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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측 "예고없이 날아온 이혼소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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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와 갈등, 민희진 대표 기자회견

민희진 어도어 측 "예고없이 날아온 이혼소장 같다"
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와 관련한 배임 의혹에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민 대표가 많은 플래시 세례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 2024.4.2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세종이 25일 오후 3시 강남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를 “남편(하이브)과 갈등을 빚던 아내(어도어)가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상담을 하러왔는데, 예고 없이 이혼 소장이 날아온 것과 같다”라고 비유했다.

세종 측은 “내일모레 아이들 수능(뉴진스 컴백)인데, 이혼소장 날아온 게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라며 “정작 아내는 이혼을 생각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 하이브가 이날 어도어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 ‘경영권 탈취 계획’에 대한 물증과 증언을 확보하고 민 대표와 신 모 부대표(VC)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선 “배임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문제가 될) 일을 기도하거나 실행에 착수한 행위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예비죄라고 있다. 배임은 예비죄가 없지만, 그 예비죄도 (현실적으로) 실현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이번 건은 그 정도도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민희진 대표는 이날 사태가 불거진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섰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박지원 대표 등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그동안 있었던 일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X발’ ‘개저씨’ 등 비속어도 사용하며 솔직 과감하게 발언했다.

그는 “(하이브가) 마녀 프레임을 씌웠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일을 잘한 죄밖에 없다” “나를 왜 쫒아내고 싶은지 물어보고 싶다”며 억울함과 결백을 호소했다. 뉴진스 멤버에 대해 언급할 때는 울음도 토했다.

경영권 찬탈 시도? “사담 포장 매도” 반박

자회사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시도 여부를 감사 중인 하이브가 이날 오전 중간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해당 자료들을 근거로 관련자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25일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를 예상치 못했다”는 민 대표는 “부대표 PC를 가져가서 포렌식해서 이런 저런 정황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제 입장에선 희대의 촌극과 같다”라고 말했다. “저는 경영권 찬탈을 계획하고, 의도하고 실행한 적이 없다. 이상한 정황을 봤으면 저를 찾아와 물어보면 되지 않냐. 회사에 싫은 소리 했더니 저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민희진 어도어 측 "예고없이 날아온 이혼소장 같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방시혁 의장과 나눈 대화를 공개하고 있다. 하이브는 22일 민희진 대표 등이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며 전격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는 하이브의 또 다른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공식입장으로 맞받아쳤다. 2024.04.25. jini@newsis.com /사진=뉴시스

“사담을 진지한 이야기로 포장해서 저를 매도하는 의도가 진짜 궁금하다”며 “저는 하이브가 저를 배신했다고 본다.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고 고분고분하지 않으니까 나를 찍어 누르기 위한 프레임처럼 느껴진다. 케이팝 30년 역사상 걸그룹으로 2년 만에 이런 실적을 낸 사람이 없다. 실적을 잘 내는 계열사 사장을 찍어 누르는 게 주주를 위한 길인가. 오히려 이런 게 배임 아니냐”라고 따졌다.

어도어 임원들 간의 카카오톡 내용과 관련해선 “직장에 대한 푸념할 수 있지 않나. (공개된 내용만 봐서는) 이 대화가 진지한 대화인지 웃긴 대화인지 감이 없지 않나”며 부대표가 개그감이 있는 캐릭터고 평소 뭐든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고 부연했다.

“왜 그런 상상을 했냐면 하이브와 이상한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올해 초부터 관련해 재협상을 하고 있는데 이견이 있다. 제가 하이브를 영원히 못 벗어날 수 있다고 압박받는 상황에서 뉴진스를 카피한 아일릿까지 나왔다. 나를 말려 죽이겠다 싶었다. 답답한 상황에서 '사우디 국부 펀드' 같은 말을 상상으로 '노는 얘기'처럼 했다"며 문제의 대화가 나온 배경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어도어의 대주주 지분이 80%인데, 경영권 찬탈 자체가 불가능하다. 제3자 배정도 어도어의 재정 상태가 좋아서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하이브 1호 걸그룹’ 데뷔 과정서 갈등

민 대표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의 갈등이 뉴진스를 기획할 때부터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SM엔터테인먼트 퇴사 이틀 만에 러브콜을 받았다는 그는 방 의장이 '하이브 첫 걸그룹'을 만들자, 마음껏 민희진 월드를 건설하라고 했다. 같이 일하면 시너지가 있겠다는 생각에 러브콜을 수락했다. 그런데 준비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했고, 결국 약속과 달리 쏘스뮤직에서 하이브의 첫 걸그룹이 나온다고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당시 퇴사를 하면 뉴진스 멤버들이 방치될까봐 세 달을 설득해 어도어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하이브의 요구를 다 들어줬다고 했다. 그런데 데뷔 과정에서 하이브의 제대로 된 홍보지원을 받기는커녕 부당한 요구를 받았다며 당시 하이브 대표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애를 배고 있는데 배를 뻥하고 차인 느낌이었다. 황무지, 방해공작이 펼쳐져도 내 힘으로 잘하면 된다는 마음이었다“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때부터 방시혁 의장과 만난 적이 없다고 밝힌 그는 방 의장이 만남을 우회적으로 제안했지만 이혼 직전 부부가 마주하기 싫은 것처럼 만나진 않았다며 이번에 대화를 제안하면 뉴진스 멤버들을 위해서라도 만날 의사가 있다고 했다.

민희진 어도어 측 "예고없이 날아온 이혼소장 같다"
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와 관련한 배임 의혹에 관한 입장을 밝히는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4.2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사진=뉴스1

그는 또 자신을 돈보다 명예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계획한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내 궁극적 목표는 적당히 벌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가만히 있어도 1000억을 번다. 그런데 왜 내부 고발을 하나. 그냥 성격이 그렇다. 그래서 이런 고통을 당한다"며 본인 기준 부당한 것을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임을 드러냈다.

K팝 업계에 대한 애증도 표하며 "SM엔터테인먼 퇴사 후 엔터업계의 고질병에 업계를 떠나고 싶기도 했다"며 "따라하기는 모두에게 안좋고, 장기적으로 업계를 망가뜨리는 일이다. 개선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뉴진스와 자신을 "서로 위로해주는 사이"라며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과 관련해 뉴진스 멤버와 그들 부모가 걱정을 많이 해줬다며 한 멤버는 "도와주지 못해 미치겠다"라며 20분간 펑펑 울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연 이유로 "내일부터 뉴진스 콘텐츠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뉴진스를 욕할까봐 우려됐다"며 진짜 엄마가 아기를 포기한 솔로몬의 재판을 언급하며 뉴진스 컴백을 앞두고 감사를 진행한 하이브가 과연 진정으로 뉴진스를 아끼는지 묻기도 했다.

하이브, "사실이 아닌 내용 너무 많아"

한편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희진 어도어 측 "예고없이 날아온 이혼소장 같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하이브는 22일 민희진 대표 등이 경영권 탈취 시도를 했다며 전격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는 하이브의 또 다른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공식입장으로 맞받아쳤다. 2024.04.25. jini@newsis.com /사진=뉴시스

"민 대표는 시점을 뒤섞는 방식으로 논점을 호도하고, 특유의 굴절된 해석기제로 왜곡된 사실관계를 공적인 장소에서 발표했다"며 "당사는 모든 주장에 대하여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나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민 대표가 '대화 제의가 없었다', '이메일 답변이 없었다'는 등의 거짓말을 중단하고 요청드린대로 정보자산을 반납하고 신속히 감사에 응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며 "이미 경영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한만큼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속히 사임할 것"을 촉구했다.

또 "아티스트와 부모님들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니 즉각 중단해달라"라고 당부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