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는 초미세먼지 대응 공조시스템의 성능을 시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한국공기과학시험연구원(이하 시험연구원)을 청라국제도시 도시첨단산업단지에 개원했다고 18일 밝혔다. 시험연구원은 건축물의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공조설비의 시험인증을 지원하기 위해 인천시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가 설립했다. 기존 국내 시험기관에는 소형 제품 대상의 시험설비 위주로 구축돼 냉동공조 업계는 그동안 중대형·최신 제품의 시험에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원한 시험연구원은 공항, 지하철, 전시장과 같은 중대형 건물에 설치하는 대형 공조설비와 최근 도입이 활발한 외기전담공조시스템(DOAS)의 시험이 가능하다. 이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공조설비의 집진 성능시험을 위해 필터를 분리해 별도 시험했으나 시험연구원에서는 필터를 공조설비에 부착한 상태에서 제품 전체 성능까지 일괄 시험할 수 있게 됐다. 또 개원식에서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와 미국냉동공조협회(이하 AHRI)는 시험연구원을 ‘AHRI 인증 한국시험소’로 지정하는 협약도 체결했다. AHRI 인증은 전 세계에서 인정되는 사실상 표준(de facto standard)으로 이번 협약을 통해 그간 해외에서 진행한 인증 절차를 국내에서 진행할 수 있어 업계 부담을 줄이고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공기청정 및 공조기기의 성능·인증체계 집적으로 국내 시험규격은 물론 미국 AHRI, 유럽 EUROVENT(유럽냉동공조산업협회) 등과 협력으로 국제 공인성 확보 및 글로벌 상호 인증 활성화를 통해 국내 공기조화기기 관련 기업의 내수 및 수출 증대 효과도 예상된다. 또 앞으로 중대형 건물용 실내 초미세먼지(PM 2.5) 대응 관련 공조 시스템 및 친환경 냉매적용 콜드체인 시스템 개발을 위한 성능 고도화의 구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날 시험연구원 개소식에는 이행숙 인천시 부시장, 장영진 산업부 제1차관, 강성희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 회장, 스티브 유렉 미국냉동공조협회(AHRI) 회장 등 정부, 지자체, 해외유관기관, 협회사 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행숙 인천시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은 개원식 환영사에서 “인천은 새롭게 출발하는 한국공기관학시험연구원의 안정적인 정착과 운영을 위해 긴밀한 협조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2-10-18 15:29:57【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 청라국제도시 도시첨단산업단지에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 부설 한국공기과학시험연구원이 들어선다. 인천시는 지난해 6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산업혁신기반구축 공모사업' 선정 일환으로 한국공기과학시험연구원이 청라국제도시 도시첨단산업단지에 들어선다고 8일 밝혔다. 한국공기과학시험연구원은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 사업비 79억원이 투입돼 4513㎡ 부지에 3487㎡ 규모로 건립된다. 이 중 연구소는 2637㎡, 부대시설은 850㎡로 시험실 7개가 들어선다. 건물은 1층 또는 다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1월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며 오는 4월에 착공해 9월에 건축공사를 마치고 11월에 정상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중국발 미세먼지 등으로 초미세먼지 대응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면서 초미세먼지 농도를 저감할 수 있는 공기질 향상 시스템에 대한 제품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나 검사기준 및 초미세먼지 차단 성능을 시험하기 위한 인프라가 미비한 상황이다. 또 국내 공기조화기기 관련 중소기업 제품의 해외 수출을 위해 미국냉동공조협회(AHRI), 중국 안전 및 품질 인증(CCC) 등 해외 기관 인증이 필수 사항이며 시험 지연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해소하기 위해 성능시험 규격 표준화 및 국내외 시험인증의 전문가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번 한국공기과학시험연구원 건립으로 이 같은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한국공기과학시험연구원 유치로 냉동·공조 기업의 기술개발, 성능평가 및 제품인증 편의 제공 등으로 인한 기업의 생산 활동 여건 개선, 사업기간 내 약 100여명 고용효과, 5년간 약 1000여명 간접고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인천 소재기업(본사)에 대한 시험평가 수수료를 사업기간 4년간 70%, 성과활용기간 5년간 15%를 감면해 지역 기업의 기술개발 등 기술혁신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실내 초미세먼지 차단시스템 고도화 실증기반 구축사업은 2023년까지 총사업비 194억2000만원을 투입해 인천지역 내 실내 초미세먼지 대응 공조시스템의 성능을 시험하고 평가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으로써 냉동·냉방·공조기 제조 기업의 육성과 전문인력 양성 등 지역의 관련 산업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변주영 시 일자리경제본부장은 “한국공기과학시험연구원의 인천 유치를 통해 시험인증 서비스 제공으로 기업의 생산 활동 여건 개선과 관련 산업 성장 및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1-02-08 11:34:01[파이낸셜뉴스] 코스닥 전기화학식 가스센서 전문기업 센코의 자회사 켄텍은 극초미세먼지(PM1.0) 농도 자동측정기를 국산화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측정기는 켄텍이 2021년 7월 환경부 주관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에 녹색산업 선도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되며 개발한 기기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녹색혁신 성장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개발(R&D) 지원(3년 간 약 20억원)이 이뤄졌다. 저가의 광센서방식이 아닌 극초미세먼지를 여과지에 포집해 여과지를 통과할 때 흡수되는 베타선의 세기를 계산해 농도를 측정하는 베타선 흡수법 방식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주요 핵심 부품인 도입부, 베타선원, 포집부 등을 모두 국산화해 가격경쟁력과 유지관리 측면의 강점을 확보했다. 개발된 PM1.0 자동측정기는 한국환경공단,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국가공인 기관에서 시험검사를 실시해 성능을 확인했다. 현재 민간과 정부의 대기오염자동측정망과 실내공기질 측정망은 PM10과 PM2.5 측정기를 전국 2000여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켄텍은 향후 PM1.0 측정기 도입이 시작되면 개발 완료된 제품을 선제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극초미세먼지(PM1.0)는 지름이 초미세먼지(PM2.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의 60분의 1보다 작은 미세한 크기다.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아 인체에 매우 유해한 물질이다. 켄텍 관계자는 “현재 환경부와 학계에서 극초미세먼지의 관리 필요성과 관리방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극초미세먼지 측정이 시작되면 400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기 오염도가 높은 인도, 베트남 등 국가를 중심으로 초미세먼지 관련 시장이 팽창되고 있어 수출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켄텍은 2022년도에 선행 연구개발을 진행해 초미세먼지(PM2.5) 측정기도 환경부 혁신제품으로 등록한 바 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2023-12-26 10:01:43[파이낸셜뉴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환경측정기기 정도검사기관'으로 지정받았다고 28일 밝혔다. 환경측정기기 정도검사기관이란, 형식승인된 환경측정기기를 사용·운영하는 자가 형식승인된 내용대로 구조와 성능이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검사기관으로, '환경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4항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10조 제4항에 따라 지정된 기관을 말한다. KCL은 앞서 2019년에 미세먼지 간이측정기 성능인증기관, 2022년에 대기 및 실내공기질 분야 간이측정기 성능인증검사기관으로 지정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KCL은 대기분야 형식승인 대상 측정기기의 정도검사, 비대상 간이측정기류의 성능인증 등 모든 공기환경 측정·모니터링 기기에 대한 기술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이번 신규 지정을 통해 KCL은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오존,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등 6가지 대기 연속자동측정기기와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채취장치에 대한 정도검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조영태 KCL 원장은 “온실가스 저감 정책과 AIoT·빅데이터를 모토로 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여 공기질 센서·측정기기 성능평가를 인공지능융합기술을 활용해 제공함으로써 관련 업계의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3-11-28 14:15:39[파이낸셜뉴스] 극한 고온상태와 극한 저온 등 극한의 환경속에서도 생존력을 끌어올리는 각종 전투 장비들이 대거 선을 보여 주목된다. 16일 광장이노텍에 따르면, 혹한의 추위와 700도 이상의 높은 온도를 견디어내는 에어로젤 소재를 적용한 다양한 제품을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6일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와 '대한민국 전력지원체계 전시회(DUPEX KOREA 2023)'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에어로젤은 공기를 의미하는 에어로와 고체화된 액체를 뜻하는 젤의 합성어로, 실리카 에어로젤은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소재로 기네스북에 올랐다는 게 광장이노텍측 설명이다. 광장이노텍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오랜 연구협력관계를 바탕으로 민군기술협력사업을 공동 진행하면서 에어로젤 융복합기술이 적용된 혹한의 추위와 극한의 고온을 견디는 '군 전력지원체계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바로 이 에어로젤 융복합기술이 적용된 다기능 생존 슈트, 전술잠수복, 전술방한복 상의, 궤도차량승무원복, 전술 침낭, 자충식 매트 6가지가 선보이게 된다. '다기능 생존 슈트'는 작전 및 훈련간 다기능으로 활용이 가능하고, 극한의 전장 환경에서 기존 전력지원품의 각 용도를 최소한의 기능으로 축소해 부피와 무게를 줄인 제품이다. 물에 젖지 않고 유연하며 낮은 열전도값을 가진 에어로젤 블랭킷과 나노 블랭킷 신소재를 적용해 유사시 적지에 고립되거나 가혹한 환경속에서도 생존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슬리핑자켓, 판초우의, 2인 결합 타프형 텐트, 위장가리개, 깔개 등 5개의 형태로 활용이 가능해 다양한 작전 수행과 전술 운용에 매우 적합다는 평이다. 전술잠수복은 초단열성, 초경량성, 초소수성, 내압축성을 지닌 에어로젤 복합소재로 구성된 투방습 레이어가 적용된 제품이다. 수중침투 후 육상 전투로 전환 시 별도의 환복없이 작전이 가능한 신개념 잠수복으로, 에어로젤의 초단열성과 내압축성으로 두꺼운 내피 착용없이도 잠수복 전체에 균일한 보온력을 유지할 수가 있어 수중에서 열손실로 인한 저체온증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잠수복 내부의 결로현상을 막아 쾌적성을 높였으며 활동성 강화를 위해 팔과 다리에 소수성, 단열성이 우수하고 유연한 나노파이버 블랭킷을 적용했다는 게 광장이노텍측 설명이다. 궤도차량 승무원복은 전차, 자주포, 장갑차 등 궤도차량 승무원용 피복으로 개발했다. 국내 개인안전장비 전문 제조사의 비교시험에 따르면, 에어로젤 복합소재는 기존 아라미드 소재 소방복에 비해 불꽃열 방호성능은 1.5배 이상, 복사열 방호성능은 1.4배 이상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품은 차량이 피격당해 고온의 화염폭발이 발생하더라도 화상과 멜팅현상으로 인한 2차피해를 방지하고 승무원의 탈출 및 구조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와함께 에어로젤이 가진 초단열성에 의해 동계 전투에서도 방한복의 역할을 해서 승무원의 생존성을 높일 수 있고, 습기 가열로 인한 스팀 화상 등의 피해도 방지할 수 있다. 전술방한복 상의(외피, 내피)의 경우, 동계 작전 시 착용하는 기존 전술방한복은 내피가 땀에 젖어 쾌적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체온손실로 인해 작전 수행 간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 제품은 투방습 기능이 탁월하고 단열 및 보온능력이 뛰어난 에어로젤 복합소재와 나노파이버 블랭킷을 적용함으로써 가혹한 환경에서도 신체를 보호할 수 있는 최상의 기능성을 갖췄다. 전술 침낭은 내피와 외피 분리가 가능해 사계절 사용 가능하다. 침낭 하단부는 에어로젤 복합소재, 그 외에는 나노파이버 블랭킷을 적용해 지면의 냉기 및 습기를 차단함으로써 보온성능이 우수하다. 자충식 매트는 초단열성, 초소수성을 지닌 에어로젤 복합소재가 적용되어 동계 작전 및 훈련 간 바닥에 깔아 지면으로부터의 냉기 및 습기를 차단하는데 효율적인 제품이라고 광장이노텍측은 강조했다. 광장이노텍 조영수대표는 “상용화 기술로 접목된 에어로젤 융복합 제품의 개발과 시장경쟁력을 갖춘 원료, 원천 기술을 확보한 만큼 군 전력지원체계 분야를 넘어 에어로젤 기술을 요구하는 다양한 기업과 협력할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고기능, 고성능 소재가 요구되는 산업안전 분야, 전기자동차 분야를 포함해 기후변화 에너지 대응 시장을 선도하며 시장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2023-10-16 17:38:35"쓸데없는 일을 잔뜩 하라. 그러면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이 말을 한 이는 일본 요시노 아키라 박사다. 그는 리튬이온전지를 발명한 공로로 독일계 미국인 존 구디너프, 영국 출신 스탠리 휘팅엄과 함께 201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전기를 흐르게 하는 전지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로 구성된다. 전지의 크기, 성능, 수명, 안전성을 결정하는 것이 양극·음극 소재다. 리튬이온전지가 세상에 나오기 전 이차전지(배터리)는 납축전지, 니카드전지, 니켈수소전지가 주류였다. 요시노 박사가 처음부터 전지 전문가인 건 아니었다. 석유화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입사한 회사가 섬유업종의 아시하카세이다. 부속 연구소에 배치된 샐러리맨 과학자 요시노의 임무는 새로운 제품을 위한 시드기술을 찾아내는 것. 번번이 실패하다 입사 후 10년이 지난 1981년 기회를 잡는다.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아세틸렌에서 전기가 흐를 수 있다는 시리가와 히데키(2000년 노벨화학상 수상) 연구 결과가 그 무렵 나왔다. 이 폴리아세틸렌을 전지 음극 재료로 쓸 수 있겠다는 판단은 전적으로 요시노만의 생각이었다. 실험 결과 예감은 적중했다. 하지만 여기에 조합할 양극 재료를 찾는 일이 난제였다. 이듬해 연말, 그러니까 1982년 12월 연구소 대청소를 끝내고 더 이상 할 일이 없던 요시노는 책상 귀퉁이에 밀쳐놓은 문헌 하나를 집어든다. 당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였던 구디너프가 엑손모빌 연구원 휘팅엄의 연구에 영감을 얻어 후속 작업을 한 논문이었다. 핵심은 코발트산리튬 화합물을 이차전지 양극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인데, 여기에 적절한 음극 재료를 찾지 못했다는 내용도 쓰여 있었다. 요시노는 바로 시험전지 제작에 착수했다. 충전과 방전 모두가 완벽했다. 폴리아세틸렌 음극과 코발트산리튬 양극, 이것이 지금의 리튬이온전지 원형이다. 소형, 경량화, 전압, 에너지밀도에서 급격한 진화를 이뤄냈다. 그의 개발비화는 그가 쓴 '리튬이온전지 발명이야기'에 자세히 나온다. 요시노 박사가 길을 연 리튬이온전지 초반 시장은 일본 기업들의 독무대였다. 1991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소니, 2000년대 중반 돌풍을 일으킨 산요. 그 후 산요를 인수한 파나소닉이 세계 시장을 휘저었다. 이들에 의해 어깨에 두르던 숄더폰이 손으로 들 수 있는 폰이 됐다. 하지만 일본의 '배터리 천하'는 20년을 넘기지 못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전문가들이 꼽는 주요 패착은 스마트폰·전기차 시대의 폭발성을 내다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후발주자 한국·중국의 기업들이 '배터리 왕국' 일본을 뒷방으로 밀어냈다. 중국 정부는 서구를 이길 핵심 첨단기술로 일찌감치 배터리를 지목했다. 1999년 홍콩에 설립된 중국의 신생 배터리 업체 ATL은 애플의 아이폰에 배터리를 납품하면서 급성장했다. 2017년 ATL에서 분사한 CATL은 차량용 배터리에 집중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중국 시장을 싹쓸이하면서 CATL은 점유율 세계 1위가 됐다. 가성비 뛰어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서구 시장 점유율도 높여가고 있으나 서방의 제재 수위가 변수다. 한국의 경우 배터리 산업에 과감히 베팅했다는 점에서 중국과 닮았지만 기업 주도로 성장했다는 점에선 중국과 차이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다. 서방이 인정하는 최고 기술은 LG엔솔에 있다는 뜻이다. LG엔솔은 최근 세계 완성차 1위 일본 토요타와 배터리 대규모 장기계약을 했다. 글로벌 완성차 톱 10개사 중 9개사가 LG엔솔 공급처가 됐다. 시장 판도를 보면 지금의 배터리는 한중 맞대결로 좁혀지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리튬이온전지를 넘어선 차세대 배터리 전쟁에 이미 세계 각국이 참전했다.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전고체전지를 비롯해 리튬황전지, 리튬공기전지 등이 연구대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토요타의 전고체전지 기술이 가장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가격 등 해결할 과제도 많겠으나 판을 바꾸는 힘이 기술에 있다는 건 너무나 분명하다. 배터리의 다음 미래는 누가 주도할 것인가. 지금 하기에 달려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2023-10-11 18:19:02[파이낸셜뉴스] "병원 공기정화에 쓰이는 전기료를 연간 6000만원 정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창원한마음병원 하충식 이사장이 한국재료연구원(KIMS)의 원천기술로 개발한 ㈜알링크의 에어클리센 공기정화 모듈 시스템을 시험 적용키로 결정한 뒤 이같이 말했다. 한국재료연구원은 알루미늄 3D 특수 코팅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연구원 창업한 알링크가 종합병원에 시험 적용해 기존 공기정화 모듈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실증시험에 돌입했다고 8일 밝혔다. 재료연구원에 따르면, 이 공기정화 모듈은 기존 장치에 비해 미세먼지 제거율이 2배 이상 향상됐으며, 전력사용량은 25% 이상 줄일 수 있다. 병원 건물 공조시스템 전용 전도성 공기정화 모듈은 공기 중 미세먼지와 세균,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제거하고, 전력소모량 및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출 수 있다. 이 공기정화 모듈은 재료연구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한 3차원 알루미늄 코팅 소재기술이 적용됐다. 동일 규격을 지닌 2대의 공조 장치 각각에 전도성 공기정화 모듈 및 일반 공기정화필터를 설치해, 미세먼지 제거효율과 전력사용량을 실측 및 비교하는 실증시험을 이미 거쳤다. 이 공기정화 모듈은 2021년 후반부터 지금까지 일반 대형 건축물, 호텔, 지하철 역사 등에 설치 및 실증작업이 이루어진 바 있다. 그 결과, 일반 공기정화필터가 미세먼지를 약 40% 수준으로 제거하는 반면, 전도성 공기정화 모듈은 80% 이상 제거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전력량은 일반 공기정화 모듈 공조시스템이 하루 평균 약 44㎾h를 소모하는 한편, 전도성 공기정화 모듈 공조시스템은 하루 평균 33㎾h를 소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존 대비 전도성 공기정화 모듈을 사용할 경우, 공조시스템 운전을 통해 발생하는 전력비용을 약 25%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절감되는 전력량만큼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량 또한 저감할 수 있어, ESG경영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충식 이사장은 "창원한마음병원은 이번 협력 결과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다양한 첨단 기술을 병원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이를 통해 쾌적하고 건강한 병원 실내 환경 유지 및 지구환경 지킴이 역할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창원한마음병원은 해당 전도성 공기정화모듈 실증시험을 2024년 6월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좀 더 많은 실증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병원 건물 적용 안전성을 확인한 후 병원 전체 공조시스템에 적용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3-09-08 14:00:30[파이낸셜뉴스] 전기차 대세론 속에 글로벌 자동차·석유화학 업계가 이른바 '유사 가솔린', '유사 디젤'로 불리는 합성연료(E-Fuel, 이퓨얼)이란 새 선택지를 받아들게 됐다. 내연기관차 퇴출에 앞장서 온 유럽연합(EU)이 28일(현지시간) 독일·이탈리아 등 전통 내연기관차 제조 강국들이 압력에 합성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에 대해선 2035년 이후에도 판매를 허용키로 하면서, 당초 초안상의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방침을 수정했다. 전통의 엔진차 강국인 독일·일본 등에선 EU의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향후 10년에 걸쳐 전개될 자동차 산업의 패권 경쟁, 그 향배를 놓고, 내연기관차 업계가 합성연료에 마지막 기대를 거는 모습인데, '그래도' 전기차 대세론을 허물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독일차들의 지연작전..."꿈의 연료라지만 고비용" 엔진기술에 사활을 걸었던 포르쉐·BMW 등 독일 자동차 업계가 엔진차 퇴출 압박에 꺼내든 카드는 합성연료다. 합성연료는 물을 전기분해해 생성한 '수소'와 공기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인공적으로 조합해 만든 연료다. 가솔린 자체가 탄화수소 덩어리인 만큼, 수소와 탄소를 조합해, 가솔린에 가까운, 이를테면 유사 가솔린, 유사 디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통상의 가솔린보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90%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동화에 소극적이란 지적을 받아온 도요타는 순수 전기차보다 이퓨얼을 연료로 하는 하이브리드차가 전체 탄소 배출량이 더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성연료의 사용방식은 현재의 가솔린처럼, 차에 그대로 주유하는 방식이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 연료', '꿈의 연료'로 불리지만, 관건은 고비용이다.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기 에너지가 사용된다. 수소연료전지의 고비용 문제와 같은 맥락이다. 합성연료 생성 비용은 1ℓ당 10달러 정도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비용 문제로 인해 전세계 시장에 합성연료용 내연기관차가 보급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지난가는 미풍에 불과할 것"이란 시각을 내놨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사용되는데다 높은 단가로 인해, 결국 친환경의 가면을 쓴 차악일 수 있다"고 말했다. EU의 내연기관차 존속을 향한 꼼수 가능성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서현 선임연구원은 "이퓨얼 연료와 기존 휘발유 사용을 모두 가능하게 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성연료차로 개량작업이 수반되겠으나, 기술적으로 모호한 경계가 발생할 것이란 얘기다. 고가의 합성연료가 사용되는 차라면, 기존 가솔린을 넣어도 문제없이 가동될 수 있다.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과 양심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이 연구원은 "현 상태로는 이퓨얼의 대량생산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전기차 전환기, 내연기관차 제조사에 어느 정도의 시간적 룸이 생긴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지나가는 미풍"...현대차 등 선택지로 염두 독일 자동차 업계는 물론이고, 전기차 전환에 늑장대처한 일본차 업계 역시, EU의 이번 결정에 반색했다. 현재 합성연료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독일이다. 독일 내에서도, 엔진소리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포르쉐와 산업 인프라 기업인 지멘스가 주도하고 있다. 포르쉐는 지난해 말 칠레에서 합성연료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포르쉐는 2025년까지 연 5500만ℓ, 2027년부터는 5억 5000만ℓ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포르쉐와 지멘스는 최종적으로 합성연료의 가격을 리터당 2달러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미국 엑슨모빌, 일본 ENEOS 등도 합성연료 개발에 나섰으며, 포드·아우디·폭스바겐 등도 관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자동차는 물론이고, 전동화에 한계가 있는 선박, 항공에 적용할 경우 효과적이다. 일본 나카니시 자동차 리서치의 나카니시 타카키 대표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다양한 동력 옵션의 하나로 합성연료에 큰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독일과 달리, 일본에선 이와 관련한 국가차원의 전략적인 프로젝트가 부재해 이번 EU의 결정이 일본차에 구원의 빛을 비춘 것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선 현대차그룹과 SK이노베이션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전동화 올인 전략을 펼치는 현대차도 지난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 대학과 함께 친환경 합성연료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가 합성연료를 생산해 오면, 기존 엔진차에 적용가능한지를 파악하는 시험이다. 현대차의 합성연료 개발은 내연기관차의 존속 가능성, 고객의 다양한 선택지 제공 등의 차원에서 한 발 걸치는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최대 판매 시장인 EU시장의 동향은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0월 액체연료 합성 공정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인피니움’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합성연료의 실현 가능 여부는, 석유화학 업계가 얼마나 진짜 휘발유에 가까운 연료를 만들어오느냐에 달린 문제"라며 "이퓨얼차 허용이 전기차 대세론을 흔들 정도는 아니나, 산업의 헤게모니가 어떻게 전개될 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최종근 기자
2023-03-29 16:31:10【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광주광역시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3'에 첫 참가한 광주 공동브랜드 '지엘(GIEL)' 기업의 ㈜벤텍프런티어가 연간 1000만 달러 수출 계약과 함께 전략적 업무 제휴 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8일 밝혔다. 광주시에 따르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3'에 참가한 ㈜벤텍프런티어가 5일(현지시간) 미국 바이러스엑스버스터사와 연간 100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벤텍프런티어는 공기청정·살균기 제품을 판매하는 가전제품 생산기업이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기 중 각종 유해 물질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항균·항바이러스 특수필터 기술을 개발해 우수성을 인정받은 기업이다. 이 필터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시행한 부유 바이러스 및 미생물 저감시험에서 유해물질 99.9% 이상 제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벤텍프런티어는 이번 계약 성공으로 올해부터 매년 1000만 달러 규모의 공기정화살균기를 미국으로 수출한다. 아울러 수출 계약과 더불어 전략적 업무 제휴 협약에 따라 해외판로 개척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광주시와 ㈜벤텍프런티어는 글로벌 마케팅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광주에서도 16개 협력사와 함께 매출 증가, 신기술 개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바이러스엑스버스터사는 브랜드 마케팅(Brand Marketing) 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는 ㈜벤텍프런티어가 지난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사업과 광주시의 시제품 제작 등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특수필터 이용 공기청정기 KOKOS'가 2022년 조달청 혁신시제품으로 등록되는 등 제품 우수성이 입증된 점을 감안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리비아 킴 바이러스엑스버스터 대표이사는 "우선 연간 1000만 달러를 수출하지만 기술과 제품이 우수해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면서 "혁신기술 가전제품으로 유명한 다이슨처럼 유니콘(Unicorn)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기윤종 ㈜벤텍프런티어 대표는 "기존 제품의 한계를 보완해 공기흡입 신기술을 개발하고 제품 효과를 높였다"면서 "끊임없는 기술 개발 과정 덕분에 처음 참가한 'CES'에서 수출 계약 성과를 낼 수 있었고, 앞으로도 혁신 제품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CES'에 첫 참가한 지역 가전기업이 큰 수출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에 감사하다"면서 "앞으로도 세계적 전시회에 더 많은 지역기업들이 참가해 수출 계약 및 투자유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3-01-08 09:53:18어뢰는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수중 공격용 무기다. 빠르면서도 조용하게 멀리 있는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느냐가 어뢰의 첨단 무기능력을 가늠하는 주요 잣대다. 수중에선 사람의 움직임이 평지와 다르듯 어뢰 역시 물의 저항성과 마찰에 따른 속도저하와 소음을 극복하고 정밀 타격하는 정확도가 생명이다. 기존 어뢰의 개발 방향은 탐지·통신·유도체계의 개선과 수중에서 소음과 마찰을 줄이기 위해 형상을 매끄럽게 하거나 추진 동력과 에너지 효율을 높여 속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수중 저항성으로 인해 어뢰가 목표물을 따라가는 속도의 경우 최대 시속 110km 정도가 거의 한계점이었다. 한국 해군의 어뢰 '백상어'는 수중에서 최대 시속 65km(35노트), '범상어'는 최대 시속 111km(60노트)의 속력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을 극복한 초공동 어뢰(Supercavitating Rocket Torpedo)는 최고 시속 800km를 웃도는 충격적인 속도로 수중에서 목표물을 타격해 '바닷속 미사일'로 불린다. 초공동 어뢰 개발의 실마리는 공동현상(Cavitation)으로 주로 선박에서 물체의 후방에 달린 추진 프로펠러가 수중에서 동력을 전달받아 회전할 때 유체표면에 압력변화로 인해 부분적으로 공기 방울이 생김으로써 발생한다. 이는 소음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추진효율과 추진체계에 물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속도저하를 유발해 많은 연구자가 공동 현상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오히려 물체의 앞쪽에 공동현상을 발생시켜 수중무기인 어뢰 전체를 공기로 뒤덮어 물속에서 일종의 공기터널을 만들어 물과의 마찰 저항성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초공동 기술(Supercavitation)을 개발하게 된다. 이런 기술을 적용, 어뢰의 속도 제한성을 극복한 무기체계가 바로 초공동 어뢰다. ■초공동 어뢰, 사거리·소음·방향 전환 극복 '진화중' 하지만 1990년 구(舊)소련이 개발한 '시크발' 초공동 어뢰는 유도기능이 없고, 소음이 크고 방향전환 제한과 사거리가 10여km로 짧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넘어서기 위해 미국은 1990년대부터 활발히 연구·개발 중이며 독일과 공동으로 초공동 어뢰 전력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해군에서는 1997년에 수중에서 최초로 음속(초당 1500m=2916노트)보다 빠르게 물체가 항주하는 실험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후의 개발 진행현황은 극히 제한된 정보들만 공개됐으며, 미국 해군연구소(US Office of Naval Research)에서 장기과제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미국 해군연구실 어뢰개발 분야 담당자는 2004년 인터뷰에서 초공동 어뢰를 전력화하려면 15년 이상은 소요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어뢰 강국 독일은 이미 2005년 5월 초공동 어뢰 '바라쿠다'를 실용화해 시속 800km(432노트)를 상회하는 속도로 유도기동이 가능한 진일보한 초공동 어뢰를 공개했다. 개발사인 다이엘 BGT 디펜스와 알타스 엘렉토닉은 러시아의 초공동 어뢰 '시크발'의 요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순항 미사일 토마호크의 속도다. 의외로 이란 혁명수비대도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핵프로그램 포기를 압박에 반발해 2006년 4월 '위대한 예언자' 해군 훈련 기간에 폭약을 탑재하지 않은 '후트'(Hout, 고래)'라는 모의 어뢰를 수상함에서 발사해 수중에 있는 잠수함 표적을 맞히는 데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러시아에서 수입한 1세대 초공동 어뢰 시크발을 역설계한 방식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어뢰는 발사 때에는 일반 어뢰처럼 어뢰발사관에서 발사돼 프로펠러로 추진력을 얻지만, 일정한 거리를 지나면 로켓이 액체 연료를 태우면서 급가속하고 공기막까지 형성해 항주하는 일종의 수중 미사일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도 초공동 어뢰 전력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단점 해결을 위해 발사 초기 일반어뢰처럼 발사하고 이후 초공동 어뢰로 항주한 후 속도를 줄여 일반어뢰처럼 목표물 탐색과 식별 후 목표물 거리에 근접해서 타격을 가하는 타입으로 개발 중으로 알려졌다. ■초공동 잠수함·수상정·수중 탄환·수중 이동체도 개발 본격화 초공동 기술은 어뢰, 잠수함 뿐 아니라 초공동 탄환과 같은 특수전 분야, 고속 수송체에 적용한 전투지원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시도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2001년 보고서엔 이론적으로 초공동 선박은 수중에서 시속 5천800㎞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 대서양과 태평양을 각각 약 60분과 100분에 횡단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2019년 4월 러시아에선 항속거리 약 1만km의 핵추진 수중 대형 드론 '포세이돈(Poseidon)'을 탑재한 특수목적 핵추진 잠수함 '벨고로드(Belgorod)'함을 진수했다. 약 2메가t 위력의 핵무장 탑재가 가능한 직경 1.8m 이상, 길이 약 24m인 포세이돈은 스텔스 모드로 기동하다가, 타격지점 2~3km 떨어진 위치에서 타격모드로 전환해 시속 180km로 급가속해 타격하는 식의 설계가 돼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위협적인 전략무기로 판단하면서도 공개 정보의 제한으로 정확한 분석은 어렵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줄리엣 마린 시스템즈에서는 지난 2011년에 초공동 기술을 적용 동일 크기의 선박 대비 900분의 1 정도의 수상 마찰력을 실현한 '고스트(Ghost)'라는 수상정 시제품을 공개했다. 본체는 수면 위 대기 중에 위치하고 본체와 연결된 두 개의 초공동 추진체만 수중에 위치하는 구조로 해수와의 마찰을 최소화함으로써 그만큼 연료소모가 적으면서도 시속 93km(50노트) 이상의 고속으로 장거리 항해가 가능하다. 2019년 말경 미군에서는 노르웨이 방산업체 DSG에서 개발한 CAV-X 초공동 탄환에 대한 수중 발사시험을 실시했다. 기존의 일반 소총탄의 수중 '최대사거리는 15m 정도'이며 권총탄의 수중 사거리는 3∼5m에 불과할 뿐 아니라 위력도 현저히 저하되는 데 비해 이 초공동 탄환은 수중에서 60m 거리까지 파괴력을 유지한 상태에서 정확한 타격이 가능했다고 발표했다 ■공동발생기와 금속분말고체로켓추진기가 핵심 초공동 어뢰 설계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어뢰의 수중체 앞쪽에 장착된 공동발생기(Cavitator)다. 공동발생기에서 발생시키는 기포로 공동(Cavitation)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는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수중에서 이동하는 물체의 속도가 높아지면서 압력이 낮아져 형성되는 자연 초공동(natural supercavitation)을 가속화 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낮은 속도에서 캐비테이터 후방에서 압축가스를 분사해 발생시키는 인공 초공동(artificial supercavitation) 또는 환기 초공동(ventilated supercavitation) 발생 기술이 초공동 어뢰의 핵심인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자연 초공동이 발생되기 전까지 마찰 저항을 줄여 추진효율을 높이고 불균일한 유체력을 감쇠, 주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하나의 핵심은 일반 어뢰 같은 프로펠러 방식이 아닌 로켓추진기이다. 공동에서는 기존 수중체에서 사용하는 추진기인 스크루는 해수와 닿을 수 없어 사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초공동 수중체에는 로켓 추진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그것도 일반고체로켓 추진기는 에너지 파워가 약해 금속분말 형태의 해수반응 연료와 카나드로 해수를 흡입해 사용하는 해수흡입형 로켓추진기라는 특수기관을 사용한다. 나노화된 금속(산화제)분말을 연료로 이용하는 이유는 반응열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금속의 표면적을 넓혀 쉽게 연소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금속 연료는 국방이나 무기 등 특정 분야에서 널리 쓰여 왔다. 이러한 원리는 로켓이 생성하는 에너지가 커질수록 화염이 불안정해지는데, 금속 분말이 이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며 주 연료나 산화제보다 금속 분말이 무겁기 때문에, 화염의 관성력이 커지면서 화염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소가스는 별도로 이용해 공동발생기의 기포를 가속함으로써 공동현상을 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은 고체로켓 금속산화제를 나노 수준으로 분말화하는 기술은 최고 수준으로 독일의 초공동 어뢰 시속 800km의 '바라쿠다'에 근접하게 연구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인·태 지역 게임체인저 부상 가능성 초공동 무기는 냉전시대부터 현재까지 거의 반세기 넘게 많은 기술적 진전과 응용사례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효성이 완전히 입증되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다. 획기적인 만큼 극복해야 할 한계점도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개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실전 작전운용능력이 확보되면 기존의 수상, 수중전뿐 아니라 전쟁의 판도를 바꾸게 될 게임체인저로써의 가능성 때문이다. 대한민국도 이미 기반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2011년 쉬크발 연구논문이 국과연 연구원들의 논문으로 나온 것으로 미루어 1990년대 중 후반부터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초공동 어뢰 모형과 영상을 통해 개발성과를 2015년 ADEX(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사업 전시회)에서 공개하면서 2014년부터 초공동 어뢰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해군은 일본에 비해 전체 함정 톤수에서 3분 1 수준이며 중국에 비해선 함정 톤수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리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북한에 대비한 전력의 보강뿐 아니라 이러한 이유로 해군의 비대칭 무기의 중요성은 더욱 절실히 강조되고 있다. 일격필살의 무기로서 초공동 어뢰는 활용가치가 매우 높다. 한국이 사거리 100km와 시속 800km 바라쿠다에 준한 요건에 목표물 탐색과 유도를 할 수 있는 파괴력을 높인 차세대 초공동 어뢰 개발과 실전배치에 성공한다면 중·일이 보유한 해군함정의 규모를 극복할 수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해군 전력 구축이 가능할 전망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2-12-12 18: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