국의 지원 때문에 빚더미에 오른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22년 2월에 러시아가 우크라를 침공한 직후 다양한 군사 지원을 제공했으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지원 예산을 모두 소진했다. 기존에 책정된 예산은 지난해 12월에 고갈되었으며 우크라는 올해 들어 탄약이 부족해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에게 남부 국경 불법 이민자 문제부터 해결하라며 우크라 지원 예산을 계속 반대했다. 특히 하원의 공화당 강성 의원들은 지난 2월에 610억달러 규모의 우크라 지원 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반대하는 상황이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루이지애나주)은 오는 20일 당 내 강경파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우크라 지원 예산안을 표결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공화당 대선 주자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 자신이 세운 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모두가 동의하듯 우크라의 존립과 강인함은 우리보다 유럽에 훨씬 더 중요하다"며 "그러나 우리에게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시에 "왜 유럽은 우크라를 돕는데 더 많은 돈을 내지 않는가"라며 "왜 미국이 유럽보다 더 많은 돈을, 1000억달러(약 138조원) 이상을 우크라 전쟁에 지원하고 있는가"라며 또다시 돈 문제를 꺼냈다.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이 전쟁은 결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와 관련해 미 정치 매체 더힐은 유럽이 우크라에 제공한 액수가 이미 미국과 비슷한 액수지만 대부분 재정 및 인도적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이 탄약과 무기 등 군사 지원으로 지원한 금액은 미국에 아직 크게 못 미친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4-19 09:06:42[파이낸셜뉴스] 약 2개월 동안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지원용 안보 예산을 방치하고 있던 미국 공화당이 이르면 이번 주에 해당 예산을 하원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그동안 국경 관련 양보를 받기 전까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책에 동의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던 강경파의 의견에 따랐지만 이란이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면서 해외 동맹들의 눈치를 보게 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루이지애나주)은 15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상원을 통과한 해외 안보 지원 예산안을 이번 주 하원에서 표결한다고 밝혔다. 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한 공화당은 지난해부터 바이든 정부의 2024년 예산에 포함된 우크라 지원 예산에 반대하며 멕시코 국경의 불법 이민자부터 줄이라고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과 바이든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해외 안보 지원 예산을 분리했다. 상원에서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은 지난 2월 우크라(600억달러·약 84조원)와 이스라엘(140억달러·약 19조원), 대만 및 인도(80억달러·약 11조원) 등에 안보 지원을 제공하는 953억달러(약 133조원)의 예산안을 통과시켜 하원에 보냈다. 존슨은 공화당 강경파의 눈치 때문에 상원에서 넘어온 안보 예산안을 하원 표결에 올리지 못했다. 하원의 공화당 강경파들은 바이든에게 국경 강화 부분에서 양보를 받아내지 못하며 바이든의 우크라 지원에 동의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화당은 지난해 11월에 이스라엘만 지원하는 해외 안보 예산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으나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존슨은 최근 우크라가 탄약 부족으로 전선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최근 우크라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15일 공화당 의원 모임에서 공지된 바에 따르면 존슨은 953억달러 지원안을 우크라 지원안, 이스라엘 지원안, 대만 및 인도 지원안까지 3개로 쪼개서 표결에 부칠 계획이다. 존슨은 3개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면서 공화당 의원들이 좋아할만한 4번째 정책 표결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현지 매체들은 중국 SNS인 틱톡을 언급하며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미국 내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함께 처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슨은 15일 발표에서 “우리는 전 세계가 미국의 반응을 지켜본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세계에는 테러리스트와 폭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같은 끔찍한 지도자가 있다”고 말했다. 존슨은 “이들과 이란은 미국이 동맹과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국익을 위해 행동하는 지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원안을 국가별로 쪼개는 조치는 우크라 지원안에 극도로 부정적인 공화당 강경파의 반발을 최대한 잠재우기 위한 방책으로 추정된다. 존슨은 우크라 지원에 쓰이는 돈이 미국 내 탄약 생산에 쓰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원 예산 덕분에 “미국의 무기와 탄약을 만드는 미국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주장했다. 다만 NYT는 안보 예산을 쪼개면서 민주당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특히 민주당 내 강성 좌파 세력은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분쟁이 길어지자 무조건적인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4-16 10:06:27[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콘서트장 총격 테러가 이슬람 급진주의자의 소행이라고 인정했다. 사건 직후 우크라이나를 의심했던 그는 비록 급진주의자가 테러를 실행했지만 배후에 다른 세력이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를 향한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은 25일 화상으로 공연장 테러 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는 최소 4명의 무장괴한들이 관중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25일 기준으로 총 139명이 사망했으며 182명이 다쳤다. 사건 직후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IS 호라산(IS-K)'은 자신들이 이번 사건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수니파 계열인 IS-K는 아프간 탈레반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 러시아의 이슬람 체첸 반군 탄압, 시리아 이슬람 시아파 정부와 러시아의 협력 등을 두고 러시아와 적대 관계였다. 그러나 푸틴은 체포된 범인들이 우크라로 달아나려 했다며 배후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 외신들은 이달 5선에 성공한 푸틴이 IS-K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경우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고 분석했다. 2년 넘게 러시아의 침공을 막고 있는 우크라는 푸틴의 의혹에 즉각 반발했으며 미국 역시 우크라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5일 발표에서 이번 테러에 대해 “IS의 조직이 계획하고 수행했다”며 IS-K가 “프랑스 영토에서도 여러 적대 행위를 저지르려고 했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푸틴을 겨냥해 "이런 상황을 이용해 우크라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러시아 자체와 러시아인의 안위에 부정적이고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푸틴은 25일 마크롱의 발언 직후 회의에서 "우리는 이슬람 세계가 수 세기 동안 이념적으로 싸워온 급진 이슬람주의자의 손에 의해 이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누가 그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지만, 이제는 누가 그것을 명령했는지를 알고 싶다"며 다른 배후 세력이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푸틴은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 정말 러시아를 공격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많은 의문에 답을 얻어야 한다면서 러시아가 중동 문제의 올바른 해결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인들이 왜 우크라로 도망가려고 했는지, 그 곳에 누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이번 테러가 '협박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누가 이익을 얻는가? 2014년부터 네오나치 우크라 정권의 손에 의해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온 자들이 자행해온 시도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미국이 이번 사건과 우크라가 관계없다는 주장을 다른 국가에 주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3-26 09:11:18[파이낸셜뉴스] 이달 5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규모 테러 공격으로 체면을 구기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서방 매체들은 푸틴이 테러를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는 가운데,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국가(IS)가 최근 중앙아시아에서 세력을 회복중이라며 새로운 위협에 대비해야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IS 대신 우크라 언급 반복러시아 당국의 사건 조사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발표에서 22일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사건 사망자가 137명이며 최소 18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당시 공연장에서는 최소 4명의 무장괴한들이 약 6000명의 관중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현지 당국은 23일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총 11명을 검거했다. 핵심 용의자 4명은 24일 멍과 상처가 가득한 모습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전날 러시아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는 러시아군이 체포된 용의자들을 고문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달레르존 미르조예프(32),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 샴시딘 파리두니(25), 무하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로 확인된 4명은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 국적으로 확인되었으며 5월 22일 공판까지 구금될 예정이다.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는 국적도, 조국도, 종교도 없다"며 이번 사건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IS 호라산(IS-K)'은 사건 직후 자신들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23일에는 자체 선전 매체 아마크를 통해 90초 분량의 테러 영상을 공개했으며 영상에는 '독점 영상: 기독교인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공격'이라는 아랍어 자막이 들어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정작 러시아 현지에서는 IS에 대한 비난은 물론 언급조차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23일 연설에서 용의자에 대해 "그들은 우크라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2년 넘게 러시아의 침공을 막고 있는 우크라는 테러 연루 의혹을 즉각 부인했다.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4일 인터뷰에서 "우크라가 테러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사건의 모든 책임이 IS-K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SNS를 통해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로 향하는 비난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IS-K를 가리킨다고 주장했으나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자존심 망가진 푸틴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 연설에서 "푸틴과 다른 나쁜 인간들은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 우크라 땅에서 우리와 싸우기 위해 테러범 수십만 명을 이곳으로 몰아냈고, 그들은 자기 나라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보도에서 이번 테러로 인해 푸틴의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고 지적했다. 과거 푸틴의 연설비서관으로 그의 연설문을 작성했던 정치 평론가 압바스 갈랴모프는 WSJ에 "푸틴이 평화와 안정을 가져온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갈랴모프는 "진짜 IS가 배후라면 전체 대외정책이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푸틴이 "우크라에 화살을 돌리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 미하일 비노그라도브는 23일 현지 경제매체 RBK TV에 출연해 "우크라가 이번 테러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 않다"며 "우리는 안보라는 주제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22일 발표에서 이달 초 모스크바 콘서트장을 겨냥한 테러 공격 계획을 입수하여 러시아에 알렸다고 주장했다. NYT는 푸틴이 19일 미국의 경고에 대해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명백한 협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사실상 푸틴의 종신 집권이 확정된 러시아에 권위주의가 가득하다며 지도부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네덜란드에서 대테러 전문가로 활동하는 그리고리 세르시코프는 WSJ를 통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우크라 전쟁과 관련 위험에 너무 집중한 것 같다"며 "너무 많은 전선에서 싸우면서 과부하가 걸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독일 싱크탱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선임 연구원은 WP를 통해 "러시아는 지금 모든 곳에서 모든 시민을 밀착 감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경찰국가"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보안이 점점 강화되는데 이런 사태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가 진짜 의문"이라고 밝혔다. IS 부활 가능성 경계해야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부 잔당 및 각종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모여 탄생한 IS는 지난 2014년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튀르키예 남부 등에서 혼란을 틈타 이슬람 율법 중심의 신정국가를 건국했다. 미국과 이라크, 서방 국가들이 포함된 다국적군은 이후 꾸준히 IS를 공격했으나 IS는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등에 해외 지부를 확장하며 테러 공격을 일삼았다. IS의 해외 지부들은 미국이 2018년 IS를 상대로 승리 선언을 한 이후에도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계열인 IS-K는 과거 아프간에 미군이 주둔할 당시만 해도 현지 이슬람 세력인 탈레반과 협력했다. 이들은 탈레반이 점차 친서방 온건 노선으로 돌아서고 이슬람 시아파와 협력하자 탈레반마저 적으로 돌리고 테러를 일삼았다. IS-K는 지난 2021년 8월 미군의 아프간 철수 당시 수도 카불의 공항에서 폭탄 테러를 감행했으며, 같은 반(反)미 전선에 속해있지만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을 적대하고 있다. IS-K는 지난 1월 이란 케르만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추도식 당시에도 폭탄 테러를 벌였다. 미 안보연구기관 수판센터의 콜린 클라크는 NYT와 인터뷰에서 IS-K가 "지난 2년 동안 러시아에 집착했다"고 설명했다. IS-K는 크게 아프간과 체첸 공화국, 시리아 문제로 러시아를 증오하고 있다. NYT는 최근 서방에게 고립된 탈레반이 1980년대 아프간을 침공했던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나선 점이 IS-K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2000년 전후로 체첸 공화국의 이슬람 반군이 주도한 독립 운동을 탄압했으며, 2015년에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시아파 세력인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협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 보도에서 IS-K가 아프간과 이웃한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조직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엔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IS-K가 타지키스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자마트 안사룰라'를 포함해 중앙아시아 테러 단체 출신 주요 인사들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달 러시아 테러뿐만 아니라 지난 1월 이란 테러의 주동자도 타지키스탄 국적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IS-K가 최근 "탈레반 정권에 환멸을 느낀 탈레반 출신 전사들과 다른 외국 전투원들을 유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더 확장된 모집 전략을 채택했다"며 아프간 너머에서도 위협을 가할 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3-25 14:2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