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 부산본부와 부산국제금융진흥원은 지역 내 대학생들의 금융·경제 지식 수준을 높이고 취업능력을 높이기 위해 '2024 부산 경제·금융 프론티어(BEFF)' 프로그램 참가자를 공개 모집한다고 13일 밝혔다. 참가자로 선정된 학생들 30여명은 오는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동안 경제·금융 관련 교육과 체험 활동, 발표·토론 등에 참여한다. 한은 부산본부를 비롯해 BIFC 입주기관의 기능과 업무 관련 금융 실무교육 및 체험 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BEFF에 참가를 희망하는 대학생은 한은 부산본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참가신청서를 작성, 오는 31일까지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참가자로 선정된 대학생에게는 오는 6월 7일까지 개별통보를 할 예정이다. 참가비는 전액 무료다. 앞서 지난 8일 한은 부산본부와 금융진흥원은 ‘BEFF 공동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기존 한은 부산본부의 대학생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부산국제금융중심지의 특성을 활용하고 지역인재 육성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폭 확대 개편했다. 또 업무협약을 통해 두 기관은 BEFF 프로그램의 계획·홍보와 취업설명회 개최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한은 부산본부는 경제·금융 관련 특강, 발표·토론 등을 주관하고 금융진흥원은 BIFC 입주기관 관련 금융 실무교육과 체험 활동 등을 담당한다. 한은 부산본부는 "BEFF가 대학생들에게는 취업기회 확대를, 참여기관들에게는 우수인재 선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부산국제금융중심지의 대표적인 경제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4-05-13 10:09:07[파이낸셜뉴스]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일(현지시간) '현재 금리 수준을 길게 유지할 준비가 돼있다'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한국은행 역시 이달 23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물가 및 환율 불안에 미국과 2%p라는 역대 최대 금리차를 감안하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준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현지시간)까지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한국(3.50%)보다 2.0%p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앞서 지난해 6월 약 1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7월 다시 베이비스텝(0.25%p)을 밟았지만, 이후 9·11·12월과 올해 1·3월에 이어 이번까지 6번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FOMC 성명문에는 '최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추가 진전이 나타나지 않았다'라는 문구가 추가됐고 고용과 물가 상황이 '더 나은 균형으로 이동하고 있다'라는 문구가 '지난해 더 나은 균형으로 이동했다로 수정됐다. 연준이 올들어서 인플레이션의 진전이 없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날 "올들어 경제 지표는 우리에게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했다"며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종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물가 상황과 금리 인하에 대한 부정적 진단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우려한 더 강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이나 조치는 없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을 위해서는 현재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는 근거가 필요하나 현재로써는 그렇지 않다"며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일축했다. 아울러 연준은 오는 6월부터 월별 국채 상환 한도를 축소하는 등 유동성 흡수를 위한 양적 긴축(QT)의 속도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도 오는 23일 금리동결이 확실시된다고 보 있다. 연준보다 앞서 금리인하에 나서기 어려운데다 물가 및 환율 불안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전년동기대비)은 2.9%로 석달 만에 3%대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국제유가와 과일 농산물 가격 탓에 목표 수준(2%)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결정회의 직후 "우리(한은)가 예상한 하반기 월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인데, 유가 등이 안정돼 경로가 유지되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로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불안한 환율 흐름도 한은이 금리를 섣불리 낮출 수 없는 이유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 13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1원 내린 1379.9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3.8원 내린 1378.2원에 개장해 1370원대 후반에서 소폭 등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6일 장중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뛰었다가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370∼138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원화 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할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는데 한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가계소비 위축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연준의 9월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5월 FOMC 이후 선물시장이 연말까지 1.4회 인하를 보고 있지만 3회(9, 11, 12월)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며 "이는 연말로 갈수록 초과저축 소진과 원리금 상환부담의 가중 등으로 소비성향이 높은 중저소득층 중심의 민간소비 신장세가 생각보다 크게 둔화될 위험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면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모두 하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3월 PCE 보고서에서 저축률이 3.2%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미국 가계가 소득이 아닌 기존 저축과 대출을 통해 지출을 실시하고 있음을 뜻한다"며 "앞으로 가계 소비지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을 감안할 때 하반기 1~2차례 정책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도 "연준의 첫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3·4분기로 유지한다"며 "연준 입장에서도 디스인플레이션 둔화 경로가 단순히 울퉁불퉁한(bumpy)한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재차 확대되는 것이라면 통화정책 전망 경로를 큰 폭으로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4-05-02 10:01:35[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한데 대해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적기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2일 밝혔다. 한은은 이날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열린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1일(현지시간) 열린 FOMC 회의에서 연준은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5.25~5.50% 수준에서 동결했다. 한은은 "다소 매파적이었던 의결문에도 불구하고 양적긴축 축소 규모 예상치 상회, 파월 의장 발언 등에 영향 받아 미 국채금리는 하락하고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고 주가는 혼조세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미 국채금리 2년물과 10년물은 각각 7bp, 5bp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0.5% 떨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87.37포인트(0.23%) 상승한 3만7903.29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7.30포인트(0.34%) 낮은 5018.39,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52.34포인트(0.33%) 낮은 1만5605.48에 장을 마쳤다. 유상대 부총재는 "이번 FOMC에서 파월 연준 의장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하면서도 디스인플레이션과 금리인하를 위한 확신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며 "이에 따라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외환·금융시장 상황을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총재는 "이 과정에서 주요국 경제지표 발표 등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적기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4-05-02 09:19:40[파이낸셜뉴스] 직장을 잃었던 경험이 장기적으로 가계소비를 위축시킨다는 분석이 나왔다. 1997년 외환 위기(IMF 사태) 직전 평균 8%대였던 소비증가율이 현재 2%대로 쪼그라든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30일 발간한 '실업경험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장기효과 분석-BOK경제연구'에서 이같이 말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가계소비가 1997년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비교적 크게 둔화된 후 이전 증가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이에 가계소비가 과거 충격의 영향을 받는 현상인 이른바 상흔 소비가 가계소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미시 자료를 사용해 분석했다. 분석결과 실업경험은 가계소비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음(-)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실업경험에 따른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소득전망이 중장기 가계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의 실업경험을 통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가계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1997년 외환 위기까지 평균 소비증가율은 8% 대였지만,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4%로 반토막났다. 이후 소비증가율은 2%대로 더 쪼그라들었다. 상흔 소비는 미래소득을 감소시키는 경로보다 주로 저축을 늘리는 자산 축적 경로를 통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실업경험으로 지출을 줄이고, 이를 저축할 경우 소비자는 미래에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영준 한은 미시제도연구실 연구위원은 "국가 실업이 높은 상황에서 미래 소득과 자산이 감소에 대한 우려로 현재 소비를 줄이고, 자산 축적을 늘리는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했다. 세부적으로는 실업 경험은 계층 별로는 소득 및 자산보유 취약계층의 가계 소비를 줄였고, 소비재별로는 선택재와 같은 비내구재 중심으로 상흔 소비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내구재는 1년 이상 사용이 가능한 제품을 비내구재는 주로 1년 미만 사용되는 음식료품, 의약품, 화장품, 서적 및 문구, 차량연료 등의 상품을 의미한다. 최 연구위원은 "상흔 소비는 미래소득을 감소시키는 경로보다 주로 저축을 늘리는 자산축적 경로를 통해 발생했다"면서 "소득 취약 계층이 거시 충격 이후 장기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4-04-30 14:15:3729일 한은에 따르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가 다음달 2일부터 5일까지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개최되는 '제24차 한일중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와 '제27차 아세안(ASEAN)+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제57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한다. 아울러 조지아 중앙은행이 개최하는 세미나에도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을 주제로 토론할 예정이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04-29 14:31:32[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 차기 금융통화위원으로 김종화 부산국제금융진흥원 원장(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추천됐다. 20일 한국은행은 기획재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각각 임기가 만료되는 금통위원 후임의원으로 이 교수와 김 원장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4월 20일자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윤제·서영경 위원의 후임이다. 김 원장은 1959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한은에 입행해 국제국장, 부총재보 등을 역임했다. 이 교수는 1975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42회 차석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스탠퍼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메릴랜드주립대 교수, 서강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교수 자리에 앉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자문위원, 세계은행(WB)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4-04-19 09:51:27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출실적이 호조를 띠고 있으나 앞으로 다가올 통상정책적·산업구조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와 농축산물 등을 적극 수입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통상압력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는 공급처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먹거리 안보 확보와 중기적 시계에서 국내 물가안정 등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18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의 對미국 수출구조 평가 및 향후 전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우리 총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8.3%로 크게 높아졌으며, 지난 1·4분기 대미 수출액(310억달러)은 지난 2003년 2·4분기 이후 처음으로 대중 수출(309억달러)을 상회했다. 특히 수출이 창출하는 부가가치 측면에서 대미 수출의 중요성이 더 높아졌다. 품목별로는 최근 미국 내 친환경 제품 수요 증대와 인프라 투자 진행으로 전기차, 2차전지, 화공품 및 기계류 등이 특히 확대됐다. 문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런 흐름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의 산업구조는 특성상 수입중간재 투입비중이 낮고 생산비용은 높다. 그 때문에 수출증대 효과가 약화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동반진출도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또 최근 외국인직접투자(FDI) 활성화로 대한국 수입유발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기본적인 미국의 제조업 생산구조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중심으로 자국산업 투입비중이 높은 반면 수입유발률은 낮은 특성이 있다. 향후 소비시장 내 자동차 등 기존 주력 수출품목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첨단분야에서도 미국 시장 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는 점도 변수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로 미국의 대한국 무역제재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과거 미국이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거나 자국산업 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될 때 무역제재를 강화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 비춰서다. 지난 2017~2018년 중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추진하고 세이프가드 등을 시행한 바 있다. 이에 △미국으로부터 수입다변화 △기술혁신을 통한 수출 경쟁력 제고 △첨단 분야에서 핵심인재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한은은 밝혔다. 남석모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미국 측이 대미 무역흑자가 높다는 문제제기를 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으로부터 에너지와 농축산물을 적극 수입하는 등 다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정책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충분히 장기간 시간을 가지고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4-04-18 18:18:12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1400원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에 대해 이틀 연속 우려를 표하면서 "변동성 완화를 위한 자원과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후 환율방어를 위한 시장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분석이다.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뚜렷해지면서 18일 원·달러 환율은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37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 총재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2024 국제통화기금(IMF) 춘계회의 한국 통화정책 관련 대담에서 "우리 환율이 시장 펀더멘털에 의해 용인될 수 있는 수준에서 약간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 급등에 미국의 통화정책, 지정학적 긴장, 이웃 국가인 중국의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영향 등 여러 외부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전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원·달러 환율 급등과 관련, "시장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최근의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며 "환율 변동성이 계속될 경우 우리는 시장안정화 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으며, 그렇게 할 충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연이틀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수단을 강조한 이 총재의 발언은 향후 상황을 보고 환율방어를 위한 시장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16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구두개입에 나선 바 있다. 만약 구두개입에도 외환시장이 진정되지 않으면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를 통해 원·달러 환율 방어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 말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은 350억달러 한도의 외환스와프에 합의했다. 이에 국민연금이 해외자산 투자에 나설 때 달러를 서울외환시장에서 사들이지 않고 한은에서 매입, 대금을 치를 수 있어 달러 매수 수요가 낮아지는 만큼 원화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다. 이 총재는 이날 대담에서 현재의 외환시장 환경은 미국의 고금리가 지속되리라는 예상에 따라 달러 가치가 견고하게 올라갔던 지난 2022년 중반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현재의 달러 강세는 이르면 6월부터로 예상됐던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가 뒤로 늦춰질 수 있다는 예상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시장의 환율에 주는 영향은 1년 반 전에 비해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뚜렷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소폭 진정된 모습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3.9원 내린 1372.9원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8거래일 만에 하락 마감한 데 이어 이날도 6.8원 내린 1380원에 개장한 뒤 장중 1370원대에서 등락 폭을 이어갔다.한편 이 총재는 한국의 수출 대상국가 부동의 1위였던 중국이 최근 미국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온 것에 대해 "단순히 지정학적 긴장 때문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았듯 중국의 기술이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 많은 중간재 산업에서 지정학적 긴장과 관계없이 중국은 매우 큰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한국의 산업은 지난 15∼20년간 매우 안주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한중 교역에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의 영향은 주로 첨단기술 영역으로 국한된다고 평가하면서 "우리는 지금 경고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우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04-18 18:03:03[파이낸셜뉴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출 실적이 호조를 띠고 있으나 앞으로 다가올 통상정책적·산업구조적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와 농축산물 등을 적극 수입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통상압력 완화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는 공급선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먹거리 안보 확보와 중기적 시계에서 국내 물가 안정 등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18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 우리나라의 對미국 수출구조 평가 및 향후 전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우리 총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8.3%로 크게 높아졌으며 지난 1·4분기 대미 수출액(310억 달러)은 지난 2003년 2·4분기 이후 처음으로 대중 수출(309억 달러)을 상회했다. 특히 수출이 창출하는 부가가치 측면에서 대미 수출의 중요성이 더 높아졌다. 품목별로는 최근 미국 내 친환경 제품 수요 증대와 인프라 투자 진행으로 전기차, 이차전지, 화공품 및 기계류 등이 특히 확대됐다. 문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런 흐름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산업구조는 특성상 수입중간재 투입비중이 낮고 생산비용은 높다. 때문에 수출 증대 효과가 약화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동반 진출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최근 FDI 활성화로 대한국 수입유발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기본적인 미국의 제조업 생산구조는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중심으로 자국산업 투입비중이 높은 반면 수입유발률은 낮은 특성이 있다. 향후 소비시장내 자동차 등 기존 주력 수출품목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첨단분야에서도 미국 시장 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는 점도 변수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대미 무역흑자로 미국의 대한국 무역제재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과거 미국이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지거나 자국산업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될 때 무역제재를 강화한 전례가 있다는 점에 비춰서다. 지난 2017~2018년 중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FTA 재협상을 추진하고 세이프가드 등을 시행한 바 있다. 이에 △미국으로부터 수입 다변화 △기술 혁신을 통한 수출 경쟁력 제고 △첨단 분야에서의 핵심 인재 확보 등이 필요하다고 한은은 밝혔다. 남석모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미국측이 대미 무역흑자가 높다는 문제 제기를 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으로부터 에너지와 농축산물 적극 수입하는 등 다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정책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충분히 장기간 시간을 가지고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4-04-18 11:26:11한국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예상 시점이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가뜩이나 끈적한 소비자물가가 중동사태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뛰면서 지속적인 상방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에도 탄탄한 미국 경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마저 피벗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빨라도 4·4분기에나 금리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 등 물가 동향에 따라서는 아예 연내 인하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7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 현지에서 CNBC와 인터뷰를 갖고 "아직 금리인하 신호를 준 상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 유럽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보다 높다. 근원물가는 예상대로 둔화하고 있지만 소비자물가는 상당히 끈적끈적(Sticky)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에도 "하반기 월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2.3%인데 유가가 더 올라 물가가 전망경로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가 거듭 금리인하 기대감을 희석시킨 이유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안착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배럴당 90달러대까지 치솟은 국제유가가 중동사태로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2.1%), 소비자물가 상승률(2.6%) 전망치가 모두 80달러대의 유가를 가정한 것을 고려할 때 향후 국제유가 상승세에 한은이 올해 물가 전망치를 올리고 경제성장률은 대폭 낮출 경우 금리인하 시점은 밀릴 수밖에 없다. 중동사태 장기화가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물가 상방압력을 줄 수 있다. 원화가치가 떨어질수록 같은 수입제품의 원화 환산가격이 높아진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0원을 터치하며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예상 시점이 갈수록 늦춰지는 것도 한은 금리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윌슨센터에서 열린 정책포럼에서 "1·4분기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탄탄한 상승흐름을 보임에 따라 경기둔화 없이도 연준이 연내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의 한은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눈높이도 점차 낮아지는 분위기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한은 입장에서 물가도 둔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대선(11월 5일)이라는 이벤트를 앞두고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한은은 대선 이벤트 확인 이후인 11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연내 금리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하가 환율상승 요인인 만큼 피벗을 위해서는 환율이 안정돼야 하는데 대외여건을 봤을 때 단시간에 환율이 안정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송경재 기자
2024-04-17 18:2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