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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범죄수익금이라도 함부러 사용하면 ‘횡령죄’

범죄 수익금이라고 해도 이를 보관하던 사람이 마음대로 사용했다면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50)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범죄 수익금이라고 해도 다른 범죄에 사용하라는 지시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반사회질서 행위로 볼 수 없다"면서 "이를 임의로 사용한 피고인에 대해 횡령죄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라고 판시했다.

박씨는 지난 2007년 11월 지인인 구모씨로부터 "처남이 주가조작과 M&A를 통해 조성한 불법자금을 보관해 달라"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러나 박씨는 이 돈으로 자신의 채무 15억원을 변제하고 29억원을 주식구입 등에 사용하는 등 모두 43억원을 마음대로 사용했다가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과정에서 박씨는 "범죄 수익금을 보관해 달라고 부탁한 것은 반사회적인 것으로 불법원인 급여"라며 '불법원인 급여는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민법 규정을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범죄수익금이라고 해도 다른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이 없다면 돈을 맡긴 행위 자체를 반사회적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