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박민철기자】 2012년 국제박람회 후보 도시 전남 여수에서 광양만을 끼고 30분 간 산업도로를 달리면 바다를 매립한 현대하이스코의 순천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공장가동 8년째로 12만평이 넘는 순천공장은 하늘에서 볼 때는 8∼10개의 건물들이 가지런히 배치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공장 내부로 들어가니 공장 한 가운데 자동화 시스템실을 중심으로 24시간 자동제어가 가능한 모든 라인이 연결돼 하나처럼 움직였다.
무엇보다 공장안은 철강제품을 자르고 붙이고 도금을 하는 여러 공정에도 불구하고 티끌하나 없는 청정지역이었다. 이는 두꺼운 철강제품을 얇게 늘어뜨린 채 파랑, 빨강 등 색깔 있는 페인트를 입히는 과정에 먼지가 들러붙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위기가 기회로 탈바꿈한 순천공장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온 나라 경기가 얼어붙은 지난 1997년에 착공, 2년 후인 99년 2월 완공했다. 이는 단일공장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연산 180만t 규모이며 투자비가 1조4000억원으로 당시 경제상황이나 업종의 전문성 등으로 미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위기가 기회로 바뀐 순천공장은 10년 동안 국내 철강업 냉연산업을 대표하는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고품질, 고부가가치로 철강제품의 으뜸으로 꼽는 자동차 강판의 생산 비중이 50%에 이르러 국내 자동차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됐다.
순천공장은 지난해 냉연강판 누적 생산량이 1400만t을 돌파하면서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는 강판 1t이면 자동차 1대에 필요한 분량으로 국내 4인가족 1200만 전 가구에 각각 1대씩 보급한 규모다. 또 냉장고,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과 건축물 내외장재까지 국민 1인당 0.3t씩 철강제품을 배급한 결과다.
순천공장은 상용화 1년 만에 생산용량 100%를 넘어서면서 일반적으로 3∼5년 걸리는 과정을 앞당기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또 공장을 가동한 지 1년 만에 일본코일센터의 품질우수평가를 받았다.
■기술연구소가 고부가치 신제품 개발
순천공장 내부에서 고부가치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최첨단 공정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공장 전체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을 비롯해 산업용 로봇 활용과 TWB공법 등 최첨단 기술이 합쳐진 결과였다.
순천공장은 경쟁사들이 소재개발을 통한 경량화 강판의 개발에 전념할 때 소재개발을 넘어 제조공정의 변화를 통해 차량의 중량 감소를 이룰 수 있는 TWB공법을 국내 최초로 적용, 상업생산에 성공했다.
이 공법은 기존에 일체형으로 제작돼 차체의 각 부위를 레이저용접을 이용해 조립함으로써 불필요한 두께를 줄이는 방법이다.
자동차 강판에서도 으뜸은 자동차 외판용 합금화용융아연강판(GA)을 꼽는다. 즉 차외판용 GA강판을 생산한다는 사실은 냉연기술의 궁극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통한다.
현대하이스코는 2003년 2월 국내 최초로 차외판용 GA강판의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전세계 자동차 회사에 이 제품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국내 냉연산업의 기술력이 한 단계 올라간 것은 물론,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관련제품의 국내 생산시대를 열며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왔다.
현대하이스코 박순보 순천공장장(전무)은 "외판용 GA강판, 일액형 크롬프리(Cr-free)강판, 100㎏급 고장력강판 등 최고의 제품들을 생산할 수 있는 배경에는 공장 부설 기술연구소가 있다"며 "이란, 중국 등 해외 자동차 제조사에 최첨단 고부가가치 생산품의 수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mindo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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