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기획재정부 자문기구에서 일·가정 양립의 실현을 저출산 대응의 핵심 정책으로 꼽았다. 최근 저출산 기조의 원인 가운데 가족보다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는 경향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만큼 일시적인 재정 투입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재부 자문기구인 중장기전략위원회는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미래전략포럼을 열고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중장기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중장기전략위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진을 비롯해 각계 전문위원 20명으로 이뤄진 기재부의 자문기구다. 전략위는 우선 그간 현금성 지원에 치중한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관련 예산으로 총 280조원을 지출한 바 있다. 적지 않은 재정을 투입했지만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과 인구는 꾸준히 우하향 중이다. 지난해 0.72명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은 올해 0.7명 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고령 인구 비중이 올라감에 따라 사망자가 출생아 숫자를 뛰어넘으며 지난해 매달 평균 1만명씩 인구가 줄어들었다. 전략위는 "실증 분석이 없는 백화점식 대책으로 정책 실패가 반복됐다"며 “우리나라의 가족지출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하려면 연간 11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무리해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직접적으로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 OECD 회원국 분석 등에 따르면 GDP 대비 가족지출과 출산율 간 상관관계는 0.01에 불과하다. 가족지출이 높은 노르웨이(1.41명)보다 유급 육아휴직도 아직 제도화하지 않은 미국(1.78명)의 출산율이 더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족지출을 OECD 평균 수준으로 확대할 경우, 출산율 제고효과는 0.055명에 그친다. 도시인구집중도(0.414명)나 청년층 고용률 상승(0.119명)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략위는 복지지출을 늘리는 그간의 정책에서 벗어나 노동·교육·지역 등의 분야에서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전략위는 "과거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우려하는 개발도상국이 받던 조언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였다"며 "여성이 직업 전선에 뛰어들며 자연스럽게 출산 비중이 낮아지는 것은 선진국 이전 단계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출산율 반등을 이뤄내고 있는 선진국들은 이같은 과거의 구조를 탈피한 국가들이다. 전략위는 “출산율 제고는 꼭 필요하지만 20~30년 후에나 효과가 나타나고, 당장 가용한 여성·외국인 인력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미흡한 상황”이라며 “기존에는 출산율 제고만 초점을 둔 1차원적 접근을 했는데 앞으로는 출산율뿐 아니라 경제활동인구, 생산성을 동반 제고하는 다차원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가정 양립 여건을 조성할 경우 여성의 경제 활동 복귀를 통해 장기적인 노동 수급이 가능하다는 접근이다.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만큼 일을 지속하기 위해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전략위는 "현대 사회에서 아이는 보통재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며 "여유가 있는 만큼 더 많은 아이를 낳고, 경제적 여유가 줄어들면 보통재를 포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략위는 저출산 산업 전반에 대해 재정사업·조세지출 심층평가를 토대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현금성 재정·세제 지원을 통·폐합해 가족수당(가칭)을 신설하고 지급방식도 연도별로 통일해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일·가정 양립 여건 조성을 위해 현재 소득대체율 44.6% 수준인 육아휴직 급여를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고,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등으로 아빠 육아참여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략위는 공론화 등을 거쳐 이같은 내용의 조언을 연말에 기재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역대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적지 않은 재정을 투입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인구위기가 경제 역동성을 저하시키고 이것이 다시 인구위기를 악화시키는 ‘인구-경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4-04-29 14:53:30[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맞벌이 가구 비중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2집 중 1집은 맞벌이 가구다.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72명으로 떨어진 가운데, 35~39세 여성의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23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2022년 맞벌이 가구 비중은 46.1%로 전년(45.9%)보다 0.2%p 증가했다. 이는 통계 작성(201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 연령대에서 맞벌이 비중이 높았다. 맞벌이 가구 비중은 50대(55.2%), 40대(55.2%), 30대(54.2%), 15~29세(50.1%) 순으로 높고, 60세 이상 연령대가 31.1%로 가장 낮았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년(0.78명)보다 0.06명 감소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다. 2023년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2012년(48만5000명)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모(母)의 연령대별 합계출산율(인구 1000명당)을 보면 작년 출산율은 30~34세(66.7명명), 35~39세(43명), 25~29세(21.4명) 순으로 높았다. 10년 전인 2013년에는 30~34세(111.4명), 25~29세(65.9명), 35~39세(39.5명) 순으로 높았으나, 2018년부터 35~39세의 합계출산율이 더 높은 상황이다. 40~44세 합계출산율도 2003년 2.6명에 그쳤지만, 2023년 7.9명으로 뛰었다. 2023년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 34세, 여성 31.5세다. 평균초혼연령 역시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2023년 혼인건수는 19만3657건으로 전년(19만1690건)보다 소폭 증가했다. 코로나19 시기 미뤘던 결혼의 영향이다. 작년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는 3.8건, 이혼건수는 1.8건이다. 작년 평균 이혼 연령은 남성 49.9세, 여성 46.6세다. 평균 재혼 연령은 남성 51.4세, 여성 46.9세 등으로 나타났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4-03-26 10:35:58전 세계적인 출산율 감소로 관련 대책이 시급한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 성공 사례들이 포착되고 있다. 성과를 거둔 정책의 공통점은 일을 하면서도 동시에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비영리 민간 연구조직인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지난 2022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에 미국의 출산율이 반등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미 노스웨스턴대학의 한네스 슈반트 경제학 부교수는 2021년 출산율이 코로나19 창궐 이전인 2015~2019년 평균 대비 6.2% 올랐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출산율은 2014년부터 감소했지만 2021년에는 전년 대비 약 1% 늘어나 약 7년 만에 반등했다. 슈반트는 "경기 침체기에 출산율이 감소하지 않고 증가했다"며 미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지원금을 풀면서 가임 여성들의 경제 상황이 안정되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재택근무 확산으로 육아 시간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슈반트는 "자녀를 갖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며 "가임기의 젊고 전문적이고 숙련된 여성에게 시간은 아마도 그들이 가진 가장 희소한 자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전부터 근로와 육아를 병행하는 정책을 고심했다. 독일은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수 있다고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숫자(합계 출산율)가 2006년 1.33명으로 프랑스(1.98명), 영국(1.84명)에 비해 낮았으나 2021년에는 1.58명으로 끌어올렸다. 독일 정부는 출산율 반등을 위해 일단 현금 지원을 시작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후 독일은 국가가 퇴근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 부모들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독일은 지난 2003~2009년 총 40억유로(약 5조8206억원)를 투자해 16개 모든 주 정부에 약 1만개의 전일제 학교를 증축했다. 2003년에는 노동 개혁으로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 주었다. 다만 한국은 서유럽과 달리 우선 결혼 이후 출산을 고민하는 만큼 출산율 반등을 위해서는 추가 정책이 필요하다. 2021년 유럽연합(EU)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았던 프랑스는 혼외 출산이 62%에 달했지만, 한국은 약 2%에 불과했다. 헝가리의 경우 결혼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혼인 때 막대한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고 자녀를 출산하면 빚을 탕감해 주는 재정 지원을 펼치고 있다. 헝가리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5~6%에 달하는 돈을 혼인 및 출산 장려 정책에 투입하고 있으며 한국이 이를 따라 한다면 재정 부담 증폭이 불가피하다. 박종원 기자
2024-03-24 19:03:00미국 인구조사국은 지난해 12월 발표에서 올해 1월 1일부로 전 세계 인구가 80억1987만6189명을 기록해 최초로 80억명을 넘긴다고 추정했다. 앞서 유엔 앞서 유엔인구기금(UNFPA)은 2022년 11월에 이미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넘겼으며 2080년대에 100억4000명까지 늘어난 다음, 2100년까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한다고 예상했다. 두 기관 모두 인구 증가 속도가 느려진다는 예측에는 이견이 없었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출산과 육아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구 감소는 결국 노동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줄이면서 인건비와 복지 비용을 높여 전 세계적인 불황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2100년 세계 97% 인구 유지 어려워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수 있다고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합계 출산율(TFR)'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TFR이 최소 2.1명은 되어야 한다. 지난해 한국의 TFR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이자 세계 최저였고 한국의 인구는 2020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20일(현지시간) 영국 의학 매체 란셋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평균 TFR이 1950년 4.84명에서 2021년 2.23명으로 줄었고, 2050년에는 1.83명으로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2100년에는 1.59명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2050년 기준으로 세계 204개국 가운데 49개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약 76%의 국가들은 TFR 하락으로 인구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2100년에는 97%의 국가에서 인구 감소가 예상된다. 같은 시기 TFR이 2.1명을 넘어가는 국가들은 사모아, 소말리아, 통가, 니제르, 차드, 타지키스탄을 포함한 6개국이 전부다. 한국의 TFR은 2050년 0.82명으로 세계 최저로 예상되며 2100년에도 같은 수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은 2100년에 부탄(0.69명) 등 4개 국가들의 TFR이 더 낮아지면서 꼴찌는 면할 전망이다. 이번 보고서는 IHME의 국제 연구 컨소시엄 '국제질병부담(GBD)'이 1950∼2021년 수집한 인구 조사와 설문 조사, 기타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자료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AFP통신은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보고서에 개발도상국의 자료가 충분히 들어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개발도상국도 출산율 떨어져그러나 개발도상국 수치가 정확히 반영되더라도 인구 감소 전망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 이미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에서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2021년 11월 인도 정부가 공개한 국가가정보건조사(NFHS)에 따르면 인도의 TFR은 2명으로 1950년 건국(TFR 6.2명)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동시에 인구 유지 최소치(2.1명)를 밑돌았다. GBD 연구에 의하면 인도의 TFR은 2050년 1.29명, 2100년 1.04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TOI)는 지난해 7월 보도에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대가족을 꾸리려는 수요가 줄어들었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산되면서 출산을 미루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TOI는 이외에도 물가 상승에 따른 양육 부담 증가, 정부의 가족 계획 프로그램에 따른 피임 기구 보급 역시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현상은 '인구 절벽'에 처한 서방 및 선진국이 과거에 겪었던 변화와 매우 유사하다. 출산율 하락 속도는 인도 외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빨라지고 있으며 산업화 속도와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TFR은 경제 개방이 한창이던 1991년에 2명 아래로 떨어졌고 2021년 기준 약 1.2명이다.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이달 5일 태국과 베트남의 TFR이 각각 1993년, 2005년에 2명을 밑돌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남아시아에서 2035년 기준으로 TFR 2명을 웃도는 국가는 라오스, 필리핀, 미얀마, 동티모르까지 4개국에 불과하다고 예측했다. 그나마 인구 증가 속도가 빠른 지역은 아직 산업화가 느린 아프리카다. GBD 연구에 따르면 2100년까지 태어나는 신생아 가운데 적어도 2명 중 1명은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출신으로 추정된다. ■제품 만들 사람 급감 우려GBD 연구에 참여한 IHME의 나탈리아 바타차르지 선임 연구원은 출산율 변화가 "국제 경제와 세계적인 권력 균형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외신들이 가장 주목하는 지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다. 지난 1월 유럽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 의하면 지난해 전 세계 제조업 생산물의 35%는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은 최근 베트남과 인도 등으로 공장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2위 미국(12%)의 2배가 넘는 비중의 공산품을 생산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지난달 4일 보고서에서 2035년이면 중국의 인구가 14억명 아래로 줄어든다고 예상했다. 중국의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억967만명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4월 보도에서 과거 중국이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한 덕분에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인구 감소와 함께 고학력 노동자가 증가하면서 저임금 노동자가 줄어들고 인건비가 오르는 추세다. 이는 미국 등 중국산 수입품에 의존하는 선진국에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인구 감소로 중국 소비자들의 지출이 줄어들면 미국의 애플이나 나이키처럼 중국 시장에 의존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출생률 감소는 고령화 및 복지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에 따르면 2050년 유럽연합(EU)의 생산가능인구는 지금보다 5분의 1 줄어들 예정이다. 중국 사회과학원(CASS)은 지난 2019년 중국의 주요 연금이 2035년이면 고갈된다고 추정했다. 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1월 보고서에서 2025년 기준 신용 등급이 '투기 등급(정크)'인 국가 비율이 전체 33.3%, 최우수 등급(AAA) 비율은 18.52%로 예상했다. 그러나 2060년이 되면 정크 비율은 49.38%까지 뛰고 AAA 비율은 2.47%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해 5월 특히 한국을 언급하며 2050년 기준으로 한국과 대만, 중국에서 고령화 및 그에 따른 재정 위험이 심각해진다고 우려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3-24 19:02:56매년 늘어나는 사교육비 부담에 학부모의 허리가 끊어질 지경이다.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은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2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보다 1조2000억원(4.5%) 늘어나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학생 5명 중 4명꼴로 사교육을 받고 있고, 1인당 월평균 55만원을 쓰고 있다. 증가 폭이 2022년 10.8%의 절반가량으로 떨어졌다지만 전년도의 높은 물가상승률(3.6%)을 감안하면 예년과 비슷하다. 물가보다 사교육 단가가 더 많이 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통계에는 소위 N수생 사교육비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우리 사회 사교육비는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사교육 소비자인 초·중·고교 학생 수는 지난해 521만명으로 1년 전보다 7만명이나 줄었다. 그럼에도 매년 1조원 넘게 사교육비 총액이 순증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사교육 과잉이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킬러문항 배제 발언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오히려 사교육 경쟁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 사교육비 증가 폭이 8.2%로 7년 만에 가장 높은 배경이다. 더 큰 문제는 심각한 사교육 양극화다. 월평균 가구소득 8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각각 67만원, 18만원으로 50만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도 지난해 소득 상위 20%(5분위) 교육비 지출이 1분위(소득하위 20%)의 8배나 됐다. 고소득층은 한달에 수백만원의 사교육비를 쓰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부모의 부가 아닌, 자신의 능력만으로 올라가는 계층이동 사다리가 끊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아이를 둔 가정에서 사교육비는 지출 1순위다. 허리가 휠 정도로 커지는 부담에 젊은 세대와 신혼부부들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12월 '월평균 실질 사교육비가 1만원 늘어날 때마다 합계출산율이 0.012명 줄어든다'는 보고서를 낸 것도 타당한 분석이다. 저출산과 마찬가지로 사교육비 축소를 위한 정부 정책은 실패했다. 교육정책 불신, 의대 열풍 등으로 사교육 기세는 꺾이기는커녕 더 팽창할 것으로 예상돼 문제다. 30조원에 육박하는 사교육 시장은 이미 거대한 카르텔이다. 경기침체 속에서 유명학원 사교육 업체만 비정상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정부가 최근 유명학원과 교사들의 뒷거래를 적발했는데 빙산의 일각이다. 이것도 신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허위·과장 공포마케팅으로 사교육을 조장하는 행위,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대대적 수사와 엄정한 처벌이 요구된다. 수능점수로 서열화하는 입시제도의 근본적 개혁도 시작해야 한다. 학벌우선 사회를 벗어나 젊은 세대에게 다양한 기회를 부여하고 응원하는 인식전환의 노력이 필요하다. 고교졸업자 직업교육을 확대·장려하고 롤모델을 찾아 이들의 노력과 성공을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도 조성해야 한다. 최소 10년 앞을 내다보고 미래세대가 짊어질 사교육의 굴레를 끊어내도록 지속적으로 혁신방안을 찾고 공론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원에 내몰리는 아이들, 붕괴된 공교육을 지키는 교사, 사교육비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부모, 이들을 목격하며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세대 모두가 더 불행해질 뿐이다.
2024-03-14 18:24:24【파이낸셜뉴스 과천=장충식 기자】 경기도 과천시가 2023년 경기도 내 31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했다. 5일 지난 2월 28일 발표된 통계청 '2023년 인구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과천시의 합계출산율은 1.02명으로 전국 0.72명, 경기도 0.77명, 서울시 0.55명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31개 지자체 가운데에서는 합계출산율 1명대를 유지한 것은 과천시가 유일하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자가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이같은 결과는 민선8기 공약사항의 일환으로 임신축하금을 신설해 운영하는 등 임신 출산과 관련한 각종 지원 정책 확대 추진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과천시는 지난해부터 임신축하금 20만원을 지급하고, 출산축하용품 지원금액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했다. 또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미숙아·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선청성 대사이상 및 난청검사비 지원, 영유아 발달 정밀검사비 지원에 있어서도 소득제한 기준을 폐지하고 모든 가구로 확대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산모·신생아 건강관리지원사업의 정부 지원 외에 별도로 부담하는 본인부담금 비용을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월부터는 난임부부 지원의 시술 지원 횟수를 21회에서 25회로 확대하고 체외시술 간 칸막이를 폐지한 데 이어, 나이 제한 없이 최대금액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아이 낳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신규사업도 추진한다. 과천시는 4월 중 시작을 목표로 임신을 준비중인 부부에게 난소기능검사, 정액검사 등을 지원하는 '임신 사전 건강관리지원사업', 난임부부 시술 도중 의학적 사유로 중단되어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불가자에게 지원하는 '난임시술 중단 의료비 지원사업', 난임 진단 전에라도 가임력 보존을 위해 난자를 냉동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냉동난자 사용 보조생식술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된 '생애초기 건강관리사업'도 5월 시작을 위해 사업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생애초기 건강관리사업은 보건소 등록 임산부 및 만2세 미만 영아 출산가정에 영유아 전문간호사 및 사회복지사가 방문하여 건강상담, 영아발달상담, 정서적지지 등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신계용 시장은 "민선8기 공약사항으로 출산 지원을 약속했고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이에 그치치 않고 임신·출산을 위한 실효성 있는 사업을 꾸준히 발굴하여, 아이 낳기 좋은 과천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4-03-05 13:04:13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다시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4·4분기 합계출산율은 급기야 0.6명대로 추락했다. 연간 기준으론 겨우 0.7명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기록으로도 최저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 대비 8% 가까이 줄었다. 올해는 이보다 더 아래인 21만명 선으로 내려가 합계출산율이 0.68명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지금 몇 년째 출산율 쇼크 상황에 살고 있다. 그동안 온갖 수단이 동원됐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10년 넘게 300조원 넘는 재정을 투입하고도 이런 결과를 낳은 것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반성부터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왜 효과가 없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면밀하게 따져보고 후속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통계를 보면 출산율 사상 최저라는 기록뿐 아니라 감소세가 이처럼 가파른 것도 유례가 없다. 합계출산율은 2015년(1.24명)을 정점으로 8년째 하락세다.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 40만명 선이 무너진 뒤 2020년 30만명, 2022년 25만명 밑으로 주저앉았다. 한국의 출산율을 놓고 해외에서 더 경악하고 있다. 해외 유명 인구학자는 지금 출산율이 계속되면 2750년 대한민국이 1호 소멸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우리 인구 감소율이 중세 흑사병 시대를 방불케 한다고 지적한 외신도 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는 2주간 800만원이 드는 서울 강남의 산후조리원 체험 르포 기사로 한국의 저출산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의 출산율을 기이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요인은 경제적 비용일 것이다. 1인당 소득 대비 양육비가 가장 많이 드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보고서도 있다. 최근 베이징 인구정책연구기관이 출생 후 18세까지 자녀 1명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국가별로 비교했더니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이 6.3배로 2위, 한국은 7.79배로 1위로 나왔다. 이런 수치를 들지 않아도 출산과 양육비, 교육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부모에게 말할 수 없는 희생이 따른다는 걸 모르는 이가 없다. 전쟁 같은 입시, 천정부지로 치솟은 주택비용도 출산기피의 요인인 것은 물론이다. 결혼을 원치 않는 청년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이런 데서 비롯됐다. 청소년 10명 중 7명은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암울한 현실의 근본 원인들을 차근히 살펴보는 과정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지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출산장려금 1억원을 흔쾌히 내놓는 기업이 너무나 반갑지만 이런 지원이 가능한 업체는 많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는 수시로 출산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가는 정책도 상당수다. 쏟아지는 지원책의 효과를 점검하고 큰 비전을 그리는 작업이 시급하다. 저출산위원회 조직을 재정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특단의 대책 그 이상이 나와야 한다.
2024-02-28 18:30:22지난해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또다시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이다. 출산율 하락 속도는 이전보다 더 빨라졌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으로 전년(24만9200명)보다 1만9200명(7.7%) 줄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떨어졌다. 남녀 100쌍을 기준으로 72명의 아이만 태어난다는 의미다. 합계출산율은 출산율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명대가 붕괴된 2018년(0.98명) 이후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 2021년 0.81명, 2022년 0.72명 등으로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합계출산율이 1.0명대를 넘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2022년에는 세종(1.12)이 1명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0.97명으로 떨어지며 모든 시도 합계출산율은 0명대로 주저앉았다. 아이를 낳는 여성의 평균 나이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3.6세로, 전년보다 0.1세 높아졌다. 첫아이를 낳는 산모의 평균연령은 33.0세로 0.2세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은 나이다. 첫째 출산연령이 늦어지며 다자녀가정도 줄었다. 지난해 첫째 출산은 13만8300명으로 1년 전보다 6700명(4.6%) 줄었는데 둘째 출생아는 11.4%, 셋째 이상은 14.5%로 감소 폭이 더 컸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35만2700명으로 전년 대비 2만200명(5.4%) 줄었다.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대부분 연령층에서 사망자 수가 줄었다. 남자와 여자 모두 80대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 4년 만에 사망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저출산 쇼크엔 역부족이었다. 출생아가 급감하며 출생에서 사망자 숫자를 뺀 인구 자연감소는 12만2000여명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첫 자연감소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4-02-28 18:29:48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또 한 번 역대 최저치를 경신한 가운데 올해는 합계출산율 0.7명대가 붕괴될 전망이다. 결혼·출산 기피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출산율 반등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합계출산율이 0.68명까지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분기 출산율 첫 '0.6명대' 추락통계청이 28일 발표한 '12월 인구동향'을 보면 작년 4·4분기 0.65명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사상 첫 0.6명대 분기 출산율이다. 이 기간 신생아 수는 5만명대 초반에 그쳤다. 작년 4·4분기 지역별로 출산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서울(0.51명)이다. 1년 전보다 0.03명 줄었다. 이어 부산(0.59명), 대구(0.63명), 인천(0.64명), 광주(0.64명) 순으로 출산율이 낮았다. 이 기간 전국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으로, 0.89명이다. 그러나 세종의 출산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1.02명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명대가 무너진 수치다. 출생아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혼인건수도 줄었다. 2023년 4·4분기 혼인건수는 5만263건으로 1년 전보다 2907건(-5.5%) 감소했다. 연령별 혼인율은 전년동기 대비 여자 30대 후반(35~39세)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2022년(0.78명)에 이어 1년 만에 역대 최소치를 또 한 번 갈아치웠다. ■올해 0.68명, 내년 0.65명 예상통계청은 올해 합계출산율 0.7명대가 무너질 것으로 예상했다. 통계청이 작년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를 보면 출산율과 기대수명, 국제이동을 중간 수준으로 가정한 중위 시나리오에서 출산율은 올해 0.72명에서 내년 0.68명으로 떨어진다. 2025년에는 0.65명으로 저점을 찍을 전망이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202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여성의 첫째아 출산연령(32.6명)도 회원국 중 가장 많다. 정부는 엔데믹 이후부터 혼인건수가 증가한 점을 향후 출산율이 개선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딩크족 증가 등 출산 기피현상으로 이마저도 무조건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을 한 뒤 출산을 안 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며 "혼인건수가 출산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과거보다 낮다"고 말했다. ■'수장교체' 저고위에 쏠린 눈저출산대책 컨트롤타워 격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내놓은 새로운 대책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저고위는 조만간 새 저출산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존 정책·예산을 재구조화하고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발굴할 계획이다. 저고위는 이날 "실증적 분석을 토대로 기존 저출산정책 과제를 평가해 정책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대책 중심으로 재구조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라며 "정책 수요자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실질적 양육부담 완화방안 등 정책을 발굴·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기업, 언론, 시민사회, 종교계, 학계 등 사회 각계와 다각적 협력방안도 마련하고 있다"며 "노동·교육 개혁, 수도권 집중 완화 등의 중장기적 사회구조 대책 마련도 병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4-02-28 18:23:22[파이낸셜뉴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예상한 중위 기준 0.72명이었다. 최악으로 상정됐던 0.71명보다 나았지만 지난해 4·4분기 기준으론 0.65명까지 추락했다. 사실상 출산율 쇼크다. 인구 구조가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전조다. 인구 위기가 가중되고 있지만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예정됐던 저출생 극복 관련 대통령 주재 회의는 일정 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차원이 다른 대책 마련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냄비 속 개구리'…반전은 없었다 28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2022년 대비 0.06명 낮아졌다. 0.72명은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의 중위기준 예상 경로다. 다만 예상범위지만 2년만에 수정했다는 게 핵심이다. 2020년 추계는 출산율이 2024년 0.70명을 바닥으로 반등한다고 예견했다. 하지만 2022년 추계는 바닥을 2025년으로 늦췄다. 그리고 0.65명까지 떨어진다고 했다. 인구 상황이 급속도록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지난해 4·4분기 출산율이 0.65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0.6명대로 내려온 것이 방증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합계출산율 0.70명은 2세대가 지나면 인구가 4분의 1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사회가 소멸 수순에 접어든다는 예고다. 실제 한국 사회의 미래를 경고하는 수사도 넘쳐난다.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1호 인구소멸국가'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말 미국의 한 저명한 인구학자는 "한국, 완전히 망했네요"라는 멘트를 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노동 시장이나 국가 재정뿐 아니라 교육, 국방, 의료 등 사회 전반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분야별 해법 마련의 필요성과 시급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보다 34.75% 줄어들면서 한국의 2050년 국내총생산(GDP)은 28.38%나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뤄지는 '특단의 대책' 발표 저출산 상황과 관련해 사회 곳곳에서 경고음이 켜지고 있지만, 다른 차원의 대책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지난해 12월14일 저출산 상황과 관련해 "'특별한 위기'인 만큼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2달 반이 지나도록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일가정양립지원정책을 올해 초에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통상 새 정부가 들어오면 기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정하면서 저출산 정책의 비전을 제시하는데, 정부는 출범 2년이 가까워지는데도 아직까지 제4차 기본계획(2021~2025년)의 수정판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다. 더구나 저고위는 최근 실무를 총괄하는 부위원장의 교체로 재정비 중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 극복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저고위 위상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인구정책 거버넌스(정책결정구조)의 틀을 바꾸려는 움직임이어서다. 인구 특임장관 도입, 인구 전담 부처 신설, 복지부 장관의 인구 부총리 격상 등이 연장선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단 장관급 비상근직인 저고위 부위원장을 상근직 부총리급으로 상향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장관급 부위원장으론 저출산 정책을 총괄하고 부처간 합의를 이끄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저고위가 집행권과 예산권이 없다는 한계가 있는 만큼 거버넌스 개편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정책, 재원 마련이 최대 난관 저출산 위기 돌파를 위한 대책으로는 그동안 정부 안팎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구체화된 것은 많지 않다. 저고위는 육아휴직을 늘리기 위해 현재 15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의 월 상한액을 최저임금(내년 206만740원) 혹은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예 일정 기간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이와 함께 아동수당 지급 기한을 만 17세까지 늘리면서 급여액도 둘째아나 셋째아 이상에 각각 15만원과 2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복지부는 난임 지원을 더 넓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소득 기준을 폐지해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을 확대했는데, 난자 동결 혹은 해동 비용도 전향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이디어는 쏟아지지만 모두 예산문제와 연결된다. 이에따라 획기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큰 규모의 재원 투입이 불가피해 목적세 신설 등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저고위는 육아휴직 확대 등 저출산 대책에 11조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주요 재원인 내국세의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끌어다 쓰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교육계의 거센 반발을 낳았다. '부모보험' 같은 사회보험을 신설하자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국민의 주머니에서 더 많은 세금을 꺼내야 하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1991년 폐지된 방위세 처럼 인구위기 극복을 위한 목적세를 신설하는 등의 형태로 확실한 재원 마련 방안을 마련하고 거버넌스도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며 "저출산 문제는 이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상황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24-02-28 14: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