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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가 ‘알코올 의존증?’…안마시면 손떨리고 환청·환각증세


오랜 경기침체로 생활고를 잊기 위해 술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특히 요즘은 주5일 근무제로 주말이 늘어나고, 연말연시를 맞아 동창회·송년회까지 겹쳐 직장인들은 물론 학생들까지 술과 함께 매일매일을 보내는 형편이다.

‘어쩔 수 없이’ 사업상 접대를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허전해서, 일찍 귀가하면 심심해서’ 등 일부러 이유를 만들어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전국 직장인 3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음주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자 직장인의 40.5%는 주 1회 이상 폭음하며, 7.3%는 거의 매일 폭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술을 안마시고 맨정신으로 집에 일찍 들어가면 할일도 없고 왠지 허전하다”는 회사원 김모씨는 매일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술마실 건수 만들기에 바쁘다.

김씨처럼 음주를 하는 날이 많아지고, 매번 폭음을 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알코올 의존증’을 앓기 쉽다. 알코올 의존으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단주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회복은 전문가의 도움을 얼마나 충실하게 받느냐에 달려 있다.

◇알코올 의존증 어떤 증상인가=알코올 의존증은 상습적 음주로 인해 술을 안마시면 못 견디는 정신적 의존에서 술기운이 떨어지면 손이 떨리고 환청·환각 증세까지 나타나는 신체적 의존에 이르는 증상을 가리키는 고질병을 말한다.

알코올 의존자 자신의 건강, 행복, 안전 및 생명은 물론 가족들과 친구들에게까지 큰 피해를 주게 되는 알코올 의존증은 일반적으로 다음 4단계를 따른다.

‘초기단계의 사람’은 긴장을 감소시키기 위해 혹은 골치 아픈 문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술을 마신다. 술을 끊겠다고 약속하지만 지키기가 어렵고, 예전과 동일한 알코올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이 마셔야만 한다. 술자리에서 한잔만 마시고 떠나기도 어렵다.

‘중기단계의 사람’은 음주사실을 부인하고, 숨어서 몰래 마신다. 아침에 해장술을 마시고 하루종일 술없이 보내기 힘들다. 또 마신 양과는 상관없이 좋은 느낌을 예전만큼 느끼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후기단계의 사람’은 술을 마시기 위해 살며, 어떤 것보다 술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들을 피하거나 믿지 못하고 모든 꿈을 잃고, 어떤 책무도 처리할 수 없고, 자주 결근한다. 또한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한 것처럼 보이고, 영양실조로 인한 신체질환, 떨림 증상을 보인다.

‘말기단계의 사람’은 삶의 밑바닥에 도달하여 신체적 장애와 같은 고통스럽고 해로운 결과들이 발생되어도 계속해서 술을 마시게 된다.

◇술만 참는 것은 완전한 회복이 아니다=대부분의 알코올 의존 환자들은 내과적 치료를 받거나 정신과적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해독치료와 알코올 의존의 기본적인 인식에 머물러 재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건강하게 생활하는데 술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생활방식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알코올 의존증 초기환자들은 대개 술을 몰아서 마시는 경향이 있고 간손상으로 피로감을 잘 느끼기 때문에 전문의를 찾아 신체적 질환을 치료함은 물론 상담을 통해 술 먹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 초기환자들은 스스로 알코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있지만 혼자서는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가족들이 병원 방문을 권유하면서 술을 끊도록 격려해 주어야 한다.

중기환자들은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 술 없이는 살수 없을 만큼 술에 의존하게 된 상태로 치료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증상 때문에 가족간 갈등이 증폭되고 사회생활도 영위할 수 없게 되지만 가족들이 환자를 설득하여 병원에서 치료받도록 해야 한다.

2∼3개월 입원을 통해 약물치료와 상담 및 운동치료를 병행한 후 다시 3개월 가량 통원치료를 하면 환자의 의지와 주위의 도움으로 환자가 단주 상태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환자가 의존증 말기에까지 이르게 되면 신체적으로도 피폐해져 있을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위험한 상태에 놓인다. 알코올성 치매나 알코올 유발 정신병으로 고통받게 되고 자포자기 상태로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필히 입원을 통해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하고 가족들도 포기하지 않고 환자에게 치료 동기를 일깨워 주며 보살펴 줘야 한다.

알코올 의존증은 나이, 성별, 지위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진행되는 질병이어서 알코올 의존자 대부분 스스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기므로 병세가 훨씬 더 진행이 되어서야 치료기관을 찾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가족, 친구 등 주변의 따뜻한 보살핌과 관심도 중요하다.

술을 끊는 생활에 익숙해지려면 적어도 9개월에서 15개월 정도의 단주 유지기간이 필요하며 2∼3년 정도는 재발방지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알코올 의존자와 함께 사는 가족들은 공동의존증이라는 가족병을 갖고 있어 함께 치료에 참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도움말=다사랑중앙병원 신재정 원장, 다사랑광주병원 채숙희 임상심리과장>

/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