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직장 여성 A씨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먹는다. 점심에는 피자와 함께 콜라를 먹고 후식으로 따뜻한 캔커피를 마셨다. 오후 4시엔 책상 서랍에서 초콜릿을 꺼내 출출한 속을 달랜다. A씨는 물 대신 녹차를 수시로 마신다. 지방을 분해하고 입을 개운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들어서다. 오후 8시에는 야근에 시달린 몸을 추스르기 위해 다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팀장은 이날 팀원들에게 '에너지 음료'도 한 캔씩 나눠줬다.
최근 카페인을 다량 함유한 '에너지음료'가 시장으로 쏟아지며 카페인 중독 우려를 낳고 있다. A씨처럼 생활하는 사람들이 무심코 먹는 카페인은 일일 권장량인 400㎎을 훌쩍 넘어선다. 하지만 식품에 포함된 카페인을 규제할 수 있는 기준은 미흡하다. 안전장치마저도 없는 상태다.
■카페인 기준은 없나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콜라형 음료(콜라나무의 열매에서 추출한 원료를 함유하여 제조된 음료)에 한해서만 천연카페인 사용량을 150ppm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1000mL당 150㎎까지 허용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뚜렷한 제한이 없다. 특히 커피, 녹차, 홍차 등 카페인을 함유한 원료 추출액은 용량 규제가 없다.
실제 캔커피 175ml는 74㎎의 카페인을 포함하고 있다. 식품 첨가물 기준을 적용한다면 175mL가 함유할 수 있는 카페인 용량은 26㎎ 수준이지만 캔커피에는 커피원두 추출액이 들어가기 때문에 카페인 기준 규제를 받지 않는다.
현재 유통 중인 에너지 음료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식약청에 따르면 논란이 됐던 수입 에너지음료 '레드불(250mL가)'의 경우 카페인 250ppm을 포함하고 있다. 식품첨가물 기준(150ppm)을 크게 웃돈다.
하지만 용기 어디에도 카페인 함유량은 표시돼 있지 않다. 다만 원재료명으로 카페인이 포함된 '차 추출물(녹차·홍차)'을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식약청 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지금은 식품에 카페인 총 함량을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지난 7일 총 카페인 함량과 주의사항을 표시하도록 고시를 개정해 2013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생산하는 핫식스(250mL) 역시 과라나추출물, 홍삼 농축액으로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코카콜라가 생산하는 '번 인텐스(250㎖)'도 천연 과라나에서 추출한 80㎎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위험하지는 않을까
에너지음료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음료의 주 소비자층이 주로 중독에 취약한 10대, 20대라는 점이 더 큰 문제로 꼽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레드불과 같은 에너지 음료들은 이미 해외파 유학생의 입소문과 영화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진 상태였기 때문에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며 "몬스터 에너지와 같은 에너지 음료 수입과 국내 제품 출시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시장은 급속히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이 에너지음료가 일상에서 마시는 커피, 녹차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식약청 수입식품과 오금순 연구관은 "250ppm을 환산하면 레드불 캔당 카페인 용량은 62.5㎎ 수준"이라며 "커피 믹스 한 봉에 포함된 카페인이 64㎎임을 감안할 때 위험한 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음료 용기에 '고카페인 함유'라는 문구와 '임산부,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명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안전한 카페인 일일섭취 기준량은 성인의 경우 400㎎ 이하, 임산부는 300㎎ 이하, 어린이의 경우 체중 kg당 카페인 2.5㎎ 이하이다.
/seilee@fnnews.com이세경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