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블록체인협회가 가상자산 사업자를 위한 '자금이동추적(트래블룰) 표준안'을 제시했다. 트래블룰은 내년 3월 25일부터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 의무화되지만, 그동안 표준화된 실행방안이 없어 업계가 애로를 겪어왔다. 협회는 이번에 발표한 트래블룰 표준안을 통해 가상자산이 자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것이란 우려를 불식하고, 산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트래블룰 표준안' 발표 22일 한국블록체인협회는 △트래블룰 표준 호환성 향상 방안 △트래블룰 표준의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모듈 구조 제안 △전문 양식 강화 및 가상자산사업자 및 트래블룰 서비스 제공자 목록 관리 방안 △장기적 안목의 기술 발전을 수용하는 규제 체계 제안 등으로 구성된 '트래블룰 표준안'을 발표했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트래블룰 표준안을 통해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또는 테러 자금조달에 대한 위험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경우 실명계좌 발급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전신송금 의무를 보다 철저하게 준수하고 신속히 보고할 수 있게 되면 금융당국의 자산 이동 추적과 감독이 한층 용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트래블룰 표준안 마련을 이끈 전중훤 단장은 "국내는 물론 국제 표준안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협회가 국내 최초로 민간 자율 협의에 기반한 기술중립적이고 현실성 있는 트래블룰 표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제기구들도 한국의 사례를 주목하게 될 것"이라며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협회는 △가상자산과 가상자산사업자에 특화된 전문 양식 △가상자산사업자 및 트래블룰 서비스 제공자 체크리스트를 대중에 공개하고 트래블룰 표준안을 더욱 구체화 시켜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사업자, 내년 3월 트래블룰 의무 블록체인협회의 트래블룰 표준안은 블록체인협회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4차산업혁명정책센터가 연구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트래블룰 구현과 글로벌 표준화 제안을 위한 연구-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 국제 기준 및 국내법 이행을 중심으로'에 담겼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내년 3월 25일부터 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지침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가상자산 이전 시 송수신자에 관한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의무인 트래블룰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자산의 특성 상 FATF 등 국제기구들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트래블룰 적용 문제를 논의하고 있음에도 명확하고 구체적인 협력과 실행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설영 기자
2021-12-22 17:40:15'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라는 한 고비를 넘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이번에는 트래블 룰(자금이동 추적) 시스템 구축이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았다. 내년 3월 트래블 룰 본격 도입을 앞두고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코인원·코빗 연합군의 국내 표준 기술경쟁과 시장 확대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비트-3사 연합군, 트래블 룰 시스템 개발경쟁 4일 업계에 따르면 트래블룰 솔루션 개발을 위한 가상자산 거래소간 기술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코인원·코빗이 함께 만든 합작사 코드(CODE)는 포스텍과 트래블룰 거래소 연동 솔루션 개발을 위한 산학협력을 체결했다. 포스텍 산하 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CCBR)는 트래블룰 솔루션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미 금융위원회로부터 지난 9월 17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를 통보받은 업비트는 블록체인 기술업체 람다256을 통해 트래블룰 시스템을 독자 구축중이다. 업비트는 두나무가 운영하는 서비스이며, 람다256은 공시 상 두나무의 종속회사로 두 회사는 사실상 계열관계로 볼 수 있다. 람다256은 지난 8월 트래블룰 솔루션 '베리파이바스프'를 출시했다. 베리파이바스프는 별도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연동 없이 파일 설치만으로 정보 연동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시장 확장 경쟁도 점화 트래블룰은 불법자금세탁을 추적할 수 있도록 금융거래 중개자가 자금을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신원 정보와 거래 경로를 파악하도록 한 규정이다. 금융권에는 이미 적용되고 있는 규정으로, 지난 2019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도 의무가 부여돼 내년 3월 25일 적용된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100만원 규모 이상의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서는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의 정보를 모두 확인해야 한다. 이는 원화마켓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모든 가상자산 사업자의 의무다. 이 때문에 후오비코리아, 고팍스, 코어닥스, 프로비트, 비트레이드 등 중소 거래소들도 트래블룰 시스템 개발을 마쳤거나 법 적용에 맞춰 준비 중이다. 이 때문에 코드와 람다256은 국내에서 자사의 트래블 룰 시스템을 사용할 거래소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벼르는 등 시장 확대를 위한 마케팅 경쟁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다. 람다256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의 80~90%를 차지하는 독보적인 업비트를 기반으로 영업력을 높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실제 중견 거래소 한빗코가 이미 업비트가 사용하는 람다256 트래블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중소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중소 거래소 입장에서는 가격이나 정보의 양, 기술적 편리함 등 유리할 것으로 생각되는 시스템을 선택해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트래블 룰 시스템 시장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면 해외시장 공략에도 강점이 될 것"이라며 트래블 룰 시스템의 치열한 경쟁을 예상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1-10-04 19:34:23[파이낸셜뉴스]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한 10억원대 사기범이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동부지검 공판부(박대환 부장검사)는 사기, 횡령, 뇌물공여 및 성폭력 등 사건의 피고인 A씨(52)를 추적해 지난 1일 검거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아파트 분양사업 중 회사 자금 8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18년 8월 1심에서 징역 8년 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분양사업 관련 국회의원 보좌관 등에게 뇌물공여,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매수해주겠다고 속인 4억원대 사기, 분양사무실 직원 성폭력 혐의 등도 있다. 그러나 항소심은 국민참여재판 절차를 충분히 안내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파기환송을 선고했다. 파기환송심에서 A씨는 보석보증금 1억원을 납부하고 2020년 2월 석방됐다. 아울러 아파트 분양대금을 명목으로 8명의 피해자로부터 총 10억원 상당을 교부받은 사기 혐의 2건이 추가 병합됐다. 이후 2023년 8월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에 A씨는 출석하지 않고 도주했다. 이에 파기환송심이 보석 취소 결정을 내리자 검찰은 보석보증금 몰취를 청구했다. 이에 따라 보석보증금 1억원은 지난 3월 국고로 귀속됐다. 아울러 검찰은 보석 취소 결정 즉시 A씨를 검거 대상자로 등재해 추적을 벌였다. 지난 1월 A씨가 은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소재 건물을 파악해 잠복하는 등 검거를 시도했고, 지난달부터는 공판부 검사 1명, 수사관 4명으로 구성된 특별검거팀을 편성해 은신처 의심 장소들을 현장탐문하고 대포폰을 특정해 통화내역 및 이동경로를 분석해 A씨를 검거했다. 검찰 관계자는 "중형 선고가 예상돼 도주한 피고인이 추후 검거돼 보석보증금을 환부받을 수 없도록 사전에 조치했다"며 "앞으로도 재판 중 도피사범에 대해 보석보증금을 몰취하고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는 등 국가 형벌권을 엄정하게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4-16 10:03:12[파이낸셜뉴스] 북한 등의 사이버 범죄들이 블록체인을 통한 자금세탁을 적극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가 발표한 ‘2024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 - 자금 세탁(Money Laundering)’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기반 범죄자가 세탁한 불법 자금은 총 222억 달러(약 30조원)로, 지난 2022년에 경신한 역대 최고치인 315억달러(약 42조원)에 비해 약 30% 가량 감소한 수치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불법 자금의 62%가 모이는 중앙화 거래소는 가상자산을 법정화폐 환전(off-ramping) 서비스로 이용되는 주된 목적지로 나타났다. 하지만 중앙화 거래소는 충분히 불법 활동과 관련된 가상자산을 동결, 압류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고객확인(KYC)와 자금세탁방지(AML) 조치를 시행하는 등 규정 준수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면 범죄자들의 현금화 전략을 막을 수 있다. 가상자산 자금 세탁은 일반적으로 제한된 수의 거래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에 모든 환전 서비스로 전송된 불법 자금의 72%가량은 단 5개의 서비스로 이동했으며, 이는 전년도에 기록한 69%에서 소폭 증가한 수치다. 가상자산 기반 범죄자는 일반적으로 중앙화 거래소에서 대량의 주소로 불법 자금을 분산해 추적을 어렵게 하는 전략을 자행한다. 2023년에는 1425개의 주소가 각각 100만 달러(약 13억원) 이상의 불법 가상자산을 받았으며, 이는 한 해 동안 거래소가 받은 전체 불법 금액의 46%에 해당하는 67억 달러(약 8조9000억원)에 달한다. 킴 그라우어(Kim Grauer) 체이널리시스 연구 책임자는 “범죄자들은 법 집행 기관과 거래소 규정 준수 팀으로부터 자금 세탁 활동을 숨기기위해 더 많은 주소로 자금을 분산하고 있다. 이는 일부 자금이 동결, 압류될 경우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며, “범죄자는 향후 불법 자금을 더 분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온체인 활동에 대한 더 많은 지식과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디파이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전체 자금 세탁 활동의 13%가 디파이에서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디파이로 유입되는 불법 자금은 지난 5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북한의 라자루스 그룹과 같은 북한 사이버 범죄자나 정교한 범죄자는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 신바드(Sinbad) 폐쇄 및 제재대상 지정에 따라 또다른 믹서 서비스인 요믹스(YoMix)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믹스는 2023년 한 해 동안 자금 유입이 5배 이상 증가했으며, 전체 유입 자금의 3분의 1은 가상자산 해킹 관련 지갑에서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새로운 믹서 서비스와 더불어 전문 해킹 범죄자는 크로스체인 브릿지를 통한 체인 호핑(chain hopping)도 악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인 호핑은 한 블록체인에서 다른 블록체인으로 자금을 이동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렵게 하는 전략이다. 2022년에 3억 1,220만 달러(약 4,200억 원)의 불법 자금이 브릿지로 이동했지만, 2023년에는 7억 4,380만 달러(약 9,900억 원)로 두 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한국 지사장은 “라자루스 그룹과 같은 범죄 집단은 체인 호핑 등 새로운 자금 세탁 전략을 도입하며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이는 자금 세탁 전략이 가상자산 트렌드에 발맞추어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법 집행 기관이나 규정 준수 팀도 이에 따라 신규 자금 세탁 방법과 온체인 패턴을 숙지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연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4-02-16 13:50:31[파이낸셜뉴스] 코스피 상장사 영풍제지의 주가를 약 1년간 14배 가까이 부풀려 66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조직의 총책이 재판에 넘겨졌다. 단일 종목의 주가를 조작한 범행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부당이득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하동우 부장검사)는 14일 브리핑을 통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주가 조작 조직의 총책 A씨와 핵심 조직원, A씨의 도주를 도운 변호사 등 총 16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6000억대 이익 챙겨이들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1년간 가장·통정매매만 14만여회 진행하는 등 총 1억7000만여주를 거래해 주가를 부풀려 부당이득 총 6616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단일 종목 주가조작 사건에선 500억원 이상의 범행도 거의 없다"며 "영풍제지 사건은 단일 종목으론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라고 말했다. 이들 조직은 총 20여명이며, 3개팀이 점조직으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다수는 20~30대인 MZ세대이며, 동향 출신이거나 과거 같은 유사투자자문회사에서 근무하는 등 친분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주식매수 자금과 증권계좌 모집·관리, 주식매매 담당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을 저질렀다. 차명계좌 등 증권계좌 총 330여개가 범행에 이용됐다. 이들은 가장·통정매매뿐 아니라 △고가매수 주문 6만5000여회 △물량소진 주문 1만2000여회 △시가관여 주문 98회 △종가관여 주문 168회 등 전례를 보기 어려운 대규모의 시세조종 주문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영풍제지 주가는 수정종가 기준 지난 2022년 10월 25일 3484원에서 약 1년 후인 지난해 10월17일 4만8400원으로 약 14배 급등했다. 검찰 도주 일단 추적 중검찰은 지난해 10월 초 금융위원회의 긴급조치 통보(패스트트랙)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으며, 강제수사 착수 이틀 만인 지난해 10월 19일 영풍제지 주식에 대해 거래정지 조치를 내렸다. 총책 A씨는 지난해 10월 17일 도주해 경기도 가평, 포천, 강원도 속초 일대 모텔 등을 전전하다 두차례 밀항을 시도했으나 끝내 붙잡혔다. A씨는 밀항 브로커에게 4억8000만원을 지급하고 여수 국동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밀항하려 했다. 첫 시도는 기상 악화로 실패했고, 두번째 시도는 익명 신고를 받은 검찰과 해경의 공조로 제주도 서귀포항 인근에서 붙잡혀 수포로 돌아갔다. A씨와 오랜 인연이 있던 변호사 B씨는 A씨를 자신의 차량으로 이동시키고 현금 수억원을 건네받아 수표로 바꿔주는 등 도주를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또 검찰은 주가조작 조직원들이 시세조종에 이용한 차명 증권계좌, 범죄수익이 입출금된 은행계좌 등 총 353개 계좌 및 부동산, 차량 등에 대해 추징 보전 조치했다. 검찰은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이 대부분 재투자에 이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일부 금액은 조직원들이 초고가 오피스텔에 거주하거나 해외여행을 가고, 수억원 상당의 현금 뭉치 및 명품 가방을 소지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데 쓰였다. 이들 재산은 증거물로서 압수되거나 추징 보전됐다. 검찰은 현재 도주한 일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해외로 도주한 주요 조직원 1명에 대해서는 여권무효화, 적색수배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영풍제지 오너 일가 등이 주가조작에 가담·방조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공범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02-14 12:53:47[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거래소 등 사업자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접수한 의심거래보고(STR) 건수가 전년대비 약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으로 물품대금을 이체 받은 뒤 불법환치기 등 세탁한 자금으로 면세품을 구매 대행, 밀수출한 혐의가 의심되어 보고된 건이 대표적이다. FIU는 “최근 신종·민생범죄가 가상자산과 연계되는 한편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인력, 시스템, 제도 보완을 통해 정보분석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14일 이같이 밝혔다. 앞서 FIU는 지난 8일 △금융회사 자체 자금세탁방지(AML) 역량 강화 유도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심사·검사 강화 △가상자산 및 불법사금융 범죄 적발 △국제기준에 맞는 AML 체계 구축 등 4대 분야별 정책 방향을 담은 ‘FIU 2024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가상자산 및 불법사금융 범죄 관련, FIU는 현재 가용 인력 및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가상자산, 불법사금융, 마약, 도박 등 신종·민생범죄 관련 금융정보 분석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법집행기관과 긴밀히 소통, 최신 범죄동향을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정보를 수집·분석할 방침이다. 또 신종·민생범죄 관련 최신 유형·사례를 금융회사 등에 적극 공유하는 한편, 심사분석 인력을 집중 투입해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정보를 분석·제공할 예정이다. FIU는 가상자산 분석 전담 인력을 보강·확충하는 한편, 분석 인력에 대한 특화 교육을 통해 분석 전문성도 향상시킨다는 목표다. 가상자산 거래내역과 복잡한 이동경로를 추적·분석할 수 있는 ‘가상자산 전용 분석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FIU는 범죄를 신속하게 적발하고 추가범죄 차단 및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선제적 의심거래 정지제도(Suspension)’ 도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검찰 수사 전(前) 단계에서 FIU가 의심거래 진행을 보류·정지하는 즉각적인 조치다. FIU는 국내 도입을 위한 해외사례 조사 및 도입방안 검토를 위한 전문가 연구용역을 오는 3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FIU는 가상자산거래 특수성을 반영해 가상자산 지갑주소도 계좌주, 계좌번호 같이 관련 건으로 묶어 분석하는 기능을 추가, FIU 분석시스템을 고도화했다. 그 결과 FIU가 작년 한해 상세 분석한 가상자산사업자 보고 STR 건수가 전년대비 약 80% 늘었으며, 검찰·경찰·국세청 등 법집행기관에 제공한 건수도 전년대비 약 90% 증가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2024-02-14 11:22:19[파이낸셜뉴스]정부는 7일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TF'를 개최해 설연휴를 앞두고 주요 민생침해범죄인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중점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경찰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1년 12월에 출범한 범정부 TF를 통해 관계 기관과 함께 보이스피싱 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해 왔다. 그 결과,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지난 2023년 4472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추세를 유지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피해액이 4000억원대로 내려왔으며, 수사당국은 지난해 2만991건, 총 2만2386명을 검거했고, 특히 범죄 수익 환수 등을 위해 핵심적인 조직 상선은 2022년에 비해 35% 증가한 886명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11월 이후 피해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투자리딩방 사기, 부고장 스미싱 등 신.변종 보이스피싱 사기도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보이스피싱 범죄가 심각한 민생침해 범죄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피싱 사기와 전쟁을 한다는 각오로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설 연휴를 대비해 각종 피싱범죄에 대한 국민 경각심을 제고하고, 피싱 범죄에 대한 강력한 수사.단속.처벌을 통해 엄정하게 대응하며, 신.변종 피싱 범죄 등 피싱범죄의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개선 등 대응책을 마련해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보이스피싱 미끼문자, 범행수법 등에 대한 집중홍보를 통해 국민 경각심을 제고하고, 범죄 발생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 아울러 설날 이벤트, 교통 범칙금, 명절 긴급자금지원, 명절인사 등을 가장한 미끼 문자가 증가할 수 있어 국민들께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집중 예방, 홍보활동을 펼치는 한편, 112 상황실, 은행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민관합동 24시간 대응태세를 구축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서는 피해 의심거래를 탐지하는 즉시 지급정지 후 확인·해제를 시행하는 24시간 대응체계를 1월말 구축, 운영하고 있고, 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설 연휴기간 문자사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24시간 탐지체계를 운영한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와 단속을 강화하고 범죄단체 등 범죄 행위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기로 했다. 검찰 정부합동수사단은 인력 보강, 금융기관 협업과 국제공조 등을 통해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 대포통장 유통조직, 발신번호 표시변작조직 등에 대한 단속·수사를 강화하고 강화된 사건처리기준을 적극 적용해 엄격하게 처벌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보이스피싱, 메신저피싱, 몸캠피싱 등 피싱범죄에 총력대응하기 위해 국가수사본부 형사국 내 ’피싱범죄 수사계‘를 신설하고, 추적·수사·검거를 전담할 수 있도록 형사파트로 대응체계를 일원화해 피싱범죄에 대한 수사기능을 강화한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 수단으로 사용되는 대포통장・대포폰・미끼문자 등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강화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로 했다. 대포통장 방지를 위해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안면인식 시스템을 활용해 신분증 도용을 방지하고, 사기이용 기록이 있는 계좌는 지급정지가 해제돼도 계좌이체 등의 거래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본인확인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알뜰폰을 활용한 대포폰 개설이 증가함에 따라, 알뜰폰을 개통하는 경우에도 올해 4월까지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해 본인 확인을 강화하고, 1인당 최대 개통 가능한 회선을 연간 36개에서 6개로 축소해 대포폰 양산을 막기로 했다. 또한 공공.금융기관 등을 가장한 미끼 문자를 차단하기 위해 경찰청, 관세청 등 282개 공공.금융기관이 문자 발송 시 안심마크 서비스를 표기하고(현재는 40개 기관만이 활용), 지인 사칭 미끼 문자를 이용자들이 구분할 수 있도록 해외로밍된 문자의 경우 이동통신사가 [로밍발신]이라는 안내문구를 문자에 표기해 발송토록 할 예정이다. 대량문자발송사업자의 자격요건과 책임을 강화하고, 블랙리스트 전화번호의 차단 기간을 확대(1→3개월)하는 한편, 단말기 자체에서 불법스팸을 자동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불법스팸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기술적 대책도 지속 강구하기로 했다. TF에서는 올 한해 민·관 합동으로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신종 사기에 대한 대응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19개 국내은행과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노력 이행을 상호 약속하는 협약을 지난해 10월 체결함에 따라, 은행권의 보이스피싱 예방 활동이 강화되고, 올해부터 비대면 금융사고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책임 분담기준을 적용해 은행도 일정부분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율배상제도가 시행된다. 경찰청은 불법 투자리딩방, 구매대행 아르바이트 사기 등 신종 사기에도 피해의심 계좌나 전화번호의 일시중지 요청 등 임시조치가 적용될 수 있도록 '사기방지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미끼문자 수신자를 대상으로 경보문자를 발송하는 등 피해예방 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2월 1일 국회에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개정돼 통장협박 및 간편송금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등 신종수법에 대한 피해구제 방안이 마련됨에 따라 오는 8월 법 시행에 대한 차질 없는 준비와 함께 TF 차원에서 신·변종 사기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기로 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피싱 사기는 서민들의 피땀 어린 재산을 가로채고 크나 큰 상처를 남기는 심각한 민생침해 범죄로, 정부는 올 한해 보이스피싱과 전쟁을 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대응책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관계 기관에서는 국민들께서 편안한 설 명절을 보내실 수 있도록 연휴 기간 빈틈없는 대응 체계를 유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4-02-07 14:26:53[파이낸셜뉴스] 올해 코인 사기(스캠) 피해액이 최소 5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행히 지난해보다는 그 규모가 줄어들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는 '2024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 - 피싱 스캠’을 15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거래승인 피싱(Approval phishing)이 급증했으며 올해 피해액만 최소 3억7400만 달러(약 485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승인 피싱은 과거 허위 가상자산 앱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정 인물에게 집중하고 관계를 구축하여 악의적인 블록체인 거래에 서명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술을 바꿨다. ‘로맨스 스캠’(혹은 돼지 도살)이 바로 이런 수법의 대표적인 사례다. 피해자를 속여 가상자산을 송금하게 하는 기존의 가상자산 스캠과 달리, 거래승인 피싱은 사용자를 속여 거래에 서명하게 함으로써 범죄자가 피해자의 지갑에서 토큰을 빼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러한 스캠의 전형적인 온체인 패턴은 크게 두 단계로 우선 피해자가 자신도 모르게 두번째 주소를 승인한 다음 범죄자들이 이 두번째 주소를 이용해 새로운 목적지로 자금을 빼돌린다. 한편, 거래승인 피싱은 특히 이더리움과 같은 스마트 컨트랙트 지원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앱(dApp, 디앱)에서 자주 목격된다. 거래승인 피싱 범죄자들이 많은 가상자산 사용자가 디앱에서 거래승인 절차에 서명하는 데 익숙하다는 점을 악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범죄자들이 허위 유니스왑 승인 피싱 스캠을 홍보하고 위조된 이더스캔 페이지에서 지갑을 연결하도록 사용자를 속이는 방식이다. 체이널리시스 조사 결과, 로맨스 스캠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주소를 역추적해 거래승인 피싱에 연루된 1013개의 주소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2021년 5월 이후 거래승인 피싱 스캠으로 인한 피해는 약 10억 달러(약 1조2974억원)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수치도 로맨스 스캠의 신고가 저조한 특성으로 인해 실제 규모를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거래승인 피싱 스캠으로 범죄자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해 5월에 최고조에 달했으며, 지난해 손실액은 5억 1680만달러(약 6703억9296만원)로 추정되며, 올해 11월까지 손실액은 3억 7,460만 달러(약 4,857억 8,128만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공률이 높은 소수의 범죄자들이 이러한 스캠의 대부분을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성공한 거래승인 피싱 주소에서만 4430만달러(약 575억원)가 도난당한 것으로 의심되며, 이는 연구 기간 동안 도난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 금액의 4.4%에 해당한다. 가장 큰 피싱 주소 10개가 도난당한 전체 금액의 15.9%를 차지했으며, 상위 73개 주소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러한 스캠에 대응하기 위해 체이널리시스에서는 사용자 교육, 패턴 인식 전술, 모니터링 등의 전략을 제안했다. 체이널리시스 관계자는 "거래승인 피싱이 의심되는 통합 지갑을 모니터링하고 이 지갑에서 중앙화 거래소로 이동하는 자금을 동결하는 것은 추가 손실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단계"라고 조언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3-12-15 11:44:22블록체인이 국내 기부 문화를 바꾸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도 가상자산을 활용해 기부 캠페인을 진행한다. 업계는 "블록체인이 가진 '투명성'과 '효율성'이 기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상자산 기부' 바람 분다 27일 미국의 블록체인 기반 모금 플랫폼 기빙블록(The Giving Block)의 2023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기부액은 1억2500만달러(약 1630억원)를 넘었다. 가상자산 시장이 격동의 시기를 보냈음에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기부액이 모였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난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21년 국내 법정기부금 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가상자산을 기부받았다. 이후 기부 참여자에게 기부증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주는 '그린 열매 NFT 나눔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젊은층의 관심을 끌었다. 월드비전은 지난해 9월 국내 비정부기구(NGO) 최초로 이더리움으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페이지를 오픈했다. 사내벤처로 키운 소셜 액션 플랫폼 '베이크(VAKE)'도 소개했다. 스스로 캠페인을 만들고 참여하는 능동적인 기부자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블록체인기업 중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함께 튀르키예 지진 피해 복구에 가상자산을 기부하는 캠페인을 펼친 바 있다. 업비트 이용자가 기부용 전자지갑 주소로 비트코인(BTC)을 기부하면 해당 금액 만큼 일정 한도 내에서 두나무가 추가로 기부금을 더하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을 활용했다. 모인 가상자산은 총 14비트코인, 기부 당시(3월 14일) 기준 약 4억4000만원이 모였다. 캠페인에 참여한 이용자들은 기부를 증명하는 NFT를 받았다. 두나무는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멸종 위기 식물보호 프로젝트'를 통해 NFT 판매대금과 수수료 전액을 멸종 위기 식물 복원에 사용하기도 했다. 두나무는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을 공유하는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소통을 강화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투자자는 "업비트를 통해 캠페인 소식과 기부금 활용방안을 확인할 수 있었고, 취지에 공감해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활성화 위해 제도 개선돼야"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블록체인이 모금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부자들에게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강점이 있다고 했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정보는 변경할 수 없고, 열람이 가능한 장부에 사용내역이 기록돼 기부금의 모든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블록체인 행사 '업비트 D 컨퍼런스(UDC) 2023'에서도 국내 비영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 가상자산 기부 트렌드와 활용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국경 간 자금 이체 속도 증진과 수수료 절감이 디지털 자산 기부의 장점으로 언급됐다. 전자지갑으로 직접 전송되는 블록체인 이전 방식은 기존 해외 송금보다 빠르고, 비싼 수수료에 대한 부담도 사라진다. 특히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한 전시 상황이나 자연재해시 지원을 신속하게 제공, 구호활동을 촉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호윤 월드비전 팀장은 "모금 시장에서 발생하는 환차손만 수십억원에 이른다. 이것만 줄여도 나라 하나를 살릴 수 있을 정도"라며 가상자산 기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상자산 기부가 비영리 단체의 수익원을 다각화해 기존 모금 수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제도 공백 등에 따른 어려움도 있었다. 법인이 기부받은 코인을 장내에서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명확한 정책이 부재한 탓에 법인의 가상자산 수취와 관련해 회계법인 등에서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디지털 자산 기부 문화의 확대를 위해 기부받은 자산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길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과 명확한 회계 기준이 제시되는 등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 기부가 나눔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기부 영역 확장을 위해선 더 많은 사례와 지침 등을 함께 공유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3-11-27 18:22:24[파이낸셜뉴스] 블록체인이 국내 기부 문화를 바꾸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도 가상자산을 활용해 기부 캠페인을 진행한다. 업계는 "블록체인이 가진 '투명성'과 '효율성'이 기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상자산 기부' 바람 분다 27일 미국의 블록체인 기반 모금 플랫폼 기빙블록(The Giving Block)의 2023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기부액은 1억2500만달러(약 1630억원)를 넘었다. 가상자산 시장이 격동의 시기를 보냈음에도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기부액이 모였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난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21년 국내 법정기부금 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가상자산을 기부받았다. 이후 기부 참여자에게 기부증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주는 '그린 열매 NFT 나눔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젊은층의 관심을 끌었다. 월드비전은 지난해 9월 국내 비정부기구(NGO) 최초로 이더리움으로 후원금을 모금하는 페이지를 오픈했다. 사내벤처로 키운 소셜 액션 플랫폼 ‘베이크(VAKE)’도 소개했다. 스스로 캠페인을 만들고 참여하는 능동적인 기부자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블록체인기업 중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3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함께 튀르키예 지진 피해 복구에 가상자산을 기부하는 캠페인을 펼친 바 있다. 업비트 이용자가 기부용 전자지갑 주소로 비트코인(BTC)을 기부하면 해당 금액 만큼 일정 한도 내에서 두나무가 추가로 기부금을 더하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을 활용했다. 모인 가상자산은 총 14비트코인, 기부 당시(3월 14일) 기준 약 4억4000만원이 모였다. 캠페인에 참여한 이용자들은 기부를 증명하는 NFT를 받았다. 두나무는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멸종 위기 식물보호 프로젝트’를 통해 NFT 판매대금과 수수료 전액을 멸종 위기 식물 복원에 사용하기도 했다. 두나무는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 세컨블록을 통해 구체적인 상황을 공유하는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소통을 강화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 투자자는 “업비트를 통해 캠페인 소식과 기부금 활용방안을 확인할 수 있었고, 취지에 공감해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활성화 위해 제도 개선돼야"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블록체인이 모금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부자들에게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강점이 있다고 했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정보는 변경할 수 없고, 열람이 가능한 장부에 사용내역이 기록돼 기부금의 모든 이동경로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블록체인 행사 ‘업비트 D 컨퍼런스(UDC) 2023’에서도 국내 비영리기관 관계자들이 참석, 가상자산 기부 트렌드와 활용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국경 간 자금 이체 속도 증진과 수수료 절감이 디지털 자산 기부의 장점으로 언급됐다. 전자지갑으로 직접 전송되는 블록체인 이전 방식은 기존 해외 송금보다 빠르고, 비싼 수수료에 대한 부담도 사라진다. 특히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한 전시 상황이나 자연재해시 지원을 신속하게 제공, 구호활동을 촉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호윤 월드비전 팀장은 "모금 시장에서 발생하는 환차손만 수십억원에 이른다. 이것만 줄여도 나라 하나를 살릴 수 있을 정도”라며 가상자산 기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상자산 기부가 비영리 단체의 수익원을 다각화해 기존 모금 수단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디지털 자산이 또 다른 기부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한 개선 사항에 대해서도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이주희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리는 "가상자산 기부 캠페인 진행시 콘텐츠 기획보다 지갑 개설 등 실제 기부 참여방법을 이해시키는 것이 어려웠다”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디지털 자산 분야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표현이 각기 달라 진행기관 사이에서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제도 공백 등에 따른 어려움도 있었다. 법인이 기부받은 코인을 장내에서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명확한 정책이 부재한 탓에 법인의 가상자산 수취와 관련해 회계법인 등에서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디지털 자산 기부 문화의 확대를 위해 기부받은 자산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길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과 명확한 회계 기준이 제시되는 등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 기부가 나눔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기부 영역 확장을 위해선 더 많은 사례와 지침 등을 함께 공유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3-11-27 15:2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