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개발한 막걸리 '산삼가득'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건강에 관심이 높은 일본인의 '술맛'을 자극하고있다. 경기도는 '산삼가득' 막걸리를 제조하는 우리산양삼영농조합법인(대표 황성헌)이 일본 알파코퍼레이션(Alpha Corporation)사와 수출계약을 맺고 지난달 28일 1차 물량을 선적한데 이어 오는 16일 2차 물량 25.5t(3만4000병)을 추가 선적키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산삼가득' 막걸리는 지난 2009년도 농업기술원이 개발해 우리산양삼영농조합에 기술 이전한 막걸리로 100% 고품질 경기미와 광주 특산 산양삼으로 제조했다. 이 막걸리는 2010년 농식품부가 전국 560개 전통주 양조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막걸리 16강 대회' 입상, 2011년 경기도 우리술 품평회 1위에 등극하는 등 맛과 기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산양삼에 포함된 사포닌 함량을 기존에 비해 두 배 높은 550ppm으로 증가시키는 특허기술로 발효시켜 심신 안정 효과가 뛰어나고 숙취와 트림이 없는것이 특징이다. 한국시험분석연구원 성분분석 결과 '산삼가득'의 조사포닌 함량은 750㎖ 1병당 1만7000㎎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막걸리는 막걸리 수요가 거의 없던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성공해 인도네시아로 120t, 22만 달러가 수출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원전사고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일본인들이 면역력이 좋은 산삼막걸리를 찾고있다"고 말했다. /wts140@fnnews.com 박정규기자
2011-12-15 10:35:22삶에는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일들이 중요해 보이지만, 은은한 감정들을 자아내는 일들도 중요하다. 이웃과 나누는 친절함, 개인적인 독서·산책·성찰 등은 평범해 보이지만 강박을 치유하고, 부푼 욕망을 잠재우고, 영혼의 품격을 지켜주면서, 창조적인 일을 해내게 하는 힘이 있고, 요란하지 않은 감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여질 만큼 공동주택이 많아 우연히 모인 다양한 사람들이 같은 단지에서 살게 된다. 주민의 대다수는 집과 직장으로 나뉘어 공동주택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동대표로 봉사하라고 권유하면 사양하기 바쁘다. 그래서 어쩌다가 동대표를 맡게 된 사람들이 책임감에 어쩔 수 없이 계속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공동주택 안에서의 관계들, 다툼들은 매일 무대에 올려지는 연극처럼 벌어진다. 그래서 관리사무소장 이하 직원들은 상식적인 결정을 할 때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가 되고 있고, 주무관청의 의견을 수시로 묻게 된다. 모든 경우의수를 법이 담을 수는 없기 때문에 때로는 법 해석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우리나라 법령 체계 속에는 공동주택관리법이 이에 해당된다. 이 법에 근거해 아파트별로 관리규약이 있다. 이 밖에도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K-apt 공동주택관리시스템 등의 인프라가 투명하게 제공되고 있어 옛날과 달리 고의성이 있는 부정이 있기는 어렵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만인의 만인에 의한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욕망의 표출이다. 아파트 안도 작은 사회인지라 말이 돌고 돌아 결과적으로 누가 누구에게 정보를 주고 있는 것인지 요지경이고, 이간질 및 허위정보들이 중첩된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현시하고 싶어하고 영향력을 투사하고 싶어하고 갑질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 문제가 2018년, 2020년, 2023년 등에 불거져 공분을 산 바 있다. 엄밀히 말하면 갑질은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괴롭힌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현실에서는 피해자의 지위와 관계없이 일어난다. 예를 들면 관리소장, 관리직원, 동대표에 대한 의심과 공연성을 가진 명예훼손은 피해자에게는 큰 모멸감을 준다. 우리 사회에는 자살로 자신의 감정과 억울함을 알리는 사고들이 자주 보도되는 편이라 극단적인 경우가 우려되기도 한다. 어떤 학자들은 한국인이 자신의 가치를 타인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에 대한 절제력보다는 외부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려 노력하는 경향성이 미국인이나 일본인에 비해 크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러한 원인 분석도 중요하겠지만 타인을 지옥으로 만드는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공동주택 관리에 관찰자 입장에 서 있는 대다수에게 있다고 생각된다. 누구나 바쁘다. 그런데 공동주택 관리는 궂은일이니 누군가 해주기를 기대하고 자신은 빛나는 일만 하려고 한다면, 봉사가 과도한 희생만을 의미한다면 한국 사회의 작은 미니어처인 공동주택이라는 공간 내에 품격을 보태기 어렵다. 공동주택이 이러한 양상이라면 이들이 모인 한국 사회도 한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대한 한국인 없이 위대한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는 실체들의 광대한 그물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속성에 자기과시 성향이 강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웃들의 따뜻한 상호작용이 차원 높은 관계 그물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속한 작은 사회에서는 어떤 분들이 묵묵히 일하면서도 비난을 받고 있는지, 내 행위는 타인이 곧 지옥이 되는 상태를 방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보자. 우리는 국가적 성취를 이루어내느라 각자 바빴던 국민들이다. 이제 작은 사회도 살피면서 삶에 미학을 담아낼 시기가 온 것 같다. 이종은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2024-05-14 18:06:06[파이낸셜뉴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도로에서 술에 취해 승용차를 몰다가 호텔 셔틀버스를 들이받은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공항경찰단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20대 A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8시 9분께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앞 도로에서 술에 취해 BMW 승용차를 몰다가 정차해 있던 호텔 셔틀버스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호텔 셔틀버스에는 6~10명 정도가 타고 있었다. 경상을 입은 일본인 2명은 항공기 출국시간이 임박해 병원에 가지 않고 곧바로 출국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사고로 A씨는 왼쪽 손목 골절상 등을 입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또 20대 셔틀버스 기사도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받은 경찰이 측정한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인 0.08% 이상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 음주 운전한 거리와 경위 등을 추가로 조사할 방침"이라며 "당시 셔틀버스에 승객들도 타고 있었는지와 추가 피해가 있었는지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5-07 07:37:35[파이낸셜뉴스] 오타니 쇼헤이(29·LA 다저스)의 결혼이 화제인 가운데, 그의 부모님은 여자 아나운서나 연예인과 결혼은 반대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매체 뉴스 포스트 세븐은 12일 "오타니의 부모는 아들의 결혼 상대로 '여자 아나운서나 연예인은 안 된다. 건강해야 하며, 가능하면 스포츠를 하는 여성이 좋다'는 조건을 꼽아 왔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일본인 선수들에게 그동안 결혼 상대로 해외 생활 경험이 있거나, 영어에 능숙한 여성이 적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이국땅에서 그런 아내의 존재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오타니의 아버지인 토오루는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시점에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타니의 아버지 토오루는 "나는 25세에 결혼했지만, 오타니라면 30세 정도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미국에서 언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유로 결혼할 건 아니라 본다. 의사소통이 어려우면 통역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매체는 "오타니의 집안은 오타니 가족의 일원이 될 여성에게 스포츠 경험을 원했던 것 같다. 성장 과정에서 스포츠를 접하는 게 아이들의 심신 성장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오타니의 아버지인 토오루는 사회인 야구팀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뛰었던 야구 선수로 알려졌다. 오타니의 어머니인 카요코는 과거 배드민턴 선수 출신이다. 중학교 때 전국 대회 단체전에서 준우승을 거둔 경력도 있다. 여기에 오타니의 7살 형인 류타 역시 사회인 야구 선수로 뛰다가 도요타자동차 팀에서 코치로 활약 중이다. 오타니보다 2살 많은 누나는 배구 선수로 뛰었다. 오타니의 가족 모두가 스포츠 선수로 활약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매체는 "그런 오타니가 결혼 상대로 '스포츠 경험한 여성'을 희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오타니의 결혼 상대로 알려진 27세의 여성은 지난해 실업 농구팀에서 은퇴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전 농구 선수"라고 전했다. 또 매체는 "운동 능력의 66%는 유전 요인으로 정해진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더욱이 키는 80~90%가 유전이라고 한다. 오타니의 키는 193cm인데, 그의 아버지 토오루는 182cm, 어머니 카요코는 170cm로 같은 나이대 사람과 비교하면 상당히 키가 큰 편"이라고 짚었다. 한편 오타니는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가 매우 특별한 누군가와 함께 새로운 삶을 열었다는 소식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다. (LA 다저스라는) 새로운 팀과 환경 속에서 시작하는 가운데, 우리 둘(또 반려견까지)이 함께 노력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팬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아직 미숙한 부분이 있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한다"며 결혼 사실을 공개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3-13 07:46:35【도쿄=김경민 특파원】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의 정치 비자금 사태가 기시다 후미오 내각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 스캔들은 가뜩이나 낮은 내각 지지율에 기름을 붓는 형국으로 정권 교체설까지 대두되는 분위기다. 집권 이래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한 기시다 총리는 불법 비자금과 관련된 아베파 소속 의원을 모두 갈아치우는 강수를 생각하고 있으나 정국은 쉽게 환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터진 스캔들, 동력 잃은 기시다 내각 12일 현지 언론 및 정치권에 따르면 잇단 사건사고로 내홍이 계속되고 있는 기시다 내각은 안으로는 정책 추진 동력을 잃고, 밖으로는 주요 외교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내각의 정책 추진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방위력 강화를 위한 증세를 시작하는 시기는 2024년도 여당 세제개편 개요에 명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야자와 요이치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전날 간부 회의 후 "연내의 방위 증세의 시기 결정을 보류한다"면서 증세의 개시가 2026년 이후가 될 것을 암시했다. 지난해 말 일본 정부는 소득·법인·담배 3세의 증세에 대해 "복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해 2027년에는 1조엔 이상을 확보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재무성은 연내 증세 시기를 확정시키려 했으나 결국 대형 스캔들이 터지면서 내각이 신뢰를 잃었고, 정책이 무산된 것이다. 못 간다 하세요... 외교 일정도 올스톱 비자금 의혹은 외교 일정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 1월 상·중순 예정했던 남미 방문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당초 내년 1월 9일 일본에서 출발해 브라질, 칠레 등 남미 여러 국가를 순방할 계획을 세우고 조정을 추진해왔다. 마이니치신문은 "향후 정권 운영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년 1월 후반 소집될 것으로 보이는 정기국회를 위해 기시다 총리의 국내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도쿄지검 특수부는 자민당 5개 파벌의 정치자금에 대한 수지 보고서 불기재·허위 기재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아베파 소속 의원들은 정치자금 모금 '파티권' 판매 할당량 초과분을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모금한 돈을 되돌려 받아 비자금으로 삼았다는 혐의도 받는다. 파티권은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유료로 진행되는 행사(파티)시 판매하는 티켓이다. 연루 의혹 의원만 벌써 10명, 검찰 수사 속도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자 기시다 총리는 각료와 차관급 인사는 물론 자민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아베파 소속 의원을 모두 물갈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각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자칫 이번 문제가 정권 교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시다 내각 각료로 활동하는 아베파 의원은 정부 대변인이자 총리관저 2인자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 4명이다. 차관급인 부대신과 정무관으로 임명된 아베파 의원은 각각 5명과 6명이다. 이들 중에 비자금 조성 의혹이 보도된 인물은 마쓰노 장관과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이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 의원 전원 사퇴를 불사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더해 하기우다 고이치 정무조사회장, 다카기 쓰요시 국회대책위원장,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상원) 간사장 등 자민당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아베파 실세 의원도 사실상 경질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비자금 게이트와 관련해 실명이 거론된 아베파 의원은 이미 10명에 이른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수사 인력을 50명 수준으로 늘려 아베파 비자금 의혹을 파헤칠 방침이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총리관저에서 "자민당 정치집단의 정치자금에 관한 의혹에 관해 국민 사이에서 의혹이 확산하는 점을 심각히 받아들이며,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국정이 지체되지 않도록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민 90% "기시다 책임", 지지율 20%대 '최악' 일본 국민 10명 중 9명은 아베파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총리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산케이신문 및 후지뉴스네트워크(FNN)가 지난 9∼10일 진행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기시다 총리의 책임을 묻는 여론조사 질문에 '많이 있다'와 '약간 있다'의 합계는 87.7%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 1000만엔(약 9070만원)을 넘는 비자금을 챙긴 의혹을 받는 마쓰노 관방장관의 대응에 대해서는 87.4%가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8.3%는 정치자금과 요직을 나누는 자민당 파벌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5.3%p 하락해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인 22.5%를 기록했다.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가 있습니다. 혼네는 진짜 속마음이고, 다테마에는 밖으로 보여주는 겉마음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좀처럼 혼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일본은 다테마에의 파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3-12-12 13:32:13【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하면 어떤 독특한 이미지와 감성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일본인을 생각하면 먼저 질서, 매너, 겸손 등과 같은 단어가 떠오르는데요. 이번에는 이런 일본인의 이미지를 만든 일본의 관습, 예절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일본인을 만드는 정신, '와(和)' 일본을 설명할 때 일본의 정신인 '와(和)' 문화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한자로 화합, 온화 등과 같은 말을 만드는 '화할 화'가 쓰이는데요. 일본어로는 '와'로 발음합니다. 일본의 '와'는 조화와 평화를 의미합니다. 이는 일본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섬나라인 일본에서는 서로 '사이 좋게 지낸다'라는 가치가 매우 중요했는데요. 일본 사람들의 생활 태도와 사고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보통 "일본식이다" 하는 것들에 '와' 자가 많이 쓰입니다. '와규'(일본산 소), '와쇼쿠'(일식) 등이 대표적이죠. '와'로 시작해 '와'로 끝난다 '와'는 일본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서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합니다. 이를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일본인들에 대해 더욱 깊은 소통과 이해가 가능해집니다. '와'가 어떤 식으로 일본 사회에 녹아있는지 분야별로 살펴볼까요? 일본의 비즈니스 문화에서 '와'는 팀워크와 협력을 강조합니다. 일본의 회사에서는 개인의 업무 성과보다는 팀의 성과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개인 한 사람의 특출난 능력보다는 팀플레이를 우선시하는 문화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천재들은 조직의 미움을 사는 일이 많은데요.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임무에 최선을 다하며 본분을 지킨다. 분수에 맞게 살아야 탈이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일본인의 생각 저변에 깊이 깔려 있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우리 속담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요. 일본에 노포가 많은 이유 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가게나 기업이 무려 2만7000여개가 된다고 하는데요. 전 세계의 100년 이상 된 기업 중 40%, 세계 최장수 기업 10개 중 9개가 일본에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1000년 이상된 곳도 21개나 된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많은걸까요? 이것 또한 자기 포지션에서 본분을 지키는 '와' 사상과 연관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사이 좋게 지낸다'는 것은 각자의 계급에서 각자의 할 일을 할 때 유지됩니다. 그 옛날 일본의 천왕과 귀족은 백성의 계급과 할 일을 정확히 정해주었습니다. 이 룰을 어기는 자들은 사무라이들이 즉결 심판할 수 있었습니다. 남의 영역을 침범하면 벌을 받게 되는 사회 구조였어요. 이런 이유로 일본 사람들은 수백년 동안 자식에 그 자식들로 이어져 한가지 일만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지금의 노포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죠. 행동 하나하나가 '와' 일본은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와'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고 합의를 통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와'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일본의 사회적 가치를 반영합니다. 교육 분야에서도 '와'의 영향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학교 교육에서부터 학생들에게 개인의 성취보다는 집단의 조화를 중시하며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을 가르칩니다. 이러한 가치관은 일본의 전통적인 교육 철학인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われ)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모든 것이 상호 연결돼 있으며 이해와 존중을 통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일본의 전통적 교육관입니다. 예술과 디자인 분야에서도 '와'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가구나 건축물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와'를 표현합니다. 특히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일본의 정원 디자인은 '와'를 예술로 승화시킨 사례입니다. 식사 문화에서도 '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모양, 색상, 그리고 그릇까지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하며, 이를 통해 식사를 더욱 풍성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만듭니다. 이처럼 '와'는 일본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서부터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이르기까지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인의 일상 예절 일본 예절은 교통수단에서 시작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승객들이 소음을 내지 않도록 조용히 이동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휴대폰의 소리를 최소화해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차량 내에서는 절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택시는 상관 없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일본 사람들이 사회적인 공간에서 타인에게 미세한 불편함도 주고 싶지 않다는 배려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남에게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일본인에겐 기본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일본에서는 인사도 허투루하는 일이 없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더 심혈을 기울여 인사를 합니다. 몸을 앞으로 굽히는 정도에 따라 인사의 정도가 달라지죠. 상대방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간주됩니다. 심지어 도장을 찍을 때도 보고를 받는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도장의 기울기를 달리해 찍을 정도라니까요.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보셨죠? 식사를 시작할 때는 '이따다끼마스'(いただきます·잘 먹겠습니다)라는 말로 식사를 시작합니다. 또 식사가 끝날 때는 '고치소사마데시타'(ごちそうさまでした·잘 먹었습니다)라는 말을 꼭 합니다. 이는 음식을 제공해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본의 일상 예의 중 하나입니다. 배려는 너와 나를 위한 당연한 생각 일본 전체가 예절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의 마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단순히 타인에 대한 배려만이 아니라 자신을 더욱 성숙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일본인들은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운전을 한번 해보면 배려가 몸에 밴 일본인을 가장 빨리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일본에서 1년을 넘게 살면서 경적 소리를 들은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요. 깜빡이를 켜면 뒷 차가 양보를 하는 것은 당연했고요. 운전석과 도로는 한국과 반대였지만 처음부터 운전하기가 참 편해 빨리 적응했습니다. 도심은 물론 제한 속도가 40㎞였던 시골 길조차도 누구 하나 법규를 위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뒤에 따라가던 제가 답답했을 정도로 일본인들은 융통성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두 정해진 약속을 칼 같이 지켜내며 매뉴얼과 시스템을 존중하는 '당연한 생각'이 일본을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요.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가 있습니다. 혼네는 진짜 속마음이고, 다테마에는 밖으로 보여주는 겉마음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좀처럼 혼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일본은 다테마에의 파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3-12-11 19:28:42【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33년 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일본의 수출 실적은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 숫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 만큼 호황을 누리면서 일본이 30년 장기 침체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를 주도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인기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의 지긋지긋한 불황 고리를 끊어낸 총리와 일본 사회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기시다가 빠진 엔저의 함정 26일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4~9월)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전년 동기대비 3배로 급증한 12조7064억엔(약 110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유 가격의 급등이 일단락하면서 수입액은 51조엔이나 줄어든 반면 엔저(엔화가치 하락) 효과를 본 수출액은 50조엔이나 늘어난 덕분이다. '물'이 들어온 수출 기업들은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대표적으로 업계 1위 도요타자동차는 연간 순이익 지난해보다 60% 이상 많은 약 4조엔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대였던 2022년(2조8501억엔)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이다. '값 싼 일본'은 전세계 관광객들도 끌어 모으고 있다. 지난 10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251만6500명으로 코로나19 확대 이전인 2019년 같은 달보다 0.8% 많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5배나 웃도는 수치로 월별 방일객 수가 코로나19 이전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9월 관광 관련 소비 총액은 1조3904억엔(약 12조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 짭짤한 관광 수입도 올리고 있다. 거시 지표만 보면 기시다 총리는 일본을 구한 영웅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자고 일어나면 최저치를 갈아치우기 바쁘다. 지난 17~19일 요미우리·아사히·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자민당이 재집권한 2012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21~25%에 그쳤다. 역대 내각의 사례를 볼 때 당장 퇴진을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지지율이다. 기시다 내각의 처참한 인기는 민생의 부담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장기 침체가 계속된 지난 30년간 일본인들은 임금도 물가도 변동이 없는 '제로(0)'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원자재값 급등으로 일본도 물가가 3~4% 뛰기 시작했다. 이를 임금이 올라 받쳐줘야 하지만 더딘 인상폭으로 실질 임금은 1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엔저로 물가가 오르면서 올해 1~8월 일본 엥겔지수(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율)는 평균 27.3%까지 뛰었다. 코로나19 여파가 있었던 2020년을 제외하면 198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 '엔저는 좋고, 엔고는 나쁘다'라는 게 상식이었으나 막상 마주한 슈퍼 엔저의 현실에선 기업들의 살만 찌우고, 정작 서민들은 더욱 가난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나쁜 엔저' '슬픈 엔저'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그냥 기시다가 싫다" 잠룡들 꿈틀 지속된 사건사고와 스캔들도 기시다 내각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시다 내각은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마이넘버카드'의 행정 오류 사태로 "능력이 없다"는 비판을 맞았다. 방위비 증액을 이유로 증세를 결정한 지 1년도 안 지나 지지율 회복을 위해 감세로 정책을 튼 것 역시 스스로 신뢰를 깎아내렸다.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은 더욱 무겁다.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한 남성이 모친의 가정연합 헌금을 범행 동기로 밝힌 이후 교단의 고액 헌금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가정연합에 연루된 각료가 사퇴했다. 올해 9월에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개각을 단행한 지 두 달도 안 돼 차관급 인사 5명이 추문에 휩싸였고 이 중 3명이 벌써 사임했다. 최근에는 자민당 내 5개 파벌이 정치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보고서에 기록을 누락하거나 이를 허위기재한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정책도, 인사도 총체적 붕괴"라고 비판했고, 모리야마 유타카 자민당 총무회장도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기시다 내각이 유지됐던 것은 '포스트 기시다'가 거론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요즘 차기 총리 후보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주도하는 초당파 모임 '라이드 셰어 연구회'가 발족했다. 여당인 자민당·공명당, 야당인 입헌민주당·일본유신회 등 소속 의원 40여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 모임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배후에 두고 있어 내년 가을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에 패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도 최근 연구회를 만들어 세력을 넓히고 있다. 현직 장관이 총리에게 반기를 든 모양새로 주목을 받았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11~12일 차기 총리 후보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15.2%)이 1위를 차지했고, 고노 다로 디지털상(11.6%), 고이즈미 전 환경상(9.7%), 스가 전 총리(8.8%),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6.2%)이 뒤를 이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3-11-26 19:13:31【도쿄=김경민 특파원】 33년 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일본의 수출 실적은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 관광객 숫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돌 만큼 호황을 누리면서 일본이 30년 장기 침체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를 주도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인기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잃어버린 30년'의 지긋지긋한 불황 고리를 끊어낸 총리와 일본 사회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기시다가 빠진 엔저의 함정 26일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4~9월)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전년 동기대비 3배로 급증한 12조7064억엔(약 110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유 가격의 급등이 일단락하면서 수입액은 51조엔이나 줄어든 반면 엔저(엔화가치 하락) 효과를 본 수출액은 50조엔이나 늘어난 덕분이다. '물'이 들어온 수출 기업들은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대표적으로 업계 1위 도요타자동차는 연간 순이익 지난해보다 60% 이상 많은 약 4조엔을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대였던 2022년(2조8501억엔)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이다. '값 싼 일본'은 전세계 관광객들도 끌어 모으고 있다. 지난 10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251만6500명으로 코로나19 확대 이전인 2019년 같은 달보다 0.8% 많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5배나 웃도는 수치로 월별 방일객 수가 코로나19 이전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9월 관광 관련 소비 총액은 1조3904억엔(약 12조원)으로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 짭짤한 관광 수입도 올리고 있다. 거시 지표만 보면 기시다 총리는 일본을 구한 영웅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자고 일어나면 최저치를 갈아치우기 바쁘다. 지난 17~19일 요미우리·아사히·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자민당이 재집권한 2012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21~25%에 그쳤다. 역대 내각의 사례를 볼 때 당장 퇴진을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지지율이다. 기시다 내각의 처참한 인기는 민생의 부담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장기 침체가 계속된 지난 30년간 일본인들은 임금도 물가도 변동이 없는 '제로(0)'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원자재값 급등으로 일본도 물가가 3~4% 뛰기 시작했다. 이를 임금이 올라 받쳐줘야 하지만 더딘 인상폭으로 실질 임금은 1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엔저로 물가가 오르면서 올해 1~8월 일본 엥겔지수(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율)는 평균 27.3%까지 뛰었다. 코로나19 여파가 있었던 2020년을 제외하면 198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 '엔저는 좋고, 엔고는 나쁘다'라는 게 상식이었으나 막상 마주한 슈퍼 엔저의 현실에선 기업들의 살만 찌우고, 정작 서민들은 더욱 가난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나쁜 엔저' '슬픈 엔저'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그냥 기시다가 싫다" 잠룡들 꿈틀 지속된 사건사고와 스캔들도 기시다 내각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기시다 내각은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마이넘버카드'의 행정 오류 사태로 "능력이 없다"는 비판을 맞았다. 방위비 증액을 이유로 증세를 결정한 지 1년도 안 지나 지지율 회복을 위해 감세로 정책을 튼 것 역시 스스로 신뢰를 깎아내렸다. 인사 실패에 대한 책임은 더욱 무겁다.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한 남성이 모친의 가정연합 헌금을 범행 동기로 밝힌 이후 교단의 고액 헌금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고, 가정연합에 연루된 각료가 사퇴했다. 올해 9월에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개각을 단행한 지 두 달도 안 돼 차관급 인사 5명이 추문에 휩싸였고 이 중 3명이 벌써 사임했다. 최근에는 자민당 내 5개 파벌이 정치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보고서에 기록을 누락하거나 이를 허위기재한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정책도, 인사도 총체적 붕괴"라고 비판했고, 모리야마 유타카 자민당 총무회장도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태"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기시다 내각이 유지됐던 것은 '포스트 기시다'가 거론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요즘 차기 총리 후보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주도하는 초당파 모임 '라이드 셰어 연구회'가 발족했다. 여당인 자민당·공명당, 야당인 입헌민주당·일본유신회 등 소속 의원 40여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 모임은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배후에 두고 있어 내년 가을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에 패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도 최근 연구회를 만들어 세력을 넓히고 있다. 현직 장관이 총리에게 반기를 든 모양새로 주목을 받았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11~12일 차기 총리 후보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15.2%)이 1위를 차지했고, 고노 다로 디지털상(11.6%), 고이즈미 전 환경상(9.7%), 스가 전 총리(8.8%),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6.2%)이 뒤를 이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3-11-26 15:16:56[파이낸셜뉴스] 중국 정부가 지난달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한 이후 첫 대명절을 맞았다. 한국 추석은 중국 국경절과 시기가 맞물려 방한 중국인의 소비가 크게 증가하기에 국내 여행·관광업계 대목으로 꼽힌다. 실제로 면세점과 카지노업계는 8~9월 중국인 매출이 전월대비 상승하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줬다. 하지만 황금연휴 직전 거리에서 만난 풍경은 예상보다 썰렁했다. 코로나19 이전 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몰리던 홍대와 동대문, 명동 거리에서는 중국인 단체관광 인파로 북적이는 대신 구미주와 중동, 동남아시아 여행객들이 차분하게 거리 체험 위주의 문화관광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中관광객 몰려온다? 홍대 상인들 "경기 회복 체감하기 어려워" 추석을 이틀 앞둔 27일 오후 3시 무렵 홍대는 일부 구미권 관광객들을 간간이 볼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 서울시 관광특구 7곳 중 하나(마포구·홍대문화예술특구)인 홍대의 ‘차 없는 거리’(구 주차장길)의 중심상권은 과거 음식점과 의류 매장, 뷰티숍 등 비교적 업종이 다양했으나 현재는 구매 수요가 가장 많다는 스마트폰 케이스 및 캐릭터 소품 매장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인 매출 의존도가 높던 중저가 의류숍은 80% 이상이 폐업했고, 음식점 수도 확 줄어 업종 구성이 매우 단순해졌다. 홍대에서 휴대폰 케이스 매장을 10년째 운영했다는 한 상인은 “최근 중국인이 많아졌는지 잘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 매장의 매출은 외국인이 60% 비중을 차지한다. 사장은 수년간 업종 변경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경기 불황으로 엄두가 나지 않아 앞으로도 매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매장엔 미국과 유럽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고 그다음엔 일본인”이라고 했다. 같은 업종의 또 다른 상인은 “폰 케이스야 전 세계 공통으로 쓰는 물건이고 가격도 싸니까 그나마 수요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K뷰티가 외국인에게 인기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화장품 브랜드 매장은 매우 한산했다. 홍대 ‘차 없는 거리’에 위치한 T브랜드 매장과 홍대역 9번출구 인근 I브랜드 매장도 직원만 홀을 오갈 뿐 들어가는 손님은 없었다. 홍대 중심 상권 내 편의점 몇 곳과 길거리 음식 좌판 상인에게 추가 확인한 결과 이 지역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평균 60% 정도로 추산된다. 그마저도 중국 외의 관광객 비중이 더 높아지는 추세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 관광특구로도 지정돼 있지만 외국인이 쓰는 비용이 내수 불황을 만회할 정도로 크진 않다는 게 상인들의 말이다. 한 상인은 "중국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데 굳이 한국 여행을 오겠냐"는 말도 덧붙였다. ■홍대 거리문화에 관심···“인종 다양, 쇼핑보단 K팝 즐기러 와” 홍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국적은 다양해졌지만 쇼핑하는 외국인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홍대 중심거리 뒤편 곱창골목에서 14년째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연휴 전이긴 해도 아직 평일이니 5시나 저녁이 돼야 사람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매장의 중국인 매출 의존도는 80% 정도로, 코로나19 여파가 가장 심했던 2021년에는 6개월간 휴업을 하기도 했다. 사장은 “2019년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60~70%가량 회복됐지만 아직도 불안한 수준”이라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온다고 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8월엔 오히려 매출이 줄었고 요즘엔 대만, 홍콩, 싱가포르와 20~30대 유럽 손님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 매장에서 만난 커플 관광객은 미국에서 온 교포로 3주째 한국을 여행 중이라고 했다. 이들은 연고가 있는 경기 안산을 비롯해 서울 강남과 잠실을 다녀왔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소로 롯데월드를 꼽았다. 길거리 음식을 파는 한 상인은 “K팝 영향인지 클럽거리나 거리 공연, K팝 굿즈, 탕후루 등 먹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고 물건을 사러오는 것 같진 않다”며 “가이드 말로는 외국인들도 관광정보가 많아져 홍대와 명동 말고 성수, 잠실, 북촌 등 서울 내에서도 여러 장소로 흩어진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이 문화체험에 더 집중하는 여행 트렌드에 따라 당장의 매출 확보가 시급한 상인들이 체감하는 경기 회복 지수는 아직 낮다. ■‘서울시티투어버스’ 타러 동대문에 온 외국인들 추석 연휴가 시작된 28일 오후 3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광장을 중심으로 한 동대문 상권도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이곳 역시 서울시 관광특구(중구·동대문패션타운특구)로 지정돼 있다. 청와대와 광화문광장 등 전통문화 코스로 구성된 '노랑풍선시티버스'를 기다리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제외하면 거리에 오가는 인파가 적었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될만한 단체보다는 지인 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투어버스 대기자와 밀리오레빌딩 앞 거리에서 만난 아시아인들의 국적을 무작위로 물어보니 네팔과 방글라데시, 대만, 우즈베키스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인이었고 대부분 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는 이들이 많았다. 버스 정류장 건너편 쇼핑몰 앞에서 운동화 좌판을 열고 판매를 하던 한 상인은 “지난달에 중국인이 반짝 느는 것 같았지만 다시 줄었고 여긴 아프리카와 중동 손님이 더 많다”고 말했다. ■명동 거리는 K푸드 전시장···좌판에 몰려든 여행객들 동대문과 가까운 또 다른 명동은 환영주간을 기념해 서울시관광협회가 마련한 배너 포토존을 시작으로 중심 골목 방향으로 거리음식 좌판 행렬이 이어졌다. 포토존 인근에서는 한국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외국인들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중심 골목을 따라 수없이 이어진 거리 포차에서는 다양한 음식이 판매되고 있었다. 치즈김치말이삼겹살을 비롯해, 오렌지주스, 과일컵, 케밥, 치즈떡말이, 한국식 전으로 만든 토스트, 문어·소라꼬치, 계란빵, 크레페, 붕어빵 모양의 크루아상 등 그야말로 가지각색이었다. 외국인들은 좌판마다 몰려 음식을 사고 맛보며 기념촬영을 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패션 및 뷰티 브랜드 매장 내부는 비교적 조용해 손님이 2명 이상 들어가 있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명동 상권 핵심 랜드마크인 롯데백화점 본점과 영플라자, 에비뉴엘이 추석 휴무인 탓에 평소라면 인파로 북적였을 을지로입구역 인근은 일부 외국인 여행객들만 인도 위에 서 있을 뿐 오가는 행인 자체가 뜸했다. 백화점 앞에서 만난 외국인 여성 2명은 "멕시코에서 왔다"며 "한달 일정으로 여행 중인데 서울에서는 홍대가 좋았다"고 말했다. ■8월 中관광객수 26만명···단체관광 재개 효과 ‘아직’ 명동과 가까운 청계천로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1~5층 규모의 ‘하이커 그라운드’가 있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K팝과 드라마, 지역축제 등 다양한 주제의 한국관광 콘텐츠를 소개하는 곳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연휴를 맞아 가족 나들이에 나선 한국인들과 프랑스 등 서구권에서 온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현장 안내를 맡고 있던 한 관계자는 “(하이커 그라운드를 찾은) 외국인 중에는 서양인 비중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가 27일 발표한 2023년 8월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8월 방한 외래관광객은 총 108만9133명으로 전월 대비 5만6945명 늘었다. 올해 1~8월 누적 외래관광객은 655만2000명으로 2019년 동기 대비 57% 수준을 회복했다. 8월에 가장 많은 방한객을 기록한 시장은 일본(26.3만명)이있으며, 이어 중국(26만명), 구미주(22.5만명), 非중국중화권(14.6만명), 아중동(19.4만명) 순이었다. 지난달 10일부터 중국인 한국 단체관광이 재개되며 업계의 기대가 컸지만 실제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달(22.5만명) 대비 3만5000명 정도만 늘었다. 또 올해 1~8월 중국인 누적 관광객수는 103만1000명으로, 올해 정부가 목표로 삼은 200만명 대비 절반(51.5%) 수준만 넘어섰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3-09-29 14:39:23【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 방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가격이 3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서는 걱정했던 풍평(소문) 피해가 아직까지는 없다고 진단하면서도 한 해 어획량이 판가름나는 11월까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19일 이와키시 어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9월 주력인 저인망 고기잡이가 재개됐다. 후쿠시마의 대표 생선인 광어(활어)의 산지 시장 가격은 지난 13일 기준 ㎏당 평균 2363엔이었다. 이는 2022년 같은 시기에 비해 31% 높고, 2021년 대비로는 1.8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어협 한 관계자는 "지난해는 코로나19 영향이 있어 단순 비교할 수 없으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으면서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오염수 방류에 관해 "현재로서는 연안 어업에 눈에 띄는 영향은 없다"면서도 "매년 어획량이 증가하는 11월까지는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광어 가격 상승은 같은 현인 소마시의 산지 시장에도 공통적인 현상이다. 일단 풍평에 대한 우려는 누그러져 오염수를 의식하지 않고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마 시장 한 관계자는 "저인망 고기잡이가 시작돼도 어획량이 생각 만큼 늘어나지 않아 수급은 타이트한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거래처가 평소보다 넉넉하게 발주해주는 '응원 구매'도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오염수 방출은 앞으로 30년 이상 지속되는 이슈로 현지 어민들에겐 장기 잠재적 리스크라는 지적이다. 원전 사고가 발생한지 10년 이상 지났지만 후쿠시마 앞바다에서는 극히 드물게 기준치(1㎏당 100베크렐)를 넘는 물고기가 잡히는 일이 있다. 원전 항만 내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고기가 먼 바다로 이동했을 가능성 등도 지적되지만 자세한 사실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만약 앞으로 기준치 초과 물고기가 확인될 경우 그 이유를 오염수 방출에서 찾는 허위 정보가 유포될 수 있다는 게 어민들의 가장 큰 우려다. 이를 대비해 후쿠시마현 어협연합회는 2012년부터 어획한 어종에 대해 1마리 이상의 샘플에서 방사성 물질 농도 측정을 하고 있다. 검사는 2018년 이후 연 1만건 이상을 웃돌고 있고, 어련은 10만건 이상의 누계 데이터를 확보했다. 일본에는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 문화가 있습니다. 혼네는 진짜 속마음이고, 다테마에는 밖으로 보여주는 겉마음입니다. 개인보다는 조직·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인들은 좀처럼 혼네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일본은 다테마에의 파편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3-09-19 09:5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