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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국을 위하여] (1) 준비되지 않은 통일.. 朴대통령 ‘통일대박’ 이후 6개월

[통일한국을 위하여] (1) 준비되지 않은 통일.. 朴대통령 ‘통일대박’ 이후 6개월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가 빠르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최근 불과 한두 달 새 중국·러시아·일본·북한의 합종연횡 구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각자의 이익에 맞춘 이들의 움직임은 가히 광폭행보라고 할 만하다.

중국과 러시아 간 협력관계 형성이나 북한과 일본 간 납치자 문제와 대북제재 해제를 고리로 한 빅딜, 아시아로 귀환하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 간 신밀월관계가 그러하다.

우리의 봉쇄정책에 막힌 북한으로선 동쪽의 일본 출구뿐만 아니라 북쪽의 러시아 출구까지 곧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동북아 지형 변화는 지난해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의 외교 환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분명한 건 통일환경 조성을 위한 외교가 난코스로 들어섰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이란 지정학적 구도가 부상하는 가운데 남북관계에 기초한 단선적 원칙론으론 난국을 헤쳐나가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 통일대박 이후 6개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진화, 나아가 점진적으로 부상할 미·중 구도를 반영한 대전략개념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구조에 갇힌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만들어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에 기초한다.

여기엔 미·중 갈등의 부상이나 중국·러시아·일본 등의 외교행보 개념은 포함되지 않았다. 엄밀히 보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이론적 구성은 한반도 '안'에서 '밖'으로 나아가는 구조를 형성했다. 미·중이란 대외변수에 대한 대전략이 부재한 데다 이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란 틀에 연결짓는 부분도 취약했다. 단지 이 전략의 최대 변수는 북한의 태도 변화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북한의 태도 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모든 힘은 중국과 미국을 통한 압박과 상황관리 전략으로 변모해갔다. 이 시기 박근혜정부의 외교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미 관계, 한·중 관계가 좋다"는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좋다'는 의미는 중국을 통해 북한을, 미국을 통해 일본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고, 실제 한국 외교는 우회경로를 다지는 데 집중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대화루트 역시 희미해졌다. 북한에 대한 대응방식은 일본의 역사도발에 대한 대응방식과도 동일했다. 대화의 단절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 고위 당국자는 6자회담 재개 논의와 관련 "주변국들과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비핵화 논의에 대해선 '의미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화의 여건은 북한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북아 짝짓기 심화

집권 첫해를 지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집권 2년차를 지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건 연말 연초였다. 중국의 아디즈 선포는 미·중 갈등의 서막이었다. 동북아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됐던 북한과 일본이 납치자 문제로 대화채널을 가동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일본은 현재 부인하고 있으나 독자 대북제재 해제의 범주 안에 납치나 문제 전개에 따라 북한에 조총련의 대규모 자금을 실어나를 '만경봉호' 재취항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크림반도 사태로 유럽의 왕따가 된 러시아까지 아시아로 귀환하면서 더욱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다. 북한엔 중·러 간 등거리 외교를 할 기회가 다가온 것이다. 미국의 제재를 무력화하고 동시에 중국 색깔 빼기에 속도를 내는 북한. 고립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러시아의 셈과 맞아떨어지면서 두 나라의 신밀월은 무섭게 속도를 내고 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9일 북한과 러시아 간 경제협조 관계를 게재하며 "전략적 이익을 같이하는 동반자로서 새 시대를 맞고 있는 듯싶다"고 전했다.

한·미·중·일·러 5자의 압박 구조를 띠던 북핵 문제가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북경제제재 등의 기본 원칙이 희석되고 있다는 우려가 이는 것도 이 같은 구도에 기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의 부상이란 거대한 변화는 이미 시작됐으며, 그에 맞는 중·장기 대전략이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라고 자평했다.

■대전략 수정 불가피

남북당국 간 고위급 대화는 지난 2월 이후 전무한 상황이다. 이는 지금까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관여정책이라기보단 북한 봉쇄정책에 가깝기 때문이다. 봉쇄정책의 틈바구니에 일본과 러시아가 치고 들어가면서 미·중을 통한 북한 관리에 구멍이 생기는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 병진노선을 비핵화·경제건설로 진화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유도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음 달 3~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미·중의 틈바구니에서 한국 외교의 기회이자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중국으로서도 미국 견제를 위해선 전략적 파트너로 한국의 중요성이 그만큼 더해졌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그러나 취임 초기 호감 속에 만났던 1년여 전 베이징 회동 때와는 주변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과 중국의 굴기 사이에서 한국은 '너는 어느 쪽이냐'라는 물음 역시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인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문제를 거론해 한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동북아 주변정세의 변화를 모두 쓸어담기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나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이니셔티브로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중장기 미·중 갈등에 대응한 한국 외교전략과 통일전략을 연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제까지 개별적 그리고 평면적으로 발표해 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이니셔티브와 중견국외교론, 통일기반 조성을 입체적으로 연계해 '밖'에서 '안'으로의 정렬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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