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쾌속질주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유럽 항만들 사이에서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침체로 유럽 항만들의 자동차 적하 물량이 수년째 줄고 있는 가운데서도 현대·기아차를 주로 취급하는 항만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9일 유럽물류협회에 따르면 유럽 34개 항만이 지난해 실어 나른 자동차 규모는 1537만대로 직전연도 대비 0.2% 감소했다. 유럽 국가들의 경기침체가 물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서도 현대·기아차와 밀월 관계에 있는 항만들은 약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이 판매부진을 겪는 동안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나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현대·기아차 유럽공장들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체코공장 및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 가동률은 각각 101%, 103%를 기록했다.
자동차 선하물량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독일의 브레머하펜항은 지난해 총 215만대를 처리했다. 전년 대비 5% 증가한 수치다. 전년대비 각각 30%, 15% 늘어난 현대차와 기아차의 물량 증가가 1위 수성의 비결이다.
처음으로 '톱10'에 이름을 올린 슬로베니아의 코퍼항의 경우는 현대·기아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지난해 48만대를 처리, 전년 대비 8% 성장했다. 코퍼항 인근에는 현대차 체코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이 위치해 있다.
현대차그룹 물류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코퍼항은 현대기아차의 조립용 부품과 완성차를 운송하는 물류기지"라며 "우리가 요구하면 언제든 선박에서 특정 컨테이너를 긴급 하역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현대·기아차를 주로 취급하는 벨기에 앤트워프항은 1년 전보다 18% 늘어난 71만대를 처리해 5위를 기록했다. 이밖에 벨기에 쩨브뤼헤항이 174만대를 처리, 2위에 올랐다.
3위와 4위는 독일 엠덴항과 영국 그림스비항이 차지했다. 이들 항만은 각각 125만대, 78만9000대를 처리했다.
한편, 국가별로 독일이 3개 항구에서 376만대를 처리해 자동차강국 다운 면모를 뽐냈다. 영국이 4개 항구에서 307만대를 선적하며 뒤를 이었다. 반면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그리스의 항만들은 10위 안에 1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