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냐고요? 단골 손님들이 저를 찾아 올 때요." 지난 13일 오후 일본 도쿄도(都)내 니시도쿄시의 한 서점. 오후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이곳의 다른 한쪽은 수제 인형을 만드는 공방이기도 하며, 또 다른 쪽은 헌옷 등을 파는 잡화점이기도 하다. 인형들은 일본 도쿄 내 대형백화점과 도쿄도청 등에서 실제 판매되고 있다. 서점이기도 하며 공방, 잡화점인 이곳은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교육·지원 단체인 YL히바리가오카 칼리지가 사회 적응을 위해 직업 연계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YL히바리가오카 칼리지는 이곳 외에도 이 지역에 6곳 정도의 식당, 서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일종의 실습장인 셈이다. 현장 도착 당시,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도가와 료코씨(35)는 문밖까지 나와서 점포를 나가는 손님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약 10년간 히키코모리 상태로 지냈다고 한다. "단기간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지만, 인간관계가 수월하지 않아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없었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만 갔었죠." 상태는 계속해 악화됐었고, 가족과도 사이가 멀어졌다. 한국 취재진을 보자 그는 밝은 표정으로 대뜸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라고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반겨줬다. '한국어는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으니, 오래 전, 한국 남자와 결혼한 부친의 회사 동료가 집에 와서 알려줬다고 했다. 긴 세월 스스로에게 갇혀 누구보다도 혹독한 시간을 보냈음에도, 어깨너머로 배운 한국어를 정확히 기억해 내면서, 취재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줬다. 그가 YL히바리가오카 칼리지에 오게 된 것은 약 5년 전쯤이다. "스태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됐다"고 했다. "가장 보람있는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니, "단골 손님들이 저를 찾아줄 때요"라고 했다. 지역 어르신들이 "저 친구 때문에 온다"고 호응해 줄 정도다. 이곳에서 그는 손님을 맞이한다든가, 기부 받은 옷들을 정리하는 등의 일을 담당하고 있다. 당사자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으니 "정면 사진도 좋다"며 밝게 웃었다. 촬영에 응하는 동안도 한국 취재진을 향해 "드라마 커피프린스의 공유를 좋아하고, 영화 어린신부를 보고 문근영과 김래원을 좋아한다"고 말해, 되레 대화의 연결고리를 적극 만들어줬다. 현장 한쪽 사무실에서는 사에키 카나씨(35)가 컴퓨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에키씨에게도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했던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 고교 2학년이 되어선 등교 거부를 하게 되었고, 중퇴 후 히키코모리로 지냈다. 그러던 중 2016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됐고, 더욱 더 자신만의 깊은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집 안은 엉망이었고, 세상과의 끈은 보이지 않았다. 시청 직원의 소개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YL히바리가오카 칼리지를 등록해 다니기 시작했다. 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의 사진, 동영상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리고, 기부 받은 책들을 분류 하는 등의 업무를 맡으며, 본격 세상으로 나갈 채비를 거의 마쳤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일본에서 등교 거부를 한 초·중·고교생은 약 19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도 415명으로 사상 최다였다. '등교거부 등 히키코모리 상태로 현재 힘들게 지내는 사람들을 위해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아닐까요." 그 역시 초반에는 이 단체 강사나 스텝들을 믿지 않았다고 했다. 가다 안가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 시간을 거쳐, 지금의 그는 "안정감을 찾았다"고 말한다. YL히바리가오카 칼리지는 현재 설립된 지 약 5년이 됐다. 단체는 사회복지 전문가인 오치 유코 대표가 이끌고 있다. 수입이 없는 경우 입회비와 수강료는 0엔이다. 히키코모리들에게 일종의 학교이자, 사랑방과 같은 공간이다. 프로그램은 월요일 오전 9시부터 토요일 오후 3시50분까지 빼곡하다. 토요일까지 강좌를 만든 이유를 물으니, "체력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장기 칩거생활로 체력이 극도로 저하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당일 칼리지 건물 1층에는 관심분야 강의 시작을 기다리는 수강생들이 다수 모여 있었다. 취재진의 방문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는 마주치는 게 부담스러운 지 얼른 자리를 뜨기도 했다. 오치 대표는 "계속 칩거하는 사람들에게 1년간은 방문해서 점점 밖으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그런 뒤 1~2년간은 요리든, 펜글씨든, 성경 강독이든, 점포 관리든, 컴퓨터든 당사자들이 요청한 내용으로 강의를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당신이 만들어달라고 한 것이니 꼭 참가해 주세요"라고 다시 요청을 한다는 것이다. 의무감의 부여다. 그는 "우리 단체는 어디까지나 '통과 지점'의 한 곳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섬세한 능력'들을 끌어내서 기업에 취직하고, 일상을 살아가도록 하는 게 우리들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ehcho@fnnews.com [인터뷰] "당장의 ‘취업과 자립’ 보다, 당사자에 귀기울이는 정책이 더 필요" [숨어버린 사람들 (12) 日 히키코모리 현주소] '히키코모리 백서 2021' 발간한 하야시 교코 히키코모리 UX회의 대표 "마음의 안정 확보 못하고 취업한다면 또다른 실패로 히키코모리 못 벗어나 아픔 공유하는 신뢰 관계 만남이 중요" 20년 긴 터널 빠져 나온 경험으로 조언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지난 6월, 일본의 한 단체가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히키코모리 백서 2021'을 발간했다. 총 46만자에 이르는 이 백서는 훗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1686명의 진솔함을 담았다. 한 글자 한 글자, 은둔형 외톨이들의 고통과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그대로 묻어났을 뿐 아니라 지원 상담창구에서 겪었던 또 다른 냉대와 위축, 정책 제언과 개선점까지 세밀하게 담고 있다. 아동 히키코모리부터 85세 노인 히키코모리까지 일본 각지에서 '스스로 히키코모리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조사에 참여했다. 일본 정부의 히키코모리 추계상 잘 잡히지 않는 일반 주부 히키코모리의 존재까지 이 조사를 통해 본격 드러냈다. 조사와 백서 발간은 전직 히키코모리들의 모임인 '히키코모리 UX회의'(일반 사단법인) 주도로 이뤄졌다. 히키코모리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대규모 현황 조사와 이를 통해 백서가 발간된 것은 일본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단체로서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백서 발간은 일본 내에서도 큰 이목을 끌었다. 지난 10일, 도쿄 우에노역의 한 카페에서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하야시 교코 대표(55)를 만나 '무엇이 히키코모리 정책의 최우선에 놓여야 하는지'를 물었다. 정책을 위한 정책이 아닌, 당사자를 위한 정책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하야시 대표는 현재 이 단체뿐만 아니라 다른 히키코모리 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취업 빙하기 세대 지원 추진을 위한 전 플랫폼' 민간위원 등을 맡고 있다. 마침 당일은 하야시 대표의 저서 '히키코모리의 진실(지쿠마신서 출판)'이 발간된 날이기도 했다. 하야시 대표는 "지금까지 20여년 일본 정부의 히키코모리 정책은 '취업과 자립'에 초점을 둬왔는데, 그에 앞서 히키코모리 당사자들이 마음 편히 안심할 수 있는 곳이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자존감은 산산조각난 상태인데, 마음의 안정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당장 취업에 성공한다고 해도 대부분 금방 그만둬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히키코모리들에게 또 다른 실패를 의미한다.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주게 된다. 백서에서도 회복과 악화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생애 장기간에 걸쳐 히키코모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당사자 모임 등에 나가서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는다거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신은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당신의 말은 틀리지 않다'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을 해줄 수 있는 곳"이란 얘기다. 하야시 대표의 얘기는 사실, 그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것이다. 그 역시 기나긴 세월 히키코모리였다. 부친은 대기업 보험회사에 근무했으며, 모친은 1970년대였던 당시 초등학생인 그에게 피아노 교습을 시켜 장차 음대에 보내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여느 중산층 가정의 장녀들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듯 그 역시 모범생이었고 학교에서도 도쿄대, 교토대 등 국립대에 보내고 싶어할 정도로 학업 성적도 우수했다. 하지만 불행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1980년대 당시 일본의 학교 교칙은 매우 엄격했다. 폭력을 수반한 교사들의 강압적 지도 방식, 입시 위주의 교육 방식에 강한 거부감이 일어났고, 당시로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몸 상태가 극도로 악화됐다. 고교 2학년 때부터는 학교에 더 이상 갈 수 없는 상태가 됐고, 결국 중퇴하고 말았다. 그의 저서 '히키코모리의 진실'에서는 당시의 심경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가능한 한 좋은 대학에 가고, 가능한 한 좋은 회사에 취직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고, 그 외의 미래는 꿈꾸지 않았던 내게 내게 고교 중퇴는 미래를 잃는 것과 같았다." 1980년 초반에는 '등교 거부'라는 말도 없었을 뿐더러 히키코모리라는 용어가 알려지기도 전이었다. 누구에게도 이해받기 어려웠다. 16살 고교 중퇴 후 36살이 될 때까지 상태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5명의 히키코모리였던 친구를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들 중 일부는 취직에 성공한 후에 자살을 택했다. 20년간의 어두운 터널을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고 했다. 그 뒤 "'그냥 단지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살아가자'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백서를 발간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물었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든 세상에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한국 사회에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019년 6월 네모토 다쿠미 일본 후생노동상은 당시 하야시 대표가 이끄는 히키코모리 UX회의와 KHJ전국 히키코모리 가족 연합회와 면담 후 '당사자 중심의 정책'과 이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곳'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관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으며, 이것이 정책 당국 중심에서 당사자 중심으로 일본의 히키코모리 정책이 변화된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별취재팀 김도우 팀장 이환주 이진혁 기자 조은효 특파원>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1-12-15 11:33:05【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냐고요? 단골 손님들이 저를 찾아 올 때요." 지난 13일 오후 일본 도쿄도(都)내 니시도쿄시의 한 서점. 오후 햇살이 길게 들어오는 이곳의 다른 한쪽은 수제 인형을 만드는 공방이기도 하며, 또 다른 쪽은 헌옷 등을 파는 잡화점이기도 하다. 인형들은 일본 도쿄 내 대형백화점과 도쿄도청 등에서 실제 판매되고 있다. 서점이기도 하며 공방, 잡화점인 이곳은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교육·지원 단체인 YL히바리가오카 칼리지가 사회 적응을 위해 직업 연계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YL히바리가오카 칼리지는 이곳 외에도 이 지역에 6곳 정도의 식당, 서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일종의 실습장인 셈이다. 현장 도착 당시,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이도가와 료코씨(35)는 문밖까지 나와서 점포를 나가는 손님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약 10년간 히키코모리 상태로 지냈다고 한다. "단기간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지만, 인간관계가 수월하지 않아 활동할 수 있는 곳이 없었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만 갔었죠." 상태는 계속해 악화됐었고, 가족과도 사이가 멀어졌다. 한국 취재진을 보자 그는 밝은 표정으로 대뜸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라고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반겨줬다. '한국어는 어디서 배웠느냐'고 물으니, 오래 전, 한국 남자와 결혼한 부친의 회사 동료가 집에 와서 알려줬다고 했다. 긴 세월 스스로에게 갇혀 누구보다도 혹독한 시간을 보냈음에도, 어깨너머로 배운 한국어를 정확히 기억해 내면서, 취재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줬다. 그가 YL히바리가오카 칼리지에 오게 된 것은 약 5년 전쯤이다. "스태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됐다"고 했다. "가장 보람있는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니, "단골 손님들이 저를 찾아줄 때요"라고 했다. 지역 어르신들이 "저 친구 때문에 온다"고 호응해 줄 정도다. 이곳에서 그는 손님을 맞이한다든가, 기부 받은 옷들을 정리하는 등의 일을 담당하고 있다. 당사자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으니 "정면 사진도 좋다"며 밝게 웃었다. 촬영에 응하는 동안도 한국 취재진을 향해 "드라마 커피프린스의 공유를 좋아하고, 영화 어린신부를 보고 문근영과 김래원을 좋아한다"고 말해, 되레 대화의 연결고리를 적극 만들어줬다. 현장 한쪽 사무실에서는 사에키 카나씨(35)가 컴퓨터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에키씨에게도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했던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 고교 2학년이 되어선 등교 거부를 하게 되었고, 중퇴 후 히키코모리로 지냈다. 그러던 중 2016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됐고, 더욱 더 자신만의 깊은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집 안은 엉망이었고, 세상과의 끈은 보이지 않았다. 시청 직원의 소개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YL히바리가오카 칼리지를 등록해 다니기 시작했다. 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의 사진, 동영상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리고, 기부 받은 책들을 분류 하는 등의 업무를 맡으며, 본격 세상으로 나갈 채비를 거의 마쳤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간 일본에서 등교 거부를 한 초·중·고교생은 약 19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도 415명으로 사상 최다였다. '등교거부 등 히키코모리 상태로 현재 힘들게 지내는 사람들을 위해 조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아닐까요." 그 역시 초반에는 이 단체 강사나 스텝들을 믿지 않았다고 했다. 가다 안가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 시간을 거쳐, 지금의 그는 "안정감을 찾았다"고 말한다. YL히바리가오카 칼리지는 현재 설립된 지 약 5년이 됐다. 단체는 사회복지 전문가인 오치 유코 대표가 이끌고 있다. 수입이 없는 경우 입회비와 수강료는 0엔이다. 히키코모리들에게 일종의 학교이자, 사랑방과 같은 공간이다. 프로그램은 월요일 오전 9시부터 토요일 오후 3시50분까지 빼곡하다. 토요일까지 강좌를 만든 이유를 물으니, "체력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장기 칩거생활로 체력이 극도로 저하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당일 칼리지 건물 1층에는 관심분야 강의 시작을 기다리는 수강생들이 다수 모여 있었다. 취재진의 방문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는 마주치는 게 부담스러운 지 얼른 자리를 뜨기도 했다. 오치 대표는 "계속 칩거하는 사람들에게 1년간은 방문해서 점점 밖으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그런 뒤 1~2년간은 요리든, 펜글씨든, 성경 강독이든, 점포 관리든, 컴퓨터든 당사자들이 요청한 내용으로 강의를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당신이 만들어달라고 한 것이니 꼭 참가해 주세요"라고 다시 요청을 한다는 것이다. 의무감의 부여다. 그는 "우리 단체는 어디까지나 '통과 지점'의 한 곳이다. 그들이 갖고 있는 '섬세한 능력'들을 끌어내서 기업에 취직하고, 일상을 살아가도록 하는 게 우리들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김도우 팀장 이환주 이진혁 기자 조은효 특파원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1-12-14 18:04:18【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지난 6월, 일본의 한 단체가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히키코모리 백서 2021'을 발간했다. 총 46만자에 이르는 이 백서는 훗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1686명의 진솔함을 담았다. 한 글자 한 글자, 은둔형 외톨이들의 고통과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그대로 묻어났을 뿐 아니라 지원 상담창구에서 겪었던 또 다른 냉대와 위축, 정책 제언과 개선점까지 세밀하게 담고 있다. 아동 히키코모리부터 85세 노인 히키코모리까지 일본 각지에서 '스스로 히키코모리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조사에 참여했다. 일본 정부의 히키코모리 추계상 잘 잡히지 않는 일반 주부 히키코모리의 존재까지 이 조사를 통해 본격 드러냈다. 조사와 백서 발간은 전직 히키코모리들의 모임인 '히키코모리 UX회의'(일반 사단법인) 주도로 이뤄졌다. 히키코모리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대규모 현황 조사와 이를 통해 백서가 발간된 것은 일본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단체로서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백서 발간은 일본 내에서도 큰 이목을 끌었다. 지난 10일, 도쿄 우에노역의 한 카페에서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하야시 교코 대표(55)를 만나 '무엇이 히키코모리 정책의 최우선에 놓여야 하는지'를 물었다. 정책을 위한 정책이 아닌, 당사자를 위한 정책이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하야시 대표는 현재 이 단체뿐만 아니라 다른 히키코모리 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취업 빙하기 세대 지원 추진을 위한 전 플랫폼' 민간위원 등을 맡고 있다. 마침 당일은 하야시 대표의 저서 '히키코모리의 진실(지쿠마신서 출판)'이 발간된 날이기도 했다. 하야시 대표는 "지금까지 20여년 일본 정부의 히키코모리 정책은 '취업과 자립'에 초점을 둬왔는데, 그에 앞서 히키코모리 당사자들이 마음 편히 안심할 수 있는 곳이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자존감은 산산조각난 상태인데, 마음의 안정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당장 취업에 성공한다고 해도 대부분 금방 그만둬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히키코모리들에게 또 다른 실패를 의미한다.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주게 된다. 백서에서도 회복과 악화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생애 장기간에 걸쳐 히키코모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당사자 모임 등에 나가서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는다거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신은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당신의 말은 틀리지 않다'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을 해줄 수 있는 곳"이란 얘기다. 하야시 대표의 얘기는 사실, 그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것이다. 그 역시 기나긴 세월 히키코모리였다. 부친은 대기업 보험회사에 근무했으며, 모친은 1970년대였던 당시 초등학생인 그에게 피아노 교습을 시켜 장차 음대에 보내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여느 중산층 가정의 장녀들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듯 그 역시 모범생이었고 학교에서도 도쿄대, 교토대 등 국립대에 보내고 싶어할 정도로 학업 성적도 우수했다. 하지만 불행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1980년대 당시 일본의 학교 교칙은 매우 엄격했다. 폭력을 수반한 교사들의 강압적 지도 방식, 입시 위주의 교육 방식에 강한 거부감이 일어났고, 당시로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몸 상태가 극도로 악화됐다. 고교 2학년 때부터는 학교에 더 이상 갈 수 없는 상태가 됐고, 결국 중퇴하고 말았다. 그의 저서 '히키코모리의 진실'에서는 당시의 심경에 대해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가능한 한 좋은 대학에 가고, 가능한 한 좋은 회사에 취직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고, 그 외의 미래는 꿈꾸지 않았던 내게 내게 고교 중퇴는 미래를 잃는 것과 같았다." 1980년 초반에는 '등교 거부'라는 말도 없었을 뿐더러 히키코모리라는 용어가 알려지기도 전이었다. 누구에게도 이해받기 어려웠다. 16살 고교 중퇴 후 36살이 될 때까지 상태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5명의 히키코모리였던 친구를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들 중 일부는 취직에 성공한 후에 자살을 택했다. 20년간의 어두운 터널을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고 했다. 그 뒤 "'그냥 단지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살아가자'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백서를 발간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물었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든 세상에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한국 사회에 조언을 해달라고 했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019년 6월 네모토 다쿠미 일본 후생노동상은 당시 하야시 대표가 이끄는 히키코모리 UX회의와 KHJ전국 히키코모리 가족 연합회와 면담 후 '당사자 중심의 정책'과 이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곳'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관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으며, 이것이 정책 당국 중심에서 당사자 중심으로 일본의 히키코모리 정책이 변화된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별취재팀 김도우 팀장 이환주 이진혁 기자 조은효 특파원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1-12-14 18:04:07【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2018년 1월 6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한 아파트에서 82세의 어머니와 52세의 딸이 한 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모녀의 사인은 영양실조와 저체온증이었다. 한겨울 영하의 날씨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죽음에 이른 것이다. 딸은 20대였던 1990년대 한때 직장생활을 했었으나 30년 가까이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로 지냈다. 사망 시점은 2017년 12월께다. 노모는 그 달 중순, 중년의 딸은 그로부터 약 보름이 지난 12월 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토요일이었던 당일, 가스검침원의 방문이 아니었더라면 찾는 이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고립사'는 더욱 더 고독했을 것이다. 노모는 이웃과 접촉을 피했고,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정부의 생활보호 신청도 완강히 거부했다고 한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들이 사망할 당시, 실내에 현금 9만엔(약 91만원)이 있던 것이다. 딸로선 당장의 허기를 채우고도 남는 돈이었으나 혼자 남았던 그는 고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사했다. 2020년 5월에는 일본 중부 아이치현에서 87세의 아버지와 55세의 아들의 시신이 발견됐고, 같은 해 12월 도쿄의 아파트에서는 91세 어머니와 66세 아들에게 같은 형태의 비극이 확인됐다. 유일한 의지였던 부모의 죽음 이후 함께 생의 끊을 놓아버리는 '동시 고립사', 또는 부모의 연금이 끊기면서 생활고로 인해 굶어죽는 중년의 히키코모리 문제가 최근 수년간 일본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른바 '8050(하치마루 고마루)'문제다. 80대 고령의 부모가 50대 중년 히키코모리 자녀를 부양한다는 뜻이다. 은둔형 외톨이의 장기화가 초고령사회 현상과 맞물린 결과다. 8050 문제는 이미 9060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90대 부모가 60대를 부양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히키코모리 8050문제는 결국 생애 전체를 가로지르는 비극이자, 부모와 자녀의 죽음과 맞닿은 문제라는 인식이 일본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늙어가는 히키코모리…200만명 이상 추산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불리는 히키코모리는 일본어로 '(방에)틀어박히다'는 동사의 명사형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히키코모리에 대해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취업, 취학 등)사회활동을 회피하고, 6개월 이상 대체로 집에서 머무르고 있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각부 추산으로는 전 세대에 걸친 히키코모리는 대략 115만명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친 내각부 조사에 따른 것이다. 2015년 당시 조사 대상은 15~39세로, 54만1000명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중년 히키코모리들이 제외됐다는 지적이 제시됐고 곧이어 2018년 40~64세를 대상으로 현황 조사가 이뤄졌고, 이를 토대로 이 연령대에서 무려 61만3000명이라는 추산치가 나왔다. 두 조사를 단순 합산하면 대략 일본 내 '광의의' 히키코모리는 115만4000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려 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를 중증 또는 협의의 히키코모리라고 부른다면, 광의의 히키코모리는 편의점 정도는 다닐 수 있거나 정규직 등의 활동은 간신히 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증자까지 포함한 수치다. 2018년 일본 내각부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4060대의 히키코모리가 1030대보다 더 많다는 점이다. '히키코모리=1030대 젊은층의 문제' 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히키코모리 문제는 1980~90년대에는 등교 거부 정도로만 인식됐는데 1990년~2000년 대들어서는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1991년)와 맞물리면서 더욱 심화됐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30년'과 궤를 함께하는 이른바 '취업 빙하기 세대(버블붕괴 직후 고교·대학을 졸업해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경우)가 여기서 잉태된 것이다. 이들은 1970년 전후에 태어나 40세 전후란 점에서 7040세대, 불황 정점에서 기회를 잃었다는 뜻에서 '로스트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이라고도 불린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문제가 된 니트족(NEET, 일하거나 교육·훈련을 받을 의지가 없는 사람) 현상이 가세했고, 이런 흐름이 현재의 8050문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각부는 "히키코모리 상태가 되고 나서 7년이 경과한 사람이 50% 이상을 차지했다"면서 이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현실은 더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115만명'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히키코모리: 끝나지 않는 사춘기'(1998년 저) 등에서 히키코모리 문제를 본격 제기한 정신 의학자인 사이토 다카시 쓰쿠바대 교수는 지난 2019년 일본 외국인기자센터(FPCJ)에서 각국 특파원 대상 브리핑에서 "내각부의 115만명 추산치는 히키코모리 현실을 과소평가한 것일지 모른다"면서 "히키코모리를 전체 인구의 3~5%라고 본다면 (일본 내에) 약 200만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독 담당 장관까지 신설했지만 일본 정부가 마냥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1991년 등교 거부에 대응하기 위해 '등교거부아동 복지대책'을 개시했으며 2003년부터는 '1020대 중심'의 히키코모리를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정신보건복지센터 등 상담센터를 운영했다. 2009년에는 히키코모리 대책을 정비해 당사자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히키코모리 지역 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2015년에는 히키코모리 생활곤란자 자립지원법을 시행, 거주·취업활동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지원이 제도화됐다. 실제로 파이낸셜뉴스가 일본 정부, 도쿄도 등의 히키코모리 관련 시책을 취재한 결과 일본 전역에 지자체 차원의 담당과는 물론이고, 지원센터와 각종 민간지원단체들이 설치돼 '제도상'으로는 정책 노력이 일정 수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도 히키코모리 예산도 7개 분야로 구체화됐다. 후생노동성, 내각부 등 히키코모리 대응 관계부처 합동회의는 지난 10월 1일 △아동 및 젊은층 히키코모리 지원제도 정비 △등교 거부 △소비활동 △취업활동 △농림수산분야 취업연계 7개 분야에 걸쳐 예산사업 범위를 확정했다. 아베 정권 당시인 2019년에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30대 후반~40대 후반인 취업 빙하기 세대들을 정규직 공무원 등으로 채용하겠다며 약 6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올해 2월에는 영국(2018년 신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고독·고립 대책 담당상(장관)직을 신설했다. 정부가 사회적 단절로 인한 고독의 문제에 적극 나서겠다는 일련의 노력이 엿보이지만, 일본의 히키코모리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정책이 상당 부분 겉돌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고독의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연 히키코모리의 '자립과 취업활동'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느냐는 근본 물음에 봉착한 것이다. 이를 해소하지 않고선 인구 감소에도 등교 거부 학생은 되레 증가하고, 중년의 히키코모리들의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취재팀 김도우 팀장 이환주 이진혁 기자 조은효 도쿄특파원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1-12-12 18:32:39【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2018년 1월 6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한 아파트에서 82세의 어머니와 52세의 딸이 한 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모녀의 사인은 영양실조와 저체온증이었다. 한겨울 영하의 날씨에서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죽음에 이른 것이다. 딸은 20대였던 1990년대 한때 직장생활을 했었으나 30년 가까이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로 지냈다. 사망 시점은 2017년 12월께다. 노모는 그 달 중순, 중년의 딸은 그로부터 약 보름이 지난 12월 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토요일이었던 당일, 가스검침원의 방문이 아니었더라면 찾는 이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고립사'는 더욱 더 고독했을 것이다. 노모는 이웃과 접촉을 피했고,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정부의 생활보호 신청도 완강히 거부했다고 한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들이 사망할 당시, 실내에 현금 9만엔(약 91만원)이 있던 것이다. 딸로선 당장의 허기를 채우고도 남는 돈이었으나 혼자 남았던 그는 고립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사했다. 2020년 5월에는 일본 중부 아이치현에서 87세의 아버지와 55세의 아들의 시신이 발견됐다. 같은 해 12월 도쿄의 아파트에서는 91세 어머니와 66세 아들에게 같은 형태의 비극이 확인됐다. 유일한 의지였던 부모의 죽음 이후 함께 생의 끊을 놓아버리는 '동시 고립사', 또는 부모의 연금이 끊기면서 생활고로 인해 굶어죽는 중년의 히키코모리 문제가 최근 수년간 일본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른바 '8050(하치마루 고마루)'문제다. 80대 고령의 부모가 50대 중년 히키코모리 자녀를 부양한다는 뜻이다. 은둔형 외톨이의 장기화가 초고령사회 현상과 맞물린 결과다. 8050 문제는 이미 9060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90대 부모가 60대를 부양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히키코모리 8050문제는 결국 생애 전체를 가로지르는 비극이자, 부모와 자녀의 죽음과 맞닿은 문제라는 인식이 일본 사회에 확산되고 있다. ■늙어가는 히키코모리…200만명 이상 추산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불리는 히키코모리는 일본어로 '(방에)틀어박히다'는 동사의 명사형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히키코모리에 대해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취업, 취학 등)사회활동을 회피하고, 6개월 이상 대체로 집에서 머무르고 있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각부 추산으로는 전 세대에 걸친 히키코모리는 대략 115만명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친 내각부 조사에 따른 것이다. 2015년 당시 조사 대상은 15~39세로, 54만1000명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중년 히키코모리들이 제외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곧이어 2018년 40~64세를 대상으로 현황 조사가 이뤄졌고, 이를 토대로 이 연령대에서 무려 61만3000명이라는 추산치가 나왔다. 두 조사를 단순 합산하면 대략 일본 내 '광의의' 히키코모리는 115만4000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려 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를 중증 또는 협의의 히키코모리라고 부른다면, 광의의 히키코모리는 편의점 정도는 다닐 수 있거나 정규직 등의 활동은 간신히 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증자까지 포함한 수치다. 2018년 일본 내각부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4060대의 히키코모리가 1030대보다 더 많다는 점이다. '히키코모리=1030대 젊은층의 문제' 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히키코모리 문제는 1980~90년대에는 등교 거부 정도로만 인식됐는데 1990년~2000년 대들어서는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1991년)와 맞물리면서 더욱 심화됐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30년'과 궤를 함께하는 이른바 '취업 빙하기 세대(버블붕괴 직후 고교·대학을 졸업해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경우)가 여기서 잉태된 것이다. 이들은 1970년 전후에 태어나 40세 전후란 점에서 7040세대, 불황 정점에서 기회를 잃었다는 뜻에서 '로스트 제너레이션(lost generation)'이라고도 불린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문제가 된 니트족(NEET, 일하거나 교육·훈련을 받을 의지가 없는 사람) 현상이 가세했고, 이런 흐름이 현재의 8050문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각부는 "히키코모리 상태가 되고 나서 7년이 경과한 사람이 50% 이상을 차지했다"면서 이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경향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현실은 더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115만명'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히키코모리: 끝나지 않는 사춘기'(1998년 저) 등에서 히키코모리 문제를 본격 제기한 정신 의학자인 사이토 다카시 쓰쿠바대 교수는 지난 2019년 일본 외국인기자센터(FPCJ)에서 각국 특파원 대상 브리핑에서 "내각부의 115만명 추산치는 히키코모리 현실을 과소평가한 것일지 모른다"면서 "히키코모리를 전체 인구의 3~5%라고 본다면 (일본 내에) 약 200만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독 담당 장관까지 신설했지만 일본 정부가 마냥 손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1991년 등교 거부에 대응하기 위해 '등교거부아동 복지대책'을 개시했으며 2003년부터는 '1020대 중심'의 히키코모리를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정신보건복지센터 등 상담센터를 운영했다. 2009년에는 히키코모리 대책을 정비해 당사자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히키코모리 지역 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2015년에는 히키코모리 생활곤란자 자립지원법을 시행, 거주·취업활동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 지원이 제도화됐다. 실제로 파이낸셜뉴스가 일본 정부, 도쿄도 등의 히키코모리 관련 시책을 취재한 결과 일본 전역에 지자체 차원의 담당과는 물론이고, 지원센터와 각종 민간지원단체들이 설치돼 '제도상'으로는 정책 노력이 일정 수준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도 히키코모리 예산도 7개 분야로 구체화됐다. 후생노동성, 내각부 등 히키코모리 대응 관계부처 합동회의는 지난 10월 1일 △아동 및 젊은층 히키코모리 지원제도 정비 △등교 거부 △소비활동 △취업활동 △농림수산분야 취업연계 7개 분야에 걸쳐 예산사업 범위를 확정했다. 아베 정권 당시인 2019년에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30대 후반~40대 후반인 취업 빙하기 세대들을 정규직 공무원 등으로 채용하겠다며 약 60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며 올해 2월에는 영국(2018년 신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고독·고립 대책 담당상(장관)직을 신설했다. 정부가 사회적 단절로 인한 고독의 문제에 적극 나서겠다는 일련의 노력이 엿보이지만, 일본의 히키코모리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정책이 상당 부분 겉돌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고독의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연 히키코모리의 '자립과 취업활동'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느냐는 근본 물음에 봉착한 것이다. 이를 해소하지 않고선 인구 감소에도 등교 거부 학생은 되레 증가하고, 중년의 히키코모리들의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도우 이환주 조은효 기자
2021-12-12 17:53:23최창엽이 극성엄마 김나운과 히키코모리 형 사이에 진퇴양난에 빠졌다. 18일 방송된 KBS2 ‘학교 2013’에는 민기(최창엽 분)가 엄마(김나운 분)의 치맛바람 극성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승리고 학생들은 ‘문학2’ 시험지 도난 사건으로 인해 재시험을 보게 됐다. 하지만 시험지의 변별력 문제로 민기의 엄마를 비롯한 다수의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 임시회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민기 엄마는 재시험 문제의 난이도 변별력이 이전과 다르다는 점을 들어 인재(장나라 분)와 세찬(최다니엘 분)을 몰아붙였다. 또한 이미 민기 엄마의 유명한 치맛바람을 알고 있던 2학년 2반 학생들은 “너희 엄마 독립운동 하시냐”며 민기에게 비아냥 거렸다. 특히 민기가 우연히 남순(이종석 분)과 흥수(김우빈 분) 사이에 얽히면서 흥수에게 맞아 넘어지는 순간 민기 엄마를 비롯한 선생님들이 등장하면서 문제는 더 커졌다. 민기 엄마가 선생님들 앞에 이미 흥수를 ‘깡패’라고 지칭하며 힐난을 한 뒤였기 때문. 이미 엄마의 과도한 성적 집착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민기는 친구들 앞에서 극성을 보이는 엄마에 질린 듯 괴로움을 드러냈다. 민기는 “이러니까 형이 방에서 안 나오는 거다. 예일대? 미국은커녕 이 집 거실에도 한 발짝 안 나온다. 엄마가 이러니 수재인 형이 2년째 쳐 박혀 있는 거다”고 폭발한 것. 이에 맞춰 닫혀있던 민기의 집 한쪽 방에는 민기의 형이 절규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민기의 엄마 역시 괴로움에 눈물지으며 “차라리 나와서 엄마한테 그래라. 엄마가 누가 있느냐”고 소리쳤다. 결국 마음이 약해진 민기는 엄마와 형 사이에 진퇴양난에 빠져 “엄마 잘못했다. 말 잘 듣겠다”며 곧바로 엄마에게 용서를 빌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간 숨겨져 있던 민기와 엄마, 그리고 형에 대한 비밀이 드러나면서 민기와 엄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감은 더욱 깊어졌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정호(곽정욱 분)에 의해 반 아이들 앞에 남순과 흥수가 중학교 동창이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soarhi@starnnews.com강혜인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2-12-18 23:44:59삼성그룹이 일본에서 독창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2일 삼성에 따르면 일본삼성은 요코하마 인근에 ‘아스나로학교’를 운영하며 현지에서 따뜻한 후원활동을 펼쳐 화제다. 아스나로학교란 일본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젊은이들 및 유기견들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곳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청년 무직자), 후리타족(Free+Arbeiter의 합성어로 아르바이트로만 생활해가는 젊은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 등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주인의 사정으로 버림받은 개들도 연간 13만 마리에 달할 정도로 유기견 문제 역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일본삼성은 이 같은 일본 사회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 적응에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24시간 기숙을 하며 유기견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아스나로학교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젊은이들은 청각장애인을 돕는 안내견을 키우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삶에 대한 의지를 북돋고 있다. 이곳에서 교육된 안내견은 청각장애인의 귀가 돼 청각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고 있다. 일본에는 현재 36만명에 달하는 청각장애인들이 있으나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안내견은 턱없이 부족해 일본삼성의 이 같은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스나로학교 출신의 성공사례인 시라이시의 경우, 대학교 4학년께부터 은둔생활을 시작하다가 아스나로학교에 입학했다. 이곳에서 유기견 시츄를 맡아 훈련을 시킨 시라이시는 초기에 자신의 말을 듣지 않던 시츄가 점차 사람에게 반응하며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마음 속에도 잃어버렸던 자아가 싹트는 것을 체험했다. 현재 시라이시는 아스나로학교를 졸업한 뒤 은둔생활을 접고 요코하마 특별양로시설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근무를 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전 세계 주요 법인에서 현지 상황에 맞게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일본에서 전개하고 있는 아스나로학교는 현지 주민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관심을 받을 정도”라며 “이를 통해 삼성의 ‘인간중시 철학’과 ‘애견문화’를 일본 사회에 인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yhj@fnnews.com윤휘종기자
2011-02-22 18:14:13배우 류현경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진행된 '앵두야, 연애하자' 언론배급 시사회에 참석한 가운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날 언론배급 시사회에는 감독 정하린, 배우 류현경, 강기화, 한송희 등이 참석했다. 한편 영화 '앵두야, 연애하자'는 그간의 여성영화 속 캐릭터들과 달리, 나와 내 친구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으로 오는 6월 6일 개봉한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wtcloud@starnnews.com이준현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3-05-31 19:13:15【 도쿄·베이징·실리콘밸리=김경민 정지우 홍창기 특파원】 특정 대상이나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벌이는 이른바 '묻지마 살인'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해 왔다. 범행 방식은 일부 차이를 보이지만 대규모 사상자를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묻지마 살인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매년 집행, 가장 강력한 대처로 엄벌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日, 1980년대부터 사회문제일본에서는 묻지마 살인이 1980년대부터 사회문제가 됐다. 일본 사람들은 이들 살인범을 길거리 악마라는 뜻인 '토오리마'로 부른다. 9일 NHK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일본에서 매년 평균 3~4건씩 발생한 묻지마 범죄 건수는 지난 2021년 부터 2022년 초반까지 15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대표적으로는 2001년 오사카의 이케다 초등학교에서 한 3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여 초등학생 8명을 살해하고 15명을 부상 입혔다. 2008년 도쿄 아키하바라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트럭을 몰고 행인에게 돌진한 후 칼부림을 저질러 7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2016년 사가미하라에선 한 20대 남성이 장애인 시설에 난입해 흉기를 휘둘렀고, 2021년 도쿄 전철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칼부림과 방화를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2000년부터 10년간 발생한 52건의 묻지마 사건 범인 중 범행 동기로 '자신의 처지와 현상에 대한 불만'이라고 응답한 인원이 절반 가까이 달했다. 또 범인은 모두 39세 이하로 다른 사건 대비 연령이 낮았으며, 범행 당시 친밀한 친구가 있다고 응답한 범인은 3명에 불과했다. 법무성은 묻지마 사건 범인의 특징적인 경향으로 부족한 교우 관계, 무직·무수입 등 생활의 어려움을 꼽았다. 버블 경제 이후 이어진 장기간 경제 침체로 사회적 고립 등 문제에 처하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청년층이 증가하며 사회에 대한 분노가 범죄로 표출된 것으로 해석했다. ■쉬쉬하는 中, 총기 난사 美중국도 흉기난동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당장 지난 8일 윈난성 한마을에서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20대 남성이 집에 있던 어머니를 흉기로 공격했다. 또 도주하면서 8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광둥성의 한 유치원에서 2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교사 1명, 학부모 2명 등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5월에는 고등학생이 이틀 동안 학교에서 주민과 교감, 수학교사 등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가 곧바로 삭제됐다. 당국 발표와 매체의 보도도 없었다. 모방 범죄나 국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사건은 해당 학교가 배포한 내부 상황 보고 때문에 외부로 알려졌다. 이 문서에는 장모군이 이웃 주민 2명을 살해하고 어머니에게 중상을 입혔으며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를 공격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국의 묻지마 범죄의 특징은 총기를 사용해 피해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미국 비영리재단 총기 폭력 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총 430건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총격범을 제외하고 사상자가 4명 이상인 사건을 총기난사로 규정한다. 특히 올 들어 발생한 430건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11세 미만의 어린이는 177명이나 된다. 12세에서 17살 사이의 청소년 90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5월 24일 텍사스주 남부 소도시 유밸디에 있는 롭 초등학교에서 당시 18세였던 샐버도어 라모스가 교내로 들어와 총기를 난사해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을 목숨을 빼앗아간 것이 대표적이다.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 도심 한복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9일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과 퀸스에서 두 시간 동안 스쿠터를 타고 10㎞를 누비며 불특정다수를 향한 무차별 총격이 그렇다. 이 사건을 일으킨 20대는 9㎜ 권총과 확장 탄창을 소지하고 총을 발사해 1명을 사망하게 하고 3명을 다치게 했다. ■주요국 사형으로 강력 대응주요국들은 묻지마 살인범에 대해 매년 사형 집행으로 강력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5.5㎝ 이상 양날형 검 소지 금지, 고독·고립대책 담당상 신설 등 대책 마련했지만 묻지마 범죄는 계속 이어졌다. 사형집행 국가인 일본은 지난해 7월 26일 도쿄 아키하바라 사건 사형수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2021년 12월에도 살인죄 등으로 사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던 기결수 3명을 처형했다. 사형 집행후 유럽국가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나 일본 정부는 사형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고대부터 '살인자는 목숨으로 빚을 갚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도 사형 제도를 유지하는 국가 중 한 곳이다. 중국은 또 사형에 처하는 범죄 조항이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중국은 사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공민의 신변과 재산의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한 일부 범죄자에게 사형 이외의 일반 형벌은 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중국의 한 표본조사에선 응답자의 88%가 사형 폐지를 반대할 정도로 강력 범죄는 엄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중국은 실제 매년 수천명의 사형을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미국도 총기난사범들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며 경각심을 주고 있다. km@fnnews.com
2023-08-09 18:17:23【도쿄·베이징·실리콘밸리=김경민 정지우 홍창기 특파원】 특정 대상이나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벌이는 이른바 '묻지마 살인'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해 왔다. 범행 방식은 일부 차이를 보이지만 대규모 사상자를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 중국, 미국 등 주요국들은 묻지마 살인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매년 집행, 가장 강력한 대처로 엄벌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日, 1980년대부터 사회문제 일본에서는 묻지마 살인이 1980년대부터 사회문제가 됐다. 일본 사람들은 이들 살인범을 길거리 악마라는 뜻인 '토오리마'로 부른다. 9일 NHK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일본에서 매년 평균 3~4건씩 발생한 묻지마 범죄 건수는 지난 2021년 부터 2022년 초반까지 15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대표적으로는 2001년 오사카의 이케다 초등학교에서 한 3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여 초등학생 8명이 살해하고 15명을 부상 입혔다. 2008년 도쿄 아키하바라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트럭을 몰고 행인에게 돌진한 후 칼부림을 저질러 7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중경상을 입기도 했다. 2016년 사가미하라에선 한 20대 남성이 장애인 시설에 난입해 흉기를 휘둘렀고, 2021년 도쿄 전철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칼부림과 방화를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2000년부터 10년간 발생한 52건의 묻지마 사건 범인 중 범행 동기로 '자신의 처지와 현상에 대한 불만'이라고 응답한 인원이 절반 가까이 달했다. 또 범인은 모두 39세 이하로 다른 사건 대비 연령이 낮았으며, 범행 당시 친밀한 친구가 있다고 응답한 범인은 3명에 불과했다. 법무성은 묻지마 사건 범인의 특징적인 경향으로 부족한 교우 관계, 무직·무수입 등 생활의 어려움을 꼽았다. 버블 경제 이후 이어진 장기간 경제 침체로 사회적 고립 등 문제에 처하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청년층이 증가하며 사회에 대한 분노가 범죄로 표출된 것으로 해석했다. 쉬쉬하는 中, 총기 난사 美 중국도 흉기난동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당장 지난 8일 윈난성 한마을에서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20대 남성이 집에 있던 어머니를 흉기로 공격했다. 또 도주하면서 8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2명은 사망했다. 지난달에는 광둥성의 한 유치원에서 2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교사 1명, 학부모 2명 등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5월에는 고등학생이 이틀 동안 학교에서 주민과 교감, 수학교사 등을 공격했다는 소식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가 곧바로 삭제됐다. 당국 발표와 매체의 보도도 없었다. 모방 범죄나 국가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사건은 해당 학교가 배포한 내부 상황 보고 때문에 외부로 알려졌다. 이 문서에는 장모군이 이웃 주민 2명을 살해하고 어머니에게 중상을 입혔으며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를 공격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미국의 묻지마 범죄의 특징은 총기를 사용해 피해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미국 비영리재단 총기 폭력 아카이브(GVA)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총 430건의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총격범을 제외하고 사상자가 4명 이상인 사건을 총기난사로 규정한다. 특히 올 들어 발생한 430건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11세 미만의 어린이는 177명이나 된다. 12세에서 17살 사이의 청소년 90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5월 24일 텍사스주 남부 소도시 유밸디에 있는 롭 초등학교에서 당시 18세였던 샐버도어 라모스가 교내로 들어와 총기를 난사해 학생 19명과 교사 2명을 목숨을 빼앗아간 것이 대표적이다.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 도심 한복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9일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과 퀸스에서 두 시간 동안 스쿠터를 타고 10㎞를 누비며 불특정다수를 향한 무차별 총격이 그렇다. 이 사건을 일으킨 20대는 9㎜ 권총과 확장 탄창을 소지하고 총을 발사해 1명을 사망하게 하고 3명을 다치게 했다. 주요국 사형으로 강력 대응 주요국들은 묻지마 살인범에 대해 매년 사형 집행으로 강력 대응하고 있다. 일본은 5.5㎝ 이상 양날형 검 소지 금지, 고독·고립대책 담당상 신설 등 대책 마련했지만 묻지마 범죄는 계속 이어졌다. 사형집행 국가인 일본은 지난해 7월 26일 도쿄 아키하바라 사건 사형수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2021년 12월에도 살인죄 등으로 사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던 기결수 3명을 처형했다. 사형 집행후 유럽국가 등으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나 일본 정부는 사형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고대부터 '살인자는 목숨으로 빚을 갚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도 사형 제도를 유지하는 국가 중 한 곳이다. 중국은 또 사형에 처하는 범죄 조항이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중국은 사형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공민의 신변과 재산의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한 일부 범죄자에게 사형 이외의 일반 형벌은 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의 한 표본조사에선 응답자의 88%가 사형 폐지를 반대할 정도로 강력 범죄는 엄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중국은 실제 매년 수천명의 사형을 집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미국도 총기난사범들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며 경각심을 주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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