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심에서 핵심 쟁점인 '선거법 위반'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이 항소를 앞두고 공소장 변경 수위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당초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다음주 초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지만 항소 마감 시한인 오는 18일까지 항소하기로 내부적으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항소한다면 공소장을 변경할 지 여부가 쟁점이다. 보강 수사를 통해 공소사실을 추가할 수도 있지만 만일 공소장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항소한다면 '형식적 항소'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당초 검찰은 1심 재판을 준비하면서 트위터상 사이버활동을 지속적으로 수사하고 3회에 걸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공소권이 남용됐다"는 원 전 원장 측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가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고 공소사실 또한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도 공소장 변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항소심이 진행된다면 검찰은 국정원의 사이버활동이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선거운동'인지와 '원 전 원장이 명시적으로 선거운동을 지시했는지'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선거일에 가까워질수록 선거운동이 활발해지는 것이 통상 선거운동인데, 공소사실에 따르면 당시 대선을 두달여 앞둔 2012년 10월 이후 트윗·리트윗 건수가 뚜렷이 감소했다"며 "'선거운동'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엄격히 구분된다"고 판시했다. 좁은 개념인 '선거운동' 위반여부를 따져야하고 이를 위해선 선거운동의 목적성, 능동성, 계획성을 입증해야 선거법 위반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원 전 원장은 지난 11일 선고를 마친 후 "우리가 인터넷 댓글을 쓰는지 몰랐고 항소심 과정에서 하나하나 해나가겠다"며 즉각 항소할 뜻을 비쳤다. 대선개입 혐의에 무죄가 나온 것은 당연하며 유죄로 선고난 국정원법 위반 혐의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검찰은 수사실패를 자인하지 않으려 항소를 감행하면서도 이번 사건이 현 정권의 정통성 시비와 닿아있는 사안인 만큼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iaram@fnnews.com 신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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