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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상한 외환거래, '김치 프리미엄' 노린 환치기였나?

가상자산 구매목적 불법 외환거래 지난해만 1조원

[단독]수상한 외환거래, '김치 프리미엄' 노린 환치기였나?
9월 27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설치된 전광판으로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내은행에서 8조원대의 이상 외환거래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해 가상자산 구매목적의 불법 외환거래로 적발된 게 1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 연관성이 주목된다. 수년전부터 불어닥친 코인 열풍에 편승한,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가상자산 구매목적의 환치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업권법 제정을 비롯해 가상자산 관련 제도 정비를 통한 불법적 외환거래 방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위증빙 외화송금만 8900억원

[단독]수상한 외환거래, '김치 프리미엄' 노린 환치기였나?
가상자산 관련 외환 과태료 현황 /그래픽=이준석 기자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가상자산 관련 외환거래법 위반 현황'에 따르면, 가상자산 구매자금 허위증빙 송금과 은행을 통하지 않은 지급 등 법을 위반해 적발된 건수는 지난해 2459건으로, 위반 금액만 1조153억원에 달했다.

가상자산 구매라는 송금 목적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허위증빙한 경우가 1764건으로 위반 금액은 8887억원이었다. 사실은 해외 계좌를 통해 가상자산을 구매하기 위한 목적인데, 사전수입자금 등 무역대금이라고 속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은행을 통하지 않고 자금을 지급해 적발된 게 694건으로 1265억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 8월까지 집계한 결과 위반 건수가 총 1883건으로, 7376억원이 법 위반으로 적발되면서 적발 규모나 금액면에서 작년과 비슷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자산 투자 열풍' 때 급증.. 환치기 의심

주목할 점은 최근 논란이 된 이상 외환거래와의 '유사성'이다. 올해 8월까지 총 7376억원이 가상자산 구매자금과 관련한 법 위반으로 적발된 점을 고려할 때 이상 외환거래 일부와 겹치거나, 그 수법이 비슷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있었을 때 가상자산 구매목적의 외화송금 관련 법 위반이 많았다는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2019년에는 법 위반 건수가 전체 6건에 불과했지만 김치 프리미엄으로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시작됐던 2018년에는 법 위반 건수가 무려 1285건, 금액만해도 372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년 후인 2020년 위반 건수가 130건(78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서도 매우 높은 수치다.

이 같은 추세를 볼 때 최근 논란이 된 8조원대 이상 외환거래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해외에서 가상자산이 더 싼 시기에 가상자산 구매목적 외환거래법 위반이 많았다는 점에서다. 해외에서 가상자산을 사서 전자지갑에 담아와 국내에서 원화로 환산할 경우, 가격이 더 높은 점을 이용해 차익을 노린 가상자산 환치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허위증빙이나 은행을 통하지 않은 지급 모두 해외에서 가상자산을 사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외국으로 돈을 보내려고 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근 금융당국이 조사 중인 이상 외환거래와의 연관성 여부는 수사를 해서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가상자산 구매목적 송금을 제한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법 위반 행위가 많아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직 가상자산 개념 정의나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도 '가상자산 구매목적'이라는 송금 이유를 분류할 코드나 장치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돈을 보내는 창구이지, 수사기관이 아니다. 은행에서 목적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권에 무조건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업권법 제정 등 가상자산 구매목적 불법 외환거래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와 함께 시급한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