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트럼프, 연준 파월 "사임하면 좋겠다"...'해고' 압박 일단 멈춰

트럼프, 美 연준 파월 의장 거취 두고 "사임하면 좋겠다"
금리 인하 요구하며 파월 해임 주장했지만 시장 반응에 압박 접어
연준 보수공사 과다 비용 강조하며 해임 '구실' 찾을 수도
월가 '큰손'들, 앞다퉈 파월 옹호하며 트럼프 간접 비난
트럼프에게 해임 권한 있는 지도 불분명, 결국 법정 다툼으로 끝날 듯

트럼프, 연준 파월 "사임하면 좋겠다"...'해고' 압박 일단 멈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부터 금리 인하를 외치며 중앙은행장을 쫒아낸다고 주장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융 시장 내 불만을 의식해 한발 물러섰다. 그는 자신이 직접 쫒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당사자가 스스로 물러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파월 사임하면 "너무 좋겠다"
미국 우파 매체 리얼아메리카보이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16일(현지시간) 해당 매체와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을 언급했다. 파월의 의장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트럼프는 파월이 임기 만료 전에 사임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가 사임을 원한다면 너무 좋겠다"며 "그것은 그에게 달려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사람들은 만약에 내가 그를 해임하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고 밝힌 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가 연준에서 하고 있는 '사기' 때문에 경질되어야 한다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연준은 2021년부터 워싱턴DC의 본부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공수에 들어간 비용은 25억달러(약 3조4765억원)으로 급증했다. 연준은 인건비와 자재비 상승때문에 공사비가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과 공화당 인사들은 연준이 옥상 정원과 인공 폭포, VIP용 엘리베이터, 대리석 장식 등 불필요한 사치품을 설치했다고 비난했다. 동시에 공사비용이 초기 계획보다 7억달러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는 연준 보수 공사에 대해 "예산을 10억달러 초과했다"라며 "이 사람(파월)은 연준을 운영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 본부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건물 중 하나"라며 "장담컨대 계약한 업자는 큰돈을 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해당 공사에 "25억달러를 쓰고 있다는 것인데, 나는 그런 사안에 매우 능하다. 나는 그것을 살펴 봐야겠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정부 적자·부채 때문에 이자비용에 쫒기는 트럼프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연준을 향해 기준 금리를 내려 정부 부담을 줄이고, 경기 부양에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파월은 트럼프가 시작한 관세 전쟁을 의식해 다가올 물가상승을 염두에 두고 올해 4회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CBS 등 미국 매체들은 15일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가 공화당 의원들과 간담회에서 파월 해임에 대해 물었고, 의원들이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16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장중 0.7% 떨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연준 파월 "사임하면 좋겠다"...'해고' 압박 일단 멈춰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연준) 본부에서 한창 보수 공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공사장 앞 벽에 시공 후 조감도가 걸려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시장 반발 거세...법정 다툼 불가피
월가 '큰손'들은 파월을 옹호하며 중앙은행에 간섭하는 트럼프를 에둘러 비난했다. 15일 미국 JP모건체이스 은행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을 갖고 장난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으며,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6일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CEO도 입을 모아 연준의 독립성을 언급했다. 솔로몬은 이날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 연준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며, 우리가 보존하기 위해 싸워야 할 뭔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레이저 역시 성명에서 "독립성이 연준의 신뢰를 이끈다"며 "독립성은 우리 자본 시장의 효율성과 미국의 경쟁력에 핵심적"이라고 밝혔다. 모이니한 또한 인터뷰에서 연준이 "독립적이게끔 설립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16일 기자들과 만나 파월을 해임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며 "우리는 어떤 것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파월 해임 가능성에 대해 "나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한 뒤 "그러나 그가 사기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해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 CNBC는 현지 시장조사기관 울페리서치의 보고서를 인용해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해도 최종 결과는 대법원에서 판가름 난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다른 중앙은행과 달리 기본적으로 민간 금융기관이 출자한 사기업이지만, 기업 경영은 국가에서 개입하는 준공공기관이자 연방정부와 분리된 독립 기관이다. 미국 대통령은 '정당한 사유'에 따라 연준 의장을 해임 할 수 있으나 '정당한'의 범위를 두고 법적 갈등이 예상된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 5월 22일 판결에서 대통령이 노동관계위원회(NLRB)같은 독립 기관 공무원을 해고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대법관들은 동시에 판결문에서 "연준은 역사적으로 독특한 구조를 가진 준공공 기관으로 NLRB 등의 연방 기관과는 다르다"고 명시했다.

한편 울페리서치는 트럼프가 파월 해임을 강행한다면 연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미국 증시와 장기 국채 가격이 폭락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파월이 해임 조치에 항의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법정 다툼이 벌어지는 사이 남은 임기를 채우거나 △순순히 물러난 다음 복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거나 △트럼프가 파월을 제거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연준 파월 "사임하면 좋겠다"...'해고' 압박 일단 멈춰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은행의 브라이언 모이니한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1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컨퍼런스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