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9 총선의 특징 중 하나는 진보와 보수진영의 분화(分化)를 꼽을 수있다.
특히 과거 이념과 노선의 틀거리속에서 민심 향배가 갈렸지만 갈수록 정당색이 엷어지면서 어느덧 ‘실용주의’가 기존 이념의 대결 구도를 삼켜버릴만한 수준에 도달한 점도 괄목할만한 특징 중 하나.
그만큼 ‘먹고 사는’ 문제가 이념과 노선보다 우선 가치가 됐다는 반증이다.
우선 이른바 신 진보와 신 보수를 앞세워 양쪽 진영에서 활발한 ‘세포분열’이 이뤄졌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한나라당을 겨냥, 보수 색채가 퇴색된 오염된 보수 정당이라며 신 보수를 자처하면서 자유선진당을 출범시켰다.
이 총재가 대선 3수를 결정한 계기 중 하나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대북관이 ‘원칙없이 위험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는 급격한 대북관계의 변화에서 오는 ‘안보 불안증’에 사로잡힌 보수 민심의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했다.
당시 신 보수를 기치로 내걸며 충청권을 대표했던 국민중심당의 출현도 보수 진영의 분화양상을 반영한 것.
박근혜 전 대표 측근인사들이 총선 출마를 위해 정당 옷을 갈아입힌 ‘친박연대’(옛 참주인연합)나, 가정의 행복 실현을 선거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전국 245개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낸 평화통일가정당도 보수주의를 표방한다.
진보진영 역시 ‘세포분열’과 ‘진화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을 띠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진보진영의 원내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화려하게 정치무대에 등장했던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대선 패배이후 새로운 진로 모색에 나서면서 ‘핵분열’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이념 정당이 이념에 대한 견해차로 자주파와 평등파로 갈리면서 분화된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연출한 것.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신 진보’의 정체성을 놓고 치열한 민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또 한번의 분화냐, 소 통합이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 1당인 통합민주당은 거듭된 진화과정을 거쳤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아래 등장했던 열린우리당이 17대 대선을 향하면서 스스로 분열-분화-재창당 과정 등을 거쳤지만 대선때까지도 통합을 이뤄내지 못했다. 결국 대선 패배에 따른 책임론을 공유하고 나서야 4.9 총선을 목전에 두고서 겨우 통합의 모양새를 갖췄다.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중도개혁정당임을 부각시키며 표심을 잡고 있다. 개헌저지선(100석) 확보에 실패하거나 80석 전후에 머무를 경우 당장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잠재돼있던 계파간 알력과 내홍이 급속히 부상하면서 세력분화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창조한국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의원과 일전을 벌이는 문국현 대표(서울 은평을)의 총선 결과에 따라 진보진영의 한 축으로서 일정 지분을 점유할 것이냐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 정치 구조를 감안할 때 다당제 출현은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주류를 이룬다.
군소정당이 선전하더라도 원내 1·2 정당간 바람몰이에 의해 전체 판도가 결정되는 총선 성격상 이들 양당 후보들의 당락이 총선후 정국구도 변화의 주요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haeneni@fnnews.com정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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