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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금리유혹’에도 ‘머니무브’ 없었다



#. 3년차 직장인 김모씨. A은행에 월급통장을 가지고 있으며 B은행의 ‘금리+α’의 이자를 주는 수시입출금식 계좌와 C증권사, D증권사에 각각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가지고 있다. 신용카드 등 각종 요금과 매달 재테크를 위해 자동이체 등록을 해 놓은 ‘허브 계좌’는 A은행이다. 얼마 전 C, D증권사에서 지급결제서비스가 가능해졌다며 급여통장으로 등록하면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허브 계좌를 바꿀 생각이 없다. 이미 신용카드 등으로 각종 대금 납부를 신청할 경우 많게는 5∼10% 요금을 할인해 주는 상황에서 단지 납부만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또 은행의 환전우대나 대출서비스 등도 무시하지 못할 혜택이다. 증권사 CMA가 제공하는 4%대 중·후반의 금리도 금액한도에 한두 달간의 기간제한 등 계산해 보니 실제 혜택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증권사 전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드문 상황에서 은행 기기로 입금할 때마다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도 불편할 것 같다.

‘금융구도 바꿀 핵폭풍인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인가.’

은행들이 극구 우려를 표했던 증권사들의 지급결제서비스가 이달 초 본격 시행된 지 3주일이 지났다.

증권사들은 고금리와 각종 이벤트로 고객몰이에 나섰고 은행들은 이에 맞서 증권사 서비스에 대해 수수료를 올리겠다며 ‘힘 겨루기’가 한창이다.

자본시장법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도 지급결제는 은행권과 증권업계 대립의 정점에 있었다. 과연 증권사의 지급결제서비스가 은행의 예금 기반을 흔들 만큼 위력적인 것일까.

■머니무브, 아직은…

현재까지 모두 14개 증권사가 지급결제서비스를 시작했다.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고려해도 최고 5%에 이르는 파격적인 금리와 각종 혜택에 비해 자금 쏠림세는 뚜렷하지 않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동양종금증권이 지급결제서비스를 한발 앞서 시행한 지난달 초 이후 지난 19일까지 CMA 잔고는 38조2768억원에서 40조3197억원으로 2조원가량 증가했다. CMA 잔고가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매달 평균 증가폭과 비슷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급결제서비스는 고객들에게 좀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것일 뿐”이라며 “은행들이 주장한 대로 CMA가 금융의 안정성을 흔들 만큼 시중자금을 빨아들일 것이라고는 처음부터 생각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지급결제, CMA 단점 보완했을 뿐

지급결제서비스 이전의 CMA는 기능 면에서 보면 사실 ‘반쪽짜리’였다.

은행권의 가상계좌를 이용해야 자금이체가 가능했고 가상계좌인 만큼 거래시간이나 거래용도가 제한적이었다.
각종 지로대금 납부는 물론 돈이 들어 있어도 전자결제서비스를 이용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급결제서비스로 이들이 가능해진 것. 은행보다 훨씬 우월한 ‘슈퍼통장’이 나온 것이 아니라 이제야 은행에 비해 부족했던 단점들을 보완했다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연구위원은 “지급결제서비스 시행으로 증권사들이 은행과 질적으로 동등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단순히 지급결제 때문에 자금이 이동하기보다 위험자산 투자의 ‘허브’ 기능이 가능해졌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hug@fnnews.com 안상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