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의 랜드마크가 될 '트리플 원'은 높이 620m의 111층 건물이다. 하늘에 맞닿을 정도로 까마득한 마천루(摩天樓)다. 2016년 완공되면 세계 최고층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160층·828m)에 이어 세계 2위 높이가 될 것이라 한다. 대한민국의 또다른 자랑거리가 될 게 분명해 보인다.
치솟는 마천루가 화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이'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도시와 국가는 자존심을 걸고 단 1층, 단 1m라도 더 올리려고 경쟁을 벌인다. 마천루를 설계하는 세계적 건축가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하루가 다르게 최고층 기록이 경신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트리플 원의 세계 2위도 시한부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 세계 2위가 맞는지부터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가장 강력한 경쟁국은 이웃 중국이다. 2015년 완공 예정인 상하이 푸둥(浦東)의 상하이센터는 128층에 632m로 트리플 원보다 높다. 또 있다. 상하이센터와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한(武漢)의 뤼디센터다. 당초 설계는 119층 606m지만 중국 넘버원이 되기 위해 설계 변경을 추진 중이라 한다. 상하이센터와 완공 시점도 비슷해 어떤 건물이 세계 2위 높이가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더욱 강력한 경쟁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항구도시 제다에 건립 추진 중인 킹덤타워다. 무려 1000m 높이로 완공되면 부르즈칼리파를 제치고 세계 최고층 빌딩이 된다. 그나마 당초 계획했던 1마일(1600m) 높이를 대폭 낮춘 게 이 정도다. 킹덤타워가 완공되면 전세계 마천루의 순위는 모조리 다시 써야 한다. 중국과 사우디의 마천루 프로젝트를 보면 트리플 원이 목표로 정한 세계 2위도 애초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각국이 초고층 마천루에 군침을 흘리는 건 이를 통해 건축기술 수준을 자랑할 수 있는 데다 랜드마크로서의 관광 진흥 효과도 높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한 경기회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초고층빌딩 건설 붐 뒤엔 경제위기가 온다는 이른바 '마천루의 저주'가 되풀이될까 걱정이다.
용산 프로젝트도 정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용산의 전체 사업비는 무려 31조원이다. 가라앉은 부동산 시장을 감안할 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게다가 완공까지는 불과 4년이다. 23개 초고층 빌딩을 짓기엔 너무 짧아 보인다. 세계 2위 마천루가 될 지도 불투명하지만 순위 경쟁에 집착할 때도 아닌 것 같다.
ryu@fnnews.com 유규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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