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들도 여름이면 해충으로 힘들어요.' 여름철 고온 다습한 기후의 우리나라. 최근에는 스콜(열대지방의 소나기) 등 이상기후 현상이 가중되면서 아열대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진드기와 모기, 바퀴벌레 등 해충 개체 수도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유해 곤충은 사람의 쾌적한 생활환경을 해치는 불청객일 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건강에도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25일 한아름동물병원 이태형 원장은 "덥고 습한 여름철엔 진드기나 모기가 개나 고양이에게 옮길 수 있는 감염병 예방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면서 "일단 감염돼 병이 생기면 치료 기간이 길고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드기로 인한 감염질환 주의
여름철 캠핑이나 산책 등 자연 속에서 여유를 찾는 야외활동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과의 외출도 잦아지고 있다. 풀숲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개나 고양이는 사실상 맨몸으로 활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한 번의 외출만으로도 진드기가 달라붙을 수 있다. 특히 긴 털 속으로 들어간 진드기는 집에서 육안만으로 찾아 없애는 것이 쉽지 않으므로 외출 전 사전 예방이 제일 중요하다.
특히 진드기를 매개로 한 라임병, 바베시아증, 에를리히증 등 감염성 질환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이런 질환에 감염되면 식욕부진, 구토, 설사, 빈혈 등 여러 증상이 중첩돼 나타나며 심하게는 호흡곤란, 탈수로 폐사할 수도 있다.
진드기가 유발하는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려면 야외활동을 한 후 목욕을 시키고, 털에 붙은 진드기가 있는지 매번 확인해야 한다. 특히 까만 콩같이 생긴 진드기를 털에서 발견하면 손으로 하지 말고 핀셋 등으로 떼어내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6월 말에서 8월까지는 '프론트라인' 등 외부 진드기구제제를 매달 한 번씩 발라주는 것이 좋다. 외부 진드기구제제를 바르면 약 한 달간 반려동물의 피지샘에 약효가 저장되는데, 진드기가 반려동물의 피부를 물기 전 털에 있던 약 성분에 닿아 죽기 때문에 진드기로 인한 질환에 감염될 가능성을 현저히 줄여준다.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여름철 진드기 등 외부 기생충 감염 예방은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하다. 산책 전 강아지가 외부 기생충 예방약을 목덜미에 바르고 있다.
■모기로 인한 심장사상충 감염 위험
여름철 윙윙대는 소리와 가려움증으로 밤잠을 설치게 하는 모기는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게는 심장정지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다.
모기가 피를 빨기 위해 반려동물을 물면 반려동물의 혈관 속에 심장사상충이라는 기생충의 유충이 들어가게 된다. 이 유충은 혈관을 따라 심장으로 이동, 심장 내부에 정착해 성충으로 자라서 심장 박동을 멈추게 만든다. 심장사상충이 유충일 때에는 약물로도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일단 심장에 성충으로 자리잡게 되면 약 반년간 집중치료를 하더라도 완치가 어렵다.
또한 수술로 심장 내 성충을 직접 제거할 수도 있지만 이 단계에서 폐 색전증이나 쇼크 등의 가능성이 있다.
모기가 옮기는 기생충인 심장사상충 치료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예방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 달에 한 번씩 '하트가드'(메리알), '레볼루션'(조에티스), '애드보킷'(바이엘) 등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반려동물에게 먹이면 된다. 심장사상충 예방약에 들어있는 이버멕틴이라는 성분은 혈류에 있는 모기 유충을 사멸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심장사상충이 성충으로 자라는 것을 막아준다. 또 파모산피란텔 성분은 회충이나 구충 등의 구제에 효과가 있어서 따로 구충제를 먹이지 않아도 기생충이 성장하는 것을 억제한다.
■바퀴벌레, 아토피성 피부염 유발
바퀴벌레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유해 곤충이다. 일상에서 바퀴벌레를 발견하면 주로 때려 죽이는데, 이때 체액과 함께 다량의 세균과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흩어지기 때문에 보호자(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에게도 아토피성 피부염을 유발하는 원인(알레르겐)이 될 수 있다.
특정 물질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나타나는 아토피성 피부염은 반려동물 중 특히 개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피부질환으로, 극심한 가려움증이 특징이다. 눈이나 입 주변 피부, 귀, 겨드랑이, 복부, 발끝이 자주 발생하는데 강아지가 이 부위를 혀로 핥는 데 그치지 않고 피가 날 정도로 긁거나 물어뜯기 때문에 증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화초, 꽃가루, 고양이 비듬, 곰팡이 외에도 바퀴벌레가 옮기는 다양한 세균과 바이러스가 피부와 반응해 아토피가 생긴다. 특히 피부건조증 등으로 보호막 기능이 저하됐을 경우 아토피성 피부염이 나타나기 쉽다.
현실적으로는 아토피성 피부염을 유발하는 원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 또한 보호자(사람)와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에게서도 아토피성 피부염은 완치보다는 평생 관리하는 질병으로 생각해야 한다. 주위 환경을 위생적으로 유지하고, 피부 보습이나 면역력 증강에 힘쓰는 등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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