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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정맥류, 종아리보다 사타구니에 더 많이 생겨

흔히 하지정맥류는 종아리나 등 다리 아래쪽에 많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종아리 아래만 매끈하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 알려진 바와 달리 무릎 아래쪽보다 윗쪽인 사타구니 부근에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 사타구니에 다 많이 발생

연세에스병원은 2008년 1월부터 2011년 9월까지 시행한 5658건의 하지정맥류 치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시술 부위 중에서 가장 많은 곳은 사타구니(1795건, 31.7%)였다고 11일 밝혔다. 이어 허벅지(1041건, 18.4%), 오금(913건, 16.1%), 종아리(398건, 7.0%) 순으로 나타났다. 실핏줄이 터지는 정도의 경미한 증상은 1,511건(26.7%)이었다.

연세에스병원 소동문 원장은 “사타구니 및 허벅지 부위의 경우 외부로 노출이 되지 않는 부위이므로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겉으로 완전히 정상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사타구니나 오금의 복재정맥에서 정맥류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집안 가족 중에 정맥류가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초음파 혈류검사를 통해 조기에 정확히 진단 받고 적절한 치료받아야 한다.

혈관이 약해지는 중ㆍ장년층이나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또한 지나치게 허리를 죄는 코르셋 등의 옷에 의해서도 발생하기 쉽다. 여성들의 경우 남성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데, 이는 임신과 호르몬제의 사용, 급격한 체중 증가, 꽉 끼는 옷 착용 등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방치하면 피부궤양까지 올 수 있어

온몸에 퍼져있던 혈액은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보내진다. 이때 정맥에 있는 판막이 손상되면 심장으로 돌아가야 할 피가 거꾸로 쏠리게 되고 정맥의 혈압이 높아져 혈관이 불거져 나오게 된다.

정맥류는 나타나는 위치에 따라 다리에 생기는 하지정맥류, 간 질환에 의해서 식도에 생기는 식도정맥류, 남성의 고환에 생기는 정계정맥류, 기타 선천성 정맥류 등 여러 종류가 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치질도 항문 부근에 생긴 정맥류의 일종이다.

하지정맥류는 전 인구의 약 10~20%에서 발생할 만큼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흉할 뿐 실질적인 불편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이 그냥 방치해 두고 지내다가 증상이 심해져서야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정맥류를 방치하면 다리가 무겁고, 쉽게 피로해지며, 통증이 생기고, 쥐가 잘 나는 증상이 나타난다. 더 심해지면 발목 안쪽 피부에 습진이 생기다가 피부염이 생기고, 피부 궤양까지 발생하다가 급기야는 피부가 썩기도 한다. 또한 작은 충격에도 쉽게 출혈이 되면서 응급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진행성 질환이므로 생활습관 중요

하지정맥류는 일단 발생하면 다시 좋아지지 않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소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장시간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서있으면 정맥류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서는 되도록 서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불가피하게 오래 서 있어야 할 경우에는 다리에 힘을 줬다 뺐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거나 제자리 걷기 운동을 하면 정맥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장시간 다리를 꼬고 앉는 것도 정맥류의 원인이 되므로 피해야 한다. 엉덩이나 허벅지가 꼭 끼는 옷을 입거나 허리띠를 너무 조이는 등의 행위만으로도 다리의 혈액순환에 방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특히 임산부의 60~70%가 다리 정맥 순환장애를 겪는다. 태아가 커질수록 복부의 혈관을 눌러 다리 쪽에서 올라오는 정맥의 흐름을 방해하는 한편, 체내 호르몬에도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으면 증상 악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 자면서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해주는 것도 정맥벽의 부담을 줄여주므로 좋은 예방법이다.

최근에는 입원하지 않고 부분마취로 약 30분 정도 시술을 받은 후 귀가할 수 치료법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혈관경화요법이 있는데, 정맥류가 있는 부분에 혈관 경화제 약물을 주입하여 정맥류를 없애는 방법이다.

약물이 주입되면 즉시 혈관 안에서 혈액이 응고되어 혈전이라는 피떡이 생기게 되고 혈관이 섬유화가 되면서 병든 정맥을 없애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1회 치료로 완전히 해결 할 수 없으며 여러 차례 반복시술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모든 정맥류를 다 이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맥 판막이 심하게 망가진 경우에는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